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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4시 대만 타이베이(臺北) 베이핑둥(北平東)로에 있는 차이잉원(蔡英文·여) 민진당 총통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크지 않은 선거사무실엔 1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이곳을 찾아온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책상 위에는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돼지저금통이 10여 개 놓여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선거 비용에 보태라며 직접 들고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6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이달 5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총통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 후보는 여당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최대 34%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국민당 자체 조사에서도 주 후보가 8%포인트 뒤처졌다. 최초의 대만 여성 총통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차이 후보 진영엔 자신감이 넘쳐났다. 선거본부 사무실 한쪽 벽에 지지자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 메모 수천 장에는 ‘민의를 읽는 총통이 돼 달라’, ‘대만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렸다’ 등의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후 5시경 찾아간 바더(八德)로 2단(段)의 국민당 선거대책본부에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60대 중반의 한 남성 자원봉사자는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13일 선거 취재를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떠날 때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에 승리한 2012년 선거 당시엔 대륙에 진출한 대만의 중소기업인 20만 명가량이 국민당을 찍기 위해 대거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만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하이난(海南)항공의 타이베이행 여객기에서 만난 린(林)모 씨(62)는 “과거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마 총통 집권 8년 동안 중국과 가까이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경제를 너무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경제’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다. 차이 후보는 지난 8년의 국민당 집권 기간에 대만 경제가 추락했으며 가장 큰 이유가 지나친 중국 의존도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차이 진영의 슬로건 ‘대만을 밝히라(點亮臺灣)’는 경제난의 암흑에서 벗어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마 총통은 2008년 첫 당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즉 양안 협력을 통한 길을 제시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6%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듬해부터 급전직하해 2014년 3.7%, 지난해에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일자리 감소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임금으로 젊은층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국민당의 주 후보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불안해지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의 슬로건은 ‘하나의 대만’이다. 이에 차이 후보는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맞섰다. 총통 선거와 함께 열리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처음으로 다수당을 차지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40석인 민진당은 113석 중 57석을 차지해 첫 과반을 이룬다는 목표다. 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 당국이 간첩 혐의 등으로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63)는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아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또 1930년대 김일성의 목숨을 구해준 한족 중국인 장위화(張蔚華)의 손자와 동업하는 사업가로 확인됐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 씨의 이런 배경을 알았다면 인질로 억류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김 씨의 집이 있는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의 가족과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씨는 북한 고위층이 보낸 초청장을 받고 지난해 9월 30일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훈춘(琿春)을 거쳐 나선에 들어갔다. 부인도 동행했다. 김 씨는 나선에 있는 자신 소유의 두만강호텔에서 북한 고위 인사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북한 요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후로 소식이 뚝 끊겼다. 이 호텔은 김 씨가 10여 년 전 당시 화폐로 1200만 위안(약 21억6000만 원)의 거액을 들여 지은 4층짜리 건물이다. 그의 연행 사실은 동행했던 김 씨의 부인이 중국의 친지 등에게 연락해 구명 운동을 펼치면서 전해졌다. 옌지의 한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가 1월 1일 전에 풀려날 것이란 소식이 있었으나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1일 CNN 보도를 통해 김 씨가 평양에서 억류돼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근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소 두만강호텔에 머물고 있던 부인 김 씨는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김 씨가 김일성의 생명을 구한 한족 중국인 장위화 가문과 동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두 차례 지린 성 푸쑹(撫松)에 있는 장위화의 손자 장치(張琪) 씨를 찾아가는 등 사업을 논의해 왔다는 것이다. 장위화는 1937년 일본 경찰에 붙잡혔으나 함께 활동하던 김일성의 은닉처를 숨기기 위해 사진 현상액을 마시고 24세 나이에 자살했다. 이에 김일성은 자서전 ‘세기와 더불어’에서 한 장(章)을 할애해 ‘혁명의 전우, 장울화(장위화의 한국식 한자음)’를 소개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한 두 명의 외국인 동지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푸쑹에 있는 장위화의 묘에 기일마다 조화를 보내고, 주요 기념일에 장치 씨와 그의 부친 등을 북한으로 초대하는 등 양 집안은 여전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옌지의 소식통은 김 씨가 장치 씨와 함께 나선에 요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또 김 씨가 지난해 4월 나선시에 세워진 김일성 김정일 부자 동상 제막식에 장치 씨의 이름으로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특수 관계를 아는 소식통들은 “김 씨가 어떻게 북한 당국에 체포돼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김 씨가 북한을 오가면서 ‘(북한 당국이) 숙제를 너무 많이 줘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중국 등 외부의 소식을 북한에 전달하는 역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김 씨는 10대 후반에 미국으로 혼자 건너가 청소와 햄버거 장사 등을 해서 돈을 버는 등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30년 이상 체류하면서 시민권도 얻은 김 씨는 모 대학에서 신학 및 철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는 미국에 유학 온 조선족 여성과 만나 사귄 뒤 중국 옌지로 옮겨와 살면서 나선 등을 오가며 사업을 해왔다. 나선의 호텔 외에도 청진에서 소규모 봉제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훈춘에도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옌지=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茶·사진)가 2000여 년 전 한나라 6대 효경 황제(경제·景帝)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고대 차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학원은 기원전 141년 사망한 경제의 묘에서 출토된 머리카락과 나뭇잎 사이의 작은 결정체를 분석한 결과 이 입자가 찻잎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0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싹들이었으며 상태가 양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로써 차의 역사는 현재로부터 적어도 2150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찻잎은 황제가 내세(來世)에 챙겨 가기 위한 품목 중 하나였다. 나무 상자에 포장돼 황제와 함께 매장됐다. 무덤에서는 찻잎뿐만 아니라 수수와 쌀, 명아주 등 곡물과 무기, 그릇, 실제 크기의 전차, 도자기로 만든 동물도 발견됐다.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 위치한 이 무덤은 1990년대부터 발굴이 시작됐으며 최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찻잎의 존재를 확인했다. 신문은 사후에도 찻잎을 챙겨 갈 정도로 중국 황실은 차 마시기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에 대해 북한이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간다”고 비난했다. 