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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를 절대 반대한다”고 밝힌 것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다.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할 수 없다(부용치훼·不容置喙)”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이날 저녁 장호진 1차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우리 정상에 대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정부가 맞붙은 데 이어 한국 정부가 중국 대사까지 초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의 24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한국 정부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中, 尹 방미앞 고압적 공세… 정부 “선 넘어” 中 “대만문제 말참견 말라”외국정상에 ‘말참견’ 언급 드물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공격한 것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박진 외교부 장관의 대만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이 표현을 동원해 논란이 됐지만 외국 정상에게 사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반박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가 중국 정부의 고압적 공세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 “국격을 의심케 한다”는 등 전례 없이 강도 높은 표현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공세에 정면 대응을 피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우리) 반응의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충돌은 한미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며 “이에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이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숱한 굴곡을 거쳐 그 틀을 굳건히 다져 왔다. 북한의 침략을 막고 공산권을 견제하기 위해 맺었던 단선적 관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 고도화, 미국의 아시아 정책 변화, 우리 국내의 역동적인 정치 상황,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위협들에 대한 양국의 대응 과정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반도 안보를 지탱하는 복합 중추로 진화했다. 한미동맹의 시작은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6·25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시점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 중단을 대가로 미국에 안전보장책을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이 무렵 공산권의 세력 확장을 우려한 미국의 이해관계 등과 맞물리면서 군사동맹으로 탄생했다. 이 조약에 따라 한미가 외부 무력 공격에 상호 협의하고 대처하기 위한 주한미군도 한국 영토에 배치됐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등의 주요 골격이 갖춰진 것이다. 사실 이때 한미동맹의 법적 근간이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취약했다. 한쪽이 파기를 통고하면 1년 후에 자동 폐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래서였다. 박 대통령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군 역대 최다인 연인원 32만여 명을 전장에 보내 미국을 도왔다. 이후 정부는 파병 대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자동 개입’ 조항을 추가했다. 주한미군 감축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8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도 시작했다. 1968년 청와대 기습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 북한이 도발했지만 오히려 한미는 이를 계기로 철통같은 동맹 의지를 다졌다. 한미 연합훈련과 양국 국방장관 회동 등 다른 동맹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미동맹만의 특장점이 이때부터 발현됐다. 일부 반미 여론 등이 촉발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변곡점도 있었다. 2002년 6월 13일 경기 양주시 국도에서 여중생 효순 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들끓던 민심은 미국을 향한 분노로 표출됐다. 다만 이를 계기로 이후 미 정부가 한국 여론을 무시하지 않고 더욱 귀를 기울이는 계기도 됐다. 2003년 2월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등 한미동맹 정신을 이어갔다. 한미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 협상부터 발효까지 진통을 겪기도 했다. ‘광우병 논란’도 한반도를 강타했다. 이에 2008년 미국산 소고기의 자유무역협정(FTA) 수입 등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도 이어졌다. 위기가 있었지만 한미동맹은 끈끈하게 유지됐다. 한국은 2016년 7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받았지만 한미동맹 강화 등을 이유로 감내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은 “동맹 간에도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 한미동맹은 단순한 안보협력을 뛰어넘어 경제안보까지 망라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동맹은 오히려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발힌 것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다.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할 수 없다(부용치훼·不容置喙)”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한 가운데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정부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발언을 주고받은 것. 윤석열 대통령의 24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한국 정부 간 긴장 관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땐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간 정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확실히 이 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고 반발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다.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군사)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히며 “계획된 시일 내 발사”를 지시한 것.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도 있지만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방미 앞둔 尹, 우크라 지원 고민… 러 “눈에는 눈” 보복 위협 로이터 인터뷰서 “민간 학살” 전제군사지원 가능성 열어두자 논란대통령실 “정부 입장 바뀐 것 아냐”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고수해 온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 러시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포를 놓았다. ● 방미 앞 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첫 시사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조차 차단했던 기존 방침과 달리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무기 지원 등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좀 더 공세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경제적 능력이나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진영의 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 유출 사건에선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의 무기 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러 “우리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엄포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은 그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고 정면으로 한국을 겨냥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 손에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며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감시 정찰 자산을 더 확충하고,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를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對北) 억제 수단으로 기존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강화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비닉(祕匿·비밀스럽게 감춤) 무기’ 옵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윤 대통령이 지칭한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Kill Chain·대북 선제타격), 대량응징보복(KMPR) 등 전력을 의미한다. 