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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30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우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대변인실 명의의 긴급 공지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과학적, 정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20일 입장보다 한층 강경해졌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독도 문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폐지를 거론하며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교도통신이 “윤 대통령이 방일 중이던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을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일본에서 어떤 이유로 언론플레이인지 재탕인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우리 언론이 꼭 부화뇌동할 필요가 있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교도통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측이 언론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 언론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우리 외교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굴욕 외교의 진상을 낱낱이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하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위안부 합의 문제,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 항의 한마디 못 하고 일본에 끌려다닐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30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우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대변인실 명의로 긴급 공지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과학적, 정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20일 입장보다 한층 강경해졌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독도 문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폐지를 거론하며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교도통신이 “윤 대통령이 방일 중이던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을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일본에서 어떤 이유로 언론플레이인지 재탕인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우리 언론이 꼭 부화뇌동할 필요가 있나”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교도통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측이 언론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 언론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우리 외교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20일만 해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과학적 조사에 한국 전문가가 포함되고 한일 간 교류가 많이 되고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국민 식탁에 오르는 만큼 안전이 철저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방사능 물질이 바다 퇴적물에 쌓여 어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굴욕 외교의 진상을 낱낱이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하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혹 떼고 오라고 했더니 도대체 혹을 몇 개나 더 붙이고 온 것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위안부 합의 문제,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 항의 한마디 못 하고 일본에 끌려다닐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이축복기자 bless@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사퇴했다. 정상 외교의 최대 이벤트인 윤 대통령의 다음 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총괄사령탑인 대통령 핵심 참모가 물러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 여권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은 방미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애초부터 방미 전에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진용을 교체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방미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을 교체한 데 이어 김 전 실장까지 교체한 윤 대통령은 새 외교안보 진용으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전 실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지난 주말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이에 따른 논란이 윤 대통령의 정상 외교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어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 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고,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후임자가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며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조 신임 실장은 미국·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가 현 정부 초대 주미 대사에 발탁됐다.“尹 ‘金으론 방미 완벽준비 어렵다’ 판단… 지난주부터 교체 검토” 외교안보 현안대응 문제점 누적… ‘방미직전 교체’ 부담 감수 결단尹, 교체 보도에 예정없던 오찬… 교체설 부인 하루만에 후임 발표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하는 구상을 갖고 있던 윤 대통령이 방일, 방미 외교 조율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지켜본 끝에 한미 정상회담 전 외교안보 라인을 쇄신해야 방미를 통한 국익 극대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尹, 지난주부터 안보실장 교체 유력 검토특히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정부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 17일 방일을 마친 뒤인 지난주 중후반부터 김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국빈 만찬에서 한류 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 일정 조율에서 불거진 잡음이 교체 검토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더 근본적으론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일정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조율, 북한 무인기 대응 등 현안에 대한 문제가 누적됐다는 뜻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떨어진 점이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 동창으로 50년 지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교체를 검토하면서 김 전 실장은 24일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천안함 55용사의 이름을 한 명씩 차례로 부르며 추모하는 ‘롤 콜(Roll Call)’을 한 핵심 외교안보 행사에 김 전 실장을 제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임종득 2차장이 참석했다.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일각에선 국빈 방미가 임박한 만큼 이달 5일 방미 일정 조율차 미국까지 다녀온 김 전 실장에 대한 교체 시기를 방미 이후에 단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방미 전이라 교체를 못 한다는 논리라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그때도 교체를 못 한다는 말이냐. 새 진용을 신속히 꾸려 최대의 전력으로 방미를 준비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이런 상황에서 28일 본보 보도로 김 전 실장 교체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교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단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과 이날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신임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날 오찬은 고별 자리가 됐다”고 했다.