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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여러분은 혼자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달을 찾아보며 감상에 젖을 수도, 어떤 사람은 달에서 절구를 찧는다는 토끼를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겠네요. 또 천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 수 있는 별을 헤아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밤하늘을 혼자서 본 적이 언제인가 싶기도 한데요.저는 어릴 적에 밤하늘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와 잘 쳐다보지 못했답니다. 우연히 창문 밖으로 보인 밤하늘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일부러 외면한 적도 있고요.왜 그랬냐면….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이었습니다.저는 별을 보면 그것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러면 별에서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그곳에서는 먼지보다도 못한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죠.이 깨달음을 곱씹다 보면 그날 숙면은 포기해야 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내 존재를 누군가가 보고 있을까?', '사실 지구 전체가 먼지 구덩이가 불과한 건 아닐까?'라는 답을 할 수도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죠...지금은 "아, 나는 불안한 기질을 타고났구나", 혹은 "내 MBTI는 확실히 N이야"라고 그 생각들을 조금은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리움미술관 상설전에서 보게 된 안젤름 키퍼의 작품 '고래자리'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오늘은 키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영감한스푼 미리보기매혹적인 폐허, 파괴는 또 다른 시작이다안젤름 키퍼 '고래자리': 리움미술관 상설전1. 안젤름 키퍼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자신이 살던 집을 영국군이 폭격하는 날 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는 "만약 내가 그날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죽었을 것"이라고 말한다.2. 그러나 키퍼는 전쟁과 독일의 국가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안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파고들며 '나치식 경례'를 한 사진 작품으로 스캔들을 일으켰고, 그 후 신화와 종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작품을 확장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3. 키퍼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들이 불에 타고 망가진 폐허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 앞에 서면 막연한 허무와 동시에 쾌감이 느껴진다. 이런 '매혹적인 폐허'를 통해 키퍼는 과거의 정해진 것들에 짓눌리지 말고 폐허를 인정하며 그 위에서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권한다.해바라기씨가 뿌려진 하늘… 인간의 환상?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 'M2'에 가면 안젤름 키퍼의 작품 '고래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Cetus'로, 가을철 남쪽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를 의미합니다. 즉 이 그림은 별자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멀리서 봤을 때 먼지처럼 흩뿌려져 있는 검은 점은 하늘 위에 있는 수많은 별을 뜻하는 것이겠죠. 여기에 그려진 가느다란 선은 인간이 그어 낸, 별자리를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멀리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별처럼 보였던 검은 점들은 사실은 해바라기 씨앗입니다. 또 그 가운데에는 'SDK51V', 'PAV'처럼 알파벳과 숫자로 된 기호가 적혀있는데요. 천문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눈치채셨죠? 바로 인간이 붙인 별들의 이름입니다. 이 이름에 대해 키퍼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기호들은 NASA 과학자들이 별에 붙인 이름입니다. 숫자들은 거리와 색, 사이즈 등을 의미해요.저는 이 이름들이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별자리는 환상이거나 유령 같은거예요. 지금 그 별자리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 밤하늘에 보이는 빛은 수백, 수억 년 전에 있던 것이고 그 빛의 원천인 별은 끊임없이 바뀌고 움직이고 소멸하니까요.오늘 보이는 별빛은 지금의 현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두렵죠.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세상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환상, 천국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버티기가 어려운 거예요."제가 왜 '고래자리'를 보고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는지 이해되시나요? 수많은 별이 박힌 밤하늘은 이해할 수 없는 질문 투성이입니다. 우주를 이해하기 전 인간의 관점에서는 매일 해와 달이 번갈아 뜨는 것조차 너무나 신비롭고 두려운 일이었겠죠. 그런 미스터리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고대에 그것은 신화였고, 그다음엔 종교였으며, 이제는 과학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키퍼는 그런데 별에 붙여진 이름도 '과학자의 천국'이며 환상과 유령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고래자리' 작품에서 별들을 해바라기씨로 표현한 것과도 이어집니다. 하늘 저 멀리에 있는 별을, 땅에서 나는 씨앗으로 만들었잖아요.여기에서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늘 위 별의 존재도 결국은 땅 위의 인간이 인식하고 만들어냈다는 것, 두 번째는 태초에 우주가 생겨난 과정을 생각하면 씨앗과 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그렇다면 키퍼는 과학을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래자리' 그림을 다시 보면 별들을 잇고 있는 선이 굉장히 힘있게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것이 가느다랗게 별들을 붙잡고 있고, 언젠간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분명히 테두리를 짓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죠.이 그림은 오히려 무언가를 맹신하는 태도. 내가 너무 두려운 나머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학적 명제를 맹신하며, 그것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즉 과학이든 종교든 신화든 전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는 것.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해도 그것을 만들고 시도하는 과정 자체를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 자라다별자리 작품만 봐서는 키퍼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뉴스레터 하나에 담기도 부족하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키퍼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안젤름 키퍼는 1945년 독일 도나우슁겐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무렵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되었죠. 키퍼가 태어난 곳은 독일의 작은 마을이고 전쟁과는 관련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폭탄이 남아돈 영국군은 민가도 폭격하기 시작했고, 키퍼의 집도 이로 인해 무너집니다. 다만 그가 태어나던 날 공습이 있었던 덕분에 병원에 갔던 가족들은 목숨을 구합니다. 그렇게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 키퍼는 자랐습니다. 가족이 전부 생활할 공간이 모자라 할머니 집에서 자랐던 키퍼는, 장난감이 없어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갖고 놀았다고 회고합니다.또 어릴 적부터 종교의 깊은 영향을 받고 자란 데다 '완벽'에 집착했던 그는 교황이 되기를 꿈꿨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독일인이 교황이 된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 꿈을 접었다고 하죠. 그다음에는 헌법을 공부하는 법학도가 됩니다. 키퍼는 법을 공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헌법은 교회의 교리처럼 정신적인 측면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들을 한 데 묶어 줄 맥락이나 이야기가 필요하죠. 이런 측면은 신화도 갖고 있고요. 법과 신화, 종교…. 모든 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구조입니다."키퍼는 스스로 예술가가 될 것임을 알았지만 미술대학에 바로 가고 싶지 않았고, 인간의 본성을 알기 위해 법학을 공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을 공부한 뒤 그가 향한 곳은 종교, 바로 수도원이었습니다. 그곳에 머물면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그는 예술대학에 입학하고 1969년 독일을 뒤흔든 사진집을 발표합니다.왜 논란이 되었는지 아시겠죠?키퍼는 나치가 점령했던 유럽의 지역을 다니면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자기 모습을 사진 속에 담습니다. 그리고 '점령'이라는 시리즈로 발표하죠.제2차 세계대전 패배의 혹독한 상처를 입었던 당시 독일은 나치 역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예술가가 그 이야기를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해내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키퍼가 나치를 옹호하는 국가주의자가 아니냐는 의심도 당연히 받았습니다.그러나 사진 속 인물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입니다. 건물에서 떨어질 듯, 파도에 휩쓸릴 듯한 모습이죠. 심지어 독일 미술사에서 유명한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초상화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더 중요한 건 잘못된 과거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정면으로 꺼내 이야기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키퍼는 "지금도 나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독일에서 네오나치와 극우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죠. 그는 이런 현상을 아예 배제하고 침묵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잘못된 일이 벌어지는 지를 인간 본성에 비추어 이야기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파괴는 또 다른 시작이다그렇다면 키퍼의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여기서 올해 기회가 된다면 꼭 봐야 할 전시로 꼽을 만한, 베니스비엔날레 두칼레 궁전에서 열리고 있는 안젤름 키퍼의 개인전 '이 글들은 불에 탄 다음에야 빛을 발할 것이다'(Questi scritti, quando verranno bruciati, daranno finalmente un po’ di luce)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웅장한 규모가 가늠됩니다.