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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투자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며 수조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테크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 데 저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공짜 학습’에 대한 미 주요 언론사의 첫 소송이다. NYT는 27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MS와 오픈AI가 허가 없이 172년 동안 자사가 쌓아 온 기사 수백만 건을 챗봇 제작에 사용했다”며 “저널리즘에 대한 NYT의 막대한 투자에 무임승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챗GPT가 NYT 단독 기사를 통째로 암기해 답변한 사례를 증거로 제출하며 AI가 “언론과 경쟁하며 (언론) 산업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구체적인 배상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의 법적 및 실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신문협회도 28일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가 뉴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NYT, 챗GPT의 ‘기사 복붙’ 제시하며 “172년 투자에 무임승차” NYT, 오픈AI-MS에 수조원대 소송1년반 탐사보도 기사 베껴진 사례 등“콘텐츠 훔쳐 만든 대체품, 혁신 아냐”오픈AI “소유권은 존중… 소송 실망” “18개월 동안 인터뷰 600건을 담아 쓴 탐사보도에 오픈AI의 기여는 없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손해배상 청구 소장에서 챗GPT가 NYT 기사를 통째로 베꼈다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가 2019년 뉴욕 택시 면허에 대한 약탈적 대출 관행을 고발한 NYT 기사를 단어까지 거의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한 캡처 사진도 공개했다. NYT 측은 “자사가 172년 동안 축적해 온 기사와 제품 리뷰, 요리 안내, 칼럼 등 수백만 건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또 AI가 언론사를 대체하는 경쟁 제품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자사의 수조 원대 투자”를 편취해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에 따른 실제 손해가 수조 원이라고 밝혔다. ● “AI의 뉴스 무임승차 막아야” 오픈AI와 MS는 ‘AI 공짜 학습’ 논란으로 인해 AP통신을 비롯해 일부 언론사와는 저작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동시에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AI 훈련을 위해 이를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공정가치’를 위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원작자 조지 R R 마틴을 비롯해 미 유명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AI 훈련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저작권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소송의 쟁점은 해당 저작물을 실제 AI 훈련 데이터로 사용했는지, 저작물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는지, 이를 통해 실질적 손해를 입혔는지 등이 꼽힌다. NYT는 이번 소송에서 자사 기사를 챗GPT가 ‘단어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챗봇을 뉴스 산업의 ‘경쟁자’로 간주했다. 시사적인 질문에 대해 뉴스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해 독자를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에 기사를 무단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기사 문장을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며 경쟁자의 수익 기반을 해치는 것은 ‘공정가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NYT 측은 “우리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해, 우리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고, 우리로부터 독자를 뺏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오픈AI와 MS가 자사의 저널리즘 투자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900억 달러(약 116조 원)에 달하며 소비자와 기업용 유료버전으로 내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예상된다. NYT 측은 또 챗GPT가 허위정보를 NYT 출처로 제공해 브랜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에 드는 비용은 누가 내나 오픈AI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유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NYT와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해 왔기에 이번 소송이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NYT는 올 4월부터 오픈AI 측과 협의를 벌였지만 결렬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NYT의 소송에는 정제된 기사를 위한 언론사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NYT 측은 “전체 직원 중 2600명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고 있다. 매일 평균 250건 이상의 새 기사를 게시하고 정확성을 담보하려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노력이 AI와의 경쟁 등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0, 50대에 발병해 ‘젊은 치매’로 불리는 초로기(初老期) 치매를 일으키는 12가지 위험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어섰을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의 증세가 있는 기립성 저혈압과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을 앓는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2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와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영국인 35만여 명을 추적 관찰하며 만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485명을 대상으로 주요 위험 인자 12가지를 규명해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4.2배), 우울증(3.25배), 알코올 의존 및 남용(2.39배) 증세를 가진 경우 비교군 대비 발병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APOE4’를 보유한 사람(1.87배)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65세 이전 치매, 사회적 고립땐 발병 위험 더 커” 낮은 사회적 지위 등도 영향 미쳐뇌졸중 환자 등도 발병 확률 높아“가족-친구와 사회적 활동하고취미 생활-꾸준한 운동해야 예방” 65세 미만에 나타나는 초로기(初老期) 치매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적 고립 등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와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26일 발표한 ‘젊은 치매 발병의 위험 요인’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초로기 치매에 걸릴 확률은 비교군 대비 각각 1.82배, 1.53배 높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저장된 65세 미만 35만6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최근 10년간 추적 관찰해 치매 진단을 받은 485명과 나머지 사람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젊은 치매’를 부르는 고순위 위험 인자는 기립성 저혈압(비교군 대비 발병률 4.2배) 우울증(3.25배), 알코올 의존 및 남용(2.39배) 순이었다. 