● 김 전 실장 거취 두고 긴박했던 대통령실29일 대통령실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내에선 김 전 실장 교체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기류가 급변해 김 전 실장 거취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실장의 리더십으로는 방미에 전력투구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김 전 실장이 신임을 잃은 걸 아는 상황에서 실질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논란 끝에 며칠이 늦어졌지만 김 전 실장을 당초대로 교체하고 새 안보실장을 임명해 방미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원래 기름이 부어져 있던 상황에서 말 그대로 불이 붙은 성냥을 던진 것과 같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사퇴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장은 실수 몇 번으로 갑자기 내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4월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실책이 근본적 이유가 아니라 한일 정상회담 과정 등 외교안보 이슈를 다루는 김 전 실장을 지켜본 윤 대통령의 결론이 결국은 ‘교체’로 기울었다는 것.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가 김 전 실장의 것일 만큼 두 사람은 막역했던 사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과 관련한 속도를 내기 위해 김 전 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1월 말까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라”는 취지의 주문을 내렸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그러나 외교부와 대통령실 간 이견이 있고,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배상 해법 협상 과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질책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긴장 관계가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가속화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방일과 강제징용 해법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김 1차장 간에 이견이 있었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김 전 실장은 속도 조절론에 가까웠고, 김 차장은 승부를 보자는 쪽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외교 현안에 대응하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대응 방식과 스타일이 다른 점도 있다”며 “학자 출신으로 김 전 실장이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외교안보 라인과 대통령비서실 인적 개편의 폭과 시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4월 한미 정상회담과 취임 1주년(5월 10일)을 전후해 참모진 개편과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범 대통령의전비서관과 이문희 대통령외교비서관이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가량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가안보실에 대한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정상회담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새 인물들로 진용을 꾸려 한미 정상회담을 완벽하게 치르고 국익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개편 범위는 북한 무인기 대응 등에 대한 난맥상을 드러냈던 국방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 수장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교체될 경우 비서관급 추가 인사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김 실장이 교체되더라도 그 시점이 윤 대통령의 방미 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국빈 방미라는 가장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방미 준비 등 외교안보 현안을 총괄하는 안보실장을 바꾸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만 “비서관 2명이 사실상 경질됐는데 총괄 책임자가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 실장이 교체될 경우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면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치인 출신인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과 맞물려 외교안보 라인 개편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조태용 주미대사, 황준국 유엔대사 등 외교안보 핵심 요직 수장들의 인선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이럴 때일수록 각자 처신에 조심하고 문제 없도록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대통령비서실 개편과 개각이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비서관급 이상뿐만 아니라 일부 행정관도 5월을 시작으로 대통령실을 나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을 시작으로 순차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총선 출마 요인 등 교체 수요가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개각과 조직 개편에 대비한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달 국빈 방미 준비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빈초청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이 지연돼 한때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를 대통령실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뒤늦게 파악하고 수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검토 얘기가 나온 배경엔 이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의 실책이 누적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주미 한국대사관 등에서 미국 측 요청을 담아 대통령실로 5차례 이상 전보 등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확답이 오지 않아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다른 외교 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할 문화행사를 미국 측이 제안했으나 관련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실망했다는 것. 대통령실 내부에서 김 실장 교체 검토 얘기가 나온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교체가 시기의 문제일 뿐 검토되는 게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재외공관장 회의 ‘지속가능한 평화’ 토론 세션에서 강연할 예정이었지만 강연을 취소하고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이후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교체와 맞물려 외교안보 라인 전반을 개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이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을 시작으로 순차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여권 “외교안보라인 혼선 누적… 인적쇄신론 방아쇠 된듯” 尹방미 일정 조율 혼선블랙핑크-레이디 가가 만찬 공연질 바이든 여사 제안 조율에 문제尹, 방일전후 엇박자에도 불쾌감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가 나왔다면 적시에 대응해야지 논란이 확산한 뒤에 대응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불거진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대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에 대해 이 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거론됐는지에 대한 2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일본 말을 믿으시나, 한국 정부 말을 믿으시나”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에 선제 대응을 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이처럼 여권 안팎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간의 혼선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목전에 김일범 대통령의전비서관과 이문희 대통령외교비서관이 교체되고,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행사 준비 지연, 쇄신 여론 방아쇠”특히 방미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국빈만찬 관련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혼선이 개편 필요성을 절감하는 결정적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류 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장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을 주제로 함께 공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K팝과 대중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질 바이든 여사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5차례 이상 한국 대사관이 미국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외교안보 라인에서 대응이 더뎌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빈 