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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폐쇄회로(CC)TV가 사라졌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기권으로 부결됐다. 추가 조치가 없으면 현 패널의 활동은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2009년 설립 후 15년 만에 해체되는 것이다.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남용,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 북핵 활동에 대한 중국의 묵인 등으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대북 제재 체제가 거의 붕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 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의 거부로 부결됐다. 중국 또한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 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외교가에서는 그간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부쩍 강화된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 정황을 상세히 감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성격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북한과 추가 무기 거래를 할 때 방해받지 않기 위해 패널을 없앴다는 의미다.실제 20일 공개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는 경로를 상세히 분석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을 꾸준히 오간 사실이 위성사진에 생생히 담겼다. 이 컨테이너가 우크라이나 접경지 탄약고로 이송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진단했다.국제 사회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북한과의 ‘타락한 거래(corrupt bargain)’를 위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깊이 실망했다”고 가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 또한 “한국,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긴밀히 협력해 추가 대응하겠다”고 동조했다.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만들었다. 2009년 2차 핵실험 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매년 활동을 연장해 왔다. 이들은 북한의 제재 위반, 불법 무기 개발 및 환적, 가상화폐 탈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치품 수입 등을 감시하며 이 내용을 매년 2회씩 보고서로 공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재호 주중국 대사(사진)가 대사관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외교부가 조사에 나섰다. 외교부는 감찰 담당자를 중국 베이징 현지로 보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는 28일 “주중국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중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주재관 A 씨는 이달 초 외교부에 정 대사로부터 폭언을 비롯한 갑질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A 씨는 정 대사의 발언을 녹음해 이 파일을 외교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외교부가 아닌 다른 정부 부처에서 베이징에 파견돼 근무 중인 주재관이다. 일단 외교부는 A 씨가 제출한 녹음 파일을 확인하는 등 정 대사의 갑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조사까지 거친 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징계 또는 수사의뢰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내부적으로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기관장이 하급자에게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것을 모두 ‘갑질’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정 대사는 주중대사관을 통해 “언론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 바, 현 단계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인 정 대사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2년 8월 현 정부의 첫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미중일러 4강 대사 중 한 자리인 주중 대사는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학계에만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정 대사가 당시 대사로 임명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사는 올 1월 휴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현행 최대 6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대학생이 졸업 후 3년이 될 때까진 학자금 대출을 다 갚지 못해도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되지 않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시적 규제 유예 방안’을 발표했다. 총 263건의 규제에 대해 1∼2년간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 또는 면제하겠다고 밝힌 것. 한시적 규제 유예가 시행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45건), 저성장 위기 시절인 2016년(54건)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현 정부 임기 내에 4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이번에 시행되는 한시적 적용 유예는 기존 규제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민생 개선과 투자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2년 동안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책 목적이 있어서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지만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으면 폐지할 것은 폐지하고 손볼 것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시적 규제 유예로 행복주택 최대 거주 기간은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경우 현행 10년에서 14년, 자녀가 없는 청년·신혼부부는 현행 최대 6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현행 법령상 대학생은 졸업 후 2년 지날 때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지 않으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재되지만 정부는 이번에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승용차 구입 후 최초 검사를 받는 시점도 신차 등록 후 4년에서 5년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전년도 외국인의 객실 이용률이 전체의 40%를 넘겨야만 호텔 사업자가 외국인 접수 사무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제도 완화한다. 구인난을 겪는 호텔 업계가 규제에 가로막혀 외국인 사무원을 채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 2022년 전국 호텔의 외국인 객실 이용률은 평균 10.6%에 그쳤다. 현재는 사업장에 고용된 외국인이 1년 안에 이탈할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해 당국이 이탈 인원만큼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사업주가 “외국 인력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고 당국에 신고하면 정부는 이 같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 이탈로 사업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반도체 산업단지의 건축물 고도 제한도 현행 120m에서 150m로 완화된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반도체 산업단지 내 건물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올렸는데도, 산단 입주 기업들이 고도제한에 걸려 생산시설을 증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표를 의식해 이번 방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경제단체 등으로부터 한시적 규제 유예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며 “1월부터 경제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이번에 안건을 확정한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밝혔다. 