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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한국군 155mm 포탄 약 50만 발을 대여하는 계약은 미 정부가 한국 포탄 제조업체로부터 새 포탄을 구매한 뒤 이를 우리 군에 보내 ‘포탄 빚’을 갚는 방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 정부와 155mm 포탄 등 우리 군 보유 포탄 50만 발 안팎을 대여하는 계약을 맺으며 상환 방식을 명시했다. 한국의 P사가 포탄을 생산하는 대로 미 정부가 이를 구입해 우리 군에 주는 식으로 우리 군 포탄 비축분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오래된 포탄을 미군에 보내고 우리는 우리 업체가 생산한 포탄을 돌려받는 방식이라 경제적 실익 면에서는 최상의 계약”이라며 “헌 포탄을 주고 새 포탄을 받는 만큼 빌려준 물량과 같은 양을 돌려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에서 빌려간 포탄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만큼 미국이 한국 포탄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량 학살을 전제로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는 위협 수위를 높였다.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방어 연락그룹(UDCG)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격”이라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향후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했다.美 “韓 우크라지원 환영” 러 “무기주면 적대행위”… 韓 “러에 달려” ‘尹,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공방대통령실 “민간인 살상 전제한 것… 무기지원 금지하는 법조항 없어”尹-바이든, 우크라 문제 논의할듯… 젤렌스키 부인, 내달 방한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가 “전쟁 개입”이라고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20일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발언이 민간인 살상 등 가정적 상황을 전제한 원론적인 표현이라면서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차 열어둔 것. 러시아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를 빌미로 한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반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반발에 따른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 등의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 한미 정상회담서 우크라 관련 논의 시사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금 우리 입장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기 위해 무기 지원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계획 없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더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내법에 교전국에 대해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며 “외교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 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6·25전쟁 같은) 그런 처지에 있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우크라이나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이슈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말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느 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 北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이 알려지자 북한까지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위협했다. 북한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며 한국을 압박한 것. 반면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한미는 국제법과 규칙,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에 관한 약속 등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철통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8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10여 명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간담회를 가졌다. 윤상직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과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도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등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미국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막는 새로운 규제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 제한을 강화하라고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전례 없는 규제 조치가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에 대해 브리핑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 행정명령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기술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반도체 등 중요 부문에서 일부 거래가 금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미국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추진 중이다.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기술 추격전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에도 유사한 규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동맹국 및 업계와 협의한 뒤 진행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을 끌어낸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 역시 미국이 먼저 발표한 뒤 동맹국의 동참을 설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도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0일 대중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미 재무부가 밝혔다. 재무부는 “옐런 장관은 국가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우선순위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와 산업계에서는 첨단 반도체 기술 등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규제 협력체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로 구성된 미국 연방의회 초당파 자문위원회는 13일 공청회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280여 곳이 참여하는 ‘미중 비즈니스 평의회’도 미 상무부에 “가능한 한 빨리 다국간 수출 관리 조치를 책정해야 한다”는 요청서를 최근 제출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 일각에선 “중국과의 교역 차단은 국익에 역효과가 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은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중 관계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흑백논리 대신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인 북한에 ‘핵 보복’을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존 힐 국방부 우주·미사일 방어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 억제 부분도 역할을 하게 된다. 