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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3국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실무협의체 신설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미, 미일 양자 간 이뤄지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를 3국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내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밀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3국 안보 협력 강화의 핵심 과제인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의체로 기술적 문제 논의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일 3국은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논의, 조율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이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달 중으로 한미와 미일이 각각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와 관련한 회의를 갖고 이르면 다음 달 3국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합의한 이후 각국은 여러 실시간 정보 공유 방식을 놓고 실현 가능성 등 기술적 검토를 진행해 왔다. 현재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는 3국이 아닌, 미국을 축으로 양자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우리 군은 그린파인레이더나 이지스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탐지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지점, 궤적, 속도 등 세부 제원을 파악함과 동시에 이를 미군이 정찰자산 등으로 파악한 정보들과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일본도 이와 유사하게 미군과 실시간으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3국 정상의 합의는 사실상 한일 간 단절된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차단벽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3국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가 구축되면 지구 곡면으로 인한 각국 탐지자산의 탐지 결과 오차를 줄이고, 짧은 시간 내에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미사일) 상승 단계, 일본은 하강 단계 탐지에 강점이 있다”며 “3국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안보 측면에서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3국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는 기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 등 기존 정보 공유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구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사는 미 국방부를 매개로 한일 국방 당국이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실시간으로 정보 교환이 이뤄지진 않는다.● 이달 한미일 정상회담서 관련 논의 주목 이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이 또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3국 안보협력 강화 문제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미사일 대응 현안에서 3국 간 이견이 없는 만큼 정상들은 지난해 11월 프놈펜에서 합의한 미사일 경보 대응을 위한 실시간 공유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자고 뜻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안보협력 중에서도 탐지 기능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겁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중심부에 있는 대형 전광판 인근. 백남희 씨(75)가 LG와 삼성이 운영하는 전광판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백 씨는 6·25전쟁 영웅인 고 백선엽 장군(1920∼2020)의 딸이다. 전광판에선 ‘한국전쟁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으로 백 장군을 소개하고 있었다. 별 4개가 달린 군모를 쓰고 미소 짓는 젊은 백 장군 사진은 김두만 공군 대장 등 한국군 참전용사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 미군 참전용사 사진과 함께 차례차례 소개됐고,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지켜봤다. 국가보훈처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10대 영웅’을 선정해 이들의 사진이 담긴 영상을 만들어 지난달 20일부터 전광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영상은 이달 3일까지 송출된다. 이날 박민식 보훈처장과 함께 타임스스퀘어를 찾은 백 씨는 “10대 영웅에 아버지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백 씨는 백 장군의 2남 2녀 중 맏딸로 유족 대표 역할을 맡아 추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훈처는 “백 씨는 박 처장에게 백 장군 동상 건립 등 보훈처가 진행 중인 백 장군 재평가 작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고 1일 밝혔다. 보훈처는 현재 7월 10일 백 장군 3주기를 목표로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 장군 동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국군 1사단장으로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의 대공세를 막아내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미국에 거주하는 백 씨의 타임스스퀘어 방문은 방미 중인 박 처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백 씨를 만난 박 처장이 ‘10대 영웅’ 영상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10대 영웅’ 영상을 보러 오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영상 송출을 통해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겁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중심부에 있는 대형 전광판 인근. 백남희 씨(75)가 LG와 삼성이 운영하는 전광판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백 씨는 6·25전쟁 영웅인 고 백선엽 장군(1920~2020)의 딸이다. 전광판에선 ‘한국전쟁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으로 백 장군을 소개하고 있었다. 별 4개가 달린 군모를 쓰고 미소 짓는 젊은 백 장군 사진은 김두만 공군 대장 등 한국군 참전용사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 미군 참전용사 사진과 함께 차례차례 소개됐고,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지켜봤다. 국가보훈처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10대 영웅’을 선정해 이들의 사진이 담긴 영상을 만들어 지난달 20일부터 전광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영상은 이달 3일까지 송출된다. 이날 박민식 보훈처장과 함께 타임스스퀘어를 찾은 백 씨는 “10대 영웅에 아버지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백 씨는 백 장군의 2남 2녀 중 맏딸로 유족 대표 역할을 맡아 추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훈처는 “백 씨는 박 처장에게 백 장군 동상 건립 등 보훈처가 진행 중인 백 장군 재평가 작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고 1일 밝혔다. 보훈처는 현재 7월 10일 백 장군 3주기를 목표로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 장군 동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국군 1사단장으로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의 대공세를 막아내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미국에 거주하는 백 씨의 타임스스퀘어 방문은 방미 중인 박 처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백 씨를 만난 박 처장이 ‘10대 영웅’ 영상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10대 영웅’ 영상을 보러오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영상 송출을 통해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한미 정상이 26일(현지 시간)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민들이 사실상 핵공유로 느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미국 백악관이 “‘사실상의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온도 차를 드러냈다. 