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45분 대 227분. 국내 부부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이다. 물론 앞의 것은 남편, 뒤는 아내다. 아내들은 ‘독박가사’ ‘독박육아’에 아우성이다. 그 나름대로 열심히 집안일을 ‘도운’ 아빠들은 억울하단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한 맞벌이 가정에서 ‘부부 역할 바꾸기’ 실험을 닷새간 해봤다. 과연 이 가정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네 살배기 딸과 10개월 된 아들이 잠들자 부부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맞벌이 부부인 김태규(34) 이한나 씨(35)는 A4 용지 한 장씩을 앞에 두고 각자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촘촘히 써내려 갔다. ‘첫째 깨우기’로 시작된 아내 이 씨의 하루 일과는 어느새 A4 용지 한 장을 가득 채웠다. 반면 남편 김 씨는 출근과 퇴근 전후 3, 4가지 일과를 쓰고 나니 더 쓸 게 없었다. 부부는 서로의 일과를 교환했다. 이후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남편은 아내가 써준 일과대로, 아내는 남편의 일과대로 생활했다. ‘부부 역할 바꾸기’ 실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내로 산 남편, “내가 TV를 볼 때도 아내는…” 김 씨는 첫째 아이가 돌을 맞은 2015년부터 이유식을 직접 만들었다. 퇴근 후 재료를 사 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유식을 만들면서 ‘육아 잘하는 아빠’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아내 역할을 한 첫날 생각이 바뀌었다. 아내는 자신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났다. 아내가 써준 대로 기상과 함께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어 첫째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야 하는 오전 9시 전까지 아이들 씻기기, 옷 입히기, 유치원 준비물 챙기기 등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평소보다 일찍 깨우자 역효과만 커졌다. 일어난 아이들은 짜증부터 냈다. 겨우 달래 아침을 먹였지만 어떤 옷을 입혀야 할지 난감했다. 고민하는 사이 유치원 버스 도착 시간이 됐다. 첫째 아이는 양치질도 못 한 채 유치원 버스에 올랐다. 출근 전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방바닥에 유난히 얼룩이 많았다. 아내에게 “이게 다 뭐냐”고 묻자 “1년 전부터 있던 얼룩”이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세탁기를 돌리려니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탈수를 몇 분이나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근무 중에도 퇴근 후 집안일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퇴근을 하자마자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했다. 계란 반찬과 멸치볶음 등을 꺼내 아이들을 겨우 먹였다. 두 아이를 씻기니 오후 10시. 주방과 거실을 정리하고 나니 자정이 훌쩍 넘었다. 생각해 보니 퇴근 후 자신이 TV를 볼 때도 아내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남편으로 산 아내, “몸은 조금 편했지만…” 이 씨에게 닷새간의 실험은 인내의 시간이었다. 가사와 육아로 쩔쩔매는 남편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란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제 눈에는 해야 할 일이 막 보이는데, 남편 눈엔 보이지 않나 봐요.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그래도 출근 후 마음은 편했다. 엄마들은 출근 후에도 머리의 반은 ‘가정’에 남겨 둔다고 한다. 저녁거리는 뭘 해야 하는지, 장은 어떤 걸 봐야 하는지, 내일 유치원 준비물은 뭔지, 아이에겐 어떤 옷을 입혀야 할지…. 혹 유치원에서 ‘아이가 코피를 흘렸다’는 문자메시지라도 오면 머릿속은 온통 아이 걱정뿐이다. 당장 이런 일을 남편이 맡아주니 한결 홀가분했다. 5일간의 ‘짧은 실험’ 뒤 부부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먼저 가사 분담과 관련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일이다. 대개 남편들은 ‘알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에게 정확하게 어떤 일을 언제까지 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 남편 김 씨는 “내가 해야 할 가사나 육아를 아내가 명확하게 정해주면 아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험의 두 번째 결론은 ‘핀잔주기보다 칭찬하기’다. 설거지를 한 남편에게 “그릇에 기름기가 남았으니 더 깨끗이 하라”고 핀잔을 주기보다 “고맙다”고 하면 남편을 가사와 육아에 더 쉽게 동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게 집안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아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치우고 또 치워도 끝이 없다. 아내 이 씨는 “남편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부탁한 뒤 자주 칭찬을 하겠다”고 말했다. ‘부부간 가사노동 균형 찾기’에 정부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가사노동을 포함한 가족관계 불평등 실태를 조사한 뒤 이를 점수화한 ‘가족평등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정 내 가사와 육아 균형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김윤종 zozo@donga.com·이미지 기자}

“사고가 난 지 2주가 지나 근육이 수축됐고 조직도 변성됐다. 쉽지 않은 수술이 될 것이다.” 17일 낮 12시 전남 구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내 야생동물의료센터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센터와 함께 수술을 집도하는 강성수 전남대 수의외과 교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송차량 들것에는 세 살배기 수컷 반달가슴곰인 ‘KM-53’이 누워 있었다. 지난해 지리산을 2번이나 탈출해 10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간 그 반달곰이다. 개척자란 의미에서 ‘반달가슴곰계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KM-53은 한눈에도 야윈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를 당한 왼쪽 앞발은 위로 꺾인 채 퉁퉁 부어 있었다. “살아남은 게 ‘기적’이에요.” 정동혁 센터장이 말했다. 다 자란 야생 반달가슴곰의 복합골절수술은 세계 최초다. KM-53은 이달 5일 세 번째로 지리산을 탈출했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관광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 상완골(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의 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수술은 한나절 넘게 진행됐다. 흩어진 뼛조각을 맞추고 근육과 다른 조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수술이었다. 수술을 마친 정 센터장은 “한 달 이상 경과를 지켜본 뒤 재방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방사 시 KM-53이 다시 수도산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번이나 지리산으로 보냈지만 탈출했고, 이동 경로도 매번 비슷했기 때문이다. 종복원기술원과 함께 곰의 생태를 연구해온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곰은 만 2세가 넘어 청년기가 가까워지면 영역 확보에 나서는데, KM-53은 지리산 내 영역다툼에서 밀려 수도산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곳에서 동굴 등 맘에 드는 서식 환경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KM-53뿐만 아니라 반달곰들의 ‘엑소더스’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5월 현재 만 2세 이하 곰은 20마리로 이 중 수컷이 9마리, 암컷이 2마리, 미확인 개체가 9마리다. 현재 청년기인 만 3∼5세 수컷도 10마리에 이른다. 수컷은 암컷보다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하려는 속성이 있다. 현재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56마리로 수용가능 개체수(78마리)에는 못 미치지만 밀집 정도에 따라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구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원은 곰의 탈출 경로를 크게 3군데로 보고 무인센서 설치를 건의할 계획이다. 지리산 북쪽 덕유산, 남쪽 백운산 방향 등이다. 하지만 센서 설치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환경부는 23일 김천에서 지리산 인근 광역·기초지자체, 시민단체와 함께 회의를 연다. 구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사고가 난지 2주가 지나 근육이 수축됐고 조직도 변성됐다. 