연구팀은 다만 “위험 인자를 지녔다고 꼭 초로기 치매를 앓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전체 기립성 저혈압 환자와 우울증 환자 중 초로기 치매가 발병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뇌졸중 환자와 심장질환자도 발병 확률이 비교군 대비 각각 2.07배, 1.61배 높게 나타났다. 두 질환 모두 고혈압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D 결핍 상태에서 발병률은 1.59배, 난청 환자는 1.56배 높았다. 일부 위험 인자는 특정 성별과 연관성을 보였다. 같은 당뇨병 환자라도 남성의 경우에만 초로기 치매 발병 가능성이 1.65배 높았다. 여성의 경우 염증 수준을 드러내는 ‘C 반응성 단백’ 수치가 높은 사람의 발병률이 1.54배 높았다. 연구팀은 CNN 인터뷰에서 초로기 치매 예방책으로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지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취미 생활에도 힘쓰라”라고 권고했다. 또 걷기처럼 가벼운 운동일지라도 꾸준히 신체 활동을 하고, 가까운 병원에 정기 방문해 자신의 혈압·콜레스테롤·비타민D 수치 등을 확인해 관리하며 난청 증세가 있으면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사용하라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젊은 치매 예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해킹을 통해 얻은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5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해킹으로 탈취한 개인정보 수억 건을 AI에 훈련시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미 정보당국과 정보기술(IT) 업계가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AI가 지문, 금융 정보, 의무 기록 등을 조합해 상대국 첩보요원 등 특정 인물의 인적 사항을 조합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도 벌어졌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은 WSJ에 “2021년 중국 쪽 해커들이 MS 서버를 사용하는 이메일 수만 건을 해킹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표적을 정밀 지정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올해 초 “(중국은) 해킹 작전을 개선하는 데 AI를 쓰고 있다”며 AI가 해킹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증폭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이 국장은 10월 서방 정보기관들, IT 업계 인사들이 모여 중국의 AI 활용 해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해킹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대규모 개인정보 해킹 사건의 배후로 중국을 의심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미 인사관리처(OPM) 서버를 해킹해 전·현직 공무원과 가족 2000만 명의 신상정보를 빼가고(2014, 2015년), 미 소비자 신용정보회사 에퀴팩스(2017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매리엇인터내셔널(2018년) 등을 해킹한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급진 자유주의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사진)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경제 개혁 정책 여파로 아르헨티나 물가가 초고속 상승하고 있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12.8% 올랐고, 12월에는 11월보다 25∼30%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80% 뛰어 1990년대 초(超)인플레이션 위기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커진다. NYT는 “밀레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충격 요법’을 공약한 대로 고물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도 “구조조정과 충격 말고 대안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있을 것이지만 국가 재건을 위한 쓴 약”이라고 강조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60%를 넘을 정도의 고물가에 대해 이전 정부는 페소 공식 환율을 실제 시장 거래 수준보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에너지 교통 전기 가격을 낮게 유지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12일 페소 가치 54% 절하 및 보조금 삭감이 핵심인 단기 경제 조치를 내놓았다. 그 결과 휘발유 값은 일주일 만에 60% 올랐다. 우버 운전사 마리솔 카르도소 씨는 “기름값이 감당 안 되지만 (그동안 억지로 낮춘) 환상 속에 살았다. 경제 개혁을 지지한다”고 NYT에 말했다. 현지 일간 인포배 조사에 따르면 12∼19일 쌀 빵 파스타 우유 같은 식료품 가격은 50% 올랐다. 주식인 소고기 값은 이달 들어 40% 뛰었다. 식료품점 주인 로사 알바레스 씨는 “이렇게 가격이 빨리 오르는 건 처음 본다. 하루에 두 번씩 가격표를 갈아 끼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NYT는 “전문가들 사이에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인구 40% 빈곤층을 감안한) 보완책 없이 강행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급진 자유주의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경제 개혁 정책 여파로 아르헨티나 물가가 초고속 상승하고 있다.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12.8% 올랐고, 12월에는 11월보다 25~30%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80% 뛰어 1990년대 초(超)인플레이션 위기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커진다. NYT는 “밀레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충격 요법’을 공약한 대로 고물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도 “구조조정과 충격 말고 대안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있을 것이지만 국가 재건을 위한 쓴 약”이라고 강조했다.연평균 물가상승률이 60%를 넘을 정도의 고물가에 대해 이전 정부는 페소 공식 환율을 실제 시장 거래 수준보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에너지 교통 전기 가격을 낮게 유지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12일 페소 가치 54% 절하 및 보조금 삭감이 핵심인 단기 경제 조치를 내놓았다. 그 결과 휘발유 값은 일주일 만에 60% 올랐다. 우버 운전사 마리솔 카르도조 씨는 “기름값이 감당 안 되지만 (그동안 억지로 낮춘) 환상 속에 살았다. 경제 개혁을 지지한다”고 NYT에 말했다.현지 일간 인포배 조사에 따르면 12~19일 쌀 빵 파스타 우유 같은 식료품 가격은 50% 올랐다. 주식인 소고기 값은 이달 들어 40% 뛰었다. 공산품 가격도 올랐다. 교사 페르난도 가이 씨는 NYT에 “기저귀 값이 한 달 새 두배로 뛰었다. 월급날이면 생필품을 최대한 많이 사둔다”고 말했다. 식료품점 주인 로사 알바레즈 씨는 “이렇게 가격이 빨리 오르는 건 처음 본다. 