핵협의그룹(NCG) 창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이 나왔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핵무기 사용 과정을 공유하는 ‘핵공유’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에서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한 바이든 행정부가 핵공유 표현 확산으로 인한 비확산 정책 실패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백악관 입장에 대해 “‘사실상 핵공유’는 수사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 美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아냐” 에드거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27일 워싱턴 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NCG 창설이 사실상(de facto) 핵 공유라는 평가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이번에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NCG를 통해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미 전략자산 전개를 결정하는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길이 열린 만큼 사실상 핵공유 효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억제의 측면에서 핵공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핵공유를 보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핵공유를 한 것으로 느낄 정도로 확장억제가 강화된다는 의미”라며 “백악관의 반응을 한미 간 이견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은 핵공유를 말 그대로 전술핵무기를 미군이 주둔 중인 동맹국에 실제로 배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케이건 보좌관도 “핵공유에는 분명한 정의가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5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6곳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 국가가 운반할 권한도 주고 있다. 확장억제 전문가인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미국은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 5개국에 유사시 이 전술핵 보관소의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른바 ‘듀얼키’는 핵공유에서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미국 전술핵을 보관하는 시설을 제공하는 동맹국이 동맹국 소유의 이중목적 항공기(Dual Capable Aircraft·DCA)를 이용해 미군 전술핵을 투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관련 훈련도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핵공유는 핵무기 통제와 관련” 케이건 보좌관은 “미국 입장에서 핵공유의 정의는 핵무기 통제에 관한 것이며 워싱턴 선언은 그렇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또 “핵 사용에 대한 유일한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 자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핵버튼을 동맹국 중 미국만이 누른다는 건 미국이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는 원칙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나토와 하는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도 진정한 공유는 아니다. 미국이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공유를 하는 국가는 없다”며 “그나마 핵 투발 수단인 항공기 등을 동맹국에서 제공하는 것이 넓은 범위의 핵공유인데 한미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안보 분야에서 성과와 함께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윤 대통령이 핵심 성과로 제시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핵을 포함한 신속한 보복 대응을 약속하고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했다. 대북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차관보급 협의체인 한미 NCG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한국의 요청으로 전략자산 전개를 미국이 결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 간 협의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한층 밀착해 중국, 러시아 견제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은 커졌다. ① 전략자산 전개 결정에 실질 참여 보장해야 워싱턴 선언은 북한이 한국을 핵공격 하면 미국도 핵으로 반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1년에 NCG를 4차례 연다는 윤곽 외에 한국이 NCG를 통해 어떻게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지 구체적인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확장억제는 (전략자산) 전개 계획을 같이 논의할 때 의미가 있다”며 “전략폭격기나 핵잠수함 같은 확장억제 전력의 전개를 한미 정부가 함께 결정하는 수준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하거나 한국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의 요청에 따라 전개를 결정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최소 NCG의 4차례 회의 중 2차례 이상은 ‘하우스 대 하우스(대통령실-백악관) 정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확장억제 강화에 무게가 실린 워싱턴 선언만으론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따라 높아진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 여론을 불식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전술핵 공격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확장억제 강화로만 대응 카드를 좁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군 관료는 “일본처럼 사용 후 연료 재처리 능력을 보장받아 장기적으로는 핵 보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② 미중 사이 韓 원칙 中에 분명히 설명해야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도 국제사회 위상과 영향력에 걸맞게 미국의 글로벌 가치동맹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한 공동성명에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냉전 구도 속에서 동맹인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미중 사이 한국의 분명한 외교 좌표를 설정하고 이런 원칙을 중국에 정교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 대 중-러 간 대립 구도,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한미 동맹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중-러와의 외교까지 고려한 전략과 한국형 외교 좌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미 동맹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팃포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써서 한중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최소한 상대를 자극하거나 도발하는 거친 언사를 자제하고 외교적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③ 우크라 지원 구체적 원칙·액션플랜 필요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명시해 한국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었지만 정부는 군사 지원 여부에 모호한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원칙과 행동계획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위 전 대사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외교가 대미 외교의 뒤처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콘셉트를 강화하려면 중국 및 러시아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 액션플랜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한미 정상이 26일(현지 시간)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민들이 사실상 핵공유로 느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미국 백악관이 “‘사실상의 핵 공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온도 차를 드러냈다.