진심이다(It‘s real)”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내용을 거론하며 “북한에 (도발의) 비용을 물리는 미국 역량에는 핵무기 대응도 포함되며, 이는 항상 대북 억제 태세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MDR에서 북한 핵·ICBM 위협에 대해 “(미사일 방어를) 핵 및 비(非)핵 수단을 통한 직접적인 비용 부과로 보완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 반격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정은 체제는 서울 도쿄 워싱턴 등을 넘어 도달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개발했다”며 “북한이 이런 능력을 (실전) 배치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4일 내놓은 ‘우주위협평가 2023’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이란 인도와 함께 미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5대 위협국가로 꼽았다. CSIS는 “북한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우주 활동에 대한) 더 많은 첨단기술을 획득하고 운영 경험을 쌓으면 우주 시스템과 지상국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크리스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은 18일(현지 시간)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동맹국들에 기밀이 기밀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스미스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문건에 현재 상황이 담겨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건에는 현재 상황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며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사추세츠주(州) 방위군 정보병 잭 테세이라 일병이 유출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함께 폴란드를 통한 한국의 포탄 우회 지원 계획과 관련한 내용 등이 담겼다.스미스 위원장은 “문건 유출에 충격을 받았다”며 “직위가 낮은 21세 사병도 그렇게 많은 기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CECC는 2001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중국 인권문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당적 기구다. CECC는 이날 의회에서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청문회를 열었다.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유엔 성명에 불참한 데 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도덕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으려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에 대해선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 서명국”이라며 “탈북자들은 한국이나 미국 또는 다른 자유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북한에 송환하는 것은 집단수용소 행(行)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스미스 위원장은 북한이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좋겠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국민에 대한 우리(미국)의 헌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한반도에) 대규모 미군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선정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모두 제외됐다. 일본, 독일 브랜드 친환경차도 모두 제외된 가운데 미국 브랜드가 생산한 16개 전기차와 6개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미국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자국산 우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 시간) IRA 세부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 22개 친환경 차량을 발표했다. 제조사별로는 제네럴모터스(쉐보레, 캐딜락)가 6종으로 가장 많았고 포드와 테슬라가 각각 5종이었다. 하이브리드 차종으로는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지프) 3종과 포드(포드, 링컨) 3종이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받았던 13개 브랜드 41종에서 7개 브랜드 22종으로 보조금 대상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물론이고 닛산,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백악관은 전기차 보급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제조업 부흥을 통해 미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미국 투자) 대책의 일환”이라며 “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美서 조립 ‘GV70’도 보조금 제외… “현대차 美공장 완공 당겨야” 美기업만 IRA 보조금 배터리 조립-광물 규정 못맞춰 제외… “조지아 공장 완공 당겨야 피해 줄어”보조금 받는 상업용 전기車 비중↑… 대통령실 “배터리 수출선 수혜국” 미국 IRA가 지난해 8월 시행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 조립되는 친환경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돼 왔다. 그러다 이번에 배터리 규제가 추가됐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라 해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약 493만 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하면 3750달러가 지급되도록 했다. 두 가지 배터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자동차와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미국에서 만들라는 규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도 보조금을 받게 된 친환경 차량은 모두 미국 브랜드들이다. 캐딜락(리릭)과 쉐보레(볼트, 블레이저, 실버라도EV, 이쿼녹스 ), 테슬라(모델3과 모델Y), 포드(E-트랜싯, 이스케이프, F-150, 머스탱 마하 E) 링컨(에이비에이터, 코세어), 지프(그랜드체로키 하이브리드, 랭글러 하이브리드), 크라이슬러(퍼시피카) 등이다. 자국 브랜드만 대놓고 지원해 주는 셈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된다.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 이유다. 하지만 배터리 조립 및 광물 규정을 못 맞춰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GV70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SK온 제품이다.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고, 울산에서 완성해 미국으로 보낸다. 아우디 ‘Q5 e콰트로’, BMW ‘330e’와 ‘X5 x드라이브45e’, 닛산 ‘리프’, 폭스바겐 ‘ID4’, 볼보 ‘S60 하이브리드’, 리비안 ‘R1S’와 ‘R1T’ 등이 모두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5’ 등은 애초에 한국에서 수출돼 작년 8월 이후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생산 차량인 GV70까지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업체들에 비해 보조금 액수만큼 가격경쟁력 열세에 놓이게 됐다. 다만 “단기적 충격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최악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있다. 우선 리스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5% 수준이었던 상업용 전기차 차량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려 나가며 대응하고 있다. 