방문 행사 준비와 일정 조율과 관련해 지속적인 보고 누락이 있었다”며 “이에 비서관뿐만 아니라 김 실장도 함께 미국 방문 전에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커리어(직업) 외교관 출신 비서관이 둘씩이나 미국과의 정상 일정을 조율하다가 놓쳤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바이든 여사의 아이디어 등 대통령 부부 일정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판단했다가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 해법 과정에서도 뒷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 대응 과정에서도 대통령실 안보라인과 외교부 간 업무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실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이번 강제징용 배상 협상 과정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안보실과 외교부 간 소통에서 엇박자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방일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잡음이 많았던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편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 도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핵심 외교안보 이슈에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대통령실이 쇄신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외교안보 라인 인적 개편 확대 관측에 거듭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김 실장 교체 검토 얘기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취임 1년이 됐으니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답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만 내부적으론 시기의 문제일 뿐 외교안보 라인 개편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인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주 최대 69시간 근무’ 논란을 빚은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당정 엇박자 논란이 일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정책 공조를 위한 ‘핫라인’도 가동해 민생 정책에 집중해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정책 구상 단계부터 당과 긴밀히 소통해 국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국정 파트너인 여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 윤 대통령은 정책 설계와 수립 단계부터 당 차원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잘못 설계되고 홍보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이 커졌다고 보고 정확한 민심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국민의힘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실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간 당정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헌정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정책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해서 국민의 소리를 바로 정부에 전달해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강한 뜻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훨씬 더 (실무당정회의 같은) 당정회의가 자주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저는 양곡관리법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주 최대 69시간 근무’ 논란을 빚은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당정 엇박자 논란이 일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정책 공조를 위한 ‘핫라인’도 가동해 민생 정책에 집중해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정책 구상 단계부터 당과 긴밀히 소통해 국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국정 파트너인 여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 윤 대통령은 정책 설계와 수립 단계부터 당 차원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잘못 설계되고 홍보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이 커졌다고 보고 정확한 민심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국민의힘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실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간 당정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헌정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정책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해서 국민의 소리를 바로 정부에 전달해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강한 뜻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훨씬 더 (실무당정회의 같은) 당정회의가 자주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저는 양곡관리법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 사나이 55분 영웅의 이름을 불러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뒤 제2연평해전(2002년),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연평도 포격전(2010년) 전사자 55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들을 일일이 호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용사들을 호명하기 전 26초간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의 호명이 이어질 때 눈물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북방한계선(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공식 메시지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언급한 것.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총 6차례 썼다. 이는 2020·2021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두 차례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용사들을 기리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았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2020년 기념식 땐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로부터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여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기념사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 묘역에서 윤 대통령이 ‘건강 잘 챙기시라’고 하더라”며 “위안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은 “(전임 정부에선) 의전 때문에 구석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엔 대통령 주변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등 사소한 부분들까지 신경 써줬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 사나이 55분 영웅의 이름을 불러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뒤 제2연평해전(2002년),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연평도 포격전(2010년) 전사자 55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들을 일일이 호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용사들을 호명하기 전 26초간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의 호명이 이어질 때 눈물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북방한계선(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공식 메시지로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언급한 것.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총 6차례 썼다. 