핵협의그룹(NCG) 창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이 나왔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핵무기 사용 과정을 공유하는하는 ‘핵공유’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에서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한 바이든 행정부가 핵공유 표현 확산으로 비확산 정책 실패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백악관 입장에 대해 “‘사실상 핵공유’는 수사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 美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아냐에드거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NCG 창설이 사실상(de facto) 핵 공유라는 평가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전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이번에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CG를 통해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미 전략자산 전개를 결정하는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길이 열린 만큼 사실상 핵공유 효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억제의 측면에서 핵공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핵공유를 보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핵공유를 한 것으로 느낄 정도로 확장억제가 강화된다는 의미”라며 “백악관의 반응을 한미 간 이견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미국은 핵공유를 말 그대로 전술핵무기를 미군이 주둔 중인 동맹국에 실제로 배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케이건 보좌관도 “핵 공유에는 분명한 정의가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5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6곳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미국은 나토 회원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 국가가 운반할 권한도 주고 있다. 확장억제 전문가인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미국은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 5개국에 유사시 이 전술핵 보관소의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른바 ‘듀얼키’는 핵공유에서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미국 전술핵을 보관하는 시설을 제공하는 동맹국이 동맹국 소유의 이중목적 항공기(Dual Capable Aircraft·DCA)를 이용해 미군 전술핵을 투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관련 훈련도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핵공유는 핵무기 통제와 관련”케이건 보좌관은 “미국 입장에서 핵공유의 정의는 핵무기 통제에 관한 것이며 워싱턴 선언은 그렇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또 “핵 사용에 대한 유일한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 자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핵버튼을 동맹국 중 미국만이 누른다는 건 미국이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는 원칙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나토와 하는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도 진정한 공유는 아니다. 미국이 핵버튼을 누르는 권한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공유를 하는 국가는 없다”며 “그나마 핵 투발 수단인 항공기 등을 동맹국에서 제공하는 것이 넓은 범위의 핵공유인데 한미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미 공동성명에는 양국이 “정치, 안보(security),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문장이 포함됐다. 군사 지원의 의미로 해석되는 ‘안보’라는 단어가 적시된 것. 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 정부는 19일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안을 발표하며 ‘security assistance’(안보 지원)라는 용어를 쓴 바 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민간인과 핵심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안보’란 단어를 포함시킨 건 물론이고 러시아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까지 낸 것.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 국방부는 “무기 지원을 검토하라는 지침은 내려온 바 없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지원하는 포탄 등 살상무기도 ‘안보 지원’에 들어가지만 한국이 지원 중인 방탄조끼 등 비살상 군수물자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간다”며 “안보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의미를 내포해 군사 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안보 지원’을 정상 간 공동성명에 적시한 것은 정부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공개된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전선 상황이 변할 때나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선 민간인 대량 학살 등을 전제로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에 합의한 건 미국이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의지를 표현하면서도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5일 NCG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약속을 영구 이행하는 것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핵 보유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NCG 창설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전력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NCG 창설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공동대응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NCG는 핵잠수함 등 확장억제 전력을 한반도나 그 인근으로 전개할 때 한미가 북핵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전력 전개를 공동 기획 및 실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다. NCG는 기존 한미 간 협의체보다 확장억제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는 한편으로 한국 정부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전술핵무기 배치 여부가 다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NPG와 중요한 유사점이 있다”면서도 “NPG와 NCG는 그 초점이 다르다”고 했다. 1966년 창설된 NPG는 나토식 핵공유를 실행하는 핵심 그룹이다. 핵무기를 독자 유지 중인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27개국 국방장관이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배치된 미군의 전술핵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훈련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다. 반면 NCG는 당사국인 한국에 미군 전술핵무기가 없어 미군 핵 전력 전개 방안을 논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NPG가 미국 핵무기 관련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라는 점이 입증됐고, 그것이 NCG 설계에 영감을 줬다”며 “다만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이 없고, 배치 계획도 없다는 점에서 (NPG와 NCG는) 다르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25일 수단에서 자국민을 대피시켰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 공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일본인 대피 작전에 성공한 대사관, 자위대 등 관계자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협력받은 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유엔 등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인이 대피하는 데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많은 국가와 기관의 협력을 받았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자국민 대피와 관련해 “한국, UAE 등의 협력을 얻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작전과 관련되기 때문에 언급을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교민 탈출 작전인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를 수행할 때 일본인 5명의 철수를 도왔다. 