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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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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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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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침공한 조국 부끄럽다”… 러 외교관 사임

    20년 경력의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41·사진)가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23일 전격 사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상황에서 얼굴이 알려진 외교관이 공개적인 비판 성명을 내고 사직한 것은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이 상당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 또한 두 달 전 해외 암살단이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를 무력화했다고 보도하는 등 러시아 안팎의 분열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의 러시아대표부에 근무하는 군축 전문가 본다레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교관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2월 24일만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상급자에게 수차례 우려를 제기했지만 ‘파문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러시아 외교관도 나서 주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기소되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그는 “받아주는 나라가 있다면 망명하겠다”며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을 뜻을 밝혔다. 제네바 주재 각국 외교관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러시아 보이콧도 이어졌다. 2007년 러시아에서 첫 매장을 연 후 현재 130개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는 23일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미 맥도널드도 18일 러시아 철수를 밝혔다. 미 군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3월 30일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당시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 63만 km² 중 27%(17만 km²)를 장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일대, 북부 체르노빌, 동부 하르키우 등을 속속 탈환하자 점령지가 대폭 줄었다. 23일 우크라이나 법원은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첫 전쟁범죄 재판 대상자가 된 러시아군 하사 바딤 시시마린(21)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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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탈레반, TV 女진행자 얼굴 가렸다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정책을 펴온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 탈레반이 TV 프로그램 여성 진행자 얼굴도 가렸다.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22일 ‘톨로뉴스’ 같은 아프가니스탄 주요 방송사 여성 앵커들이 이날 눈만 내놓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기자는 영국 BBC에 “오늘은 또 다른 여성 암흑의 날”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도록 한 조치를 21일 방송국으로까지 확대했다. 톨로뉴스 부사장 흐폴와크 사파이는 AFP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톨로뉴스 앵커 소니아 니아지는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인사이동이나 해고될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22일 여성 진행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방송하자 톨로뉴스 일부 남성 앵커와 기자들은 이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마스크를 쓰고 출연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노골적으로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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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 만에 발견된 16세 에곤 실레의 그림[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이번 주 가장 눈여겨 보실만한 소식은 바로 에곤 실레가 10대 때 그린 그림이 수십 년 만에 발견되었다는 뉴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초기작은 어떻게 보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그 다음으로는 무려 2500억 원에 낙찰된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를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16세 에곤 실레의 그림 수십 년만에 발견: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에곤 실레의 16세 때 그림이 거의 90년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그동안 흑백 사진으로만 존재가 알려졌던 그림은 어느 수집가의 컬렉션에서 나와 곧 오스트리아 빈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워홀 매릴린 먼로 2500억 의미는?:미국 출신 예술가 앤디 워홀이 1964년 그린 매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2500억 원에 낙찰되면서 20세기 작품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연이어 ‘블루칩’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서 팬데믹 이후 미술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6세 에곤 실레의 그림 수십 년 만에 발견 에곤 실레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예술가죠.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탐미적이고 화려한 그림을 선보였습니다. 감각적인 선과 색채가 돋보이기도 하지만 노골적인 누드를 그려 ‘문제적 작가’라는 인식을 받기도 했답니다. 그가 16세 때 그린 그림의 실물을 90여 년 만에 다시 발견했다고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박물관이 밝혔습니다.어떤 그림인가요?▲ 아버지가 아닌 삼촌을 그린 이유: 이 그림 속 주인공 레오폴드 치하체크는 에곤 실레의 외삼촌입니다. 실레가 14세 때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치하체크는 실레가 자기처럼 철도 공무원이 되길 원했지만 관심이 없자 포기합니다. 대신 그림에 재능이 있는 것을 발견해 마지못해 실레에게 그림 선생을 붙여줍니다.▲ 그림과 운동 빼고 잘 하는 게 없었던 소년: 실레의 아버지 또한 철도 공무원이자 역장이었답니다. 그 영향인지 실레도 기차를 좋아했지만, 그것을 그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 아버지가 스케치북을 없애 버렸다고 해요. 학교에서도 너무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이어서 ‘이상한 아이’로 여겨졌고, 그림과 운동 말고는 잘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외삼촌의 무심한 듯한 옆모습: 위 그림에서 독특한 것은 ‘피아노 치는 외삼촌’을 바라보는 시점입니다. 만약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을 그린다고 가정한다면, 여러 가지 옵션이 가능하겠죠.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모습, 가만히 서 있는 모습, 혹은 나를 바라보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 등이요. 그런데 이 그림은 마치 몰래 본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외삼촌은 악보만을 바라보며 연주에 몰두하고 있죠. 마치 옆에 있는 에곤 실레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피아노와 외삼촌은 무채색이죠. 이 그림에서 활기를 가진 유일한 부분은 녹색에 리드미컬한 형태로 그려진 식물입니다. 섬세하고 예민해 타인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 드러나는 듯합니다.예술가의 초기 작품, 어떻게 봐야 재밌을까?▲ 초기 작품에서도 천재성, 보일까?▷ 유명한 화가의 초기 작품을 보면 제가 자주 갖곤 하는 궁금증입니다. 그런데 에곤 실레의 그림을 잘 아시는 분들이 보기에 이 초기 작품은 평범하고 밋밋합니다. 16세 학생 때 그린 그림이거든요.▷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렇게 초기 그림에서는 당대 유행했던 화법을 자기식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경우 실레는 인상파적인 화법을 외삼촌을 대상으로 연습해보고 있죠.▷ 아래 그림은 반 고흐의 초기 작품인데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화려한 색채와 굽이치는 붓터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커다란 지붕이 화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자칫하면 답답해보일 수 있는 구성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흐가 피나는 노력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는 점입니다.▲ 흐름을 따라가는 가운데 보이는 성격▷ 초기 작품은 예술가를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로 여겨집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를 형성하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실레의 작품을 예로 든다면, 그 당시 누구나 그렸던 인상파 화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많은 그림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그가 어떤 색채와 구도를 무의식중에 선호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평범한 그림이기 때문에 오히려 ‘특이점’을 더 쉽게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어느 작가의 초기작품을 본다면 한 번 독특한 점을 찾아보세요.에곤 실레가 어떤 그림을 그렸죠?에곤 실레는 자화상을 매우 자주 그렸습니다. 작은 얼굴 안에 꽉 들어차있는 여러 가지 색상이 인상적입니다. 꽈리 꽃의 붉은 색과 얼굴의 붉은 기운이 마주하는 감각적인 균형도 돋보입니다.