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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조업과 숙박·음식업점이 타격을 받으며 지난해 4분기(10∼12월) 30대 이하 청년층 일자리가 9만 개 넘게 줄었다. 반면 정부의 공공 일자리 정책 영향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 일자리는 같은 기간 55만 개가량 늘었다. 27일 통계청이 내놓은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11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 수는 1958만9000개로 전년 동월 대비 2.6%(50만3000개) 늘었다.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전체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청년층 일자리는 줄었다. 30대(―6만8000개)와 20대 이하(―2만3000개)에서 전년 대비 각각 1.5%, 0.7% 감소했다. 청년층이 주로 근무하는 제조업(―6만6000개)과 숙박·음식점업(―5만1000개) 등에서 감소 폭이 컸기 때문이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4개 분기, 30대 일자리는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반대로 중장년층 일자리는 공공 일자리 정책에 힘입어 증가했다. 60대 이상의 일자리는 전년 대비 39만2000개(15.7%) 늘었다.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50대(15만6000개), 40대(4만6000개)에서도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공공행정(24만5000개)과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2000개) 등에서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9년 이후 계속해서 제조업 일자리가 준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작용해 청년층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코로나19 등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며 중장년층 일자리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여기 자리에 계시면 잠시 일어나 주세요.”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한국 BBC(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분야 기업인들이 일어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큐”를 세 차례 반복하며 “(미국에)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훌륭한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중국과 벌이고 있는 미래 첨단산업 패권 전쟁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경제가 안보의 지렛대이자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1일 정상회담 직후 배포된 공동성명과 회담 설명자료(팩트시트)에서도 ‘한미 공급망 협력’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공동성명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이 문구에 들어갔고, 팩트시트에는 “첨단·자동차용을 포함한 반도체와 중대형 배터리에 대한 상호보완적 투자를 촉진한다”는 양국 정상의 약속이 담겼다. 양국은 청와대와 백악관 간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양국의 협력 이행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4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과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지을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은 5nm(나노미터) 수준의 최첨단 공장이다. 세계적으로 5nm 이하의 미세공정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만이 가능하다. 두 회사 모두 최첨단 공장은 주로 자국 내 뒀었다. 미국은 TSMC에 이어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최첨단 반도체의 공급망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구축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이 총 140억 달러(약 16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배터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한미 협력 분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의 우정과 첨단 협력을 상징한다”며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와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과 굳게 손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공장에서 양산할 배터리는 미국 포드의 최초 순수 전기차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4일 전인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기차를 타고 “중국이 이기게 놔두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백신 대량생산 허브 기능을 함으로써 미국이 중국과의 코로나19 백신 리더십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BBC 산업 분야의 협력적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별도 면담을 갖고 “기업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 정부가 세제,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를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 워싱턴=공동취재단}
한국과 미국이 중동, 유럽 등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원전 설계 등 원천기술에 강점을 가진 미국과 원전 시공 능력이 뛰어난 한국이 손잡으면서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산업계는 한미 원자력산업 협력을 환영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 사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 사업의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 간의 원자력산업 협력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신규 원전 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해외 원전 사업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국은 원전을 제3국에 수출할 때 해당 국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을 내걸기로 합의했다. 추가 의정서는 미신고된 핵시설 등에 대해 IAEA의 사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가 가입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원전업계는 지지부진하던 원전 수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탈원전이 주요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어 미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을 내세우는 마당에 어느 국가가 한국 원전을 믿고 사겠느냐”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관련 기업이 몰락하는 상황부터 막아야 향후 원전 수출도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 청사 편법 이전과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11년 3억 원대에 분양받은 세종 아파트를 약 13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도 2015년에 분양받은 세종 아파트를 매도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23일 관보에 게재된 2021년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박진규 차관은 지난해 세종시 어진동 한뜰마을 2단지 아파트(전용면적 110.59m²)를 12억9000만 원에 팔았다. 박 차관은 2011년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분양가가 3억7500만 원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세전으로 9억 원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박 차관은 지난해 아파트를 매도할 당시 실거주하지 않고 전세(보증금 3억 원)를 주고 있었다. 지난해 정부가 공무원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을 때 박 차관은 경기 과천시 아파트 대신 세종 아파트를 처분했다. 