하루에 두 번씩 가격표를 갈아끼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초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이코라티나는 향후 2개월간 물가가 지금보다 80% 뛸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전문가들 사이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인구 40% 빈곤층을 감안한) 보완책 없이 강행했다고 비판이 함께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약 60년 전 최초로 핵실험을 한 신장위구르자치구 뤄부포(羅布泊) 호수 핵실험장을 확장하는 등 핵실험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전격 철회한 상황에서 중국마저 핵 전력 증강 시도에 나선다면 강대국 간 핵 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NYT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7년 이후 현재까지 뤄부포 핵실험장에서 최소 두 개의 신형 갱도가 건설됐으며 30곳 이상의 건물이 증축됐다고 전했다. 특히 갱도 한 개는 깊이가 500m 이상이어서 대규모 지하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뤄부포 핵실험장은 중국이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곳으로, 1996년까지 40여 차례 핵실험이 이어졌다. 면적은 여의도의 약 1.8배인 5.2㎢다. NYT는 이곳에서 중국이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점쳤다. 미 전략핵잠수함(SSBN)에 탑재된 ‘트라이던트2’ 미사일에는 총 8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반면 중국 핵잠수함의 미사일에는 3개의 탄두밖에 실리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최신식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으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필요하다. 탄두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더 멀리 있는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나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고 NYT에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CTBT 비준을 철회한 러시아가 빠르면 내년에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무기 현대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보도에 대한 NYT 질의에 “근거 없이 중국의 핵 위협론을 부추긴다”고 부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유권자들이 항공료와 숙박료 정도의 비용으로 중국 여행을 한 것을 두고 중국과 대만 당국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본토를 다녀간 대만 타이베이시 이장 41명이 대만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만에선 “중국의 선거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19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최근 대만 국민과 각계 인사들이 정상적인 교류나 본토 방문에도 신문·위협을 받는다는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이어 “민주진보당(민진당·대만 집권 여당)이 조성한 냉랭한 분위기에 대만 국민들은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방문 접대로 대만 유권자를 유인하고, 이를 교류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조작”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공방은 쯔유(自由)시보를 비롯한 대만 언론이 중국 정부가 ‘저가 중국 여행’으로 대만 유권자를 회유한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타이베이시의 이장 30% 정도가 일주일 안팎의 일정으로 중국에 다녀왔다. 대만의 이장은 한국의 동장 격이지만 선출직이다. 이들이 중국 방문에 쓴 비용은 1만∼1만5000대만달러(약 41만∼62만 원)로 항공료와 숙박비 정도에 불과해 식사나 관광 비용은 중국 측에서 부담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만 검찰은 15일 이장 41명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선 뒤 친중 성향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등 ‘반(反)침투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1000만 대만달러(약 4억1000만 원)에 처해질 수 있다.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 논란이 거세지는 배경에는 반중·독립 성향 후보와 친중 성향 후보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총통 선거 후보 지지율이 막판까지 초박빙을 이루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19일 대만 롄허(聯合)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나란히 31%를 기록했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후보는 지난달 말 여론조사 때의 지지율( 31%)을 유지했지만, 친중 성향 허우 후보의 지지율이 29%에서 2%포인트 오르면서 동률을 이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주 체제였던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약진하며 ‘대항마’ 입지를 굳히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내년 초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지이며 집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햄프셔주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재집권 시 첫날은 독재할 것” “이민자가 미국 피를 오염시킨다” 등 최근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또한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압승을 자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제3지대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경선지서 대역전 노리는 헤일리 미 CBS방송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1월 23일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15%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지난달 9∼14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이곳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18%)는 트럼프 전 대통령(46%)에게 28%포인트 뒤졌다. 약 한 달 만에 격차를 대폭 좁힌 것이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는 ‘호감 가는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 55%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넉넉히 제쳤다. ‘합리적 후보’ 항목에서도 51%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앞섰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공화당원뿐 아니라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본선)에서 특정 주자의 경쟁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한다. 또 주자 가운데 의미 있는 2강 또는 3강을 압축해 경선 구도를 확정짓는 효과를 갖는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또한 최근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다만 CBS 조사에서 같은 달 15일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13%에 불과해 트럼프 전 대통령(58%)에게 크게 뒤졌다. 아이오와주 경선은 공화당원만 참여가 가능한 ‘당원대회(코커스)’ 형태로 치러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헤일리 전 대사의 눈은 내년 2월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로 향해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고, 39세 때인 2011년 미 역대 최연소 주지사에 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최초 여성 주지사라는 기록도 세웠다. 