수단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많아 일본 정부가 한 번에 집결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국 교민들이 하르툼에서 출발하기 직전 일본 정부의 요청이 왔고 포트수단까지 일본인들이 함께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외상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상이 한국 정부에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수단에 거주하던 자국민 중 대피를 원한 이들과 가족 등 58명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자위대 수송기를 포트수단으로 보내 45명을 대피시켰고, 이후 수단에 있던 일본인과 가족 8명, 추가로 5명을 철수시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디데이(D-Day)는 22일. 집결지는 주수단 한국대사관.’ 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피란 작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교민 A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단공항까지 폭격을 맞았다. 어린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교민 김현욱 씨는 “굉장히 큰 교전이 집 앞에서 벌어졌다.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방탄차로 구출…죽었다 살아났다”외교부가 교민 집결지를 수단 수도 하르툼 내 한국대사관으로 잡은 건 식량 등 물자가 그나마 있어서였다. 발전기까지 갖춘 대사관이 대피에 앞서 잠시나마 대기하기에 용이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 문제는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곳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집결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르툼엔 500m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길목마다 지켜 개별적인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일단 흩어진 교민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이 방탄차량을 타고 직접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남궁 대사는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다.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사관 주은혜 참사관도 현지 교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교민 반용우 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불과 1.3km 거리에 있던 하르툼 공항은 폐쇄돼 갈 수 없었다. 이에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 탈출 작전’으로 선회했다. 이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 정부는 가장 안전하게 포트수단으로 이동 가능한 육로를 제안했고, 탈출 차량까지 섭외해줬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UAE 정부는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양측에 다양한 채널로 한국 교민의 육상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33시간 김밥 컵라면으로 버텨” 교민들은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대에 나눠 탄 뒤 고양이 2마리, 개 1마리 등까지 싣고 하르툼 내 UAE 대사관저로 이동했다. 이후 버스 6대에 갈아탄 뒤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버스엔 우리 교민은 물론이고 UAE 교민 등까지 200∼300명이 탔다.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진 840km였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우회해 1174km를 이동했다. 교민들은 대사관에서 챙긴 김밥 등을 먹으며 버텼다. 가고 서고를 반복해 약 33시간이 걸렸다. 평소엔 13시간 거리였다. 탈출한 교민의 지인은 “교민 28명이 김밥 40줄, 컵라면, 떡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33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며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들 물도 거의 마시지 못하는 극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포트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C-130J 수송기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24일 오후 11시 18분 사우디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25일 오전 2시 54분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그리고 마침내 28명의 교민을 태운 시그너스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25일 오후 3시 57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가 완료된 것. 오후 4시 11분 시그너스의 문이 열렸고, 고국 땅을 밟은 교민들은 마중 나온 가족·친지들을 만났다. 주은혜 참사관과 함께 도착한 딸 이모 양(6)은 가족들과 끌어안고 있다가 선물받은 곰 인형을 들고 활주로를 뛰어다녔다. 이 양 가족은 “아이가 육로로 이동할 때는 울지 않다가 수송기에 탄 뒤 안심이 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며 안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디데이(D-Day)는 22일. 집결지는 주수단 한국대사관.’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피란 작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교민 A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단공항까지 폭격을 맞았다. 어린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교민 김현욱 씨는 “굉장히 큰 교전이 집 앞에서 벌어졌다.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방탄차로 구출…죽었다 살아났다”외교부가 교민 집결지를 수단 수도 하르툼 내 한국대사관으로 잡은 건 식량 등 물자가 그나마 있어서였다. 발전기까지 갖춘 대사관이 대피에 앞서 잠시나마 대기하기에 용이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문제는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곳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집결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르툼엔 500m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길목마다 지켜 개별적인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일단 흩어진 교민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이 방탄차량을 타고 직접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남궁 대사는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다.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사관 주은혜 참사관도 현지 교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교민 반용우 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하지만 대사관에서 불과 1.3km 거리에 있던 하르툼 공항은 폐쇄돼 갈 수 없었다. 이에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 탈출 작전’으로 선회했다.이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국가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 정부는 가장 안전하게 포트수단으로 이동 가능한 육로를 제안했고, 탈출 차량까지 섭외해 줬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UAE 정부는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양측에 다양한 채널로 한국 교민의 육상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33시간 김밥 컵라면으로 버텨”교민들은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대에 나눠 탄 뒤 고양이 2마리, 개 1마리 등까지 싣고 하르툼 내 UAE 대사관저로 이동했다. 이후 버스 6대에 갈아탄 뒤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버스엔 우리 교민은 물론 UAE 교민 등까지 200~300명이 탔다.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진 840km였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우회해 1174km를 이동했다. 교민들은 대사관에서 챙긴 김밥 등을 먹으며 버텼다. 가고 서고를 반복해 약 33시간이 걸렸다. 평소엔 13시간 거리였다. 