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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고위공직자 비위를 조사하기 위한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하면서 조사팀 사무실로 쓰겠다며 사이버작전사령부(사이버사)가 사용 중인 서울 용산 일대 건물 중 일부를 비워 달라고 통보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군 내부에선 “언제까지 대통령실은 통보하고 군은 대책 없이 쫓겨나는 일이 반복돼야 하느냐”는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실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이달 초 사이버사 건물 중 하나인 ‘정보체계단’으로 찾아와 1층 일부를 비워 달라고 통보했다. 총 4층 규모인 정보체계단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함께 쓰는 부지의 후문 밖에 있다. 공직비서관실 관계자들은 1층 리모델링을 거쳐 해당 사무실을 비위 첩보가 수집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실로 쓰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신설되는 감찰조사팀에는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파견돼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해당 관계자들이 다음 주부터라도 조사팀이 들어와 사용해야 하니 최대한 빨리 비워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며 “1층 사무실 일부를 사용하던 군 인력들을 이동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지만 대통령실 차원의 통보인 만큼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의 국방부 이전에 따라 국방부 별관을 사용하던 사이버사는 경기 과천의 국군방첩사령부 등으로 분산 이동했다. 용산 일대에 남은 사이버사 관련 사무실 및 부대는 정보체계단과 교육훈련단 등 일부 건물뿐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국방부 신청사를 대통령실에 내줬다. 국방부 장관실 정책실 등 핵심 부서가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옮겼다. 합참 일부 부서는 영내 국방시설본부 건물로 이동하는 등 연쇄 이동이 일어나면서 군 내부에선 “대통령실이 별다른 대책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통보만 한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현재도 대통령 경호처 인력들의 상주 공간이 부족해 국방부 영내외 건물 사용 방안을 대통령실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대통령실 사정도 이해하지만 최소한 이동 대책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이전을 통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 무인기가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소형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작전에 돌입하는 ‘두루미’가 발령되기까지 1시간 반 넘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무인기를 활용한 도심 테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늑장 대응으로 안보 구멍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군 당국이 진행 중인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한 전비 태세 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일 공군작전사령부가 ‘두루미’를 발령한 시간은 침범 당일 낮 12시 전후였다. 육군 1군단의 국지 방공레이더에 경기 김포 일대의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최초로 포착된 건 오전 10시 19분. 6분이 지난 10시 25분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고도 1시간 반이 넘게 지나서야 무인기와 관련한 방공 작전 태세를 일제히 격상하는 ‘두루미’를 발령한 것이다. 미상 항적이 새떼나 풍선 등으로 최종 판정되는 경우가 많아 작전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루미’ 발령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늦은 조치다. 특히 ‘두루미’가 발령된 시간은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을 침범해 용산 코앞인 중구 일대를 훑고 지나간 뒤였다.1군단, 北무인기 침범 확인하고도 합참-수방사엔 안알려 ‘작전 태세’ 늑장 발령동시 전파 어기고 지작사에만 보고수방사, 무인기 서울 침입 무렵에야자체 레이더로 파악한뒤 대응 나서 지난해 12월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 조사 결과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실시간 상황 전파·보고·공유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육군 1군단은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다가오는 비행 물체가 무인기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도 이런 상황을 즉각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1군단은 핵심 방호 시설인 대통령실을 포함해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부대인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도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파하지 않아 촌각을 다투는 작전에서 수방사는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합참도 전파 받은 내용을 수방사와 즉각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군 당국의 무인기 침범 관련 전비 태세 검열 중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군단은 비행 물체를 북한 무인기로 평가한 당일 오전 10시 25분 이를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1군단은 수십 분이 지나서야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무인기 남하와 같은 긴급 상황은 이를 최초 식별한 부대가 합참은 물론이고 지작사, 수방사 등 작전 부대에 실시간으로 동시 전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1군단의 보고가 지연되면서 합참은 물론이고 수방사도 무인기 침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군단으로부터 뒤늦게 무인기의 침범을 보고받은 지작사가 합참에 이 사실을 전파한 시간은 무인기 항적이 1군단 레이더에 포착된 이날 오전 10시 19분에서 약 1시간 지난 오전 11시 10분 이후로 알려졌다. ‘깜깜이 상황 전파’에 무인기 침범 소식을 모르고 있던 수방사는 수방사 방공여단이 운영하는 레이더로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상황을 자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무인기 5대 중 1대가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 끝인 서울 중구 일대를 침입했을 무렵이었다. 용산 대통령실 코앞까지 무인기가 다다랐을 때에야 이 상황을 뒤늦게 수방사가 인지한 것. 수방사는 오전 11시 27분이 돼서야 대응 작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이를 합참에 전파했다. 이때는 이미 합참도 지작사로부터 상황을 전파받은 뒤였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8일 “1군단과 수방사 간에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도방위사령관 출신 예비역 장성은 “1군단은 합참과 수방사에 우선 상황을 동시에 전파했어야 맞다”며 “비행 물체는 시속 수백 km로 속도가 워낙 빨라 1분 1초라도 빠른 상황 전파가 대응의 핵심이다. 전파 속도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했다. 합참 출신 예비역 장성은 “상황 공유가 실시간으로만 됐어도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부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상황 전파 탓에 적 무인기 침범 상황 발생 시 공군작전사령부가 발령하는 ‘두루미’도 이날 낮 12시가 돼서야 발령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북한 무인기 침투에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군도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라고 지시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먼저 도발해 우리가 자위권 차원의 상응조치를 취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 무인기가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소형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작전에 돌입하는 ‘두루미’가 발령되기까지 1시간 반 넘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무인기를 활용한 도심 테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늑장 대응으로 안보 구멍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군 당국이 진행 중인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한 전비 태세 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일 공군작전사령부가 ‘두루미’를 발령한 시간은 침범 당일 낮 12시 전후였다. 육군 1군단의 국지 방공레이더에 경기 김포 일대의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최초로 포착된 건 오전 10시 19분. 6분이 지난 10시 25분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고도 1시간 반이 넘게 지나서야 무인기와 관련한 방공 작전 태세를 일제히 격상하는 ‘두루미’를 발령한 것이다. 