또 미국 로컬 브랜드가 유리해지긴 했지만, 일본과 유럽의 경쟁업체들은 현대차그룹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놓고 미국 브랜드를 밀어주겠다는 것이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쟁 상대들도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현대차가 지난해 착공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길 경우 피해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날 브리핑을 갖고 “현대차의 경우 상용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1분기(1∼3월) 5%에서 올해 1분기 28%로 올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광물 규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현지 생산은 물론 광물 채굴 및 가공 측면에서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최 수석은 “발표된 7개사 22개 전기차 모델 중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이 17개나 된다”면서 “오히려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기회다. 배터리 수출에 있어서는 우리가 수혜를 받는 나라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제출한 사전의향서(SOI)를 200건 이상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업 기밀 유출 우려 등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대부분의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보조금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은 14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잠재적 (보조금) 신청 기업들로부터 200건 이상의 SOI를 받았다”며 “민간 부문의 광범위한 관심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SOI 제출 기업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SOI는 1개 기업이 생산 시설별로 여러 건을 제출할 수 있다. 상무부는 2월 28일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절차와 세부 지침을 공개하면서 보조금을 신청할 기업은 신청서 제출 21일 전 SOI를 내라고 지침을 준 바 있다. SOI에는 건설 예정인 반도체 시설 위치와 규모, 생산 능력, 생산 제품, 투자 금액 등을 담도록 했다. 삼성전자 역시 S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SOI에 이어 본(本)신청서를 제출하면 기밀 유출 논란과 초과이익 공유제 같은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기준을 두고 상무부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법 보조금은 SOI에 이어 사전신청, 본신청, 기업 실사 절차 등을 거쳐 지급된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SK하이닉스가 SOI를 제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무국은 이날 홈페이지 ‘자주 하는 질의응답(FAQ)’ 코너에 초과이익 공유제와 기밀 유출 논란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을 올렸다.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선 “기업 이익을 규제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초과이익 공유는 이익이 전망치를 크게 넘는 경우에만 발동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밀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선 “정보자유법에 따라 공개가 면제된다”며 “(상무부가) 획득한 (기업) 영업 비밀 및 상업 금융 정보는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31일부터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의 신청서를 받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시설 지원에 390억 달러, 반도체 연구 및 인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에 20억 달러 등 5년간 모두 527억 달러(약 67조5000억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선정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모두 제외됐다. 일본, 독일 브랜드 친환경차도 모두 제외된 가운데 미국 브랜드가 생산한 16개 전기차와 6개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미국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자국산 우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 시간) IRA 세부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 22개 친환경차량을 발표했다. 제조사별로는 제네럴모터스(쉐보레·캐딜락)가 6종으로 가장 많았고 포드와 테슬라가 각각 5종이었다. 하이브리드 차종으로는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지프) 3종과 포드(포드·링컨) 3종이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받았던 13개 브랜드 41종에서 7개 브랜드 22종으로 보조금 대상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물론 닛산,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백악관은 전기차 보급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제조업 부흥을 통해 미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미국 투자) 대책의 일환”이라며 “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IRA가 지난해 8월 시행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 조립되는 친환경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돼 왔다. 그러다 이번에 배터리 규제가 추가됐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라 해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약 493만 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하면 3750달러가 지급되도록 했다. 두 가지 배터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자동차와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미국에서 만들라는 규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도 보조금을 받게 된 친환경 차량은 모두 미국 브랜드들이다. 캐딜락(리릭)과 쉐보레(볼트, 블레이저, 실버라도EV, 이쿼녹스 ), 테슬라(모델3과 모델Y), 포드(E-트랜짓, 이스케이프, F-150, 머스탱 마하 E) 링컨(에베에이터, 코세어), 지프(그래드체로키 하이브리드, 랭글러 하이브리드) 크라이슬러(퍼시피카) 등이다. 자국 브랜드만 대놓고 지원해 주는 셈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된다.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 이유다. 하지만 배터리 조립 및 광물 규정을 못 맞춰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GV70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SK온 제품이다.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고, 울산에서 완성해 미국으로 보낸다. 아우디 ‘Q5 e콰트로’, BMW ‘330e’와 ‘X5 xDrive45e’, 닛산 ‘리프’, 폭스바겐 ‘I.D 4’, 볼보 ‘S60 하이브리드’, 리비안 ‘R1S’와 ‘R1T’ 등이 모두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5’ 등은 애초에 한국에서 수출돼 작년 8월 이후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생산 차량이 GV70까지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업체들에 비해 보조금 액수만큼 가격경쟁력 열세에 놓이게 됐다. 다만 “단기적 충격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최악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있다. 우선 리스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떄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5% 수준이었던 상업용 전기차 차량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려 나가며 대응하고 있다. 