제가 키퍼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매혹적인 폐허'가 이제는 베니스의 가장 유서 깊은 공간인 두칼레 궁전에 열렸다고 하니 저도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흥미로운 것은 이 궁전에 현대미술가가 작품을 전시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 그리고 이곳에는 티치아노를 비롯해 베니스를 거쳐 간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이렇게 유럽이 가장 빛났던 시절, 반짝이는 그림들이 장식된 곳에 키퍼는 마치 불에 탄 듯한 폐허를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제작 과정에서 그림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그 폐허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천정에 보이는 금으로 장식된 회화들이 오히려 덧없어 보이기도 합니다.저는 키퍼가 이렇게 공간을 연출한 이유는 별자리를 해바라기씨로 만든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즉 모든 것은 언젠가 생명을 다하기에 덧없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 덧없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과거의 것들에 짓눌리거나 현혹되지 말고, 나의 별자리를 긋고 나의 성을 쌓으면서 온전히 두 발로 선 삶을 살자는 것이지요.키퍼가 폐허 속에서 태어나 종교와 법, 그리고 신화 속에서 헤매다 예술을 통해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이렇게 보면 전시 제목도 이해가 되시죠?'이 글들은 불에 탄 다음에야 빛을 발할 것이다.' 제가 더 의미를 부여해서 해석한다면 두칼레궁전의 화려한 명작들도 멀리서 보면 먼지에 불과하고, 불에 탈 때에나 환한 빛을 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원래 이 문구는 20세기 베니스 출신의 철학자 안드레아 에모(Andrea Emo)가 한 말로, 생전 어느 글도 발표하지 않아 무명이었다가 뒤늦게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는 "무언가가 존재했다가 사라진다고 흔히 인과관계로 생각하지만, 존재와 무는 동시에 성립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키퍼가 이 말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자신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 언제나 머리속에 갖고 있던 아이디어가 소멸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서 말이죠.그러면서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키퍼는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작품들은)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주에는 수십억 개의 은하가 있잖아요. ... 그 은하 속에는 또 수십억개의 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별에 당신은 서 있고요. 에모(Emo)는 평생 이 이야기를 자신의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모든 것의 무의미함을 알았고 - 그것을 불태우면 약간의 빛을 낼 수는 있다는 것을 알았죠."당신은 낙관주의자냐고 묻자 키퍼는 이렇게 답합니다."나는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아닙니다. 나는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폐허가 아름다운 건 그것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저는 폐허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키퍼의 말을 이렇게 이해합니다.불안 속에 사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껍질을 만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깨고 나와야만 성장을 할 수 있죠. 마치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아프락사스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의 껍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아라. 시간이 지나면, 마치 나비가 번데기를 찢고 나오듯 그것을 버려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여러분은 두렵고 불안할 때 어떤 껍질에 스스로를 기대고 있나요? 그 껍질이 정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인지, 키퍼의 찬란한 허무와 매혹적인 폐허 앞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기자 kimmin@donga.com}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동부 요충지 이줌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집단 학살이 있었던) 부차, 마리우폴에 이어 불행하게도 이번엔 이줌”이라며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6월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처형당한 시신 등 458구가 발견됐다. AP통신은 집단 매장지가 이줌 외곽 숲에 있었으며 나무 십자가가 꽂힌 수백 개의 무덤이 보였다고 전했다. 하르키우 지역 고위 경찰 관계자인 세르게이 볼비노우는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에 집단 매장지에서 최소 44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며 “수복 지역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매장된 시신은 총에 맞거나 포격, 지뢰 공격, 공습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줌 거주자인 세르게이 고로드코는 매장지에 묻힌 수백 명 중에는 군인뿐 아니라 러시아가 아파트를 공습해 사망한 민간인과 어린이 수십 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운영하는 고문실을 하르키우에서 10곳 이상 발견하고 발라클리야에서도 2곳 발견했다”며 “여러 구의 시신에서 귀를 자르는 등의 잔혹한 고문 흔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줌에 주둔했던 러시아 병사들이 퇴각 열흘 전 상부에 강제 전역을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친필 편지를 입수해 15일 보도했다. 날짜가 8월 30일로 기재된 편지 10통에는 “건강이 악화되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거나 “육체적으로도, 양심적으로도 지쳤기에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임무 완수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식이 태어났거나, 가족 결혼식이 있었음에도 휴가를 거절당했다는 불평도 있었다. 이 편지들은 군화와 전투복 등 소지품과 함께 발견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이줌(Izium)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정확한 정보는 조사 후 내일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 학살이 있었던) 부차, 마리우폴에 이어 불행하게도 이번엔 이줌”이라며 “러시아가 사방에서 벌이고 있는 살인에 대한 책임을 국제사회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르키우 지역 경찰 고위 수사관 세르게이 볼비노우는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에 이줌 근교 집단 매장지에서 시신 최소 440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환된 지역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매장된 시신은 총에 맞거나 포격, 지뢰 공격, 공습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 대다수는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볼비노우는 덧붙였다. 이줌 거주자인 세르게이 고로드코는 매장지에 묻힌 수백 명 중에는 군인뿐 아니라 러시아가 아파트를 공습해 사망한 민간인과 어린이 수십 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묻힌 민간인 중 일부는 자신이 무너진 건물에서 직접 꺼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외신 기자들에게 현장을 공개했다. AP통신은 집단 매장지가 이줌 외곽 숲에 있었으며 나무 십자가가 꽂힌 수백 개의 무덤이 보였다고 전했다. 십자가에는 숫자만 기록되었고, 큰 무덤에는 우크라이나군 17명이 묻혔다는 표시가 있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 예벤 에닌은 하르키우 지역에서 다수의 ‘고문실’을 운영했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에닌 차관은 우크라이나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여러 구의 시신에서 잔혹한 폭력은 물론 귀를 자르는 등의 고문 흔적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학생들의 시신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별도로 검증되지 않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제 위기로 현금 인출이 제한된 레바논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난입해 현금 1만3000달러를 훔쳐간 여성이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 시민들의 불만이 쌓인 까닭이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살리 하피즈는 이날 오전 ‘분노한 예금자’라는 시위대와 함께 레바논 베이루트 블롬은행으로 들어갔다. 하피즈는 장난감 총을 꺼내 들고 “누구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내 권리를 찾으러 왔다”고 소리쳤다. 은행장실로 들어간 시위대는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했고 은행은 돈을 넘겼다. 하페즈는 지역 언론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언니를 살리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계속 은행에 가서 가족이 죽어가니 내 계좌에 든 2만 달러를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 달에 200달러밖에 인출할 수 없었다”며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2019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경제난이 심각해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했다. 레바논 정부는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을 막겠다는 이유로 2019년부터 은행의 외화 현금 인출을 제한해 수백만 명의 자산이 묶여 있다. 레바논 전체 인구 4분의 3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은 레바논 경제 위기를 19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레바논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 시민이 무기를 들고 은행을 찾은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아버지 병원비로 써야 하니 계좌의 20만 달러를 내놓으라며 소총을 든 남성이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제 위기로 현금 인출이 제한된 레바논에서 장난감총을 들고 은행에 난입해 현금 1만3000달러를 훔쳐간 여성이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 시민들 불만이 쌓인 까닭이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살리 하피즈는 이날 오전 ‘분노한 예금자’라는 시위대와 함께 레바논 베이루트 블롬은행으로 들어갔다. 하피즈는 장난감총을 꺼내 들고 “누구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내 권리를 찾으러 왔다”고 소리쳤다. 은행장실로 들어간 시위대는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했고 은행은 돈을 넘겼다. 하페즈는 지역 언론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언니를 살리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계속 은행에 가서 가족이 죽어가니 내 계좌에 든 2만 달러를 인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한 달에 200달러 밖에 인출할 수 없었다”며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2019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경제난이 심각해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했다. 레바논 정부는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겠다는 이유로 2019년부터 은행의 외화 현금 인출을 제한해 수백만 명 자산이 묶여있다. 