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쌍용자동차 노사가 내년 상반기까지 해고 근로자를 전원 복직시키기로 13일 잠정 합의했다.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홍봉석 쌍용차 노조위원장, 김득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함께 쌍용차 관련 희생자를 기리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사 공동 조문은 해고 근로자들이 내건 교섭조건이었다. 이후 최 사장과 홍 위원장 일행은 서울 종로구 S타워로 자리를 옮겨 석 달 만에 이뤄진 본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합의안에서 쌍용차 사태가 10년을 맞는 내년 6월까지 남은 해고 근로자 119명을 모두 복직시키기로 했다. 구체적인 복직 시기와 방식은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승인을 거쳐 14일 오전 10시 경제사회노동위 대회의실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관련 가압류를 해제하는 내용은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사회노동위 관계자는 “국가(경찰)가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7000만 원의 손배소와도 연계해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구조조정 과정에서 165명이 정리해고됐다. 2015년 12월 노사는 해고자의 단계적 복직에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45명만 복직이 이뤄졌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너무 오래 걸렸다. 해고자의 아내 중 절반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관련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배석준 기자}
올해 첫 국내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경북에 거주하는 A 씨(68·여)가 지난달 15일부터 발열과 설사에 시달려 검사한 결과 이달 11일 일본뇌염으로 확진됐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일본뇌염은 해당 바이러스를 지닌 작은빨간집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다. 급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킨다. 회복해도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국내에선 2010∼2017년 한 해 평균 17.8명의 환자가 생겨 이 중 2.6명이 숨졌다. 환자는 매년 9∼11월에 집중된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벌초 등 야외 활동 시 긴소매의 옷을 입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모기 기피제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뇌종양이나 뇌경색이 의심돼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때 환자가 낼 돈이 18만 원 이하로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건강보험 확대 적용안을 확정했다. 현재 뇌 MRI 검사료는 병의원이 알아서 매겨 천차만별이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조사 결과 뇌 MRI 검사료는 종합병원이 36만∼70만9800원, 상급종합(3차)병원이 53만∼75만 원이다. 검사 결과 중증 뇌질환이 확인되지 않으면 전액 환자가 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사 전에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보였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시 14만3844원, 상급종합병원 검사 시 17만9517원으로 각각 줄어 일본과 비슷해진다. 중증 뇌 질환자가 경과를 보기 위해 MRI를 찍을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기간도 6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하면 가벼운 두통에도 MRI부터 찍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복지부는 과거 뇌중풍(뇌졸중) 관련 질환을 겪었거나 구토 등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MRI를 찍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관절이 오그라든 채 태어나는 ‘선천성 다발관절만곡증’ 등 희귀질환 100종이 신규로 건강보험 산정특례에 포함돼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20∼60%에서 10%로 줄어든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산정특례에 포함된 희귀질환은 827종이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 씨(61)가 공항에서 병원으로 갈 때 이용한 택시를 방역관이 아닌 택시 운전사가 직접 소독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는 메르스 대응 지침을 어긴 것이다. 또 A 씨 이후 택시를 이용한 승객 20여 명의 격리 수준을 정하려면 택시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 검사해야 하지만 보건 당국은 검체를 수거하지 않았다.○ 택시 내부 검사 없이 ‘셀프 소독’ 보건 당국은 8일 A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그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태운 택시를 수배했다. 이 택시 내부는 A 씨가 7일 귀국한 뒤 격리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문 공간이다. 내부 검사와 소독은 필수였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르면 환자를 이송한 차량은 보호복과 장갑을 착용한 채 소독해야 한다. 작업 후엔 보호 장비를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버려야 한다. 소독약 사용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훈련된 방역관이 소독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담당 방역관은 택시 운전사 B 씨에게 락스와 물을 섞은 소독약을 전달해 직접 소독하도록 했다. 이에 B 씨는 방역관의 말대로 소독약을 휴지에 묻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택시 안팎을 닦았다. B 씨의 아내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방역관에게 전송했다. 소독을 완료했다는 증거 자료였다. 이 과정에서 B 씨와 아내는 보호복을 입지 않았다. B 씨 거주지의 보건소 관계자는 “규정대로 하면 이웃의 눈에 띄어 B 씨가 메르스 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는 데다 방역관이 자칫 격리 대상이 될 수 있어 B 씨 스스로 소독하게 했다”며 “추가 소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차를 옮겨 소독할 수 있는 데다 방역관이 보호 장비를 갖추면 격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어 보건소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당국은 택시를 소독하기 전 손잡이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A 씨가 내린 뒤 이 택시에선 24건의 카드 결제가 있었다. 당국은 이 중 22건에 해당하는 승객 25명과 연락이 닿아 조만간 일상접촉자(비격리)로 분류할 예정이다. 나머지 2건의 승객은 연락이 안 됐다. 만약 택시가 바이러스에 심하게 오염됐다면 이 승객들을 격리 조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이를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다. 현재 승객 25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다.○ 12일이 확산 여부 1차 분수령 A 씨와 별개로 11일 낮 12시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한국인 여성 C 씨가 고열 증상을 보여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C 씨의 1차 검사 결과는 12일 오후 나온다. 