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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14일 북한이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실시간 복제한 피싱 사이트로 개설해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정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도메인 주소 ‘www.naverportal.com’에서 네이버 메인화면에 있는 실시간 뉴스 및 광고 배너와 메뉴 탭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네이버 접속 도메인 주소(www.naver.com)가 아닌 경우 당장 접속을 중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네이버 로그인 페이지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등을 탈취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모니터에 뜬 화면 외관만으로는 실제 사이트와 피싱 사이트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개인정보 탈취 가능성을 높이려 공격 수법을 진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 피싱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어 해외 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국가 배후 해킹 조직들의 활동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포털사이트를 이용할 땐 주소를 직접 입력해 접속하거나 즐겨찾기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북한의 우리 국민 대상 해킹 공격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국민 스스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가정보원이 최근 1급 간부 7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냈다가 1주일 만에 번복하고 직무 대기발령을 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인사를 재가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 특정 간부가 인사에 깊이 관여한 사실을 파악한 뒤 문제가 있다고 보고 뒤늦게 이번 인사를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의 고위 간부 인사가 대통령실 인사 검증은 물론이고 대통령 재가까지 거친 뒤 번복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2주 전 국·처장에 해당하는 1급 간부 7명에 대해 새 보직 인사 공지를 했다가 돌연 지난주 후반 발령을 취소했다. 복수의 국정원 관계자는 “발표까지 된 임명 공지가 갑자기 취소된 건 초유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7명 모두 직무 대기발령으로 붕 떠 있는 상태라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국정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4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가 전원 퇴직한 뒤 주로 내부 승진자로 1급 간부 20여 명을 새로 임명했다. 이때도 임명 과정에서 인사를 물린 뒤 다시 단행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임명 공지 후 인사를 거둔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씨의 인사 전횡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9월 1급, 11월경 2·3급 간부 100여 명의 인사 때도 깊이 관여한 국정원 실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A 씨는 이번에 번복된 1급 인사 명단에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A 씨가 인사를 쥐락펴락한다는 투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은 잠정적으로 (투서 내용이)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 씨가 김 원장과 1, 2, 3차장·김남우 기획조정실장 사이에 칸막이를 치고 자기 사람만 요직에 앉혔다는 말도 나오는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지금 A 씨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같은 사람인지 등도 판단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실세로 알려진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로 기소돼 올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국정원장 측근이 인사 쥐락펴락” 투서… 尹대통령, 인사 재가 1주일만에 뒤집어 초유의 인사 번복 정보기관 내분 우려에 진화 서둘러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1급 간부 7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재가했다가 1주일 만인 지난주 돌연 뒤집은 것은 국정원 간부 A 씨가 권한을 남용해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를 파악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윤 대통령은 A 씨가 인사 전횡을 한다는 투서에 대해 잠정적으로 사실관계가 맞는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인사 대상자들이 직무 대기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1급 인사 대상의 절반 정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이번에 번복된 1급 인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A 씨 외에 다른 인사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임명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는 문제를 대통령의 인사 재가 뒤에 뒤늦게 발견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A 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간부 인사들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1급 간부 27명을 교체하고 100여 명의 2, 3급 인사들을 정리했을 때도 A 씨가 문재인 정부 색채를 지우기 위해 인사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국정원 내부에선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씨가 무리하게 인사에 관여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기획조정실장 및 차장들과 김 원장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았다는 여권 관계자의 전언도 나왔다. 국정원에선 지난해 10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사직하면서 수뇌부 간 갈등설이 퍼진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정보 당국 내부에 잡음이 생기는 상황을 경계해 온 만큼 인사 전횡 의혹이 불거진 이번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 등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보기관이 내부 인사 시비 등에 휩싸이면 문제라는 인식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월 국정원을 비공개로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국정원 운영과 관련해 “유연하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와 인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재가한 뒤 인사 전횡 의혹이 제기돼 인사가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국정원 지휘 계통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국의 연이은 고압적 언사들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국 관계 우호 증진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외교당국이 총대를 메고 윤 대통령 발언을 직격하거나 한국 정책에 도를 넘는 훈수를 두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외교가에서는 “유독 한국에 더욱 거칠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중국의 외교 행태를 가만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왕이(王毅) 당시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새 정부 출범 후 개최된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5개의 응당 해야 할 사항(五個應當)’을 읊으면서 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 것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할 것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할 것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할 것을 요구했다. 