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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숟가락 들 힘’으로 표현되는 발기(勃起) 자신감을 잃으면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와 장일영 전임의는 65세 이상 남성 458명(평균 나이 74.2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기 자신감’이 낮을수록 건강 상태나 기대 여명과 직결된 10여 개의 건강지표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복잡한 심혈관 및 비뇨기계 검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성기능 자신감만으로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한 달 내에 성관계를 했다는 응답은 51.6%였다. 하지만 발기에 대한 자신감은 대체로 낮았다. 연구진이 ‘발기가 되고 유지되는 데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를 매우 높음(5점)∼매우 낮음(1점)으로 물은 결과 4, 5점을 선택한 ‘상’ 그룹은 44명(9.6%)이었다. ‘중(3점)’ 그룹은 114명(24.9%), ‘하(1, 2점)’ 그룹은 300명(65.5%)이었다. 발기 자신감은 다른 신체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와 관련성이 높았다. 발기 자신감이 낮은 ‘하’ 그룹 중 팔다리 근력이 부족한 ‘근감소증’을 앓는 비율은 39%였다. ‘상’ 그룹의 근감소증 유병률(14.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걷는 속도가 초속 0.6m 이하인 보행장애 환자의 비율도 ‘하’ 그룹은 35.7%인 반면 ‘상’ 그룹은 24.4%로 차이가 컸다. 앉았다 일어나는 속도 등으로 계산하는 ‘노인신체기능지수(SPPB)’도 ‘상’ 그룹이 더 높았다. 각종 신체 및 정신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2개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비율은 ‘하’ 그룹이 37.7%, ‘상’ 그룹이 24.4%였다. 평소에 복용하는 약의 평균 개수도 ‘하’ 그룹은 2.8개인 데 반해 ‘상’ 그룹은 1.7개였다. 치매 환자의 비율은 ‘하’와 ‘상’ 그룹이 각각 19.3%, 11.5%였다. 우울증 환자는 ‘상’ 그룹에선 1명도 없었지만 ‘하’ 그룹은 3.7%였다. 연구진은 이런 건강지표가 남은 수명과 직결된다고 예측했다. 같은 질환에 걸려도 노화의 정도에 따라 치료 성공률과 합병증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근감소증을 앓는 노인은 3년 내에 숨지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건강한 노인의 5.2배였다. 노년기 발기 부전은 심혈관계 노화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뇌가 성적 자극을 받아 목과 음경 주변의 동맥이 넓어지고 성기가 팽창하는 게 발기인데, 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발기 자신감이 떨어진 뒤 느끼게 되는 우울감과 초조함은 또 다른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태지만 여전히 노년기 성생활을 화제에 올리는 게 금기시돼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65세 이상 383명을 조사한 결과 성 상담을 한 번이라도 받아봤다는 응답은 17명(4.4%)에 불과했다. ‘상담받을 곳을 모르거나 창피해서’라는 이유가 대다수였다. 장 전임의는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 아니라 주치의에게 말하고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숟가락 들 힘’으로 표현되는 발기(勃起) 자신감을 잃으면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와 장일영 전임의는 65세 이상 남성 458명(평균 나이 74.2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기 자신감’이 낮을수록 건강 상태나 기대 여명과 직결된 10여 개의 건강 지표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복잡한 심혈관 및 비뇨기과계 검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성기능 자신감만으로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한 달 내에 성관계를 했다는 응답은 51.6%였다. 하지만 발기에 대한 자신감은 대체로 낮았다. 연구진이 ‘발기가 되고 유지되는 데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를 매우 높음(5점)~매우 낮음(1점)으로 물은 결과 4~5점을 선택한 ‘상’ 그룹은 44명(9.6%)이었다. ‘중(3점)’ 그룹은 114명(24.9%), ‘하(1~2점)’ 그룹은 300명(65.5%)이었다. 발기 자신감은 다른 신체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와 관련성이 높았다. 발기 자신감이 낮은 ‘하’ 그룹 중 팔다리 근력이 부족한 ‘근감소증’을 앓는 비율은 39%였다. ‘상’ 그룹의 근감소증 유병률(14.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걷는 속도가 초속 0.6m 이하인 보행장애 환자의 비율도 ‘하’ 그룹은 35.7%인 반면 ‘상’ 그룹은 24.4%로 차이가 컸다. 앉았다 일어나는 속도 등으로 계산하는 ‘노인신체기능지수(SPPB)’도 ‘상’ 그룹이 더 높았다. 각종 신체 및 정신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2개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비율은 ‘하’ 그룹이 37.7%, ‘상’ 그룹이 24.4%였다. 평소에 복용하는 약의 평균 개수도 ‘하’ 그룹은 2.8개인 데 반해 ‘상’ 그룹은 1.7개였다. 치매 환자의 비율은 ‘하’와 ‘상’ 그룹이 각각 19.3%, 11.5%였다. 우울증 환자는 ‘상’ 그룹에선 1명도 없었지만 ‘하’ 그룹은 3.7%였다. 연구진은 이런 건강지표가 남은 수명과 직결된다고 예측했다. 같은 질환에 걸려도 노화의 정도에 따라 치료 성공률과 합병증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근감소증을 앓는 노인은 3년 내에 숨지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건강한 노인의 5.2배였다. 노년기 발기 부전은 심혈관계 노화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뇌가 성적 자극을 받아 목과 음경 주변의 동맥이 넓어지고 성기가 팽창하는 게 발기인데, 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발기 자신감이 떨어진 뒤 느끼게 되는 우울감과 초조함은 또 다른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태지만 여전히 노년기 성생활을 화제에 올리는 게 금기시돼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65세 이상 383명을 조사해보니 성 상담을 한 번이라도 받아봤다는 응답은 17명(4.4%)에 불과했다. ‘상담 받을 곳을 모르거나 창피해서’라는 이유가 대다수였다. 장 전임의는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 아니라 주치의에게 말하고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었다. 컴컴한 물이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배 안엔 단원고 친구들이 아니라 엄마가 있었다. 