쉽지 않은 수술이 될 것이다.” 17일 낮 12시 전남 구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내 야생동물의료센터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센터와 함께 수술을 집도하는 강성수 전남대 수의외과 교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송차량 들것에는 세 살배기 수컷 반달가슴곰인 ‘KM-53’이 누워있었다. 지난해 지리산을 2번이나 탈출해 100km 떨어진 김천 수도산까지 간 그 반달곰이다. 곰의 개척자란 의미에서 ‘반달가슴곰계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KM-53은 한눈에도 야윈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를 당한 왼쪽 앞발은 위로 꺾인 채 퉁퉁 부어있었다. “살아남은 게 ‘기적’이에요.” 정동혁 센터장이 말했다. 다 자란 야생 반달가슴곰의 복합골절수술은 세계 최초다. KM-53은 이달 5일 세 번째로 지리산을 탈출했다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관광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 상완골(어깨~팔꿈치 구간)이 산산조각 났다. 수술은 한나절 넘게 진행됐다. 흩어진 뼛조각을 맞추고 근육과 다른 조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수술이었다. 수술을 마친 정 센터장은 “한 달 이상 경과를 지켜본 뒤 재방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방사 시 KM-53이 다시 수도산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번이나 지리산으로 보냈지만 탈출했고, 이동경로도 매번 비슷했기 때문이다. 종복원기술원과 함께 곰의 생태를 연구해온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곰은 만 2세 청년이 되면 영역 확보에 나서는데, KM-53는 지리산 내 영역다툼에서 밀려 수도산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곳에서 동굴 등 맘에 드는 서식환경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KM-53뿐 아니라 반달곰들의 ‘엑소더스’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5월 현재 만 2세 이하 곰은 20마리로 이 중 수컷이 9마리, 암컷이 2마리, 미확인개체가 9마리다. 현재 청년기인 만 3~5세 수컷도 10마리에 이른다. 수컷은 암컷보다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하려는 속성이 있다. 현재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56마리로 수용가능 개체수(78마리)에는 못 미치지만 밀집 정도에 따라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구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곰들의 잇단 타출은 시간문제란 얘기다. 지난해 두 살 수컷곰 KM-55가 지리산을 탈출해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겨울을 났다. 지리산 밖에서 동면한 건 반달곰을 방사한 이후 처음이다. 이 곰은 최근 인근 양봉농가의 벌통을 부수고 꿀을 훔쳐 달아났다. 기술원은 곰의 탈출경로를 크게 3군데로 보고 무인센서 설치를 건의하기로 했다. 지리산 북쪽 덕유산, 남쪽 백운산 방향 등이다. 하지만 센서 설치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환경부는 23일 경북 김천에서 지리산 인근 광역·기초지자체, 시민단체와 함께 회의를 연다.구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은퇴자들은 열심히 운동해도 비은퇴자보다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신체건강도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자발적 은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보건사회학회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이상 운동하는 비율은 은퇴자가 48.3%로 비은퇴자(33.7%)보다 높았다. 흡연율도 은퇴자는 18.5%로 비은퇴자(30.7%)보다 낮았다. 이런 수치만 보면 은퇴자가 더 건강해야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우울증자가진단 수치는 은퇴자가 3.6027점으로 비은퇴자(2.0269점)보다 높았다. 주관적 건강상태도 은퇴자가 더 좋지 않았다. 보고서는 “원치 않은 은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발적, 비자발적 은퇴자를 구분하면 비자발적 은퇴자의 건강 점수가 더 나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만2043명.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아빠의 수다. 7년 전 81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5%, 노르웨이는 40.8%에 이른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대한민국 아빠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15일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실에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좌담회는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고 김덕호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정성희 동아일보 뉴스연구팀장이 참여했다. 장 사무처장은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절실하다”며 “남성 육아휴직 확산은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대-중소기업 복지 간극 좁히기 정부의 각종 장려책에도 육아휴직에 대한 남성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소득 감소(41.9%) △직장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부정적 시선(11.5%) 등이 꼽혔다. 박귀천 교수는 “출산과 육아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이런 시간을 흔히 ‘경력 단절’ ‘공백’이라고 일컫는다”며 “이 말 자체가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팀장은 “타사 후배 기자가 그 회사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쓴 뒤 복귀해 환경 및 생태와 관련한 깊이 있는 기사를 선보여 놀란 적이 있다”며 “(육아휴직은) 공백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함양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이런 성장을 보지 못하고 육아휴직을 ‘회사를 팽개친 시간’이라 보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소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류기정 상무는 “중소기업 비율을 감안하면 근로자 열에 아홉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중 62.4%는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다.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15.5%에 불과했다. 김덕호 정책관은 “대기업이 복지 혜택을 늘릴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가 커지고,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그렇다고 대기업에 복지 혜택을 늘리지 말라고 할 수 없고, 중소기업에 육아휴직을 강제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필요” “누구나 문제점을 알지만 누구도 뾰족한 답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장윤숙 사무처장이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류 상무는 “제도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을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모별, 업종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여건과 애로사항이 다를 텐데 보다 정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규모별, 업종별 육아휴직 현황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첫째로 꼽은 대책은 육아휴직 중 ‘소득 보전 확대’였다. 김 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이 급증한 건 정부가 휴직급여를 지속적으로 올려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 결과”라며 “한 아이를 두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쓸 경우 처음 석 달간 월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일명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금액을 더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아이에 대해 부모가 각각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먼저 엄마가 육아휴직을 쓰고 이어 아빠가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조언했다. 