중국 역시 “근육질 쇼”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핵에는 핵으로, 이것이 우리의 대응 방식이다’라는 해설에서 “지금 미국은 남조선에 핵전략 폭격기 편대를 들이민다 어쩐다 하며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며 “미국이 군사적 힘으로 우리를 어째(어찌해) 보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고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고 했다. 또 4차 핵실험에 대해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펼치면서 핵위협을 가중시켜 왔기 때문”이라며 핵실험의 당위성을 다시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한국 상공을 비행한 의도는 명확하다”며 “근육질 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52의 제원과 성능 등을 소개한 뒤 과거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도 동원된 기종이라고 전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전날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진입시킨 데 대해 “절제하고 긴장 상황을 피해야 한다”며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국 책임론도 다시 제기했다. 산둥(山東)대 중한관계연구중심의 비잉다(畢潁達) 연구원은 홍콩 다궁(大公)보 기고에서 “북한이 안전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자 핵무기 개발을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핵 개발에 맞서 한미일 군사 공조가 강화되자 중국이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대북 제재의 핵심 조치인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대외무역의 90%를 의존하고, 특히 에너지 수입의 92%를 기대고 있는 핵심 국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 원유 없이 북한 3개월도 못 버텨 2011년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서 월간 대북 원유 수출량이 ‘0’으로 처음 표시되자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핵개발 중지 △6자회담 복귀 압박용으로 중국이 기름 카드를 꺼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매월 집계를 분기·연간 집계로 바꾸는 등 통계만 들쭉날쭉했을 뿐, 대북 원유 수출은 꾸준히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KOTRA가 발간한 ‘북한대외무역동향’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7억4706만 달러어치의 광물성 연료와 광물유(油)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6억9143만 달러어치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전체 에너지 수입 대비 92.5%다. KOTRA는 “한때 세관 통계에 원유 수입량이 ‘0’으로 돼 있던 적도 있었지만 북한 내 생산시설 가동 저하, 수입처 변경 등의 정황이 없고 중국산 원유를 정제하는 봉화 화학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점에 비춰 중국으로부터 예년 수준의 공급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단둥(丹東)에서 압록강 바닥을 통해 건너가는 중국 석유 파이프를 차단하는 것은 북한의 ‘생명줄(life line)’ 차단 효과가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장시설이 취약한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3개월도 못 버틸 만큼 원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대혼란을 초래하는 강력한 수단이어서 중국이 파이프를 잠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2만∼3만 t 규모의 원유를 배로 실어올 수는 있지만 연간 50만 t 규모인 중국의 공급량을 따라오기 어렵다. 중국이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기름을 제공해도 북한이 받을 수밖에 없던 것도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 안정성 때문이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북한의 중국 석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150달러로 다른 원유 산지인 두바이유(10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94달러) 가격보다 1.5배가량 비쌌다. 북-중 사이의 친밀도에 비춰 우호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시장가격보다 낮았던 중국산 기름값은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많이 뛰었다.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제3국에서 직접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는 것은 보유한 선박들이 낡았고 국제 거래를 많이 하지 않는 데다 대북 제재로 외화 거래가 차단돼 있어서다. 중국은 단천상업은행, 압록강개발은행처럼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과는 거래를 끊었지만 조선광선은행, 조선하나은행 등과는 여전히 거래하고 있다. 여기서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고 북한의 희귀 광물 등 북-중 간 수입·수출품을 상계(相計)하는 ‘물물교환’도 가능하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 중국의 제재 카드는?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 소식통은 “생명줄 절단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때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지나치게 기울 때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최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모든 원조를 중단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원유 공급 중단이 아닌 일부 감축 △북한산 무연탄 수입 차단 △임가공 무역과 건설자재 수출 중단 △중국 관광객 북한 관광 금지 등 다양한 수단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10일 북-중 접경도시인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과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는 단체 북한 관광이 대부분 중단됐다. 투먼과 북한 남양을 잇는 투먼대교의 다리 관광도 ‘보수 공사’를 이유로 잠시 중단됐다. 유엔 차원의 신규 제재 방법으로 거론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도 제재)’, 대북 금융제재의 성패도 중국이 쥐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거래 대상의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의 결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례 없는 초강경 대북 제재를 요청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북핵 저지를 위해) 중국이 바라는 특별한 방식에 동의하고 존중하며 실행할 여유를 주려고 했지만 이제 그 방식은 실패했다”며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드러냈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중국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일부라도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훌쩍 뛰어넘는 실질적인 대북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에 요구한 구체적인 제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이 의도적으로 뉴욕타임스(NYT)에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요구 사항에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바라던 ‘위시 리스트(wish list)’가 총망라돼 있다. 가장 중요한 수단은 북한의 돈줄을 끊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방식의 대북 금융 제재다.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 금융기관, 개인 등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이를 이란 제재에 적용해 핵 포기를 이끌어냈다. NYT는 “미국 재무부가 김정은이 거래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을 파악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당시 미 재무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등 2500만 달러(약 280억 원)가 예치돼 있던 BDA은행과 미국 은행들의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하자 북한이 강력 반발했다. 원유 공급 중단 및 감축은 가장 효과적인 제재 방법이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이 가장 반대한다. NYT는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는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다.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을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시키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과의 교역을 줄이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북-중 교역은 2010∼2014년 연평균 18.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북한의 전체 교역 중 중국의 비중도 57%에서 69%로 늘어났다. 하지만 북한이 가장 중요한 혈맹이자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중국 역할론’을 명분으로 북핵 저지의 책임을 오로지 중국으로만 넘기려는 데 대한 불쾌감도 감지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북핵 문제의 유래와 해결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국제사회가 오직 중국의 대북 압박에만 기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매우 유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전망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이날 “지금까지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는 한 번도 표결까지 간 적이 없다. 만장일치로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만 안보리를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가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취했던 금수조치, 화물검색, 금융제재, 개인·단체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등 네 가지 항목을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화당 소속 미 연방하원 폴 라이언 의장은 7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이날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등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중국군이 9∼12일 서해와 인접한 보하이(渤海) 만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고 중국해사국이 8일 발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군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날 “제39집단군 모 여단이 지난해 12월 24일 전천후 야간전투 동계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제39집단군은 한반도 급변사태 때 대응하는 선양(瀋陽)군구 소속 군단급 부대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조숭호 기자}