탈출한 교민의 지인은 “교민 28명이 김밥 40줄, 컵라면, 떡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33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며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들 물도 거의 마시지 못하는 극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포트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C-130J 수송기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24일 오후 10시 28분 사우디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25일 오전 2시 54분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그리고 마침내 28명의 교민을 태운 시그너스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25일 오후 3시 57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가 완료된 것.오후 4시 11분 시그너스의 문이 열렸고, 고국 땅을 밟은 교민들은 마중 나온 가족·친지들을 만났다. 주은혜 참사관과 함께 도착한 딸 이모 양(6)은 가족들과 끌어안고 있다가 선물받은 곰 인형을 들고 활주로를 뛰어다녔다. 이 양 가족은 “아이가 육로로 이동할 때는 울지 않다가 수송기에 탄 뒤 안심이 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며 안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의 현지 교민 구출 작전은 ‘특급 보안’과 극도의 긴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24일 밤(한국 시간) 현지 교민들이 탄 버스가 우리 군의 C-130J 수송기가 대기 중인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미스(Promise)’로 명명된 철수 작전의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현지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장시간 불안과 공포 속에 피를 말리는 대피 과정을 겪었던 교민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며 “(교민들은) 철수 작전에 참가한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UAE 지원으로 육로 이동 후 항공편 탈출교민 철수 작전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와 군은 분초를 다투며 하르툼(수단의 수도)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피신 중인 교민 28명의 구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력 충돌로 하르툼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 루트’를 찾는 것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르툼에서 동북쪽 육로로 약 82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 공항까지 육로 이동 후 C-13OJ 수송기에 태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송한 뒤 국내로 귀환시키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는 24일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KC-330)’ 1대가 급파된 상황이었다. 구출 작전이 개시되면서 수단 인근의 지부티 미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도 포트수단 공항으로 신속히 전개됐다. 문제는 12시간 이상 걸리는 육상 이동의 안전 문제였다. 장시간 육로 이동 과정에서 무력 충돌의 피해를 입거나 검문검색에 막힐 수 있어 목적지 도착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 여러 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버스 1대가 고장 나 6∼7시간 이동이 지연되는 등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중간에 쉬거나 경로를 바꾸는 등 긴박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은 우리 교민의 육로 이동 지원 의사를 전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UAE 정부가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육로 이송 작전에)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1월 UAE 국빈 방문으로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관계가 긴밀해진 상태다. 이후 우리 교민들이 탄 버스를 선두로 해서 여러 대의 차량이 800여 km를 이동한 끝에 포트수단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소식통은 “‘형제의 나라’이자 안보 동반자인 UAE가 교민 탈출을 적극 지원했고, 이를 통해 재외국민의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에서 양국 간 기념비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격화로 ‘각국 탈출 러시’각국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23일(현지 시간) 긴급 대피 작전을 통해 비행기로 여러 국적의 외국인 100여 명을 철수시켰으며 24일 저녁 100여 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영국도 12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수단 현지의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독일도 자국민 101명을 항공편으로 요르단으로 철수시켰으며 남은 100여 명도 곧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탈출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외교부에 따르면 24일 이라크인 1명이 수단에서 발생한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국민이 탄 차량이 이동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1명이 다쳤으며 이집트 역시 탈출 과정에서 외교관 1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미국과 유럽의 요청을 계속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으면 제2의 6·25전쟁이 터졌을 때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서방 국가들 도움 덕분에 살아남아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침략당한 약소국에 대한 군사 지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 건 창피한 일이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25 당시 한국군 최초로 100차례 넘게 전투기 출격을 한 살아 있는 전설.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가 최근 공동 선정한 6·25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쟁 당시 F-51D를 타고 싸웠다. 전투기가 한 대도 없던 우리 공군에 미군이 긴급 지원한 전투기였다. 북한은 침략 직후 소련(현 러시아)이 지원한 야크 전투기 등 항공기 200대를 동원해 공습을 퍼부었다. 개전 초 우리 공군은 정찰기와 훈련기 등 22대밖에 없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전투기, 포탄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결과가 어땠을지 뻔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 등을 통한 우회 지원이든 직접 지원이든 야당은 어떤 형태의 살상무기 지원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과거 일방적인 침략을 당한 한국을 떠올리게 하지만 야당에선 군사 지원을 두고 ‘전쟁 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무기 지원 반대 진영에선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혈맹인 미국의 군사 지원 요청 강도가 더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까지 올라갔던 건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 같은 군수물자만 지원하는 데 그친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에 북핵에 맞선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도 뭔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정상회담 공동 성명 등에 미국의 핵 보복 등의 명문화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등으로 이익만 골라 챙기고 러시아를 불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실용’이라면 실용 외교는 한국을 ‘국제 얌체 국가’로 만들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고립시키는 비실용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은 안 된다”와 “그렇다고 군사 지원을 아예 안 해주는 것도 안 된다”는 딜레마로 고심하던 끝에 155mm 포탄 대여를 생각해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군 기지 포탄을 우리 정부에서 빌린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상 우회 지원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여는 군사 지원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었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대여하는 탄약은 1970년대부터 미군이 한반도 전쟁예비물자로 들여왔다가 2008년 우리 군이 사들인 ‘WRSA-K’탄. 