정 팀장은 “아직도 육아에 있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아빠 육아의 장점을 알리고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된 기업에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무처장은 “결국 ‘쇠뿔도 단김에 빼는’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과 더불어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정리=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만2043명.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아빠의 수다. 7년 전 81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5%, 노르웨이는 40.8%에 이른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대한민국 아빠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15일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실에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좌담회는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고 김덕호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정성희 동아일보 뉴스연구팀장이 참여했다. 장 사무처장은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절실하다”며 “남성 육아휴직 확산은 그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대-중소기업 복지 간극 좁히기 정부의 각종 장려책에도 육아휴직에 대한 남성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소득 감소(41.9%) △직장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부정적 시선(11.5%) 등이 꼽혔다. 박귀천 교수는 “출산과 육아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이런 시간을 흔히 ‘경력단절’ ‘공백’이라고 일컫는다”며 “이 말 자체가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팀장은 “타사 후배 기자가 그 회사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쓴 뒤 복귀해 환경 및 생태와 관련한 깊이 있는 기사를 선보여 놀란 적이 있다”며 “(육아휴직은) 공백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함양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이런 성장을 보지 못하고 육아휴직을 ‘회사를 팽개친 시간’이라 보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소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류기정 상무는 “중소기업 비율을 감안하면 근로자 중 열에 아홉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중 62.4%는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다.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15.5%에 불과했다. 김덕호 정책관은 “대기업이 복지 혜택을 늘릴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복지 격차가 커지고,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그렇다고 대기업에 복지 혜택을 늘리지 말라고 할 수 없고, 중소기업에 육아휴직을 강제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필요” “누구나 문제점을 알지만 누구도 뾰족한 답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장윤숙 사무처장이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류 상무는 “제도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을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모별, 업종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여건과 애로사항이 다를 텐데 보다 정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규모별, 업종별 육아휴직 현황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대책은 육아휴직 중 ‘소득 보전 확대’였다. 김 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이 급증한 건 정부가 휴직급여를 지속적으로 올려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 결과”라며 “한 아이를 두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쓸 경우 처음 석 달간 월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일명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금액을 더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아이에 대해 부모가 각각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먼저 엄마가 육아휴직을 쓰고 이어 아빠가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조언했다. 정 팀장은 “아직도 육아에 있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아빠 육아의 장점을 알리고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된 기업에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무처장은 “결국 ‘쇠뿔도 단김에 빼는’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근로시간 단축(주52시간)과 더불어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아빠도 육아휴직 하라면서…신청했더니 복직 앞두고 인사 불이익 ▼김진성 씨(43)의 직업은 작가이자 주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400여 명인 정보통신 기업 A사의 영업직 사원이었다. 그의 인생은 3년 전 육아휴직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김 씨는 “당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냉담한 현실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건 그의 딸과 아들이 각각 5세, 3세이던 2015년 겨울이었다. 둘째를 낳고 회사원이던 아내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휴직이 끝나자 양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계속 육아를 도맡아 달라고 부탁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A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1호 남성 직원이 됐다. 상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냉담했다. 대부분 ‘이직할 거냐’ ‘회사 그만두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낸다는 걸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상사와 동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복직을 3개월여 앞두고 회사 분위기를 살필 겸 회사를 찾아갔다. 그의 상사는 김 씨에게 “복직하면 회계팀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회계 업무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육아휴직을 떠난 회계팀 여직원의 자리가 비었으니 그 자리를 메우라고 하더군요. 마치 회사가 ‘너랑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고민 끝에 김 씨는 사표를 냈다. 김 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소득 감소와 경력 공백 때문에 위축되기 쉬운데, 주변에서 독려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휴직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사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사장이나 관리자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직원에게 ‘우리가 업무조정을 잘 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 마디만 해준다면 그 직원은 큰 힘을 얻을 거예요.” 복직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김 씨는 “복직 후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히 많은 아빠들이 3~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육아휴직기간 가구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휴직 전 아내와 미리 상의해 지출 계획을 어느 정도 짜놓는 등 준비를 하면 훨씬 마음 편하게 휴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론 두 대가 날아올랐다. 11일 방문한 인천 서구 석남동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은 초입부터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6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업장이 모인 이곳은 평소에도 악취와 먼지 민원이 잦은 지역이다. 