그 순간 A 씨(21·여)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꿈이라며 스스로를 도닥였지만 질식할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생존자 A 씨는 지난해부터 이런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직후엔 없었던 증상이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과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원장(전 단원고 스쿨닥터)은 단원고 출신 세월호 생존자 75명 중 46명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을 추적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없던 증상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된 이들이 적지 않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결과 PTSD 증상이 심각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생존자는 2016년 7월 6.5%에서 올해 1월 17.4%로 증가했다. 이소희 과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에 가면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PTSD 환자의 절반가량은 사건 후 3년이 지나면 증상이 상당히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 반대다. 오히려 일정 시기가 지난 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 좌절과 분노가 심해진다. 일상생활 중 갑자기 사고 당시를 떠올리는 증상은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세월호 생존자 B 씨(21·여)는 건물 안에 있다가 바닥이 기울어지고 있다고 착각해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을 구하고 싶어 응급구조사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진 씨(21·여·동남보건대 응급구조과)는 병원 실습 중 심정지 환자의 모습을 본 순간 손이 떨리고 몸이 굳는 경험을 했다. 장 씨는 13일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 규명 간담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대학생들에게 담담하게 고백했다. 참사 직후엔 괜찮다가 뒤늦게 PTSD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도연 씨(21·여)는 참사를 겪은 지 9개월 후부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몽롱한 상태로 지내던 어느 날,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보는 해리(解離) 증상이다. 지난해 말까지도 멀쩡했던 C 씨(21)는 직장을 3개월 만에 그만뒀다. 안전교육 시간에 세월호 침몰 영상을 본 뒤 불안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세월호 생존자 치료를 총괄하는 고영훈 안산온마음센터장(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세월호 피해자뿐 아니라 재난을 겪는 이들이 장기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 전 주기’ 트라우마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27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한발 물러섰다. 14일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고려해 파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극단으로 치닫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간 의료계는 환자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예 CT, MRI 등)으로 수익을 내왔으나 정부가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를 급여로 전환하는 등 단계적으로 급여항목을 크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일단 집단휴진을 유보해 파국은 피했으나 의협은 다음 달 11일까지 보건복지부 관계자와의 회동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과의 면담을 새롭게 요구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뜻이다. 최 당선인은 “대화 제의가 무시되거나 진정성 있는 논의가 없을 경우 다시 (집단 휴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대화 재개를 환영하며, 회동에 조속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은 다음 달 20일 제2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었다. 컴컴한 물이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배 안엔 단원고 친구들이 아니라 엄마가 있었다. 그 순간 A 씨(21·여)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꿈이라며 스스로를 도닥였지만 질식할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생존자 A 씨는 지난해부터 이런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직후엔 없었던 증상이다.● 시간 지날수록 봄이 두려운 세월호 생존자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과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원장(전 단원고 스쿨닥터)은 단원고 출신 세월호 생존자 75명 중 46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을 추적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없던 증상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결과 PTSD 증상이 심각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생존자는 같은 기간 2016년 7월 6.5%에서 올해 1월 17.4%로 증가했다. 이소희 과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에 가면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PTSD 환자의 절반가량은 사건 후 3년이 지나면 증상이 상당히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 반대다. 오히려 일정 시기가 지난 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의 경우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나 책임자의 태도 등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PTSD를 뒤늦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도 때도 없이 닥쳐오는 ‘그날’의 기억 세월호 생존자 B 씨(21·여)는 건물 안에 있다가 바닥이 기울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항공기나 기차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도 괴로워 집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처럼 일상생활 중 갑자기 사고 당시를 떠올리는 ‘침습(侵襲)’은 PTSD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사람을 구하고 싶어 응급구조사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진 씨(21·여·동남보건대 응급구조과)는 병원 실습 중 심정지 환자의 모습을 본 순간 손이 떨리고 몸이 굳는 경험을 했다. 