또 미국 로컬 브랜드가 유리해지긴 했지만, 일본과 유럽의 경쟁업체들은 현대차그룹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 놓고 미국 브랜드를 밀어주겠다는 것이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쟁 상대들도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 “현대차가 지난해 착공한 조지아 주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길 경우 피해 규모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날 브리핑을 갖고 “현대차의 경우 상용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1분기(1~3월) 5%에서 올해 1분기 28%로 올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광물 규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현지생산은 물론 광물 채굴 및 가공 측면에서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최 수석은 “발표된 7개사 22개 전기차 모델 중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이 17개나 된다”면서 “오히려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기회다. 배터리 수출에 있어서는 우리가 수혜를 받는 나라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 일병(21)이 유출한 기밀문건이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친(親)러시아 소셜미디어 계정이 전직 미 해군 부사관에 의해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테세이라가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비공개 채팅방에 기밀문건을 유출했을 때만 해도 소수만 볼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전직 미군이 개입해 문건이 확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 기밀정보 보호 체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간) 유출 문건 일부를 처음으로 소셜미디어로 확산시킨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 ‘돈바스 데부슈카’가 전직 미 해군 부사관인 세라 빌스(37)에 의해 운영됐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데부슈카는 돈바스 아가씨라는 뜻이다. 이 채널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친러시아 활동을 해왔으며 6만5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5일 이 채널에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 가운데 러시아 사상자 수 등이 담긴 4개의 문건이 올라왔다. 이후 다른 친러시아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이 문건을 대거 유포하기 시작하면서 이튿날인 6일 미 국방부가 처음으로 기밀문건 유출 사실을 포착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돈바스 데부슈카 채널에 옮겨진 문건 중 일부는 테세이라 일병이 당초 디스코드 채팅방에 올린 것과 비교해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부풀리고 러시아 측 사상자를 축소하는 등 내용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건 유출이 최초 보도됐을 당시 친러시아 배후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 빌스는 워싱턴주 위드비섬에 있는 미 해군 항공대에서 항공전자기술 책임자인 일등 상사로 일하다 지난해 11월 두 계급 강등된 하사로 명예 제대했다. WSJ는 동료들을 인용해 빌스가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한 미군 합동참모본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과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에서 정보전을 위해 운영 중인 가짜 계정 중 적발된 계정이 1%에 불과하다’고 내부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군 공군 방위군 일병 잭 테세이라(21)가 유출한 기밀문건이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친(親)러시아 소셜미디어 계정이 전직 미 해군 부사관에 의해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테세이라가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비공개 채팅방에 기밀문건을 유출했을 때만 해도 소수만 볼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전직 미군이 개입해 문건이 확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 기밀정보 보호 체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간) 유출 문건 일부를 처음으로 소셜미디어로 확산시킨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 ‘돈바스 데부슈카’가 전직 미 해군 부사관인 사라 빌스(37)에 의해 운영됐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데부슈카는 돈바스 아가씨라는 뜻이다. 이 채널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친러시아 활동을 해왔으며 6만5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5일 이 채널에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 가운데 러시아 사상자 등이 담긴 4개의 문건이 올라왔다. 이후 다른 친러시아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이 문건을 대거 유포하기 시작하면서 이튿날인 6일 미 국방부가 처음으로 기밀문건 유출 사실을 포착하고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돈바스 데부슈카 채널에 옮겨진 문건 중 일부는 테세이라 일병이 당초 디스코드 채팅방에 올린 것과 비교해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부풀리고 러시아 측 사상자를 축소하는 등 내용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건 유출이 최초 보도됐을 당시 친러시아 배후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 빌스는 워싱턴주 위드비섬에 있는 미 해군 항공대에서 항공전자기술 책임자인 일등 상사로 일하다 지난해 11월 두 계급 강등된 하사로 명예 제대했다. WSJ는 동료들을 인용해 빌스가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한 미군 합동참모본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과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에서 정보전을 위해 운영 중인 가짜 계정 중 적발된 계정이 1%에 불과하다’고 내부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26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사이버안보 협력에 대한 문서 채택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한미 상호방위협정의 범위를 사이버 및 우주 공간으로 넓히고, 정보 공유의 범위와 강도 또한 중요 기밀 정보를 모두 공유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안보 동맹 ‘파이브아이스’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협력에 대해 별도 문건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상호방위 조약의 지리적 범주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포함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19년 일본과 상호방위협력 지침을 맺으며 사이버 공간을 포함시켰지만 아직 한국과는 구체적인 사안을 협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분야의 양국 신뢰를 재확인하고 정보 공유, 분석, 활용 등의 범위와 강도를 강화하는 조치 또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당국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한국의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연합체 ‘쿼드’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쿼드에 참여하기보다 우리가 주축 국가로 참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협력체(IPEF)’를 통해 주도권을 발휘하는 것이 실익도 명분도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용의자인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21·사진)가 13일(현지 시간) 전격 체포됐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로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지 꼭 1주일 만이다. 