양국 장관 회담 다음 날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만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하는 ‘1한(限)’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외교부는 “사드는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올해 4월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속 대만 지역의 긴장 고조에 대한 언급을 겨냥해 무례한 언행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만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한국은 절대 반대한다”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전 세계적 문제”라고 한 데 대해 왕 대변인은 “대만 문제의 해결은 중국의 일이며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외교 수장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 등과 같은 협박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럽 등지에서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이나 한국 망명 시도가 나오는 데 대해 정부가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와 이에 따른 연쇄 탈북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최근 북한 외교관 등의 탈북 망명 시도와 관련해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혜택을 보던 엘리트층이 탈북과 망명을 선택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 출범 뒤 북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이 가졌던 (경제 발전 등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조금씩 북한 체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조짐들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관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지속하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부담이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해외 공관과 대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당국이 북한과의 불법 자금 거래 등에 대한 감시감독 수준을 끌어올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진정 국면에 들면서 국경 봉쇄를 풀려는 북한이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이나 무역대표부 직원들을 북한으로 소환하려는 움직임도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귀국이 두려워진 북한 인사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고위·전문직 출신 탈북 인사들을 정부 산하 기관 등에 채용하는 조치도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여간 북한에서 고위직·전문직을 지낸 탈북 인사 중 최소 16명이 통일부 내 위원회 자문위원이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연구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략연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리대사를 비롯해 탈북 외교관 등 3명을 연구위원으로 임용했고, 퇴임했던 탈북민 출신 연구원 1명을 객원으로 초빙했다”고 전했다.“北외교관들, 김정은체제 기대 접어… 자녀 미래 위해 탈북 고심” 권력혜택 누리던 北엘리트층 동요北, 코로나 국경봉쇄 해제 움직임‘해외 일꾼들’ 3년만에 北소환 앞둬정부관계자 “탈북 최후기회 절박감… 누가 먼저 테이프 끊나 눈치 게임”“누가 먼저 (탈북) 테이프를 끊느냐. ‘눈치 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해외 북한 외교관과 가족, 해외 파견 무역일꾼 등의 탈북 소식이 잇따르는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강화된 대북 제재와 방역 봉쇄 장기화, 만성적 식량 부족으로 집권 이래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김정은 체제에 실망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과 망명 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에 대응하는 정부 당국의 물밑 움직임도 더 긴밀해지는 분위기다.● “北 엘리트층 동요에 김정은 스트레스”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외교관 등의 탈북 망명 시도와 관련해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를 주시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 출범 뒤 북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이 가졌던 (경제 발전 등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자 체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혜택을 보던 사람들조차 ‘희망이 없다’며 탈북을 선택할 정도로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는 공개 활동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도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등 세계 각국에 근무 중인 북한 외교관이나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무역대표부의 ‘외화벌이’ 일꾼들 및 그 가족의 탈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 고려관 대리 지배인인 A 씨와 아들의 탈북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유럽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이 한국 정보당국에 망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로 있다가 7년 전 망명한 태영호 의원도 (해외에서 탈북한) 북한대사관 근무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을 올해 1∼5월 서울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北 소환 앞두고 암담한 미래에 탈북 결심”북한 외교관의 탈북 또는 망명 시도 소식이 표면화한 배경에는 국경 재개방 조짐이 우선 거론된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근 북한이 항공노선 재개, 북-중 접경지역 관광 등으로 운을 띄우는 만큼 장기간 해외에 나와 있던 ‘일꾼’들이 북한으로 소환되는 국면에서 ‘탈북’을 결심하는 사례가 생긴다는 것. 국경이 열리기 직전인 지금이 북한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이 탈북 결심을 부추기는 추세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악화된 북한 경제 사정에 따른 체제 모순을 절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 사정에 대해 ‘고난의 행군과 버금갈 정도’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외국에 나와 있던 중간 간부급 이상의 관료들은 혁신을 기대했던 김정은 정권에 대해 큰 좌절감을 맛봤고, 다시 돌아가자니 자녀들의 미래가 암담해 탈북을 결심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당초 체제 기율을 확립하기 위해 2년에 1번씩 본국으로 소환됐던 해외 일꾼들이 3년 넘게 바깥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소환 0순위가 되면서 현실 자각을 하게 됐다는 것. 한 탈북자 출신 인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북한으로 돌아가는 게 나은지 ‘다른 선택’이 옳은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이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천명하며 불법적인 해외 송금 등 자금 흐름을 차단하고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 대북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으로 위법하게 유입될 수 있는 자금 흐름을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감시 감독한 지 1년이 지났다”며 “대북 기조가 바뀌고 한미일 안보동맹이 강화하면서 북한 엘리트들이 결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사이 정부 산하 기관 등에 고위·전문직 출신 탈북 인사를 등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엘리트 탈북민들의 공개 채용을 꺼린 문재인 정부와 대조된다. 