이 탄 인수를 둘러싸고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될 당시 반미 단체 등은 이를 ‘쓰레기 탄약’이라며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WRSA-K탄 대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자기 이 탄이 전시를 대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탄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안보를 팔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포탄 대여 문제와 관련해 24일 “우리 군은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포탄 대여를 ‘직접 지원’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비판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러시아를 자극해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건 정부가 포탄 대여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점이다. 정부는 한미 간 포탄 구매 및 대여 협상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모호한 입장을 보여 직접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 이 포탄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 차원에서 포탄 부족 위기를 겪는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미국의 한국 방위를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안보에 구멍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한다면 군사 지원 논란이 이 이상 더 확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한반도 유사시 또다시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립대전현충원 내 안장자의 세부적인 위치를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찾을 수 있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과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결과 이달 중순부터 대전현충원 묘역 내 묘비를 구역별로 나눈 129개 번호석(묘판) 전체를 온라인상에 표출할 수 있게 됐다”고 24일 밝혔다. 묘역 입구에 세워진 번호석은 개당 묘비 수백 기가 포함된다. 그동안 대전현충원 내 묘역 안내는 안내도가 담긴 인쇄물이나 민원안내실 내 키오스크 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묘역 내에서도 유족 등이 찾는 묘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 번호석 위치는 확인할 수 없어 묘비를 찾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다. 대전현충원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올해 1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협업해 묘역 내 번호판을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스마트폰에서 ‘네이버 지도’나 ‘티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묘역 내 번호석을 목적지나 도착지로 설정하면 정확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립묘지를 방문하는 유가족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의 현지 교민 구출 작전은 ‘특급 보안’과 극도의 긴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24일 밤(한국 시간) 현지 교민들이 탄 버스가 우리 군의 C-130J 수송기가 대기 중인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미스(Promise)’로 명명된 철수 작전의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현지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장시간 불안과 공포 속에 피를 말리는 대피 과정을 겪었던 교민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은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며 “(교민들은) 철수 작전에 참가한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UAE 지원으로 육로 이동 후 항공편 탈출교민 철수 작전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와 군은 분초를 다투며 하르툼(수단의 수도)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피신 중인 교민 28명의 구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력 충돌로 하르툼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 루트’를 찾는 것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르툼에서 동북쪽 육로로 약 82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 공항까지 육로 이동 후 C-13OJ 수송기에 태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송한 뒤 국내로 귀환시키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는 24일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시그너스(KC-330)’ 1대가 급파된 상황이었다. 구출 작전이 개시되면서 수단 인근의 지부티 미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도 포트수단 공항으로 신속히 전개됐다. 문제는 12시간 이상 걸리는 육상 이동의 안전 문제였다. 장시간 육로 이동 과정에서 무력 충돌의 피해를 입거나 검문검색에 막힐 수 있어 목적지 도착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 여러 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버스 1대가 고장 나 6∼7시간 이동이 지연되는 등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중간에 쉬거나 경로를 바꾸는 등 긴박한 순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은 우리 교민의 육로 이동 지원 의사를 전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UAE 정부가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육로 이송 작전에)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1월 UAE 국빈 방문으로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관계가 긴밀해진 상태다. 이후 우리 교민들이 탄 버스를 선두로 해서 여러 대의 차량이 800여 km를 이동한 끝에 포트수단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소식통은 “‘형제의 나라’이자 안보 동반자인 UAE가 교민 탈출을 적극 지원했고, 이를 통해 재외국민의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에서 양국 간 기념비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격화로 ‘각국 탈출 러시’각국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23일(현지 시간) 긴급 대피 작전을 통해 비행기로 여러 국적의 외국인 100여 명을 철수시켰으며 24일 저녁 100여 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영국도 12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수단 현지의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독일도 자국민 101명을 항공편으로 요르단으로 철수시켰으며 남은 100여 명도 곧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탈출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외교부에 따르면 24일 이라크인 1명이 수단에서 발생한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국민이 탄 차량이 이동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1명이 다쳤으며 이집트 역시 탈출 과정에서 외교관 1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영토가 북한 등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retaliation) 대응’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공동문서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요청으로 한미가 조율 중인 이 문안이 확정될 경우 미국의 핵 보복 약속이 한미 간 공식 문서에 처음 명시되는 것이다. 한미는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별도로 마련해 핵 확장억제 관련 한미의 공동 기획 및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측에 ‘북한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도 핵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포함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나 이달 13일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보도문에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용납하지 못한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거나 “한국에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라는 정도만 명시돼 왔다. 