그의 체포로 문건의 유출 경위와 목적, 진위, 공범 유무 등에 대한 수사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최신 기밀이 고작 20대 병사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최강대국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 또한 고조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기밀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전송한 용의자 테세이라를 체포했다”며 그를 ‘간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뜻을 밝혔다. CNN 등은 테세이라가 14일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 인부 심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간첩법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당 최대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350여 건의 문건을 유출한 그가 산술적으로 수백 년이 넘는 엄청난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 정보비행단’에 근무하는 일병이다. 낮은 계급에 어린 나이지만 군사통신 네트워크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며 미 기밀 정보가 모이는 ‘세계정보소통시스템(JWICS)’에 접속할 수 있어 문건을 빼돌리는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10대 군사 유튜버들이 많은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란 채팅방에서 일종의 ‘방장’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초부터 문건을 유출했다. 그의 체포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FBI는 장갑차, 군용기, 소총, 방탄 조끼 등으로 중무장한 요원 6명을 주내 노스다이턴에 있는 테세이라 어머니의 자택으로 보내 그를 체포했다. CNN 등 미 언론 또한 체포 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그가 속한 주방위군은 평시엔 각 주지사의 지휘를 받아 지역 내 재난·재해 대처, 치안 유지 등을 담당한다. 전시에는 연방정부의 통솔을 받아 미 정규군의 일부 기능을 맡는다. 한국 등 동맹에 대한 도·감청 정황, 북한과 중국의 군사 정보, 우크라이나 전쟁 판세 등이 담긴 문건이 미 정규군도 아닌 예비부대 성격의 말단 병사에 의해 노출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후폭풍 또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통령실이 14일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정보 유출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파악이 끝나면 우리 측은 미국에 정확한 설명과,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 정부도 (정보 유출을) 인정하고 유출자 신원도 조금 파악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가 신중해진 것. 이런 대통령실의 변화는 미국이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인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21세 정보병 잭 테세이라를 13일(현지 시간) 긴급 체포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유출 문건의) 한국 관련 내용 중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정확성 부분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반응이 나오기 전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도·감청이 있었다고 확실히 말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이 당국자는 미국 측 관계자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미 관계자가) 우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미국 측이)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내 정치권과 언론 보도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니냐”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국산 포탄의 운송 일정, 북한 미사일 궤적, 우크라이나 방공망 지도 등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최신 극비 정보 350여 건을 유출한 용의자 잭 테세이라(21)가 13일(현지 시간) 전격 체포되면서 유출 경로와 범위 등에 대한 조사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은 장갑차, 군용기,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요원을 대거 동원하는 등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검거 작업으로 그를 체포했다. 다만 미 정규군이 아닌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의 말단 통신병인 테세이라가 1급 기밀에 제한 없이 접근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사태의 후폭풍 또한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 도·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의 2013년 고발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미 기밀문서 취급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테세이라, ‘애국자 가문’ 출신…“과시욕 넘쳐”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본인, 어머니, 계부, 친척이 모두 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애국자 가문’에 속했다. 어머니는 매사추세츠주 보훈처, 참전 용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했다. 34년간 복무한 계부는 상사로 몇 년 전 퇴직했다. 의붓아들 테세이라의 현 근무지인 102 정보비행단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가톨릭 신자인 테세이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9년 9월 친척 여러 명과 동반 입대했다. 신병 교육 때문에 고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2021년 10월 현 근무지에 배치됐고 지난해 7월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하며 우수 메달을 받았다. 테세이라는 문건을 유출한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서 ‘OG’라는 닉네임을 쓰며 극우, 반유대 성향을 드러냈다. 10대가 대부분인 채팅 참여자에게 위계 질서와 국제 정세의 중요성 등을 훈계했다. 참여자들은 테세이라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예언하듯 말하자 그를 지도자처럼 떠받들었다. 테세이라는 이런 대우를 즐겼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 듯 행동했다. 그가 스노든 같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허세’와 ‘과시’를 목적으로 유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문건 게재 후 참여자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제대로 읽지 않으면 더이상 문건을 올리지 않겠다”며 수차례 화를 냈다. ● 장갑차-군용기 동원 체포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소총, 방탄복 등으로 무장한 6명의 요원과 장갑차를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에 있는 그의 모친 집으로 보냈다. 인근 상공에는 정찰용 군용기도 대기 중이었다. 요원들은 테세이라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현직 군인이자 무기 애호가임을 감안해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테세이라는 비교적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는 양손을 깍지 낀 채 머리 뒤로 올리고 장갑차까지 뒷걸음으로 이동했다. 요원들은 장갑차 뒤편에서 엄폐하며 소총으로 그를 조준했다. 그가 6일 문건 유출 보도 후 1주일 만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체포된 것은 유출 과정에서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디지털 지문’을 곳곳에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체포 장소인 어머니의 집 등이 일찌감치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체포 이틀 전부터 그를 감시했고 체포에 성공했다. 