드론 한 대가 한 폐기물 처리업체 굴뚝으로 다가서자 드론과 연결된 지상의 모니터 그래프가 널뛰기 시작했다. “휘발성총유기화합물(VOCs)의 농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네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공학과 박정민 연구관이 모니터 그래프를 유심히 살폈다. 드론이 포집해온 배출가스는 곧바로 이동식 측정차량 분석기기로 옮겨졌다. 박 연구관은 “즉석에서 성분별 분석을 해 기준 위반이 의심되면 곧바로 단속팀이 해당 사업장으로 출동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와 인천시는 드론을 이용해 배출기준 초과가 의심되는 영세사업장 32곳을 단속했다. 전국의 대기오염 배출시설로 등록된 사업장 수는 5만7500여 개. 이 중 실시간 측정기가 달린 대형사업장(1∼3종)은 5500여 개에 불과하다. 전체 90%를 차지하는 영세사업장(4, 5종)의 실시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깜깜이’인 셈이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체 사업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영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달 11일 경기 포천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서 드론 단속을 벌인 결과 이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하루 새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당일 이 지역 VOCs 물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단속 직후 VOCs의 56%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VOCs는 미세먼지와 오존을 만드는 물질이다. VOCs가 사라진 다음 날인 12일 포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4μg으로 전날(28μg) 대비 50% 급감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전날보다 좀 떨어지긴 했지만 전국 평균 감소율은 33%였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영세사업장들이 속속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게 미세먼지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내년부터 영세사업장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 사업장에 부착하는 대당 1억 원인 자동측정기와 달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대당 가격이 100만∼200만 원대에 불과한 간이측정기를 빠르면 내년부터 영세사업장에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론 두 대가 날아올랐다. 11일 방문한 인천 서구 석남동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은 초입부터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6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업장이 모인 이곳은 평소에도 악취와 먼지 민원이 잦은 지역이다. 드론 한 대가 한 폐기물 처리업체 굴뚝으로 다가서자 드론과 연결된 지상의 모니터 그래프가 널뛰기 시작했다. “VOCs(휘발성총유기화합물)의 농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네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공학과 박정민 연구관이 모니터 그래프를 유심히 살폈다. 드론이 포집해온 배출가스는 곧바로 이동식 측정차량 분석기기로 옮겨졌다. 박 연구관은 “즉석에서 성분별 분석을 해 기준 위반이 의심되면 곧바로 단속팀이 해당 사업장으로 출동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와 인천시는 드론을 이용해 배출기준 초과가 의심되는 영세사업장 32곳을 단속했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드론 단속 이후 환경기준 위반 사업장의 적발 효율이 크게 올라갔다”며 “그동안 영세사업장은 배출가스 실시간 측정기가 없다보니 사람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단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기오염 배출시설로 등록된 사업장 수는 5만7500여 개. 이 중 실시간 측정기가 달린 대형사업장(1~3종)은 5500여 개에 불과하다. 전체 90%를 차지하는 영세사업장(4, 5종)의 실시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깜깜이’인 셈이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체 사업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영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달 11일 경기 포천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서 드론 단속을 벌인 결과 이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하루 새 절반 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당일 이 지역 VOCs 물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단속 직후 VOCs의 56%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VOCs는 미세먼지와 오존을 만드는 물질이다. VOCs가 사라진 다음날인 12일 포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14μg로 전날(28μg) 대비 50% 급감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전날보다 좀 떨어지긴 했지만 전국 평균 감소율은 33%였다. 신 과장은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영세사업장들이 속속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게 미세먼지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내년부터 영세사업장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사업장에 부착하는 대당 1억 원인 자동측정기와 달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대당 가격이 100만~200만 원대에 불과한 간이측정기를 빠르면 내년부터 영세사업장에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언제부터인가 나이 생각에 망설여지네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올해 백수 맞은 김형석 교수의 원칙 들어보니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나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와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노년기 조문 예법 ▼1. 아주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제외하고 나보다 젊은 사람의 장례에는 가지 않는다. 자칫 유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2. 그럼에도 꼭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조문객이 적은 시간을 택해 간다. 그래야 조문객들이 덜 불편해 한다.3. 꼭 가야할 자리가 아니라면 가급적 아들을 통해 조문하고 전화로 위로를 전한다.4. ‘호상(好喪)’이라는 표현을 조심해서 쓴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이의 장례라도 가족과 친구들에겐 슬픈 일이다.}

5월 ‘가정의 달’은 직장맘들에겐 역설적으로 ‘가정 위기의 달’이다. 수많은 휴일 때문이다. 노동절, 대체휴무일(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족족 쉴 수 있는 직장이라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나만 해도 그런 직장에 다니질 않는다. 더구나 기자들은 일요일 근무도 하기 때문에 번갈아 쉬어도 5월 한 달간 최소 나흘 이상 휴일근무가 발생한다. 그럴 때 여기저기 맡길 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사람은 결국 엄마다. 애들 아빠는 가정적이고 육아를 많이 하긴 하지만 아이 숙제를 챙기고, 맡길 사람을 찾고, 어린이집에 연락하는 ‘디테일’은 늘 나의 몫이다. ‘엄마, 혹시 X, XX, XX일 아이들 봐주실 수 있어요?’ ‘○○야, XX일 애들 봐줄 수 있을까?’ 엄마와 동생에게 연락을 돌리고, 해당일 학원 등 일정을 고지하는 데만 반나절이 간다. 아이가 셋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날 애들 봐 달라’로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침밥은 미역국과 반찬, 오전엔 10회 입장권을 끊어놓은 △△키즈카페에서 2시간 놀리고, 인근 마트에서 점심을 먹인 뒤, 집에 데리고 와 둘째와 셋째는 낮잠을 재우고, 첫째는 수영학원을 보내라’는 식으로 자세하게 일정표를 짜 제시해야 한다. 공연이나 행사가 있다면 표도 미리 예매해놔야 한다. 물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방법도 있다. 어린이집은 휴무일에도 부모가 신청하면 예비교사를 두고 아이를 받도록 돼있다. 아주 급할 때는 아이를 맡긴다. 하지만 친정엄마나 동생 손이 비는 날이면 가급적 보내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의 어린이집 선생님도 나만한 자녀들이 있는 직장맘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대체휴무일이었던 7일에도 8일자 신문 때문에 근무를 해야 했다. 