전체 인구 4분의 3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은 레바논 경제 위기를 19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레바논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 시민이 무기를 들고 은행을 찾은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아버지 병원비로 써야 하니 계좌 속 20만 달러를 내놓으라며 소총을 든 남성이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국 런던에서 19일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초청된 세계 각국 정상과 왕족은 전용기 이용을 자제하고 장례식장까지 버스로 이동하라는 방침을 각국에 통보했던 영국 정부가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총리 대변인은 13일 “(장례식) 안내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각국 정상에 따라 다른 이동 방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 명의로 전날 각국 대사관에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단체로 버스를 타야 하며 정상과 배우자 1인만 초청이 원칙이라는 안내문이 발송되자 의구심이 증폭됐다. 통상 미국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할 때는 전용기로 런던 인근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용하며 도로 이동 시에는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를 탄다. 미 안보 전문가 티머시 밀러는 가디언에 “미국 대통령은 민간 여객기나 버스를 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장례식 같은) 행사가 열리면 주최국의 정상 안전 보장이 관례이며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영국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호를 위해 비스트로 이동할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자체 이동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주요 7개국(G7) 정상이 버스를 타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방침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에게만 해당하는 초청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사람을 데려갈 수 있을지는 영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초청 받는 세계 각국 정상과 왕족은 전용기(機) 이용을 자제하고 장례식장까지 버스로 이동하라는 등의 방침을 발표한 영국 정부가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섰다.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총리 대변인은 13일 “(장례식) 안내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각국 정상에 따라 다른 이동 방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할 때는 전용기를 타고 런던 인근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용한다. 도로로 이동할 때는 각종 공격에 안전하도록 설계된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를 타는 것이 원칙이다.앞서 총리실 명의로 전날 각국 정상에게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오라는 안내문이 발송되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안내문에는 공항 혼잡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전용기보다 민간 여객기를 타고 이동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또 최소 인원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각국 정상과 그 배우자 1인만 초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만 장례식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미 안보 전문가 티머시 밀러는 가디언에 “미국 대통령은 민간 여객기를 타거나 버스를 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행사가 열리면 주최국이 정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런던 주재 한 외국 대사는 “바이든이 버스를 탄 장면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특혜를 받게 될지, 받는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지 알려지지 않았다.트럼프 전 대통령 초청 여부에 관해 13일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대통령과 영부인에만 해당하는 초청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사람을 데려갈 수 있을지는 영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안녕하세요,지난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을 이끄는 관장 마리아 발쇼가 한국을 찾아 직접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테이트 미술관은 영국의 최대 공립 미술관으로 런던에 2개(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등 4개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마 런던 여행을 간다면 테이트 모던은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코스이기도 할텐데요.매년 700만 명이 찾는 미술관이자, 대규모 기획 전시로 국제 미술에서 담론을 주도하는 영향력있는 기관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마리아 발쇼입니다. 저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분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되더라구요. 그녀는 자신이 워킹 클래스 출신으로 미술과 거리가 먼 유년 시절을 보내다, 우연히 TV로 접한 작품을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미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끌어준 것, 그리고 미술관의 새 역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영감한스푼 미리보기테이트 미술관장 마리아 발쇼 인터뷰 마리아 발쇼는 30여 년 동안 테이트를 이끌었던 니콜라스 세로타 경의 뒤를 이어 디렉터가 됐다. 이 때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도, 런던 출신도 아닌 그녀의 이력이 화제가 됐다. 발쇼는 워킹 클래스 가정에서 자라 미술관과 거리가 먼 유년 시절을 살았다. 그러다 TV로 우연히 본 실험적 영상 작품을 보고 예술에 매료됐고, 예술을 통해 누구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보게 한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녀는 “어떤 작품이 좋고 별로인지 정해주는 미술관은 나쁜 미술관”이라며 “미술관은 모든 사람이 서로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의 몇 안 되는 장소”라고 이야기했다.여러분은 미술관에 친구와 가면 좋아하는 작품이 똑같나요?마리아 발쇼는 한국에서 흔히 상상하는 ‘미술관장’과는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술관장을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권위있는 사람의 이미지로 생각했다면, 지금의 글로벌 미술 기관장들은 대부분 시대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그것에 호응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술관 운영을 잘할 수 있는 경영자의 마인드도 필요합니다.그런 점에서 발쇼는 흥미로운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그녀는 미술사가 아닌 문화 비평을 오랫동안 공부했고, 영국에서 권위있는 학교로 생각하는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이 아닙니다.또 예술로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인 맨체스터 대학의 미술관장으로 일하며 리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관객 수를 두 배로 늘려 화제가 되었죠. 처음엔 맨체스터 대학 미술관만 맡다가 나중에는 시립 미술관장까지 겸했고, 2017년 테이트 디렉터를 맡게 되었습니다.그런 그녀는 제게 ‘어떤 작품이 좋고 별로인지 정해주는 미술관은 나쁜 미술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마리아 발쇼(마): 제가 과거부터 여러 번 강조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관객은 모든 것을 좋아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싫어할 수도 있어요. 그게 미술관의 가장 좋은 점입니다. 우리 미술관에 오는 누군가가 아그네스 마틴은 싫어하고, 주디 시카고 작품은 좋아할 수 있어요. 두 작가는 무척 다른 성향의 작품을 보여주니까요. 어느 미술관이 어떤 작품이 좋고 나쁜지를 정해주려고 한다면, 그건 나쁜 미술관이죠.김민(민): 요즘처럼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시대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모두의 의견이 같기를 바라면서 싸우기도 하고요. 미술관이 그런 점에서 새로운 역할이 있을 것 같아요.마: 미술관은 ‘열린 질문’을 하는 곳이에요. 당신은 이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떤 감정이 드나요?를 물어볼 뿐 거기에 답은 없어요. 사회에서 대부분의 기관에는 답이 정해져있으니,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죠. 그렇지만 미술관은 언제나 다른 답을 듣고 싶어하고, 거기서부터 생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민: 미술관이 던지는 그 ‘열린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마: 미술관에 친구와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전시를 보고 나서 두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이 전부 일치했던 적이 있나요? 사실 대부분은 ‘난 그 작품 별로인데’, ‘그 작품이 왜 좋아??!’ 하면서 논쟁이 일어나죠. 그게 좋은 대화이기도 하고요.그래서 지금처럼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술관은 ‘생산적인 논쟁’을 위한 안전지대에요. 심지어는 사회적인 이슈도 미술관에서는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죠. 미술관이 때로는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것 역시 감정을 이끌어낸 것이기 때문이죠.예술가들은 관객에게 세계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보는 사람은 그것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되죠. 그런 것을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이에요.워킹클래스 출신으로 미술관장이 되기까지민: 관객들이 자유롭게 생각해도 되고, 심지어 작품을 싫어해도 되며 화를 내도 좋다니. 운영자로서 우선은 강한 멘털을 가져야할 것 같고, 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이런 타인에 대한 신뢰가 과거에 좋은 기억으로 가능해진다고 믿어요. 그 좋은 기억으로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혹시 그런 기억이 있으신가요?마: 저는 아주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워킹 클래스 출신이에요. 제 유년 시절은 미술관과 거리가 멀었죠. 그렇지만 성장 과정에서 ‘야망을 갖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그리고 10대 때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인생 최대의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시작은 텔레비전이었어요. 1980년대 채널4 방송국이 굉장히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했는데, 예술가 데렉 자만(Derek Jarman)의 영상 작품을 우연히 TV로 봤어요. 당시에는 TV에서 쉽게 볼 수 없던 굉장히 급진적인 이미지였어요.그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 세계가 무엇일까 정말 궁금해졌고요. 제 생각에 저를 이끈 것은 용기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호기심 때문에 저는 제가 살던 지역을 벗어나 기차를 타고 런던에 가서 전시를 봤고, 리버풀에서 공부를 하면서 테이트 리버풀을 드나들게 되었죠.