8일 중국 증시가 2% 가까이 오르며 개장 29분 만에 조기 폐장됐던 전날 대폭락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장중 내내 ‘널뛰기 장세’를 보여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중국 당국이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 등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악재들이 산재해 있어 중국발(發)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시장 흔드는 중국 당국의 ‘정책 리스크’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차이나 쇼크가 닥친 4∼7일 연초 4거래일 만에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3조9632억 달러(약 4754조 원)가 줄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1차 차이나 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숙한 제도와 뒷북 대응으로 시장 혼란을 키우고 시장관리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올해 처음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발동 기준을 너무 좁게 잡은 탓에 오히려 충격의 기폭제가 됐다. 4일에 이어 7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증시가 조기 폐장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제도를 잠정 중단했다. 8일 폐지하기로 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금지 조치는 연초부터 시장의 수급 우려를 키우며 증시 급락을 이끌 뇌관으로 꼽혔다. 중국 당국은 7일 증시가 다시 대폭락한 뒤에야 관련 대책을 내놨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태의 긴박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해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뒤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꾸준히 절하시켜 왔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떨어져 1.44% 하락했다. 7일엔 위안화 가치가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9거래일 만에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15%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달러당 6.563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은행에 개인과 기업의 미국 달러화 매입을 제한하는 구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곳곳이 지뢰밭” 중국 당국이 꺼내 든 증시 안정화 대책과 개입, 위안화 가치 절상에 힘입어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97% 오른 3,186.41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지수는 오전 한때 2% 이상 급락하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이번 주 들어서만 두 차례 시장 개입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 초반 지난해 9월 8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900 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도 전날보다 0.70% 오른 1,917.62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2.5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98.1원에 마감해 급등세가 진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중국발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위안화 약세 흐름을 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으로 유입됐던 최대 1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조업 경기 둔화가 확연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서비스업도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개월째 기준치를 밑돈 데 이어 서비스업 PMI도 50.2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과 금융 거래 중단, 대북 교역 축소 등 초강경 제재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과거 이란 제재에 활용했던 것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과 금융기관,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방식의 금융제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넣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중국의 대북 접근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란 제재 방식의 북한 금융 거래 차단 △중국산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 △북한 선박의 전 세계 항구 입항 금지(북-중, 북-러 접경 제외) △북-중 무역 규모 대폭 축소 등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미국과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양국 사이에서 재개됐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왕 부장이 케리 장관과의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고 긴장 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새해 벽두를 때린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소식에 가장 당황한 국가는 중국이다. 북한을 믿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선 동맹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남중국해에서의 주변국과의 갈등, 점차 동력이 약해지는 경제엔진으로 고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앞서 중국은 1일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항공기 이착륙 시험 운항을 하고, 제2항모 건조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위한 대대적 인 군 개혁에 나서는 등 군사 외교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중국의 외교 국방 및 동북아 전문가인 쑤하오(蘇浩) 외교학원 교수 겸 ‘전략 및 평화연구중심 주임’ 에게서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응을 비롯해 올해 군사 외교 정책 방향을 들었다. 인터뷰는 5일 베이징(北京) 시청(西城) 구 외교학원에서 가진 뒤 6일 북한 핵실험 이후 전화인터뷰를 해 보충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 억지에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번 실험 감행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별것 아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만 보면 중국은 북한의 생존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다. 북한은 중국의 지지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이처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가볍게 쓸 수 없고 신중한 것이다.” 이 같은 쑤 교수의 발언에는 중국의 고민이 잘 묻어나지만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는 까닭도 드러난다. 중국이 석유 공급 중단 등의 ‘살상력 있는’ 조치를 동원하면 북한의 목줄을 죌 수 있는데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렇게 영향력이 크면 중국이 이번에야말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이다. 유엔 틀 내에서 새로운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대응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다. 나아가 핵실험과 같은 행동이 지역 안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왜 신중해야 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지 북한이 깨닫도록 할 것이다.” 쑤 교수의 어투는 단호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 이외에 단호한 중국의 단독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북한이 중국의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핵실험을 한 이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국내 정치적인 목적도 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별 성과가 없다. 