개전 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전쟁 지휘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첨단무기를 조속히 전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량응징보복 전력으론 탄두 중량이 8∼9t에 달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현무-5는 북한 전역의 지하 100m보다 깊은 곳의 지휘·전략 표적을 파괴할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나다. 사실상 소형 전술핵급 위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지닌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적의 전력 송신망을 무력화해 전쟁 지휘부와 일선 부대 간 전술지휘통제(C4I) 체계를 마비시키는 정전탄, 적 상공에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반경 수 km 내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전자기펄스(EMP)탄도 개발되고 있다. EMP탄 개발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미 간에 정보 공유, 공동 실행 등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미 전략자산(핵전력)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한국이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는 획기적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한미 확장억제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확장억제는 한미 간에 논의가 많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것을 세팅하고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한미 간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한미 간 확장억제 시스템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을 열어 놓은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고수해온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 러시아는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에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포를 놓았다. ●방미 앞 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첫 시사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조차 차단했던 기존 방침과 달리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왔다.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무기 지원 등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좀 더 공세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경제적 능력이나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진영의 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 유출 사건에선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의 무기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 러 “우리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엄포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는 이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고 정면으로 한국을 겨냥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 손에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발언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며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고 결단코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감시 정찰자산을 더 확충하고,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를 개발해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對北) 억제 수단으로 기존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강화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비닉‘(祕匿·비밀스럽게 감춤) 무기’ 옵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내비치며 내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발 강도를 끌어올리는 북한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칭한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Kill Chain·대북선제타격), 대량응징보복(KMPR) 등 전력을 의미한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해 원점을 타격하고, 개전 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전쟁 지휘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첨단무기를 조속히 전력화하겠다는 것. 대량응징보복 전력으론 탄두 중량이 8~9t에 달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꼽힌다. 세계 최대규모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현무-5는 북한 전역의 지하 100m보다 깊은 곳의 지휘·전략 표적을 파괴할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나다. 사실상 소형 전술핵급 위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지닌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적의 전력 송신망을 무력화해 전쟁지휘부와 일선 부대간 전술지휘통제(C4I) 체계를 마비시키는 정전탄, 적 상공에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반경 수 km 내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전자기펄스(EMP)탄도 개발되고 있다. EMP탄 개발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미 간에 정보공유, 공동실행 등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미 전략자산(핵전력)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한국이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는 획기적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한다”고도 했다. ‘나토식 핵공유’처럼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더 강한 대북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는 ‘한국식 핵공유’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 또 한미 확장억제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확장억제는 한미 간에 논의가 많이 진행이 돼 왔기 때문에 이것을 세팅을 하고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한미 간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확장억제 강화를 양자 간 틀로 확고하게 다지되 확장억제 시스템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을 열어놓은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일본에 배치된 ‘하늘의 암살자’ 리퍼(MQ-9·사진) 무인 공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을 한미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차원에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한미 양국의 공동기획과 실행 강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보다 다양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더 자주 전개하자는 한미 간 논의가 구체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는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의 자위대 기지에 배치된 리퍼 등 무인 공격기들을 1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연합 편대군 종합훈련에 참가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尹-바이든 정상회담때 ‘한국식 핵공유’ 명문화 추진 한미 ‘핵우산 공동기획-실행’ 협의 ‘북핵 대응 한미일 협의체’도 가속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존 최고 무인공격기인 리퍼(MQ-9)의 두 번째 한반도 전개가 추진된다. 