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들이 제기되며 국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多)핵종처리장치(ALPS) 등 도쿄전력이 갖추고 있는 오염물질 처리 설비가 제대로 작동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 이하로 오염물질이 방출된다면 객관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다만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해양에 방출했던 전례가 없는 만큼 실제 기준치 이하로 방사성 물질이 저감됐는지 등을 공개하는 과학적 절차가 이뤄져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 ALPS로 오염수 반복 걸러 방출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 약 133만 t이 1068개 저장탱크에 보관돼 있다. ALPS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도시바가 개발한 설비로 흡착제를 이용해 64개 핵종 중 탄소-14와 삼중수소를 제외한 핵종 62종을 걸러낸다. 저장탱크의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에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 방출하기 전에 시료 채취·분석 등을 통해 배출 기준치를 만족하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이 설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ALPS 처리를 반복한다. 현재 오염수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ALPS로 충분히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다. 현재 오염수의 L당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73만 Bq(베크렐·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국내 기준(4만 Bq)의 18배가 넘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바닷물을 섞어 L당 1500Bq로 희석시켜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단계별로 문제를 걸러낼 수 있도록 현재의 원자력 안전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과정은 세계적으로 합의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처리 과정을 거쳐 오염수가 방출된다면 국내에 실제 도달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극소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 2월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출된 삼중수소는 우리나라 관할 해역인 제주 바다 근처에 4, 5년 뒤부터 유입되기 시작해 10년 뒤에는 m당 0.001Bq 농도로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람이 100억 년을 매일 먹어야 1년간 방사선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ALPS 정상 가동 여부 등 일본 주장 검증 필요 다만 이는 ALPS가 정상적으로 운용됐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ALPS의 정상 운용 여부와 방출되는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 등과 관련해 주변 국가 및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하고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원전에서 전 세계적으로 62종의 다핵종을 제거해 방출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정상 가동되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액체폐기물을 ALPS와 유사한 방식으로 걸러내고 있지만, 세슘 등 소수의 핵종을 걸러내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작은 플랑크톤에 쌓인 방사선 핵종이 이를 먹이로 하는 다수의 해양 생물에게 전달되면서 간접적으로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ALPS 성능에 대한 우려나 삼중수소의 위험성 등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 전체를 ‘괴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진호 한양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계획과 달리 실제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며 “일본이 오염수를 배출하기 전 ALPS를 수차례 처리한 후의 핵종 농도를 공개하면 인접국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바른언론시민행동과 바른청년연합이 주최한 ‘가짜뉴스, 반지성주의와 지역경제’ 토론회에서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중국 황해 연안에서는 매년 후쿠시마보다 50배 많은 삼중수소가 방류되고 있고, 이 방류수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로 유입됐다”며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최소 3년 뒤 국내로 유입되는 후쿠시마 방류수보다 중국 원전 방류수가 더 위험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양자의 시대는 반드시 옵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이차전지 원자재 공급망 이슈 같은 난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 개발을 총괄한 존 마르티니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이같이 진단했다. 양자컴퓨터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양자로 구현돼 연산 속도가 빠르다. 양자의 특성을 가지는 ‘큐비트’ 단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계산을 빠르게 하는 것 외에도 양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 반응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여러 화학물질의 대체재를 찾을 수 있고 더 효율이 높은 신소재를 발굴하는 데 이점이 있어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큰 응용 분야”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양자 연구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마르티니스 교수는 “대학과 기업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유연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마르티니스 교수 본인도 UC샌타바버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구글에서 양자컴퓨터 개발팀을 이끌었다. 그는 “대학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실험실 수준의) 작은 칩 정도를 개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며 “구글에 갈 수 없었다면 산업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성과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학교에서 했던 연구를 바탕으로 2019년 구글에서 53큐비트(양자의 기본 연산 단위) 규모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개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자우월성’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자우월성은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대학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다른 만큼 전문 인력이 학계와 산업계를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양자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다수의 인력이 산업계로 진출하면서 학계에 ‘구멍’이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이런 현상이 “인재 양성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모든 나라가 양자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도 인력을 키워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양자 분야 전문 인력은 384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열린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보고회’에서 2035년까지 전문 인력을 2500명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앞으로 산업적인 과제에서 가장 먼저 ‘양자우월성’을 입증하는 기업이 양자 산업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령 항공사가 10%의 고객을 더 태울 수 있는 최적화 방식과 같은 과제를 푸는 것이다. 