친정엄마에게 자세한 일정을 고지한 뒤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걸로 그날 육아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리 잡고 컴퓨터를 켜기 무섭게 친정엄마에게서 문자가 이어졌다. ‘둘째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뭐 먹일 약 없냐?’ ‘셋째가 무슨 장난감을 찾아달라는데 그게 어디 있니?’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뭘 사달라는데 사줘도 될까?’ 오후 되고 연락이 좀 뜸해지나 싶었는데 3시 반쯤 다시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 마감을 얼마 안 남긴 시각이었다. 둘째와 셋째에게 TV 만화를 틀어주고 잠깐 첫째 수영학원을 데려다주러 나왔는데 첫째가 “할머니 나 수영하는 거 보고 가라”며 고집을 피우고 있단 내용이었다. 결국 기사 쓰다 말고 휴대전화에 있는 집 CCTV 애플리케이션(앱)을 켜야 했다. 엄마가 수영장에서 첫째를 설득하는 동안 집에 있는 아이들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다. CCTV에 음성지원 기능이 있어 간간히 “얘들아, 엄마야. 할머니 곧 오실 거야” “○○아, TV 좀 더 뒤로 가서 보렴” 하고 떠들며 시간을 끌었다. 이게 회사 근무인지, 원거리 육아인지. 결국 기사 마감에 늦고 말았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안이 무위로 돌아갔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직장맘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한 직장맘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아이를 맡겨야 해 어버이날 어버이께 불효하게 된다”고. 공휴일을 맘 놓고 반길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맘 놓고 쓰는 휴가, 짧은 노동시간, 유연근무 같은 게 보장 안 되는 직장이 태반이다. 나라고 안 쉬고 싶겠나. 이렇게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없는데. 그래도 쉴 수 있는 휴일이면 좀 낫지 않을까. 사실 휴일에도 ‘맘(mom)’이 ‘맘(心)’ 편히 쉴 수 없는 게 가정의 달인 5월이다. 가족모임이나 어린이집 행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5월 일정표엔 주말까지 빈칸이 없다. 5~6일은 시댁 방문, 12~13일은 어린이집 행사와 친정 식사, 19일에는 또 다른 어린이집 행사가 이어지고 26일엔 친척모임이 있다. 더구나 어린이집 행사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남편이 일을 한다. 나 혼자 부른 배에 아이들 셋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중노동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5월, 가정이라는 말은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근무 와중에도 어린이날 선물을 고를 때면 아이들이 좋아할 생각에 그저 즐거운 것처럼.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12일 비 예보가 떠서 어린이집 행사 참석이 취소됐단다. ‘와, 쉬어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럼 애들 데리고 어딜 가지?’ 하고 생각하는 나를 보며 별 수 없는 ‘엄마 DNA’에 스스로 혀를 끌끌 찼다. 하긴 5월의 남은 일요일과 공휴일, 함께 해줄 수 없는 만큼 함께 하는 날엔 열과 성을 다해 놀아줘야지 않겠나. 이렇게 직장맘의 5월이 간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된다. 또 이르면 올해 말부터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34%에서 70%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2년 내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2016년 기준 36.5%인 유색 페트병 비율을 2019년 15.5%로 줄인 뒤 2020년에는 제로로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만 자발적으로 해온 비닐봉투 사용 자제는 법으로 의무화해 금지하고, 대상도 대형 슈퍼마켓까지 확대한다. 제과점에서도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카페에서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 시 음료 가격을 10% 할인해주는 테이크아웃 컵 보증금 제도를 내년 말부터 강제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핵심은 제품의 생산·사용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비율은 2016년 기준 36.5%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까지 자원재활용법을 고쳐 유색이거나 부속물 간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은 아예 판매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과대 포장의 주범인 택배와 전자제품은 내년까지 포장재 기준을 신설한다. 현재 사후 점검하는 방식에서 제품 출시 이전부터 사전 검사를 하도록 법령을 개정한다. 과대 포장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에서의 진열 판매도 금지할 계획이다. 일회용 비닐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대형마트만 돈을 받고 비닐봉투를 제공해 왔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537곳, 대형슈퍼마켓은 9649곳에 이른다. 이제 대형마트나 대형슈퍼마켓을 찾는 소비자는 장바구니를 들고 가거나 종이백, 종이박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 종량제 봉투를 대신 판매하는 곳이라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 제과점은 기존에는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했지만 올해 말부터 돈을 주고 팔아야 한다. 음료·커피전문점에서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거나 매장 머그컵을 썼을 때 제품가를 할인해주는 컵보증금 제도는 내년 말에 의무화된다. 현재는 일부 업체만 자발적 협약을 통해 100∼300원을 내준다. 이 금액을 제품가의 10% 전후로 상향해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할 예정이다. 커피·음료 전문점 등 기업에 재활용비용 부담도 의무화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으로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이 4년 내 3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0일 정부가 내놓은 재활용 대책 가운데 일부는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10년 전 도입했던 컵보증금 제도는 업체의 비협조와 정부의 단속 부재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현재도 스타벅스 등 대형업체는 자발적 협약에 의해 컵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매장 내에선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안내가 없다 보니 대부분의 고객은 이런 내용을 모른다. 내년 말 보증금이 의무화되면 홍보를 강화하겠지만 전국 1만5000개소가 넘는 크고 작은 카페는 철저히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택배와 전자제품 포장재 기준 마련 대책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품에 따라 포장이 천차만별이라 기준을 설정하기도 애매한 데다 두 품목 모두 특성상 포장량을 어느 이하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아직 전 세계에서 이런 포장 기준을 마련한 나라는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내 포장재나 충격흡수제가 대부분 플라스틱, 스티로폼인 상황에서 단순히 사용을 줄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대체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법 개정이 정부 계획대로 빠르게 완료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수의 대책이 기업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텀블러 머그를 들고 갔을 때 할인해주는 10% 컵보증금도 정부가 따로 보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이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과 질을 연결하는 경부(cervix)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일컫는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우리나라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중 발생빈도가 7위를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암 1위였다가 최근 환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 해 35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이 중 900여 명이 사망한다. 더구나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면서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평균 나이도 20∼30대로 앞당겨지고 있다. 대부분의 필수예방접종 접종률이 90%에 이르는 것과 달리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률은 60∼70%에 불과하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자궁경부암과 예방접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풀어봤다.