미상 항적이 새떼나 풍선 등으로 최종 판정되는 경우가 많아 작전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루미’ 발령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늦은 조치다. 특히 ‘두루미’가 발령된 시간은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을 침범해 용산 코앞인 중구 일대를 훑고 지나간 뒤였다. 대비태세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최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시설 점검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북한이 무인기로 영토를 침범하는 등 중대 도발에 나설 경우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 중인 정부가 그 사전 작업으로 확성기 시설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송 재개에 대비해) 기존 대북 확성기 방송 장비 등을 정비 중이다.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금지한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일명 대북전단금지법) 해당 조항 처벌 근거도 사라지는 만큼 법률적으론 방송 재개에 걸림돌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과거 최전방 부대의 대북 확성기를 설치한 장소에서 우선적으로 시설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새 장비를 추가 구매하진 않았다고 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영토 침범 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는 등 (중대) 도발을 해도 방송을 재개할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도발 시) 윤석열 대통령 결정으로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판단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확성기, 30km밖 北주민 마음 흔들어… 정권 위협할 ‘무기’ 정부, 확성기 재개 대비 점검 北실상 다룬 뉴스-가요 등 틀어남한방송 신뢰도 높아, 군인 귀순도北, 맞불방송-조준타격 반발 예상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응 카드로 활용해왔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2015년), 4차 핵실험(2016년) 등 도발에 나섰을 때 그 직후 방송을 전격적으로 내보낸 것. 다만 이후 중단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현재는 남북 관계 해빙기였던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른 신뢰 조치로 대형 확성기를 모두 철거해 4년 9개월간 방송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대북 압박 카드를 제외하면 확성기는 우리 정부 결심만으로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핵심 비대칭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고출력 스피커로 북한군·주민 동요 유발앞서 2018년 철거 직전 최전방경계부대(GOP) 일대 전방지역 10여 곳에 설치돼 있던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는 40여 대였다. 이들은 모두 해체 상태로 보관돼 왔다. 군은 주기적으로 이 장비들을 관리해 왔지만 최근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2018년 당시 동∼서부전선에 배치됐던 확성기 철거 작업은 사흘 만에 완료됐다”면서 “다시 배치하는 작업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식·이동식 확성기에는 고출력 스피커가 있다. 이 스피커를 통해 20∼30km 전방으로 북한 실상을 다룬 뉴스, 기상 정보, 가요 등을 방송하면 북한군 부대는 물론이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소리가 닿는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북한군 내부에서도 확성기 방송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는 치명적인 대북 심리전 무기다. 앞서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확성기 방송은 과거보다 지금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요즘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은 고향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해 온 세대”라면서 “그만큼 남한 언어에 친숙하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 효과를 반영하듯 과거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겨냥해 “역적패당이 밤낮으로 불어대는 비방 중상 나발”(2012년 4월), “비무장지대를 새로운 북침전쟁의 도폭선으로 만들어놓으려는 괴뢰들의 흉심”(2016년 7월)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2015년 8월에는 DMZ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이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 참석자들은 목함지뢰 도발에 공식 유감을 표하는 대신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회담에 참석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다”고 말했다.○ 北 ‘맞불 방송’ ‘조준 타격’ 반발 가능성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북한은 우선 ‘맞불 방송’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출력이 약해 남측 전방지역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사정이 열악한 만큼 방송시간 역시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가동해도 맞불 방송 목적이라기보단 북한군이나 주민들의 대북 확성기 청취를 방해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이 2015년처럼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 타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고 존엄 모독’ 등 명분을 내세우면서 철거 시한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남측이 거부할 경우 총·포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군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 도발에 대비해 최전방 경계 및 화력 대기 태세를 격상하는 등 만반의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응 카드로 활용해왔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2010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2015년), 4차 핵실험(2016년) 등 도발에 나섰을 때 그 직후 방송을 전격적으로 내보낸 것. 다만 이후 중단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현재는 남북 관계 해빙기였던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른 신뢰 조치로 대형 확성기를 모두 철거해 4년 9개월간 방송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대북 압박카드를 제외하면 확성기는 우리 정부 결심만으로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핵심 비대칭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고출력 스피커로 북한군·주민 동요 유발 앞서 2018년 철거 직전 최전방경계부대(GOP) 일대 전방지역 10여 곳에 설치돼 있던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는 40여 대였다. 이들은 모두 해체 상태로 보관돼왔다. 군은 주기적으로 이 장비들을 관리해왔지만 최근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2018년 당시 동~서부전선에 배치됐던 확성기 철거 작업은 사흘 만에 완료됐다”면서 “다시 배치하는 작업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식·이동식 확성기에는 고출력 스피커가 있다. 이 스피커를 통해 20~30km 전방으로 북한 실상을 다룬 뉴스, 기상정보, 가요 등을 방송하면 북한군 부대는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까지 소리가 닿는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은 물론 북한군 내부에서도 확성기 방송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는 치명적인 대북 심리전 무기다. 