민: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고 해야겠네요?마: 네, 정확해요. 그리고 지금은 미술관장으로서 다양한 예술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어릴 때 제가 누구나 볼 수 있는 TV로 데렉 자만의 작품을 본 것 처럼요. 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껴서 미술관을 겁내지 않고 편하게 들어오길 바라죠.민: 예전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탐구하도록 해준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이런 말들도 결국은 10대 때 경험에서 우러난 것일까요?마: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예술가들을 통해 그런 것을 느껴요. 테이트 미술관이 코로나19로 10개월만에 재개관했을 때, 영국 작가 헤더 필립슨 설치 작품을 테이트 브리튼에서 전시했었는데요.어두운 조명에 모니터에 기괴한 형상들이 비추면서 디스토피아같은 풍경이 연출됐어요. 그런데 그 끝으로 가면 마치 빛나는 태양같은 복숭아가 있었는데, 정말 많은 젊은 관객들이 이것을 보러 왔어요. 저희가 소셜 미디어에 따로 홍보를 안했는데도 틱톡에 다수 영상이 공유되면서 바이럴해졌죠.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겪은 공포와 불안 끝에 결국은 희망의 빛이 올 거라는 메시지로 저는 느꼈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희망의 필요성을 느꼈기에 공감한 것이 아닐까요?미술관 전시 인증샷, 오히려 좋아민: 지금까지 일해오신 커리어를 보면, 교과서에서 말하는 미술사보다 작품들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그런가요?마: 네. 미술사는 절대 고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에 맞춰 항상 변하거든요. 21세기 초반까지 우리가 알았던 미술사는 대부분 남성과 미국인, 유럽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완벽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아요.지금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50%가 흑인과 소수 인종이에요. 게다가 항상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 거기에 한국과 일본 이집트 케냐 인도 등 정말 다양한 곳에 예술가들이 있잖아요. 우리 미술관이 피카소를 내다 버리진 않겠지만, 과거의 좁은 미술사에서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려고 하는거죠.민: 그런데 예술 작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모든 이야기가 유효한 것은 아니잖아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조건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마: 사람들을 가장 강력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작품의 퀄리티가 좋아야 하죠. 작품 자체가 미적인 힘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그런데 그것만이 사람들을 예술과 연결시켜주는 요소는 아니거든요.그 다음에는 지금의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와 연결 지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최근에 그러한 주제로는 많은 사람들의 걱정 거리가 된 기후 변화를 들 수 있겠죠. 예술가들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을 하게 되고요. 만약 우리가 그런 것을 다루지 않는다면 예술가와 관객을 외면하는 꼴이 되겠죠.기후변화뿐 아니라 권력의 문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도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민: 아까 잠깐 틱톡 이야기를 하셨는데, 한국에서도 소셜 미디어 발달과 함께 젊은 관객이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큐레이터들은 ‘인증샷’을 위한 구도를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된다고도 털어놓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마: 소셜 미디어의 영향은 저희 미술관도 많이 받아요. 저는 그런 현상이 우려스럽다기 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거든요.19세기 윌리엄 터너의 시대에는 되도록 많은 그림을 한 벽에 거는 게 트렌드였어요. 이 때는 내 그림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런 스타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상 바뀌는 것이고, 지금은 젊은 관객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시대인거에요.물론 큐레이팅을 할 때, ‘인증샷’이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죠. 테이트 미술관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때는 ‘인스타그래머블’하거나 가장 유명한 작품 보다는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 작품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합니다.그러나 테이트 모던 입구 에스컬레이터에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조각상이 있어요. 뻔하지만 이 조각상을 많은 젊은 커플들이 ‘인증샷’의 배경으로 쓴답니다.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인디애나도 살아있었다면 아주 기뻐했을 거라고 봐요.다시 말해서 우리는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민: 결국 그런 친근한 접근이 더 깊은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관문이 될 수도 있겠군요?마: 그렇죠.민: 마지막으로 이렇게 언제나 ‘열린’ 미술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마: 기본적으로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과거처럼 10% 상류층만을 위한다면 그것은 미술관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죠. 테이트 미술관의 40%는 영국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여기에 미술관이 줄 수 있는 영감, 지적인 도전, 정치적인 논쟁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익을 위해 이 모든 일이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마리아 발쇼 관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22 미술주간(9월 1~11일)’의 일환으로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한 ‘2022 한국 미술시장 학술대회’(KAMA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콘퍼런스에서 발쇼 관장은 ‘테이트 컬렉션’에 관한 강연을 했습니다.‘한국에도 미술관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컬렉션이 부족하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발쇼 관장은 “관객들을 얕봐서는 안 된다”며 “어떤 상황에서는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디지털로 많은 것들이 연결된 시대에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해주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 초상화를 그린 로버트 매커디는) 제 얼굴 모든 주름을 다 잡아냈습니다. 흰머리를 지워 달라고, 귀를 작게 그려 달라고 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61)과 부인 미셸 여사(58) 초상화 공개 행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별나게 큰 자신의 귀를 풍자하는 등 특유의 유머를 구사하며 좌중을 즐겁게 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임자 초상화를 공개하는 미국 전통은 2012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할 때까지는 지켜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아 명맥이 끊겼다가 이날 10년 만에 재개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이어 “그보다 품위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칭송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돌아와서 기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정한 파트너 겸 친구”라고 화답했다. 그의 초상화는 짙은 회색 양복에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두 손은 양복 주머니에 넣고 서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기념 연설은 감회와 농담이 버무려져 ‘집에 돌아온’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연설 시작부터 “이곳을 갈기갈기 찢지(tear up) 맙시다”라며 재임 중 국민은 물론이고 백악관 참모진도 분열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슬쩍 농담거리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스트룸을 가득 메운 옛 참모들을 향해서는 “옛날에는 ‘애들(kids)’이었는데 지금은 나라를 운영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러분들이 가족을 꾸린 걸 보면 흥분된다. 그런데 누구도 아기 이름을 ‘버락’이나 ‘미셸’이라고 지었다는 말을 못 들어 조금 실망했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대통령 자리는 자주 미화된다”며 퇴임 후 때로는 단점이 잊혀지고 신격화되기도 하나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미셸 여사의 초상화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붉은색 소파에 앉아 앞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자신을 믿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미국은 그렇게 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상화 행사를 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별장에서 압수된 기밀 문건에 특정 국가의 핵무기 등 국방력이 기재된 극비 문서까지 발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고의로 은닉했다고 보고 그의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이 문건은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 등 소수 관계자만 볼 수 있으며, 고위 국가안보 관리도 열람 권한이 없다. FBI 방첩 수사관이나 검찰도 압수 후 문건을 열어볼 수 없었다고 WP는 전했다. 해당 문건이 어느 국가에 관련된 내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고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는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8개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수수색 당시 FBI가 핵무기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기밀 문건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핵무기 문건 유출설은 내가 러시아와 내통한다는 속설처럼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미국 법무부는 FBI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기밀을 은닉했다고 보고 사법방해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수사가 “편향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본에서 바퀴벌레 몸에 장치를 달아 사람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국제연구팀은 5일 바퀴벌레에 무선 조종 장치와 초소형 태양전지 충전시스템을 달아 원격 조종하는 기술 개발 결과를 학술지 ‘npj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에 발표했다. 이른바 ‘사이보그 바퀴벌레’(사진)다. 곤충 몸에 기계장치를 부착한 사이보그 곤충은 인간이 갈 수 없는 위험 지역을 탐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관건은 주로 곤충 다리를 통제하는 원격 조종 장치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였다. RIKEN 연구진은 두께 0.004mm의 필름으로 된 태양전지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바퀴벌레 등에 다는 태양전지가 이보다 두꺼우면 무게 때문에 바퀴벌레 이동시간이 2배 늘어나거나 몸의 균형을 잡기에도 어려웠다. 