①접종해도 예방 효과가 낮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사람 몸에 사마귀 등을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다. 현재까지 확인된 150여 종 가운데 40여 종이 생식기관에서 발견됐다. 이 중 16, 18형이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고위험 유전형 바이러스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HPV 백신은 16, 18형 등 2가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2가형과 6, 11형을 추가로 막을 수 있는 4가형이 있다. 이 백신을 성경험 전에 접종 완료한다면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 바이러스 감염을 90% 이상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만 12세 이상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무료접종을 지원한다. 만 13세가 되는 해 12월까지 1차 접종을 마쳐야 다음 해 2차 접종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1차 접종 시기를 놓치면 충분한 면역 반응을 얻기 위해 백신에 따라 접종횟수가 3회로 늘어나고 접종비용(회당 15만∼18만 원)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②예방접종의 부작용이 심하다? 지난해 12월까지 1차 예방접종을 마쳐야 하는 2004년생(만 13세) 중 접종을 마친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접종대상자 중 무료지원 사실을 알면서도 접종을 받지 않은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5%는 ‘부작용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지난해 11월까지 접수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이상반응은 모두 49건이다. 전체 접종의 0.0008%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시적인 실신 및 어지러움 28건 △알레르기 및 피부이상 반응 8건 △국소반응 5건 △발열과 두통 5건 등이었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전문가 검토 결과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며 “일시적 실신도 앉거나 누워서 접종하고, 접종 후 20∼30분간 경과를 관찰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는 “일본에서 보고된 발작과 뇌 손상 같은 부작용은 근거가 없다”며 접종 안전성에 힘을 실어줬다.③성인은 예방할 방법이 없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청소년기에 접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만 12세 전후에 면역항체가 가장 활발히 형성되기도 한다. 만약 이 시기 접종을 놓치고 성경험을 했다면 HPV 바이러스에 노출돼 접종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예방접종을 권하지 않는 이유다. 그 대신 20대 이상 여성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2016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이 30세 이상에서 20세 이상 여성으로 확대됐다. 성생활이 자유분방해지고 있는 만큼 HPV 예방접종을 제 시기에 맞았더라도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아야 발병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송재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가진단이 어렵다”며 “초기에 발견하면 암 병변만 절제하는 수술로 임신이 가능한 만큼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악취 민원이 들어온 사업장 수는 2005년 2046곳에서 2016년 8785곳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영세 사업장이다. 대부분은 악취를 줄이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르거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들이다. 이런 사업장을 위해 정부는 2006년부터 ‘악취저감 기술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을 점검해 악취 원인과 방지대책을 제시하고 악취 저감 기술을 소개한다. 일종의 ‘저감기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환경공단이 11년간 지원한 사업장은 모두 2000곳이 넘는다. 2006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가축매몰지 악취지역 지원을 포함해 60곳으로 시작한 사업은 2016년 251곳으로 늘었다. 윤경석 악취기술지원팀 과장은 “사업장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전에 있는 환경공단 악취관리처(042-939-2433)로 신청하면 현장조사팀이 나가 악취 배출조사를 벌인다”고 소개했다. 일부 악취다발지역에 대해서는 공단이 먼저 지자체에 신청을 제안하기도 한다.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면 10쪽 정도의 악취 저감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사업장에 제시한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로 이뤄진다. 2017년에도 인천 서구 산업단지 24곳, 전남 나주 축산단지 21곳, 울산 울주 인근 혁신도시 34개 사업장 등 악취배출사업장 밀집지역을 포함해 280곳을 지원했다. 윤 과장은 “현장점검을 통해 인천 4곳 등 기준 초과 사업장을 찾아 업장별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올해 목표는 290곳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음식물류·폐기물시설 등 공공환경시설에 대해서는 유상 기술진단도 시행하고 있다. 2011년 공공시설 정기점검이 법제화되면서 2016년까지 627곳을 점검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점검한 시설의 배출기준 초과율만 75%에 이를 정도로 공공환경시설의 악취 문제도 심각하다. 공단은 2011년 41곳에서 2017년 164곳으로 점검 대상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또 환경공단은 악취시설 담당자 교육과 개선사업장 사례집 제작에 나서고 있다. 모든 사업장을 일일이 지도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환섭 악취관리처장은 “공단이 저감 기술을 소개하고 방법을 제시해도 이것이 실제 이행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셈이다”며 “현재 정부에서 별도로 저감시설 비용을 융자하고 있는데 공단 컨설팅을 받은 사업장이 저감시설 설치 시 우선적으로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유기적인 연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4일 대전에 위치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악취분석실에서는 5명의 악취판정요원이 ‘냄새 맡기’에 한창이었다. 분석실 한편에는 과자봉지 같은 은색 알루미늄 봉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전날 밤 경기 동두천시에서 채집해온 악취 시료였다. “한번 맡아보실래요?” 연구원의 말에 코를 갖다 대자마자 매캐한 가축분뇨 냄새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환경공단 악취분석팀은 악취방지법에서 지정한 22종의 악취물질과 이들이 섞여 발생하는 복합악취를 매일 분석하고 있다. 이곳에서 처리하는 악취 시료만 하루 100개가 넘는다.○악취 민원은 급증… 관리지역은 35곳에 불과 전국 악취 관련 민원은 10년 새 5배 넘게 늘었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빛이나 냄새 등 감각공해에 대한 인식이 커져서다. 악취기술지원팀 윤경석 과장은 “시민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갈수록 주거지역이 확장되면서 사업지구나 농업지구와 맞닿는 곳이 많아진 것이 악취 민원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악취 민원은 2016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59% 늘었을 정도로 급증세다. 하지만 악취다발지역으로 인정돼 강한 규제와 감시를 적용하는 ‘악취관리지역’은 35곳(2016년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2016년 발생한 전체 민원 2만4748건 중 81%인 2만73건은 악취관리지역 외 지역에서 발생한 민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악취관리지역 선정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여서 지역 이해단체의 반대를 뚫고 선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돈사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제주도는 양돈농가들의 강한 반발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악취관리지역 선정 주체를 정부로 확대하는 ‘악취방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성주 악취기술지원팀장은 “환경부 장관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권고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지자체가 권고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정 주체가 되는 셈이다. 