뉴햄프셔에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 후 고향에서의 승리를 통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텃밭’ 공략하는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서부 네바다주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이곳은 공화당의 주요 경선지 중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 유권자를 집중 공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서 자신의 우위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빙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의 41%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제3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는 35%만 “제3후보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제3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 특히 젊은 유권자 결집에 중대한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17일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상전 고수 의사를 굽히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3주 안에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측에는 ‘가자지구 내 보안군 재구축’ 방안을 제시했다고 미 정치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 편을 들던 미국의 태도가 완전히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8일 이스라엘 현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전쟁의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지상군을 정밀 작전을 수행하는 정예 병력 중심으로 축소 재편하라”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4, 15일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찾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3주’를 일종의 최후통첩 기간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15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PA와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문제도 협의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이 만남 직후 PA가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전 이곳에서 치안 업무를 맡았던 전직 보안요원들에게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 가자지구를 통치하던 이스라엘은 당초 PA 측에 이곳의 통치권을 넘겼다. 그러나 고질적 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은 PA는 2년 만에 하마스에 통치권을 빼앗겼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고위급 인사 2명을 연거푸 이스라엘에 보내 빠른 종전을 압박한 것은 집권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상당함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굴하지 않고 있다. 17일 각료 회의를 개최한 그는 “끝까지 가겠다”며 지상전 고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루에만 가자지구 내 표적 200곳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와 이스라엘 남부 에레즈 일대에 하마스가 건설한 4km의 초대형 땅굴도 공개했다. 땅굴에 은신한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기 전까지 지상전을 끝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종전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땅굴 사진을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주 체제였던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대항마’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선전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내년 초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지이며 집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햄프셔주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재집권시 첫 날은 독재할 것” “이민자가 미국 피를 오염시킨다” 등 최근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또한 헤일리 전 대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압승을 자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제3지대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경선지서 대역전 노리는 헤일리미 CBS방송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1월 23일 공화당의 두번째 경선이 열리는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15%포인트차로 따라붙었다. 지난달 9~14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이 곳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18%)는 트럼프 전 대통령(46%)에게 28%포인트 뒤졌다. 약 한 달 만에 격차를 대폭 좁힌 것이다.특히 헤일리 전 대사는 ‘호감 가는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 55%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넉넉히 제쳤다. ‘합리적 후보’ 항목에서도 51%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앞섰다.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공화당원 뿐 아니라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본선)에서 특정 주자의 경쟁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한다. 또 주자 가운데 의미 있는 2강 또는 3강을 압축시켜 경선 구도를 확정짓는 효과를 갖는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또한 최근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다만 CBS 조사에서 같은 달 15일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13%에 불과해 트럼프 전 대통령(58%)에 크게 뒤졌다. 아이오와주 경선은 공화당원만 참여가 가능한 ‘당원대회(코커스)’ 형태로 치러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에서 바람을 일으킨 뒤 내년 2월 23일 고향 겸 정치적 텃밭에서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 곳에서 나고 자랐고 주지사도 지냈다. 