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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흥행한 비결로는 우선 남북 분단을 다뤘다는 점을 꼽는다. 베트남 역시 과거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만큼 베트남인에게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것. 하지만 일등 공신으로는 현지 정서와 유행어를 그대로 반영한 ‘베트남 맞춤형 번역’이 꼽힌다. 영화의 현지 배급을 맡은 CJ HK 엔터테인먼트 정태선 법인장은 “현지 관객 댓글 중에 번역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성공적인 번역 덕분에 내내 웃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현지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띠축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뚜안린 배급팀장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건 한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대북 방송을 하며 “북녘 동포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는 장면. 이는 베트남 국민 작곡가 찐꽁선의 노래 ‘큰 손을 잡고’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실제 노래는 ‘우리 지금 만나’가 그대로 나왔고 가사 역시 ‘우리 지금 만나’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지만 베트남 노래 제목을 활용해 웃음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 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흥행한 비결로는 우선 남북 분단을 다뤘다는 점을 꼽는다. 베트남 역시 과거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만큼 베트남인에게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것. 하지만 일등 공신으로는 현지 정서와 유행어를 그대로 반영한 '베트남 맞춤형 번역'이 손꼽힌다. 영화의 현지 배급을 맡은 CJ HK 엔터테인먼트 정태선 법인장은 “현지 관객 댓글 중에 번역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성공적인 번역 덕분에 내내 웃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베트남 현지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 띠 축 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 뚜안 린 배급팀장 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건 한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대북 방송을 하며 “북녘 동포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는 장면. 이는 베트남 국민가수 찐꽁손의 노래 ‘손을 잡아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실제 노래는 ‘우리 지금 만나’가 그대로 나왔고 가사 역시 ‘우리 지금 만나’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지만 베트남 노래 제목을 활용해 웃음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엄마는 숨을 들이쉬고 다시 내뱉지 않았다. 상실이라는 현실이 차갑게 내 발밑을 받치고 있었다.” 2009년 19세 대학생이던 저자의 엄마가 돌아가신다. 난소암 4기 선고를 받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지났다. 이따금 상실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급습해 오지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로 내세울 정도로 덤덤한 날이 더 많다. 슬픔이 흐려진 지금, 저자는 엄마의 투병 과정, 장례식 등 그간 마주하지 못한 상실의 순간을 정면으로 보기 시작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47세에 유명을 달리한 엄마 론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림으로 보여준다. 론다는 갈색 반달눈에 소가 혀로 핥은 듯 곧추선 앞머리, 주근깨가 있는 매끈한 팔을 가진 사람이었다. 얼굴 구석구석 특징과 사소한 습관까지 그림과 글로 되살려낸다. 난소암 4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는 저자를 엄마는 되레 위로한다. 엄마 그림엔 ‘죽어가는 사람’, 본인 그림엔 ‘안 죽어가는 사람’이란 문구를 각각 넣은 뒤 “이 장면에서 뭐가 잘못됐을까?”라며 웃음을 유발한다. 가장 슬펐던 때를 돌아보면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눈물샘만 자극하는 전개가 아니라는 점은 이 책의 매력이다. 암이 뇌와 폐까지 전이된 뒤 아기처럼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도 그린다. 엄마의 마지막 순간과 저자의 복잡했던 머릿속, 조문객들이 던진 “넌 좀 어떠니?”라는 질문에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고민했던 기억, 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해가는 모습,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았다. 이 책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책. 한 개인이 겪은 상실과 회복 과정을 만화로 보여주며 삶을 뒤흔든 슬픔에서도 얻는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일찍 엄마를 잃은 이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어떤 말이 가장 위안이 되는지 알게 되는 것 말이다. 슬픔엔 어떤 규칙도 없지만 무서운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누군가와 함께할 때 훨씬 덜 무섭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저자의 말이 무엇보다 와 닿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러닝타임 151분. 영화는 길고 어렵다.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매우 낯설게 들린다.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30일 개봉한다.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한국에 온 최초의 서양인 신부인 프랑스 출신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밀입국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모방 신부에게 세례를 받는다. 영화는 그가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을 오가며 교육받는 과정, 1842년 프랑스 군함을 타고 온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에 밀입국했다가 청나라를 거쳐 1845년 천신만고 끝에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 형식으로 담았다.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데려오려고 큰 뗏목 수준의 ‘라파엘호’로 서해를 횡단하며 고군분투하고, 1845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돼 9월 순교하기까지 그의 10년을 한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탄생’팀은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보고 교황은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는 종교인 김대건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무역가로서의 면모도 두루 담았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인 유진길(1791∼1839)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성기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촬영에 들어갔지만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전혀 표 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839년 기해박해로 투옥돼 칼을 차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결코 배교(背敎)하지 않는 등 심지 굳은 모습을 초연하게 소화해낸다. 