이는 이달 말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일대에 배치되는 미 전략자산의 종류를 전략폭격기나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통적인 핵우산 전력을 넘어 첨단 전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가속화되는 리퍼의 한반도 전개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회담에서 전략자산 전개 등 미측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시 한국이 기획과 실행 등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공동 문안에 명문화하기 위해 미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전술핵을 전진 배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에서 모티프를 얻되 직접 전술핵을 한반도에 들여오는 방식보다는, 북한의 주요 시설 동시 타격이나 수뇌부 ‘핀셋 제거’가 가능한 핵추진 항공모함 또는 핵추진 잠수함 같은 전략자산을 적시에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미국의 계획대로 전개되고 우리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국이 초기부터 전략자산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국식 핵공유를 통해 유사시 미국 핵우산의 신속한 제공에 대해 갖고 있는 국민의 의구심도 해결하고 북핵을 강력하게 억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력 그림이 그려졌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논의는 한미, 미일 양자 간에만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차원에서 3국 간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핵우산 제공을 3자 협의체를 통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에 대해 내부적으로 실익을 따져보는 논의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은 이지스함 등을 투입해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사일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 훈련은 지난해 10월과 올 2월에 이어 세 번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 해상에서 해적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기관장 등이 탑승한 선박이 16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항에 도착했다. 외교부는 “한국 시간 10일 오후 11시경 코트디부아르 남방에서 연락이 두절됐던 국민 1명이 탑승한 싱가포르 국적 ‘석세스 9(Success 9)호’ 선박이 16일 오전 1시 30분경 아비장 내항으로 안전하게 입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현지 공관을 통해 한국인 탑승자를 면담하고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4300t급 유류운반선인 석세스 9호는 선장을 포함한 미얀마인 15명과 한국인 기관장, 싱가포르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이 탑승해 있다가 코트디부아르 남방 309해리(약 572km)에서 해적에 피랍돼 연락이 끊겼다가 닷새 만인 15일 해적에게 풀려나 연락이 재개됐다. 해적들은 약 12명으로 파악됐으며 화물과 개인 물품을 탈취한 뒤 통신기기와 기관설비를 손상하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선사 측으로부터 석세스 9호와의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 11일 오전부터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설치하고 가동해 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 이도훈 2차관 등이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인근 재외공관과 수차례 화상회의를 열면서 현지 상황을 점검했고, 선박의 수색구조 협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고가 발생한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은 해적 출몰이 빈번한 지역이다. 특히 3월부터 8월까지는 조업기라 해적들의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다. 석세스 9호는 조업하는 어선들에게 유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다가 해적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인 2명이 탑승한 유류운반선 B-오션호가 코트디부아르 남방 200해리에서 해적에 끌려가 30억 원 상당의 석유 3000t을 빼앗긴 뒤 풀려난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변제한다는 배상금은 받지만 사과 한마디도 어려운 일본에는 굉장히 섭섭하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A 씨는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배상금 수령을 하루 앞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아쉬움을 표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부친의 상속자 자격으로 배상금을 받게 된 그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과거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론 충분한 입장 표명이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변제한 배상금을 수령했거나 수령할 유족 4명을 13일 인터뷰했다. ● “韓 변제 배상금 받지만 日 피고 기업 참여해야” A 씨는 또 한일 재계가 조성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관련해 “한일 기업들이 징용 피해자들의 손주들을 위해 미래 장학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징용 배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이 배상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제금을 받겠다고 신청했으니 일본 기업에 채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일부 피해자 및 대리인단으로부터 이번 배상금 수령이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A 씨는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셈이다. 재단에 배상 변제금 수령 신청서를 제출한 피해자 유족 B 씨도 “오랜 소송이 끝났지만 후련하지도 마음이 그리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이 양심껏 호응하고 성의를 보여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나오는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B 씨는 또 “소송을 진행하면서 해결이 될 듯하다 안 되던 경험이 수차례 있어 사실 배상금 수령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형제들하고 나눠 가지면 (배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주면 받고, 안 주면 그 돈 안 받아도 그만’이란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 전 작고한 부친과 소송 진행에 관심이 없는 형제들을 대신해 홀로 수년간 재판에 참석했다. 일본 피고 기업을 직접 찾아가 시위도 했다. B 씨처럼 소송 뒷바라지를 했던 일부 피해자 유족들은 정부 해법에 따른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생존 피해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당사자가 아니면서 돈을 받으려 한다”는 일부 세간의 비판에 부담을 느끼는 유족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금 받은 사실 드러내고 싶지 않아” 유족 C 씨는 7일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변제한 배상금 약 2억 원을 받았다. 그는 “배상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징용 문제가 얼른 매듭지어지길 원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도 없다”고 했다. 