당과 국가지도자로서 보여줄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올 5월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여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뭔가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핵실험이야말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는 앞으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화제를 돌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듯한 상황에 대해 속내를 물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나 학자들과 교류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에 해주고 싶은 충고는…. “한국이 중국 미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국은 자주독립국가다.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주권국가로서 자신의 이익과 주권, 정책결정권이 있다. 중국이나 미국에 의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따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외교는 비교적 성숙했다. 최근 수년간 중한 관계가 전면적으로 발전한 것은 한국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한 결과다.” 인터뷰 내내 쑤 교수는 온화한 화법을 썼지만, 이 대목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은 한국이 너무 중국에 가까워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에 압력을 가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라고 한다. 미국은 한 지역에서 동맹국에 미국 방식대로 갈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남중국해 문제도 한국에 자국의 이익을 버리고 미국을 추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성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이 양자 간에 선택을 해야 하는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협상 타결을 어떻게 보나. 역사 문제에서 한중 간에 대일 공동전선이 약해졌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과를 받아낸 것은 분명 한국 외교의 성과다. 나아가 일본은 한국에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다른 국가에도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사죄가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본과 한국에 미국이 영향을 미쳐 두 나라 모두에 양보를 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이 벌이는 갈등이다. 중국은 1일 인공섬에서 항공기 비행 연습을 하면서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까지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군사적 이용에 나서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암초섬(중국은 인공섬이라고 부르지 않고 암초 혹은 암초섬이라고 부른다)에는 군용과 민용 기능이 모두 있다. 주변 국가나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기능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12해리 이내로 군함을 파견하고 폭격기를 중국 영공에 진입시키는 도발을 한다면 중국도 부득불 군사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도발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초 인공섬 건설 장면이 위성사진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 당국자나 학자들이 나서 “인공섬은 군사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분위기는 바뀌었다. 쑤 교수의 답변도 이제는 군사적 사용을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27일 처음으로 남중국해에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군함을 보낸 데 이어 1월에도 보낼 수 있다고 미 해군 관계자가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신속히 영해에서 나가라’고 경고하는 데 그쳤는데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없나. “미국 군함이 지난해처럼 ‘무해통항(無害通航·innocent passage)’한다면 중국의 반응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행동 방식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제2항모 건조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에 항모는 무엇이고, 몇 척이나 필요한가. “중국은 1만80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이 있고, 대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대양 해군이 필요하다. 중국에 현재 해군 역량은 너무 부족하다. 인도도 3척의 항모를 보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도 최소한 3척의 항모는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중에서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등에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는데…. “중국은 경제 지원 등 나름의 방식으로 중동 문제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의 테러 세력에 대응하는 것도 반(反)테러 전선에 있는 것이다. (중동의 테러 세력에 대한) 무력공격에 나설 경우 중국이 받을 영향이 크다. 중국은 상당 기간 무력을 사용한 반테러 전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외국에서 군사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 이슈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중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올해 중일 관계 현안은 무엇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전략적으로 중국을 주요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의 일련의 행동과 외교정책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적지 않다. 일본이 이런 태도로 일관한다면 양국 간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올 하반기 중국과 한국 일본 간 3국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등 양국 간 협력 기조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는 말이 있다. 주변국은 깨어난 사자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중국에 있어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전 30여 년간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서 편입 융화되기 위해 노력한 시기였다면 그 이후는 국제사회를 이끄는 국가로 위상을 세운 시기다. 시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지와 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5년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새로운 위상을 실현하는 한 해였지만 2016년은 더욱 그런 해가 될 것이다. 중국이 올해 ‘보다 크고 대담해진다(BIG AND BOLD)’는 화법은 미국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등 중국 주변국 친구들은 미국 화법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은 오히려 국제사회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쑤하오 교수는 ::1958년 중국 윈난(雲南) 성 훙허(紅河)시 출생. 베이징사범대에서 역사학과 국제관계사로 석사를, 외교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은 뒤 30년째 외교 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외교학원은 195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세운 학교로 중국 ‘외교관 양성의 요람’이라 불린다. 2011년부터 ‘전략 및 평화연구중심 주임’을 맡는 등 외교안보분야 직함만 10여 개. 관영 TV와 라디오에 전문가로 출연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학자들의 북한 관련 논문에 빈번히 인용되는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중 양국의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 모임인 ‘한중 싱크넷’의 중국 측간사를 맡아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도 잦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북한의 4차 핵실험에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면종복배(面從腹背), 양봉음위(陽奉陰違)’의 북한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달랠 ‘당근’도, 휘두를 ‘채찍’도 없어 고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화 민주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으며 그의 대북정책 브랜드인 ‘전략적 인내’를 버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군사대국화 정책에 순풍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웃고 있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 3개월가량이 지난 2013년 2월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했다. 고위급 교류가 끊기는 등 북-중 관계는 긴 냉각기에 들어갔다. 기류 변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9월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한 달 뒤 평양에서 개최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관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해빙 무드’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태도 변화를 놓고 북한이 더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기 때문(뉴욕타임스)이라는 분석도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해 시 주석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과 2014년 6월 한국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처럼 시 주석이 여러 차례 ‘북핵 불가’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핵실험으로 답했다.