11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흥식 감독은 “안성기 배우는 투병 중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며 존경을 표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 영화는 길고 어렵다. 러닝타임은 무려 151분.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외계어처럼 들릴 수도 있다. 1836년부터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 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세부 내용을 100%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곱씹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30일 개봉하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김대건 신부 하면 대부분 순교와 그가 태어난 솔뫼 성지(충남 당진시) 정도만 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궤적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1월 한국 최초의 서양인(프랑스인) 신부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비밀리에 입국하는 장면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용인 은이성지에서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영화는 그가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오가며 라틴어 불어 등 언어와 신학 등 각종 교육을 받는 과정, 1842년 마카오에서 프랑스 군함을 타고 떠난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으로 밀입국했다가 다시 청나라를 거쳐 1845년 1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로 담아냈다. 귀국 이후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입국시키려고 큰 뗏목이나 다름없는 ‘라파엘호’로 서해를 건너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1845년 8월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조선의 첫 신부가 되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된 뒤 9월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기까지 김 신부의 10년을 한 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박흥식 감독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부를 해보니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다 알아야만 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신 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제목 ‘탄생’은 조선 근대의 탄생이자 첫 번째 신부의 탄생, 우리가 탄생시켜야 할 미래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탄생’팀은 16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도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본 교황은 그에게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탐험하고 모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에는 종교인 김대건의 모습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조선학자 무역가 등의 면모도 두루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많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 유진길(1791~1839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촬영 내내 김대건이라는 인물은 저를 많이 꾸짖었습니다. 200년 전 한 청년은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꿈꾸고 개척하고 비전을 외쳤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고 꽃이 돼 지금 향기가 나고요. 저를 비롯해 많은 청년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 향기가 나는 때를 알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윤시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카지노’부터 스타 작가 김은숙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 ‘더 글로리’까지…. 극장가 대목인 12월 OTT시장에서도 굵직한 신작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새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느라 바빠지는 신년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연말에 기대작을 공개해 구독자들을 내년에도 계속 묶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다음 달 21일 공개하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K드라마 ‘카지노’.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K드라마 중 가장 큰 공을 들인 1주년 기념 대작이다. 최민식이 드라마 ‘사랑과 이별’(1997∼1998년) 이후 24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열풍의 초석을 마련한 1편(2017년)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최민식은 물론이고 올해의 대세 배우로 꼽히는 손석구가 출연하는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 후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다음 달 7일 ‘커넥트’를 공개한다. 세계적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힌 일본 고어물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이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추격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체 6화 중 3화까지 먼저 공개됐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K드라마라는 점이 흥미를 끄는 데다 화제성이 높은 배우 정해인이 출연하고,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어서 ‘카지노’ 공개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도깨비’ ‘파리의 연인’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로 유명한 스타작가 김은숙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도 연말 공개를 잠정 확정했다. 배우 송혜교의 OTT 드라마 데뷔작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여성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렸다. 폭력성과 대사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달콤하고 온건한 수위의 멜로물을 주로 써온 김 작가가 선보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장르물은 어떨지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외에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를 내지 못한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로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토종 OTT 작품도 만만치 않다. 