미 간첩법에 따르면 유출 문건 1개당 최대 10년 형이 가능하다. 350여 건을 유출한 그가 산술적으로 수백 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280만 명 정보 열람-인쇄 관행 문제주방위군 일병인 그가 어떻게 1급 기밀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미 보안 체계가 ‘계급’보다 ‘직무 연관성’을 중시한다며 “직무에 따라 비밀취급 인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보직이 통신 정보병이어서 높은 수준의 기밀 접근권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CNN은 6년 전인 2017년 기준으로도 160만 명이 기밀 접근권을 보유했고 추가로 120만 명이 기밀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280만 명이 볼 수 있는 방만한 운영 체계, 메모를 즐기는 군 장성 등을 위해 기밀을 종이로 인쇄하는 관행 등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민주당 측은 다음 주 중 청문회를 열어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대통령실이 14일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정보 유출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파악이 끝나면 우리 측은 미국에 정확한 설명과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 정부도 (정보 유출을) 인정하고 유출자 신원도 조금 파악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가 신중해진 것. 이런 대통령실의 변화는 미국이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인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21세 정보병 잭 테세이라를 13일(현지 시간) 긴급 체포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유출 문건의) 한국 관련 내용 중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정확성 부분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반응이 나오기 전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도·감청이 있었다고 확실히 말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이 당국자는 미국 측 관계자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미 관계자가) 우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미국 측이)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왔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국내 정치권과 언론 보도 대한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니냐“고 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미군 소속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갈랜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국방 기밀 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보관·전송한 용의자 테세이라를 체포했다”며 “테세이라는 미 공군 국가방위군 소속”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메사추세츠주(州) 방위군 정보부 소속으로 기밀문서를 유포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테세이라는 2020년 소셜미디어 채팅방 ‘터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에서 ‘OG‘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지난해부터 기밀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FBI는 이날 오후 장갑차와 소총으로 무장한 요원들을 메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에 있는 테세이라의 자택으로 보내 체포 작전을 벌였다. 테세이라는 머리에 양 손을 얹은 채 저항 없이 체포됐다. FBI는 이날 테세이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메사추세츠주 방위군은 성명에서 “최근 기밀문서 유출사건과 관련해 주방위군 일원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밀문건 유출은) 범죄행위이며 기밀유지서약에 대한 고의적인 위반”이라고 강조했다.테세이라는 간첩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간첩법은 국방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미국에 해를 입히거나 다른 나라에 이익이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전송하는 자에게 사안별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한 법이다.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 논란이 불거진 기밀문건을 유출한 유력한 용의자가 체포됨에 따라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테세이라가 지난해부터 채팅방에 유출한 기밀문건이 300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밀문건 유출에 대해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보당국과 법무당국이 (문건 유출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우려스럽지만 (문건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현 상황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사진)가 12일(현지 시간) “한국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무기, 탄약 전달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에는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감청 논란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 총리가 한국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직접 협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총리 “韓, 중-러 두려워해”미국을 방문 중인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국은 엄청난 양의 포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와 탄약 전달에 대해 한국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 개입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한국과의 합의 없이는 폴란드가 무기를 절대 우크라이나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가 한국에서 구입한 포탄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면 한국 승인을 받기 위한 별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YT는 앞서 9일 유출된 미 기밀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문희 전 대통령외교비서관과의 대화에서 폴란드를 통한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거듭 요청하는 가운데 한국이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 시) 러시아와 중국 반응을 우려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종의 안전보장 약속을 하는 등의 미국의 개입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포탄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우리가 확인해주거나 할 건 없다”고 일축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 부분(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포탄 같은 살상무기는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K9 자주포 등과 함께 폴란드에 수출된 155mm 포탄은 수출 계약서에 ‘최종 사용자를 폴란드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동의 없이는 이 포탄을 폴란드 정부 임의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군 당국 설명이다.