또 바퀴벌레 체형에 맞춘 배낭 안에 다리를 통제하는 장치와 배터리를 넣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배낭은 전자장치를 한 달 이상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후쿠다 겐지로 박사는 “바퀴벌레와 비슷한 딱정벌레는 물론이고 매미 같은 날벌레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美AI가 그린 그림 수상 논란 눈부시게 밝은 원형 창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풍경.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으로 미국의 39세 게임디자이너가 한 미술 공모전에서 디지털아트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알고 보니 직접 그린 게 아니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그림이다. 미국에서 “예술이 죽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한 미술 공모전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그림이 1등상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따르면 게임디자이너 제이슨 앨런 씨(39)는 지난달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열린 미술대회 ‘디지털아트·디지털합성사진’ 부문에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제출해 1위에 올랐다. 문제는 앨런 씨가 작품을 직접 그리지 않고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림을 ‘생성’했다는 것이다. 트위터에는 ‘예술적 기교(artistry)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미 예술계에선 “창의성(creativity)의 죽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AI 출품, 로봇이 올림픽 출전한 격”수상작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인물들이 거대한 원형 창이 있는 공간 앞에 서 있고, 이 창 너머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심사위원 대그니 매킨리 씨는 “르네상스 예술이 연상되는 그림 속 풍경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몇 초 내 관련 이미지를 생성하는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제작됐다. 앨런 씨는 “고전적 여자가 우주 헬멧을 쓴 모습에서 출발, 꿈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약 80시간 동안 실험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앨런 씨는 출품 당시 ‘미드저니를 활용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그림이 AI로 제작된 것일지 몰랐을 정도로 정교해 충격을 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미드저니나 DALL-E 2 같은 AI(프로그램)가 빠르게 성장해 단순한 그림뿐 아니라 복잡한 다이어그램은 물론 보도 사진 같은 이미지도 생성이 가능하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로봇이 올림픽에 출전한 격”이라거나 “람보르기니를 타고 마라톤에 참가한 것”, “클릭 몇 번으로 만든 디지털 아트”, “AI 작품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겹다”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상을 반납하고 공개 사과를 하라”거나 ‘쓰레기 같은 짓’이라는 격한 비난에 8만 명 이상이 ‘공감’을 누르기도 했다. AI가 기존 이미지를 학습해 짜깁기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표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AI 작품이 기존 작가들이 공들여 그린 이미지를 활용하기에 큰 반발을 일으킨다고 NYT는 분석했다. 디지털 예술가 RJ 파머는 “AI가 작가 일을 빼앗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AI도 결국 사람이 개입하는 것”최근 국내에서도 AI가 쓴 시들을 토대로 구성한 시극(詩劇) ‘파포스’를 선보이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지상파 드라마 OST에 활용되는 등 AI 창작 실험이 한창이다. 이 AI들은 사람의 시나 음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드저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한국 현대미술가 남다현 씨는 “AI가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 괜찮은 이미지를 건지려면 AI가 이해할 수 있는 복합적인 문장을 써야 한다”면서 “여러 이미지를 모으는 것은 파블로 피카소가 콜라주를 이용한 것에 비춰 부도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술 전문가들은 AI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프 쿤스 같은 현대미술가들이 공장에 의뢰해 작품을 제작하는 상황에서 ‘직접 그렸느냐’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팀 보이드’처럼 로봇을 활용하는 작가도 있는데 작가가 AI 활용을 밝혔다면 문제가 없다”며 “그보다는 이전까지 보여준 작품의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유림 독립큐레이터는 “AI도 결국 사람이 개입해야 작동한다”며 “현대미술 작가는 고유의 관점과 언어를 발견해내는 사람이고 AI는 도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안녕하세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맞아 미술계가 시끌벅적한 한 주 였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페어를 찾는 발길들로 서울이 분주할 것 같은데요. '영감한스푼'은 오늘 개막한 프리즈 서울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담아왔습니다. 방문객들은 '해외를 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서울에서 보니 기분이 좋다'며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누가 웃고 울게 될 지를 생각하면 냉정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저희는 '프리즈 서울'에 앞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 'Dive into Korean Art' 프로그램에도 다녀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트페어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작가들의 예술을,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이 아니라 작가가 작업하고 호흡하는 스튜디오를 직접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현장 분위기 오늘 함께 전해드릴게요. ○ 프리즈 서울, 현장은 들떴지만 실속은 누구에게..?:프리즈 서울 현장에서 만난 컬렉터를 비롯한 예술계 인사들은 해외를 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페어 개최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떠나 냉정히 돌아보면 보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외국 갤러리와 아시아 컬렉터의 접점만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여기서 한국 작가들이 더욱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찾은 한국 작가의 작업실프리즈 서울 개최를 맞아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작업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 'Dive into Korean Art'가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과 경기 양평을 오가며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미술계 인사들은 이미 한국 작가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바를 토대로 진지하게 질문하거나 적극적으로 쌓여 있는 작품을 꺼내 보기도 했습니다. ○ 프리즈 서울, 현장은 들떴지만 실속은 누구에게? 피카소, 에곤 실레부터 리히터까지 서울에서 보다니! 우선 현장에서 만난 컬렉터, 관람객, 큐레이터 등 사람들의 반응은 들떠있었습니다. 특히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을 인상 깊었던 공간으로 꼽은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피카소와 에곤 실레처럼 누구나 잘 아는 근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관람'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측면이 보였습니다.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서 피카소 같은 고전 작품은 물론 고대 유물까지 볼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데이미언 허스트 나비 작품이 있는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벨기에에서 온 귀여운 컬렉터 부부도 보고 저처럼 소규모로 컬렉팅하는 사람에게는 서울에서 이런 것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즐거운 기회였어요! 저는 작품은 키아프에서 구매할 생각입니다. 젊은 작가인 장종환에 관심이 있어요." (홍진희, 컬렉터) "해외에서 본 프리즈 아트페어는 실험적 느낌이 있어서 전시를 보는 것 같았는데 상대적으로 프리즈 서울은 상업적 느낌이 강했어요. 그럼에도 프리즈 마스터스 홀은 전시장처럼 느껴졌고, 함께 온 큐레이터들 모두 이 공간을 베스트로 꼽았습니다." (강정하,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게오르그 바젤리츠 같은 작품을 집에 두고 보기는 쉽지 않으니, 여기서 지금 샴페인을 들고 앉아서 감상하고 있었어요. 인상 깊었던 부스를 꼽는다면 단연 가고시안 이죠. 애콰벨라 갤러리도 오늘 보니 재밌었어요. 저는 원래 현장보다 pdf나 이메일로 구매를 하는 편이에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또 내가 몰랐던 좋은 가격의 작품이 있나 알아볼 계획입니다. 지금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빅토르 만에 관심이 가네요." (익명 요청, 컬렉터) 1시간 만에 15점 판매한 하우저&워스 유명 작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메가 갤러리' 하우저&워스는 첫 날 판매 리포트를 발표했는데, 오픈 1시간 만에 15점을 팔았다고 합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팔린 작품들 대부분은 한국의 컬렉터나 사립 미술관, 그리고 일부 아시아 컬렉터가 구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판매 작품을 보면...조지 콘도의 'Red Portrait Composition'(2022), 한국의 사립 미술관, 280만 달러니콜라스 파티, 'Clouds'(2022), 아시아 컬렉터, 32만5000달러안젤 오테로, Organic Summer(2022), 한국 사립 컬렉션, 17만5000달러에이버리 싱어, JUUL(2021), 한국 사립 컬렉션, 15만 달러 근데...다 외국 작가에요 현장 취재를 마치고 든 생각은, 프리즈 주최측이 오래 전부터 강조해왔던 '한국 미술과의 연결성' 부분입니다. 사실 어떤 것을 강조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맹점일 수도 있잖아요? 프리즈 서울을 보면서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본다니 즐거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판매'가 되는 것은 외국 작가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즉, 프리즈 서울의 본질이 외국 갤러리가 한국에 와서 작품을 파는 것이라면, 그게 어떻게 한국 미술과 연결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는 거죠. 현장에서 외국 작가에 관심이 간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컬렉터도 많았습니다. "저는 김창열과 마이클 스코긴스 등의 작품을 컬렉팅해왔어요. 제가 기존 소장한 것과 결은 다르지만 뉴욕 기반의 Skarstedt 갤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부스 앞에 KAWS 작품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작품들을 직접 봐서 좋았어요. 미국 작가들이 좋았습니다."