왓챠는 배우 한석규의 OTT 드라마 데뷔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다음 달 1일 공개한다.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남편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자극적인 장르물 사이에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티빙 역시 다음 달 9일 ‘술꾼 도시 여자들2’를 공개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시즌1은 방영 당시 기록한 주간 유료가입기여자 수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드라마는 한 번에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를 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년에 비해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더 있는 연말에 작품을 공개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업체 인지도가 높아져 신년에 구독자를 선점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최민식과 올해의 대세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카지노’부터 당대 최고의 스타 작가 김은숙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데뷔작 ‘더 글로리’까지. 극장가 대목인 12월 OTT에서도 OTT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신작 드라마가 쏟아진다. 새롭게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느라 바빠지는 신년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연말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기대작을 공개해 구독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건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K드라마 ‘카지노’. 다음 달 21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K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큰 공을 들인 대작으로 평가된다. ‘카지노’는 최민식이 드라마 ‘사랑과 이별’(1997~1998년) 이후 24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인데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열풍의 초석을 마련한 첫번째 편(2017년)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린 뒤 목숨을 건 최후의 베팅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민식은 물론 올해 최고의 스타 배우가 된 손석구가 출연하는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디즈니플러스가 사실상 넷플릭스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OTT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카지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다음 달 7일 ‘커넥트’를 공개한다. 세계적 거장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힌 일본 고어물 거장 미이케 다카시 일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체 6화 중 3화까지가 먼저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K드라마여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정해인 등 화제성이 높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점,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점 등이 어우러져 ‘카지노’ 공개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도깨비’ ‘파리의 연인’ ‘미스터 선샤인’ ‘태양의 후예’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인기 드라마를 남긴 방송계의 전설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도 올 연말 공개를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송혜교의 OTT 드라마 데뷔작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한 여성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이야기를 그는 드라마다. 최근 폭력성이나 대사 수위 등이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 작가가 달콤한 분위기의 멜로물을 주로 써온 만큼 그가 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정통 장르물은 어떤 모습일지를 두고 호기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김은숙이라는 대박 브랜드를 달고 나온 이 드라마로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외에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를 건지지 못한 넷플릭스가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토종 OTT의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왓챠는 배우 한석규의 OTT 드라마 데뷔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다음 달 1일 공개하며 12월 OTT 대전에 도전장을 던진다.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남편 등 가족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자극적인 내용의 장르물이 상당수인 OTT 드라마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티빙 역시 다음 달 9일 ‘술꾼 도시 여자들2’를 공개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이 드라마 시즌1은 시즌1이 당시 기록한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1이 두꺼운 팬덤을 확보한 만큼 연말 시즌2 공개를 통해 가입자를 대거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티빙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드라마는 한 번에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 소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년에 비해 마음과 시간의 여유더 있는 연말에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업체 인지도가 높아져 신년에 구독자를 대거 확보하는데 한층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권순일 씨(40)는 24일 오후 10시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을 보려고 집 근처 CGV 표를 예매했다. 표는 1인당 2만 원. 아내와 함께 우루과이전은 물론이고 가나전(28일), 포르투갈전(12월 3일)까지 모두 영화관에서 볼 예정이다. 그는 “영화관은 인원이 제한돼 안전하다”며 “사운드가 좋은 데다 화면이 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응원할 수 있는 등 거리 응원과 TV 시청의 장점을 다 갖춰 영화관을 택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이를 생중계하는 영화관 단체 응원이 주목받고 있다. 22일 현재 조별리그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CGV 지점 중 유명 지점 표는 거의 다 팔린 상태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22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예매 가능한 우루과이전 생중계 3개관 755개 좌석(프라이빗 좌석 8개 포함) 중 96%(727석)가 팔렸다. 