앞서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확성기 방송은 과거보다 지금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요즘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은 고향에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해 온 세대”라면서 “그만큼 남한 언어에 친숙하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 효과를 반영하듯 과거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겨냥해 “역적패당이 밤낮으로 불어대는 비방 중상 나발”(2012년 4월) “비무장지대를 새로운 북침전쟁의 도폭선으로 만들어놓으려는 괴뢰들의 흉심”(2016년 7월)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2015년 8월에는 DMZ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이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 참석자들은 목함지뢰 도발에 공식 유감을 표하는 대신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회담에 참석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北 ‘맞불방송’ ‘조준타격’ 반발 가능성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북한은 우선 ‘맞불 방송’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출력이 약해 남측 전방지역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사정이 열악한 만큼 방송시간 역시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가동해도 맞불 방송 목적이라기 보단 북한군이나 주민들의 대북 확성기 청취를 방해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이 2015년처럼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타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고 존엄 모독’ 등 명분을 내세우면서 철거 시한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남측이 거부할 경우 총·포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군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 도발에 대비해 최전방 경계 및 화력 대기 태세를 격상하는 등 만반의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절차에 앞서 대북 확성기 시설 점검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판단으로 9·19합의 효력이 정지될 시, 곧장 대북 확성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장비 정비에 먼저 들어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재개의 구체적 조치인 기존 방송 장비 등 시설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라며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과 절차가 남아있지만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사전 대응 카드 준비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최전방 부대에서 과거 대북 확성기가 설치돼있던 장소 중심으로 시설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관련 아직 새 장비를 추가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기존 장비를 정비하면서 방송 재개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재개 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 할지, 아니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나 핵실험급 도발 재개 시에 방송을 재개할지는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장 높은 수위의 대북 대응카드로 보고 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을 직격해 내부 동요를 이끌어내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우리 군의 ‘비대칭 전력’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대북 대응카드로 확성기 방송 재개에 필요한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향후 영토침범 등 북한의 ‘중대 도발’시 최전방경계부대(GOP)를 중심으로 서부~동부 전 전방전선 일대에 대북 확성기가 즉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우리 군은 5월부터 전방지역 10여 곳에 설치된 고정식·이동식 대북확성기 40여 대를 철거한 바 있다. 대북 확성기 재개 여부는 NSC의 최종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합의 효력 정지가 시행되고 북한이 군사분계점을 넘어오는 등 도발하면 대북 확성기 재개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정부와 군이 비행금지구역(P-73) 축소를 추진할 당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북한 무인기 등 공중 위협 우려를 들어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수도권을 방어하는 작전 부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축소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까지 남하한 북한 무인기의 대응 작전에 부실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 종 500대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자폭형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방사는 지난해 5월 합동참모본부에 “적(북한)의 공중 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 위협이 감소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P-73 공역을 줄여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정부와 군은 P-73을 용산 집무실 인근 반경 약 3.7km(2해리)로 축소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원래 P-73은 청와대 중심으로 A구역(반경 3.7km)과 B구역(4.6km) 등 총 8.3km(4.5해리) 반경에 설정돼 있었다. 수방사가 보낸 공문엔 “P-73 공역을 줄이더라도 최소 약 5.6km(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하지만 P-73은 (B구역을 없애면서) 용산 집무실 반경 약 3.7km로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북 무인기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군은 지난달 서울까지 내려온 북한 무인기 1대가 P-73의 북쪽 끝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구체적인 침범 위치와 거리, 고도 등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는 종로구와 중구, 중랑구 일대까지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 대통령실까지는 약 4km 거리다. 앞서 군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가능성을 강력 부인해 오다가 이날 말을 바꿨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작전요원이 깜빡거리면서 점 형태로 찍힌 레이더 항적을 무인기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사후 분석 과정에서 (항적으로 포착된) 점과 점 사이를 이어 보니 북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가 P-73을 스치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 3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를 보고받고 공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침범한 뒤 8일 만에야 무인기가 P-73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지난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정부와 군이 비행금지구역(P-73) 축소를 추진할 당시 육군 수도방어사령부가 북한 무인기 등 공중 위협 우려를 들어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수도권을 방어하는 일선 부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축소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까지 남하한 북한 무인기의 대응 작전에 부실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 종 500대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자폭형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방사는 지난해 5월 합동참모본부에 “적(북한)의 공중 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 위협이 감소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P-73 공역을 줄여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정부와 군은 P-73을 용산 집무실 인근 반경 약 3.7km(2해리)로 축소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원래 P-73은 청와대 중심으로 A구역(반경 3.7km)과 B구역(4.6km) 등 총 8.3km(4.5해리) 반경에 설정돼 있었다. 수방사가 보낸 공문엔 “P-73 공역을 줄이더라도 최소 약 5.6km(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지난해 5, 6월 국방부와 합참, 수방사,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이 수차례 공역 축소 관련 토의를 진행할 때도 수방사는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하지만 P-73은 (B구역을 없애면서) 용산 집무실 반경 약 3.7km로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북 무인기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군은 지난달 서울까지 내려온 북한 무인기 1대가 P-73의 북쪽 끝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구체적인 침범 위치와 거리, 고도 등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는 종로구와 중구, 중랑구 일대까지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 대통령실까지는 약 4km 거리다. 