배상금을 받은 다른 유족들 일부도 정부·재단 관계자와 지난달 면담 때부터 “접촉 사실은 물론 수령하겠다는 의사, 수령했다는 사실 모두 알리고 싶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가 있는 가운데 배상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유족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들 중 포스코 외 다른 기업들도 재단 변제금 기금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상금 마련에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한다면 일본 피고 기업들은 이를 보고 (지금보다) 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유족들은 “피고 기업이 나서야 하지만 청구권협정 자금으로 경제개발을 이뤄낸 우리 정부와 기업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10명의 유가족이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배상금을 수령한다고 외교부가 13일 밝혔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은 14일 기준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 판결 피해자 10명의 유가족들에게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해자 1인당 지급되는 배상금은 2억3000만∼2억9000만 원 선이다. 피해자 10명 가운데 2명의 유족은 7일 이미 배상금을 수령했다. 나머지 8명에게는 14일 증빙서류 검토 절차 등을 거쳐 배상금을 지급한다. 14일 배상금 지급이 끝나면 배상금 수령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에 한해 배상 절차가 마무리된다. 지난달 6일 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에 대한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에 지급한다는 해법이 공식 발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배상금을 수령하는 10명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히로시마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피해자 5명 중 4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6명 중 3명, 일본제철 피해자 4명 중 3명이다. 이들은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대법원에서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서 국장은 “(이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 해법에 따른 판결금 지급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15명 중 생존해 있는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다른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정부와 재단에 내용 증명을 보내 배상금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부로선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란 과제가 남아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만남을 거부하는 분들도 있지만 진정성 있게 설명을 요청드리려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배상금을 유족 의사에 따라 가족 1명에게 지급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상속 가족들에게 분산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금 변제 절차는 탄력이 붙었지만 정부로선 여전히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피해자 배상과는 별개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의 사죄나 피고 기업의 금전적 기여 등의 조치는 없기 때문이다.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수혜 기업 중 재단에 약정한 40억 원을 기탁한 포스코 외 나머지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재단 변제금 재원 마련에 소극적인 상황도 정부로선 부담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가운데 10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배상금 수령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배상금을 받는 유족들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보다 많은 것이다.정부는 14일 유족 8명에게 각각 배상금과 5년간 지연이자를 합한 2억~2억8000여 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유족 2명에 대해선 이미 주초에 배상금이 지급됐다. 14일 배상금 지급이 완료되면 배상금 수령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에 한해선 배상 절차가 마무리된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난달 6일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에 대한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지급한다는 해법을 공식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다만 생존 피해자 3명과 유족 2명 등 5명은 여전히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정부로선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과제가 남아 있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강제징용 피해자 측 10명은 재단과 정부에 배상금을 수령하겠다는 신청서와 서류들을 제출했다. 지난달 6일 정부가 해법을 발표한 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정부 해법대로 배상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유족은 4명”이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들이 배상금 수령 의사를 밝힌 것. 신청서에는 “한국 정부에게 판결 관련 금원을 대신 지급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에 배상금을 수령하는 이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히로시마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피해자, 미쓰비시 나고야 공장에서 근로했던 피해자, 일본제철에서 노역을 했던 피해자들의 유족 등이다. 이들은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대법원에서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이 중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각기 다른 사건의 유족 2명은 배상금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가족 1명에게 지급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상속가족들에게 분리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령 의사를 밝힌 피해자 가운데 동아일보가 접촉한 이들은 대부분 “수령 여부는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어떤 입장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배상금 변제 절차는 탄력이 붙었지만 정부로선 여전히 강제징용 해법 관련해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피해자 배상과 별개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의 사죄나 피고 기업의 금전적 기여 등 조치는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들 중 재단에 약정한 40억 원을 기탁한 포스코 외 나머지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재단 변제금 재원 마련에 소극적인 상황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일부가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 대신 변제하기로 한 배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달 6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피해자 측에 지급하겠다는 해법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12일 외교부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재단은 이달 유족 2명에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피해자 한 명당 지급된 액수는 2018년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과 5년간 지연된 이자를 합쳐 2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서류 등을 갖춰 정부 변제금을 신청한 피해자 측은 ‘판결과 관련한 금전을 한국 정부로부터 대신 지급받는다’는 취지의 수령 신청서도 제출했다.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이고 이 중 3명이 생존해 있다.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배상금 수령권을 갖는다. 