젊은층이 몰리는 강남구 CGV 강남 역시 2개관 282석 가운데 8석만 남고 다 판매됐다. CGV는 전국 189개 지점 중 92개 지점 278개 상영관(4만7000석)에서 생중계를 진행한다. 21일 기준으로 우루과이전 표 판매량은 8200장을 넘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통상 경기 당일에 표가 절반 넘게 팔리는 걸 고려하면 우루과이전 표 판매량만 2만여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영화관 응원은 과거에도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인기였지만 이번에 더 주목받는 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을 할 예정이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예년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월드컵이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란 점도 실내 단체 응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3차례 경기 모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오후 10시 이후에 열려 실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CGV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탄생’의 주인공인 배우 윤시윤과 함께 응원하는 특별 회차를 진행하고 생중계 표를 예매한 고객에게 한국 영화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여러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권순일 씨(40)는 24일 밤 10시(한국시간)부터 열리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 전을 보려고 집 근처 CGV 표를 예매했다. 부인과 함께 우루과이 전은 물론 가나 전(28일), 포르투갈 전(12월 3일)까지 모두 영화관에서 관람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관은 인원이 제한돼 확실히 안전하다”며 “사운드가 좋은데다 화면이 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응원할 수 있는 등 거리 응원과 TV 시청의 장점을 합쳐놓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생중계하는 영화관 단체 관람 및 응원이 주목받고 있다. 조별리그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CGV의 유명 지점 표는 이미 거의 다 팔린 상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24일 우루과이 전 생중계 상영에 배정된 프라이빗 박스 내 8개 좌석을 포함한 총 755개 좌석은 22일 오전 11시 현재 727개 좌석이 팔렸다. 젊은층들이 몰리는 서울 강남구 CGV 강남 역시 2개 관 282석 중 8석을 제외하고 모두 팔린 상태다. CGV는 전국 189개 지점 가운데 93개 지점 270여 상영관에서 이번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21일까지 우루과이 전 생중계 표 판매량은 8200장을 넘어섰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통상 경기 당일에 절반이 넘는 표가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우루과이 전 표 판매량만 총 2만여 장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영화관 응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이전 월드컵 개최 때도 진행돼왔던 이벤트. 그러나 유독 올해 월드컵에서 영화관 응원이 주목받고 있는 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 ‘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 행사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거리응원이 성사되더라도 참사 이후 안전 관련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 예년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이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란 점도 실내 단체 응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부분이다. 3차례 경기가 모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오후 10시 이후에 진행되는 만큼 실내에서의 단체 응원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CGV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탄생’의 주인공 배우 윤시윤이 참석해 함께 응원하는 특별 회차를 마련하고, 생중계 표 예매 고객에게 한국 영화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더 많은 관객을 모을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동아일보와 정효문화재단이 ‘제1회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참가자를 12월 9일까지 모집한다. 동아일보는 1985년 창설된 뒤 국악계 최고 권위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동아국악콩쿠르에 이어 정효문화재단과 함께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콩쿠르는 국악계를 빛낼 재능 있는 꿈나무들에게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콩쿠르 참가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 또는 같은 연령에 해당하는 청소년이다. 현악과 관악, 성악, 무용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신청을 받는다. 참가 신청 및 과제곡은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juniorguga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선 경연은 다음 달 말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홀 및 국립국악원 국악연수관에서 열린다. 본선 경연은 정효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다음 달 9일 참가 접수가 끝난 뒤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각 부문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상장을 수여하고 특전도 제공한다. 독주회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국악방송 출연 기회도 준다. 참가자들은 국악계 최고 수준의 심사위원들로부터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동아일보와 정효문화재단은 참가자들이 세계무대에 한국문화를 알릴 대표 국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 국악 관련 기관이나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입상자에게 제공하는 특전 기회를 앞으로 더 넓혀갈 계획이다. 02-523-6268, junior_gugak@gmail.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삶은 힘들지만 탈출구가 있어요.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열린 제23회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가수이자 작곡가인 앙헬라 알바레스가 95세에 신인상을 받았다. 2000년 시작된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역대 최고령 수상자다. 라스베이거스의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개최된 이날 시상식에서 알바레스와 가수이자 작곡가인 실바나 에스트라다(25)는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에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자가 알바레스를 호명하자 객석에 있던 가수와 작곡가 등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에스트라다는 먼저 무대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 알바레스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안내했다. 