박 차관이 분양을 받은 뒤 세종 아파트에 실거주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1년) 당시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가 미분양이라 오히려 빨리 받으라고 재촉하던 시기였다. (분양 과정에서) 위법이 있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본보는 박 차관에게 특공과 실거주 여부에 대해 확인 요청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이날 환경부 등에 따르면 황석태 실장도 2015년 특공으로 약 4억 원에 분양받은 세종시 세종더샵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면적 98.19m²)를 지난해 13억5000만 원에 매도했다. 황 실장은 아파트 처분 후 약 6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약 3억5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셈이다. 황 실장은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6개월 정도 실거주하고 매각 전까지 전세를 줬다. 그는 “은퇴 후 내려와 살 목적으로 특공 받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가 다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계속 실거주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가족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중동, 유럽 등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원전 설계 등 원천기술에 강점을 가진 미국과 원전 시공 능력이 뛰어난 한국이 손잡으면서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산업계는 한미 원자력산업 협력을 환영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 사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 사업의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 간의 원자력산업 협력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신규 원전 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해외 원전 사업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국은 원전을 제3국에 수출할 때 해당 국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을 내걸기로 합의했다. 추가 의정서는 미신고된 핵시설 등에 대해 IAEA의 사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가 가입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원전업계는 지지부진하던 원전 수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탈원전이 주요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어 미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을 내세우는 마당에 어느 국가가 한국 원전을 믿고 사겠느냐”며 “신한울3·4호기 건설 중단으로 관련 기업이 몰락하는 상황부터 막아야 향후 원전 수출도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세종시에 지방 통합 사옥을 지어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세종시에서 근무하던 직원들까지 이전 기관에 주어지는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특공 취지가 퇴색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전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한전이 대전에 있는 세종전력지사(20명)와 중부건설본부(151명),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지사(21명) 등 3곳을 통합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사옥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192명이 특공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한전은 2017년 세종시에 통합사옥을 세울 땅을 사들였다. 특공 자격은 부지 매입일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이 때문에 부지 매입 이후 192명이 특공에 신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던 세종지사 직원들도 세종 통합사옥 이전 대상에 포함돼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 통합사옥은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돼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전 직원 중 2명은 이미 퇴직했다. 한전 측은 “현행 규정상 적법하다”고 해명했다. 당시 행복도시 건설 예정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은 특공 대상이었으며 조치원읍은 같은 세종시에 속하지만 행복도시 예정지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특공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특공 투기’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난달 비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운영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세종시에 지방 통합 사옥을 지어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세종시에서 근무하던 직원들까지 이전기관에 주어지는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특공 취지가 퇴색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한전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한전이 대전에 있는 세종전력지사(20명)와 중부건설본부(151명),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지사(21명) 등 3곳을 통합한 사옥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192명이 특공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한전은 2017년 세종시에 통합사옥을 세울 땅을 사들였다. 특공 자격은 부지 매입일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이 때문에 부지 매입 이후 192명이 특공에 신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던 세종지사 직원들도 세종 통합사옥 이전 대상에 포함돼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 통합사옥은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돼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전 직원 중 2명은 이미 퇴직했다. 한전 측은 “현행 규정상 적법하다”고 해명했다. 당시 행복도시 건설 예정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은 특공 대상이었으며 조치원읍은 같은 세종시에 속하지만 행복도시 예정지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특공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특공 투기’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난달 비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운영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유령 청사’ 논란과 ‘특별공급(특공) 재테크’ 의혹이 제기된 관세청 산하 기관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청사 신축 이전 사업의 대부분은 2015∼2019년 김낙회 천홍욱 김영문 등 3명의 관세청장 재임 기간에 진행됐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평원 세종청사 신축 이전 사업은 김낙회 전 청장(62)이 재임하던 2014년 내부 검토를 거쳐 2015년 기획됐다. 김 전 청장은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과 세제실장(1급)을 거쳐 2014년 7월 관세청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대전세관에 있던 관평원 인원이 증가하면서 독립청사가 필요했는데 세종의 땅값이 대전보다 싸 이전을 추진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김 전 청장은 “2015년 당시 내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추진했다. 당시 세종시 아파트가 큰 메리트가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공무원 아파트) 특공 등을 위해 이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171억 원의 관평원 세종청사 이전 예산에 대한 기재부의 심의는 천홍욱 전 청장(61) 재임 당시 진행됐다. 관세청은 김 전 청장이 물러나고 내부 출신인 천 청장이 취임한 2016년 5월경 기재부에 관평원 청사 이전 예산 심의를 요청했다. 천 전 청장은 임명 직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최순실 인사 개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의 관평원 세종 이전 불가 방침에도 청사 신축을 밀어붙인 건 김영문 전 청장(56·현 한국동서발전 사장)이다. 김 전 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이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김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7월 검찰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관세청장에 임명돼 2019년까지 일했다. 관세청은 2018년 2월 관평원 청사 공정이 50%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이전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된 행안부 고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시 개정 변경을 요청했다. 행안부가 이를 거부했는데도 공사를 강행했다가 청사가 지어진 뒤인 지난해 11월 입주를 포기했다. 김영문 전 청장은 관평원 의혹과 관련해 본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관세청에서 일관되게 대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만 답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강성휘 기자}