마르티니스 교수는 다시 한번 양자우월성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해 구글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함께했던 앨런 호 박사와 자신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던 로버트 맥더모트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교수와 함께 기업 ‘콜랩’을 창업했다. 그는 “오류율을 현저히 줄인 질 좋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라며 “뛰어난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갖춘 한국이 앞으로 양자컴퓨터의 품질을 높이는 데 국제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양자암호 기술은 앞으로 국가 안보를 결정할 중요한 기술이다.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박사(81)는 26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양자암호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국제 행사 ‘퀀텀 코리아 2023’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대다수의 암호 체계는 복잡한 수학 계산을 기반으로 하는 ‘공개키암호방식(RSA)’을 사용한다. 기존 컴퓨터로 RSA 암호를 풀려면 100만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연산 능력이 훨씬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수 초 안에 암호를 풀 수 있다. 클라우저 박사는 “(안보 측면에서) 개발 필요성을 직감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이 자금을 지원하며 본격적인 양자 연구가 시작됐다”고 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1972년 양자 암호의 기반이 되는 ‘양자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처음 증명한 인물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두 명의 다른 과학자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양자얽힘은 두 개의 양자가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당시 과학계는 양자역학을 완전하지 못한 학문이라고 바라보던 ‘아인슈타인 학파’와 양자역학을 지지한 ‘닐스 보어 학파’로 나뉘어 있었다. 클라우저 박사의 연구는 닐스 보어 학파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클라우저 박사는 “아인슈타인은 내 ‘히어로’였기 때문에 내심 그가 승리하길 바랐지만 내 실험으로 그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아인슈타인은) 워낙 훌륭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에게 이 실험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내 커리어를 망칠 것이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클라우저 박사가 증명한 양자얽힘 현상은 양자 산업 전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2040년이면 양자 산업이 100조 원대 시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라우저 박사는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의 꾸준한 투자와 진실을 밝히겠다는 젊은 과학자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DDP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며 양자 기술 분야에 2035년까지 민간 기업과 함께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조4000억 원의 예산을 활용해 양자 기술 기초 연구와 산업화에 투자하고, 민간 기업도 올해부터 2027년까지 6000억 원을 투자한다. 양자 분야 핵심 인력은 지난해 기준 384명에서 2035년 2500명 규모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양자 기술을 공급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의 수도 기존 80곳에서 앞으로 1200여 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DDP에서 클라우저 박사를 포함한 양자 분야 주요 석학 및 연구자들과 대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양자 전문가 등이 함께 연구, 개발하고 성과를 공유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물리 공간인 ‘퀀텀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양자암호 기술은 앞으로 국가 안보를 결정할 중요한 기술이다.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박사(81)는 26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양자암호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국제 행사 ‘퀀텀 코리아 2023’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클라우져 박사가 양자암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최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나면 기존 암호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대다수의 암호체계는 복잡한 수학 계산을 기반으로 하는 ‘공개키암호방식(RSA)’을 사용한다. 기존 컴퓨터로 RSA 암호를 풀려면 100만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연산능력이 훨씬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수 초 안에 암호를 풀 수 있다. 반면 양자를 이용한 암호 체계는 측정이나 복제를 하는 순간 정보가 훼손되기 때문에 해킹이 불가능하다. 클라우저 박사는 “(안보 측면에서) 개발 필요성을 직감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이 자금을 지원하며 본격적인 양자 연구가 시작됐다”며 “금융이나 스마트폰까지 암호화된 통신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양자암호는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1972년 양자 암호의 기반이 되는 ‘양자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처음 증명한 인물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두 명의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양자얽힘은 두 개의 양자가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당시 과학계에는 양자역학을 완전하지 못한 학문이라고 바라보던 ‘아인슈타인 학파’와 양자역학의 대들보 역할을 한 ‘닐스 보어 학파’가 나뉘어 있었다. 클라우저 박사의 연구는 닐스 보어 학파의 승리로 두 학파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실험이었다. 클라우저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인슈타인은 내 ‘히어로’였기 때문에 내심 그가 승리하길 바랐지만 내 실험으로 그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아인슈타인은) 워낙 훌륭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에게 이 실험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내 커리어를 망칠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클라우저 박사가 증명한 양자얽힘 현상은 양자 산업 전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2040년이면 양자 산업이 100조 원대 시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라우저 박사는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양자 연구가 미래를 바꿀 신 산업의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 과학에 대한 국가의 꾸준한 투자와 진실을 밝히겠다는 젊은 과학자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양자 기술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날 DDP에선 국내 최대 양자 분야 국제 행사인 ‘퀀텀코리아 2023’이 개막했다. 