백발의 알바레스는 무대에 올라 “노래로 내 이야기를 하고 나같이 역경을 겪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며 “이 상을 신과 내 사랑하는 조국 쿠바에 바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싸워왔습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념과 사랑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어떤 것도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연예지 피플 등에 따르면 쿠바 출신인 알바레스는 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첫 앨범을 낸 건 94세 때였다. 1962년 자녀 네 명을 먼저 미국에 보낸 뒤 뒤따라 온 그는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고 청소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 왔다. 고된 이민 생활에도 그는 꾸준히 기타를 치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중이 아닌 친구나 가족 앞에서만 연주하고 노래했다. 어린 시절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90세가 될 때까지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반 제작자인 손자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가 우연히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발견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카를로스는 “할머니가 일생에 걸쳐 한 작업을 가족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91세 생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처음 정식 공연을 연 알바레스는 드디어 지난해 15곡이 실린 첫 앨범을 발표했다. 알바레스는 수상 직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상을 받고 내 꿈이 이뤄진 걸 알았다”며 “95세란 나이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가 담긴 유튜브 영상에는 ‘정말 아름답다’, ‘엄청난 지혜가 담긴 노래’, ‘큰 영감을 줬다’ 등 찬사 어린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라틴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리코딩아카데미가 만든 라틴리코딩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상으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된 라틴계 음악을 대상으로 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엔 흥미를 끌 만한 서사가 없다. 일상이 무심하고 느리게 흘러갈 뿐. 청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특별한 로맨스도 없다.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모습 정도만 그려진다. 그런데 104분 동안 가만히 보게 된다. 무자극과 느림은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24일 개봉하는 ‘창밖은 겨울’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봄의 도시지만 영화엔 익숙한 진해의 봄 대신 늦가을과 초겨울이 담겼다. 영화는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다가 고향 진해로 와 버스 기사로 일하는 석우(곽민규)와 버스터미널 매표소 직원이자 유실물 보관소 업무를 하는 영애(한선화)의 일상을 따라간다. 석우는 터미널에서 발견한 고장난 MP3플레이어를 유실물 보관소에 가져다준다. 석우는 영애에게 MP3 주인이 왔느냐고 틈만 나면 묻는다. 영애는 MP3에 집착하는 그가 신기하다. 영애는 MP3는 누군가 버린 거라고 말한다. 보관소 가득한 물건들도 대부분 찾아가지 않는 만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석우는 “잃어버린 것”이라며 찾아올 사람이 있을 거란 미련을 가진다. 두 사람은 MP3를 고칠 수리점을 찾거나 함께 퇴근하며 진해 거리와 골목을 다닌다. 시간이 멈춘 듯한 진해 곳곳의 풍경은 이 별것 없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도시인 듯 시골인 듯한 모습과 버스터미널, ‘이용원’ ‘인판사(인쇄소)’ 등 모든 것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한적한 소도시는 그 모습 자체로 묘한 안정감을 준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진 감독(31)은 “진해가 고향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영화 무대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실물 보관소에 놓인 MP3는 잃어버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 모를 청춘의 꿈 같다. 서른한 살의 석우는 영화감독의 꿈을 버린 것일까, 잠시 잃어버린 것일까. 배우 곽민규는 늘 생각에 잠겨 있고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석우 캐릭터를 통해 꿈도 사랑도 어중간한 경계에 선 채 조용히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겨울 초입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 있는 소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잠시나마 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그러네요. 제법 추워졌어요” 등 오랜만에 듣는 평범하고 무해한 대사들이 반갑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관들이 업체별 대표 상영관을 국내 최고 상영관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자 대표 상영관을 ‘성지 중의 성지’로 키워 영화 팬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시네마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내 수퍼플렉스G관을 리뉴얼해 이달 말쯤 공개할 예정이다. 수퍼플렉스G관의 스크린은 가로 34m, 세로 13.8m, 총면적 469.2m² 규모로 2014년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이후 중국 영화관에 이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영화 팬들 사이에선 한국 대표 상영관으로 통한다. 롯데시네마는 상영관 내 어느 자리에서도 사운드가 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음향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개선했다. 프리미엄 리클라이너 좌석을 도입하는 등 한 상영관 내에서도 좌석 유형을 다양화하고 스크린 화질도 개선해 최고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CGV는 올해 6월 리뉴얼한 영등포구 CGV영등포 스크린X관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등재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상영관의 스크린은 정면과 좌우까지 3개 면이 이어진 형태다. 길이 총 72m, 최대 높이 13.9m로 총면적 883.5m²에 달한다. 지난달 CGV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이 스크린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인증을 받았고,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등재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009년 CGV는 영등포 스크린X관의 전신인 스타리움관 스크린(가로 31.38m 세로 13m, 총면적 407.9m²)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한 바 있다. 