정부가 즉각적으로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동안 축적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처럼 또다시 폭발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이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부터 추진됐다는 점도 빠른 조사 착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관평원의 ‘유령 청사’와 직원들의 특별공급(특공) 분양은 상급 기관인 관세청은 물론이고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LH, 감사원, 법제처 등 여러 기관이 얽혀 있는 문제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당시엔 몰랐다”라거나 “우리 기관은 문제가 없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 아무도 막지 못한 관평원의 세종청사 신축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 계획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 김낙회 당시 관세청장 시절에 시작됐다. 2005년 행안부가 이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 계획 고시’에서 관평원뿐만 아니라 관세청까지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못 박았지만 관평원도 관세청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복청, LH 등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기관들과의 사전 협의를 토대로 2016년 5월 관세청은 기재부에 세종청사 신축 예산 심의를 요청했고, 기재부는 171억 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기재부는 “당시 청사 이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예산을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관련 예산이 담긴 2017년도 예산안은 2016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촛불 정국’이 펼쳐지고 조기 대선 논의가 무르익던 때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촛불정국의 혼란을 틈타 공무원들이 문제의 사업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었던 관평원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나름의 신청사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 규정을 담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만 다루고 있다. 대전에 있는 관평원 등 지방 소재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관평원은 이를 근거로 “세종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공정 50% 때 행안부 제동 무시한 관평원 관세청과 관평원은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2018년 2월에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사 공정은 약 50%였다. 공사를 접는 대신 관평원은 밀어붙이는 걸 택했다. 오히려 관세청은 행안부에 “관평원 신축 청사 건설이 진행 중이니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관평원은 ‘이전 제외’라고 명시된 행안부 고시에 대해 “이전이 의무는 아니지만 필요하면 (세종시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세종청사 건설을 이유로 관평원 직원 전원이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신청했지만 관평원은 “청사 이전 계획은 특공이나 부동산 투기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인원이 증가하는 등 독립 청사 필요성이 높아져 새 청사를 지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총괄하는 행안부도 “처음에는 몰랐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세청과 관평원이 고시를 어기고 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기재부에 관련 예산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뒤늦게 관평원이 세종청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안부는 즉각 제동을 걸었다. 행안부는 세종 이전 대상으로 지정해 달라는 관평원의 요청에 “고시 변경 불가”를 통보했다. 아무리 건물을 세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과 고시에 따라 세종시로 갈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의 제지에도 김영문 당시 관세청장은 계획대로 세종시 이전 계획을 감행했다. ○ 감사원도 법제처도 “잘못 없다” 결국 행안부는 진영 당시 장관이 직접 나서 2019년 9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는데 법제처가 지난해 1월 “법리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문제가 결부돼 있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요청을 반려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사 청구 내용이 행안부 사안이 아니라고 법제처가 판단해 청구가 각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전 법제처 의견을 듣는 것은 일반적이고 절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고 했다. 두 기관이 공을 넘기는 동안 관평원 세종청사는 완공됐다. 국민의힘은 “2018년에라도 관평원의 세종청사 신축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행안부의 제동에 관평원이 따랐다면 ‘유령 청사’는 완공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잘못된 예산이 집행된 데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시정이 안 됐다. 누가 어떤 힘을 어떻게 작용했는지부터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전주영 aimhigh@donga.com·윤다빈 / 세종=구특교 기자}
지난달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4월 기준 역대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기기 수요가 늘어나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주요 품목 수요가 골고루 증가했기 때문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한국의 ICT 수출액은 17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32.6% 올랐다. 4월 수출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앞서 ICT 수출액은 2017년에 155억4000만 달러, 2018년에 170억3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ICT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수출 증가율만 봤을 땐 2010년 4월(33.3%) 이후 11년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한 덕분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며 비대면 수업 등을 위한 ICT 기기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 품목 중엔 휴대전화 수출액이 1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89.7%)이 가장 높았다. 