올해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는 총 170명으로, 확진자 A 씨와 C 씨를 제외한 16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A 씨가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용한 구급차는 운전석과 환자석이 미닫이 유리창으로만 차단된 일반 구급차였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국은 사건 초기 외부로 공기가 전혀 새어 나가지 않는 음압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당국은 운전자가 당시 전신 보호복을 입고 있어 메르스 대응 지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가 낫지 않고 있지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는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주로 전파돼 A 씨의 전염력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A 씨와 접촉한 429명(밀접 21명, 일상 408명) 중 고열 등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10명을 검사한 결과 8명을 음성으로 최종 확진했고 나머지 2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최장 14일이지만 통상 5일 안에 증상을 보인다. A 씨가 귀국한 지 닷새가 되는 12일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1차 분수령인 셈이다. 당국은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탄 외국인 30명과 한국인 1명 등 31명의 행방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에 협력을 요청했다. A 씨가 귀국 전 21일간 머문 쿠웨이트에는 61명(밀접 13명, 일상 48명)의 접촉자가 있지만 아직까지 메르스 환자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철중·김윤종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 씨(61)를 공항에서 태워 병원에 내려준 택시 운전사가 이후에도 격리 전까지 최소 23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역학조사에서 “A 씨를 병원에 내려준 뒤 더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던 택시 운전사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카드 결제 명세로 뒤늦게 파악하고 승객들의 소재를 찾고 있다.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탔던 외국인 승객 51명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 씨의 일상접촉자 중 총 74명 이상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 문제의 택시에 23명 이상 더 탔다 10일 질병관리본부는 “택시 운전사 B 씨 소속 회사의 카드 결제 명세를 조회해보니 23건의 추가 탑승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택시 회사는 카드만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명세만 23건이기 때문에 동승자를 감안하면 23명 이상이 된다. 보건당국이 이 기록을 토대로 재차 조사하자 B 씨는 그제야 “손님을 더 태웠다”고 말을 바꿨다. A 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내린 이후에 문제의 택시를 탄 승객들은 밀접 접촉한 게 아니라 간접 접촉했기 때문에 격리 대상은 아니다. 당국은 이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일상접촉자로 분류해 관찰할 방침이다. 하지만 B 씨가 몰았던 리무진 택시는 A 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삼성서울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되기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무른 공간이다. A 씨는 입국장을 통과한 뒤 공항 내 식당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이용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환자의 침방울에 오염된 손잡이나 소파 등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택시를 탔을 당시 A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보다 더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A 씨가 귀국할 때 이용한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의 외국인 승객 115명 중 51명도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당국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위치를 추적 중이다. 보건당국은 A 씨와 접촉한 승무원 1명(밀접접촉자)과 이코노미석 승객 5명(일상접촉자)이 메르스 의심증세로 신고돼 격리 검사한 결과 전원 1차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영국 여성 승객 등 2명은 정밀(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이날 오후 퇴원했다. 나머지 4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국은 건설사 임원인 A 씨가 쿠웨이트에서 오한 등 메르스 의심증세로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에 들른 것으로 확인된 만큼 현지에 남은 회사 동료의 상태를 관찰 중이다. 이 건설사 직원 20여 명은 A 씨와 같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 메르스 확진자와 아내, 병원 갈 때 각각 다른 차로 이동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공항에 자가용을 갖고 마중 나온 아내와 따로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입국 전 삼성서울병원의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이 의사가 아내가 공항에 갈 때 마스크를 쓸 것과 함께,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아내는 자가용을 타고, A 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A 씨가 메르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려주는 정황이다. A 씨는 10일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주치의인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번 주가 지나야 안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집중치료 중이다. 한편 보건당국은 A 씨가 탑승했던 항공기의 밀접접촉자인 외국인 승무원 3명을 한때 이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영종도의 한 호텔에 격리했다가 뒤늦게 인천공항검역소로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첫 격리 장소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이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박재명 기자}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초동 대처는 3년 전보다 훨씬 빨랐다. 삼성서울병원은 7일 쿠웨이트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귀국한 A 씨가 진료를 받으러 온 지 2시간 12분 만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번 환자’ B 씨(71)는 첫 진료부터 의심 신고까지 꼬박 1주일이 걸렸다. 그사이 메르스는 통제 불능 상태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방역 시스템에서 일부 허점이 드러났다.