정부 소식통은 “기존 한미 발표에 대부분 나온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는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 미국의 핵 보복 명시를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핵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문구도 공동문서에 포함되도록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미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자산 전개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단계부터 한국군 당국이 적극 관여하는 등 한미 공조를 보다 심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출국해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외교 일정에 나선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실질적 확장억제, 첨단 기술 및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 한미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나아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韓 요청땐 美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명문화 막판 조율중 ‘美 핵보복’ 공동문서 추진 북핵 고도화 따라 국내 우려 커지자정부 ‘국민 눈높이 맞춘 핵우산’ 요청美 “확장억제 조치 이례적 집중 작업” 정부가 우리 영토에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핵 보복을 명문화하는 내용 등을 한미 정상회담 계기 공동문서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구체적인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정부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날로 고도화됨에 따라 비등해지는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과 우려를 낮추려면 확실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韓, 美에 ‘대북 핵 보복’ 첫 명시 요청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에 핵으로 ‘보복(retaliation)’ 대응한다는 문구는 그동안 각종 한미 군 당국 협의체나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문서에 명시된 적이 없다. 가장 최근인 이달 13일 제22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보도문에서 한미는 “양측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공식화해도 그것만으로는 모호하고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미국이 자산을 총동원해 동맹인 한국을 지켜준다는 알기 쉽고 명료한 표현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듭 요청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존 힐 미 국방부 우주·미사일 방어 담당 부차관보가 18일(현지 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 억제 부분도 역할을 하게 된다. 진심이다(It’s real)”라고 밝힌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현실 모두 뒷받침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례적이고 집중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이 한국의 요청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도록 하는 취지의 문구를 조율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한반도에 확장억제 전력을 전개할 때 사실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대부분 전략자산 전개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보다는 이미 정해진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자산 전개 전체 프로그램, 계획된 훈련 일정에 따라 들어오는 게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쟁이나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동맹국 의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북 확장억제 제공 강화와 관련해 한미 간 시각 차이 때문에 핵 공동기획과 실행이 현실화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은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직접 전개해야 대북 억제 효과가 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전략자산일수록 북한 타격권에 들지 않고 거리를 둬야 전략적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 장관급 상설 협의체 창설 여부 주목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 강화를 어떤 그릇에 선보이냐도 한미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이미 기존의 한미 국방, 외교 당국 간 협의체가 많아 진부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확장억제 의제가 주목도가 높은 만큼 핵 공동기획 및 실행을 논의할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두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1년마다 여는 한미 국방장관 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계기에 함께 논의할 수도 있고 한미 외교·국방차관이 만나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급을 격상시킨 협의체 출범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윤 대통령이 초점을 맞춰온 북한 인권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한 뒤 교민 28명 대피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민 탈출을 마쳤거나 시도하고 있다.● 교민 안전 위해 동선 비공개 23일(현지 시간)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우선 모였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며 “28명 모두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후 동선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상세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교민들은 전원 안전하게 집결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능한 이동 경로를 확보한 뒤 교민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는 22일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병력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 정비사 등 50여 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지부티에 머무르며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의 대테러 대응 핵심 부대인 707 특임대가 해외에서 재외국민 철수 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미군기지는 하르툼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모처에서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교민들을 공군 수송기에 태워 이륙시킨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한참 뒤에야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르툼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수단 미국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지만 수단 국민과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헌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민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 밖에도 요르단과 프랑스, 네덜란드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 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교민 28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요르단 등은 이미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켰거나 작전을 진행 중이다.● 수단 교민 28명 대사관에 모여 탈출 대기 23일(현지 시간) 현재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 현지 대사관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다. 남궁환 주 수단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8명 모두 대사관에 있고 안전하다”며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는 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22일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 중이다.