앞서 군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가능성을 강력 부인해 오다가 이날 말을 바꿨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작전요원이 깜빡거리면서 점 형태로 찍힌 레이더 항적을 무인기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사후 분석 과정에서 (항적으로 포착된) 점과 점 사이를 이어보니 북한 무인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떼나 기구 등으로 오판해 항적이 무인기 흔적이라는 평가를 하기까지 일주일 넘게 걸렸다는 것이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3D관에서 일명 ‘초장 사태’가 벌어졌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러 온 한 관객이 회를 가져와 초장에 찍어 먹으며 관람하는 바람에 초장 냄새가 상영관에 진동한 것. 문제의 관객이 “쩝쩝” 소리까지 내며 요란하게 회를 먹는 바람에 “역대급 ‘관크(관객 크리티컬·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관 안에서 어떤 음식까지 취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도 달아올랐다.● “팝콘 냄새도 싫다” vs “매점에서 잡채밥도 파는데”현재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강한 냄새로 영화 관람 시 다른 고객에게 방해가 되는 품목은 취식 후 입장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실제로는 외부 음식 반입 및 취식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고에 따라 2008년부터 영화관 내에 매점에서 파는 것뿐 아니라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해졌다. 상영 전 관람 에티켓을 알리는 영상에서도 휴대전화 사용 자제나 앞자리를 발로 차지 말아 달라고 안내할 뿐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관람 에티켓 영상에 ‘하지 말라’는 내용이 많은데 음식 제한 내용까지 추가하면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불쾌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장 사태’를 계기로 일부 관객들은 상영관 내 음식 반입을 제한해 달라고 적극 요구하고 있다. “팝콘 냄새도 너무 강해 관람에 집중할 수 없다”는 관객도 꽤 된다. 이들은 아예 음식 자체를 반입할 수 없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극장 측은 신중한 분위기다. 영화관 매점에서 냄새가 강한 음식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CGV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점에서 ‘떠먹는 잡채밥’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도 식품업체와 손잡고 ‘불닭컵치밥’ 등 냄새가 강한 음식도 이벤트성으로 판매했다. ‘상영관 밖에서 음식을 먹고 입장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지만 상영관 안으로 갖고 들어가도 딱히 제재하지는 않는 실정이다. 또 다른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관 매점에서 여러 음식을 파는 만큼 냄새가 강한 음식의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며 “영화관 내 취식 품목은 관객 개개인이 에티켓과 상식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음식 반입 안 되는 상영관 분리” 요구도‘초장 사태’ 같은 일이 상영 중에 발생하더라도 영화관 측이 해당 관객을 제재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영화관 직원이 상영 중 들어가 관객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 자체가 다른 이들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는 ‘초장 사태’ 당시 항의하는 관객 2명에게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돌비시네마에서 3D 영화를 볼 수 있는 2만4000원 상당의 관람권을 각각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일부 관객들은 강한 냄새의 기준도 모호하므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영관’과 ‘음료 외에는 취식이 안 되는 상영관’을 분리하자고 제안한다. 외부 음식 반입을 막을 수 없다면 관객 성향에 따라 상영관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걸 막거나 취식 제한 품목을 일일이 정하는 건 어렵다”며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예매 애플리케이션에 관련 공지 사항을 넣는 등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해 이달 3일까지 관객 180만 명을 모은 뮤지컬 영화 ‘영웅’에는 무심한 이들조차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눈물 일등공신’이 있다. 안중근 의사(정성화)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로 열연한 배우 나문희(82)다. 그가 사형을 앞둔 아들의 수의를 지으며 부르는 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가 나오면 영화관 안은 눈물바다가 된다.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노래가 갖은 기교로 무장한 노래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나한테 아직도 이런 힘이 있었나. 깜짝 놀랐어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4일 만난 나문희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윤제균 감독이 다른 배우들이 노래할 때 내 노래를 틀어줬다고 하더라. 그런 감정으로 노래하라는 의미였다. 인정해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처음에는 형무소 담벼락 앞에서 라이브로 녹음됐다. 전체 곡을 한 번에 부르는 방식으로 10여 번이나 촬영했다. 그런데 윤 감독이 “뭔가 아쉽다”며 나문희에게 안중근 의사 고향집 방 안에서 부르는 것으로 다시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나문희는 “어차피 형무소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같이 늙으면 건망증이 심해져서 고생한 생각이 잘 안 난다”며 웃었다. 그는 조 여사 역할을 제안 받고 선뜻 이를 수락하지 못했다. 아들에게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조 여사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자기 자식을 희생시킬 수 있었을까. 아직도 다 공감하진 못하겠다”며 “자식은 열 살이어도 쉰 살이어도 아이 아니겠나. 내가 아무리 잘 표현했다고 해도 조 여사 마음보다는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한 사명감도 밝혔다. 그는 “픽션 속 캐릭터를 다룬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자세로 임하게 됐다”며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앞으로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도 도전해 쇼트폼 영상을 즐기는 젊은층을 만나고 있다. 그가 ‘하이킥’에서 유행시킨 ‘호박고구마’에 열광하는 이들이다. 극 중 그가 “고구마호박”이라고 하자 며느리(박해미)가 “호박고구마”라고 계속 지적한다. 이에 화가 난 그가 “그래, 호박고구마”라며 절규하듯 여러 차례 외친 장면이 큰 화제가 됐다. “내가 이렇게 항상 움직인다는 게 참 좋아요. 나이 먹었다고 굳어지는 거 싫거든요. ‘호박고구마’처럼 가벼운 작품을 많이 하며 재밌게 놀다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라고 카메라 앞에서 무거울 필요는 없잖아요.(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 향년 95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매우 고결하고 친절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그를 교회와 세계에 선물한 신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애도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해 사흘간 공개한다. 장례 미사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05년 제265대 교황에 올랐다. 2013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독일 뮌헨대와 프라이징대에서 철학, 신학을 공부했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53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1969년 뮌스터대, 프라이징대, 튀빙겐대 강단에 섰다. 1977년 추기경에 임명됐고 1981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바티칸에 입성했다. ‘진리의 수호자’란 사목 표어처럼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에 위배되는 사상과 무신론 등과 맞서 싸웠다. 프랑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10개 언어에 능통해 ‘21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렸다. 집필한 책만 60권이 넘는다. 예수의 실체를 둘러싼 각종 주장을 반박한 ‘나자렛 예수’는 ‘반(反)다빈치 코드’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었고 고양이를 좋아했다. 역대 교황들이 와인을 즐겼지만 독일 출신인 고인은 맥주 애호가였다. 보수 성향의 고인은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는 2019년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으로 제작됐고 동명의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자 힘썼다”고 애도했다. 명동대성당에는 이날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됐고 전국 성당에도 분향소가 설치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2일 공식 분향소를 설치한다.