퀀텀코리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부터 열린 양자정보주간을 확대 개편한 행사로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투자·연구 기관 등 50여 곳이 참여했다. 국내 양자 연구 기관들은 이날 행사장에 마련된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에게 양자 기술의 현주소를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날 다이아몬드 기반의 양자 컴퓨터를 전시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상당수 양자 컴퓨터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영하 270도 수준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다이아몬드 기반의 양자 컴퓨터는 상온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 전승우 KIST 선임연구원은 “현재 5큐비트 수준까지 구현한 상태로, 실제 연산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기존 컴퓨터는 0 혹은 1인 상태를 가지는 ‘비트’를 연산 단위로 사용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모두 가질 수 있는 ‘큐비트’를 이용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전시관에선 초전도 방식의 양자 컴퓨터 개발 성과가 전시됐다. 초전도 방식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KRISS 자체적으로 50큐비트급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큐비트급의 양자 컴퓨터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 성과다. 정부는 퀀텀코리아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 중인 양자 기술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 기술 시장은 2040년 1060억 달러(약 138조754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정부는 이미 양자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며 미래 양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연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양자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3월 국가 차원의 양자 전략을 발표하고 2024년부터 10년간 25억 파운드(약 4조15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양자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선제적으로 새로운 양자 기술과 전략을 발표한 IBM, 구글 등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본격적으로 양자 분야에서 맞불을 놓고 있다. 앞서 IBM은 100큐비트 규모에서 일반적인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결과를 입증한 논문을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공개했다. 기존에는 1000큐비트 이상의 성능을 갖춘 양자 컴퓨터가 있어야 기존 슈퍼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예상이었다.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양자 컴퓨터로 기존 슈퍼 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3분 20초 만에 해결했다는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양자 컴퓨터를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MS는 21일(현지 시간) “10년 안에 신뢰할 수 있고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개발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국도 주요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2024년부터 8년간 99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4월 신청한 상태다.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날 행사엔 세계적인 석학도 방문했다. 축사는 양자얽힘 현상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 존 클라우저 박사가 맡았다. 존 마르티니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김정상 듀크대 교수 등의 석학도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양자 과학 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박사(사진)가 26일 한국을 찾아 “정치인과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연구원들이 기회주의적 목표를 위해 과학을 악용하고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분야 국제행사 ‘퀀텀코리아 2023’의 기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1972년 양자의 핵심적인 특성인 ‘양자얽힘’ 현상을 처음 실험적으로 증명한 인물이다. 양자얽힘은 두 개의 양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양자컴퓨팅 및 양자통신 등 양자 주요 기술에 기반이 되는 특성이다. 클라우저 박사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잘못된 정보와 잘못 알려진 과학으로 가득 차 있다”며 “신중한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젊은 과학자들은 자연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과학자들이 동료 평가 등을 통해 심판자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과학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클라우저 박사는 기후변화가 거짓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지금의 기후변화 과학은) 주요 설명에 있어서 큰 오해가 있다”며 “사람들이 환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우저 박사는 27일 오후 6시 고려대에서 대학생 및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대중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UNIST가 올해 국내에서 세계 상위 10% 논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UNIST는 25일 네덜란드 레이던대가 매년 발표하는 레이던랭킹에서 7년 연속 국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레이던랭킹은 평판도 등 다른 외부 요인은 모두 제외하고 대학이 발표한 논문의 피인용 실적만을 평가하는 제도다. UNIST는 세계 상위 1% 논문 비중에서도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얻었다. 레이던랭킹에 따르면 UNIST는 상위 10% 논문 비율 12.6%로 국내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178위를 기록했다. 상위 1% 논문 비율은 1.3%로 세계 순위는 252위다. 올해 레이던랭킹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대학은 미국 록펠러대이며,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캘리포니아공대, 스탠퍼드대가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UNIST에 이어 세종대, 포스텍, KAIST, 영남대가 5위권에 들었으며, 이화여대, DGIST,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가 6∼10위를 차지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그들을 잃은 것은 파키스탄의 큰 비극이다. 