(우정우, 컬렉터) 다만 이러한 큰 미술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부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프리즈 서울' 현장에 온 김구림 작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갤러리들은 아무래도 경쟁을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프리즈 아트페어가 달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나와서 작품을 보니 좋아요. 특히 젊은 작가들이 해외에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작품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김구림, 작가) "제가 알고 있던 대만이나 홍콩의 아시아 컬렉터 외에도 못 보던 컬렉터들이 서울을 방문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유럽에서 현장을 취재하러 온 에디터들도 많았어요. 이들이 프리즈만 보지 않고 키아프도 보고 갈테니, 전반적인 붐업이 이뤄지지 않을까요?"(이장욱, 스페이스K 큐레이터) 제작진은 이번주 프리즈 서울을 비롯해 여러 행사들을 취재하며 서울을 찾은 해외 미술인들이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한국 미술'은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미술보다는 K팝과 K컬처 이야기 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고요. 그래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메가 갤러리들을 '메기'로 삼아 한국 미술이 더 긴장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도 들려주세요! ○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찾은 한국 작가의 작업실 이런 가운데 프리즈 서울 개막을 앞둔 8월 31일, 경기도 양평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마케터, 기획자, 작품 판매 플랫폼 운영자 등 다양한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8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Dive into Korean Art'에 참가한 것인데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작가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자인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 정일주 퍼블릭아트 편집장의 이야기와 함께 현장 분위기를 소개드리겠습니다. "프리즈에 가면 이미 보던 것들이 또 나올 거에요" 31일 양평 작업실 방문에는 카린 카람 아트시(Artsy) 글로벌 영업&파트너십 부사장, 지아지아 페이 전 유대인미술관 디지털 디렉터&구겐하임 디지털마케팅 부국장, 크리스찬 루이텐 'Avant Art-online' 창립자, 아론 세자르 영국 델피나 파운데이션 창립이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이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아지아 페이가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하더군요. "'프리즈 서울'은 어차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올 것이고, 그러면 거기서 보게 될 풍경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이미 봤던 것들보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경험하고 싶은데, 작업실 방문이 그런 점에서 좋은 기회죠." (지아지아 페이, 미술관 디지털마케팅 전문가) 이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습니다. 정일주 편집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작가 중엔 아트페어와 전혀 무관한 사람도 짐작보다 많아요. 예를 들어 첫날 작업실을 공개했던 최우람이나 이예승, 김아영, 전준호&문경원의 작품이 프리즈나 키아프에 자주 걸리진 않으니까요. 페어에 맞춰 방문한 인사에게 시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더라도 역량있는 작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정일주, 퍼블릭아트 편집장) 작업실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 특히 이들이 미술관이 아니라 작품이 쌓여 있는 작업실을 찾았다는 것도 새로운 포인트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작업실을 돌아다니다가 작품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 또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 작가의 작품을 두고 미술관 큐레이터는 "우리 미술관 천고가 높아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묻고,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당신 작품을 온라인으로 소개할 때 유의할 점이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재단 이사는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작업을 하면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도 하더라구요. 현장에서는 '한국 미술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으니 온라인으로도 이런 정보를 많이 공유해달라'거나, '해외 미술계와 한국 미술계의 교류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관심은 충분하니, 재밌는 걸 어서 던져달라는 분위기였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점에서 오늘 레터는 한국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계신 작가나 큐레이터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매년 세계에서 800만 명이 찾는 영국 공립 미술관 테이트를 총괄하는 마리아 볼쇼 관장(52·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볼쇼 관장은 “지금처럼 한국 문화가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케이팝은 물론 음식과 스타일이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한 친구 딸이 한국 음악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도 있다. 영국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볼쇼 관장이 이끌고 있는 테이트 미술관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더불어 세계 현대 미술 담론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공공기관이다. 볼쇼 관장은 테이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디렉터로 런던이나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신이 아님에도 2017년 테이트를 30년간 이끈 니컬러스 서로타 경 후임으로 취임해 주목받았다. 이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개최한 ‘KAMA 콘퍼런스: 아트 컬렉팅과 비즈니스’에 참석해 미술관 소장품에 대해 강연한 그는 한국 미술관은 “관객의 호기심을 과소평가하지도, 안전하게 가지도 말고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금 미술관은 어떠한 논쟁이든 벌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친구와 미술관에 갈 때 좋아하는 작품이 일치한 적이 있었나요? 오히려 그 작품이 왜 좋으냐고 논쟁하는 게 대부분이지요. 어떤 작품이 좋고, 어떤 작품은 나쁘다고 정해주는 미술관은 좋지 않은 곳입니다. 건설적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이 바로 미술관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돼 최근 재개관한 테이트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의 설치작품을 터빈홀에서 대규모로 선보였다. 볼쇼 관장은 “지금 한국 미술을 더 많이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향후 기획 전시와 소장품 전시에서 항상 한국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별세한 옛 소련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장례식에 일정상 참석할 수 없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오늘 중앙임상병원에 들러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헌화한 뒤 칼리닌그라드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달 3일 예정된 장례식 전까지 이 병원에 임시 안치된다.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중앙임상병원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시신이 놓인 관 앞에서 고개를 여러 번 숙인 뒤 성호(聖號)를 긋는 영상을 공개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시신이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장례식이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느냐’는 질문에는 “의장대를 비롯한 국장 요소가 일부 포함되고 국가가 장례식 절차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장의 정확한 의미를 바로 대답하긴 어려워 (장례식이 국장으로 승격되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지지 않는다면 1971년 니키타 흐루쇼프 이후 처음으로 옛 소련 최고위직인 공산당 서기장 출신으로 국장이 거부된 사례가 된다. 2007년 사망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텔레비전 생중계까지 했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그의 사망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소련의 몰락을 불러온 데 대해 “소련 붕괴는 20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불렀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만든 재단 측은 “인간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재단과 그의 딸 이리나에 따르면 장례식은 3일 오전 10시 모스크바 중심부 ‘하우스 오브 유니언’ 기둥의 전당에서 진행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체가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올겨울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소비 전력의 약 7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독일 등에 비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낮은 프랑스마저 배급제를 검토할 정도로 유럽의 에너지 사정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사진)는 29일 파리에서 열린 경제인연합회(MEDEF) 연례 총회에서 참석한 경영자들에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에너지 부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에너지 절약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며 배급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프랑스의 전력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1200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른 총리는 “모든 기업은 9월까지 에너지 절약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향후 수개월간 전 산업계가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등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배급제를 강제로 실시하기 전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나서라는 취지다. 다만 갑작스러운 배급제 시행으로 타격을 입을 기업들을 고려해 할당된 에너지를 사고팔 수 있는 ‘에너지 쿼터 거래제’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EU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 트위터에 “다음 달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에너지위원회 특별 회의를 개최한다”며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에너지 시장을 손보기 위해 가스요금 상한제, 전력 시장 개혁 등을 논의할 뜻을 밝혔다. 