○ 휠체어 타고 검역대 무사통과 가장 아찔한 순간은 중동지역에서 돌아온 A 씨가 심한 설사 증세로 휠체어까지 타고 검역대를 지났는데도 이를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검역관이 설사와 관련해 질문했는데 ‘현재 심하지 않다’고 답변했고, 체온이 36.3도여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했다. 체온이 메르스 의심 기준(37.5도)에 미치지 못한 만큼 현행 매뉴얼에는 부합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 중에는 고열이나 기침과 같은 주요 증상보다 설사, 구토, 근육통 등을 먼저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A 씨는 지난달 28일 설사가 심해 쿠웨이트 현지에서도 병원을 찾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더 적극적으로 환자 상태를 살펴봤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박기준 검역지원과장은 “앞으로는 여행객의 불편과 민원을 감수하더라도 중동지역에서 돌아오는 모든 여행객의 설사와 구토 증상까지 전부 걸러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타고 이동 A 씨는 오후 5시 38분경 검역대를 통과한 뒤 공항에서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지인이 이 병원 의사로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집으로 가지 않고 마침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가장 많은 병원 내 감염자(91명)를 내는 바람에 병원 문을 닫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까지 했던 곳이다. 이후 다른 의료기관보다 더 엄격한 방역 체계를 갖췄다. A 씨가 오후 7시 22분경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그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간주하고 일반 환자가 이용하지 않는 출입구를 통해 음압격리실로 옮겼다. 이어 오후 9시 34분 질병관리본부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A 씨를 접촉한 사람은 의료진 4명에 그쳤다. 2015년 ‘학습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만약 A 씨가 택시를 타고 곧바로 귀가했다면 2015년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동지역 여행객이 더 경각심을 갖고 신고하도록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시간 늦게 메르스 ‘주의’ 안내문자 도착해 국립검역소는 중동지역 여행객이 입국하면 메르스 의심증상이 있든 없든 메르스 ‘주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하지만 A 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8일 오전 1시 34분에 처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지 8시간이 지난 후였다. 삼성서울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한 시간(7일 오후 9시 34분)보다도 4시간이나 늦었다. 이는 현행 시스템상 검역관이 입국자의 정보를 전산에 일일이 입력해야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기 때문이다. 검역 업무가 몰려 전산 입력이 늦어지면 문자메시지 발송도 지연된다. 전자검역심사대(입국자 정보를 자동으로 스캔하는 장비)를 거치면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A 씨가 입국한 10번 게이트에는 이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15년 39명의 사망자를 내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발생했다. 이 환자는 공항 검역소를 무사히 통과한 후 4시간여 만에 메르스 감염 진단을 받아 감염병 방역체계에 여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건설사 임원인 A 씨(61·서울 거주)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쿠웨이트를 방문한 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7일 오후 4시 51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 씨는 공항 검역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역관에게 설사 증상을 신고했지만 검역관은 체온만 잰 뒤 정상(36.3도)으로 확인되자 A 씨를 통과시켰다. 중동에서 입국한 데다 환자 스스로 메르스 주요 증상을 신고했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특히 A 씨는 검역대를 통과할 당시 휠체어를 탈 정도로 설사 증세가 심했다. 그는 쿠웨이트에 있을 때도 설사가 심해 현지 병원을 찾았다. 결국 A 씨는 입국장을 나와 스스로 공항 리무진 개인택시를 타고 이날 오후 7시 22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오후 9시 34분 보건당국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뒤 4시간여 만이다. A 씨는 이 시간 동안 항공기 승무원과 승객,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의료진, 가족 등 22명과 접촉했다. A 씨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택시운전사와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는 초기에 파악이 안 돼 8일 1차 발표에선 ‘밀접접촉자’에서 빠지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21명은 자택에, 1명은 시설에 격리돼 있다. A씨와 같은 항공기를 탔던 20대 영국 여성은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확진 여부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밀접접촉자’는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메르스 관련 긴급 장관회의를 열어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조기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미리미리 대처하고 질문이 더 나오지 않을 만큼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메르스 위기경보는 ‘관심’(해외 메르스 발생)에서 ‘주의’(메르스 국내 유입)로 한 단계 격상됐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유근형 기자}

쿠웨이트에 다녀온 61세 남성(서울 거주)이 쿠웨이트에 다녀온 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확진됐다. 2015년 5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후 3년여 만이다. 정부는 이 환자가 이동 중 밀접 접촉한 사람을 20명 파악해 자택에 격리 조치를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쿠웨이트를 방문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7일 입국한 A 씨가 8일 오후 4시경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A 씨는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 발열과 가래 말고는 심각한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주치의인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선 상태가 심각하지 않지만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일주일 정도는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A 씨는 쿠웨이트를 방문 중이던 지난달 28일 설사 증세로 현지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후 7일 오후 4시 51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검역관에게 설사 증상을 신고했고, 같은 날 오후 7시 22분 아내와 함께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의료진은 N95 보건용 마스크 등 개인보호구를 갖춘 채 A 씨를 응급실 내 격리실에 격리해 진료해 발열과 가래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확인했다. 