뉴햄프셔에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 후 고향에서의 승리를 통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텃밭’ 공략하는 트럼프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서부 네바다주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이 곳은 공화당의 주요 경선지 중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 유권자를 집중 공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서 자신의 우위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빙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의 41%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제3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는 35%만 “제3후보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제3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 특히 젊은 유권자 결집에 중대한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17일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을 맡았던 배우 매슈 페리(사진)가 항정신성의약품 케타민을 과다 복용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10대부터 일생에 걸쳐 우울과 불안에 시달린 페리는 최근 치료 목적으로 케타민을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5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검시국은 “부검 결과 페리의 사인은 ‘케타민 급성 부작용’”이라며 “관상동맥 질환, 약물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부프레놀핀’ 부작용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리는 올 10월 2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열흘 전 의료진에게 케타민을 투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부검 결과에서는 페리가 30여 년간 줄곧 중독 문제를 겪었음에도 최근 19개월간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중독 탓에 여러 차례 생사의 문턱까지 갔지만 재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회고록에는 “30년간 중독을 치료하고자 쓴 비용이 총 900만 달러(약 121억 원)”라고 토로했다. 재활 시설에만 15번 입소했고 치료를 위한 모임에도 6000회 나갔다고 썼다. 동료 중독자 재활 지원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2012년에는 자신의 해변가 저택을 개조해 남성 중독자 재활 시설을 운영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이듬해 백악관 표창을 받았다. 사망 1주일 뒤에는 그의 유산을 활용해 중독자 재활 지원을 돕는 ‘매슈 페리 재단’도 출범했다. 페리는 생전 ABC방송 인터뷰에서 “누가 술을 끊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하면 바로 손을 내민다. 나 역시 정말 많이 넘어져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재활에 성공한 사람의 눈에 생기가 도는 모습을 보면 나도 구원받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서로를 돕는 셈”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가능항공유(SAF)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SAF 수입을 늘리면, 한국 정유사들의 대미 항공유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정유사들은 법이 정비돼 있지 않아 SAF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SAF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SAF를 판매하거나 사용할 경우 감축한 수준에 따라 갤런당 1.25∼1.75달러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SAF 생산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사용분으로 소급 적용된다. 재무부는 내년 3월 1일 전에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될 구체적인 감축량 계산법을 추가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SAF란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에탄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50∼80%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정유업계에서는 SAF가 비싸기 때문에 사용 확대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SAF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SAF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31억2430만 달러(약 4조400억 원)였던 SAF 시장은 2027년 215억6520만 달러 규모로 커진다. 한국 정유업계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항공유의 절반가량이 한국산이다.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12만 배럴의 화석 연료 항공유를 수입했는데, 절반이 넘는 6만4000배럴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미국 내 SAF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항공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AF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히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SAF 시장에 발도 디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 이외의 원료로 석유 제품을 만들면 불법이다. 이로 인해 정유사들은 SAF 개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정유사의 사업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 사업을 할 수 있는 법 정비가 이제야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정유사들이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글로벌 SAF 생산자들은 기술과 품질을 높여 가고, 판매 활로를 갖춰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들은 SAF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SAF 후진국이다. 외국 공항들은 SAF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공항에 SAF 급유 시설도 없다”며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 공항을 외면하면 미래 항공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지속가능항공유(SAF)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합성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하원이 14일(현지 시간) 현직 대통령이 임의로 나토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2024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하루 전 상원이 같은 법안을 먼저 통과시켰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 대통령의 나토 탈퇴에 제동을 거는 규정은 집권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 야당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이 초당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다. 이들은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100석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특정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나토 탈퇴를 강행하면 이를 위한 예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양당이 합심해 이 법안을 통과시킨 이유는 트럼프발(發) 안보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나토 탈퇴를 종종 거론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악화시킨 데다 이것이 미국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시킨 바 있다. 