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 정비사 등 50여 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지부티에 머무르며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미군 기지는 하트룸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대사관에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사는 “(외교부) 본부에 계속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구출 방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교민들이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공군 수송기가 이들을 태워 이륙한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이륙 한참 뒤에애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해 청해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현지 상황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 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트룸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지만 수단 국민과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헌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만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 하트룸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밖에도 요르단 정부와 프랑스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손효주기자 hjson@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미군이 한국군 155mm 포탄 약 50만 발을 대여하는 계약은 미 정부가 한국 포탄 제조업체로부터 새 포탄을 구매한 뒤 이를 우리 군에 보내 ‘포탄 빚’을 갚는 방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 정부와 155mm 포탄 등 우리 군 보유 포탄 50만 발 안팎을 대여하는 계약을 맺으며 상환 방식을 명시했다. 한국의 P사가 포탄을 생산하는 대로 미 정부가 이를 구입해 우리 군에 주는 식으로 우리 군 포탄 비축분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오래된 포탄을 미군에 보내고 우리는 우리 업체가 생산한 포탄을 돌려받는 방식이라 경제적 실익 면에서는 최상의 계약”이라며 “헌 포탄을 주고 새 포탄을 받는 만큼 빌려준 물량과 같은 양을 돌려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에서 빌려간 포탄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만큼 미국이 한국 포탄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량 학살을 전제로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는 위협 수위를 높였다.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방어 연락그룹(UDCG)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격”이라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향후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했다.美 “韓 우크라지원 환영” 러 “무기주면 적대행위”… 韓 “러에 달려” ‘尹,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공방대통령실 “민간인 살상 전제한 것… 무기지원 금지하는 법조항 없어”尹-바이든, 우크라 문제 논의할듯… 젤렌스키 부인, 내달 방한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가 “전쟁 개입”이라고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20일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발언이 민간인 살상 등 가정적 상황을 전제한 원론적인 표현이라면서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차 열어둔 것. 러시아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를 빌미로 한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반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반발에 따른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 등의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 한미 정상회담서 우크라 관련 논의 시사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금 우리 입장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기 위해 무기 지원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계획 없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더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내법에 교전국에 대해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며 “외교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 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6·25전쟁 같은) 그런 처지에 있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우크라이나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이슈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말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느 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 北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이 알려지자 북한까지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위협했다. 북한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며 한국을 압박한 것. 반면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한미는 국제법과 규칙,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에 관한 약속 등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철통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8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10여 명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간담회를 가졌다. 윤상직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과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도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등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국이 ‘헌 포탄 주고 새 포탄을 받는’ 방식으로 미국과 최근 155mm 포탄 대여 계약을 맺은 사실이 20일 알려지면서 미국이 빌려간 헌 포탄을 어떻게 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한국이 빌려준 포탄을 미국이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아닌 만큼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에 한국 포탄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포탄이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살상 등 전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이 빌려간 한국 포탄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군이 빌려가기로 한 포탄은 WRSA-K(일명 ‘와샤탄’)다. 미국이 1974년부터 전시 상황에 대비해 한국에 가져와 비축해 놓았던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로 2008년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우리 군이 인수했다. 미국은 미군 비축분과 미 국내 생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계속 지원하면서 포탄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위해 첨단 미사일과 포탄 등 3억2500만 달러(약 4301억 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안을 발표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 정부는 포탄을 최대한 빨리 조달할 방안을 살펴본 끝에 포탄 비축분이 많은 한국군 포탄을 빌리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지원 우려에 대해 “미군과 우크라이나에 포탄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대여 와샤탄이 우크라이나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탄 대여 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과는 완전히 별개”라는 것. 이어 “노후화로 처치 곤란했던 와샤탄을 보내고 새 포탄을 받아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 실리를 동시에 챙긴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로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20일 “정부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에서 우크라이나 직접 무기 지원에 대한) 검토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