병원은 오후 9시 34분 보건당국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보건당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A 씨를 의심환자로 분류해 그를 8일 0시 33분경 음압구급차량(운전자와 환자 사이에 격벽이 있는 감염병 환자 이송용 차량)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서울대병원은 A 씨의 검체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냈고, 연구원은 이날 오후 4시 최종 확진 판정을 내렸다. 당국은 A 씨가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올 때 아랍에미리트 항공 EK322편에 함께 탑승한 승객 중 앞뒤 3열에 앉았던 승객과 승무원을 조사해 이 중 승객 10명(전원 한국인)과 승무원 3명(한국인 2명 및 외국인 1명)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 여기에 A 씨를 검역한 인천국제공항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택시 기사 1명,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을 합해 총 20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당국은 지금까지 분류된 밀접 접촉자의 신원과 현재 위치를 전부 파악했고, 앞으로 메르스 잠복기간(2주) 동안 자택에 격리 조치할 예정이다. 당국의 조사에 따라 밀접 접촉자 분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A 씨의 회복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노인들이 자주 넘어지는 장소가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인 도로도, 잡풀이 우거진 논밭도 아니다. 6일 질병관리본부가 2010∼2016년 응급실 23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만 65세 이상 노인 낙상환자 7만8295명 중 54%인 4만2287명이 자신의 ‘집 안’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을 했다가 도처에 있는 장애물을 피해 간신히 귀가해도 또 다른 위험 공간이 펼쳐지는 셈이다. 노인들이 사는 집을 가장 안전한 장소로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낙상 막기 위한 22종 노인 친화 설계 지난달 28일 장을 보고 돌아온 이복순 할머니(79)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옆벽에 설치된 안전 손잡이에 기댔다. 신발을 벗다가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장치다. 현관 문턱 높이는 1.5cm가 되지 않아 발이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낮다. 이는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것들이다. 이 할머니가 사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35단지 공공실버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이런 노인 친화 설비가 13∼22종 마련돼 있다. 노인 집 안 낙상 사고의 절반은 침실과 거실(50.4%)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일어났다가 현기증으로 시야가 흐려지면서 장애물을 밟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할머니의 거실엔 이를 막기 위해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바닥을 밝혀주는 ‘동작 감지 센서등(燈)’이 설치돼 있다. 이 할머니는 “예전에 다세대주택에 살 땐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면 벽을 더듬거리며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참 살 만하다”며 흡족해했다. 침실과 거실 다음으로 위험한 장소는 화장실이다. 변기에서 일어나거나 샤워를 하다가 바닥 물기에 미끄러지기 쉽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선진국에선 호텔에 노인이 앉아서 씻을 수 있도록 샤워기 앞에 의자를 둔다. 이 할머니 아파트 화장실의 샤워기와 양변기 옆엔 손으로 짚을 수 있는 안전 손잡이가 있다. 바닥엔 미끄럽지 않도록 까끌까끌한 마감재를 사용했다. 세면대는 노인의 키에 맞춰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새로 짓는 노인 공공임대 주택엔 이런 설비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오래된 집들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주거급여를 받는 저소득층 노인이 사는 집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가구당 5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도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노인이라면 보건복지상담센터(129)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안전 손잡이나 미끄럼 방지 매트 구입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골든타임 위한 이웃의 ‘선한 오지랖’ 안전 설비가 있다고 모든 낙상 사고를 막을 순 없다. 특히 홀몸노인은 집 안에서 쓰러지면 발견이 늦어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2011∼2016년 노인 낙상 사망자 1150명 중 791명(68.8%)의 사고 발생 장소가 집이었다. 평소 이웃끼리 가까이 왕래하며 서로 관심을 가진다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실제 7월 위례35단지 아파트에선 평소와 달리 현관문을 꼭 닫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지 않는 A 씨(84)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의 도움으로 A 씨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 이웃 주민은 곧바로 사회복지사에게 “오늘따라 A 씨가 이상하다”고 전화했고, 복지사는 가족의 양해를 구한 뒤 바로 문을 따고 들어가 쓰러진 A 씨를 발견했다. 다행히 A 씨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치료를 받고 회복할 수 있었다. 위례35단지가 ‘노노(老老) 이웃 케어’의 생태계를 갖추는 데는 지역 복지관의 역할이 컸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은 이곳 노인들을 위해 낮에 물리치료실과 텃밭을 열고, 저녁에 홀몸노인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공용 주방을 개방한다. 이웃이 자주 만나도록 해 자연스럽게 서로 돌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처럼 지역 복지관이 노인의 주거 안전에 적극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내년부터 노인 주택 가까이에 복지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 당국이 “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어야 한다”며 반대해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김유진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에게 집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주거공간에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집과 복지관을 잘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동아일보-서울아산병원 건강강좌가 없었으면 저는 진작 이승을 떠났을 거예요.” 이순주 씨(71·서울 강동구)는 24년 전 심장 이식수술을 받게 된 사연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동아-아산 무료 건강강좌를 즐겨 들은 이 씨는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 밀려오자 이종구 당시 내과 교수의 강의를 떠올렸다. ‘이런 게 급성 심근경색의 증상이라고 했는데…’라고 생각한 이 씨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고, 막힌 심장혈관을 일찍 뚫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이식수술까지 받아 건강을 완전히 되찾은 이 씨는 “거의 매달 동아-아산 건강강좌에 참석하고 있다”며 “건강강좌는 내게 최고의 주치의”라고 말했다.