최근 해외에 나온 북한 외교관 등의 이탈 조짐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엘리트 출신 탈북 인사들이 통일·대북정책 수립이나 북한 정세 분석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1일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정부 산하 위원회 등에 새로 임용된 고위·전문직 출신 탈북 인사는 최소 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연은 올해 초 탈북 외교관 등 3명을 연구위원으로 임용했고 퇴임했던 탈북민 연구원을 다시 초빙해 탈북 출신 연구원 7명으로 진용을 꾸렸다. 전략연 관계자는 “이들은 북한 매체들의 보도와 지면배치만 보고도 정보를 추출해 내는 능력이나 행간을 해석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며 “앞으로 국가 정책에 이바지할 탈북민들을 더 뽑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올해 2월 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을 수립하기 위해 출범한 통일부 산하 통일미래기획위원회에도 5개 분과마다 5명의 고위직·전문직 탈북민들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체철학을 가르쳤던 대학 교원 출신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66·여)은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을 맡았다. 3월 출범한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증진위원회(12명)에는 탈북민 위원이 3명 참여해 북한 인권 증진 정책 수립 및 공감대 확산 사업 등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2명), 통일교육원 교수(2명)직도 문이 열렸다. 북한에서 정치교육 교원이었던 엄현숙 국립통일교육원 교수(46·여)는 2016년 북한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지난해 7월 교육원에 임용됐다. 엄 교수는 “통일 정책에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우리가 기여할 수 있구나’ 하는 자긍심이 생겼다”며 “우리가 중용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많은 탈북민이나 해외에서 탈북을 시도할 (북한 엘리트)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탈북민들이 정부 기관에 등용되는 것은 ‘먼저 온 통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고위급 탈북 인사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제일 섭섭했던 건 고위급 탈북자들의 상황을 외면했다는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중책을 맡게 된다는 사실이 널리 퍼져야 탈북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도 동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엄 교수는 “고위급 인사들을 방치하면서 그들이 가진 고급 정보를 묵히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고위 탈북인사, 대북문제 해결 플러스 될 것” 안보전략硏 탈북 외교관 인터뷰“지난 정부서 배제돼 배신감 느껴”“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외교관은 (모두) 2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고위급 탈북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반드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해외 지역에서 양자 외교와 정무관계를 담당하다가 탈북한 50대 참사관급 탈북 외교관 A 씨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6년 전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그는 올해 4월 국가정보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으로 임용됐다. A 씨는 “지난 정권에서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에도 다녀봤다”고 했다. 그는 “애초에 미래 세대들의 앞날을 위해 오다 보니 한국 정부에서 우리를 중용해야 할 의무나 기대감이라는 게 없었지만 우리(탈북민)를 배제하고 평화라는 정치적 허울 아래 남북관계를 형성하려는 데 소외감보다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특히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그 배신감이 가장 극대화됐던 지점이라며 “한국을 희망의 등대로 여겼던 2500만 북한 주민들을 저버린 사건”이었다고 평했다. A 씨는 “남북 경색 국면에는 찬밥 신세가 되기 쉬운데 이런 때일수록 제한된 정보를 읽어내 전술전략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게 엘리트 탈북민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 고위 인사들의 중용은 탈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쓰임새를 확신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를) 면담이 아닌 거의 알현한 수준이다.”(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대한민국 국익을 좀더 지켜내기 위해서 공동 협조할 방향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게 외교다.” (이재명 대표) “중국 대사의 고압적이고 고의적인 하대에 입도 벙긋하지 못한 채 저자세로 일관한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됐다는 뜻인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정부·여당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여권은 이날 이 대표를 겨냥해 “숭중(崇中) 사대주의냐”, “중국 공산당 같다”는 노골적 표현을 사용하며 일제히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여권에서는 싱 대사를 외교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金 “굴욕적 사대주의” 李 “폄훼 말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싱 대사의 발언에 어떤 제지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계속 듣고 있었다”며 이 대표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주당 인사들의 과거 중국 우호 발언에는 ‘숭중 사대주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9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정제된 입장을 냈던 것보다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면 중국대사가 아니라 일본대사를 만났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쿠시마의 30배가 넘는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중국의 대사에게 이 문제는 왜 얘기하지 못했느냐”고 했다. 여당도 보조를 맞췄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중국몽에 사로잡혀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굴욕적 사대주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대표의 예고된 참사”라고 썼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중국이 이토록 우리를 우습게 보며 무시하는 것은 결국 싱 대사의 도 넘은 결례에 한목소리로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중국 공산당인 것처럼 편을 들고 나선 민주당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싱 대사의 만찬 초대를 거절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앞서 싱 대사의 만찬 초청을 고사한 것도 정부 여당 간 소통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로서 민생, 경제의 어려움들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야당 대표의 노력에 대해 폄훼를 하고 비난을 가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싱 대사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서도 “당연히 중국 정부의 그런 태도들이 마땅치는 않지만 우리의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국익을 위한 야당 대표의 선의를 왜곡하지 말라”고 성토했다.●與 “中 대사 외교 기피 인물 지정해야”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는 도발적 망발을 일삼는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라”고 초강경 발언을 내놨다. 외교부도 싱 대사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대사의 발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싱 대사를 가만둬서는 안 된다’는 게 외교 당국뿐 아니라 정부 전체 방침”이라며 “본국(중국)의 훈령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싱 대사의 과잉 충성경쟁이라고 보고 있다”라고도 했다.