이 영광을 13년 만에 되찾겠다는 것이다. CGV는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4DX스크린관과 더불어 영등포 스크린X관을 관람 몰입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CGV 3대 상영관으로 내세우고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상영관의 관람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더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엔 뚜렷한 서사가 없다. 영화 속 세상은 멈춰있는 듯하다. 일상이 그저 무심하고 느리게 흘러갈 뿐. 청춘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별다른 로맨스도 없다.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모습만 어렴풋이 그려진다. 그런데 104분 동안 가만히 보게 된다. 무심함과 무자극 느림은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24일 개봉하는 ‘창밖은 겨울’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옛 진해시 일대다. 진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봄의 도시지만, 영화엔 익숙한 진해의 봄 대신 다소 낯선 늦가을과 초겨울이 담겼다. 영화는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다가 고향 진해로 와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는 석우(곽민규)와 버스터미널 매표소 직원이자 유실물 보관소 업무를 하는 영애(한선화)의 일상을 따라간다. 석우는 터미널 대기실에서 발견한 고장 난 MP3를 유실물 보관소에 가져다준다. 석우는 영애에게 MP3 주인이 왔느냐고 틈만 나면 묻는다.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MP3에 집착하는 그가 영애는 조금 신기하다. 영애는 MP3는 누군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린 거라고 말한다. 유실물 보관소 가득한 물건들도 대부분 찾아가지 않는 만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석우는 “잃어버린 것”이라며 찾아올 사람이 있을 것이란 미련을 품는다. 두 사람은 문제의 MP3를 고칠 수리점을 찾아 진해 골목을 곳곳을 다닌다.영화 속 시간이 멈춘 듯한 진해 곳곳의 풍경은 이 별것 없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도시인 듯 시골인 듯한 소도시 특유의 모습과 버스 터미널, 골목골목 들어선 작은 집, ‘이용원’ ‘인판사(인쇄소)’ 등 과거에 머물러있는 공간까지 모든 것이 오래된 이 한적한 소도시는 그 모습 자체로 잔잔한 매력을 빚어낸다. 두 사람이 오래된 공간에서 천천히 걷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진 감독은 “진해가 고향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영화 무대가 되는 것 같다”며 “진해가 완전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니어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 부분들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주요 소품인 유실물 보관소에 놓인 MP3는 잃어버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 모를 청춘의 꿈같다. 31세 석우는 영화감독의 꿈을 버린 것일까. 잠시 잃어버린 것일까. 배우 곽민규는 늘 생각에 잠겨있고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석우 캐릭터를 통해 경계에 선 청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강하고 톡 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배우 한선화는 이번엔 가장 평범한 모습을 그려내느라 공을 들였다. 진해 현지의 노인 등 평범한 사람들을 보조출연자로 캐스팅하는 등 진해의 모습을 사람들까지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한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북적이고 시끄러운 대도시를 벗어나 여전히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있는 소도시를 잠시나마 조용히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그러네요. 제법 추워졌어요” 등 평범하기만 한 무자극 대사가 가진 매력을 담아낸 작품으로 겨울 초입 혼자 보기 좋은 영화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왜 나야? 다른 배우 많잖아?’ 이 말부터 나오더라고요.” 배우 유해진(52)이 1997년 ‘블랙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25년 만에 처음 왕 역을 제안받고 감독에게 한 말이다. 그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16대 왕 인조로 열연했다. 현대극과 사극을 막론하고 그는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사극만 좁혀 보면 영화 ‘왕의 남자’(2005년)에선 광대 육갑 역을,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에선 해적에서 산적으로 전향(?)하는 철봉 역을 맡아 천민을 연기해왔다. 그런 그에게 웃음기라고는 없는 데다 최고 신분인 왕 역을 제안한 이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의 안태진 감독.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유해진은 “안 감독은 나를 택한 이유로 ‘조금 다른 왕이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하면 확 다르겠지’라고 되받아쳤다”며 웃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은 왕 그 자체다. 상영 25분이 지나서야 왕실의 보일 듯 말 듯한 얇은 막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언뜻 비치는 존재 자체로 관객이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다. 평소 코믹한 이미지는 모두 털어냈다. 권력에 눈이 멀어 광기에 휩싸인 인조를 지금껏 본 적 없는 왕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인조가 ‘짠’ 하고 등장했다”며 “아무리 영화라도 대중이 가진 유해진에 대한 이미지가 있지 않으냐. 관객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회에서 내가 처음 나올 때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진 않더라. 나를 왕으로 받아들이는구나 싶어 안심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실린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기록에 상상을 더한 스릴러물이다. 병자호란 후인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인조 23년(1645년), 귀국 한 달여 만에 사망한다. 사인은 학질(말라리아). 그러나 시신 외관으로 볼 때 인조가 의관 이형익을 시켜 독침을 놓아 죽인 것이라는 독살설이 제기돼왔다. 영화에는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로, 빛이 없을 때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궁중 시각장애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로 어스름한 시간을 배경으로 세자가 죽어가는 모습과 진범을 찾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그려진다. 권력욕에 부정마저 버린 비정한 아버지이자 왕위를 뺏길지 모른다는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왕을 연기하는 유해진은 숨이 막히는 수준까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유해진은 “인조를 연기할 때 더도 덜도 말고 역사에 기록된 내용만을 생각했다”며 “광기를 표현할 땐 무대에서 연극 한 편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면 마비로 한쪽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입이 비뚤어져 말할 때 웅얼거리는 모습까지, 실제 환자처럼 연기한다. 