○ 29년간 13만 명에게 ‘주치의 역할’ 동아일보와 서울아산병원이 매달(1, 12월 제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여는 건강강좌가 이달 13일로 300회를 맞는다. 이 강좌가 처음 열린 건 1989년 7월이다. 동아일보 산하 동아문화센터가 아산사회복지재단에 “사회에 공헌하는 의학을 실현하기 위해 일반인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당시만 해도 정확한 건강 정보를 얻을 곳이 거의 없었다. 병원이 일반인을 상대로 무료 건강강좌를 연다고 하자 환자와 가족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매회 400명 안팎이 참석하고 있다. 29년간 누적 참석자는 무려 13만7000여 명에 이른다. 강사로 참여한 의료진도 418명이나 된다. 강좌는 1시간 30분 강의와 30분 질의응답으로 구성된다. 질의응답 시간엔 환자가 진료실에서 미처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답변자가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기에 객석에는 지방에서 온 환자들이 적지 않다. 2016년 8월 조재환 정형외과 교수의 ‘허리 통증의 진단과 치료’ 강의(279회)는 유튜브에서 최고 조회수인 41만 회를 기록했다. 부정확한 정보가 난립하면서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치매-심뇌혈관 질환에 관심 높아 서울아산병원이 개원 25주년을 맞은 2014년 6월 259회 건강강좌에 참석한 5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제일 걱정되는 질환’으로 치매가 1위에 올랐다. 일단 발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서다. 올해 2월(293회) ‘치매와 노인 우울증의 치료’를 주제로 강연한 이재홍 신경과 교수는 “평소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며 신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한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가장 좋은 치매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초기 증상을 일찍 포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뇌중풍(뇌졸중)과 급성 심근경색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259회 ‘한국인의 3대 질환 집중 대해부’에서 뇌혈관 질환을 강의한 김종성 뇌졸중센터장은 “한쪽 팔다리가 저리고 어지러운 뇌중풍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조만간 뇌중풍이 재발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지나가는 증상쯤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고 꼭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허리 통증의 진단과 치료’ 다음으로 호응이 큰 강의는 정석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15년 3월 진행한 ‘불면증과 수면장애 최신 치료법(266회)’이었다. 현대인에게 불면증이 얼마나 큰 골칫거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교수는 “자기 직전 음식을 먹는 게 숙면에 안 좋다는 게 통설이지만 배가 너무 고프면 우유 등 가벼운 음식을 먹는 게 오히려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0회 특집은 ‘100세 시대 건강관리’ 13일 열리는 300회 특집 강좌는 ‘100세 시대를 위한 건강관리’다. 노년기 만성질환과 눈·관절·척추 관리, 건강한 숙면, 위암 예방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평소 강연자는 1, 2명이지만 이날은 이은주(노년내과) 이주용(안과) 정석훈(정신건강의학과) 김원(재활의학과) 김도훈 교수(소화기내과) 등 각 분야 전문의 5명이 강사로 나선다. 누구나 예약 없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장소는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장면1. 강원의 한 농촌 지역에 사는 A 씨(73)는 지난해 5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첫 번째 병원에선 원인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병원에선 진단은 했지만 시술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차로 2시간 거리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센터)로 옮겼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심장 조직이 괴사한 상태였다. A 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장면2. 대전 시내에 사는 B 씨(76)는 달랐다. A 씨처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가족이 심근경색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곧장 권역센터로 이송된 B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반 만에 막힌 혈관을 뚫었고, 일주일 후 걸어서 퇴원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응급실 이송 시간 지역별로 8배 차이 A 씨와 B 씨의 여생을 좌우한 결정적인 차이는 ‘골든타임’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후 늦어도 2시간, 뇌경색은 3시간 안에 관련 시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황진용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분석해 보니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이동 소요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한 지역이 전국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 중 139곳(55.2%)에 달했다.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지역은 44.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송 시간에는 발견이 늦어 신고가 지체되거나 전문성이 없는 일반병원에 들러 허비하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병원이 멀어서다. 6시간 50분으로 전국에서 이송 시간이 제일 긴 전북 진안군에서 가장 가까운 전북권역센터(익산 원광대병원)까지의 거리는 75km다. 차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발견이 조금만 늦어도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쉽지 않다. 강원 고성군(이송 시간 5시간 32분)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관을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2시간 거리 안에 1곳도 없다. 반면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선 환자가 2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충남권역센터로부터 30분 떨어진 충남 계룡시는 이송 시간이 51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송 시간이 1시간인 경기 의왕시는 20분 거리 안에 대학병원 4곳이 있다. 급성 질환이 생겼을 때 환자나 가족이 증상을 일찍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비율도 지역 차가 컸다. 황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전 자신이 급성 심근경색임을 인지한 비율은 인천이 25.1%인 반면 경남은 2.7%에 불과했다.