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장관석기자 jks@donga.com김은지기자 eunji@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招致)에 대해 항의했다. 싱 대사가 “(한국이)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우리 정부가 경고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와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이 한중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가 10일 정 대사와의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한국 측이 싱 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교류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강제 소환을 의미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이라는 표현 대신 약속하고 만남을 뜻하는 ‘웨젠’이란 표현을 사용해 항의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아시아 역내 양자 관계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아닌 아시아 다자 관계를 담당하는 눙 부장조리(차관보)를 내세워 한국을 대하는 격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대사가 중국 측 요청으로 눙 부장조리와 면담한 사실을 전하며 “싱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중국 농업농촌부의 초청으로 닝샤 회족자치구를 방문했다가 10일 베이징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중국 외교부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싱 대사의 발언을 두둔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소셜미디어 매체인 ‘뉴탄친(牛彈琴)’은 “현재 중국이 진다는 데 베팅한 사람은 이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국아, 많은 일에 대해 서너 차례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 때가 돼서 또 후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상대국을 겁박하는 발언으로 한국인의 대중(對中) 혐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10일 팡쿤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는 “베팅이나 후회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말이지 한국을 특별하게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다. 왜 한국 정부 공격으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애당초 대한민국을 무시하며 경거망동한 것은 싱 대사였다. 중국이야말로 양국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라“고 비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사진)이 8일 “(해외에서) 탈북한 북한대사관 근무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을 올해 1∼5월 서울에서 만났다”며 “(그들은) 현지에서 실종 처리됐고 한국에 와 이름을 바꾸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들은) 대략 1년에서 2년 전 (한국에) 온 친구들”이라며 “전문 외교관은 아니고 해외에서 무역대표부 직원으로 북한대사관 참사부 등에서 일했다”고 했다. 태 의원은 해외에서 탈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 이별 등을 꼽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외 근무지로 나가지 못한 인원들이 상당해 북한판 ‘이별 가족’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썼다. 또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임기가 끝나 평양으로 돌아가던 중 국경이 막혀 남게 된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저축했던 돈을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은 가족 일부를 데리고 국내로 와 우리 정보당국에 망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다가 최근 행적을 감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부인인 김 씨와 그의 아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일가족을 데리고 온 북한 외교관을 우리 정보당국에서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신병을 확보했다는 건 인근 국가 우리 재외공관 관할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입국 후 본격적인 합동신문조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외교관이 주재했던 구체적인 근무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다 사라진 김 씨와 아들은 북한 총영사관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씨 모자는 수개월 동안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총영사관에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이라고 전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아내와 아들이 최근 동시에 행적을 감춰 러시아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이들이 탈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이 한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우리 당국과 접촉한 적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계기관에서) 행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망명을 시도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던 김금순 씨(43·여)와 박권주 군(15)이 이달 4일 실종됐다고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실종자 소식’ 전단에 따르면 김 씨와 박 군은 이달 4일 택시를 탄 뒤 북한 총영사관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넵스카야 12번가에서 하차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북한 총영사관 직원이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러시아 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7일 웹사이트를 통해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성과 15세 아들의 실종에 대한 정보가 보도됐다”며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의 수사당국은 수사를 시작했고, 부서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 책임자에게 현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몇 년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북한 식당을 총괄 관리했다. 그는 현지 동향을 살피고 북한으로 보낼 상납금을 수금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북한 무역대표부 소속이던 남편 박모 씨가 이 업무를 했지만 수년 전 북한 당국에 의해 소환됐고, 이후 부인인 김 씨가 업무를 대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 씨 모자는 사실상 연금 상태에 있었고 1주일에 한 번 외출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고 했다. 김 씨와 박 군이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를 빠져나와 인근 도시로 피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 당국이) 수배령을 내렸다는 것은 사실상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모자를 찾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이들이 탈북 내지 망명을 위한 루트를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원일 전 천안함장(사진)이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어제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제가 부하들을 죽였다는데 (천안함 장병들을 죽인 것은) 북한의 만행이죠?”라고 물으며 항의했다.