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은 7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고인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뮌스터대에서 학생신부로 유학할 당시 교수로 그를 가르쳤다. 2006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같은 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천주교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믿음과 원칙에 따라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라고 추모했다. 한편 고인의 선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이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문제로 사임 가능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전임 교황이 2명일 경우 신임 교황에게 부담이 돼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빠른 비트의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인공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송태섭을 시작으로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가 연필로 스케치되는 방식으로 차례로 완성된다. 이 5인은 나란히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전설이 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북산고 농구부 5인이다.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프닝 영상만으로도 원작 ‘슬램덩크’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슬램덩크’는 1992년 국내에서도 연재가 시작돼 두꺼운 팬덤을 만든 작품. 이를 보며 자란 세대에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오프닝은 추억 속 친구들과 20여 년 만에 재회한 느낌을 준다.1990년대에도 TV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나온 바 있다. 이들과의 차이점은 원작자인 일본 만화계 전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영화는 북산고와 전국 최강 산왕공고가 맞붙는 전국 고교 농구 선수권대회의 한 경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20여 점 차로 뒤지던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렸다.영화 속 농구 장면은 실제 농구 경기처럼 생생하다. 농구 코트와 농구화가 맞닿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와 선수 각각의 감정을 담아낸 표정까지 생동감이 넘친다. 북산고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고릴라 덩크’ 등 명장면과 “왼손은 거들 뿐” 등 명대사도 그대로 등장해 추억을 소환한다.원작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것. 경기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끌어가는 동시에 송태섭의 가족사 등 원작에 없던 이야기를 추가해 감동을 주며 완급을 조절한다.이 영화는 일본에서 이달 3일 개봉해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슬램덩크’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베이스 기타 소리와 함께 빠른 비트의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인공 5인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만화가가 연필로 직접 스케치하는 방식의 연출로 먼저 스크린 한 편에 송태섭이 그려진다.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도 차례로 완성된다. 완전체가 된 이들 5인은 가로로 나란히 선 채 약간은 거만한 표정으로 당당히 걸어 나온다. 어떤 강팀도 무너뜨릴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이들은 전설이 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북산고 농구부 5인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프닝 영상만으로도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오랜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슬램덩크’는 1992년 한국에서도 연재가 시작됐고, 이후 31권짜리 단행본이 발간되면서 두꺼운 팬덤을 만든 작품. 이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오프닝 장면은 추억 속 친구들과 20여 년 만에 재회한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만화책 속 캐릭터들이 스크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울컥하게 만든다. 1990년대에도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영화가 나온 바 있다. 이들과의 차이점은 이 영화는 이 만화 원작자인 일본 만화계의 전설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그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관객이 기뻐할 것”이라며 감독은 물론 각본까지 맡았다. 상영시간이 125분으로 제한돼있는 만큼 영화는 북산고 5인과 전국 최강 농구부 산왕공고 5인이 맞붙는 전국 고교 농구 선수권 대회의 한 경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후반전 20여 점 차로 뒤지던 북산고 5인이 산왕공고를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영화 속 농구 장면은 실사가 아님에도 실제 농구 경기처럼 생생하다. 농구 코트와 농구화가 맞닿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와 선수 한 명 한 명의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표정, 땀방울까지. 영화 속 농구 코트는 실제보다 더 생동감 넘친다. 북산고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이른바 ‘고릴라 덩크’, ‘불꽃 남자’ 정대만의 3점 클린 슛,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자칭 천재 강백호의 종잡을 수 없는 활약 등 만화 속 포인트들을 그대로 되살린 장면들이 많다. “왼손은 거들 뿐” “전국 제패” “포기를 모르는 남자‘ 등 만화 속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선 19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원작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가드 송태섭이라는 것. 영화는 북산과와 산왕공고의 대결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시에 송태섭의 가족사 등 원작에 없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새로 추가해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완급 조절을 시도한다. 다만 상영시간이 짧아 5인이 어떤 관계인지 생략된 부분이 많은 만큼 원작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이달 3일 먼저 개봉한 이후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슬램덩크’의 식지 않은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도 30대 이상 원작 팬들이 많은 만큼 이 영화가 ‘아바타: 물의 길’의 기세를 누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0, 40대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모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안태진 감독은 신문 TV에서 자신이 연출한 영화 ‘올빼미’를 소개해도 남일 같기만 하다. 다른 감독이 만든 영화 얘기처럼 들린다. 안 감독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안태진이라는 이름을 말해도 내 이름 같지가 않다”며 “내 영화가 개봉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올빼미’는 인조실록에 실린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기록에서 출발한 스릴러물이다.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는 기록에 빛이 없을 때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는 가상 인물과 탄탄한 서사를 더해 흡인력 넘치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손익분기점 210만 명은 일찌감치 넘었고, 27일 기준 관객 313만 명을 모았다. 14일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하기 전까지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올해 개봉 영화 중 최장 기간 1위 기록을 세웠다. 그는 “‘아바타만 아니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많다”며 웃었다. 평단과 관객은 ‘올빼미’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섬세한 연출력과 이야기의 폭발력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 감독은 한국 나이로 올해 51세. 또래 감독들이 거장 반열에 오르는 시기에 ‘올빼미’로 데뷔한 신인이다. 그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년)의 조감독이었다.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그도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만 해도 2년 안에 데뷔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첫 메가폰을 잡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왕의 남자’ 촬영이 끝난 후 시나리오 집필에 착수했고 1년 만에 ‘다이버’라는 가제의 누아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를 영화사에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으면 답을 줘야지’ 하며 욕도 많이 했어요. 