○ “사각지대 없애고 이송 체계 정립해야” 보건복지부는 4일 이처럼 심각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뇌심혈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제1차(2018∼2022년)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센터를 14곳으로 늘리고, 사각지대를 보완할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골든타임 준수율이 낮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종합병원을 선별해 응급시술 장비 및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권역센터 확대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송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은 “뇌심혈관 전문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더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될 때가 있다”며 “병원과 119 구급대 사이의 소통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미 시술을 마친 환자의 후유증을 낮출 수 있도록 조기 재활을 도울 ‘재활상담소’(가칭)와 관련 인식을 높일 ‘심뇌혈관 종합 포털사이트’도 운영할 방침이다. 심혈관 환자가 주 3회 이상 재활치료에 참여하면 재활치료를 받지 않을 때보다 사망률이 47% 줄어든다. 심근경색 재발 가능성도 31%나 낮아지지만 지난해 재활 참여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지난해 말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엉덩관절(고관절)이 부러진 김모 할머니(78)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평소 누워만 지내 다리 근육이 약하고 폐혈관의 피가 굳은 상태였다. 김 할머니는 수술 후에도 기력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끝내 숨졌다. 노인에게 낙상은 중대한 참사가 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표본감시 응급실 23곳을 찾은 65세 이상 낙상 환자를 분석한 결과 1만6994명 중 5690명은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눈과 귀가 어둡고 민첩성이 떨어져 한번 넘어지면 두개골이나 엉덩관절 같은 주요 부위가 먼저 바닥에 닿고, 골밀도가 낮은 탓에 뼈가 부러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노인에겐 골절 수술 자체가 큰 부담인 데다 수술이 성공해도 후유증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노년내과 및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낙상 예방을 위해 △천천히 일어나거나 앉고 △추운 날 외출을 삼가며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과 균형 유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임의는 “넘어진 후 ‘별것 아니겠지’라며 통증을 참다가 병을 키우지 말고 곧장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망했다. 파킨슨병이나 저혈당증을 앓는 낙상 고위험 환자는 정부와 병원이 함께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낙상 고위험군에겐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약의 처방을 피하고 안경 도수를 조정하도록 돕는 ‘노인 사고 방지(STEADI)’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덕에 연간 20만 명의 낙상 환자를 예방하고 약 8000억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A 씨(55·여)는 지난해 남편 B 씨(55)와 이혼하고 다른 남성과 재혼했다. A 씨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 번도 내지 않았지만 63세가 되는 2026년부턴 매달 46만 원 수준의 노령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B 씨가 내온 보험료의 일부를 A 씨의 기여분으로 보는 ‘분할연금’ 제도 덕이다. 하지만 B 씨가 올해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바람에 A 씨는 노령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이혼한 부부가 모두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 가입자가 숨지면 나머지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사라지고, 재혼하면 유족연금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이런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분할연금을 이혼 즉시 나누도록 법을 고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분할연금은 보험료를 본인 명의로 내지 않은 이혼 배우자의 경제적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상대가 숨졌다고 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발전위의 권고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이혼한 배우자가 일찍 숨져도 분할연금 수급권은 유지된다. 남편이 30년간 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이혼한 뒤 숨졌다면 아내가 15년간 보험료를 부은 것으로 간주하고 나중에 그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을 주는 식이다. 부부가 나눈 보험료 납입 기간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기간(10년)에 못 미치면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반환일시금으로 돌려준다. 제도발전위는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혼인 지속기간을 현행 ‘5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2016년 기준 혼인 지속기간이 5년 미만인 이혼 부부는 전체의 22.9% 수준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 샘(선생)! 몇 분에 이륙이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같은 병원 김지영 간호사에게 소리쳐 물으며 비행복을 입는다. 헬기로 향하는 중에도 이 교수는 “(환자가) 인튜베이션(기관내삽관) 해야 할지 모르니 한 명 더 붙여요”라며 다급하게 지시를 내린다. KT가 지난달 19일 유튜브에 게재한 재난 안전 통신망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는 2일 현재 조회수 1300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장면엔 두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 교수는 6월 말 해양경찰청과 KT와 동반으로 재난 훈련을 실시하기로 하고 6월 초 양측과 회의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하필 그날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했다. 이 교수는 신고가 접수되자 회의를 취소하고 곧장 헬기에 올랐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광고에 담긴 긴박한 출동 장면 중 일부는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 이 교수는 KT로부터 광고 모델료나 사례비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영상 사용을 허락했다. KT가 지난해 말 LTE급 무전기 70대와 아주대 외상연구소에 6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헬기에서 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카카오톡으로 지상 의료진과 환자의 상태를 의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호소해온 이 교수는 KT가 지원한 무전기 덕에 수술실 준비 등을 더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연구소에 지원된 돈도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쓰이고, 이 교수 개인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5세에 옛 노동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3년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30년간 고용부 관료를 지내 고용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立國) 일자리위원회’에서 대기업 정규직 기득권 타파와 노동 유연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노사정책실장과 고용정책실장, 차관을 지내 노사 갈등 관리와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맡았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나 ‘고용 참사’를 수습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60)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미국 미시간대 노사관계학 석사 △행시 26회 △고용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개그맨 이경규가 참돔의 배를 가른 뒤 파를 채워 찜기에 넣는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김진우는 손질한 참돔을 조심스레 석쇠에서 뒤집는다. 