특히 티너 판더르스트라에턴 벨기에 에너지장관은 “가스요금이 현 수준에서 동결되지 않으면 EU 국가들은 앞으로 5∼10번의 끔찍한 겨울을 겪어야 할 것”이라며 EU 차원의 연대를 강조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파월 긴축’ 쇼크… 주가-환율 요동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월 쇼크’로 휘청거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여파로 미 증시가 추락한 데 이어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을 넘어섰고, 국내 증시는 2% 넘게 급락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급등한 1350.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했다. 하루 상승 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심한 쇼크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26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금리 인상을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며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고 이는 뉴욕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긴축을 시사하자 한국은행도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내 물가상승률이 5%를 훨씬 상회할 경우 파월 의장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면서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54.14포인트) 내린 2,426.89에 장을 마쳤다. 이날 낙폭은 6월 22일(―2.74%)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2.81%(22.56포인트) 내린 779.89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66%)와 대만 자취안지수(―2.3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1% 이상 급락하며 출발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의장이 그렇게 강하게 나올 줄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은이 지난주 빅스텝에 나서지 못한 결과 환율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진단했다.‘파월 후폭풍’ 日-대만 증시 2%대 급락… ‘슈퍼 달러’에 환율 급등 고강도 금리인상 예고에 韓-日-대만증시 2%대 폭락원-달러 환율 1350원 돌파… 13년 4개월만에 처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긴축 의지 표명 여파가 이번 주 첫 거래를 시작한 29일 아시아, 유럽 증시 및 외환 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66%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만 자취안지수(―2.31%), 호주 ASX지수(―1.95%), 홍콩 항셍지수(―0.73%)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럽 증시도 독일 DAX와 프랑스 CAC40 등이 1% 이상 급락하며 출발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한때 109.47까지 상승했다. 20년 만의 최고치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되자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 달러’ 현상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6.93위안 선까지 올라서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에 육박해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달러-엔 환율도 138.80엔을 보이면서 1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더라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파월 의장의 27일(현지 시간) 발언이 아시아 증시와 환율 시장을 직격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엔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고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아시아에서 日 증시 가장 큰 충격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장 초반 전 거래일 종가보다 850엔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오후 들어 일부 회복했지만 3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매도세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의 기대와 다른 파월 의장의 매파(강경파)적 발언에 미국 증시가 지난주 금요일 3%대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최근 1, 2개월간 상승세를 보였던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였다. 특히 이날 일본 증시의 하루 등락 폭은 2개월 반 만에 가장 클 정도로 증시 불안감이 심했다. 다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14%)는 소폭 올랐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가 둔화하자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대출 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하는 등 경기를 뒷받침하는 금융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긴축 정책을 강화하면 중국도 악영향을 피해 가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단 왕 홍콩 항셍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로나19 통제 장기화로 중국 경제 전망은 이미 나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슈퍼 달러’에 위안화-엔화 가치 급락파월 발언 쇼크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달러’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39엔까지 상승했다. 일본이 연 0%대 초저금리 기조를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일 간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엔화를 팔아 달러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구조다. 위안화 가치도 하락했다. 이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7% 오른 6.92위안을 기록했다.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홍콩 역외시장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3위안까지 올랐다. 외신들은 달러-엔 환율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40엔 및 7위안 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긴축 정책으로 더욱 극심한 경제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유인(有人)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첫 단계인 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사진)이 29일 오후 9시 33분(한국 시간) 발사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년 만에 재개된 미국 달 탐사 프로젝트다. 3단계로 구성되며 2025년 우주인 달 착륙이 최종 목표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날 오후 9시 10분부터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와 함께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진행되는 SLS 발사를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팀 연구사, 과학소설(SF) 작가 곽재식 씨와 함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아르테미스 미션을 설명한다.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한다. 1단계인 이번 발사에는 SLS가 실어 나를 우주왕복선 오리온에 사람 대신 남성과 여성 마네킹이 하나씩 실린다. 발사 및 달 궤도 진입 같은 각 과정에서 마네킹에 입힌 우주복을 테스트한다. 사전에 계산된 속도로 SLS와 오리온이 달 궤도를 통과하는지, 케네디우주센터와의 교신은 정상적인지 등도 확인한다. SLS가 달에 떨어뜨릴 실험기기 큐브샛 10개는 달 표면의 물과 자원을 탐사해 정보를 송신한다. 오리온은 임무를 마치면 10월 10일 지구로 돌아온다. SLS는 발사 전 엔진 이상 여부와 발사대 특이사항 등 최종 점검을 27일 마쳤다. SLS는 발사 8시간 전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한다. 발사 10분 전 외부 전력을 끊고 SLS와 오리온이 스스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전환한다. 28일 현재 발사장 주변에 벼락이 떨어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지만 발사 당일엔 하늘이 갤 것으로 예상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 유인(有人)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첫 단계인 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이 29일 오후 9시 33분(한국시간) 발사 예정이다. 아르테미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년 만에 재개된 미국 달 탐사 프로젝트다. 3단계로 구성되며 2025년 우주인 달 착륙이 최종 목표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이날 오후 9시 10분부터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와 함께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진행되는 SLS 발사를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팀 연구사, 과학소설(SF) 작가 곽재식 씨와 함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아르테미스 미션을 설명한다.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한다. 1단계인 이번 발사에는 SLS가 실어 나를 우주왕복선 오리온에 사람 대신 남성과 여성 마네킹이 하나씩 실린다. 발사 및 달 궤도 진입 같은 각 과정에서 마네킹에 입힌 우주복을 테스트한다. 사전에 계산된 속도로 SLS와 오리온이 달 궤도를 통과하는지, 케네디우주센터와의 교신은 정상적인지 등도 확인한다. SLS가 달에 떨어트릴 실험기기 큐브샛(CubeSats) 10개는 달 표면 물과 자원을 탐사해 정보를 송신한다. 오리온은 임무를 마치면 10월 10일 지구로 돌아온다. SLS는 발사 전 엔진 이상 여부와 발사대 특이사항 등 최종 점검을 27일 마쳤다. SLS는 발사 8시간 전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한다. 발사 10분 전 외부 전력을 끊고 SLS와 오리온이 스스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전환한다. 28일 현재 발사장 주변에 벼락이 떨어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지만 발사 당일엔 하늘이 갤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올해 한국, 어쩌면 아시아 미술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일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큰 아트페어가 열리면, 페어 자체도 큰 행사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많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울에 몰려들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그래서 오늘 뉴스레터도 미술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해봤는데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글로벌 경매사 ‘필립스’의 주요 경매를 책임지고 있는 경매사이자, 프라이빗 세일즈 디렉터인 헨리 하일리를 인터뷰로 미리 만났습니다.영국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2008년 필립스에서 일을 시작한 하일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La Dormeuse’가 5780만 달러(약 776억 원)에 낙찰된 2018년 3월 런던 경매는 물론, 최근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악마)가 필립스의 경매가 최고 기록인 8500만 달러(약 1141억 원)를 세운 5월 뉴욕 경매에도 망치(경매봉)를 잡고 있었습니다. 