정부는 해법 발표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을 잇달아 면담해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 해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령 의사를 전달한 가족도 있었고, 일부는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와 피고 기업의 직접 배상이 필요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일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했으나 면담을 하루 앞두고 이 할아버지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이번에 일부 유족들이 정부 변제금을 받으면서 정부 해법에 긍정적이었던 피해자 측의 배상금 수령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단 등에 따르면 변제금은 정부 해법 발표 후 포스코가 재단에 기탁한 40억 원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일부가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 대신 변제하기로 한 배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달 6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피해자 측에 지급하겠다는 해법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12일 외교부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재단은 이달 유족 2명에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피해자 한 명당 지급된 액수는 2018년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과 5년간 지연된 이자를 합쳐 2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서류 등을 갖춰 정부 변제금을 신청한 피해자 측은 ‘판결과 관련한 금전을 한국 정부로부터 대신 지급받는다’는 취지의 수령 신청서도 제출했다.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이고 이 중 3명이 생존해 있다.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배상금 수령권을 갖는다.정부는 해법 발표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을 잇달아 면담해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 해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령 의사를 전달한 가족도 있었고 일부는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와 피고 기업의 직접 배상이 필요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일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했으나 면담을 하루 앞두고 이 할아버지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이번에 일부 유족들이 정부 변제금을 받으면서 정부 해법에 긍정적이었던 피해자 측의 배상금 수령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단 등에 따르면 변제금은 정부 해법 발표 후 포스코가 재단에 기탁한 40억 원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0만 발은 지난해 말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155mm 포탄 10만 발보다 5배 많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다. 소모성 무기인 포탄을 타국에 판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건 이례적이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10만 발 이상을 추가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에 50만 발을 제공하되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소식통은 “한미 정부 관계자들이 지원 방식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부 원칙을 지키면서 혈맹인 미국의 요구에 성의 있게 응할 방법을 찾은 끝에 포탄 제공 물량을 대폭 늘리는 대신 대여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50만 발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서 구매한 10만 발을 활용한 방식과 같다. 정부는 포탄을 대여하면 포탄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 있고 나중에 돌려받아야 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우려가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韓 ‘살상무기 직접 제공 없다’ 원칙 유지… 美에 포탄 대여로 절충 포탄 판매 아닌 대여, 이례적 방식양은 작년 美구매의 5배로 늘려尹 방미 앞두고 명분-실리 챙기기러 감안해 외교적 리스크도 줄여 정부와 방산업체가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에 155mm 포탄 50만 발을 판매가 아닌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거듭된 지원 요청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명분과 실리를 최대한 챙기기 위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진위 논란이 있지만 미 뉴욕타임스는 감청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대통령외교비서관 간 대화에서 ‘미국의 포탄 제공 요청에 응하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아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어길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50만 발은 지난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포탄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할 만큼 많은 양이다. 미국에 대여하는 방식을 취해 한국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되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尹 방미 앞두고 美에 이례적 포탄 대여지난해 정부는 미국에 155mm 포탄 10만 발을 수출할 당시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럼에도 일단 판매한 뒤엔 미국이 포탄을 운용하는 만큼 한국산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가 살상용으로 사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무기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 내 포탄 재고가 매우 부족해졌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비롯한 3억5000만 달러(약 4630억 원) 규모의 무기 추가 지원 방침을 밝히며 동맹국의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역시 향후 12개월간 155mm 포탄 100만 발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월경 한국 정부에도 포탄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에서 무기 지원에 무조건 나서 달란 식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전쟁이 오래 걸릴 거고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우려한다는 식으로 우리의 참여를 독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미 관계를 고려해 우리 입장만 고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감청 의혹이 제기된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 간 대화가 나온 맥락으로 보인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고심 끝에 대여 방식으로 지난해 말 판매한 포탄의 5배를 제공하기로 지난달 미 정부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 상황도 포탄 제공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 “미-러 사이 외교 리스크 최소화 방안”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어 러시아가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여라는 방식이 대러 관계 관리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방식이란 분석도 있다. 판매가 아닌 빌려주는 형식을 취해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크게 반발해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인 등에게 보복 조치를 하는 상황 등이 발생해도 미국에 요청해 포탄을 돌려받는 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부가 외교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소모성 무기인 포탄 제공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여 형식을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대여를 통한 간접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전쟁을 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부 장관 성명이 나온 건 2013년 7월 류길재 전 장관 명의의 성명 이후 10년 만이다. 