이는 2020·2021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두 차례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용사들을 기리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았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2020년 기념식 땐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로부터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여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기념사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 묘역에서 윤 대통령이 ‘건강 잘 챙기시라’고 하더라‘”라며 “위안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은 “(전임 정부에선) 의전 때문에 구석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엔 대통령 주변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등 사소한 부분들까지 신경 써줬다”고 전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여당의 반대 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호 법안으로,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 방식으로 처리한 첫 사례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첫)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참석 의원(90명)이 전원 반대한 가운데 민주당은 참석 의원(162명) 중 강병원 민홍철 서삼석 이용우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윤미향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기권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있었던 본회의 직회부 표결 과정에선 민주당과 손잡고 찬성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했다. 의무 매입의 구체적 기준은 해당 범위 내에서 정부가 추후 시행령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민주당은 의무 매입 기준을 초과 생산량 3% 이상, 수확기 쌀값 5% 이상 하락 때로 했지만 여당과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반영해 정부 재량권을 늘렸다.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날 경우 쌀을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제안 설명에서 “현행법에 쌀 시장 격리 실시 기준이 법제화돼 있음에도 임의조항이라는 한계로 정부가 제때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았다”며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의 삶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식량 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169석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이 사실상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정부·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무책임한 입법폭력”이라며 “자기들이 여당일 때는 안 하던 것을 ‘지금 아니면 말고’식으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쌀 수매에 연평균 1조 원 이상 투입된다. 매년 청년농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재원이 낭비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30일 표결 예정)이 보고됐다.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심의하기 위한 전원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대통령실 “양곡법, 세금 낭비”… 野 “거부권땐 계속 개정안 낼것” 尹, 1호 거부권 행사할 듯 여야 ‘이재명 대표 1호 법안’ 충돌대통령실 “각계 우려 경청해 숙고”거부권 행사 입장은 즉각 안 밝혀 “이재명 대표 하명법이 대한민국 미래 농업보다 중요한가.”(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정부여당은 농민을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쌀값 정상화법을 즉각 수용해야 할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여야는 서로를 향해 거센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반시장적 사회주의식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농민단체에서도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르면 다음 달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2, 제3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 대표의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與 “재정 부담 가중”, 野 “쌀값 안정화”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줄곧 “일정 수준 이상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규정한 것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리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서 “시장 격리 의무화를 하면 재배 유인이 늘어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시장 기능을 저해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며 “미래 농업 투자 의욕을 감소시켜서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의도해 궁지에 몰린 이 대표를 구출해 보려는 정략적 의도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쌀값 안정화법’으로 규정하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찬성 토론자로 나서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쌀 과잉 생산을 적극적인 재배 면적 관리와 생산 조정을 통해 해소하고, 돌발적인 일시적 과잉에 대해 즉각적 시장 격리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원대대표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남는 쌀을 무조건 국가가 사주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쌀 수매 의무가 발생하기 전에 콩, 밀, 조사료 등 타작물 재배를 지원해서 쌀 재배면적을 적정하게 줄여 나가고 식량 자급률도 높이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농민 표심 노린 법안”공은 이제 대통령실로 넘어갔다. 대통령실은 관계 부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4일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부권 행사 법률안 결정은 해당 부처의 제기에 따라 법제처가 심의한 뒤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다. 대통령실은 이미 개정안이 통과될 것을 가정해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 등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충분히 숙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즉시 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법에 명시된 절차를 모두 거쳐 양곡관리법을 찬성하는 농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나 법제처 등 개정안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의결되기까지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정안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표심을 노리고 강행 처리한 법안”이라며 “세금은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새로 입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재의결 시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169석의 민주당만으로는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100m 바닷속에서 휴대전화가 잘 터진다고 보여주는 광고와 50m 바닷속에서 휴대전화로 가족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면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살 것 같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홍보의 필요성을 주문하며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요즘 국내외 휴대전화나 세탁기 마케팅 사례 등을 거론하며 정책 소비자인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접근하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 시간 개편안이 ‘주 69시간 근무제’로 잘못 알려지는 등 잇따른 혼선이 빚어지자 ‘정책 마케팅’을 부쩍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정책 홍보도 마케팅이라고 생각해라”며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마케팅하듯이 정책 홍보도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반대의 목소리도 인지도를 높이는 상품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역발상을 시도해야 한다”며 “세탁기 회사의 경쟁 상대가 꼭 경쟁 회사의 세탁기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 미국의 휴대전화 광고를 예로 들며 정책 홍보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휴대전화가 100m 바닷속에서도 잘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100m 바닷속에서 전화기가 잘 작동한다고 보여주는 광고와 가족들이 바닷속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 중 소비자들이 어떤 것에 더 매력을 느끼겠느냐고 물음도 했다고 한다. 