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5일) 권 수석대변인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해촉을 요구하는 최 전 함장을 겨냥해 “무슨 낯짝으로 얘기를 한 것인가.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전 함장은 이날 추념식이 끝난 뒤 동아일보에 메시지를 보내 “이 대표에게 항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전 함장은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인데 그(전날) 발언이 대표와 당의 입장인가”라고도 물었다. 또 “입장이 정리되면 조속한 시일 내 연락바란다”며 명함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거렸고, 박 원내대표는 “알겠다”고 했다고 최 전 함장은 설명했다. 최 전 함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선 이 대표에게 “천안함 사고 유족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가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이 대표 등의 답이 올 때까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어제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제가 부하들을 죽였다는데 (천안함 장병들을 죽인 것은) 북한의 만행이죠?”라고 물으며 항의했다.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5일) 권 수석대변인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해촉을 요구하는 최 전 함장을 겨냥해 “무슨 낯짝으로 얘기를 한 것인가.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최 전 함장은 이날 추념식이 끝난 뒤 동아일보에 메시지를 보내 “이 대표에게 항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전 함장은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인데 그(전날) 발언이 대표와 당의 입장인가”라고도 물었다. 또 “입장이 정리되면 조속한 시일 내 연락바란다”며 명함을 전달했다고 했다.이에 이 대표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거렸고, 박 원내대표는 “알겠다”고 했다고 최 전 함장은 설명했다.최 전 함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선 이 대표에게 “천안함 사고 유족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가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이 대표 등의 답이 올 때까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최 전 함장께서 이 대표에게 말하는 장면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천안함 용사에 대한 모욕적 언행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죄하시기 바란다”고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2일 인공위성과 우주개발 기술 탈취 등에 관여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조직 ‘김수키(Kimsuky)’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을 쏜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로, 추가 위성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정면으로 경고장을 날렸다. 한미 양국은 정부 합동 보안 권고문을 내고 “김수키가 사람 간 신뢰·사회적 관계를 이용해 비밀 정보를 획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부는 이날 “김수키를 비롯한 북한 해커조직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기 개발 및 인공위성·우주 관련 첨단 기술을 훔쳐 위성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수키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도 식별 정보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김수키를 독자 제재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8번째다. 지난해 10월 이후엔 북한의 기관 45곳, 개인 43명이 정부 독자 제재 명단에 올랐다. 1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해온 김수키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해커집단이다. 정부가 김수키 소행으로 확인한 대남 사이버 공격만 4건이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문서 유출, 2021년 서울대병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北 ‘김수키’, 군사-에너지 기밀 등 노려 해킹… 한미 “출처 불명 메일 주의” 합동 보안권고 정부, 北해커조직 제재정부가 2일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조직 ‘김수키(Kimsuky)’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도 식별 정보로 함께 공개한 건 최근 김수키가 중소기업에 랜섬웨어를 유포해 시스템을 마비시킨 뒤 비트코인을 받고서야 풀어주는 등 가상자산을 노린 사이버 범죄들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갑 주소가 관보에 게재되고 민간 정보기술(IT) 보안업체 등에 공유되면 북한의 다른 가상자산 지갑 주소들도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수키는 기자, 학자, 연구자 등을 사칭해 전 세계 정부·정치계·학계·언론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스피어 피싱’이라는 맞춤형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통일부 ○○○과입니다” 등 제목의 e메일을 싱크탱크 연구원에게 보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원고를 요청하거나 “정책자문위원 참고자료 보내드립니다”라며 악성 프로그램이 깔린 첨부 파일을 보낸 뒤 피해자가 이를 열면 컴퓨터 내 각종 파일과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식이다. 이렇게 공격해 얻어낸 정보는 북한 정권에 제공된다. 한미 정부는 이날 23쪽짜리 합동 보안 권고문에서 이 같은 김수키의 범행 수법들을 나열하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e메일 등에 대해 주의를 강화하고 강력한 암호 설정 및 다단계 인증 등 계정 보호 조치를 권고한다”고 했다. 앞서 4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김수키는 군사·에너지·인프라 분야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의 기밀 정보도 노려왔다. 보고서는 김수키가 ‘애플시드’라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구매주문서나 신청서 등으로 위장해 군사 기지 보수업체와 원자력발전소 관련회사 등에 배포한 뒤 피해자 계정 정보는 물론이고 컴퓨터 폴더와 파일까지 빼냈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끝내 거부했다. 감사원은 즉각 반발하며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감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선관위는 2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 뒤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감사 거부의 근거로 헌법 제97조에 따라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감사원)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는 수용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선관위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단 감사는 진행할 예정이고 곧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감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이날 퇴직자 4명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근무하던 지방 선관위에서 경력 채용된 사실도 드러나는 등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선관위 “헌법상 감찰대상 아냐”… 감사원 “감사원법상 대상 맞다” ‘자녀 특채’ 감사거부에 ‘강대강’ 충돌선관위 “헌법기관이지 행정기관 아냐”… 감사원 “감사원법 따라 감사 받아야”선관위 “국조-권익위 조사는 수용”… 與 “조사기관을 쇼핑하나” 비판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2일 선관위 보도자료)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2일 감사원 보도자료) 선관위의 ‘아빠 찬스’ 논란이 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충돌로 치닫고 있다. 