그는 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고충이 가중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0%를 나토를 포함한 국방 예산으로 쓰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의회 승인 없이 내가 나토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 수를 현행 2만8000명대로 유지하기로 확정했다. 또 올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 억제 공조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방위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거론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하원이 14일(현지 시간) 현직 대통령이 임의로 나토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2024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하루 전 상원이 같은 법안을 먼저 통과시켰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대통령의 나토 탈퇴에 제동을 거는 규정은 집권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 야당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이 초당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이다. 이들은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100석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특정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나토 탈퇴를 강행하면 이를 위한 예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주장해 관철시켰다.양당이 합심해 이 법안을 통과시킨 이유는 트럼프발(發) 안보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나토 탈퇴를 종종 거론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악화시킨 데다 이것이 미국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시킨 바 있다. 그는 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고충이 가중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0%를 나토를 포함한 국방 예산으로 쓰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의회 승인 없이 내가 나토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 수를 현행 2만8000명대를 유지하기로 확정했다. 또 올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 억제 공조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방위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주한미국 철수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챗봇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언론사와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13일(현지 시간) “독일 기반 다국적 미디어 그룹 악셀 슈프링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AI와 저널리즘 통합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픈AI를 비롯한 AI 개발사들이 AI 학습 및 운영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사용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언론사와 공식적인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악셀 슈프링어가 받는 사용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악셀 슈프링어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독일 일간 디벨트, 타블로이드 일간 빌트 등의 실시간 유·무료 뉴스를 오픈AI에 제공하고 콘텐츠 비용을 받기로 했다. 오픈AI가 콘텐츠 사용료를 얼마나 지급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악셀 슈프링어가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티아스 되프너 악셀 슈프링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I 활용 저널리즘을 실천해 저널리즘 품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올 3월 네이버가 제휴 언론사들에 “언론사 동의 없이 AI 사업에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겠다”는 약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대만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인정받을지, 중국에 무시당할지를 선택하라.”(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대선 후보) “대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개방하고 대만 기업인이 중국에서 권익을 보장받도록 하겠다.”(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꼭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은 대만은 물론 한국 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전 세계 약 4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돼 지구 인구의 절반인 최소 42억 명이 선거에 참여하는 ‘슈퍼 선거의 해’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 중 첫 선거일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와중에 치러지는 일종의 ‘미중 대리전’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 내부의 세대, 지역 갈등 또한 상당하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듯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 겸 부총통과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 겸 신베이시장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되건 2위 후보와의 격차가 매우 근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승자는 내년 5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라이칭더 vs 허우유이 초접전현재 구도는 ‘2강(强) 1중(中)’ 양상이다. 현지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가 12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反)중국 친(親)미국’ 성향이 강한 라이 후보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외치는 허우 후보의 지지율은 32.5%로 둘의 격차가 2.6%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여론조사의 신뢰 수준은 95%, 오차범위는 ±2.8%포인트다.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4) 후보는 17.0%를 얻었다. 6∼8일 같은 매체의 조사 때는 라이 후보의 지지율이 37.8%, 허우 후보는 32.6%였다. 당시 5.2%포인트에 달했던 격차가 며칠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라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내내 선두를 지켰지만 나머지 후보와의 격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최우수 선수(MVP·Most Valuable Player)”라고 주장할 만큼 반중 성향이 강하다.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등의 고정표가 확실하나 과거 텃밭으로 꼽혔던 젊은층의 이탈 조짐, 최근 고향 집의 불법 건축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30%대에 갇혔다. 커 후보의 선전 또한 라이 후보에게 불리한 양상이다. 