실레가 빈을 떠나 노이렝바흐로 이주한 뒤 집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집에서 어린 연인과 살았던 실레는 음란한 그림을 그렸다는 혐의로 체포돼 감옥에 살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쏟아질 듯한 집안 가구들이 세련된 일러스트처럼 보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불안했던 그의 삶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워홀 ‘샷 매릴린’ 2500억의 의미는?앤디 워홀이 매릴린 먼로를 그린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 5월 9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95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팔렸습니다. 경매에서 거래된 20세기 미술 작품 중 가장 비싼 가격이라고 하는데요.워홀의 ‘샷 매릴린’을 시작으로 연달아 ‘블루칩’ 작품 경매가 이어지면서, 팬데믹 이후 미술 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경매 결과는 나왔습니다. 미술계는 이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경매 최고가는 맞는데, 예상보다는…당초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가(판매자가 작품을 넘기길 원하는 가격)만 2억 달러(2555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워낙 아이코닉한 작품이니 2017년 4억5000만 달러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답니다. 이러한 여러 관측보다는 조금 못 미친 가격이지요. 그럼에도 20세기 예술 작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사실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거기다 미국의 장기 침체 우려와 주가 하락이라는 상황에도 워홀은 워홀이었네요.그래서 미술 시장은 어떻게?▲ ‘보복 소비’ 기대하는 미술시장: ‘암만 컬렉션’은 스위스 출신의 딜러 토머스&도리스 암만의 소장품을 이야기 합니다. 토머스 암만은 1990년대에 사망했고, 지난해 도리스 암만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진 작품들이 경매에 나오게 됐는데, 이 경매를 전후로 소비 폭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2년 간 억눌린 수요가 적절한 때를 찾을 것”이라면서 말이죠. 그럼에도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최근 며칠간 빅 이벤트들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까진 아니지만 예상가를 뛰어 넘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워홀 작품이 나온 ‘암만 컬렉션’ 경매에서는…▷ 미국 개념미술가 마이크 비들로의 ‘Not Picasso’는 예상가 6만~8만 달러였는데, 130만 달러에 낙찰되었구요.▷ 역시 미국 작가 앤 크레이븐의 ‘I wasn’t Sorry, 2003‘은 예상가 4만 달러인데 68만 달러에 팔렸다고 합니다.▷ 래리 가고시안은 사이 톰블리의 작품을 170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예상가 1500만 달러)▲ 여기다 또 다른 빅 이벤트였던 ’맥로위 컬렉션‘도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약 30여 점이 2억4600만 달러에 팔리면서, 지난해 11월 1차 경매와 합산하면 8억 3500만 달러로 개인 컬렉션으로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 또 다른 블루칩,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 작품 ’무제‘도 18일 필립스 경매에서 예상치 7000만 달러를 뛰어 넘은 8500만 달러에 팔렸다고 합니다. 마에사와 유사쿠가 6년 전 5730만 달러에 매입한 작품입니다. 관건은 예술 작품에 1억 달러 정도를 쓸 수 있는 소수 컬렉터들의 움직임입니다. 이들이 과연 예전 변동기 때처럼 그림을 사들일까요? 시장은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 입니다. 이어지는 소식들도 영감한스푼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국내외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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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촌 한옥과 중국집에서 느끼는 예술가의 흔적[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화창한 봄 날씨가 끝나기 전에 나들이를 떠나려는 독자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서울 내 여러 곳 중 서촌도 날씨 좋은 날 찾을 만한 곳이죠. 특히나 서촌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는 한옥은 여러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입니다.그런데 같은 한옥을 두고도 관심사에 따라 갖게 되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 생각해 보셨나요?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고,또 다른 사람은 도시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새로움에 끌리기도 합니다.누군가는 아담한 한옥 벽 앞에서 셀카를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싶고,내 취향대로 살아보는 한옥 라이프를 꿈꿔보는 사람도 있겠죠.그리고 부동산 가치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그렇다면 예술가들은 한옥을 두고 어떤 영감을 받았을까요? 오늘 소개할 전시는 바로 그런 영감을 세 가지 각도로 가볍게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서촌 한옥집이 준 세 가지 영감가슴이 두근두근: 권순철, 이강소전이강소 작가는 한옥의 벽에 문과 창문, 골목길을 담은 대형 사진을 설치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 사진들은 시멘트 벽, 벽돌, 창틀의 질감에 집중하게 만든다.권순철 작가 의 작품에서도 거친 벽을 연상케 하는 질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질감은 그림 속에서 한국의 역사나 사람들의 얼굴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의미를 형성한다.전시가 열리는 ‘창성동실험실’을 운영하는 이기진 교수는 무채색의 한옥에 경쾌한 색채를 더해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낸다.○ 막힌 벽의 의미를 낯설게 보기이 전시는 서촌의 한옥을 개조한 공간 ‘창성동실험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이곳에서 작년 9월 권순철 작가가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요. 이 때 전시장을 찾았던 이강소 작가가 공간에 상당한 흥미를 갖고, 2인전을 제안하면서 이번 전시가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이강소, 권순철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에 함께 다녔던 선후배 사이로, 1964년 서촌 누하동에서 작업실을 같이 쓰기도 했답니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래와 같은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이강소 작가의 설치 작품 ‘몽유’입니다.원래 이 곳은 한옥의 흰 벽이 세 면으로 둘러싸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강소 작가는 이 곳의 세 벽 사이즈를 측정한 뒤, 공간에 딱 맞는 크기로 사진 작품을 설치했습니다.천정에 켜진 노란 조명 아래 회색빛의 골목길과 시멘트벽이 마치 닫힌 벽이 새로운 공간으로 열린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제목 ‘몽유’(夢流)는 꿈에서 흐르다, 혹은 꿈속을 걷는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한옥집 속 공간을 꿈 등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가져간다는 의도로 해석이 됩니다.이렇게 한 공간을 평소와는 다른 낯선 의미로 변주하는 것은 이강소 작가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1970년대 퍼포먼스 작품 <소멸(선술집)>이 대표적입니다.1973년 이강소 작가가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입니다. 작가는 화랑에 선술집에서 쓰는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관람객에게 막걸리와 안주를 제공합니다. 화랑 앞에는 ‘선술집’이라는 입간판이 내걸렸습니다.그러자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화랑이었던 공간이 의자, 테이블, 그리고 사람들로 인해 한 순간에 선술집으로 바뀐 것이죠. 관객이 완성하는 퍼포먼스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벽 위에 사진으로 만든 다른 벽을 세워 다른 공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관점을 바꾸는 재치가 흥미롭죠. 아마도 이 공간에서 어떤 감흥을 느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작가는 관람객의 몫으로 돌릴 것 같습니다.○ 역사를 담은 두꺼운 벽전시장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비교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두 작가의 작품의 표면에서 볼 수 있는 거친 질감의 각기 다른 의미였습니다.먼저 이강소 작가의 사진 작품에서, 한옥의 하얀 벽과 대조되는 회색의 거친 시멘트벽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실제로 보면 사이즈가 크고, 전시장의 조명이 어두운 편이어서 사진 속 회색 벽의 울퉁불퉁한 질감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이 벽의 뒤편 공간에는 권순철 작가의 작품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권순철 작가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거친 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재밌게도 이 작품의 반짝이는 은빛과 거친 질감은 겉모습만 보면 시멘트벽과 유사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휘몰아치는 듯한 형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여기에 못으로 박힌 목장갑, 공장을 연상케 하는 기계 장치, 하이힐과 깡통이 거친 표면 속에 특정한 사람들의 흔적을 밀어 넣고 있습니다. 목장갑을 끼고 일하는 사람, 혹은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는 사람 등이 그렇겠지요. 이렇게 같은 거친 표면을 두고 두 작가가 받은 각기 다른 영감이 제겐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매끈한 흰 벽 위에 시멘트벽 사진을 세우는 것으로 관객이 다른 느낌을 가져보길 의도하고 그 이상의 개입은 하지 않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는 느낌입니다.이에 반해 권순철 작가는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의 거친 표면 아래 한국이 겪었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작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몸으로 직접 겪은 시대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죠. 