대북 정책을 이끄는 통일부 장관이 유화적인 대화 제의가 아닌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북한의 도발이 잇따른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압박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북한에 취할 법적 조치와 관련해선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권 장관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텐데 현장 측정을 직접 할 방법이 없어서 손해배상액 산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우리 측 연락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선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를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날까지 닷새째 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간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이 11일 공개한 2023년판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서 지난달 한국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기술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언급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을 싣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당시 기시다 총리의 언급을 두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담긴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자국 문서에 담지 않으면서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인 일본의 모습이 재차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또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법 점거’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반영된 뒤 6년째 유지됐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대리(총괄공사)도 초치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항의했다.●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인 日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은 매년 4월에 최근 국제 정세와 자국 외교 활동을 기록한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2022년 외교 활동이 기준이지만 지난달 6일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등 올해 벌어진 중요한 외교 활동도 일부 포함했다. 일본은 이번 청서에서 한국의 징용 해법에 관해 하야시 외상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한일 교류가 확대돼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담았다. 하지만 과거사 반성에 대한 부분은 누락했다. 당시 하야시 외상은 “일본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 또한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해서도 기존의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일본은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일-한미일 협력 중요성은 강조일본은 이번 외교청서에서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청서에서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언급한 것에 비해 한국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이다. 특히 북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논할 필요도 없다”고 담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도 영유권 등 터무니없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 등 전향적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그 자체로 평가할 부분들이 분명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기대했다. 일각에선 일본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부분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전문가는 “청서 초안을 외무성 초임자들이 작성하는 만큼 3월 중순에 실시된 한일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담아내려는 고차원적이고 정무적인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한미)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감청)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2주 앞두고 불거진 돌발 악재가 한미 동맹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도 내부 보안 점검을 강화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미국의 감청 의혹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과 합당한 조치 요청 등) 이런 과정은 한미 동맹 간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사항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둑이 있었는지, 도둑이 왔다 간 게 사실이라면 뭘 빼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둑이 들어왔다’고 먼저 말할 수 없다”며 “전 세계 국가가 모두 첩보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맞았다고 말할 이유가 국익 차원에서도 없다”고 했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 차원의 자체적인 보안 강화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평상시에도 대통령비서실은 보안 문제에 극히 조심을 하고 있다”며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 더욱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15일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일정에 대한 막판 조율에 나선다. 김 차장의 방미 때 한미가 감청 의혹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등 실무진도 10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유출 문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보안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으로 촬영돼 (유포된) 문건의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특정세력 개입 가능성” 보안 점검“정보활동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도”野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보안 참사”대통령실 “용산이 靑보다 보안 탄탄” “문건이 생성되는 과정이 외신이 보도한 대로인지, 문건이 유출되는 과정이 어떻게 된 건지 아직 투명하게 밝혀진 게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최근 미국 언론에 제기된 미 정보당국의 한국 등 동맹국 감청 의혹에 대해 “한미가 동맹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점에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를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도 무선 통신 감청에 대한 보안과 경계 수위를 바짝 높이는 분위기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미를 하루 앞둔 이날 방미 의제를 점검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의 회의 및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차례로 길어지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도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보안 강화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 “NSC 상황서 대화 유출된 건 아냐” 대통령실은 이날 미 언론에서 보도된 의혹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 여부에 따라 미측에 우려와 항의를 전달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것. 