선관위는 2일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강행 뜻을 거듭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선관위가 끝내 감사에 응하지 않으면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강 대 강’ 치닫는 양 기관 선관위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는 성실히 받겠다면서도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법 조항을 열거하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는 헌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아닌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감사원의 인사 감사 대상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따르면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관련 감사는 각 기관에서 실시하게 돼 있다”는 논리다. 선관위는 이런 결정이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한 선관위원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감사원 감사는 적절치 않다. 사실 욕먹을 각오하면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 권익위 조사, 수사기관 수사는 모두 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전례가 남을 수 있는 감사원 감사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반면 감사원은 “선관위의 선거 관련 관리·집행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한다”면서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고도 반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감사원 감찰에서 제외되는 기관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밖에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논리다. 또 감사원은 선관위가 그동안 인사업무 부당 처리 등으로 감사원에서 직원 징계 요구도 받아온 만큼 이번 감사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16년과 2019년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직원에게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선관위의 감사 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실제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르면 다음 주 선관위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자료 제출에 불응하고 감사를 거부할 경우 선관위를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선관위의 결정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與 “선관위 감사 거부 권한 없어”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 소식에 여당은 “조사 기관을 쇼핑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선관위가 감사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 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터무니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가 아직도 독립성을 부르짖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 선관위의 ‘독립성’은 부패를 위한 장식품에 불과했다”고 성토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선관위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된다는 것이 현행 감사원법의 입법 취지”라며 “선관위가 말하는 헌법적 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해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원이 판단하는 것이지 선관위가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적인 기관이니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선관위가 고용세습을 하고 과거 ‘소쿠리 투표’ 등 선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도 감사를 거절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 국제안보담당 차관(사진)이 1일 북한이 하루 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반대하는(not in favor)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며 “추가 대북제재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한국이 개최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 중인 젱킨스 차관은 이날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yet to see)”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미국)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젱킨스 차관은 “북한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등 불법적이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제재가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그런 사실이 제재의 중요성을 희석(dilute)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북제재 중요성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젱킨스 차관은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을 두곤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끼린 대화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한미 간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에 대해선 “구체적인 전략자산 전개 계획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한이 전날(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반대하는(not in favor)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며 “그래서 추가 대북제재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젠킨스 차관은 1일 오후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성발사체 발사에 대해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선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yet to see)”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물론 미국 주도의 의장성명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겨냥해선 “문제가 있고, 이를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젠킨스 차관은 “북한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등 불법적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제재가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그런 사실이 제재의 중요성을 희석(dilute)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북한에 있어서 대북제재 중요성은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가 “북한의 도발이 잘못됐다는 신호를 보내며 국제사회가 정치적 의지를 갖고 규탄하는 데 힘을 싣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에서 비확산 분야 다자외교를 담당하는 젠킨스 차관은 한국이 개최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에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 중이다. PSI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2002년 12월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스커드 미사일과 화학물질을 예멘에 밀수출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만큼 북한에 대한 견제와 억제 성격이 강하다. 