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의 보 즈웨 중국연구센터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은 한마디로 중국을 향한 시위”라며 “‘우리(북한)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다. 중국 허락 따위는 필요 없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6일 새해 첫 지방 시찰로 충칭(重慶)을 방문하고 있던 시 주석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북-중 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라는 점을 잘 아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경고를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조치에 분개하고 있다. 6일 외교부 성명에서 과거 3차례 핵실험 당시 항상 사용했던 ‘각국의 냉정과 절제를 호소한다’는 문구도 처음으로 뺐다. 북한에 대한 제재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신년 초대회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면전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아시아 재균형’ 기조 아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미국의 존재감을 높여주고 일본에는 재무장과 군사력 강화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시 주석의 고민이다. 더욱이 중국 증시가 대폭락해 시 주석이 당장 북핵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이번 사태는 미국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할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 공급 중단 등 극단적 조치로 북한이 혼란에 빠지거나 정권이 붕괴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바라지 않는 일이다. ▼ 北에 덜미잡힌 오바마 ▼美, 대화-제재 병행정책 갈림길“전략적 인내 사망선고” 목소리… 임기 마지막해 대안찾기 힘들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갈림길에 놓였다. 워싱턴에선 이번 사태로 이 정책이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백악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로 우리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만 우리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이 어느 때보다 고립되고 국제 사회의 연대는 강화된 것 역시 사실”이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는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외교 역량을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이란과의 핵협상 마무리에 쏟아오다 이제 와서 자신의 브랜드인 ‘전략적 인내’를 포기하고 새 대북정책을 구상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주길 기대했지만 이번 핵실험에서 보듯 실패했다”며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북핵 이슈는 외교 현안의 최우선 순위였지만 이번 정부에선 5, 6위 정도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와서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적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압박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실적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강경한 대북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만큼 장기적으로 북한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이제는 행동할 때이다. 북한의 돈줄을 죄고 금융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경화 탄력받는 아베 ▼日, 군사대국화 전략 가속野 안보법제 무효투쟁 무력화… ‘위안부 합의’ 우익 비판도 묻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해 일본과 미국이 국제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데 일치했다. 국제사회가 일치해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우리나라의 독자적 조치를 포함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7일 오전 10시 1분 개회한 일본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날 오전 7시 37분부터 20분간 통화한 내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의원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일본 의회는 여야가 함께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8일 채택한다. 아베 총리로서는 기막힌 타이밍에 터져준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였다. 민주당 등 야당은 4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서 안보법제 무효화 투쟁을 벼르고 있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집념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반대로 아베 총리의 군사대국화 전략은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한국과의 방위 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중국에서 한국을 떼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장관도 이날 “(한국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조기 체결을 포함해 안전보장 협력을 한층 전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우익들의 비판 여론이 묻히게 된 점도 아베 총리에게는 가외 소득이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위안부 소녀상 철거가 10억 엔(약 101억 원) 출연의 전제조건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정부를 의식한 듯 “그런 인식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조숭호 기자}
중국 증시가 7일 또다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며 개장 29분 만에 조기 폐장됐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서킷브레이커(주가가 폭락할 때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것) 시행을 8일부터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흘 만에 다시 닥친 ‘차이나 쇼크’에 아시아 주요 증시가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을 넘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 금융시장 불안, 중동 위기, 북한 핵실험 등 동시다발적인 위기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04% 떨어진 3,125.00에 마감했다. 이날 개장 12분 만인 오전 9시 42분(현지 시간)에 주가가 5% 이상 하락하자 중국 정부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다시 거래가 시작됐지만 주가가 7% 넘게 떨어지자 9시 59분 2차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주식거래는 완전히 중단됐다. 중국 선전종합지수도 전날보다 8.24% 폭락했다. 중국 증시는 4일에도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거래가 조기 마감됐다. 이날 중국 증시 폭락은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뜨린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등이 대거 빠져나가고 개인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런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51%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달러당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8월 13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린 것이고, 2011년 3월 18일(6.5668위안) 이후 최고치다. 증감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서킷 브레이커 시행 중단을 결정했다. 증감위의 덩커 대변인은 “현재로선 서킷브레이커 제도의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크다. 시장 안정성 유지를 위해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차이나 쇼크의 영향으로 아시아 금융시장도 동반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10포인트(1.10%) 내린 1,904.3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7.61포인트(1.11%) 하락해 679.66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홍콩 항셍지수 등도 2% 이상 하락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해 4개월 만에 1200원 선을 넘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7원 오른 120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8일(1200.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장중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2004년 4월 7일 이후 약 11년 9개월 만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6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려던 중국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예정됐던 베이징(北京)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귀국한 데 이어 이번엔 북한이 중국에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핵실험까지 하면서 한 달 사이에 두 번씩이나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중국으로선 큰 외교적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지도부를 향해 ‘핵무기 보유는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 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도력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로써 올해 5월 36년 만의 북한 노동당 당대회를 계기로 이르면 상반기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도 상당 기간 열리기 어렵게 됐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분노와 불만은 6일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외교부 성명’을 먼저 발표했다. 