미국, 유럽 등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고부가가치 휴대전화 부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94억 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29.4% 늘었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6억7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35.1%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7.0% 늘어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어 유럽연합(36.3%), 미국(25.2%), 중국(21.6%)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일본으로의 수출은 1.4% 감소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평균 1600원을 넘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와 연동해 전기료를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 중이어서 하반기(7∼12월) 전기요금 인상 걱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철광석에 이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구리 값도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산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는 L당 평균 1537.0원으로 전주보다 2.7원 올랐다. 지난해 2월 셋째 주(1538.49원)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20주 연속 올랐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 잠깐 주춤하더니 이달 들어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5월 첫 주 0.3원이었던 상승 폭은 둘째 주 2.7원으로 대폭 커졌다. 전국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는 지난주 평균 판매가가 1618.8원으로 일주일 새 3.5원 뛰었다. 지난해 2월 둘째 주(1627.10원)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L당 2000원을 돌파한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원자재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5.37달러로 마감해 3주 연속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해 4월 21일(10.01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당장 3분기(7∼9월)부터 국내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올해부터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미 2분기(4∼6월)에 유가 상승 때문에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을 고려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한전은 다음 달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최근 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을 다시 동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WTI가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은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을 보였고 이달엔 3%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했다. KDI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한국 가계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생산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돼 가계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업 전반의 원자재로 쓰이는 구리 현물 가격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이달 6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역대 최고가였던 2011년 2월(1만190달러)을 뛰어넘어 1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실물경제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칠레 구리광산 등의 개발이 중단돼 내년 하반기 구리 가격이 2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리를 핵심 소재로 쓰는 2차전지 기업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평균 1600원을 넘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와 연동해 전기료를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기 시행 중이어서 하반기(7~12월) 전기요금 인상 걱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철광석에 이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구리 값도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산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는 L당 평균 1537.0원으로 전주보다 2.7원 올랐다. 지난해 2월 셋째 주(1538.49원)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20주 연속 올랐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 잠깐 주춤하더니 이달 들어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5월 첫 주 0.3원이었던 상승 폭은 둘째 주 2.7원으로 대폭 커졌다. 전국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는 지난주 평균 판매가가 1618.8원으로 1주일 새 3.5원 뛰었다. 지난해 2월 둘째 주(1627.10)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L당 휘발유 값 2000원을 돌파한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원자재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5.37달러로 마감해 3주 연속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해 4월 21일(10.01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당장 3분기부터 국내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올해부터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미 2분기(4~6월)에 유가 상승 때문에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을 고려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한전은 다음 달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최근 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을 다시 동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WTI가 65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은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을 보였고, 이달엔 3%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 물가는 0.8%포인트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했다. KDI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한국 가계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생산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돼 가계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업 전반의 원자재로 쓰이는 구리 현물 가격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이달 6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역대 최고가였던 2011년 2월(1만190달러)을 뛰어넘어 1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실물경제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칠레 구리광산 등의 개발이 중단돼 내년 하반기 구리 가격이 2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구리를 핵심소재로 쓰는 2차 전지 기업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금액을 38조 원 더 늘리는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모두 51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정부도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비의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세계 최대 ‘반도체밸리’를 구축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 참석해 반도체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정부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153곳은 올해 41조80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10조 원 이상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단일 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한다. 2019년 내놓은 투자계획(133조 원)보다 38조 원 늘어난 규모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투자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운다. 