권순철 작가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한국인의 얼굴’과 ‘한국성’을 탐구해 온 것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작년 창성동실험실 드로잉 전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서울역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등장하기도 했답니다. 또 권순철 작가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에도, 또 한국에 와서도 인체 드로잉을 매주 하면서 꾸준히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해 왔는데요. 그러한 움직임이 쌓여 추상화처럼 보이는 회화의 거친 표면도 마치 주름진 살갗과 같은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약 60년 전 두 작가가 함께 작업했던 지역에서 다시 만나, 각자가 걸어왔던 길을 압축적으로 나마 돌아보는 것 같은 전시입니다. 여러분도 직접 이 공간에 가셔서 두 작가가 받은 영감, 그리고 내가 한옥에서 받은 영감을 한 번 비교해보세요.○ 창성동실험실과 영화루그런데 제가 레터의 제목을 ‘한옥집이 준 세 가지 영감’이라고 말씀드렸죠?권순철, 이강소 작가 외 나머지 하나의 영감은 바로 이 공간을 꾸려낸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이기진 교수는 2007년 폐가였던 한옥을 고쳐 지금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전시가 열리기도 하고, 때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드는 아지트이자 작업실로 사용되는 재밌는 공간입니다.이기진 교수도 직접 일러스트와 조각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서울 골목길의 아름다움이나, 오래된 것들의 매력을 털어 놓는 저서를 여러 권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갖고 있는 고유의 취향을 이 공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우선 무채색이었을 것 같은 집의 문은 샛노란 페인트로 단장했고, 그 옆에는 초록색 간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옆에는 식물들이 활기를 더하고, 뒤뜰로 나가면 커다란 옹벽 옆에 텃밭과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알록달록한 테이블이 등장합니다.항아리, 물 조리개, 의자와 비누까지. 사소해 보이는 소품 하나도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아마도 이기진 교수의 애정이 깃든 물건들일 가능성이 큽니다.서촌의 또 한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오래된 식당 영화루인데요. 이곳 2층이 바로 과거 이강소, 권순철 작가가 함께했던 작업실이었다고 합니다. 더 이전에는 한묵 작가의 작업실이기도 했다는데요.1950년대에 서촌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았다네요. 그래서 천경자 작가가 지나가다 “한묵 오빠!”라고 부르면 2층에서 한묵 작가가 창문을 열고 내다보고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러면 작가들은 2층으로 몰려가 또 다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네요.지금도 2층이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예술가들의 오래된 흔적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전시 정보가슴이 두근두근: 권순철, 이강소2022.5.3~2022.5.29창성동실험실작품수 10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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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금리 7%대 전망, 한숨 깊어지는 ‘영끌족’

    직장인 김모 씨(30·여)는 4일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3.99%에서 연 4.12%로 3일 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 대출 상담을 할 땐 ‘연 3% 중반’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2월 실제 7900만 원을 대출받았을 땐 연 3.99% 금리를 적용받았다. 석 달 만에 금리가 연 4.12%로 오르면서 연간 이자 부담은 315만2100원에서 325만4800원으로 올랐다. 김 씨는 “앞으로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데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고, 6, 7월 연이은 빅스텝까지 예고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족’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연 7%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6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02∼6.59%다. 지난해 말 연 3.6∼4.978%보다 상단이 1.61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1.359%포인트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증가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61조 원에서 각각 3조3000억 원, 6조5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306만8000원에서 각각 16만4000원, 32만7000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상승기, 새 주담대 고정금리로 받고 정기예금은 만기 짧게” 한숨 커지는 ‘영끌족’美연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 불가피가계대출中 변동금리 81% ‘뇌관’… “장기대출, 고정금리로 갈아타고가격 하락 성장주, 분할 매수를” 신용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현재 연 5%에 육박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보다 0.220∼0.268%포인트 상승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작년 2월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 원을 연 2.94%에 받았다. 올해 2월 만기를 1년 연장하면서 금리가 연 3.99%로 올라 연간 이자가 105만 원 늘었다. 박 씨는 “벌써부터 내년 2월이 걱정돼 한미 기준금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 기준금리 연말 3% 전망”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과 달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20∼5.078%로 작년 말과 비슷하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경쟁을 벌이고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오름폭이 0.17%포인트로 은행채 5년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는 만큼 변동대출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미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연준의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확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달 4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과 상반된다. 이를 반영해 미 시장은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가 연말 3.00∼3.25%까지 오를 확률을 43.2%로 보고 있다. 한 달 만에 확률이 8.8%에서 5배로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향후 3회 안팎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받고 분할 투자해야 한국의 가계부채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80.5%에 달한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2052만 가구의 17.2%인 354만 가구가 ‘적자 가구’라고 밝혔다. 적자 가구의 연평균 경상소득은 4600만 원인데 이 중 원리금 상환액이 4500만 원, 필수 소비지출이 2400만 원, 이자 외 비소비지출이 900만 원이었다. 소득의 98%가 빚 갚는 데 쓰여 금리 상승기에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가파른 만큼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경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출을 갈아탈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돼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가산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 투자는 변동성에 대응하면서도 최근 하락한 자산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정기예금에 가입할 땐 만기를 3개월, 6개월로 짧게 가져가 금리 상승 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성장주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1∼2년 장기로 분할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한미 증시가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20% 안팎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15∼50%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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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이달중 7차 핵실험 할것”… 美국무부-日방위성 경고

    미국 국무부가 북한이 이달 안에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절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르면 이달 내 준비를 마치고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터 대변인은 “미국은 이런 정보를 동맹국에 알렸고, 향후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달 한국과 일본 순방은 미국의 동맹에 대한 안보 약속이 철통같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20일) 직전 핵탄두 소형화 성공 여부를 확인할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N도 전날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풍계리에서 인력과 차량 움직임이 위성을 통해 포착됐다”며 “이달 말 핵실험이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7일 “일본 방위성은 미국과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르면 이달 중 핵실험 준비를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 북한의 이웃 및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규탄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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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숨 커지는 ‘영끌족’…“새 주담대 고정금리 받고 예금 만기 짧게”