환경부는 올 초부터 개정안 시범대상지를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 4일 환경공단이 분석한 시료 역시 동두천시와 양주시 경계 지역에서 채집한 것으로 이곳도 시범대상지 중 하나다. 여기엔 축사와 퇴비 야적장, 음식물 처리시설 등이 몰려 있다. 부산 남구(하천 하구 퇴적물)와 인천 부평구(산업단지) 등도 시범대상지로 선정됐다. 현재 악취관리지역은 아니지만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곳들이다. 조사를 통해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악취배출규제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 지자체에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권고할 예정이다.○악취도 공해, 측정과 감시 강화해야 악취방지법이란 별도의 법까지 마련한 우리나라의 악취분석 인프라는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악취 특성상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종종 판정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악취분석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악취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범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시작한 격자법(grid method)이 한 예다. 독일에서 시작된 격자법은 악취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250m 간격의 격자로 나눠 각 꼭짓점에서 10분간 반복적으로 냄새를 맡아 악취의 종류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윤경석 과장은 “냄새란 바람이나 시간에 따라 났다 안 났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격자법을 이용하면 보다 정확히 악취를 잡아낼 수 있고 악취의 빈도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장 측정 시 기상장비를 실은 이동측정차량을 동원해 바람과 습도 등에 따른 악취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악취분석팀 임만규 대리는 “실태조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만큼 정확한 검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악취물질이 빨리 변질되는 것을 감안해 가급적 48시간 안에 배송해 검사를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주 팀장은 “악취 민원이 급증하는 만큼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악취관리지역 외 취약지역 조사 대상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악취도 대기나 수질 오염만큼 큰 피해를 주는 공해물질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전=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흔히 국내 미세먼지에 미치는 국외 영향이라고 하면 중국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수도권의 경우 ‘북한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최대 2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열악한 연료 상황과 빈약한 환경규제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남북한 환경협력의 일환으로 북한 내 관측망 설치와 관측인력 파견을 구상하고 있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 연구진이 지난달 30일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 모사: 북한 배출량 영향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에서 넘어온 초미세먼지(PM2.5)는 하루 평균 m³당 0.5∼1.0μg이었다. 2013년 북한, 2014년 남한의 초미세먼지 배출량 통계에 2016년 기상 상황을 감안해 추산한 결과다. 남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μg 전후로 북한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2∼4%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북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수도권으로 넘어오는 북한 미세먼지는 연평균 3.89μg으로 전체 미세먼지 중 14.7%를 차지했다. 북풍이 많이 부는 1월에는 북한의 영향력이 더 올라가 수도권의 북한발 미세먼지는 약 20%로 추정됐다. 특히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 가운데 나무 등 생물을 소각하면서 발생한 오염물질(OC·organic carbon)의 경우 북한의 영향력이 월등히 높았다. 1월 수도권에서 측정된 OC의 42%가 북한발이었다. 연구진은 “연료 상황이 열악한 북한에서 나무나 석탄을 많이 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 시골지역은 96%, 도시도 89%가 나무와 석탄을 땠다. 북한도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이 100m 이상 상공에서 평양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비율을 분석해 보니 중국 방향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전체의 73%에 달했다. 남한발 초미세먼지도 북한에 영향을 미쳤다. 개성의 경우 남한발 미세먼지의 비중이 최대 13.7%를 차지했다. 북한 대기질 상황을 연구해온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남한이 2022년까지 연평균 미세먼지를 m³당 6μg 저감하려면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통일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남북 대기환경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최근 통일부에 북한 관측자료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관측망을 새로 설치해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6∼2015년 개성공단에 연구 인력을 파견해 정기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했으나 개성공단 폐쇄로 중단됐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제329호·사진)의 개체수가 10년 내 100마리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됐다. 환경부는 2일 반달가슴곰의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나 올해 정책 목표를 ‘개체 복원’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처음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올해 초 새끼 8마리가 태어나면서 총 56마리로 늘어났다. 2020년까지 50마리로 늘리겠다던 당초 목표를 2년 일찍 달성한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인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과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2027년 개체수가 98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증식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1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현재 방사 지역인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개체수는 78마리다. 결국 2027년 이후 적어도 20마리 이상이 외부 지역으로 분산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6월 수컷 반달가슴곰 ‘KM-53’이 지리산국립공원을 벗어나 10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 출현했다. 전문가들은 지리산과 덕유산, 속리산 등 중남부권역 국가 생태축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반달가슴곰 일부가 백두대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아예 일부 개체군을 백두대간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자연적 분산에만 기대지 않고 정부가 일부를 인위적으로 분산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식 가능 지역이 늘면 사람과 부딪칠 기회가 늘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공원 탐방객 수만 연 4000만 명 이상이다. 2016년 반달가슴곰을 보거나 맞닥뜨렸다고 신고한 건수가 8건이었다. 환경부는 일단 반달가슴곰이 1회 이상 출현했거나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전남과 경남 등 5개 광역단체와 17개 시군,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를 구성해 곰 대처 요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곰이 자주 출현하는 지역에는 주민들에게 곰 퇴치 스프레이를 보급하고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한 방지 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임신 6개월, 배가 꽤나 불러오기 시작했다. 