경매사로서 그런 순간을 겪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부터, 그가 보는 미술 시장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봤습니다.1141억 바스키아 작품 경매사, 런던 활동 작가 작품 들고 서울에 오다1. 필립스는 일본의 컬렉터 마에사와 유사쿠가 소장하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무제’의 2022년 5월 경매를 위해 1년 여의 과정을 거쳤다.2. 경매봉이 ‘쾅’하고 내리치며 낙찰되는 순간을 위해 세일즈 담당자부터 카탈로그 편집자, 수장고 관리자까지 수많은 사람이 협업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퍼포먼스는 경매사의 몫이다.3. 팬데믹 이후 미술시장 수요가 폭발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하일리는 올해 10월 런던 경매가 테스트 마켓이 될 것이라고 봤다.아버지가 선물한 경매봉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경매사김민(김): 5월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 작품 ‘무제’(악마) 경매 얘기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 어땠나요?헨리 하일리(하): 모든 경매는 진행 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를 합니다. (이 준비 과정에는 경매를 하기 전 전시를 구성하는 것부터, 카탈로그를 만들고 또 잠재적인 구매자와 협의하는 과정 등 여러 물밑 작업이 있다.) 보통은 6개월을 준비한다면, 바스키아는 1년 여의 기간이 있었죠. 오랫동안 준비했기에 더 설레고, 결국 필립스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작품이 됐습니다.김: 경매 당일엔 어떤 기분이었나요?하: 정말 긴장되었지만, 무척 흥분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 경매가 현장에 가득찬 사람들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었거든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대부분 스크린과 카메라만을 쳐다보며 경매를 했엇죠.김: 현장 분위기도 달랐겠네요.하: 멋졌습니다. 이렇게 큰 작품이 경매에 오르면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함께 고생하기도 했고. 내가 마지막 경매봉을 내려친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김: 2018년 피카소 작품 경매는 어땠나요?하: 젊은 경매사로서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필립스는 원래 동시대 미술 작품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죠. 당시 근대 작품을 다루기 시작한 초기였기 때문에 필립스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김: 중요한 경매를 여러 번 진행했는데, 자기만의 준비하는 방식이 있나요?하: 10년 넘게 경매를 해왔는데,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매사가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준비는… 경매마다 다른 방식이 있어요. 저의 경매 준비를 도와주는 트레이너가 있고, 그녀와 함께 사전 준비는 물론 경매가 끝난 뒤 제 퍼포먼스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시간도 가집니다. 때로는 그녀가 저의 인생 코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김: 혹시 경매봉을 따로 갖고 다니나요?하: 네.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아주 소박한 나무로 만든 경매봉을 갖고 다닙니다. 행운의 상징처럼 어딜 가든 항상 가져가죠.김: 아버지가 선물로 주셨다구요?하: 맞아요. 저희 부모님이 저의 가장 큰 팬이에요. 특히 아버지는 제가 하는 모든 경매의 매분 매초를 꼼꼼히 모니터하세요. 경매봉도 아버지가 주신 건데, 지금은 수많은 상처가 나있어요.김: 혹시 케이스도 따로 있나요? 하: 아니요. 듣고보니 특별한 케이스를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아주 소박한 경매봉이라서 그냥 가방에 넣고 다녀요. 비록 케이스는 없지만 정말 소중히 다루고 있어요. 잃어버리면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 같거든요. 저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했거든요. 일반적인 경매는 물론 기부 경매를 하러 중동이나 몬테네그로에도 가고, 도쿄 뉴욕과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죠.김: 바스키아 작품도 그 경매봉으로 내려쳤겠군요?하: 맞아요.경매봉 내려치기까지, 준비와 순발력 사이김: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경매를 보면 이게 궁금했어요. 치밀한 준비와 순발력, 둘 중에 뭐가 더 중요한가요? 하: 오, 그거 좋은 질문이에요. 왜냐면… 정말 둘 다 중요하거든요. 저는 보통 경매 전날 저 혼자 혹은 코치와 함께 치밀하게 연습을 해요. 모든 출품작을 하나하나 검토하죠. 그래야 ‘준비가 됐다’는 마음이 들거든요. 심리적인 것 같긴 해요.그런데 현장의 반응을 보는 순발력도 정말 중요하고 이건 준비할 수가 없는 부분이에요. 모든 경매에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과 난관이 있어요. 그래서 경매가 다 다르죠. 그래서 현장을 빨리 파악하고는 눈치와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 경매사를 그냥 보면 아주 쉽게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볼 때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보인답니다.이를테면 가격을 살짝 올린 제안을 받아들일 건지, 어떤 것은 거절할 건지, 또 그 뒤에 다시 그 제안으로 돌아갈 것인지, 혹은 좀 더 가격을 높여 부르도록 압박을 할 것인지를 순간순간 판단해야해요. 특히 압박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판단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또 압박을 하면 비드가 나오기도 하니 여기서 엄청난 차이가 생겨나요.게다가 전화로 응찰하는 고객도 있죠. 그럴 때도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해요. 예를 들면 홍콩에서 오는 반응과 뉴욕에서 오는 반응의 속도차가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보디 랭귀지도 봐야해요. 몸짓만 보고 이 사람이 아직 관심이 있는지, 혹은 흥미가 떨어졌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그걸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건 배짱도 있어야 하는 거구요.김: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겠어요.하: 맞아요. 경매를 진행할 때는 모르지만 내려오고나면 극도의 피로가 몰려와요. 엄청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거죠.김: 개인적으로 컬렉팅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호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하: 저는 도자기와 회화 작품을 좋아하는데. 제 컬렉션을 다 공개할 순 없지만 이번에 함께 전시를 여는 영국 갤러리 ‘아티스트룸’의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창립자 마일로 아스테어가 소개하는 예술가들도 흥미로워요. 최근 제가 작품을 소장한 영국 작가 포피 존스(Poppy Jones)도 마일로가 소개한 아티스트에요.아티스트룸은 비교적 젊은 갤러리이고, 함께 준비한 전시도 런던 젊은 작가들의 활기찬 현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국왕립예술학교(RCA)와 슬레이드예술학교를 중심으로, 이곳의 흥미로운 여성 작가들이 많거든요. 런던의 지금 미술 현장이 무척 흥미롭고 이런 부분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김: 전시의 제목이 ‘신 낭만주의자들’(New Romantics)이죠. 제목은 어떻게 붙여졌나요?하: 지금 런던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18세기 낭만주의의 흔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낭만주의가 전통을 깨고 나와서 상상에 더 집중하고, 자연과 풍경으로 돌아가거나, 개인적인 표현을 강조했다는 차원에서요. 지금 젊은 작가들이 이러한 경향을 갖고 있다고 봤습니다.김: 그렇다면 윌리엄 터너나 존 컨스타블 같은 작가와 연관이 있다고 봐도 될까요?하: 맞아요. 즉각적인 느낌을 살린 풍경이나, 초상화도 마찬가지죠. 여기에 더해서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과 문학으로도 확장된 낭만주의 정신도 관련이 있어요. 이번에 소개하는 작가들이 실제로도 서로 친하고 좋은 친구들이거든요.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김: 이번 전시가 런던의 젊은 예술 현장 일부를 볼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군요.하: 정확해요. 몇 년 전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시 ‘Mixing it Up: Painting Today’를 참고하셔도 좋을 거에요. 다만 ‘영국인’ 작가가 아니라 런던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홍콩에서 온 작가도 있고, 중국 본토 출신 작가도 있어요.젊은 작가 선호하는 젊은 컬렉터 두드러지는 한국 시장김: 지금의 미술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팬데믹 직후에는 미술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계속될까요? 아니면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니 컬렉터들이 더 신중해야 할까요?하: 팬데믹 직후에는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심지어 폭발하는 양상을 보여서 저희도 놀랐어요. 필립스뿐 아니라 모든 경매사들이 역대 최고가 기록을 최근에 세웠고요. 필립스는 작년에 12억 달러 성장을 이루었습니다.팬데믹이 시장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준 것은 맞아요. 다만 미술 시장이 또 얼마나 역동적이고, 빠른 시간에 변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죠.미술 시장 팽창에서도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젊은층의 움직임이에요. 최근 20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저는 이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하죠. 팬데믹 상황에는 놀라면서도 기뻤지만, 이제는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 조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10월 런던 경매가 그런 움직임을 실험해보는 ‘테스트 마켓’이 될 것 같습니다.김: 혹시 한국의 ‘아트페어 오픈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하: 네. 한국 시장의 성장이 놀라워요. 지난해 필립스에서도 한국 컬렉터의 경매가 258% 성장했어요. 저희가 이번에 한국에서 전시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요가 폭발하면서 ‘대기 리스트’가 넘쳐나는 상황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더 빨리 경매 시장으로 오는 경향도 있어요.김: 아시아 미술 시장의 특징은 뭐라고 보시나요?하: 아시아에는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가진 밀레니얼 컬렉터가 많다고 생각해요. 3040 컬렉터가 같은 세대 작가를 응원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20대도 있고요.김: 아시아만의 특징인가요?하: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현상은 있습니다. 글로벌한 현상인데,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김: 마지막으로 NFT 예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하: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새로운 매체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일부 작품은 장기적으로 버틸 여지도 있다고 보고. 그런 것들이 크립토 마켓의 양상에 달려있기도 해서. 중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정보신(新)낭만주의자들-New Romantics캐서린 번하드, 이시 우드, 헤르난 바스, 애니 모리스, 다나 슈츠 등 23명2022.8.31 ~ 2022.9.6이유진갤러리필립스·아티스트룸 기획※‘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