지난달 5일 방영한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44회의 한 장면이다. 이날 방송에선 남성 출연자 5명 전원이 직접 상추를 씻거나 음식을 접시에 옮겨 담았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30일 ‘도시어부’의 이 장면을 ‘성평등적 내용’으로 선정했다. ‘요리는 여성의 일’이라는 그릇된 가사 분담 인식을 깨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양평원 관계자는 “‘도시어부’는 평소 여성 특별출연자를 등장시킬 때도 성별이 아니라 각자 능력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모습으로 바람직한 가사 분담 방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지난달 1∼7일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4개와 지상파 3개, 케이블 2개에서 방영한 예능 및 오락 프로그램 3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처럼 성평등적 내용이 7건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관습적인 성별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는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으로 훨씬 많았다. 양평원은 이번 점검 결과 중 주요한 성차별적 사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통계청장 경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사정이 이르면 2020년부터 정규직 성격의 시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 통계에서 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파악되는 근로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29일 양대 노총 사무총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집계 기준을 바꾸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자리위는 육아기 단축근로 등 임신이나 질병으로 인해 잠시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보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시간제 근로자 266만 명 중 상용직(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은 33만5000명(12.6%) 수준이다.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현행 방식은 ‘시간제 근로=비정규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일·가정 양립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자리위의 설명이다. 반면 특정 골프장에서만 일하는 캐디,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49만7000명) 중 일부는 자영업자가 아닌 비정규직에 포함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근로자의 규모가 지난해 기준 657만8000명에서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취업자 개개인의 특성을 조사해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으로 분류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으로 새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은 이런 분류가 쉽지 않아 결국 시간제 근로자만 비정규직에서 빠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8일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 470조5000억 원 중 34.5%인 162조2000억 원이 복지와 일자리 부문 예산이다. 이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17조6000억 원(12.1%)이 늘었다. 그만큼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아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얼마나 지원을 받는지 예산안 세부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다.○ 가난한 노인을 위한 지원 더 늘려 내년도 복지 예산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포용적 복지국가 구현’이라는 기조에 따라 편성했다.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 복지 확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인 약 150만 명은 내년 4월부터 매달 최대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 소득 하위 70%인 노인은 매달 20만 원을 받는다. 다음 달부터는 그 금액이 월 25만 원으로 오른다. 내년 4월 이후에는 소득 하위 20% 이하면 기초연금으로 최대 월 30만 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25만 원으로 같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보다 2조3723억 원(26%)이 늘어난 11조4952억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 수급자도 478만 명에서 518만 명으로 늘어난다. 월평균 급여는 올해 36만9000원에서 내년 37만5000원으로 6000원 오른다.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던 기존 제도를 완화해 부양의무자 중 소득 하위 70%인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매달 약 51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는다. 약 3만8000가구가 새롭게 지원을 받게 된다. 의료급여 예산도 지난해보다 1조449억 원(19.5%) 늘어난 6조3915억 원을 책정해 기초생활수급자 한 명당 약 월 68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없는 여성도 출산급여 받아 극심한 저출산 속에 보육 지원도 늘어난다. 올해 9월 처음 지급되는 아동수당(0∼5세 아동 한 명당 월 10만 원 지원) 예산은 내년 1조9271억 원을 책정해 올해보다 1조2175억 원 늘었다.