앞서 젠킨스 차관은 지난달 30일 PSI 고위급 회의 후 기자회견에선 “러시아와 이란, 북한을 포함한 많은 도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젠킨스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의 일본 참여에 대해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한미 간에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에 대해선 “구체적인 전략자산 전개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종속회사(자회사)들의 내부거래를 실적 계산에서 빼지 않은 회계 처리 오류로 2021년 매출 및 영업이익 등을 2745억여 원 부풀려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공공기관 회계 처리 적정성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153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지배회사인 한전은 2021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내부거래가 불일치한 1359억 원을 제거하지 않았다. 또 한국남부발전주식회사 등 발전자회사 간의 내부거래인 유연탄 교환거래 1386억 원도 제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대상 기관에 포함된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자회사(종속회사) 6곳 중 4곳이 유연탄 교환거래에 관한 내부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한전이 내부거래 불일치 금액 제거 기준에 따라 제거한 359건(6921억 원)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연결재무제표는 법인이 다르더라도 모기업과 자회사를 한 기업으로 보고 작성한다. 한전이 다른 종속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정대로 종속회사로부터 내부거래 내역을 모두 제출받아 내역과 자료가 일치하는지 보고 해당 내역을 제거한 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전이 원인을 파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원은 한전의 회계 오류 범위가 매출액과 총자산 간 평균 1%로 따지는 표준 중요성 기준 금액에 따라 회계법인이 정한 2800억 원에는 못 미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전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감사원은 한전에 종속회사들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해 오류 재발을 방지하라고 요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겠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29일 공식 통보했다. 지난달 정찰위성 1호기 완성 발표에 이어 이달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위성 발사를 위한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한 지 13일 만이다.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7년 만의 북한의 위성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이 일본에 통보한 ‘해상 위협구역’을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위성을 실은 운반체는 이르면 31일 발사된 뒤 서해상을 따라 비행해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가 항행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사전에 지정된 조정국에 통보해야 한다는 국제해사기구(IMO) 관련 결의에 따라 지정 조정국인 일본 정부(해상보안청)에 위성 발사를 통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관련 규정을 준수한 합법적 위성 발사임을 강조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와 IMO 사무국은 통보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북한이 별도 통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 발사 시 계획을 알려야 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북한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위성 발사 예상 기간 동안 해상에 위협구역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일본 정부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NHK는 “(잔해물 등의) 낙하가 예상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등 총 3곳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이라며 “해상보안청은 이곳에 항행경보를 내리고, 통행하는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위성을 실은 운반체는 발사 직후 충남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230∼300km 떨어진 서해 공해상에 1단 추진체, 제주 해군기지에서 서쪽으로 270∼330여 km 떨어진 서남해 공해상에 페어링(위성 보호덮개)을 각각 떨어뜨린 뒤 필리핀 루손섬 동쪽 약 700∼1000km 떨어진 해상까지 날아가 2단 추진체를 낙하시키는 경로로 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7년 전 광명성 4호를 실은 운반체(광명성) 발사 때와 유사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끝내 발사를 강행하면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어떤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정부 “北 위성발사 불법… 강행땐 응분의 대가” 대통령실 긴급 NSC상임위 열어“동향 예의주시… 한미일 공조 대응” 국가안보실은 29일 정찰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 공개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해 보고하고,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조 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아닌 ‘발사 예고’를 두고 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압도적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북한의 도발 징후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위성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31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개한 데 대해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29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사실상 3년 넘게 외부와 대화를 끊고 한미일을 겨냥한 도발을 해온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북한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달아 실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일본 납치자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북한에 납치 생존자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담화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 내가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납북 문제에 임해 왔다”며 “그것을(납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했다. ● 北 “日과 만나지 못할 이유 없어”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27일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대화가 가능하다고 공식 답변한 것. 일본은 1970, 80년대 일본에서 실종된 사람 다수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며 북한에 납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북한은 일본인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당시 생존해 있던 납북 일본인 5명을 일본으로 귀환시켰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치자 부모 세대 중 생존자는 요코타 메구미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 씨(87) 등 2명뿐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은 올 2월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대북 인도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 일본인 납치 관련 북-일 입장 달라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차관급을 내세웠고 양국 간 일본 납북자 문제 관련 입장이 상반된 만큼 실제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 부상도 “기시다 수상이 ‘전제조건 없는 조일(북-일) 수뇌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며 “말이 아닌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와 우리 국가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면서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 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괜한 시간 낭비”라고도 했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북한의 핵무력 강화 등도 일본이 문제 삼지 않아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인 17명이 납북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귀환시킨 5명을 제외한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온 적도 없다면서 납치 사건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엄마가 왔다!” 29일 오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김모 군(11)과 김모 양(8)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 환영합니다’란 환영 문구를 담은 스케치북을 든 채 초조하게 입국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엄마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단숨에 달려가 안겼다. 