정부도 세금 감면, 대출 혜택 확대,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은 30∼40%, 중소기업은 40∼50% 세액공제를 해준다. 이는 가장 공제율이 높은 신성장·원천기술보다 10%포인트 높다. 또 경기 성남시 판교와 화성시 등의 기존 반도체 제조시설을 연계하고 특화단지를 조성해 세계 최대 규모의 ‘K반도체 벨트’를 만든다. 2023년까지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1조 원 이상 조성하고 대출 지원을 늘린다. 대학 내 학과 정원 조정과 계약학과 신설로 10년간 반도체 인력 3만6000명을 양성하고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 전략 측면까지 고려한 중장기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국방·안보 분야의 경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밀리테크(군사기술)’가 핵심 요소”라며 “국가전략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촘촘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시스템반도체 171조 투자”… SK “파운드리 생산 2배로”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만 총 171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추격에 나선다.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계획(133조 원)보다 약 38조 원이 늘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도 2030년까지 이천·청주 반도체 생산 라인에 1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3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K반도체 전략’ 공개에 맞춰 과감한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 경쟁은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대 국가’ 구도로 확전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민간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53개사)이 2030년까지 10년 동안 약속한 투자액은 총 510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제 및 금융 혜택, 규제 개선 등을 담은 반도체 전략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당초 계획보다 38조 원을 더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 연구개발 및 생산 라인 건설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추격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세계 최대 생산 공장으로 조성 중인 평택 3라인(P3)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처음으로 밝혔다.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25개 크기로 조성되는 P3를 내년 하반기(7∼12월)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 및 경쟁이 심화되면서 계획보다 약 6개월 앞당긴 것이다. 이 공장에서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초미세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이날 “2015년 평택단지 기공부터 2030년까지 창출될 생산유발 효과는 550조 원 이상, 고용유발 효과는 13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리며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기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설 또는 M&A까지 고려해 현재 두 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비중이 98%에 달한다. 최근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은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데 이어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2020년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에 관여한 M&A 전문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분야에 공격적인 M&A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 등 반도체 관련 중소·중견기업 및 스타트업들도 참석했다. 정칠희 네패스 회장은 이날 “네패스도 시설투자 및 고용 창출뿐 아니라 대학 인재 양성 지원, 산학협력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도전정신을 통해 명품이라 불릴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연구개발비 50% 세액공제… 세계 최대 ‘K벨트’ 구축 추진앞으로 반도체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1000억 원을 투자하면 최대 500억 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반도체 관련 시설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면 최대 200억 원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정부가 13일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이 같은 파격적 지원책이 담긴 ‘K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것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세계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R&D나 시설에 투자할 때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R&D 투자비의 경우 최대 50%(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 시설투자비는 최대 20%(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투자 증가분 4%)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민간의 투자에 세액 공제로 마중물을 붓겠다는 뜻이다. 세제혜택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2024년까지의 투자액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상용화 및 양산과 관련한 투자 항목들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 산업기반이 약한 8인치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1조 원 이상 마련한다. 기업들이 설비에 투자할 때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줘 투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국내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 판교·화성·평택과 충남 천안을 잇는 중심축에 북동쪽으로 경기 이천·용인, 남동쪽으로는 충북 청주로 이어지는 ‘K’자 형태의 초대형 반도체 공급단지를 만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1386만 m²의 단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약 208개 기업이 들어선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시설 인근에는 국내외 소·부·장 기업 50여 곳이 들어서는 특화단지가 생긴다. 파운드리, 소·부·장, 메모리, 패키징 등 반도체 주요 분야의 생산을 연계해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화성, 용인, 천안에는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분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자해 화성에 EUV 캠퍼스를 조성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약 300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에 대해서는 과거 특정 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로 정부가 나서지 않았던 인프라 지원도 이뤄진다. 반도체단지 용수공급을 위해 용인, 평택 등에서 10년치 용수 물량을 확보한다. 소·부·장 특화단지의 송전선로 설치비용 50%를 정부와 한전이 절반씩 부담한다. 