장 씨는 13일 덕성여대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 규명 간담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대학생들에게 담담하게 고백했다. 김도연 씨(21·여)는 참사를 겪은 지 9개월 후부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몽롱한 상태로 지내던 어느 날,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보게 되는 해리(解離) 증상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C 씨(21)는 지난해 말 직장에 들어갔다.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전교육 시간에 세월호 침몰 영상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모든 각오가 무너져 내렸다. 당직을 설 때 불을 끄면 컴컴한 물 속으로 뛰어들 때처럼 온몸이 떨렸다. 결국 C 씨는 3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생존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퇴사 후 C 씨는 가끔 자신의 방에서 나와 어머니 옆에 누워 소리 없이 울었다. 어머니는 아무 것도 묻지 못하고 어깨만 두드려주며 속앓이를 했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서 C 씨의 어머니는 항우울제를 먹기 시작했다. 또 다른 세월호 생존자 D 씨(21·여)의 어머니는 “‘차라리 그때 죽은 게 나였다면…’이라는 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재난 트라우마에 ‘생애 전 주기’ 지원 필요” 보건복지부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5일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했다. 투입된 예산은 17억 원, 상주 인력은 25명이다. 센터는 재난 발생 시 ‘안심버스’를 보내 1차 상담을 돕고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배분과 교육을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인구 2472만 명인 호주는 2000년 ‘호주 외상 후 정신건강센터’를 세운 뒤 예산 47억 원, 인력 30명을 투입해 PTSD 치료 지원과 연구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발생 이듬해에 ‘세계무역센터 건강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신건강 전문인력 145명을 투입해 생존자와 유가족을 장기 추적 관찰하고 있다. 뉴욕 시에서만 5만1674명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세월호 생존자 치료를 총괄하는 고영훈 안산온마음센터장(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세월호 피해자뿐 아니라 재난을 겪는 이들이 장기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 전 주기’ 트라우마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LG디스플레이의 자회사인 산업용품 청소업체 나눔누리의 이철순 대표(사진)가 절반에 가까운 회사 직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2일 ‘2018 장애인고용촉진대회’를 열고 장애인 고용 촉진에 기여한 이 대표 등 사업주와 장애인 근로자 및 업무 유공자 28명을 포상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장애인 105명을 새로 뽑는 등 사업장 직원 536명 중 45.5%에 해당하는 244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건강관리 및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직무 적응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애인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합 직무를 적극 개발한 강동욱 링키지랩 대표는 대통령 표창을, 청각장애인 최초로 스타벅스 점장이 된 권순미 씨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인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겸 진주고려병원 병리과장(69·사진)이 제9회 한독 학술대상(옛 한독 여의사 학술대상)을 수상했다. 한독은 12일 김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시상식을 열어 상금 2000만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973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이 대학 병리학 및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모 씨(49·여)는 최근 충북 증평군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41·여)와 그의 딸(3)의 소식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을 수 없었다. 이 씨도 A 씨처럼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 탓에 아들(7)도 소아우울증에 빠졌다. 하지만 이 씨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아들과 함께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가 A 씨와 달리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상담을 받아 보라”는 지역 자살예방센터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 씨는 “형편은 여전히 어렵지만 상담 이후 더 이상 스스로를 해칠 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말 남편을 떠나보낸 뒤 단 한 번도 경찰이나 관할 지자체로부터 상담 서비스를 안내받지 못했다. 담당 형사나 공무원이 의지를 갖고 도움을 주려 해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에 거부감을 갖는 유가족이 적지 않다. 또 상담 서비스를 안내할 법적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A 씨 모녀 사건 이후 자살 유가족에 대한 상담 서비스 안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복지부와 경찰청은 자살 사건 발생 시 유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상담 서비스를 안내하도록 표준화된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연내에 적용하기로 했다. 자살 유가족에 초점을 둔 매뉴얼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과장은 “매뉴얼이 완성되기 전이라도 정신건강 및 자살위기 상담전화(1577-0199)를 이용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의 ‘주사제 나눠 쓰기’ 행태는 개선됐으나 주사제를 약사가 아닌 간호사가 배합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대한신생아학회가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77곳의 주사제 배합 및 투약 과정을 조사한 결과 지질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쓰는 곳의 비율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일(지난해 12월 16일) 이전 44.2%에서 이후 3.9%로 급격히 줄었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500mL 병에 든 스모프리피드를 김모 군(생후 6주) 등 4명에게 10∼20mL씩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섞여 들어가 집단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균 오염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수액 미리 만들어 두기’ 관행도 다소 나아졌다. 