다우드 가족은 지난 60여 년간 교육과 과학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아타우르 라흐만 전 파키스탄 교육부 장관)”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 과학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이태닉호를 보러 보러 잠수정에 탑승했다 고인이 된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을 추모하는 파키스탄 과학계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는 라흐만 전 장관의 인터뷰와 함께 다우드 부자가 몸담고 있는 다우드 재단이 파키스탄 과학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다우드 재단은 샤자다 다우드의 할아버지인 아흐메드 다우드가 1960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재단은 1962년 파키스탄 카라치에 다우드 공과기술대를 설립했다. 이후에도 파키스탄의 최초 과학 박물관인 ‘마그니피사이언스 센터’를 설립하고, 여학생 교육을 위한 국립학교를 세우는 등 파키스탄의 과학 교육에 크게 기여했다.다우드 공과기술대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우리 대학의 모든 교직원은 다우드 가족의 비극적인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글과 다우드 부자의 사진을 게재했다. 파키스탄 아가칸대의 한 관계자는 트위터에 “다우드 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의료 전문가 역량을 높이기 위해 7950만 파키스탄 루피(약 3억6400만 원)를 기부할 정도로 파키스탄의 과학계와 의학계에 관심이 깊었다”고 밝혔다. 최지원기자 jwchoi@donga.com}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생성형 AI 기술 인력 자원이 미국, 중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적 자원의 확보가 산업 경쟁력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학계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2일 과학기술 연구조사기관인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생성형 AI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은 총 5만4899건이다. 중국은 1만9318건, 미국은 1만1624건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682건의 논문을 발표해 인도,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연구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피인용 지수 상위 1%에 속하는 논문의 수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에 이어 7위로 집계됐다. 1위인 미국은 691건인 반면 우리나라는 10분의 1 수준인 70건에 그쳤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AI 분야 연구원은 “미국, 중국, 영국 등 논문의 양과 질이 모두 뛰어난 나라는 연구 및 기술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산업을 이끌 핵심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OECD 국가 전체 AI 인력 중 25%가 미국에 집중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0.39%에 불과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AI 분야 교수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학계 내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생성 AI의 기초가 되는 딥러닝도 학계에서 등장한 기술인 만큼 학계와 산업계 사이의 인력 분배가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와 기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정된 인재와 자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우 사이먼 성일 성균관대 교수가 딥페이크로 생성된 ‘가짜 영상’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삼성SDS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우 교수는 “학계의 인력이 충분해야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 산업 생태계 육성 및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퀀텀 코리아 2023’을 개최한다. ‘미래를 향한 퀀텀 대도약’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존 클라우저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를 비롯해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찰스 베넷 IBM 박사 등 세계적인 양자 석학이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한다. 이와 함께 IBM, 아이온큐 등 세계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 기업 및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 통신 3사 등 총 50여 개의 기업과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파트너십 관계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 산업 생태계 육성 및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퀀텀 코리아 2023’을 개최한다. ‘미래를 향한 퀀텀 대도약’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존 클라우저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를 비롯해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찰스 베넷 IBM 박사 등 세계적인 양자 석학이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한다. 이와 함꼐 IBM, 아이온큐 등 세계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 기업 및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 통신 3사 등 총 50여 개의 기업과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파트너십 관계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9월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 4인이 미래 교육을 주제로 한국에서 토론회를 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기관인 노벨프라이즈 아웃리치와 공동으로 9월 2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12월 10일을 전후로 스웨덴 현지에서 개최되는 학술행사인 ‘노벨위크 다이얼로그’의 해외 특별행사다. 노벨상 수상자가 일반 대중과 학술적인 주제가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로 올해는 ‘교육의 미래: 과학과 기술 탐구’가 주제다. 한국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건 2017년 이후 두 번쨰다.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독일, 스페인,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9개국에서 열렸으며, 매년 2~3개 국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2013년 수상)와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2006년)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2010년)다. 일반 참관객은 21일부터 한림원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접수할 수 있으며, 당일 한-영 동시통역과 점심이 제공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녀의 키 예측을 하려고 문의했다가 성장호르몬제를 맞으려면 예약이 밀려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병원에서 예상 키를 검사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호르몬제 투약으로 이어진다. 