생각해 보니 피드백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던 거죠.(웃음)” 야심 차게 써내려간 첫 시나리오는 졸지에 혼자만의 이야기가 됐다. 이후에도 작업은 번번이 엎어졌다. ‘올빼미’ 전까지 쓴 시나리오나 트리트먼트(시놉시스보다 더 구체화된 개요)만 10편. 모두 투자와 캐스팅에 실패했다. 3년 가까이 매달려 완성한 액션 누아르 시나리오는 2011년쯤 유명 배우를 섭외해 제작 문턱까지 갔지만 투자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이때 가장 크게 좌절했다. 다행히 그 좌절은 짧고 굵게 끝났다. “그렇게 엎어진 후 가장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게 됐어요. 엎어졌다고 아무것도 안 쓰면 다 끝나는 거잖아요. 뭐라도 해야 희망이 생기니까…. 노트북부터 폈죠.” 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여겼을 때 희소식이 날아왔다. ‘올빼미’가 캐스팅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것. 지난해 초였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영혼을 갈아 넣었다. 지난해 촬영 종료 이틀 전까지 시나리오를 고쳤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감독 혼자만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배우, 스태프의 사소한 의견까지 반영해 수정을 거듭했다. 그는 “겁이 나서 시나리오를 계속 고쳤다”며 “영화가 개봉하면 나는 매장되는 것 아닌가,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납득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와 싸우며 촬영했다”고 했다. “망했다. 큰일 났다”고 매일 스스로를 다그치며 빈틈을 하나둘 메워갔다. ‘왕의 남자’를 개봉한 2005년에 결혼한 아내는 회사를 다니며 17년간 가장 역할을 했다. “아내는 한 번도 돈 벌어 오라거나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대신 격려도 안 했어요.(웃음)”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택배 일을 했다. 당시 맡은 구역이 하필 충무로였다. 영화사에 배달 가면 물건만 놓고 스리슬쩍 나오길 반복했다. 새벽 우유 배달로 한 달 100만 원가량 벌기도 했다. 당시 깨달은 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영화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이었다. 데뷔작이 잘못되면 다시는 영화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불안감은 모든 내공을 쏟아붓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불안과 사투를 벌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화 시작 50분쯤 소현세자가 독살당하고 내의원 침술사 경수(류준열)가 이를 목격하는 장면을 기점으로 관객은 스크린 속 세상에서 내달리게 된다. 안 감독은 “그 장면에서 관객을 잡아채지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3번 혼자 영화관에 가서 관객 반응을 보니 그 장면에서 자세를 고쳐 앉으시더라. 휴대전화를 보는 분도 없어서 뿌듯했다”며 웃었다. “가장 기분 좋은 평은 ‘팝콘 사들고 가서 하나도 못 먹었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목표한 걸 이뤘다고 입증해주는 평이라 정말 좋았어요.” 17년간 꺾이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꽃을 피웠다. 연출 제의가 쏟아지고, 과거 거절당했던 시나리오도 재조명받고 있다. 그는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했다. 그는 좌절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솔직히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루틴의 힘’을 강조했다. “눈 뜨면 카페에 가 뭐든 글을 썼어요. 사소하더라도 내일 해야 할 일을 만들어둔 것 역시 버텨낸 힘이 됐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려고 했죠. 17년간 수영도 계속했습니다. 체력이 받쳐줘야 마음이 꺾이지 않으니까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새해에 무서운 기세로 몰려온다. 할리우드 대작들은 내년 말까지 북미 개봉 일정을 확정하거나 아예 국내 개봉 일정까지 일찌감치 정한 뒤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며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 특히 내년에 잇달아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라인업은 한국 영화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의 ‘초특급 대작’으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새해 포문을 여는 대작은 2월 국내 개봉을 확정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전작 ‘앤트맨: 와스프’가 2018년 관객 545만 명을 모으며 그해 국내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고, 국내에 마블 팬덤이 탄탄한 만큼 이번 영화도 큰 인기를 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월(이하 북미 개봉 기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7월 ‘더 마블스’ 등 다른 마블 대작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통상 할리우드 대작은 북미 개봉일 직전이나 직후 국내에서 개봉한다. 특히 ‘더 마블스’는 배우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남편 ‘얀’ 역으로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마블 영화 ‘이터널스’가 마동석의 출연으로 큰 화제가 된 만큼 ‘더 마블스’ 역시 ‘박서준 효과’에 힘입어 국내 관객을 대거 불러 모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는 할리우드 대작끼리의 왕좌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세계적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7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도 같은 달 북미에서 개봉한다. 크루즈는 올해 6월 ‘탑건: 매버릭’ 홍보차 방한했을 당시 “내년에도 한국을 찾을 것”이라며 이 영화의 개봉을 언급했다. ‘탑건: 매버릭’이 817만 명을 모으며 한국인의 크루즈 사랑을 입증한 만큼 ‘미션…’ 제작자이기도 한 크루즈가 팬심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한국을 이 영화의 최초 개봉 국가로 택할 가능성도 있다. ‘탑건: 매버릭’이 한국에서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여러 세대에 걸쳐 폭넓게 사랑받은 만큼 ‘미션…’을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며 한국을 글로벌 마케팅 거점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기대작은 6월(이하 북미 개봉일 기준)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5’.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년) 이후 15년 만에 나오는 후속편으로 인디아나 존스 1편 격인 ‘레이더스’(1982년)로 시작해 어린 시절부터 이 시리즈를 보고 자란 중년층 이상 관객을 극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란 기대가 높다. 흑인 주인공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은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5월)를 비롯해 두꺼운 남성 팬덤을 확보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6월·국내 개봉), 올해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등 기술상을 휩쓴 ‘듄’ 후속작 ‘듄2’(11월), ‘아쿠아맨’(2018년) 후속작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12월)까지 있다. 쟁쟁한 대작들이 내년 개봉 달력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한국 영화 대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은 한국 영화 개봉 시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영화 대작의 경우 흥행이 확실시되는 할리우드 대작보다 2∼3주 정도 늦게 개봉하는 등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습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아 대표적인 극장용 영화로 꼽히는 할리우드 대작이 신년 무서운 기세로 몰려온다. 마블 영화 등 할리우드 대작들은 내년 말까지 북미 개봉 일정을 확정하거나 아예 국내 개봉 일정까지 일찌감치 정한 뒤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며 존재감 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내년 잇달아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라인업은 한국 영화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생길 정도의 ‘초특급 대작’으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신년 포문을 여는 대작은 2월로 국내 개봉을 확정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앤트맨’(2015년) 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마블 슈퍼 히어로물이다. 