음식을 입으로 넘기지 못하는 신생아에게 주입하는 종합영양수액(TPN)을 매일 새로 조제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9.3%에서 51.4%로 늘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때는 주말을 앞두고 사흘 치를 한꺼번에 만들어 보관해 뒀다가 차례로 맞혔다. 만에 하나 TPN이 오염되면 세균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식될 수 있는 관행이다. 하지만 수액과 주사제를 섞거나 주사제를 주사기에 나눠 넣을 때 약사 등 약제팀이 맡는다는 응답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후에도 29.6%에 그쳤다. 사건 전에는 13.3%였다. 약사 대신 중환자실 간호사가 주사제 준비를 맡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 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 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cm로 한국 남성 평균(11cm)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km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cm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녀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becom@donga.com / 이미지 기자}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로 한국 남성 평균(11㎝)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여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증평 모녀 자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 체납 등의 정보를 ‘위기가구 그물망 빅데이터’에 포함시킨다.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가구 발굴 그물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일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 정부가 관리하는 정보를 현행 27종에서 30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6일 충북 증평군의 한 민간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41·여)와 그의 딸(3)이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시행 중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정책에서도 소외됐었던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A 씨는 전기 및 수도 요금을 몇 달간 내지 못했지만 한국전력공사와 상수도사업본부의 단전·단수 데이터로는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해당 요금이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공공 및 민간 아파트로부터 관리비 체납 정보를 신고 받고, 체납 가구에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즉시 방문해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도록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월 5만 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6개월 넘게 내지 않은 경우에만 지원 대상인지 확인하지만, 이 기준도 월 10만 원 이하, 3개월 체납으로 각각 완화한다. A 씨는 건보료가 여러 달 밀렸지만 복지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아파트 보증금이 재산으로 책정돼 건보료가 5만 원 넘게 부과됐기 때문이다. 생계를 이끌던 구성원이 숨지거나 실직한 경우에도 위기가구로 분류한다. A 씨는 지난해 말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생활 여건이 열악해지고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자살자 유가족을 위해 ‘찾아가는 심리 상담 서비스’ 등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A 씨처럼 가족을 자살로 떠나보낸 유가족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리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앞으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진을 강요하지 않고 당뇨병을 잘 관리하는 동네의원은 우대하고 진료비 대비 치료 효과가 낮은 의원은 주의를 받는다.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65)은 3일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이 성공하려면 진료의 양보다 질을 심사하는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대병원장 출신인 김 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실무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 진료비 심사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처리 효율을 높였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는 우리 의료계의 고질적인 낮은 수가와 대형병원 환자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두다. 나는 이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의료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그런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주요 파트너(의협)가 반발하는 것이 안타깝다.”―의료 현장에선 심평원이 진료비를 너무 많이 삭감한다는 불만도 있다. “지난해 심평원이 심사한 진료가 15억 건이 넘는다. 이 많은 심사를 건마다 진행하니 의료 현장에선 진료비 삭감이 일관성 없이 이뤄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앞으로 고령화로 인해 심사 규모는 더 커질 텐데 지금과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진료비 심사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진료비 심사 체계를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환자를 상세히 관찰해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치료할지 판단하는 게 의사의 전문성이다. 그런데 지금은 의사가 한 환자를 오래 진찰할수록 손해다. ‘3분 진료’ 뒤 불필요한 검진비를 얹는 게 관행이 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의료비를 적게 들이고도 환자를 잘 관리한 병원에 상을 주고, 반대의 경우엔 주의를 줘야 한다. 이 같은 ‘가치 기반 당뇨병 심사’를 올해 경남과 전북에서 시범적으로 벌이고 있다. 내년부턴 다른 지역과 질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해당 의료진의 과실에 시스템의 문제가 더해진 결과다.