자녀에게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게 이젠 드문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들의 예상 키를 추측하기 위해 성장판 검사를 받는 게 대중화하며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1265억 원이었던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2385억 원으로 5년간 두 배 수준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제를 투약한다고 반드시 키가 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처방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제는 7개다.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제약사 제품이 5개이고 국내 제약사 제품은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등 2개다. 지난해 LG화학의 유트로핀 제품군 매출은 1200억 원으로, 2020년(800억 원)에 비해 1.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매출도 1.9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급성장한 건 비급여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제는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사람 성장호르몬으로, 이전에는 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등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 질환 환자들에게 급여 처방됐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성장판 검사가 가능한 병원이 늘면서 유전 질환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비급여 처방이 급여 처방을 크게 상회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 의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30%는 급여 처방, 70%는 비급여 처방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구화한 식단과 환경호르몬의 증가 등으로 비만과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점도 비급여 시장이 커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비만의 경우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이 뼈 성장을 막고, 성조숙증은 키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을 줄여 결과적으로 유전적으로 자랄 수 있는 키보다 덜 자랄 수 있다. 노정기 바른키움성장클리닉 원장은 “심한 경우 비만과 성조숙증으로 10∼20cm 정도 덜 자랄 수 있다”며 “유전적인 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자녀의 키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주로 비급여 처방을 받는다”고 했다. 성장호르몬제의 경우 몸 안에 있는 성장호르몬과 유사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독성 등의 부작용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순간적으로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수준으로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진료 때 다양한 검사를 통해 신체 상태를 면밀히 확인해 투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비급여로 성장호르몬제를 처방받는 경우 체중에 따라 연간 치료비가 1000만∼1200만 원 정도로 높다. 그럼에도 주사를 맞는 게 무조건 성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서정환 세브란스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키 성장은 다양한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자랄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 반에서 한 명 이상은 성장호르몬제를 맞는 것 같아요. 이제는 병원에서 예상 키를 검사하는 건 ‘필수 코스’예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녀의 키 예측을 하려고 문의했다가 성장호르몬제를 맞으려면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자녀에게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게 이젠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들의 예상 키를 추측하기 위해 성장판 검사를 받는 게 대중화하며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1265억 원이었던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2385억 원까지 4년간 두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제는 7개다.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제약사 제품이 5개이고 국내 제약사 제품은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등 2개다. 지난해 LG화학의 유트로핀 제품군 매출은 1200억 원으로, 2020년(800억 원)에 비해 1.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매출도 1.9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급성장한 건 비급여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제는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사람 성장호르몬으로, 이전에는 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등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 질환 환자들에게 급여 처방됐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성장판 검사가 가능한 병원이 늘면서 유전 질환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비급여 처방이 급여 처방을 크게 상회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 의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30%는 급여 처방, 70%는 비급여 처방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서구화한 식단과 환경호르몬의 증가 등으로 비만과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점도 비급여 시장이 커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비만의 경우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이 뼈 성장을 막고, 성조숙증은 키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을 줄여 결과적으로 유전적으로 자랄 수 있는 키보다 덜 자랄 수 있다. 노정기 바른키움성장클리닉 원장은 “심한 경우 비만과 성조숙증으로 10~20cm 정도가 덜 자랄 수 있다”며 “유전적인 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자녀의 키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주로 비급여 처방을 받는다”고 했다.성장호르몬제의 경우 몸 안에 있는 성장호르몬과 유사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독성 등의 부작용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순간적으로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노 원장은 “위험한 수준으로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는 극히 드문 데다, 진료 때마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신체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다만 비급여로 성장호르몬제를 처방받는 경우 1년 약값이 1000만~1200만 원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만 비급여로 성장호르몬제를 처방받는 경우 체중에 따라 치료비가 1000만 원~1200만 원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주사를 맞는다고 무조건 유전적인 키만큼 자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투여를 망설이는 부모도 많다. 서정환 신촌세브란스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키 성장은 다양한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자랄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 웹툰 ‘지옥에서 독식’을 그린 김동훈 작가가 대형 태블릿PC 앞에서 웹툰을 그리고 있었다. 