정책 완결성을 갖추는 동시에 정책 소비자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주당 근로 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을 빚은 근로 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대통령실의 설명이 엇갈리며 혼선이 계속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주 최장 근로 시간을 60시간 미만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당 최장 근로 시간이)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전날 대통령실 설명과 또 달라져 정책 추진의 신뢰와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 “상한 정해야 노동 약자 건강권 수호”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선(캡)이 필요하며, 주 최대 근로시간은 50시간대로 놓고 노사 합의 구간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6일 입법 예고된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설명 또는 공식 브리핑은 20일까지 모두 여섯 차례다.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추진을 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한 MZ세대를 의식하고 적극 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의 설명이 나흘 만에 달라지며 혼선이 확대되는 등 정책 컨트롤타워 격인 대통령실의 정책 기능이 허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는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자청해 “윤 대통령이 굳이 상한선을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밝힌 것.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여론에 오락가락 반응하지만 개편 방향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임금, 휴가 등 근로 보상체계에 대해 근로자와 노동 약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野 “대통령 사과해야” 與 “프레임 씌워”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과 대통령(의 설명)이 다른 나라는 처음 본다”며 “(설명을) 뒤집은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고, 이 제도(개편안)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현재도 근로기준법상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를 ‘69시간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야당이 너무 심하게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회의에 출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책 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제게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대통령실이 20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발언과 관련해 “그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겠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한 것이지 (개편의)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견을 수렴해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캡(상한선)을 씌우는 게 적절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굳이 이를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16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힌 지 4일 만에 다른 설명을 한 것.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가 캡을 씌울지, (최장 근로 시간이) 60시간이 될지 59시간으로 갈지 등을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장시간 근로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 채 여러 의견을 들으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개편안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먼저인 만큼 ‘60시간’이라는 특정한 숫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일주일 사이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6번째 직접 언론 대응에 나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개편안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려 애쓰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월 근무시간 총량은 늘어나지 않고 주 단위로 경직된 근로시간을 유연화하자는 것”이라며 “분기나 반기 단위의 근로시간 총량이 줄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최대 69시간을 일하는 주가 있다면 다른 주는 근무시간이 적어지는 만큼 전체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주 69시간’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근로시간 유연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주 69시간제’로 잘못 알려지자 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당정 간 사전 조율 기능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여론 수습을 위해 여당, 정부, 대통령실에 일하는 청년층과 MZ세대 노조 간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한일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 안정과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지향 신(新)성장 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도쿄 경단련 회관에서 주최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두 나라는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 과학기술, 경제 안보 등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응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분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들과 긴밀히 공급망이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방일 기간에 개최된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다. 다만 기대됐던 기시다 총리의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 사이에 넘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하나하나 서로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미래를 향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한 호응 조치에 대해서는 이날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날 귀국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반성, 배상·기여 문제에서 기시다 총리와 피고 기업이 얼마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을지가 향후 한일 관계 복원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일본 측에 기시다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부는 윤 대통령 방일 기간에 맞춰 피고 기업의 전경련-일본 경단련 출연 미래파트너십기금 참여를 밝히는 방안도 협의했다. 하지만 두 현안 모두 일본의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방문 때 사죄·반성에서 진전된 입장을 내거나 피고 기업의 미래기금 참여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윤 대통령이 여론을 설득할 수 있게 된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과 논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韓日재계 “자원무기화 공동 대응… 저출산 등 현안 함께 연구” 전경련-경단련 ‘비즈니스 테이블’ 행사이재용 “친구는 많을수록 좋아”4대 그룹 총수 참석한건 25년만日측 “제3국 시장 공동진출 모색”“양국 경제계는 자원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글로벌 공급망 불안,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당면한 공동 현안 연구와 경제 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오후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經團連)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이 언급한 ‘자원무기화에 대한 한일 공동’ 대응은 반도체 핵심 원료인 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일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4대 그룹 총수가 25년 만에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대응, 첨단 전략산업 육성 등을 위해 구체적인 양국 간 협력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한국 정부에 요청할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동반 참석은 성사되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문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살아보니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했다.● 이재용 “친구 많을수록, 적은 적을수록 좋죠” 전경련과 경단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한일 양국이 가진 공통의 문제를 망라한 논의가 오갔다. 