그는 “주변에 안면 마비를 앓는 분들 모습을 참고했다”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인조의 모습은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모습”이라고 했다. 시사회를 통해 왕으로 분한 유해진을 접한 평단은 극찬했다. 그럼에도 베테랑 배우는 관객에게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이기에 앞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왕 역할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관객들이 ‘이야, 뭐? 유해진이 왕을 한다고?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만 안 하고 편하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니 왜 나야? 다른 배우들 많잖아?’ 섭외를 받고 이 말부터 나왔죠.” 배우 유해진(52)이 1997년 ‘블랙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후 25년 만에 처음 왕 역할을 제안받고 감독에게 한 말이다. 그는 23일 개봉하는 사극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16대 왕 인조로 열연했다. 현대극과 사극을 막론하고 그는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사극만 좁혀보면 ‘왕의 남자’(2005년)에선 광대 육갑 역을,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에선 해적에서 산적으로 전향하는 철봉 역을 맡는 등 천민을 연기해왔다. 그런 그에게 인조 역을 제안한 이는 ‘왕의 남자’ 조감독이었던 안태진 감독. 안 감독은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올빼미’의 주인공 인조에 기존 이미지로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유해진을 섭외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안 감독은 나를 택한 이유로 ‘조금 다른 왕이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지 내가 하면 확 다르겠지’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은 왕 그 자체다. 웃음기를 쫙 뺀 채 등장한 그는 왕 역할에서 조금도 겉돌지 않는다. 기존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 상영 25분이 지나서야 왕실의 보일 듯 말 듯 한 얇은 막 뒤에서 등장하는 그는 존재 자체로 관객이 자세를 고쳐 앉고 몰입하게 만든다. 그는 권력욕에 눈이 먼 나머지 광기에 휩싸인 인조를 지금껏 본 적 없는 왕 캐릭터로 새롭게 해석해냈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인조가 ‘짠’하고 등장하는 설정이었다”며 “아무리 영화라도 대중이 가진 유해진에 대한 이미지가 있지 않으냐. 관객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바꾸자고 내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회에서 보니 내가 처음 나올 때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진 않더라”며 “나를 왕으로 받아들이고 계시구나 싶어 안심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실린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한 스릴러물. 병자호란 이후인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인조 23년(1645년) 귀국 한 달여 만에 사망한다. 사인은 학질(말라리아)로 기록돼있지만 시신 외관으로 볼 때 인조가 의관 이형익을 시켜 독침을 놓아 죽인 것이라는 독살설이 제기돼왔다. 영화는 빛이 없는 경우만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궁중 내의원 시각장애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로 등장시킨다. 주로 어스름한 시간을 배경으로 세자가 죽는 모습과 진범을 찾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려진다. 권력욕 앞에 부정마저 버린 비정한 아버지이자 언제 왕위를 뺏길지 몰라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왕을 연기하는 유해진은 이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유해진은 “인조를 표현할 때 더도 덜도 말고 역사적 기록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만 가지고 연기하자고 생각했다”며 “인조의 광기를 표현할 땐 영화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무대에서 연극 한 편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는 안면마비로 한쪽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증상 악화로 한쪽 입이 비뚤어지면서 말을 할 때 웅얼거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그는 “주변에 안면마비를 앓는 분들의 모습을 참고했다”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인조의 마지막 모습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모습이다”라고 했다. 처음 왕을 맡은 그의 모습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은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이기에 앞서 베테랑 배우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왕 역할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었어요.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관객들이 ‘이야 뭐? 유해진이 왕을 한다고?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만 안 하고 그냥 편하게 와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945년 말 정식 등록된 국내 출판사는 45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1948년 말이 되자 792개로 폭증한다. 광복이 출판계에도 해방을 부른 것. 쏟아져 나오는 책을 팔 곳이 부족하자 길거리 좌판이 등장했다. 노점책방 전성시대가 열린 것. 당시 대구에서 노점책방을 연 김원대는 “동아일보 같은 신문 서너 가지를 벌여놨는데 아주 잘 팔렸다. 우리말로 된 출판물은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렸다”고 회고했다. 특정 분야 책을 파는 전문서점의 시초는 일제강점기이던 1923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행림서원이다. 한의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한 출판사이자 서점으로 ‘향약집성방’ 등 조선시대 의서 복간에 힘쓰는 한편 한의서를 대량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저자는 골목책방을 3년간 운영하기도 한 책·서점 전문가다. “나에게 서점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예찬론을 펼치며 서점 뿌리 찾기에 나선다. 1899년 7월 황성신문에 실린 청일전쟁을 다룬 역사서 ‘중동전기’ 광고를 보면 ‘정두환지전’ 등 ‘지물포’를 뜻하는 지전(紙廛)을 책 판매처로 소개한다. 이는 지물포에서 근대 서점이 태동했음을 보여준다. 1963년 문을 연 뒤 서울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자리매김했던 당시 국내 최대 서점이자 서점문화 혁신의 상징 ‘종로서적’, 1980년대 민주화 물결과 함께 곳곳에서 생겨난 사회과학서점 등 서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겼다. 전국 곳곳에서 약속 장소로 사랑받던 서점 상당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 누구나 갖고 있는 서점에 대한 추억을 오랜만에 소환시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회색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명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 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원작은 2000년의 99학번 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된다.