화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형식의 성명은 2013년 3차 핵실험이나 2012년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등 중대 사태 때 나왔다. 화 대변인은 이어 중국 정부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미리 통보받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믿었던 북한에 일격을 당한 셈이다. 그는 ‘대북 제재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당연히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유엔의 제재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 외교부의 이 같은 대응에는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시진핑 주석이 매우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김정은이 수소폭탄 실험을 지시한 날짜’ 역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정은이 핵실험을 명령한 지난해 12월 15일은 모란봉악단이 전격 철수한 12월 12일로부터 불과 사흘 뒤다. 북-중 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핵실험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위층 교류가 끊기는 등 오랫동안 냉각기를 거쳤다.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참석하면서 다시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지난해 12월 모란봉악단 철수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는 다시 급속히 얼어붙게 됐다. 런민(人民)대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미친 짓으로 위험한 불장난”이라며 “재난 수준의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안정에도 큰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취할 제재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효용성도 과거보다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자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3차 핵실험 후에 잠시 석유 공급을 중단했으나 곧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중국 변경 지역에서는 고등학교 운동장에 균열이 생기고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이 느껴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옌지(延吉) 훈춘(琿春) 창바이(長白) 등지에서 뚜렷한 진동이 감지됐다”며 “(학교, 기업, 관공서 등) 각 단체가 사람들을 소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6일 중국군이 북한의 실험에 대응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3000명의 병력을 증원했다고 밝혔다고 둥팡(東方)일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군 경계태세를 상향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해 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40분간 NSC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을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북한이 핵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첫 시험용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태용 대통령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와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화상으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경계태세를 격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사회도 대응 조치에 착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오전 1시(한국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한국을 포함한 역내 동맹국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킬 것이며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하기로 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며 “중국은 당연히 해야 할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뉴욕=부형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새해 벽두에 불어닥친 중국발 악재에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 증시의 폭락세는 5일 다소 진정됐지만 2016년 국내외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혔던 중국이 연초부터 흔들리면서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신흥국들에 ‘도미노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초부터 불거진 중국, 중동 리스크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출렁임이 커지면서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보다 강도 높은 ‘2차 차이나 쇼크’ 지난해 6월 주식시장 붕괴로 촉발돼 석 달 넘게 이어진 ‘차이나 쇼크’는 세계 경제 곳곳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새해 첫 거래일에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중국의 증시 불안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력해진 ‘2차 쇼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말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뒤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몸살을 앓는 신흥국 경제는 중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국에 원자재를 많이 수출하는 신흥국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으로 경상수지 적자, 부채 급증, 통화가치 급락 등의 극심한 경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4일(현지 시간)에도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장중 3% 넘게 급락하는 등 신흥국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자금이 유출돼 총 46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렇게 가뜩이나 취약한 신흥 시장에 중국발 리스크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높아질 경우 올해 3월로 전망되는 미국의 두 번째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일시적 쇼크” vs “충격 계속된다” 5일 장중 3%대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결국 0.26% 하락한 3,287.71로 장을 마쳤다. 중국 증시의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전날 동반 급락했던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7포인트(0.61%) 오른 1,930.53에 마감했다. 일본 증시 역시 0.4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 증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기 둔화, 위안화 약세 등 증시 급락세의 원인으로 꼽힌 요인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악재들인 만큼 추가 폭락의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8일 대주주 주식매각 제한 조치의 해제를 앞두고 일시적 수급 우려가 커지면서 새해 첫날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 고비만 넘기면 이번 문제는 곧 해소될 수 있는 단기 악재”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만간 중국 증시가 재차 폭락하는 등 충격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증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연초부터 꺾인 만큼 작은 돌발 변수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악재가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전날처럼 개인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팔면서 증시가 흔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위안화 환율 등의 변수가 많아 1월 중에 상하이종합지수가 3,500 선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날)를 전후해 중국의 소비나 투자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7% 가까이 폭락하며 사상 처음 거래가 중단됐다. 중국발 충격으로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와 신흥국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4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 31일)보다 6.86% 폭락한 3,296.26으로 마감했다. 이날 중국 선전종합지수도 8.22%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5% 이상 급락하자 올해부터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가가 폭락할 때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것)를 오후 1시 12분(현지 시간)에 1차 발동했고, 이어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33분에 2차 발동하면서 주식거래는 완전히 중단됐다. 