    직장인 김모 씨(30·여)는 4일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3.99%에서 연 4.12%로 3일 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 대출 상담을 할 땐 ‘연 3% 중반’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2월 실제 대출을 받았을 땐 연 3.99% 금리를 적용받았다. 3달 만에 금리가 연 4.12%로 오르면서 연간 이자 부담은 315만2100원에서 325만4800원으로 올랐다. 김 씨는 “앞으로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데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고, 6, 7월 연이은 빅스텝까지 예고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연 7%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6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4.02∼6.59%다. 지난해 말 연 3.6∼4.978%보다 상단이 1.61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1.359%포인트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5%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0.22~0.268%포인트 상승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어느 때보다 한미 통화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작년 2월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 원을 연 2.94%에 받았다. 올해 2월 만기를 1년 연장하면서 금리가 연 3.99%로 올라 연간 이자가 105만 원 늘었다. 박 씨는 “벌써부터 내년 2월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 기준금리 연말 3% 전망”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과 달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2∼5.078%로 작년 말과 비슷하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경쟁을 벌이고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오름폭이 0.17%포인트로 은행채 5년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금리 역시 중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이는 시중은행의 조달 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연준의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확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달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 상반된다. 이를 반영해 미 시장은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가 연말 3.00~3.25%까지 오를 확률을 43.2%로 보고 있다. 한달 만에 확률이 8.8%에서 5배로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향후 3회 안팎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받고 분할 투자해야 올해 1월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보다 6조4000억 원 증가한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21만9000원으로 32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80.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땐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기조를 가져가라고 조언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만기가 2년 이상 남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낫다. 다만 대출을 갈아탈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돼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가산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정기예금에 가입할 땐 만기를 3개월, 6개월로 짧게 가져가 금리 상승 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성장주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1~2년 장기로 분할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한미 증시가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20%안팎 하락한 감안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시점보다 15~50%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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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한 번 냉정하게 볼까요[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새롭게 개편된 영감한스푼 ‘이번주 미술계’를 보내드립니다.이번주 가장 눈여겨 보실만한 소식은 바로 앙리 마티스의 대규모 회고전이 미국과 프랑스 파리, 니스 세 곳의 미술관을 순회하며 열린다는 뉴스입니다. 마티스의 예술세계가 무르익은 1930년대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라고 하네요.그 다음으로는 지난달 개막한 미술계 큰 행사 중 하나인 베니스비엔날레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앙리 마티스 전시:올해는 미국 필라델피아, 뉴욕에서 그리고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에서 마티스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어요.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체크해보세요!베니스 비엔날레, 냉정하게 볼까요 :2년 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 권위의 비엔날레’ 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해외 미술계에서는 크게 보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 세계 작가들이 모이는 주요 행사는 맞지만, 권위에는 의문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를 냉정하게 한 번 바라보겠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티스 전시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립니다! 얼마전 한국에서 열린 드로잉전을 영감한스푼에서 다뤘는데요.마티스의 진면목은 색채죠. 올해 미국이나 내년 프랑스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정을 체크해보세요. 직접 가지 않으시더라도 주요 작품 자료가 공개되면 ‘영감한스푼’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전시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올해는 미국의 두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립니다.▲ 1930년대의 마티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2022.10.19~2023.01.29▲ 빨간 스튜디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2.05.01~2022.09.10▷ ‘1930년대의 마티스’ 전은 내년에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2023.02.27-05.29), 프랑스 니스 마티스미술관(2023.06.23-09.24)으로 순회를 합니다.▷ ‘빨간 스튜디오’전은 올해 하반기에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미술관(2022.10.13~2023.02.26)으로 순회를 합니다.전시 내용이 궁금해요1930년대의 마티스는 작품 100여 점과 다큐멘터리 사진,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라고 합니다. 마티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춤’이 1931~33년 그려졌답니다. 이 무렵 마티스는 여성 초상화를 넘어 ‘춤’처럼 더 과감한 예술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전시입니다.빨간 스튜디오는 마티스의 1911년 작품 속에 있는 그림 6점과 조각 3점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마티스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에 대해 “그림을 보고 작업실에 온 사람들은 항상 두리번거렸고 나는 ‘빨간색은 없습니다’라고 말해주곤 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현실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감각에 따라 그린다는 것을 말하는 이야기죠. 그림 속 작품을 실제와 비교해보며 작가의 감각을 직접 가늠해볼 수 있을 전시입니다.마티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 프랑스 북부 르 샤토 캉브레라는 지역에서 태어난 마티스의 부모님은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열심히 노력하며 가게를 키운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입니다. 이 가게 한 켠에서 물감을 팔아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색채를 접했다고 합니다.▲ 마티스 가문의 바보x3: 상업으로 성공한 마티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이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잠시 일하지만 결국 파리로 가 그림 공부를 시작하죠.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사람들은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앙리 마티스를 ‘삼중 바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늦깎이 미술학도: 집안의 반대로 늦게 미술학교에 입학한 마티스는 ‘남들처럼 그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끊임없이 절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노력했고요. 그는 “누가 뭐라해도 작업만이 살 길이다.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빠져나올 길은 그림밖에 없다.”고도 했었답니다.▲ 타협하지 않은 자유 영혼: 마티스가 ‘야수파’로도 잘 알려져 있죠. 당시 그림에 비하면 색채도 폭력적이라 할 정도로 강렬하고, 형태도 모든 군더더기를 걷어낸 벌거벗은 듯한 조형언어입니다. 지루함, 반복을 경멸했던 마티스는 항상 새로운 것, 이전에 없던 것을 위해 비난을 받더라도 밀고나간 자유 영혼이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냉정하게 볼까요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하고, 최고 작가와 최고 국가관 상이 각각 미국 작가 사이먼 리와 영국관 소니아 보이스에게로 돌아갔습니다.2년 마다 열리는 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는 전세계 미술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지만, 정말 그렇게 중요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겠습니다.