태동까지 시작됐다. 진짜 임신부가 된 느낌이다.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내 뱃속에 네 번째 아이가 있긴 한 건가’ 나 스스로도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했다. 계획에 없이 닥친 일이라 그 어리벙벙함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또 한 번의 임신이 익숙지 않은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 엄마의 임신을 처음 보는 막내는 자꾸 커져가는 엄마의 배가 그저 신기한 모양이다. 언니들에게 ‘네 동생이 들어있다’는 반복학습을 받은 뒤로 내 배만 보면 “엄마, 여기 내 동생 들어있지요?” 하고 묻는다. 그 동생이 꿀 같던 ‘막내의 지위’를 곧 뺏어갈 사실도 모르는 채. 곧 셋째가 될 막내에게 “응, 동생이 있어” 하면 마냥 좋다고 웃는다. 둘째는 엄마의 임신을 두 번째로 보는 거지만 셋째 임신 때 본인이 워낙 어렸던 터라(둘째와 셋째는 고작 19개월 차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다. 연방 “오늘은 얼마나 더 커졌느냐”며 엄마 배의 안부를 물으며 신기해한다. 며칠 전에는 “아기가 잘 있느냐”고 하기에 한 번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니 눈을 반짝이면서 엄마 배에 얼굴을 대고 한참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들려, 들려!” 무슨 소리가 들릴 턱이 없는데 아기가 뭐라고 했다면서 둘째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덩달아 막내까지 “나도 들어 볼래” 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통에 한동안 ‘실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걱정은 첫째다. 이미 동생을 둘이나 둔 데다 이제 7살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아무 생각 없는’ 나머지 아이들과는 반응이 좀 다르다. 일단 처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부터 “우와~”하는 동생들과 달리 첫째의 답은 “또 동생이 생겼어?”였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엄마는 딸들 중 누가 제일 예뻐요?”라는 질문까지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목욕을 하다가 나에게 “엄마는 막내 동생이 제일 예쁘죠? 아빠는 둘째 동생을 좋아하고”라고 하기에 “아니야, 엄마에겐 다 똑같이 예쁘지, 더 예쁜 딸이 어딨어?”라고 곧바로 반문했다. 그런데도 며칠 뒤 셋째에게 무얼 빼앗겼다며 서럽게 우는 둘째에게 “나도 저 마음 알아”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운 사람은 안다. 자식 모두에게 양적으로 공평한 사랑을 쏟기 쉽지 않다는 걸. 그나마 2명이면 엄마가 하나, 아빠가 하나를 맡아 좀 더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테지만 3명 이상이 되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 많이 가는 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옷을 입을 때도 첫째에겐 “혼자 입을 수 있지? 엄마는 동생들 도와줘야 해서” 하고 나들이를 갈 때도 “언니가 가고픈 곳이 있어도 아직 동생들에겐 무리이니 양보하자” 하게 된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랑을 덜 받고 있다고 느낄 법하다. 그나마 없는 사랑을 나눠가질 동생이 하나 더 생긴다니 첫째가 오죽 낙심했을까. 남편은 첫째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채고 요새 집에 오면 부쩍 첫째를 아기처럼 안고 “아빠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쁜이”라며 사랑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아빠가 함께 있는 날은 유독 첫째의 어리광이 심해진다. 동생들에게 흔쾌히 양보하던 장난감도 “줄 수 없어”하고 버티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잘 하던 일들조차 “하기 싫어”하고 투정을 부린다. 갑자기 동생들이 타는 2인용 유모차를 자신도 타야겠다며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지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가 첫째가 내 부주의로 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두 동생은 유모차에 앉아 가고, 첫째는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가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리 아프게 넘어진 건 아니었는데 갑자기 첫째가 빵 하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무 큰 울음소리에 돌아볼 정도였다. 아빠가 가던 길을 멈추고 첫째를 안아 올려 한참 달래서야 울음을 그쳤다. 다시 손을 잡고 걷는데 첫째가 유모차를 한 번 슥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말은 안 하지만 두 동생은 유모차를 타고 편히 가는데 자신만 걸어가다가 화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맘에 첫째에게 “엄마에게 안겨”하고 양팔을 벌렸다. 어이쿠, 근데 이미 6kg 넘는 자궁을 짊어지고 다니는 임신부에게 25kg 첫째를 안는 건 무리였다. 아이 발도 안 들렸는데 내 입에선 벌써 ‘헉’ 소리가 났다. “안 되겠다, 업어야 겠다”하고 등을 내밀었다. 하지만 첫째가 기대자마자 엄청난 무게에 내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앞서 가던 남편은 “포기하고 그냥 빨리 와” 했다. 아냐, 엄마가 한 번 해 준다고 했으면 해 줘야지. 첫째를 가까운 도로 턱에 올리고 가까스로 업는 데 성공했다. 100m도 안 걸었는데 앞에 달린 아가에 뒤에 달린 아가까지…도합 31kg를 짊어진 다리가 후들거렸다. “와, 너 진짜 무겁다” 하니까 첫째가 뭐가 우스운지 등 뒤에서 킥킥거렸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뱃속에서 나왔을 때는 2.72kg에 불과했던 작은 아기였는데. 6개월 될 때까지 7kg을 넘지 않아 엄마 속을 태웠고, 첫 어린이집에서는 (4월생인데) 12월생이냐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부쩍 자라 얼마 전 영유아건강검진에서 같은 개월수 여아들 중 몸무게 상위 20%에 오를 정도로 훌쩍 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 큰 아이 취급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5kg 큰 아기는 엄마 등에 업혀 이렇게 좋다고 웃는데. 엄마의 사랑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고 느끼지 않게. 내 사랑의 풀(pool)을 더 깊고 넓게 키워야 겠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5분 진료(심층진찰)’가 환자의 만족도는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면서 진료비는 최대 22%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1차 조사 결과다. 심층진찰은 평균 3분 안팎인 진료시간을 15분 가까이로 늘려 환자가 질환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대병원은 넉 달간 15분 심층진찰에 참여한 내과 외과 소아과계 교수 13명, 환자 274명과 3분 일반진찰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환자 만족도와 진료 내용, 진료비 등을 조사했다.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심층진찰의 환자 만족도가 일반진찰에 비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외래진료 만족도는 심층진찰군이 10점 만점에 9.04점으로 일반진찰군(7.65점)보다 1.39점 높았다. 의사나 치료 과정의 만족도 등 다른 세부항목 만족도도 모두 일반진찰 환자보다 높았다. 각종 검사 횟수와 처방 약제의 양은 심층진찰 환자일수록 적었다. 내과의 경우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 횟수가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중증질환일수록 검사와 처방 감소율이 컸다. 진료 초기에 충분히 상담하면서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사와 처방이 줄어든 만큼 진료비도 심층진찰 환자가 일반진찰 환자보다 9.2% 더 적었다. 특히 중증질환으로 내원한 심층진찰 환자의 경우 진료비 감소 폭이 22.2%나 됐다. 일반진찰 환자가 진료비로 100원을 쓸 때 중증질환 심층진찰 환자는 77.8원을 썼다는 의미다. 심층진찰 환자는 담당 의사가 진료회송서나 소견서를 발급해 동네병원(1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냈을 때 19.5%가 응해 일반진찰 환자(4.2%)보다 동네병원 회송률이 훨씬 높았다. 심층진찰 시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가 두텁게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심층진찰이 정착되면 다수가 동네병원으로 돌아가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층진찰을 위한 적정 수가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시범사업을 25개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동네병원으로 확대하고 적정 수가 개발을 위한 2차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