중국 증시 폭락은 경기 침체 우려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단교에 따른 유가 급등,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 조치 해제 시 우려되는 수급불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문가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낮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코스피는 42.55포인트(2.17%) 하락한 1,918.7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8일(1,878.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도 3%, 홍콩 항셍지수도 2% 넘게 각각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2원 급등해 달러당 1187.7원으로 마감했다. 기획재정부는 5일 오전 최희남 차관보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국발 리스크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한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새해 벽두부터 신흥국 경제위기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외 경제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중동에서는 정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고, 경기 둔화 그림자가 짙어진 중국에서는 증시가 또다시 폭락해 ‘차이나 쇼크’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가 3% 안팎 빠지며 충격을 받았다. 정부 당국은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요동치자 국내 금융,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 커져”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상하이증시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6.86% 폭락하는 ‘패닉장’을 연출했다. 세계 시장을 뒤흔든 중국발 쇼크가 한창 불거졌던 지난해 8월 25일(―7.63%)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두 차례나 발동했지만 폭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당국은 상하이증시의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장중 7% 급락하자 오후 1시 33분(현지 시간)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결국 장 마감까지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날 폭락장은 새해 벽두부터 중국 제조업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시장 예상치인 48.9를 밑돌았다. 전달의 48.6보다 낮아진 것으로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다 위안화 가치의 평가절하 추세가 계속되면서 중국 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증시 급락세를 부추겼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5032위안으로 고시했다. 2011년 5월 이후 4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절하된 것이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경제 뇌관 예상보다 일찍 터져”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또 한 번 확인된 데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2원 급등해 약 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87.7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 불안의 뇌관으로 꼽혔던 중동 및 중국발 악재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동시에 터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가 더 악화되고 이것이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이 깊어지면 상대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털을 갖춘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 중국과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 경제는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8일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출렁이면서 원화 가치가 함께 불안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뜩이나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복귀를 늦추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책을 많이 팔아 ‘금서(禁書) 서점’으로 불리는 20여 년 역사의 홍콩 유명 서점 관련자 5명이 줄줄이 중국 경찰에 연행된 이후 ‘실종’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인권과 언론 출판 자유 침해는 물론이고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도 위배되는 사건이다. 4일 홍콩 밍(明)보와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 등에 따르면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銅(나,라)灣·퉁뤄완) 서점’의 주요 주주인 리보(李波·65·사진)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창고에 책을 가지러 간 뒤 실종됐다. 리 씨의 부인은 남편이 실종 당일 저녁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에서 전화해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일찍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 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리 씨가 홍콩을 떠난 기록이 없다고 밝혀 그가 중국 경찰에 비밀리에 연행된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앞서 이 서점을 소유한 출판사 ‘마이티 커런트 미디어(巨流 媒體)’의 대주주 구이민하이(桂民海) 씨, 서점 점장 린룽지(林榮基) 씨와 직원 2명 등 4명도 지난해 10월 둥관(東莞), 선전, 태국 등에서 자취를 감췄다. 보쉰은 이들이 선전으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보도했다. 이 서점에는 ‘장쩌민(江澤民), 시진핑(習近平)에게 대승을 거두다’ ‘2017년 시진핑의 대붕괴’ 등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고 보쉰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실종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이 중국 경찰에 의해 대륙으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되면 홍콩의 자치권 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국과 영국이 합의해 채택한 ‘홍콩기본법’에 따라 2047년까지 50년간은 군사·외교 분야 외에는 ‘항인항치(港人港治·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 아래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찰이 홍콩에서 사람을 체포해 대륙으로 데려가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떠한 중국 법 집행 기관도 홍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니스 쿽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도 “중국 경찰의 연행이 사실로 확인되면 일국양제 원칙과 홍콩의 사법 독립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회민주연선(LSD) 회원 등은 3일 홍콩 주재 중국연락사무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유엔 인권위원회에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밍보는 “리보 씨가 영국 여권을 갖고 있어 구이민하이 씨의 딸이 영국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고 영국 경찰도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해 이번 실종 사건이 중국과 영국 간에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군사력을 강화하고 영토 갈등 중인 주변국을 자극하는 등 ‘군사굴기’ 행보를 가속화해 지난해 미중이 첨예하게 맞섰던 남중국해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내부 군사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성명을 내고 1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의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융수·永暑 섬)를 매립해 확장한 인공섬에서 민간 항공기를 시범 운항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이곳에 길이 3km의 활주로와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건설했다. 베트남의 레하이빈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인공섬에서 시험 비행을 한 것은 베트남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 국무부도 중국의 시험 비행이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시험 비행은 지난해까지 남중국해에 최소 7개의 인공섬을 건설한 중국이 올해에는 군사화를 가속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해군은 이달에 군함을 중국 인공섬 12해리 내로 항해시킬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예상된다.○ ‘시진핑식 군 개혁의 결정판’ 중국군은 1일 1985년 6월부터 운영해온 지역을 기반으로 한 7개 군구(軍區) 체제를 5개 전구(戰區)로 전환해 31년 만에 지휘 체계를 바꿨다. 개편의 핵심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위원장을 겸직하는 중앙군사위로의 권한 집중과 강화, 그리고 연합작전 능력 높이기다. 