베니스 비엔날레가 무엇인가요?베니스 비엔날레는 1893년 바티칸시가 시작한 ‘이탈리아 예술 격년전’이 출발입니다. 이 전시는 다음해 외국인 작가도 참가를 할 수 있게 되고, 또 그 이후에는 각 국에서 ‘국가관’을 만들어 전시장을 열면서 대규모 국제 전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이처럼 오랜 역사와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로버트 라우셴버그, 백남준 등 유명 작가들이 거쳐간 흔적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권위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권위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베니스를 향한 의문의 시각들▲ 예술도 올림픽이 되나요? : 베니스 비엔날레를 두고 미술계 사람들은 흔히 ‘미술 올림픽’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올림픽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우선 국가별로 전시관을 구성한다는 점, 그리고 비엔날레가 개막하면 이들 국가관 중 몇 곳을 선별해 상을 준다는 점이 올림픽과 아주 유사합니다.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개별적 가치관과 작가의 고유 조형 언어로 작품 세계를 펼치는 예술을 1,2,3등으로 줄을 세울 수 있을까요? 그것은 누가 정하는 것이죠? (심사위원이 정하긴 합니다만) 그 심사위원은 누가 결정하나요?▲ 과거의 영광을 붙잡으려는 간절한 몸부림 : 누가 예술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누구’를 조명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탈리아가 주최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한데요. 여기에는 세계 미술사의 역학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베니스 비엔날레가 처음 개최될 무렵 프랑스 파리에서는 인상파가 태동했죠. 이 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미술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국가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지는 점차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로 넘어오게 됩니다.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바티칸시가 국제전을 개최한 것은 여전히 ‘미술 권위국’으로서의 영광을 붙잡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을 떠나 전 세계로 확장된 미술사에서는 사실 가느다란 지푸라기를 잡는 것과도 같은 일이지요.▲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나 :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장 많이 제기되는 비판이 바로 ‘돈’ 문제 입니다. 비엔날레측은 각 국가관에 전시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겠지요.각 국은 스스로 예산을 마련해 전시에 참여하는데, 이탈리아가 주도권을 쥔 게임에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시장이 개입을 하게 됩니다. 작품을 판매하려는 대형 갤러리나 기업이 후원을 하게 되는 것이죠.이 때문에 베니스 비엔날레는 공공 국제전이 아니라 사실상 시장 홍보전으로 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로 베니스 비엔날레는 1942년부터 1968년까지 직접 작품 판매를 중개했고, 10% 수수료를 가져갔습니다. 1968년 판매 금지가 되면서 자금 조달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전시 후원’의 형태로 간접적 판매 홍보가 이뤄지게 됐습니다.또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비슷한 시기에 국제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열리게 되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작가의 작품이 아트바젤에서 판매되는 모습을 매우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이에 파올로 바라타 베니스 비엔날레 대표는 “우리는 시장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시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시장이 비엔날레를 이용하는 것도 알기에 필요하다면 주류를 벗어난 방향을 갈 것”이라고 2019년 밝히기도 했답니다.※ ‘영감 한 스푼’은 국내외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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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마리우폴 주민 4만명 시베리아·사할린섬 등으로 강제 이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주민 4만 명을 8000km 떨어진 시베리아, 사할린섬 등으로 변방의 극동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노역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옛 소련이 연해주 일대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것과 판박이다. 러시아군이 봉쇄중인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습기찬 지하실에서 시체가 썩어나가는 처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제철소 생존자들이 증언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시민 4만 명을 시베리아 등으로 끌고 가 강제로 이민 증명서를 발급한 후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낙후된 지역으로 이주시켜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이들을 인질삼아 추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BBC는 러시아군이 체첸 침공 때도 수천 명의 민간인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며 “강제 이주는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최근 러시아가 민간인 대피를 허용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탈출한 시민 127명은 3일 남동부 자포리자에 도착했다. 이들은 나치 독일도 이 정도로 민간인을 탄압하지 않았다며 제철소 상황이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제철소 직원 세르게이 쿠즈멘코 씨는 CNN에 “2개월 째 환기가 되지 않는 습기가 많은 지하 벙커에서 시체가 썩어갔다. 다친 군인도 가득하다”고 참상을 전했다. 아직 200명의 민간인이 통조림, 설탕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고도 했다. 3일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는 290구의 민간인 시신이 추가로 발견돼 러시아의 만행이 거듭 지탄받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서부 르비우 내 발전소 3곳도 공격해 도시 대부분의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폴란드 등을 거쳐 보급되는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을 막기 위한 공격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 남부 앨라배마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아 현 사태가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유용하게 쓰고 있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생산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서방 지도자 중 최초로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명연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며 지금이 ‘최고의 시간(finest hour)’”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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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 모양으로 놓인 시신들… “우크라 하르키우, 야외 영안실 같았다”

    “검게 그을린 차와 길 한복판에 널브러진 시신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은 야외 영안실을 방불케 했다.” 러시아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이 몇 주간 격전을 벌인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참혹하게 변했다고 2일(현지 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 한 지역에서는 ‘Z’ 모양으로 놓인 시신 4구가 최근 양국 군 교전이 치열했던 장소에서 발견됐다. Z는 러시아 군용차나 전차에 그려진 표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러시아인들이 주로 쓰고 있다. 이 시신들은 러시아군이 착용하는 흰색 완장을 팔에 두르고 있었고 곁에는 러시아 군용 의료키트가 놓여 있었다. AP통신은 사망자 국적이나 신원이 불분명하지만 망자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도시 곳곳에서 신원은 물론 사인도 파악할 수 없는 시신들이 발견됐다. 대(對)전차 장애물 위에 불에 그슬린 남성 시신이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고, 폭격 받은 아파트 안에서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있었다. AP통신은 “매일 폭격과 공습이 벌어진 하르키우에서는 누구나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 있었음을 남은 흔적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CNN에 “최근 24~48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하르키우 동부 40㎞까지 몰아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손실이 있었지만 하르키우 북동부 대부분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러시아군의 추가 공격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군사 요충지 이지움에서 국경까지 이어지는 러시아군 보급로 가깡이에 병력을 더 배치할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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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외 마스크, 60세이상-백신 미접종자는 계속 쓰는 게 안전”