정확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작 ‘앤트맨: 와스프’의 제작비로 알려진 2100억 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앤트맨: 와스프’가 2018년 국내 개봉 당시 관객 545만 명을 모으며 그해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고, 국내에 마블 팬덤이 탄탄한 만큼 이번 작품 역시 큰 인기를 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월(이하 북미 개봉일 기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7월 ‘더 마블스’ 등 다른 마블 대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더 마블스’는 한국 배우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남편 ‘얀’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마블 영화 ‘이터널스’가 배우 마동석의 출연으로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된 만큼 ‘더 마블스’ 역시 ‘박서준 효과’에 힘입어 극장가로 관객들을 대거 불러 모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만큼 한국 관객 선점을 위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크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는 할리우드 대작들끼리의 왕좌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세계적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이자 내년 최대 기대작으로 평가되는 ‘오펜하이머’가 7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명인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7번째 작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도 같은 달 우선 북미 개봉을 확정했다. 통상 북미 개봉일 직전이나 직후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크루즈는 이미 올해 6월 ‘탑건: 매버릭’ 홍보차 방한했을 당시 “내년에도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 영화의 개봉 사실을 못 박은 바 있다. ‘탑건: 매버릭’이 관객 817만 명을 모으며 한국인들의 크루즈 사랑을 입증한 만큼 ‘미션…’ 제작자이기도 한 크루즈가 팬심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한국을 이 영화의 최초 개봉 국가로 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탑건: 매버릭’이 한국에서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넓은 세대에 걸쳐 사랑받은 만큼 ‘미션…’을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글로벌 마케팅 거점으로 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기대작은 6월(이하 북미 개봉일 기준)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5’. 2008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15년 만에 나오는 후속편으로 어린 시절부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고 자란 중장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흑인 주인공 캐스팅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5월)를 비롯해 두꺼운 남성 팬덤을 확보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6월), 지난해 아카데미 음악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상을 휩쓴 ‘듄’ 후속작 ‘듄2’(11월), ‘아쿠아맨’(2018년) 후속작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12월)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대작들이 내년 개봉 달력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한국 영화 대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진 할리우드 대작까지 몰리면서 내년은 한국 영화 개봉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영화 대작의 경우 흥행이 확실시되는 할리우드 대작보다 2~3주 정도 늦게 개봉하는 등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4일 개봉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25일 기준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서며 연말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3시간 12분이란 긴 상영시간에도 ‘아바타…’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데는 눕거나 누운 것에 가깝게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고급 특별관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CGV가 ‘아바타…’ 개봉 후 일주일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인 템퍼시네마의 좌석판매율은 77.6%에 달했다. 리클라이너 소파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스트레스리스시네마 좌석판매율은 63.5%였다. 두 상영관은 ‘아바타…’를 선택할 때 많은 관객이 선호하는 상영 포맷인 3차원(3D)이 아니라 2D인데도 높은 좌석판매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해당 영화의 2D 일반관 좌석판매율이 26.6%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템퍼시네마는 1인당 5만 원, 스트레스리스시네마는 4만5000원으로 2D 일반관(평일 기준 1인당 1만4000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비싸지만 ‘명당’으로 꼽히는 좌석들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수퍼플렉스관도 편안한 자리를 선호하는 관객이 몰리고 있다. 개봉 후 일주일 동안 가장 비싸고 편안한 좌석인 ‘스위트 리클라이너’(주말 2D 기준 2만2000원)는 판매율이 96.3%였다. 다른 좌석의 판매율은 74%로 차이를 보였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관 방문을 자제하다가 아바타 개봉을 계기로 다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기왕 영화를 보는 김에 편안한 좌석에서 제대로 즐기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새해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 ‘스위치’는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영화다. 톱스타와 그에게 헌신하는 매니저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주인공들의 직업만 달리해 여러 영화에서 활용돼 진부한 느낌을 풍긴다. 게다가 시놉시스만 봐도 다른 인생을 살아본 뒤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새 사람이 된다는 결말까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상영 시간 대부분 관객을 넋 놓고 웃게 만든다. 마지막엔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공감을 끌어내는 일상의 디테일과 현실 냄새 풀풀 나는 대사,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가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재포장하기 때문이다. 다 아는 내용도 변주하기에 따라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0년 전 무명 연극배우였다가 천만 배우로 등극한 박강(권상우)과 그의 절친이자 매니저인 조윤(오정세)이 주인공이다. 박강은 톱스타가 된 뒤 갑질을 일삼고 돈밖에 모르는 등 안하무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이 크리스마스이브 날 뒤바뀐다. 이날 택시 안에서 잠든 박강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살던 최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평범한 단독주택. 그는 분명 미혼인데 눈 떠보니 쌍둥이 자녀에 아내(이민정)도 있다. 박강은 재연 프로그램 전문 무명 배우로 귀신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신세. 반대로 조윤은 감독들이 모두 탐내는 톱스타가 돼 있다.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일등 공신은 배우 권상우다. 그는 웃기려고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기보다 억울하고 지질한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주며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실제로 두 아이 아빠이기도 한 그는 극 중 자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부성애를 갖는 모습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일부 관객은 눈물을 글썽인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연출한 마대윤 감독은 “권상우 씨가 쌓아온 연기 커리어를 집대성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민정은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생활력 강한 평범한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다. 권상우와는 최고의 ‘부부 케미’를 보여준다. ‘현실 부부는 그렇지 않다’는 듯 ‘부부 로맨스’ 분위기가 고조될라치면 과감히 끊어내는 연출은 여러 번 폭소를 유발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크게 공감하며 웃고 울 만한 장면이 많다. 가족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스며들 듯 전한다. 