다소 독립적이었던 7개 군구와 달리 5개 전구는 중앙군사위의 지휘 아래 군사 작전에 집중하고, 중앙군사위는 ‘육군지도기구’(육군사령부 격)와 군사위에 신설된 연합작전지휘부 등을 통해 연합작전 능력을 높여 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군 조직을 미국식 통합사령부 체제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까지 국무원과 중앙군사위가 공동 관리해 온 ‘무장경찰 부대’의 관할권을 중앙군사위로 일원화해 시 주석의 권한은 더욱 강화됐다. ‘시진핑식 군 개혁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로켓군 창설, 미래형 전쟁에 대비 중국군은 지난해 12월 31일 ‘육군지도기구’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창설 대회를 열고 시 주석이 직접 사령원(사령관)들에게 부대기를 수여했다. 육군지도기구에 리쭤청(李作成), 로켓군에 웨이펑허(魏鳳和), 전략지원부대에 가오진(高津)이 각각 사령원으로 임명됐다. 중국군은 1966년 육해공군과 함께 전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창설해 4개 병종이었으나 이번에 육해공군과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등 5개 병종으로 바뀌었다고 홍콩 밍(明)보는 전했다. 시 주석은 신설 로켓군의 역할에 대해 “‘전 지역 선제적 전쟁’이라는 전략적 요구에 대해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핵 억지력과 핵 반격 능력을 강화하고 중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핵 타격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로켓군 창설은 1956년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과학자 첸쉐썬(錢學森·1911∼2009) 박사가 제안했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가 전했다. 로켓군은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항하는 조치이자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 핵 경쟁 시대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국 등 잠재 경쟁국의 전략적 타격 능력이나 북한 핵위협 등의 불안에 대응하는 것도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바꾼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신설된 전략지원부대에 대해 시 주석은 “국가 안전을 위한 신형 작전능력을 수호한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정보, 기술정찰, 전자전, 인터넷 공격방어, 심리전 등 5대 영역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주와 인터넷 공간에서의 하이테크 전쟁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이버 전쟁, 우주 전쟁, 심리전 등 미래형 전쟁에 대비하는 조직인 셈이다. ○ 중국의 잇단 ‘군사 근육질 과시’ 양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1일 “배수량 5만 t급 두 번째 항모가 다롄(大連)에서 건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SCMP는 “첫 항모 랴오닝(遼寧)함처럼 핵 동력이 아닌 일반 동력이며, 역시 같은 스키점프 식을 채택한 것은 랴오닝함에서 이착륙하는 젠(殲)-15가 원활하게 기동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제3항모 건조설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 장쥔서(張軍社) 연구원은 “1만8000km의 해안선을 가진 중국은 최소 3척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대변인은 이날 또 사거리 1만2000km의 전략핵 미사일 ‘둥펑(東風)-41’을 철로 기차 위에서 실험했다는 워싱턴 프리비컨 보도에 대한 확인 요구에 “새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실험은 계획에 따라 실행되고 있다”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해 11월 11일 7년째를 맞았던 광군제(光棍節)는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할인행사’이자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하루 만에 912억1700만 위안(약 16조5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2014년 571억 위안보다 60% 늘어난 것으로 미국의 양대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4배 많다. 가히 ‘인터넷 쇼핑 혁명’이라 할 만하다. 알리바바 그룹과 마윈(馬雲) 회장은 인터넷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강의나 서적을 통해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10월 각각 출판된 ‘인터넷 시대 막 시작되었다(互聯網時代 才剛剛開始)’ ‘막을 수 없는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 시대(당不住的 跨境電商時代)’ 등 두 권도 바로 그런 책이다. ‘마윈의 내부 연설 2.0’이라는 부제가 붙은 ‘인터넷 시대…’는 마윈의 인터넷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한데 모은 것으로, 여러 장소에서 이뤄진 연설을 모은 책이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성장이 보여주듯이 인터넷 시대의 생산 소비 보관 광고 관리방법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또 기업의 전략과 문화 조직 인재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정보기술(IT) 시대에서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기술(DT)’ 시대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중국에 인터넷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인터넷 시대 막 시작되었다’는 화두를 던진 것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의식주를 송두리째 바꾸는 대변혁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금융 의료 교육 물류 등 인터넷이 바꾸는 영역도 무제한이다. 마윈은 “알리바바가 10년 만에 무(無)에서 유(有)가 됐지만, 앞으로 10년간은 유에서 무로 전환할 것”이라며 “새로 찾아올 무는 없어지는 무가 아니라 ‘없는 곳이 없다(無處不在)’의 무로서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알리바바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막을 수 없는…’은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에 관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로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 중소 제조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어떻게 시장을 넓혔고 넓혀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귀고리 팔찌 가발 등을 팔았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한 중소업체의 왕(王)모 사장이 알리바바를 통해 미국의 바이어를 만난 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성공 사례 등 해외로 진출해 돌파구를 마련한 많은 기업의 경험이 소개된다. 책의 후반부는 최근 5년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전자상거래 관련 주요 정책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 전략에 대한 조언과 함께 법과 정책의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다. ‘인터넷 시대…’와 ‘막을 수 없는…’ 이 두 권의 책은 ‘세계의 공장’으로 알려진 중국 경제가 인터넷 시대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있으며, ‘인터넷 경제 시대’를 주도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보다 커지고 대담해진 중국, 경제 군사적인 영향력 행사 강화로 미국과 갈등 요소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 시간)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순회 의장국을 맡는 2016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의 금융 안보 질서에서의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동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해 중국과 충돌을 피하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빠르면 1월 중 미국 군함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의 12해리 이내 항해를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감행하는 등 남중국해 인공섬이 갈등 잠재성이 높은 곳으로 꼽혔다. 미국은 한 분기 2차례가량 인공섬 주변 해역 항해를 할 계획이어서 미중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전략 폭격기 B-52가 12월 9일 기상악화 등 이유로 잠시 인공섬의 2해리 이내로 진입하고 중국이 경고한 것이 한 사례다. 중국은 미국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의도적인 도발로 보고 있다. 필리핀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해 6월경 마무리될 중재 결과도 인화성 소재다. 1월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지난 8년간 가속화한 양안 협력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민당 의원은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현재 대만과 수교 중인 22개국 중 18개국이 양안 관계 악화를 이유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펑황(鳳凰)망이 전했다. 사이버 해킹 논란도 언제 불거질지 모를 뜨거운 감자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개입한 사이버 공격이 미 정부기관이나 주요 기업에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며 조사를 요구하고 중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첫 대출이 이뤄질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활동에 따라 미국과 중국간 금융패권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 개발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에서 대규모 인프라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AIIB와 함께 본격적으로 세력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이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해외 첫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미 지부티에 군사기지가 있는 미국과 신경전을 벌일 요인이 될 전망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