    2일부터 실외 ‘노마스크’가 대부분 허용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에게는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적극 권고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고령층, 백신 미접종자, 면역저하자 등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기준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사람은 약 981만 명(해당 연령대의 76.1%)에 이른다. 최근 일주일(4월 25일∼5월 1일)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23.6%를 차지했다. 영국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3차 접종 5개월(20주) 후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은 대부분 지난해 12월 3차 접종을 받았다. 이미 3차 접종 후 5개월가량 시간이 지나 접종 효과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코로나19 고위험군과 같이 산다면 실외에서도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전파 위험을 막기 위해 마스크 쓰고 외출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 또 실외에서 1m 이상 거리 두기가 어려울 때, 운동이나 함성 등으로 비말(침방울)이 많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실었다. WP는 “또 다른 변이가 언제 어느 정도의 전염성과 심각성을 갖고 나타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50개 주(州) 중 47곳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1일부터 자가검사키트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4일 자가검사키트 가격 지정(6000원) 조치도 해제했다. 1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7771명으로 집계됐다. 1주 전(24일 6만4704명)보다 3만 명 가까이 줄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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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자유언론 역할 어느때보다 중요… 대중의 적 아냐” 트럼프-푸틴 겨냥 ‘저격’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한 만찬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6년 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강한 조롱과 비판이 섞인 농담에서 유쾌하게 웃으며 “자유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 정보가 급증하면서 민주주의에 독이 되고 있다. 자유 언론은 ‘대중의 적(enemy of people)’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대중의 적이라고 폄훼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를 전면 통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언론을 적대시하는 한국 정치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사회를 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자신의 지지율 급락을 야기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혼란상을 빗대 “오늘 자리를 뜰 때 조심하라. 이 정부는 탈출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하자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노아가 ‘당신이 집권한 후 가스비, 집세, 음식값 등이 전부 올랐다’고 꼬집어도 개의치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아에게 “여기는 러시아 모스크바가 아니다. 미 대통령을 비판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며 언론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중요하다고 했다. 노아 역시 “미국에서는 설사 권력자를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진실을 말할 권리가 있다. 미 대통령을 놀렸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낮은 지지율은 물론이고 야당 공화당 지지층이 자신을 조롱할 때 쓰는 용어 ‘레츠고 브랜든’까지 언급하며 이른바 ‘자학 개그’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취재하다 3월 러시아군의 공격에 숨진 전 뉴욕타임스(NYT) 영상 기자 브렌트 르노 등을 기리는 영상도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언론인을 더 존경하게 됐다며 “기자들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만찬은 1921년부터 시작됐지만 주류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내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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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 “팬데믹 또 올것… 글로벌예방팀 만들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67)가 다음 달 3일 출간하는 책 ‘다음 팬데믹을 방지할 방법(How to Prevent The Next Pandemic)’에서 ‘글로벌 전염병 예방팀’ 설립 등 8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26일(현지 시간) 영국 더타임스가 책 요약본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게이츠는 “우리가 다음에 겪게 될 전염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거나 치명률이 더 높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바이오테러리즘의 형태로 인간이 만들어 전파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망각하기 전에 빨리 다음 전염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책에서 8가지의 예방책을 제안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연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를 투자해 글로벌 전염병 예방팀을 만들자는 것이다. ‘Germ(Global epidemic response and mobilisation)’이라는 팀 이름도 제시했다. 게이츠는 “전염병은 마치 불이 번지듯 한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급격하게 번진다”며 “소방수가 불을 끄듯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염병학, 유전학, 약물 및 백신 개발 등의 분야에서 3000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전염병 감시 및 경보, 정보 공유, 정책 권고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구상도 내놓았다. 또 팀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로 운영되며 다양한 지역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탈(脫)중앙화 조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는 팀 운영에 필요할 예산 10억 달러에 대해서는 “세계 연간 국방비 지출의 1000분의 1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전염병이 전 세계에 미치는 수조 달러의 피해를 생각하면 저렴한 비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터진 것은 똑똑한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그 외에도 △개별 국가가 7일 내 전염병을 감지 △(거리 두기 등 조치로) 환자를 즉각 보호할 방법 마련 △기존 치료제 활용 가능성 검토 △접근성 높은 백신 개발 △팬데믹 모의훈련 도입 △빈곤국 감염병 퇴치 △국가별 전염병 방지책 마련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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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머스크의 인수 제안 곧 수용할 듯”… 금액 53조원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창업주의 430억 달러(약 53조8900억 원)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빠르면 이날 중으로 타결 소식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약 8200만 명의 트위터 추종자를 보유했으며 이미 지분 9.2%도 소유한 트위터의 개인 최대 주주다. 그는 15일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 총 4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하며 거부하자 추종자, 누리꾼, 일부 주주들에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신뢰받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여론전을 펼쳤다. 머스크가 21일 테슬라 주식 일부 등을 팔아 인수자금을 대겠다고 밝히고, 잭 도시 트위터 창업주도 머스크를 두둔하면서 이사회의 기류 또한 인수 허용 쪽으로 바뀌었다. 머스크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개편하고 자신이 투자한 암호화폐 도지코인을 결제 옵션에 추가하는 방안 등을 도입할 뜻을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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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이사회, 빠르면 25일 머스크 인수 허용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의 430억 달러(약 53조8900억 원)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빠르면 이날 중으로 타결 소식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약 8200만 명의 트위터 추종자를 보유했으며 이미 지분 9.2%도 보유한 트위터의 개인 최대 주주다. 그는 15일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 총 4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하며 거부하자 추종자, 누리꾼, 일부 주주들에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신뢰받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여론전을 펼쳤다. 머스크가 21일 테슬라 주식 일부 등을 팔아 인수 자금을 대겠다고 밝히고, 잭 도시 트위터 창업주 또한 머스크를 두둔하면서 이사회의 기류 또한 인수 허용 쪽으로 바뀌었다. 머스크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개편하고, 자신이 투자한 암호화폐 도지코인을 결제 옵션에 추가하는 방안 등을 도입할 뜻을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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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새가 되고 싶었던 어느 조각가 이야기[영감 한 스푼]