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자영업자인 여성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출산휴가 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내년부터는 37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고용보험 미적용 여성도 매달 50만 원씩 3개월간 출산휴가 급여를 받게 된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된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맞벌이 가정을 찾아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중위소득 150% 이하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이 서비스 지원을 받는 가구는 현재 4만6000가구에서 9만 가구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직 청년 10만 명에게 월 50만 원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구직 청년 10만 명에겐 구직활동 지원금을 6개월간 매달 50만 원씩 지원한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본인 적립금과 정부 및 기업의 지원금을 합쳐 3000만 원을 받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올해 4258억 원에서 내년 1조37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기존 가입자 11만 명에 신규로 12만 명이 추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월 임금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월 최대 13만 원을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예산은 올해 2조9708억 원에서 내년 2조8188억 원으로 1520억 원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이 내년 또다시 큰 폭으로 인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상당히 적어지는 셈이다. 복지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국민 체감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상당수 복지 예산이 많은 사람에게 소액으로 가다 보니 지출 규모에 비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지고 복지 예산이 늘었다는 체감도가 낮은 상태”라며 “정책 목표에 맞춰 복지 예산을 정확히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이화여대는 2019학년도 전체 모집 정원 3034명 중 2340명(77.1%)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전형별로는 학생부종합전형 미래인재전형의 선발인원이 780명으로 가장 많다. 논술전형으로 670명, 학생부교과전형인 고교추천전형으로 400명을 선발한다. 학생부위주(교과 및 종합) 전형에서 선발했던 인원이 일부 논술전형으로 이동해 125명을 증원하므로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부교과(고교추천) 전형 선발 단계를 간소화해 지원자 전원이 면접 기회를 통해 본인의 우수성을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내신등급의 미미한 차이로 면접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문제점을 개선해, 교과학습에 충실했던 우수학생들의 면접평가 기회를 확대하고자 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서류평가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별도 문항 없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문항을 그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원자의 심리적 부담이 돼온 면접은 폐지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바뀌었으니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사범대학 각 학과와 간호학부는 정시모집 없이 수시로 전원 선발한다. 다만 수시모집에서 결원발생시 해당인원에 한하여 정시모집에서 모집단위별로 선발할 수 있다. 이밖에 국제학부와 한국음악과, 무용과, 스크랜튼학부(자유전공)는 수시에서만 선발한다. 수시전형에서 활용하는 전형 요소 및 평가 기준은 전적으로 고교교육과정에 기초해 이루어진다. 논술고사의 경우 문항 출제의 기반을 고교교육과정에 두고 있으며 문항의 적절성을 점검하기 위하여 여러 명의 현장 교사를 출제위원에 포함시키고 있다. 면접평가의 경우 별도의 출제문항이 없고 제출한 서류에 기반해 학생 맞춤형 일반면접으로 진행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다층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층체계란 △1층=국민연금과 기초연금 △2층=퇴직급여(퇴직금, 퇴직연금) △3층=개인연금 등으로 구성된 노후소득 보장체계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풍족하게 보낼 수 없는 만큼 미리 2, 3층을 쌓아 길어진 노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기초연금제 개선 필요 동아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국민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다층체계를 쌓아올릴지를 두고는 의견이 맞선다. 특히 국민연금과 함께 1층을 받치고 있는 기초연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기초연금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제도인 데다 모두 세금으로 나가는 만큼 세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하고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조차 노인수당을 포기할 정도로 수당제도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흡수시키고, 국민연금이 소득 재분배 기능과 저소득층 소득보장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쪽은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완전히 없어지기 힘든 만큼 기초연금을 유지하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중간소득 이하는 ‘국민연금+기초연금’으로, 중간소득 이상은 ‘국민연금+퇴직연금’ 중심으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1층이 탄탄하지 않으면 2, 3층도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기초연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이유다.○ 통합 ‘노후소득 보장위원회’ 신설해야 현재 다층체계에서 2층인 퇴직연금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다. 법적으로 모든 사업장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중 하나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을 책임져주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의 16.8%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대기업이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는 89.7%가 퇴직연금을 도입한 반면 30인 미만 영세사업체의 도입률은 15.4%에 그치고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2층 구조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 중 무려 98.4%가 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갔다. 이를 종잣돈으로 제2의 인생 설계에 나선 것이지만 만약 투자나 사업 등에 실패하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퇴직급여를 퇴직금보다는 퇴직연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퇴직연금 전체를 일시금으로 찾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창률 교수는 “스위스는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일부 급여 외엔 무조건 연금 형태로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층체계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후소득 보장위원회’(가칭)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기초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어 연금 간 연계 논의가 사실상 힘든 구조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