권상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들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시간적 배경이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등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화임에도 새해인 1월 4일 개봉하는 건 아쉽다. 맛깔 나는 구어체 대사가 영화 막판 동화 속 문어체 대사로 바뀌는 점도 조금 걸리는 대목. 그럼에도 유머와 감동, 메시지가 아쉬움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년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 ‘스위치’는 별다른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영화다. 톱스타와 그에게 헌신하는 매니저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주인공들 직업만 달리해 여러 영화에서 활용된 설정. 다른 인생을 살아본 뒤 그간 잊고 살던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새사람이 된다는 결말까지 쭉 예상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예상 밖에 상영 시간 대부분을 넋 놓고 웃게 된다. 마지막엔 가슴이 뭉클해지고 꽤 만족하며 상영관을 나오게 된다. 공감을 끌어내는 일상의 디테일과 현실 냄새 풀풀 나는 대사,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등 베테랑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가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재포장해놓기 때문. 다 아는 내용도 변주하기에 따라 큰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영화다. 10년 전 무명 연극배우였다가 천만 배우로 등극한 박강(권상우)과 그의 절친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이 주인공. 박강은 톱스타가 된 뒤 갑질을 일삼고 돈밖에 모르는 등 안하무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술에 취한 박강이 택시 안에서 잠이 들면서 바뀐다. 박강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살던 최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평범한 단독 주택. 그는 분명 미혼인데 눈 떠보니 쌍둥이 아들과 딸에 아내(이민정)도 있다. 박강은 재연프로그램 전문 무명 배우로 귀신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신세. 반대로 조윤은 감독들이 서로 출연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톱스타가 돼 있다. 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장 현실적인 일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권상우다. 그는 억지로 웃기려고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기보다 억울하고 지질한 모습, 철없는 모습을 절제된 코미디 연기로 보여주며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그는 마치 연기를 안하는 듯 연기한다. 실제 두 아이 아빠이기도 한 그는 극 중 자신에게 자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강한 부성애를 보이는 모습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일부 관객은 눈물을 글썽인다.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절정에 달했다고 해도 될 정도.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연출한 마대윤 감독은 “권상우 씨가 쌓아온 연기 커리어를 집대성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민정은 어느 동네에나 꼭 있을 법한 생활력 강한 평범한 아이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다. 권상우와는 최고의 부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현실 부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듯 권상우 이민정의 ‘부부 로맨스’ 분위기가 과열되려 하면 과감히 깨부수는 연출에 여러 번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키즈카페에서 노키즈존을 찾는 장면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소소한 유머가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영화엔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크게 공감하며 웃고 울만한 장면이 많다. 가족이 소중하다는 뻔한 메시지를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세련되게 전달한다. 권상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관객들도 가족들에게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시간적 배경이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등 연말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영화임에도 신년인 1월 4일 개봉하는 건 다소 아쉽다. 생활 밀착형으로 공감을 끌어내는 구어체 대사가 영화 막판 동화 속 문어체 대사로 바뀌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 그럼에도 영화의 유머와 감동, 메시지가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해 국내 극장가 분위기는 ‘짧고 굵게 끝난 보복 관람’ ‘긴 보릿고개’로 요약된다. 할리우드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한국 영화 ‘범죄도시2’가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풀린 직후인 5월 4일과 18일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팬데믹 2년여간의 절망을 딛고 부활하는 듯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전 예매량만 100만 장을 넘기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뒤이어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보복 관람’ 효과는 반짝 수준이었다. 여름 시장을 겨냥해 개봉한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외계+인’까지 한국 영화 ‘빅4’의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한산: 용의 출현’이 선전했지만, 72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대표 스타 감독인 한재림 최동훈이 각각 연출한 ‘비상선언’과 ‘외계+인’은 관객이 각각 200만 명, 154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스타 감독은 물론이고 송강호 이병헌 등 천만 배우를 내세운 마케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평일 기준 1만4000원으로 오른 관람료에 올해 한국 관객들은 역대 가장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빅4’ 대전이 극장가 판을 키우기는커녕 파이 나눠 먹기 경쟁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을 극장가는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117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면서 손익분기점(220만 명)을 한참 밑돌았다. 코미디 여왕 라미란을 내세운 ‘정직한 후보 2’를 비롯해 ‘압꾸정’ ‘데시벨’ ‘자백’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건 19일 기준으로 292만 명을 모은 ‘올빼미’를 비롯해 ‘육사오’ ‘마녀2’ ‘공조2: 인터내셔날’ ‘헤어질 결심’ 등 8편에 불과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8년 16편, 2019년 18편에 비하면 올해 극장가가 얼마나 심각한 보릿고개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외화도 다르지 않다. ‘탑건: 매버릭’(818만 명)과 ‘닥터 스트레인지…’(588만 명)를 제외하면 ‘토르: 러브 앤 썬더’(271만 명),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10만 명), ‘더 배트맨’(90만 명) 등 할리우드 대작이 줄줄이 한국에서 쓴맛을 봤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19일 현재까지 1억565만 명. ‘아바타: 물의 길’의 공세가 이어지고 천만 감독 윤제균의 ‘영웅’이 21일 개봉하는 것을 계기로 연말 관객이 더해지더라도 줄곧 2억 명을 넘긴 2013∼2019년의 영광을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분위기 탓에 새해 한국 영화 개봉은 더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개봉이 확정된 한국 영화 대작은 ‘한산: 용의 출현’ 후속편 ‘노량: 죽음의 바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피랍’, 설경구 박해수 주연의 ‘유령’,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이다. 배급사 내부에선 개봉할 대작을 확정했더라도 변수가 많아 이를 공개하는 데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내년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등 세계를 휩쓴 대작 속편 개봉이 확정돼 이를 피해 개봉하는 것도 숙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내년 7월 개봉한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줄어든 관객 수가 변수였다면 내년엔 이를 상수로 놓고 개봉 전략을 짜야 한다”며 “개봉일을 결정하고 개봉작을 공개하는 데 올해보다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에 걸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확신이 없는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바로 판매하는 사례가 내년부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