행사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 회장 직무대행,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12명의 경제인이 참석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한일 경제인 행사에 다 함께 참석한 건 1998년 제15차 한일 재계회의 이후 25년 만이다.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등 11명의 경제인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양국 경제계가 공동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화 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최 회장의 제안처럼 한일 기업이 손잡을 수 있는 세부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은 “전자 산업 등 첨단 산업 공급망, 액화천연가스(LNG)선박 등 조선 분야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했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은 “한일 기업들이 협력해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제3국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자”고 했다.● “韓 제조업-日 소부장 손 잡으면 윈윈”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들과 긴밀히 공급망이 연계돼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의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 중국, 대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을 우군으로 삼으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오카 모토유키 스미토모상사 특별고문도 “양국 경제계는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121건의 해외 공동 사업을 추진했고, 금액으로는 27조 엔(약 265조 원), 참여한 한국 기업 수는 51개, 일본 기업은 84개였다”며 “그 실적을 발판 삼아 앞으로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또 도쿠라 회장은 “윤 대통령의 솔직함과 오픈 마인드에 팬이 됐다”며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도쿄=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양국 경제계는 자원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글로벌 공급망 불안,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당면한 공동현안 연구와 경제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오후 일본 도쿄 경단련(經團連)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이 언급한 ‘자원무기화에 대한 한일 공동’ 대응은 반도체 핵심 원료인 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일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4대 그룹 총수가 24년 만에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대응, 첨단전략산업 육성 등을 위해 구체적인 양국 간 협력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한국 정부에 요청할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동반 참석은 성사되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문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살아보니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했다.● 이재용 “친구 많을수록, 적은 적을수록 좋죠” 전경련과 경단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한일 양국이 가진 공통의 문제를 망라한 논의가 오갔다. 이 자리는 전날(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합의한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비전”을 구체화하고, 양국 경제인 간 교류 및 협력 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 회장 직무대행, 김윤 한일 경제협회장,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12명의 경제인이 참석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한일 경제인 행사에 다 함께 참석한 건 1998년 제15차 한일 재계회의 이후 24년 만이다.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등 11명의 경제인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양국 경제계가 공동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회 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최 회장의 제안처럼 한일 기업이 손잡을 수 있는 세부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은 “전자 산업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액화천연가스(LNG)선박 등 조선 분야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했다.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은 “한일 기업들이 협력해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제3국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자”고 했다. ● “韓 제조업-日 소부장 손 잡으면 윈윈”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들과 긴밀히 공급망이 연계돼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의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 중국, 대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을 우군으로 삼으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협력하겠다는 것. 제조업에 강한 한국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이 손 잡는다면 반도체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대통령실은 본다. 행사에 참석한 오카 모토유키 스미토모상사 특별고문도 “양국 경제계는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121건의 해외 공동사업을 추진했고, 금액으로는 27조 엔(약 265조 원), 참여한 한국 기업 수는 51개, 일본 기업은 84개였다”며 “그 실적을 발판 삼아 앞으로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또 도쿠라 회장은 “윤 대통령의 솔직함과 오픈마인드에 팬이 됐다”며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도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여러 차례 벚꽃을 언급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처럼 한일 관계가 “긴 겨울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일본 자위대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2차례의 만찬까지 함께 했다. 정상회담은 1시간 23분간 이어졌다. ● 韓日 정상, 만찬 이어 ‘오므라이스 회동’까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벚꽃을 언급한 기시다 총리는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도쿄의 벚꽃 얘기를 꺼내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그간 정체돼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기자회견 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저녁 윤 대통령 부부를 도쿄 중심부 긴자에 있는 고급 소고기 전골요리점인 ‘요시자와(よし澤)’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두 부부는 신발을 벗고 지하로 내려가 전통 일본식(호리고다쓰·바닥이 뚫려 있어 의자처럼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방에 앉았다. 약 80분간의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인근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로 이동해 오후 9시 15분 무렵부터 한 시간가량 2차 만찬을 가졌다. 1895년 개업한 노포로 일본에서 처음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판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오므라이스 간담회는 지난해 11월 방한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윤 대통령을 예방할 당시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의 추억을 얘기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이날 비공개로 차담회를 가졌다.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식사를 관저, 영빈관 등 정부 건물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갖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에서 만찬을 하는 건 못 들어봤다. 그만큼 한국 대통령에게 세심히 신경 썼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만찬은 양 정상 부부 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하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졌던 스시 만찬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외무성 부대신이 공항서 尹 영접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재일동포 77명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보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다.