● ‘감청 의혹’ 문건, 실제로 논의됐을 가능성폴란드 총리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 폴란드를 통한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방안이 실제로 논의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이 같은 대화를 감청 등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통해 확보했는지, 전언 등 인적정보(HUMINT·휴민트)를 통해 수집했는지 출처는 불분명하더라도 검토됐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폴란드 총리 발언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폴란드를 우회해 우크라이나에 포탄 등을 지원한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라며 “미 기밀문건 등이 제기한 폴란드를 통한 우회 지원 의혹을 말끔히 씻어준 발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개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에 한미가 공감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국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한국과 폴란드 국방당국 간의 (K9 자주포와 포탄) 수출 계약과 관련한 내용”이라면서 “(유출된 문건 내용과) 결이 다르다”고 밝혔다. 폴란드 총리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및 미국 개입을 공개 요구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1일 한국 등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국방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방침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NYT에 “UDCG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포병 전력 및 탄약 공급이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탄약 소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동맹국들의 탄약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를 먼저 외교 쟁점화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감청 의혹에 “배후 세력이 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공감한 만큼 야당 주장대로 미국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논란이 마무리되는 단계”라며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엔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마디로 (말)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반응했다. 전날 김 차장은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한 것이니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대부분 문건이 진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 수사 결과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관련 문건이 위조됐는지에 대해서도 “외교의 영역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에너지 등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안보 위기로 전개되지 않도록 대응 태세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에너지 분야 사이버공격 대응태세 점검회의’를 열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기밀문건 유출의 직접 당사자로 꼽히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현지 시간) 현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고 미국을 안전히 지키려는 노력을 무엇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의 보도로 유출 파문이 알려진 후 오스틴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언제, 누가, 어디서 (기밀문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지금은 모른다”며 “(유출) 경위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출 문건이 올 2월 28일, 3월 1일자 자료라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이집트 등 문건에 등장한 주요국들은 모두 “문건 일부가 허위”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NYT는 “대부분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 또한 애초 유출본은 수정 없이 (온라인에) 게재됐다”고 보도해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 데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등 당분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즉 ‘바이든 독트린’의 핵심인 ‘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동맹과의 신뢰 및 정보 공유 약화가 큰 타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및 무기 보유 현황 등으로 조만간 전쟁이 끝날 수 없을 것으로 미국이 자체 진단한 정황이 이번 유출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초 올봄 러시아군에 대반격을 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매체 더힐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대반격 시점을 당초 알려진 올봄이 아닌 ‘올여름’으로 늦춰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건 유출로 러시아군을 감시하던 미국의 정보 수집망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고, 그간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됐던 미국의 정보 또한 예전처럼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유출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특수부대원 97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서방 주요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유출이 올 1월부터 게이머에게 인기가 많은 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영국 탐사매체 ‘벨링캣’이 9일 보도 했다. 가디언은 11일 “군사정보에 민감한 게이머들이 논쟁을 벌이다가 기밀이 새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2020년 이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 대화방에서 무기 관련 기밀 문건이 유출된 사례만 10건 이상”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야구장 내셔널스 파크(Nationals Park) 인근 소방서 앞. 콜라 등 음료를 판매하는 자판기 옆에 새로운 자판기가 설치됐다. 외형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자판기와 다를 바 없지만 상단에 “만약 과다복용하고 있다면 지금 멈추고, 911로 전화하세요”라는 문구가 빨간색, 노란색 경고 표지판 속에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자판기 안에는 음료나 스낵 대신 펜타닐 등 마약 해독제와 음식이나 약품에 펜타닐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펜타닐 테스트 스트립이 들어 있었다. 이른바 ‘펜타닐 해독제’ 자판기다.워싱턴시는 이달 10일부터 6곳에 무료 자판기를 설치해 마약 응급키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급성 펜타닐 중독자 등이 자판기에 표시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담사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워싱턴시가 마약 응급처치 키트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펜타닐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워싱턴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448명으로 2018년 213명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 중 96%는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였다. 바버라 바즈론 워싱턴시 건강국장은 4일 자판기 설치 행사에서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너무 많다”며 “해독제와 펜타닐 테스트 스트립을 통해 마약 피해를 줄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공공장소에 ‘응급 처치’ 자판기 펜타닐 중독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확산되자 최근 미국 주요 도시는 잇따라 마약 중독 응급처치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다. 펜타닐 등 아편류 마약 해독제인 ‘날록손’ 등을 처방 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다. 