밑그림을 만든 뒤 선을 따고 채색과 명암까지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5시간. 옆에 있던 박광철 작가(한국만화가협회 이사)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같은 작업을 해보겠다며 ‘노블AI’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입력창에 영문으로 ‘남성 1명, 파란 넥타이’ 등 20여 개의 명령어를 쓰자 10초 만에 김 작가 그림과 비슷한 이미지가 여러 장 생성됐다. 김 작가는 “그림을 안 그려도 그림이 만들어지는 세상이 됐다. AI가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AI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두려워하기만 하면 한순간에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의 세계마저 빠르게 잠식하면서 창작의 개념과 AI 활용 범위를 두고 사회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 웹툰에 대해 국내 여러 독자는 “결국 누군가의 그림을 베낀 것”이라며 보이콧(거부운동)에 나섰다.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는 16일(현지 시간) AI로만 만든 노래는 수상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AI를 창작 활동의 보조 도구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창작개념 뿌리째 흔들… 그래미 “AI가 만든 노래 수상자격 없다” 작가들, 네이버의 ‘AI 페인터’ 활용14개월 동안 웹툰 72만장 채색AI로 제작한 음원 출시도 앞둬“저작권 침해 논란… 사회적 합의 필요” 박 이사는 “AI 기술이 태생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떠나서 창작자들이 AI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AI에 대응하고 준비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개발이 고도화하며 이를 활용한 창작 활동이 활발해지자 AI를 주요한 창작 도구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할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미 보편화된 AI… 거부감은 여전 창작 생태계에서 AI 기술은 더 이상 새롭고 생소한 도구가 아니다. 웹툰 업계에서는 노블AI 등 새로운 웹툰 이미지를 만드는 생성형 AI부터 작가를 보조해주는 수준의 기능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2021년 10월 출시한 ‘AI 페인터’는 웹툰 30만 장의 데이터를 추출해 학습한 AI가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배경 등에 자연스럽게 색상을 입혀주는 기능을 갖췄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출시 후 약 1년 2개월간 작가들이 웹툰 72만 장을 AI 페인터로 채색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AI 기술로 (작가들의) 작업 시간이 기존 대비 30∼50%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원 창작 분야에서도 AI 기술 활용이 보편화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출신 김승수 KSS뮤직 프로듀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미 AI 보컬 기술을 활용해 음원 제작 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줄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 엔터아츠는 AI로 제작한 멜로디와 보컬을 입힌 음원을 완성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임 업계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활로를 찾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문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부 창작자까지 창작물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여전히 작지 않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웹툰에 지난달 22일 처음 공개된 작품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AI를 활용해 보정 작업을 거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권혁주 한국웹툰작가협회장은 “현재 웹툰 창작자의 절반 정도는 AI에 대해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라며 “기술 발전으로 앞으로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저작권 침해, 사회적 합의 만들어야” AI 활용이 결국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웹툰, 음원 등 창작 생태계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AI가 콘텐츠를 직접 생성하기까지는 기존 창작물을 대규모로 학습하는 과정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글로벌 AI 기업이 창작자들에게 동의를 얻는 세부 절차를 생략하고 정당한 대가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누가 봐도 특정 작가의 독창적인 그림을 베껴낸 듯한 AI 창작물이 양산되고 있다”며 “이걸 어디서 어떻게 학습시켰는지, 기존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에선 AI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뒤 다른 노래를 부르도록 한 음원이 논란을 빚고 있다. 올해 4월 4일 유명 가수 드레이크와 위켄드가 함께 부른 것처럼 보이는 신곡이 올라왔다가 AI로 만든 가짜 음원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플랫폼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두 가수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AI 기술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삭제 조치를 요구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침해 논란을 법령으로 규제하기 위한 국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9월까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응준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부회장은 “AI의 저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나뉘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과학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습을 위해 무료로 공개된 과학 논문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문 저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모든 연구자에게 무료로 내용을 공개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논문을 무료로 개방하는 게재 방식)’ 문화가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다수의 오픈 액세스 저널은 비영리 목적에 한해 논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모든 연구자가 연구를 공평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학계 목소리가 커지며 오픈 액세스 저널 수는 2018년 1만1169개에서 2023년 5월 기준 1만9465개까지 약 74% 늘었다. 