특히 젊은층이 라이 후보 대신 커 후보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중국시보가 13일 분석했다. 민중당은 7일부터 매일 8시간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롄허보 또한 “민중당이 온라인을 장악했다”고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이베이 시민 A 씨(25·회사원)는 소셜미디어 메시징앱을 통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억압하는데도 국민당의 친중 노선이 과하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라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시민 차이화 씨(25)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이 대만에 해를 끼칠 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커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허우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줄곧 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커 지난달 말 단일화가 결렬됐다. 이때만 해도 라이 후보가 낙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허우 후보는 국민당의 주요 지지층인 고령층 등 외 청년층을 적극 공략하며 격차를 야금야금 좁히고 있다. 그가 8일 내놓은 청년층의 주택 구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청년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계약금 일부를 면제해주고 1500만 대만달러(약 6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中 개입, 판세 영향 줄 남은 변수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3일 관련 질문을 받고 “대만 선거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사무에 속한다”고 답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최근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샌드라 우드커크 타이베이 사무처장이 “외부 세력(중국)이 선거를 조작할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중국의 군사 위협 또한 고조되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해군과 공군이 대만 해역에서 4차례 합동 기동훈련을 펼쳤다고 전했다. 11일에도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이끄는 해군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10일 중국 쓰촨성에서 발사된 ‘창정-2D’ 로켓은 대만 남서쪽 영공을 통과했다.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군 의무복무 기간이 기존 4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라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샤오메이친(蕭美琴·52) 민진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복무 기간 단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만인이 자신을 지킬 결심을 해야 외부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일축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35)의 영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20여 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송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11일(현지 시간)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내년 1월 7일 열리는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여우주연·비영어권영화(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송 감독은 부모를 따라 12세에 서울에서 캐나다 온타리오로 이민 갔다. 송 감독은 캐나다 퀸스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미 컬럼비아대에서 극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단편영화를 만든 적도,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경험도 없이 패스트 라이브즈가 첫 영화다. 아버지는 송강호를 세상에 알린 영화 ‘넘버3’(1997년) 등 여러 작품을 만든 송능한 감독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은 서로 짝사랑하나 고백도 못 한 채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공대생이 된 해성은 페이스북에서 ‘노라’로 불리는 나영을 찾아내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시차와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내 멀어진다. 12년 뒤 30대 중반이 된 해성이 뉴욕에서 노라와 남편 아서(존 매가로)를 만나는 며칠이 영화의 핵심이다. 미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주인공들 사이에 흐르는 깊은 감정이 극을 이끌어간다”고 평가했다. 극작가로 활동한 송 감독이 직접 쓴 현실적이고 완성도 높은 대사도 매력으로 꼽힌다. 해성의 한국어 대사도 전부 송 감독이 썼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올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 후 돌풍을 일으켰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 후보에 올랐고, 지난달 뉴욕비평가협회상 작품상을 받았다. A24와 CJ ENM이 공동 제작·배급한 이 영화는 내년 국내 개봉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공룡이 멸종한 배경이 초대형 화산 폭발로 인한 급격한 기온 하강이라고 지목한 연구가 나왔다. 공룡은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을 기점으로 멸종했으나 소행성 충돌은 ‘결정적 한 방’이었을 뿐 기온 변화 탓에 공룡들은 이미 허약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종의 진화 속도보다 빠른 환경 변화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공룡 멸종 배경에 대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며 “널리 알려진 ‘운석 충돌’은 결정적 한 방이었을 뿐 앞서 인도 화산이 수십 년간 대규모로 분출한 탓에 지구 평균 온도가 약 10도 떨어졌고, 이 상태가 수십 년 지속됐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연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 캐나다 맥길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다국적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룡들은 기온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탓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운석이 충돌한 시점에는 허약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식물과 동물이 줄어 당시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도 피해를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기온이 급격히 하강한 시점으로 백악기 후반부의 20만 년을 지목했다. 백악기는 1억5000만~6600만 년 전이다. 중생대를 구성하는 지질시대 중 마지막 시기로 쥐라기 다음 시점이다. 공룡은 백악기 직후인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을 기점으로 멸종했다. 연구팀은 세계적인 기온 하강의 주원인이 이산화황이라고 봤다. 