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각 병원에 주어지는 ‘감염예방관리료’가 제대로 쓰이는지 연내에 확인할 계획이다. 감염관리를 전담하는 간호사나 의사를 둔 병원에 일정한 관리료를 주는 제도인데,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해 모범 병원의 사례는 알리고 그렇지 않은 병원엔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고 본다.”―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등이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기준 등을 지적하며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라고 호소했다. “중증외상환자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심평원은 응급 수술을 계획된 수술과 동일선상에서 심사해 왔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8개 권역외상센터에 직원을 보내 의견을 수렴했고 부당한 진료비 삭감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피고 있다. 이처럼 ‘현장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턴 본원이 맡아온 심사 업무를 전국 10개 지원에 넘기고 있다.”―비급여 진료비가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데 현재 의원급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환자의 알 권리와 건강보험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비급여 규모 파악이 중요하다. 올해 서울과 경기의 의원 1000곳에서 비급여 진료비 표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 엄마 혹은 아빠’의 월급은 얼마라고 봐야 할까.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15세 이상 국민 3000명에게 “엄마나 아빠가 일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했을 때 그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라”고 한 뒤 응답자가 제시한 금액을 평균내보니 235만3300원이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2015년 회사원의 중위소득(전국 회사원을 소득대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인 241만 원의 97.6%에 해당한다. 응답자가 어릴수록 육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10대 응답자는 평균 258만7400원을, 60대 이상은 215만4700원을 꼽았다. 남성 응답자(231만2000원)보다 여성(239만5900원)의 평가가 약간 더 높았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롯데백화점 재무팀에서 일하는 이경민 대리(30·여)는 새 분기가 시작되면 정신이 없다. 이전 분기 실적을 정리하는 업무가 산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반면 분기 말이 되면 손이 빈다. 이 대리는 지난해 야근으로 쌓인 연장 근로시간 16시간에 가산시간 8시간을 합쳐 분기 말에 사흘 치(24시간) 휴가로 바꿔 썼다. 이른바 ‘저축휴가제’다. 이 대리는 “바쁠 때 바짝 야근하고 덜 바쁠 때 휴가를 쓰니 더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근로자 10명 중 4명 “저축휴가 몰라요”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저축휴가제를 도입한 뒤 이달 4일까지 총 283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올해 주요 계열사 43곳에 이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롯데처럼 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불가피하게 특정 시기에 일을 몰아서 하게 되면 그만큼 휴식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진 것이다. 저축휴가제의 법적인 이름은 보상휴가제다. 근로기준법 제57조에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 지급을 대신해 주는 휴가”로 규정돼 있다. 말 그대로 정해진 시간보다 오래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니 휴식시간도 연장 근로시간의 1.5배로 가산하는 게 원칙이다. 유급휴일(일요일)에 8시간 일했다면 나중에 쓸 수 있는 휴가는 12시간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시행 중이다. 독일이 2009년 도입한 근로시간계좌제는 근로자가 정해진 것보다 오래 일한 시간만큼 적립했다가 원할 때 휴가로 쓸 수 있는 제도다. 연 최대 250시간(약 31일)을 적립할 수 있고, 이를 넘기면 나중에 안식휴가(3∼12개월)로 쓸 수 있다. 네덜란드의 생애저축제도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근로기준법에 보상휴가제가 명시된 지 15년이나 지나도록 이 제도를 생소하게 여기는 근로자가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12월 국내 업체 1570곳을 조사해 보니 저축(보상)휴가제를 안다는 응답은 절반이 조금 넘는 908곳(57.8%)에 그쳤다. 특히 영세(5∼29인)업체의 인지율은 50.7%로 대기업(300인 이상)의 76.5%보다 크게 떨어졌다. 보상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업체도 전체 평균 9.2%에 불과했다.○ “대휴제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일요일 출근은 1.5배로 보상해야” 많은 근로자들에겐 저축휴가보다는 대체휴일(대휴)이 더 익숙하다. 대휴는 노사가 미리 정한 바에 따라 근로자가 유급휴일에 일했다면 다른 날 하루 쉬는 제도로, 휴식시간이 가산되지 않는다. 일요일에 8시간 일했다면 다른 요일에 8시간 쉬는 것으로 끝이다. 현행법엔 없지만 대법원 판례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회사가 근로자와 미리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요일 출근을 요구했다면 이는 ‘사후대휴’에 해당되기 때문에 1.5배 가산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게 노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난달 정부와 여당은 사후대휴에 ‘1.5배 가산’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기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재계의 반대 등으로 근로시간 단축안에는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근로 현장에서 사후대휴와 미리 합의된 대휴의 개념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점이다. 한 잡지사에서 6년간 디자이너로 일한 B 씨는 “일요일에 갑자기 회사로 불려가 밤 11시까지 일했지만 ‘평일 중 하루 쉬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수당이나 휴식시간을 1.5배로 받아야 하지만 근로자가 이를 일일이 따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냈는데 회사가 임의로 대휴로 수정해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에선 근로자가 연차를 다 쓰지 못해도 보상금을 줄 필요가 없지만 대휴를 쓰지 않으면 초과 근로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꼭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유연근무제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주먹구구식 사후대휴보다는 체계적인 저축휴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워킹맘 A 씨(37)가 4일 자녀의 물놀이 장난감을 책상에 늘어놓으며 웃었다. “오리는 일곱 살 난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선물로 받은 거고요, 해바라기 물총은 네 살배기 둘째가 목욕할 때마다 자기 얼굴에 쏘면서 갖고 놀아요.” 