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으로, 현재에 사는 이들의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 역시 무선기기로 연결된다. 용은 첫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꿈, 사랑, 우정에 관한 여러 고민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무늬가 말하는 ‘썸’ 같은 단어를 용이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방가방가’ 등 1999년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비롯해 곳곳에서 당시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1999년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여서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 내며 당시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의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16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회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른바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원작은 2000년에 사는 99학번 지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우연히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이다. 현재에 사는 이들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는 원작처럼 각자가 가진 오래된 무선기기를 통해 연결된다. 용은 한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늬에게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용과 무늬는 꿈과 사랑 우정 등 여러 고민을 나누고 조언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무늬를 통해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무늬가 말하는 ‘썸’이나 ‘헐’ 등을 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1999년 유행한 ‘방가방가’ ‘찌찌뽕’ 등의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당시 개봉한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등 곳곳의 99년 소환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99년에 유행한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99년이 현재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여서 차별화하기 어려움에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내며 특유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등 명확한 시대 구분이 가능하게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등의 메시지가 주인공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과 그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16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러닝타임이 길게는 3시간이 넘는 ‘길고 긴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쇼트폼 콘텐츠가 각광받는 등 콘텐츠 소비 형태가 점점 더 짧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보란 듯 역행하는 영화들이다. 포문을 연 건 9일 개봉한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블랙 팬서’(2018년) 후속편으로 러닝타임은 2시간 41분이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국내외 상업영화 중엔 재개봉작을 제외하면 ‘시맨틱 에러: 더 무비’(2시간 57분), ‘더 배트맨’(2시간 56분) 이후 가장 길다. 16일엔 ‘한산 리덕스’가 개봉한다. 7월 개봉해 726만 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의 감독판으로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이다. ‘한산: 용의 출현’보다 21분 늘어났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대작 중에선 단연 가장 길다. 끝판왕은 다음 달 중순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이다. ‘아바타’(2009년) 후속편으로 3시간 10분 내외로 알려졌다. 관심은 긴 영화의 흥행 여부다. 올해 3월 개봉한 ‘더 배트맨’은 관객 9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영화계에선 쇼트폼 콘텐츠가 확산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인기로 영상을 10초씩 빠르게 건너뛰며 혼자 보는 문화가 퍼지는 등 팬데믹 기간 급변한 콘텐츠 소비 방식을 간과한 채 긴 러닝타임을 고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긴 러닝타임의 극장용 영화가 짧은 영상 대세 시대에 흥행으로 가는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를 대로 오른 관람료(주말 일반관 1만5000원)를 내고 영화관에 갈 거면 볼거리가 가득한 데다 러닝타임도 길어 영화관에 간 김에 오랜 시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똘똘한 한 편’을 보려는 선택과 집중형 관객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심해 지상 공중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 상상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볼거리, 보는 재미를 끌어올리는 예술적 경지의 음악, 철학적 메시지, 개그 등이 어우러지면서 2시간 41분이 1시간 반처럼 지나간다. 볼거리와 서사의 대향연에 상영시간 내내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금속인 비브라늄을 유일하게 보유한 최강국 와칸다가 비밀의 수중 국가 탈로칸과 전면전을 치르는 내용의 이 영화는 OTT 전성시대에도 극장이 필요한 이유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아바타: 물의 길’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긴 러닝타임이 흥행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해왔다. 그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상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 “쉽게 볼 수 있다면 특별함은 사라진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기에 손꼽아 기다리고 친구와 함께 가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있다”며 “아바타가 바로 그런 영화”라고 자신했다. ‘아바타: 물의 길’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 공개된 이후 스케일과 기술이 압도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관객 중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쾌감을 극대화하고자 개봉일까지 일부러 영화관을 찾지 않겠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OTT의 확산은 짧은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소비하도록 만들었지만, 정반대로 재미가 있으면 시리즈 10편을 몰아보는 등 매우 긴 영화나 마찬가지인 시리즈에 익숙해지게 만들기도 했다”며 “빈틈없이 꽉 채운 영화라면 아무리 길어도 흥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