그러나 챗GPT처럼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학습한 논문의 저자에게 재사용 권한을 요청해야 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필요한 경우 콘텐츠 이용과 관련해 (보상)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오픈 액세스 저널의 경우 저작권이 저널이 아닌 저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챗GPT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일일이 파악해 보상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학계에서는 콘텐츠 보호를 위해 논문 공개를 폐쇄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픈 액세스 저널이 구독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의 한 관계자는 “저널 입장에서는 논문 콘텐츠를 판매하려면 오픈 액세스보다는 저작권이 저널에 종속돼 있는 구독 형태의 모델이 더 유리하지만, 최근 학계의 분위기 때문에 오픈 액세스 모델을 늘리는 추세였다”며 “저자가 보상을 받기 어려운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대표 글로벌 과학 저널에서는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헤닝 쇠넨베르거 네이처 콘텐츠 혁신 부사장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과학계의 개방형 연구 문화(오픈 사이언스)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언론사가 만든 뉴스 콘텐츠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2000여 개의 언론사가 속한 언론단체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NMA)는 올해 4월 20일(현지 시간) ‘AI 원칙’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생성형 AI가 정확한 최신 정보를 답변하기 위해선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학습 과정이 꼭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언론계의 이러한 문제 제기를 의식한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는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등이 뉴스 콘텐츠의 합법적인 사용을 위해 주요 언론사와 직접 협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빅테크가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언론사에 매달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논의된 구독료는 월 500만∼2000만 달러(약 65억∼256억 원)다. NMA는 기술 발전을 위해 학습(TDM·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 등의 목적으로 AI가 저작물을 사용할 때 면책 규정을 적용하자는 주장에도 반대 의견을 보였다. NMA는 “저작권 보호 예외 규정은 AI 기술 분야에서도 비영리·연구 목적으로 좁은 영역에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삼성과 LG가 손을 잡았다. 미래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양사와 정부가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호텔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 출범식을 가졌다. 협의체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 산학연 인사 12명으로 구성됐다. 정부와 삼성, LG가 함께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위해 손을 잡은 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1227억 달러에서 연평균 3.5%씩 성장해 2027년 143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꾸준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 왔지만 2021년부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과기정통부는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정책을 통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미래 디스플레이 R&D 추진전략’은 △신기술 주도 신시장 개척 △우위 기술 기반 초격차 확대 △개방적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이다. 특히 신기술 전략에는 최근 애플의 ‘비전프로’, 메타의 ‘메타퀘스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뛰어들고 있는 확장현실(XR) 기기에 사용되는 초실감 디스플레이 기술이 포함됐다. 과기정통부는 현 세대보다 더 높은 6000ppi(인치당 화소 수)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온실리콘(on-Si)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최신 가상현실(VR) 기기인 메타퀘스트 프로의 해상도는 1059ppi다. 정부는 기초·원천 연구를 위한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그간 정부는 디스플레이 분야 R&D를 꾸준히 지원해 왔지만 전체 투자 규모의 80%가 응용·개발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미래 디스플레이 원천 연구를 위한 신규 사업을 신설하는 등 기초 연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산학연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 1위 수준의 디스플레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서비스’ 론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타링크와 협력하려는 국내 통신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샤론 장 스타링크 아태 담당매니저는 14일 개최된 박완주 무소속 의원실에서 개최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전문가 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에서 상용화된 서비스 론칭을 계획하고 있고, 이를 위한 사업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B2C 서비스 론칭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사업으로, 이를 위해 지구 저궤도에 연내 4400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이다. 그간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타링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접시 모양의 안테나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까지 통신 3사의 기지국이 촘촘히 설치돼 있어 큰 강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링크의 장기적인 목표가 로밍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전 세계 통신을 하나로 연결하는 우주 통신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당장 국내에서 수입이 나지 않더라도 B2C 서비스를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스타링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사업 서비스를 위해 국내 통신사와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 중 SK텔레콤과 KT를 최종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KT의 경우 위성통신 자회사인 KT SAT을 통해 위성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신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와 투자 규모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UAM이나 6G 통신 등 신사업에 위성 통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통신사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고 했다. 스타링크는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위성 제조 분야에서도 국내 부품업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최종적으로는 지구 저궤도에 약 4만 개 가량의 위성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에 협력 기회가 돌아간다면 그만큼 국내 우주 산업 시장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장 매니저는 “(위성 부품개발에 대한) 연구개발 역시 국내와 협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한국 자회사인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올해 1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해 5월 승인을 완료했다. 현재 과기정통부 통신국에서 국경 간 공급 승인을 검토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목적지는 화성입니다. 탐사선 이름은 국민 공모로 정해진 다누리. 