정부는 반도체 육성 전략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이 마련되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특례를 두고 인력 양성, 기반시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송충현·서동일·박효목 기자}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고 ‘시스템반도체 전공트랙’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 인력을 향후 10년간 3만6000명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등의 규제를 손대지 못하고 대학 내 정원 조정과 계약학과 신설 방안을 내놓는 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K반도체 전략’에 따르면 정부가 2022∼2031년 육성하기로 한 반도체 산업 인력은 총 3만6000명이다. 대학 학부, 석·박사, 퇴직자 등 단계별로 세부적인 인력 양성안이 마련됐다. 대학 5곳엔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가 신설된다. 학부 3학년생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전공 연계 과정도 생긴다. 이렇게 1만4400명의 반도체 학사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3500억 원을 투자해 기업과 함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에 나선다. 기업 6곳이 참여해 연구과제에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학생들의 중견기업 취업을 돕는다. 재직자나 취업준비생을 위해 전국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의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설계와 공정 교육을 연계한 ‘한국 반도체 종합교육센터(KSRI)’도 새로 짓는다. 이런 식으로 1만3400명의 실무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산업에 기여한 인물을 ‘반도체 명인’으로 지정하거나 훈장, 포상을 수여한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마련한 건 반도체 인력의 만성적 부족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151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인력 양성 대책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계약학과는 정부 사업 기간이 끝나면 사라지다 보니 교수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정원 확대 역시 ‘첨단학과 정원조정제도’를 활용해 제적 등에 따른 다른 학과의 결손 인원을 반도체 등 첨단학과로 옮기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혀 자율적으로 정원을 늘리지 못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 관련) 예외 정원을 만들어 학부 정원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인력이 다수 배출되더라도 ‘대기업’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인력 수급난은 여전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앞으로 반도체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1000억 원을 투자하면 최대 500억 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반도체 관련 시설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면 최대 200억 원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정부가 13일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이 같은 파격적 지원책이 담긴 ‘K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것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세계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R&D나 시설에 투자할 때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R&D 투자비의 경우 최대 50%(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 시설투자비는 최대 20%(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투자 증가분 4%)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민간의 투자에 세액 공제로 마중물을 붓겠다는 뜻이다. 세제혜택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2024년까지의 투자액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상용화 및 양산과 관련한 투자 항목들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 산업기반이 약한 8인치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1조 원 이상 마련한다. 기업들이 설비에 투자할 때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줘 투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국내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 판교·화성·평택과 충남 천안을 잇는 중심축에 북동쪽으로 경기 이천·용인, 남동쪽으로는 충북 청주로 이어지는 ‘K’자 형태의 초대형 반도체 공급단지를 만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1386만 m²의 단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약 208개 기업이 들어선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시설 인근에는 국내외 소·부·장 기업 50여 곳이 들어서는 특화단지가 생긴다. 파운드리, 소·부·장, 메모리, 패키징 등 반도체 주요 분야의 생산을 연계해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화성, 용인, 천안에는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분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자해 화성에 EUV 캠퍼스를 조성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약 300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에 대해서는 과거 특정 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로 정부가 나서지 않았던 인프라 지원도 이뤄진다. 반도체단지 용수공급을 위해 용인, 평택 등에서 10년치 용수 물량을 확보한다. 소·부·장 특화단지의 송전선로 설치비용 50%를 정부와 한전이 절반씩 부담한다. 정부는 반도체 육성 전략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이 마련되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특례를 두고 인력 양성, 기반시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송충현·서동일·박효목 기자}
국회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 소급 여부, 규모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반적인 ‘정부-여당 대 야당’ 양상이 아닌 ‘여야 대 정부’ 구도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소급 적용 및 보상 규모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규모상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2일 오전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를 열고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손실보상법) 등 30개 안건을 논의했다. 통상 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회의 전체를 공개했다. 손실보상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여야가 공개에 합의한 것. 소위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여야 소위 위원들을 향해 “전원이 소급 적용을 지지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여야 위원들은 일제히 “네”라고 답했다. 이날 소위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는데 모두 명확하게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집합 금지 명령과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소급 적용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반면 정부는 ‘소급 적용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추계액에 따라 부담 규모가 10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준이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지원’이 아니라 ‘권리’ 개념으로 가면 소송 문제 등 법적인 다툼이 커질 우려가 크다”라며 “재정 문제 역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금까지 정부는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업종에 대해 5조3000억 원, 소상공인까지 총 14조 원을 지급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변수는 청와대의 태도다. 