하지만 장난감 분해가 시작되자 추억에 잠겨 있던 A 씨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장난감 안쪽엔 하나같이 검은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었다. 아기 고무오리(러버덕)를 누르자 ‘꿀럭’ 하는 소리와 함께 가래처럼 걸쭉한 물때가 쏟아져 나왔다. A 씨는 “쓰고 나서 말린다고 말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러버덕으로 대표되는 유아용 물놀이 장난감 내부가 ‘세균 창고’라는 해외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3∼7세 아동을 둔 가정 3곳에서 1∼4년간 사용한 물놀이 장난감 20개를 제공받아 내부를 살펴보니 14개에서 육안으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곰팡이가 쏟아져 나왔다. 곰팡이가 확인된 장난감 14개는 모두 물이 드나드는 구멍이 작아서 사용 후에 내부를 세정제로 닦거나 완전히 건조시키기 어려운 구조였다. B 씨(35)가 제공해준 세 살배기 아들의 고무문어는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안에 여전히 물기가 남아 있었다. 아이의 피부 각질과 몸속 미생물 등이 뒤섞인 목욕물이 장난감 안에 남으면 부패하기 쉽다. 장난감 안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미끈한 세균막이 느껴졌다. 휴지로 살짝만 문질러도 검은 곰팡이가 묻어났다. B 씨는 “아이가 피부염으로 고생한 이유가 장난감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곰팡이가 나오지 않은 장난감 6개는 물이 드나드는 구멍이 아예 없거나, 반대로 구멍이 커 사용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곰팡이가 눈으로 보일 정도라면 세균 오염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물과학기술연구소와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스위스 가정에서 수집한 물놀이 장난감 19개 중 11개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장난감 19개의 내부 1cm²당 평균 세균 수는 950만 마리였다. 장난감 1개당 세균 13억 마리꼴이었다. 한국소비자원 등 국내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를 보면 터미널 화장실 변기의 세균 수는 1cm²당 380만 마리, 엘리베이터 버튼은 313마리, 쇼핑카트 손잡이는 110마리였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기도 하는 장난감 안에 화장실 변기의 2배가 넘는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팀은 “면역력이 약한 아동이 세균이 섞인 물을 접촉하면 자칫 눈과 귀, 내장에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물놀이 장난감 포장지에선 어떤 주의 문구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완구 안전기준에 따르면 ‘사용 전후 세척하라’는 문구를 붙여야 하는 장난감은 사탕반지 등 ‘음식 접촉 장난감’으로 한정돼 있다. 당국은 2월부터 ‘액체를 채운 장난감’엔 세균 검출 기준(1g당 1000마리 이하)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비눗방울 등 완제품에 포함된 액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놀이 장난감 내부는 습도와 온도가 세균이 자라기 딱 좋은 ‘배양기’와 다를 바 없다”며 “장난감을 자주 교체하거나 아니면 삶아서 소독해도 망가지지 않는 재질로 만든 것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진호(가명·68) 씨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쇼크에 빠진 채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매일 막걸리를 한 병씩 비우는 애주가인 김 씨는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복부를 살펴보니 암이 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른바 간암 4기였다. 주요 혈관까지 암 세포가 침범해있었고, 복강 출혈이 심해 바로 사망할 확률이 3분의 1을 넘었다. 경희의료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우선 응급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출혈을 멈춘 뒤 간의 절반을 잘라내고 혈관 내 종양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간암이 재발하고 폐까지 암이 전이됐다.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환자의 상태를 수차례 논의하며 전신 항암치료와 방사선 장비인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치료를 병행했다. 첫 간암 진단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최근, 김 씨는 간 기능을 양호하게 유지하며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암도 재발하지 않았다.6개 진료과 모인 ‘간암 다학제진료’ 간암이라고 소화기내과나 종양혈액내과만 진료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맞춤진료’와 ‘정밀의학’ 등의 치료 패러다임이 도래하며 다양한 진료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로 전환되고 있다. 다학제진료는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의 상태와 치료법을 의논하고 최선의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어 환자 만족도와 치료효과가 높다. 경희의료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소화기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혈액내과 △핵의학과 의료진으로 구성돼있다. 소화기내과는 간암의 진단과 치료를 맡는다. 외과는 간 이식, 간 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방사선종양학과는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를 담당한다. 이 밖에도 영상의학과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종양혈액내과는 항암치료를, 핵의학과는 인체에 무해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간암의 진단과 치료경과 판단을 담당한다. 모든 과정은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간암의 특성과 크기, 위치, 간 기능, 환자 연령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경희의료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을 이끌고 있는 김병호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입장에선 진료실에서 만나는 담당의사가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뒤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매년 1만2000여 명 목숨 앗아가는 간암 우리나라는 간암 발생률이 특히 높다. 