다만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에서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잠정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전달돼 나타나는 진동을 포착하는 방식의 감청으로 대화 내용이 유출됐을 개연성도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료 유출에) 특정 세력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유출 사건 배후로 러시아 정부나 친러시아 조직이 지목되는 가운데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 대통령실은 2013년 전직 미 정보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참고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주미 한국대사관 감청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미측은 정보활동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추가 폭로가 나오자 당시 외교부는 “미 정부에 이 문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과 조치를 신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사실로 밝혀지면 미측의 해명과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활동이 세계 각국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다뤄져 온 만큼 이번 사안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지 않도록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소식통은 “정보 활동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공론화된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적극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졸속 이전 보안 참사” vs “용산, 靑보다 안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가장 안전한 청와대 벙커를 버리고 졸속적으로 이전한 결과 예견된 보안 참사”라고도 지적했다. 군 장성 출신 김병주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재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사 보안 문제는 완벽하게 준비했고, 점검이 이뤄지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며 “NSC의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청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있던 곳”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군이 다 통째로 털렸단 말이냐. 민주당 주장은 국익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을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한미)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맑혔다. 다만 “(감청)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2주 앞두고 불거진 돌발 악재가 한미 동맹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도 내부 보안 점검을 강화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미국의 감청 의혹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과 합당한 조치 요청 등) 이런 과정은 한미 동맹 간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사항으로 사실 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둑이 있었는지, 도둑이 왔다간 게 사실이라면 뭘 빼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둑이 들어왔다’고 먼저 말할 수 없다”며 “전 세계 국가가 모두 첩보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맞았다고 말할 이유가 국익 차원에서도 없다”고 했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 차원의 자체적인 보안 강화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평상시에도 대통령비서실은 보안 문제에 극히 조심을 하고 있다”며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 더욱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15일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일정에 대한 막판 조율에 나선다. 김 차장의 방미 때 한미가 감청 의혹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등 실무진들도 10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유출 문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보안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으로 촬영돼 (유포된) 문건의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정보기관들이 감청 등을 통해 수집한 기밀 정보가 온라인에 대거 유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속에 미국 기밀 정보 보안에 구멍이 뚫린 데다 동맹국에 대한 무차별 감청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2013년 전직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최대 기밀정보 유출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韓 국가안보실 대화 담긴 美 감청 문건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에 대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이문희 전 대통령외교비서관은 지난달 1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미 정상 통화에 대해 논의하며 “정부가 미국의 포탄 요청에 응한다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전격 교체됐다. 문건은 “이 전 비서관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없이는 정상 간 통화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한국은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을 위반할 수 없기 때문에 (무기를 지원할) 유일한 방법은 이 원칙을 바꾸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고 했다. 문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발표가 겹치는 것에 대해 “여론은 이 두 사안을 거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전 비서관에게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탄약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할 가능성을 제안하자”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 변경을 검토했으나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등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폴란드를 통한 ‘우회 지원’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한미 정부가 다양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이 같은 내용이 미 정보기관의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통해 확보됐다고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의 내부 논의에 대해 감청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 이스라엘 총리에 반기 든 모사드 등 유출된 문건에는 이스라엘, 튀르키예(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 동맹국들에 대한 외교적 감청 정보들도 대거 포함됐다. CIA가 지난달 1일 감청을 통해 작성한 문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명시적인 행동을 포함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편에 항의할 것을 모사드 관리들과 시민들에게 촉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조치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가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과 무기 지원을 위해 접촉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도 유출됐다. NYT 등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100여 건으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군 지도부 보고를 위해 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했다. 이들 문건에는 중앙정보국(CIA)과 NSA, 국가정찰국(NRO), 국무부 정보연구국 등 미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들이 담겼으며 대부분 ‘일급기밀(Top Secret)’ 마크가 찍혀 있었다. 이들 문건은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의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2, 3월 집중적으로 유출됐으며 이달 5일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과 미국 음모론 사이트인 ‘포챈(4chan)’ 등을 통해 확산됐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두 달 가까이 이들 문건의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데다 아직 유출된 문건을 모두 삭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