정책 컨트롤타워인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영업 금지 등 제한 조치를 당한 소상공인 등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하는 것은 헌법 정신과 공동체 이익 차원에서 당연하다”며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조속히 입법화가 이뤄지도록 정부로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쟁점 사항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철광석 값이 미친 듯이 올라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멈출 지경입니다.” 강원 강릉시의 철판 제조회사 사장 A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철광석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고, 철강재 가격도 지난해 말에 비해 50∼60%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렇다고 예전에 계약한 철판 구매업체들에 ‘철강재 가격이 올랐으니 철판 제품을 사려면 돈을 더 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제조업 생산이 늘고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철강재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매년 인건비는 오르는데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제조업의 쌀’로 불리는 철광석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협회 회원사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철강 수급 문제를 점검했다. 13일에는 기계, 조선 등 주요 철강 수요 단체를 만나 수급 상황을 챙겨볼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 유통업체들이 높은 가격에 팔려고 제품을 묶어 두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10일 t당 230.5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6일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상승세다. 지난해 5월 11일(88.61달러) 이후 1년 만에 160% 뛰었다. 철광석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에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다. 호주, 브라질 등 철광석 주요 생산국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자 공급을 줄였다. 게다가 세계 1위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가 최근 갈등을 빚으며 철광석이 제대로 공급되질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가전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은 물론이고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6mm 이상 두께 철판) 등 대부분의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철강 제품 소비가 많은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달 후판 가격을 t당 10만 원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인상에 합의한 것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에는 약 3만 t의 후판이 들어간다. 후판 가격이 t당 10만 원 인상되면 선박 건조 가격이 30억 원가량 오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철강 값을 어찌 반영할지 알 수 없는데, 우린 일단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야 하니 수주 경쟁이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철강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철광석 등 원자재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해 원자재 확보에 소홀한 측면은 없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변종국 기자}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들의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비의 30∼40% 이상을 세액공제해주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수나 전력공급을 위한 반도체 기반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도 논의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K반도체 관련 전략을 점검했으며 구체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안일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13일 ‘종합 반도체 강국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반도체산업 지원 방안으로 반도체 R&D와 시설투자 비용 등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거론된다. 반도체업계는 “R&D와 제조설비 투자비용의 최대 50%를 세액공제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조세특례법상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는 대기업의 경우 투자비용의 최대 30%, 중소기업은 최대 40%다.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대기업의 경우 3%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R&D 투자에 대해서는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대기업은 최대 30%, 중소기업은 최대 40%)에 ‘플러스알파(+α)’를 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에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분야를 신설하고 현재보다 더 큰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우려해 정부가 나서지 않았던 용수·전력 공급 등 반도체 기반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과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돼 조성 중인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지원 근거가 미비해 지원하지 않았다. 이젠 반도체 패권경쟁이 치열해져 인프라 지원을 전향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 확대 △대학 내 정원 조정 △공동학과 개설 등의 구체적인 인력 양성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수급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첨단 선단 공정과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투자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정부 “반도체 2800억 추가지원” 한다더니… 500억만 정부 자금, 나머지는 민간 출자 최근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에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2800억 원 중 실질적인 정부 자금은 5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발표된 다른 지원안을 모두 포함해도 10년간 2조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국익의 관점에서 국가전략산업으로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련해 “올해 2800억 원을 신규 조성해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추가 지원금 2800억 원 중 확실한 정부 자금은 500억 원뿐이고 나머지 자금 조달처는 민간 공모 펀드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출자로 구성돼 있다. 