화성을 마음껏 누리고 오라는 뜻이죠.”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형남공학관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뉴스 리포트가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명 방송사의 메인뉴스 앵커 A 씨. A 앵커는 “화성을 우리 손으로 탐사하다니 꿈같은 일”이라며 뉴스 리포트를 이어갔다. 언뜻 들으면 실제 뉴스 같은 이 리포트는 사실 앵커의 목소리를 정수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술로 편집한 허위 조작 정보다. 지난해 8월 발사된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의 목적지를 화성으로 바꾼 것이다. 조작 정보가 만들어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대선의 투표 결과를 뒤바꾼 내용이나, 북한 정찰위성 발사 성공 여부와 경로를 조작한 허위 정보를 입력하자 10초 만에 조작된 목소리가 생성됐다. 연구팀은 “개발자 누구나 활용하도록 공개된 음성 합성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위 목소리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는 유튜브 등에 공개된 A 앵커의 3시간 분량 기존 방송 리포트가 전부였다. A 앵커뿐만 아니라 모든 뉴스 진행자와 기자,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에 해당되는 얘기다. 인지도가 높아 노출된 목소리, 영상이 많을수록 허위 정보 제작은 더 빠르고 정교하게 이뤄질 수 있다. AI 서비스 상용화로 음성과 이미지, 영상을 조작해 허위 정보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쉬워지며 온라인 소통과 토론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탐지 업체인 미국 딥미디어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50만 개의 조작된 음성과 영상이 공유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은 이미 허위 정보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캠프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AI 기술로 조작한 사진을 포함시켰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개월 앞둔 한국 역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기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 의회의 AI 청문회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상원의원들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00% 가짜” 美대선 허위뉴스에 잡음 넣고 판독하자 “100% 진짜” 생성형 AI 기술 빠르게 발전… “합성 여부 100% 검증 불가능”대선 앞둔 美정치권도 혼란 가중트럼프 “CNN앵커, 날 비판” 영상CNN 확인 결과 ‘AI 조작 영상’‘1분.’ 지난해 8월 공개된 ‘다누리’ 탐사선 관련 뉴스 리포트 영상의 배경 이미지를 ‘달’에서 ‘화성’으로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국내 기업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접속해 뉴스 캡처 이미지를 올리고 뉴스 화면의 달 배경을 까맣게 덧칠한 뒤 ‘Mars’를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뉴스 캡처 화면에 화성 표면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생성해 채워 넣었다. 여기에 AI가 조작한 앵커의 음성을 입히면 한국이 달을 넘어 화성 궤도까지 갈 수 있는 탐사선 발사에 성공했다는 그럴듯한 허위 정보가 만들어진다. 포토샵 등 전문적인 편집 프로그램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 “생성형 AI 기술 악용한 허위 정보 폭증 우려”AI로 만들어지는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발전에 따라 숙련되지 않은 일반 이용자들도 고품질의 조작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픈AI의 ‘달리(DALL·E)2’나 스타트업 ‘미드저니’ 등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쓰면 간단한 명령어 입력만으로 이미지의 배경이나 자막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이용자가 유명인의 얼굴을 딥페이크 방식으로 자신에게 덧씌워 실시간으로 영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기술도 이미 공개돼 있다. 차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미국 정치권에선 AI를 이 같은 방식으로 활용해 만든 각종 허위 정보가 퍼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앤더슨 쿠퍼 CNN 앵커가 자신을 비속어와 함께 비판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CNN 확인 결과 이는 AI로 음성 등을 조작한 영상이었다. 아예 AI를 이용해 만든 허위 정보들로 채워진 웹사이트도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뉴스가드에 따르면 8일 허위 정보 유통 웹사이트는 150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뉴스가드의 지난달 초 첫 조사(49개) 때보다 3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스티븐 브릴 뉴스가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AI를 활용하면 사이트 제작 비용이 훨씬 저렴해지고 더 많이 (허위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 논의에도 100% 검증은 불가능”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여야 후보는 AI 기술을 유세에 사용하며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각 정치 진영이나 지지층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위 정보를 만드는 건 쉬워졌지만 이를 판별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을 통해 미국 대선 관련 허위 정보에 약간의 잡음을 추가한 뒤 현장에서 음성 합성 판독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진짜 확률 100%’라는 결과가 나왔다. 잡음을 추가하기 전 ‘허위 확률 100%’라고 나왔던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AI 합성 여부는 억양이나 숨소리 등을 통해 확인하는데 잡음이 이를 교란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잡음을 추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5초에 불과했다. AI 합성 영상도 마찬가지다. 과거 AI 합성 영상은 일반 이용자가 봐도 인물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돌릴 때 눈코입 배치가 어색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일반 이용자가 금방 분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올라섰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규제 입법에 앞서 AI를 악용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공동 행동강령 마련에 착수했다. 행동강령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선 AI 생성 콘텐츠를 표시하는 워터마킹(불법복제 방지 무늬) 의무화 방안과 외부 감사 의무화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AI로 워터마크를 삭제하는 기술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상원은 2019년 공직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과 배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선거 국면에서) AI로 만든 허위 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져 유권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며 돌이킬 수 없다”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AI 기술이 민주주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도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수원=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