백악기 후반부 20만 년경 인도 중부 뭄바이 인근 화산 지대인 데칸고원에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수십 년간 이어졌는데 이 시기 분출한 용암은 황 농도가 특히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화산재나 플루오린은 국지적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나 이산화황은 전 지구적 기온 하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백악기 데칸고원 분출이 인류사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분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류사에서도 화산 분출로 지구 평균 기온이 낮아진 사례가 있다. 데칸고원 분출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190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출 당시에도 이산화황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0.4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직접 데칸고원에서 채취한 광물을 분석해 분출 당시 이산화황과 플루오린의 구체적 추정치를 산출하는 데 성공해 기존 연구에서 더 나아간 결과를 냈다. 백악기 후반에 급격한 기온 하강이 있었다는 점과 데칸고원 분출이 영향을 줬을 거란 연구는 전에도 발표된 바 있다.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이 12만5000년 전 간빙기 이후 가장 덥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WP는 “오늘날 기후변화에 주는 함의도 있다. 지구 환경이 지나치게 빨리 변하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경고성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돈 베이커 맥길대 지화학과 교수는 “급속한 환경 변화는 지구상의 생명체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진화나 이주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변화는 문제를 만든다”고 WP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에서 유행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우리나라에서도 퍼지고 있다.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11월 넷째 주(19∼25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270명으로 11월 첫째 주(10월 29일∼11월 4일) 173명의 1.6배로 증가했다. 이 폐렴은 아동·청소년에게 주로 전염되는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5일 이상 이어지고 극심한 기침이 3, 4주가량 계속된다. 국내에서의 직전 유행은 2019년이었다. 올해 11월 넷째 주 입원 환자는 2019년 같은 기간 입원 환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행 중인 폐렴균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에게 사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를 중증 소아 환자에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4일 “마이코플라스마가 유행하게 되면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소아 폐렴 환자가 크게 늘어 병원에서 환자들이 서너 시간 대기하는 등 의료 과부하가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달 20∼26일 마이코플라스마 신규 확진자가 541명으로 한 달 전보다 약 3배로 늘었다. 10년 만에 이 병이 유행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달 말 15세 미만 확진자가 한 주 만에 36% 늘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 카운티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교사 에드먼드 리 씨는 수학 수업 시간에 정부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학생들은 각자 제공된 노트북을 통해 ‘AI 기반 적응형 학습 시스템’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에 접속한다. 학습이 시작되면 문제가 제시된다. 이 질문에 정답을 입력하면 어려운 문제가 이어지고, 틀리면 좀 더 쉬운 문제가 주어진다. 리 씨는 이렇게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업 난이도를 조정한다. 그는 “과거엔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일일이 직접 확인해야 했는데 이젠 짧은 시간에 학생 간 격차를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더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올 6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수학 수업에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을 전면 도입하면서 생긴 변화다. 2019년 AI 활용 확대를 위한 ‘국가 AI 전략(NAIS)’을 내놓을 때 구상했던 일이다. 싱가포르는 4일 ‘AI 허브’를 노리며 인재 양성 및 유치에 초점을 맞춘 5개년 계획 ‘NAIS 2.0’을 발표했다. AI 경쟁력이 곧 인재 확보에 달렸다고 본 것이다. ● “인구 363명 중 1명꼴 AI 전문가로”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은 2019년부터 추진한 싱가포르의 AI 인재 양성 정책 중 하나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AI를 활용해 공부하는 데 익숙해지면 초중고교 과정을 거치며 AI 관련 진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AI 인재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NAIS 추진의 결과로 AI 연구개발(R&D)팀 150개가 설립됐고, AI 스타트업 900개가 탄생했다고 이날 성과도 자랑했다. 싱가포르는 이번 NAIS 2.0에서 AI 전문가 확보 경쟁에 주안점을 뒀다. 목표로 국내 인재 양성 및 해외 유치를 통해 향후 5년간 AI 전문가 수를 현행 4370명에서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싱가포르 인구(545만 명)를 고려하면 363명 중 1명꼴이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날 NAIS 2.0 발표 자리에서 “데이터, 머신러닝 과학자 및 엔지니어 인재풀을 확보하겠다”며 “이들이 AI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전문가 영입을 위해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전담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AI 전문 연구기관 엘리먼트의 ‘2020 글로벌 AI 인재보고’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AI 전문가 수는 4370명으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22위(2551명)에 그쳤다. 인구수 대비로 환산하면 싱가포르의 AI 전문가는 한국보다 16배가량 많다. 여기에 기껏 키운 고급 AI 인재마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AI 인재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인도 UAE 등도 ‘인재 선점’ 경쟁 AI 인재 선점을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은 2021년 ‘국가 AI 전략’ 10년 로드맵을 발표하며 AI 선두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3년간 영국에 25억 파운드(약 4조1500억 원)를 투자해 AI 인력 100만 명 이상을 훈련시키기로 했다. 오픈AI도 첫 해외 지사를 6월 영국 수도 런던에 열었다. 영국은 AI 전공자를 대상으로 1억18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 규모의 장학금도 신설했다. ‘중동의 AI 허브’ 지위를 노리는 아랍에미리트(UAE)는 2017년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2019년 국립 AI 대학원(MBZUAI)을 설립했다. 인도 역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AI 전문 인재를 많이 보유한 강국이다. 인도 소프트웨어산업협회(NASSCOM)는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AI 관련 인력이 내년 말에는 1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