매년 1만2000여 명이 간암으로 숨진다. 2014년 통계청의 사망원인을 기준으로 간암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2.8명으로, 폐암(34.4명)에 이어 2위였다. 특히 간암은 40∼50대에 많이 진단된다. 5명 중 4명꼴로 남성이다. 간은 70% 이상 손상되기 전엔 자각 증상이 없다. 발견이 된 뒤엔 이미 진행 중이거나 위중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간암 환자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며 망연해한다. 간혹 증상이 있어도 B형 및 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다른 질환으로 착각해 암 진단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간암은 ‘중년 남성을 위협하는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암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세포가 손상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간암도 만성간염이나 간경화로 인해 간세포가 손상되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난다. 특히 잦은 알코올 섭취로 간이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면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중 간암을 앓았던 사람이 있을수록 발병 우려가 크다. 국내 간암 환자의 72%는 만성 B형 간염, 12%는 만성 C형 간염, 11%는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 가지 만성 질환이 우리나라 간암(간세포암) 원인의 95%를 차지하는 셈이다.초기 발견-예방이 무엇보다 중요 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미리 막지 못했다면 초기에 발견하는 게 차선이다. 복부 통증이나 황달, 체중 감소 등 간암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간암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면 주기적으로 복부초음파(경우에 따라 CT)와 혈액검사(알파태아단백수치)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검사는 6개월에 한 번씩 받는 게 좋다. 간암은 다른 암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암 조직이 2cm 미만일 때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경희의료원은 간암의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병원을 찾은 만성 B형, C형 간염과 간경화 환자를 자동으로 간암 검진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한다. 6개월마다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담당 의료진에 통보한다. 특히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도를 자동으로 계산해 표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심재준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0세 이상은 국가 암 검진사업을 통해 간암 검진 비용이 지원되고 있으니 술자리가 잦은 중장년 직장인이라면 예방 차원에서 꼭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생체 간 이식 성공한 경희의료원 간암 다학제진료팀 간암의 외과 치료는 간 절제술과 간 이식으로 나뉜다. 수술 치료는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간암 치료방법 중 하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간암의 개수, 크기 및 위치, 간 기능의 상태, 환자의 연령 등 여러 가지 사항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최근엔 간을 절제할 때 복강경(복부에 작은 구멍을 낸 뒤 특수 카메라를 넣는 것) 수술을 주로 활용한다. 개복 수술보다 흉터와 출혈이 적고 회복시간이 빠르며 통증도 적다. 간경변증이 심하지 않거나 암세포가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을 때 시행한다. 김범수 경희의료원 간 담도 췌장외과 교수는 “간 절제술은 간암 초기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실제로 간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드물다”라며 “수술 후 크기가 줄어든 간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진 오랜 시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 절제가 어렵다면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손상된 간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간으로 대체하는 수술법이다. 간경변증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치료방법이다.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에 달한다. 간 이식은 뇌사자의 것을 받는 뇌사이식과 가족, 친척, 친구 등으로부터 받는 생체이식으로 나뉜다. 국내에선 생체이식이 더 많다. 경희의료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1월 생체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간 이식 이후 특별한 문제없이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특히 간 기증자인 환자의 딸도 평소처럼 건강하다. 김범수 교수는 “생체이식은 검사를 통해 기증자의 간 기능과 크기를 확인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이식한다”라며 “대부분 간 좌엽을 절제해 기증하고 수술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간은 재생작용을 통해 원상태로 회복하기 때문에 기증자에게도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워킹맘 A 씨(37·여)가 4일 자녀의 물놀이 장난감을 책상에 늘어놓으며 웃었다. “오리는 일곱 살 난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선물로 받은 거고요, 해바라기 물총은 네 살배기 둘째가 목욕할 때마다 자기 얼굴에 쏘면서 갖고 놀아요.” 하지만 장난감 분해가 시작되자 추억에 잠겨있던 A 씨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장난감 내벽엔 하나같이 검은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었다. 아기 고무오리(러버덕)를 누르자 ‘꿀럭’하는 소리와 함께 가래처럼 걸쭉한 물때가 쏟아져 나왔다. A 씨는 “쓰고 나서 말린다고 말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러버덕으로 대표되는 유아용 물놀이 장난감 내부가 ‘세균 창고’라는 해외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3~7세 아동을 둔 가정 3곳에서 1~4년간 사용한 물놀이 장난감 20개를 제공받아 내부를 살펴보니 14개에서 육안으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곰팡이가 쏟아져 나왔다. 