    7년 전 권진규 작가의 동생 권경숙 여사(95)는 ‘해바라기 울타리나 꽃밭을 만든다’는 조건으로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한 독지가에게 오빠의 작품을 맡깁니다. 해바라기는 오빠가 살아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꽃입니다.그런데 미술관은 지어지지 않았고, 권 여사는 해바라기 심은 미술관을 지어주겠다던 독지가를 상대로 작품 반환을 요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오빠의 작품들이 대부업체 창고에 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1년 여의 법정 공방이 있고서야 오빠의 작품은 다시 유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2020년, 권진규의 유족은 이 작품들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합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이 이제는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 자산이 된 것입니다.지금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전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전시장에서 한 사람이 평생 겪어야만 했던 지독한 외로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오늘은 들려드리겠습니다.영감 한 스푼 미리 보기: 파랑새를 기다리며 겪은 지독한 외로움권진규1. 무사시노대에서 앙트완 부르델의 제자 시미즈 다카시에게 조각을 배운 권진규는 재야단체 공모전이나 이치요오회 미술전람회에서 입상하며 일본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았다.2. 1959년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조각에 대해 낯설어했던 한국 사회 분위기와 계파를 나누어 갈등했던 미술계의 분위기 속에서 발 딛을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3. 그럼에도 자신이 추구했던 방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면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 결국 사후에 주목을 받게 된 작가는 이제는 가족의 노력으로 다시 한 번 세상과 만나고 있다.○ 무릎을 구부리고 아이들과 시선을 맞춘 청년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시간 순서대로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작가의 생애를 가늠해보기 좋은데요. 저 역시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직접 대면하니,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위 사진의 작품은 말의 머리를 조각한 것인데요. 말의 근육이나 피부, 갈기의 디테일을 살리기 보다는 돌의 질감을 활용하면서 중요한 부분만을 강조해서 표현한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콧김을 내뿜으며 펄떡이는 말 보다는, 건초를 씹으며 쉬고 있는 듯한 온순한 말이 떠오릅니다.이러한 권진규 작품을 두고 일본의 동료들은 ‘신라’를 떠올렸다고 합니다.“미술 학교 시절, 돌을 쪼고 있을 때다. 일본의 조각가들이 너는 틀림없이 신라의 후손이구나 하는 말에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귀국해서 (…)우리 동포들은 돌에 대해 어떠한 천분(天分)을 갖고 있는 것을 느꼈다. 축대를 쌓고 있는 이름 없는 석공의 그 솜씨는 석굴암의 그 거장들에 통하는 것이 아닐까.”그의 따뜻한 성정에 대해서는 조카 허경회 씨의 저서 ‘권진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는 외삼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1959년 공항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권진규는 1959년 초가을 한국으로 돌아와 (…) 김포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는 서른일곱 살 외삼촌이었고 나는 다섯 살 난 조카였다. 그는 우리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기 위해 무릎을 굽혀 사진을 찍었다. 요새는 그런 어른들이 더러 있지만 그 때는 거의 없었다.”또 전시장 입구에는 ‘도모’라는 이름의 여인 얼굴 조각상을 여러 점 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의 모델 도모는 권진규가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할 때 만난 같은 미술 학도이자, 후에 첫 아내가 되는 여인입니다. 도모와 권진규는 가난한 가운데에도 함께 음악을 들으러 다니며 낭만을 잃지 않았습니다. 권진규의 초기 작품에서는 이런 시절의 따스함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지독한 외로움을 안긴 파랑새 그런데 이런 따스함 와중에도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조각을 위해 그렸을 드로잉인데요. 작가 스스로의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작가가 아직 일본에 있을 때 그려진 것으로, 굵은 목선은 조각가로서 인정을 받았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권진규는 1953년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 최고의 재야단체 공모전 ‘니카전’에서 특대상을 받고, 1958년에는 이치요오회 미술전람회에서 ‘이치요오상’을 받습니다.그런데 아주 날카로운 눈매와 작은 입, 그리고 턱 주변에 그어진 선은 어딘가 불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만의 해석일 수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에서 일본의 조선인이라는 신분의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봅니다. 그가 일본 조각가들이 자신에게 ‘신라의 후예’라고 한 것에 순간 불쾌함을 느낀 것도 차별적인 발언일 가능성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권경숙 여사의 회고에 따르면 어린 시절 권진규는 밝고 명랑한, 막내 여동생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 오빠였다고 합니다. 또 춘천공립중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 총 대표, 기숙사 대표도 맡았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가 어느 순간 과묵함 속으로 침잠하게 됐고, 가족들은 그 계기를 어렴풋이나마 일제 강점기의 한 사건 이후로 추측합니다. 바로 일본에 머물던 시절 강제 노역을 당한 사건입니다.“권진규는 도쿄 시내 신바시에서 일본 경찰 순사에게 붙잡혔다. 그는 다치카와 시에 있는 비행기 부품공장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1년 가까이 강제 노역을 하다 이듬해 여름 탈출에 성공한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 함흥으로 돌아왔고 (…) 1년 동안 해방되는 날까지 그는 일꾼들 틈에 끼여 도망자 생활을 하게 된다.” 귀국한 이후에 작가는 더욱 고립된 삶을 살게 됩니다. 1959년 홀로 된 어머니를 모셔기도 해야 했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고국에서 펼치겠다는 꿈을 안고 작가는 한국에 옵니다. 이 때 일본인이었던 도모가 한국에 올 수 없어 그녀와 이별해야 했습니다.이후 작업실을 마련하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또 영화 소품을 제작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지만 경제사정은 나아지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한국이 조각 작품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미술계는 각자 분파가 나뉘어 있었고, 그 속에 들어가야만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그러나 스스로의 작품에 자신이 있었던 권진규는 그런 세태에 타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의 등용문이었던 국전에도 작품을 내지 않고, 작업실에서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 작품 활동에 몰두합니다. 그러다 제자들을 모델로 삼아 흉상을 제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들은 모델을 만나본 적이 없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생김새를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 표현에 공을 들였습니다. 작가는 마치 이런 작품들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1972년 자신의 시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허영과 종교로 치장한 모델, 그 모델의 껍데기를 나풀 나풀벗기면서 진흙을 발라야 한다. 두툼한 입술에서 욕정을 도려내고정화수로 뱀 같은 눈언저리를 닦아내야겠다. 모가지의 길이가몇 치쯤 아쉽다. 송곳으로 찔러 보아도 피가 솟아나올 것 같지 않다.(…)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가마)에 화장하면 그 어느 것은회개승화하여 천사처럼 나타나는 실존을 나는 어루만진다.”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모델이 스스로를 치장한 것들을 벗겨내고 (작가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모습으로 진흙을 발라 가마에 넣으면 천사같은 실존이 나온다는 것입니다.이 시를 썼을 때 이미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난 시기인데요. 작가는 자신의 이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그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를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마치 수도승처럼 작업실로 숨어 들었죠.작가의 모델을 섰던 한 제자는 권진규가 이따금씩 “너는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라”고 말했다고 회고합니다. 참 쓸쓸한 말입니다.앞서 보여드린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건칠을 되풀이 하면서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까막까치가 꿈의 파랑새(청조)를 닮아 하늘로 날아 보내겠다는 것이다.”작가는 끝끝내 봄과 파랑새를 기다리며,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작업을 계속 했습니다.○ 허무를 덜어준 가족 권진규는 살아있을 때 일본과 한국에서 3번의 개인전을 엽니다. 일본 전시는 무사시노학교의 교우와 스승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주목을 받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개인전은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이후 동상 제작, 해외 전시 등 여러 제안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그러다 1973년, 고려대학교 박물관과 이곳 교수 박혜일이 작품을 구입합니다. 박물관이 현대미술실을 개관하는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5월 3일, 기념 전시가 열리고 권진규의 작품 3점이 전시됩니다. 개막식에 점퍼를 입고 참석했던 작가는 다음날 작업실에서 생을 마감합니다.계단에는 “경숙에게, 향후의 일을 부탁한다. 적지만 이것으로 후처리를 해 주세요. 화장해 모든 흔적을 지워주세요”라고 적힌 유서와 30여 만원이 올려져 있었습니다.권진규 작가는 생전 동생 경숙에게 “내 작품이 내 자식이고, 네 자식들보다 오래 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권경숙 여사는 오빠의 말을 실현하기 위해 권진규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으기 시작합니다.2005년에는 무사시노미술학교 이사장 다나카 세이지를 수소문해 그의 딸을 찾습니다. 권진규가 학교를 졸업할 때 다나카 세이지가 구매한 작품 3점을 딸은 가족에게 돌려줍니다. 또 2017년에는 사망한 도모의 남편을 찾아가 그녀가 간직했던 권진규 작품 20여 점을 한국으로 가져옵니다.