이는 올해 1월 미국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부처별로 많게는 16조 원(상무부)의 예산 투입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포함해 향후 8년간 반도체 분야에 56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9일(현지 시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반도체는 미래 경제의 근간으로 최우선 순위이자 우리가 공격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 총예산이 한국의 10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수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총 55조 원 규모의 국가 반도체 펀드를 두 차례 조성하는 등 2025년까지 10년 동안 173조 원을 투자해 노골적인 반도체 굴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하겠다고 나선 ‘K반도체 벨트 전략’에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품고 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혼자 외롭게 뛰고 있다면 경쟁 기업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함께 뛰는 형국”이라며 “정부와 국회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 말로만 ‘반도체 총력전’… 美는 56조, 中은 173조 통큰 투자 “정부의 지원 메시지는 늘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구체적인 숫자로 답해주셨으면 한다.” 10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뒤늦게 반도체 위기 속에 투자 지원책을 13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말로만 지원 말고,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수십조 원대 ‘재정 화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책은 그간 미비했던 데다 최근 내놓은 추가 지원 금액조차 민간에 의존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홍남기 “2800억 원 추가 지원” 뜯어보니 정부 돈은 500억실제로 기획재정부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내놓은 반도체 ‘2800억 원’ 추가 지원 카드의 대부분은 민간 공모 및 대기업 출자로 조달될 예정이다. 2800억 원 중 △소부장펀드(1000억 원)는 SK하이닉스가 300억 원, 민간 공모 200억 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 100억 원을 출자하고 정부 재정은 300억 원이 투입된다. △DNA·빅3 펀드(1000억 원)도 민간 공모가 600억 원, 민관 합작인 혁신성장모험펀드가 400억 원을 차지한다. 이 중 혁신성장모험펀드는 정부 자금이 어느 부처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들어가는지에 대해 기재부 측은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800억 원)도 삼성전자가 500억 원, SK하이닉스가 300억 원을 출자해 구성된 기존의 상생펀드를 기반으로 해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보다 수혜 기업이 돼야 할 반도체 기업들의 출자 규모가 더 큰 셈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정부 지원은 주로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며 “대만이 TSMC를, 미국이 인텔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대표선수’가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대놓고 지원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美 56조 원, 中 173조 원 쏟아붓는데 정부는 잠잠우리 정부가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2800억 원 외에 반도체 분야에 직접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에 10년간(∼2029년) 1조 원 투입 △올해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2400억 원 투입이 사실상 전부다. 나머지 반도체 지원 사업은 부처별로 흩어져 다른 사업에 끼어 있거나 예비타당성조사도 넘기지 못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8년간 반도체 분야 56조 원 투자를 발표하고, 정부 주도로 1월 국방수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반도체에 상무부 16조 원, 국방부 5조 원, 에너지부 1조 원 등 부처별로 예산을 수혈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중국 정부도 2015∼2025년 반도체 분야 1조 위안(약 173조 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중의 반도체 패권전이 가중되자 최근 우리 정부도 연일 반도체 지원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우리의 핵심 주력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며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우리의 국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13일 ‘K반도체 벨트 전략’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담길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발의한 ‘미국 반도체를 위한 법안(CHIPS for America Act)’, ‘미국 파운드리 법안(American Foundries Act of 2020)’과 유사한 국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마련을 통해 조속한 정부 지원책을 촉구해 왔다. 생산 시설의 빠른 확대를 위한 제조설비 투자 세액공제, 각종 인허가 및 전력 공급 등 인프라 지원,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이 시급하다는 요구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사업협회 전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을 지핀 반도체 전쟁에 한국도 빠질 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 의지를 밝힌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라며 “투자 활성화와 인재 육성이라는 두 가지 틀에서 막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세종=구특교 / 홍석호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강원 삼척시에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2018년 8월 착공해 지난달 말 기준 공정은 약 40%. 이미 2조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정부가 허가했고, 지역주민 상당수가 찬성한 사업이지만 제대로 완공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공사가 반 년째 멈춘 데다, 발전사업자들의 동의 없이도 이미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달 중 소위원회를 열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심사할 예정이다. 원자력 및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 지역주민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물론이고 삼척화력발전소 등 건설 중인 발전소도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이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삼척화력발전소가 주요 타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다. 2013년 삼척시민 96.8%의 동의를 바탕으로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밀려 무산 위기에 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8월 첫 삽을 떴다. 법안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에 대해 심의 의결을 거쳐 발전사업을 위한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정부가 발전사의 사업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탄발전을 점차 줄이는 정책 방향은 맞다”면서도 “현 정부가 허가한 사업을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법에 의해 사업권을 박탈하려는 건 발전사는 물론이고 발전소 개발로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지역 주민에게도 공정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할 우려가 있고 지정 철회 사유도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안은 일반적인 근거법이지 삼척화력발전소 등 특정 발전소를 표적으로 한 법은 아니다”며 “삼척화력발전과 관련된 정부 입장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이 밖에도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항만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원재료인 석탄을 해상으로 반입하기 때문에 발전소를 짓기 위해선 항만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이 “항만 공사로 인근 맹방해변이 침식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사가 멈춰 선 상태다. 정부는 맹방해변의 침식저감시설 건설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증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상맹방1리현안대책위원회, 삼척발전 청년위원회 등 삼척 시민단체들은 “맹방해안 침식은 2010년부터 심각했고, 환경단체 등 외부 세력이 거짓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며 “삼척시민이 유치한 발전소 공사를 당장 재개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도 “직접 비용을 들여 2024년 발전소 준공에 맞춰 침식을 막는 연안 정비 공사를 시행하고 있어 해변이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