날록손은 당초 암 환자 치료를 위해 개발된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약물이다. 펜타닐 중독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이른바 ‘좀비 랜드’로 불리는 켄싱턴 거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마약 응급처치 자판기를 설치했고, 최근에는 미국 전역으로 자판기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자판기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의 보건소나 소방서에 우선적으로 설치되고 있지만 최근엔 청년층이 자주 찾는 공공도서관과 대학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시는 올 2월 공공도서관인 무어 도서관에 펜타닐 해독제를 무료로 제공하는 자판기를 설치했다. 이 도서관은 직원들에게 응급 중독자를 즉석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해독제 투여 등 응급처치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 덴버, 밀워키 등도 지난해부터 공공도서관에 마약 해독제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공장소에 마약 응급처치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판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게 되는 데다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시내티대 대니얼 아렌트 박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약사협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판기가 설치된 도시의 마약 중독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판기가 설치되지 않은 인근 도시보다 사망자가 1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 응급처치) 자판기 사용이 ‘낙인찍기’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캔디-젤리형 마약에 10대 사망 각급 학교에 직접 마약 해독제를 공급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중고교에서 펜타닐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등 펜타닐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교육 전문지가 미국 전역의 교장과 교육청 간부 1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 이상이 마약 해독제를 학교에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시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에 마약 해독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에선 15세 여학생이 펜타닐로 코팅된 알약을 일반적인 진통제인 줄 알고 먹었다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 남부 노갤러스시에서도 한 고등학생이 펜타닐이 입혀진 알약을 먹었다가 숨지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선 유명 브랜드 초콜릿이나 캔디 포장지에 펜타닐을 담아 유통시키거나 젤리나 일반 진통제 등에 펜타닐을 덧씌워 판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오하이오주에선 한 중학생이 다른 학생이 건넨 펜타닐 젤리를 먹고 급성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 최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메릴랜드주 곳곳에서 펜타닐이 입혀진 젤리가 대거 판매돼 지역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펜타닐 캔디나 펜타닐 젤리 등의 유통이 늘고 있는 것은 펜타닐이 ‘악마의 마약’으로 불릴 정도로 극히 소량으로도 극심한 중독 증세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지난해 10월 핼러윈을 앞두고 사탕처럼 보이게 제작된 ‘무지개 펜타닐 알약’이 유통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플레이노시에선 진통제와 똑같은 모양의 펜타닐 알약이 퍼지면서 최근 6개월간 중고생 3명이 잇따라 사망하기도 했다.“편의점, 주유소서 해독제 판매” 펜타닐이 10대들로까지 확산되면서 과다복용 등으로 인한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불법 마약 중독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5∼24세 사망자는 7426명이다. 이 가운데 펜타닐 등 아편계 합성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는 5936명으로 80%에 육박했다. 특히 펜타닐로 인한 15∼24세 사망자는 2015년에 비해 6배가량 늘었다. 펜타닐로 인한 어린이 사망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펜타닐로 인한 3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는 133명으로 2020년 67명의 2배로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1년 12월 워싱턴주에선 17개월 영아가 부모가 펜타닐을 흡입하고 잠든 사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부모가 살인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기록된 최연소 펜타닐 사망자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대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 펜타닐 해독제인 날록손 스프레이를 비처방용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약국과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처방 없이도 해독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 백악관은 이달 4일엔 펜타닐의 위험성과 해독제 사용법을 알리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펜타닐 유통 확산을 막기 위한 처벌과 함께 외교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11일 마약 밀매 조직들에 대한 금융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미국 내부의 문제”라며 외교적 협조 요청을 일축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한 국경 정책이 원인이라고 공세에 나서면서 펜타닐 대응 문제는 주요 정치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재선에 성공하면 멕시코 카르텔을 겨냥해 미군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펜타닐과의 전쟁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를 먼저 외교 쟁점화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감청 의혹에 “배후 세력이 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공감한 만큼 야당 주장대로 미국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논란이 마무리되는 단계”라며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이스라엘 등 피해 당사국들이 (유출) 문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무시 전략에 나선 것도 대통령실의 태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엔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 마디로 (말) 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반응했다. 전날 김 차장은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대부분 문건들이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도 당초엔 수정 없이 인터넷에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 수사결과와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관련 문건이 위조됐는지에 대해서도 “외교의 영역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에너지 등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안보 위기로 전개되지 않도록 대응 태세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에너지 분야 사이버공격 대응태세 점검회의’를 열었다. 감청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이버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나선 것이라 예정된 일정임에도 주목을 받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