엄마 조모 씨는 20일 친정 가족과 태평양 휴양지 괌으로 여행을 떠난 지 9일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괌을 덮친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하나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29일 오후 8시 45분경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88명을 태운 진에어 LJ942편이 한국 땅에 착륙하자 기내에선 승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29일 오후 괌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되면서 이날 밤 진에어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타고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했다.● 고립됐던 관광객, 인천공항으로 속속 입국 28주 차 임신부 정소희 씨(33)도 이날 12일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태교 여행차 괌을 찾았던 정 씨는 “혹시 한국에 못 올까 봐 불안했는데 한국 땅을 다시 밟으니 이제야 고국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고 했다. 23일이던 귀국 예정일보다 엿새 늦게 도착한 조모 씨(38)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고 했다. 위한솔 씨(35)는 대한항공 KE8422편으로 29일 밤 1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위 씨는 이날 출발 직전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족들과 물을 구하러 마트를 돌다가 세 번째 마트에서 허탕을 치고 이동하던 중 탑승 확정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고 다시 울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또 “도움을 준 영사관 관계자와 교민들, 현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괌으로 떠난 비행기는 모두 11편이다. 외교부는 30일까지 이 비행기들을 타고 약 2500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늦어도 31일까지는 귀국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모두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을 약 34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드디어 ‘괌옥’ 탈출” 괌 현지에선 기존에 예약했던 항공사의 항공편 출발 순서대로 관광객에게 대체 항공편을 배정하고 있다.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귀국 항공편 확정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22일 남편과 함께 신혼여행을 왔던 A씨(32)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괌옥’(괌+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30일 오후 5시 항공편으로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하루만 더 버티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 괴로웠던 신혼여행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괌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체 항공편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당초 괌 공항이 다음 달 1일 운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공편을 그 후로 변경한 관광객들은 대체 항공편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현지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어머니 환갑을 맞아 인천 남구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는 강모 씨(28)는 “공항 운영 재개 날짜에 맞춰 다음 달 2일 항공편으로 변경했는데 당장 재변경이 안 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며 “공항에 가 대기하고 싶어도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안 좋아 곁을 떠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조금이라도 출발 시간이 빠른 항공편 잔여석을 구하기 위해 괌 공항을 찾아 대기했다. 딸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고립됐다는 권선옥 씨(63)는 “괌 공항에서 대기 명단을 작성한 뒤 간신히 29일 오후 출발하는 잔여석을 얻어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인천=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과 태평양도서국(태도국) 14곳은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사촌’입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처리와 방류에 대한 태도국의 기본 입장은 우리와 유사합니다.”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태도국 정상회의’ 개최를 나흘 앞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오염수 방출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있을 때에만 시행돼야 한다는 게 태도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한 뒤 “정부의 우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공조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는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제5차 한-태도국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 등을 다녀온 뒤 열리는 만큼 시찰단의 현지 방문 내용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발표 전 최신 상황을 태도국과 공유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정상회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틀을 벗어나 인도태평양 역내 문제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다자국제회의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태도국과 본격적인 경제안보협력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 장관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도국과 한국의 관계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기후변화와 해양수산환경, 인적 교류 등 한국이 태도국과의 협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구 환경을 잘 보존해 후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회복력(resilience)을 증진시키는 협력 구상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아직은 제한적인 한국과 태도국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지역 개발과 보건 의료, 교육역량 강화 등 태도국이 원하는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며 태도국 맞춤형 K노하우와 협력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국민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항공 노선이라든지 문화 교류, 관광 등 프로그램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