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4분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 등이 마중을 나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69시간’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면서 윤 대통령이 법안 추진 재검토 메시지를 재차 낸 데 이어 이날 직접 ‘최장 근로시간이 50시간대를 넘기면 안 된다’는 상한선을 언급한 것이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캡(상한선)을 씌우지 않은 것에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4일부터 이날 방일 출국 직전까지 사흘 연속으로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 보완 지시를 내린 것. 윤 대통령의 상한선 언급에 따라 사실상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0시간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안 수석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연장근로시간 단위기간을 월, 분기, 반기, 연(年)으로 해서 노사 합의로 선택할 수 있게 입법예고해 근로시간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안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추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들과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 의견에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겠다. 보완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노동자들과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개최하며 반발 여론 수습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MZ세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산재 기준 시간보다 더 일하란 거냐” 등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근로시간 개편안 보완을 지시하자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대안 찾기에 나섰다. 고용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 최대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노동조합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여당 주최 토론회에서 “근본적으로 공짜 야근을 시키는 기업이 문제이지 주 52시간제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개편안을 비판했다.● 주 60시간 상한 두면 개편 취지 퇴색 우려윤 대통령이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보완 지시를 내린 것은 MZ세대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60시간 이상은 많다는 기존 인식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만약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고, 특히 MZ세대가 과한 노동시간이라고 하니 대통령이 재차 메시지를 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대통령이 뒤집어 혼선을 빚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은 고용부가 명확히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고용부에 책임을 미룬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7월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캡(상한선)을 씌우는 부분까지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까지 다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개편안에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괄적으로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장근로 단위 다양화라는 개편안의 큰 틀은 유지되지만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려던 취지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주 52시간제와 비교할 때 일주일 동안 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7시간 이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업종별, 직종별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려던 제도 개편 취지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Z 노조 “공짜 야근 종식 안 될 것”개편안을 보완한다고 해도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보다 늘어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는 주 52시간제부터 안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주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에 대해서도 “그 취지에도 크게 공감은 못 한다”며 “60시간을 넘었으니 ‘(회사가) 이제 근무기록 찍지 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개편안이 과로 증가, 과로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MZ세대의 비판에 대해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030 자문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은 “회사에 의해 연장근로를 하게 될 텐데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완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여러 차례 벚꽃을 언급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처럼 한일 관계가 “긴 겨울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일본 자위대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2차례의 만찬까지 함께 했다. 정상회담은 1시간 23분간 이어졌다. ● 韓日 정상, 만찬 이어 ‘오므라이스 회동’까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벚꽃을 언급한 기시다 총리는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도쿄의 벚꽃 얘기를 꺼내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그간 정체돼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기자회견 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저녁 윤 대통령 부부를 도쿄 중심부 긴자에 있는 고급 소고기 전골요리점인 ‘요시자와(よし澤)’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두 부부는 신발을 벗고 지하로 내려가 전통 일본식(호리고다츠·바닥이 뚫려있어 의자처럼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방에 앉았다. 약 80분 간의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인근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로 이동해 오후 9시 15분 무렵부터 약 한 시간 가량 2차 만찬을 가졌다. 1895년 개업한 노포로 일본에서 처음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판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오므라이스 간담회는 지난해 11월 방한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윤 대통령을 예방할 당시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의 추억을 얘기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이날 비공개로 차담회를 가졌다.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식사를 관저, 영빈관 등 정부 건물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갖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에서 만찬을 하는 건 못 들어봤다. 그만큼 한국 대통령에게 세심히 신경 썼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만찬은 양 정상 부부 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 하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며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가졌던 스시 만찬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외무성 부대신이 공항서 尹 영접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재일동포 77명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보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다.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98년 정유재란 때 포로로 일본에 잡혀가 도자기 명가를 이룬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가’의 제15대 심수관 씨(본명 오사코 가즈데루)도 간담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도자기를 선물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4분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 등이 마중을 나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고 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