‘인생은 공(空)’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작가의 허무를 달래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이후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웠던 권진규의 작품은 이제 유가족의 기증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그의 조카 허경회 씨는 “이제 서울 시민이 모두 함께 권진규의 유족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권진규의 지독하게 외로웠지만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전시장에서 한 번 만나보세요.※ 전시 정보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2022.3.24~2022.5.22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작품수 240여 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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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러 재무 연설에… 자리 박찬 美-英-EU, 자리 지킨 한-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국제기구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수장이 2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집단 퇴장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 국제 금융계 거물이 퇴장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계인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가세했다.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 등은 이날 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사진)의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을 떠났다. 특별 초청된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 또한 퇴장했으며, 화상으로 참석한 일부 국가의 경제 수장은 잠시 카메라를 끄는 행위로 동참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루아노프 장관의 발언 전 연설을 마친 상태였지만 퇴장하지는 않았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3개국 재무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국가가 집단 퇴장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은 G20에 여전히 러시아의 친구도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대표단과 만나 러시아의 잔혹한 침공 행위를 규탄하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예전 같은 대접을 받긴 어려워졌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21일 마르첸코 장관과 회동을 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의 조치를 지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고립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러시아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캐나다 프릴랜드 부총리는 러시아 관료들에게 “방관으로 전쟁범죄에 공모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실루아노프 장관은 “경제기구인 G20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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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파월, G20 러 재무장관 연설에 ‘항의 퇴장’… 홍남기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기구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수장이 2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러시아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 국제 금융계 거물이 모조리 퇴장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계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가세했다.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 등은 이날 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의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회의장을 떠났다. 특별 초청된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 또한 자리를 떴다. 역시 화상으로 참석한 일부 국가의 경제 수장은 잠시 카메라를 끄는 행위로 동참했다. 옐런 장관은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대표단과 만나 러시아의 잔혹한 침공 행위를 규탄하고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가 예전 같은 대접을 받긴 어려워졌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21일 마르첸코 장관과 회동을 갖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 또한 “옐런 장관의 조치를 지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고립됐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회의장 밖에서도 러시아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리랜드 장관은 러시아 관료들에게 “방관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공모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주요 7개국(G7) 중에서 독일, 일본, 이탈리아 3개국 재무장관이 자리를 지켰다. G20 차원의 러시아 규탄 공동성명 채택 또한 이뤄지지 못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의 발언 전 연설을 마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퇴장하지 않았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경제 기구인 G20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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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태 “해외여행객에 PCR 요구는 난센스… 한국정부, 항공기탑승객 코로나규제 풀어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여행객이 한국으로 귀국할 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은 ‘난센스’”라며 한국 정부가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팬데믹 상황에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아시아 내 경쟁 국가에 비해 너무 천천히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FT 보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휴양지로 떠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새 대응 체계에 따르면 해외입국자는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2차례 받아야 하고 6월 1일부터는 1차례 검사를 받는다. 조 회장은 또 대한항공이 향후 3개월간 탑승 예약이 꽉 차 있음에도 탑승객 수 제한 때문에 항공기를 추가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는) 기존 수용량의 80∼90%는 열어야 하는데 지금은 25%에 머물러 있으며 항공권을 더 판매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18일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낮춰 일반 의료 체계로 전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했지만 탑승객 수 제한은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우려에 대해 조 회장은 “치열한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합병은 대한항공에 기회이며 장기적 생존을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에 9개 항공사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전체 국제선 323개 노선 중 32개에서 점유율이 50%를 넘고, 7개 노선은 점유율이 100%에 달해 독과점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일부 노선 운수권과 슬롯 반납, 운임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심사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은 “미국 규제 당국과의 협상이 쉽진 않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대한항공이 빈 여객기를 이용해 마스크와 진단키트 수십억 장을 운송했다”며 미 당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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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쓰비시, ‘징용 배상’ 자산 매각명령에 불복 재항고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를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의 명령에 불복해 한국 대법원에 재항고했다고 일본 NHK 등이 16일 보도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NHK에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재항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9월 대전지법은 강제노역 피해자 김성주(93), 양금덕(93) 할머니를 위해 압류된 미쓰비시중공업의 5억여 원 상당 채권을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즉시 항고했고, 올 1월 대전지법이 이를 기각하자 다시 항고한 것이다. 두 할머니는 1944년 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돼 일본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끌려갔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8년 11월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2019년 두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번 재항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되면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재항고 재판 진행 중에는 채권을 매각할 수 없어 실제 배상을 위한 현금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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