곰팡이가 확인된 장난감 14개는 모두 물이 드나드는 구멍이 작아서 사용 후에 내부를 세정제로 닦거나 완전히 건조시키기 어려운 구조였다. B 씨(35)가 제공해준 세 살배기 아들의 고무문어는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안에 여전히 물기가 남아있었다. 아이의 피부 각질과 몸 속 미생물 등이 뒤섞인 목욕물이 장난감 안에 남으면 부패하기 쉽다. 장난감 안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미끈한 세균막이 느껴졌다. 휴지로 살짝만 문질러도 검은 곰팡이가 묻어났다. B 씨는 “아이가 피부염으로 고생한 이유가 장난감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곰팡이가 나오지 않은 장난감 6개는 물이 드나드는 구멍이 아예 없거나, 반대로 구멍이 커 사용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곰팡이가 눈으로 보일 정도라면 세균 오염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연방 물과학기술연구소와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스위스 가정에서 수집한 물놀이 장난감 19개 중 11개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장난감 19개의 내벽 1㎠당 평균 세균 수는 950만 마리였다. 장난감 1개당 세균 13억 마리 꼴이었다. 한국소비자원 등 국내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를 보면 터미널 화장실 변기의 세균 수는 1㎠당 380만 마리, 엘리베이터 버튼은 313마리, 쇼핑카트 손잡이는 110마리였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기도 하는 장난감 안에 화장실 변기의 2배가 넘는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팀은 “면역력이 약한 아동이 세균이 섞인 물을 접촉하면 자칫 눈과 귀, 내장에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물놀이 장난감 포장지에선 어떤 주의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완구 안전기준에 따르면 ‘사용 전후 세척하라’는 문구를 붙여야 하는 장난감은 사탕반지 등 ‘음식 접촉 장난감’으로 한정돼 있다. 당국은 2월부터 ‘액체를 채운 장난감’엔 세균 검출 기준(1g당 1000마리 이하)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비눗방울 등 완제품에 포함된 액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놀이 장난감 내부는 습도와 온도가 세균이 자라기 딱 좋은 ‘배양기’와 다를 바 없다”며 “장난감을 자주 교체하거나 아니면 삶아서 소독해도 망가지지 않는 재질로 만든 것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시술자가 맨손으로 주무르거나 자극을 주는 도수치료 비용이 병원에 따라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초 전국 병원 3751곳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207개에 각각 비용을 얼마나 매겼는지 2일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가격을 정한다. 심평원은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2013년부터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 도수치료비가 가장 싼 곳은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1회당 5000원이었다. 반면 한 소형병원은 50만 원을 받았다. ‘업계 표준가’는 5만 원이지만 천차만별이었다. 아픈 인대나 건에 주사를 놓는 척추 증식치료도 최빈값(가장 많은 병원이 책정한 가격)은 5만 원이었다. 하지만 최저값(5000원)과 최고값(80만 원)의 격차는 160배였다. 난임시술의 하나인 일반 체외수정은 최빈값이 15만7870원이었다. 하지만 최저값(10만 원)과 최고값(64만9000원)이 6배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복부초음파도 부위에 따라 최저 1만 원에서 최고 26만7000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다만 간과 쓸개 등을 살피는 상복부초음파는 1일부터 병원별 차이가 없어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본인부담이 4만 원 수준으로 통일됐기 때문이다. 치과 보철료(금니)는 지난해 초 조사 땐 최빈값이 40만 원이었지만 올해 50만 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지난해보다 비급여 진료비가 오른 항목은 총 15개다. 반면 하지정맥류 환자의 감염된 혈관 부위를 태워서 제거하는 치료재료는 1년 새 가격이 105만 원에서 66만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가격이 내린 항목은 6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봄볕을 우습게보면 크게 데일 수 있다. 햇빛이 말 그대로 일광(日光)화상을 입힐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봄부터 햇빛이 강해져 4월이면 일광화상이나 기미, 주근깨를 호소하는 환자가 1∼3월 평균의 1.6배 이상 늘어난다. 봄철 자외선에 어떻게 대비할지 피부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정리했다. 일광화상의 주범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A, B, C 등 세 종류로 나뉜다. 피부에 가장 많이 도달하는 게 자외선A다. 피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주름을 늘리고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킨다. 자외선B는 기미와 주근깨, 검버섯의 원인이 되고 장시간 쬐면 일광화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피부암으로 악화된다. 자외선이 피부 혈관을 확장시키면 각종 염증 세포가 모여들고 혈관벽이 약해진다. 당장은 괜찮은 것 같지만 3∼4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만져보면 열이 느껴진다. 대부분 며칠이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색소가 서로 들러붙어 피부에 갈색 반점이 남을 수 있다. 손등이나 목은 사계절 내내 햇빛을 쬐면서 스스로 방어 태세를 갖추기 때문에 대체로 괜찮다. 문제는 등이나 앞가슴, 어깨 주변 등이다. 겨우내 옷 속에 숨어 있다가 소매가 짧아지는 봄부터 갑자기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극에 약하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치료보다는 예방이 싸게 먹힌다. 자외선A와 B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걸 권한다. 자외선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가장 강하다. 효과를 보려면 바른 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오전에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바르면 딱 맞는다. 한 번만 발라도 효과가 하루 종일 간다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지만 아직 의약품 허가 당국이나 학계에서는 객관적인 검증이 부족하다고 본다. 2∼3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자주 바르는 게 좋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지가 많이 나오는 청소년은 자외선 차단제를 잘못 바르면 모공이 막혀 오히려 여드름이나 모낭염이 생길 수 있으니 유분이 적은 제품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