일본과 미국이 주일미군사령부 확대 등 미일안보조약 체결 이래 최대 규모의 동맹 업그레이드를 계획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 북-일 물밑교섭 사실을 끄집어내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고 ‘통일봉남(通日封南)’ 전술로 한국을 위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김여정이 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알고 있다”며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상대가 있는 얘기”라며 “지금, 결정된 것은 없다”고도 했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최근에도 기시다 총리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이 밝힌 ‘또 다른 경로’와 관련해 우리 정부 소식통은 “올해 초부터 일본 고위급에서 북한 측에 만나자는 의사를 몇 차례 타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일이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수차례 실무 접촉에 나선 이후 올해 일본이 고위급에서 직접 접촉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기시다 총리도 이날 “총리 직할 수준에서 북한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일은 올해 들어 정상회담 가능성을 꾸준히 높여 왔다. 1월 김 위원장은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일본 노토반도 대지진과 관련해 위로 전문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일 협상 가능성을 강조해 한국이 대화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위협하는 동시에 한미일 3국 공조를 이간질해 균열을 내는 갈라치기 포석이라고 봤다. “북한이 한미일 3각 관계를 깨려면 북-일 접촉이 필수이기 때문에 북한이 (접촉 등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접촉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의지를 보이는 건 국내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기시다는 하락한 지지율 회복 등이 상당히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민적 관심사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인식되는 북-일 정상회담으로 만회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일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될진 불투명하다. 김여정은 이날 “일전에도 말했듯 조일(북-일)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 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 이상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총리의 구상은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의 목적이 납북자 문제 해결인데, 북한은 회담이 성사되려면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전제 조건을 내건 것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는 25일 의사단체와의 협의체 구성 및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사 면허정지 처분 유예 절차에 착수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공의 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 모색’과 ‘의료계와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당부한 것의 후속 조치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자 개원의에게 대형병원 ‘파트타임’ 근무를 허용하는 등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 총리 26일 의료계와 대화 착수 윤 대통령이 지시한 ‘의료인과의 협의체’는 한 총리가 이끌기로 했다. 한 총리는 일단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 관계자를 만나 의료개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에는 서울대 의대 교수 및 서울대병원 관계자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은 또 협의체 구성을 위해 대형병원과 의대 교수 단체, 의사단체들을 접촉하며 대화 협의체 참여 의향을 묻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 및 의사단체는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25일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지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빠른 시간 내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의료협의체에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 수위를 낮추거나 유예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예고된 면허정지 기간 3개월을 줄여주는 방안, 처분 시기를 늦추는 방안, 처분 대상을 주동자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26일부터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조 장관과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국립대를 방문해 의대 및 대학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교수들은 의학교육과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며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배우고자 한다면 강의실을 지켜주셔야 하고,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환자의 곁을 떠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원의 ‘대형병원 파트타임’ 진료 허용 복지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를 마친 후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인 경우 의사들이 소속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들은 원칙적으로 소속 병원에서만 진료를 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개원의는 자신이 설립한 병원 외에선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병원에 남은 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된 점을 감안해 개원의가 파트타임으로 대형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병원 의사가 퇴근 후 응급 연락을 받은 경우 병원 밖에서 전자의료기록에 원격으로 접속해 처방 등을 할 수도 있다. 대형병원 의사가 다른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된다. 정부는 또 이날부터 병원 60곳에 군의관 100명, 공중보건의(공보의) 100명 등 200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앞서 파견된 인력을 포함하면 군의관과 공보의 총 413명이 투입된 것이다. 제대 예정인 군의관의 대형병원 조기 복귀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문을 여는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활용해 은퇴 예정이거나 은퇴한 의사들의 재고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도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유세 과정에서 연일 외교안보 관련 즉흥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에서 “지난해 싱하이밍 대사 만찬 논란을 연상시켜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외교 관련 설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가 중국과 대만 관계를 거론하며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셰셰(謝謝·고맙습니다)’ 하면 된다”고 말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對)중국 굴종 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는 ‘양안(兩岸) 문제’에 대해 그냥 구경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블록화된 세계 정세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느냐”며 “전 세계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지지하는 세력과 국가는 중국, 북한 그리고 이 대표의 민주당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2일 충남 당진시장을 방문해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권이 무슨 짓 했는지 겪지 않았나. 가장 크게 망가뜨린 게 외교”라고 지적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 있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지난해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만찬을 언급하며 “중국 패배에 베팅했다간 나중에 후회한다는 싱 대사의 협박 가까운 발언에 한마디 반박도 못한 게 이 대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3일 경기 포천에서 진행한 유세에서는 “이번 총선은 국정 실패, 민생 파탄, 경제 폭망, 평화 위기, 민주주의 파괴를 심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완벽한 신(新)한일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에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고, 물가 폭등을 지적하면서는 “적자 국가 (순위에서) 200등을 넘어서서 북한보다 적자 더 많이 나는 나라가 됐다”고도 했다. 최근 이 대표의 외교 관련 발언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영리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쉬운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이 한국의 핵심 해상 물류 수송 길목인 만큼 이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 무역 물동량의 98%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고, 이 중 42∼43%가 대만해협을 거쳐 유럽 등으로 간다”며 “대만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의 해상 수송에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전날 경기 북부를 방문해 “대책 없이 분도(分道)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강원도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는 경기도보다 강원도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대단히 오만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북도가) 강원도처럼 재정이 어렵고 접경지역이어서 어렵다는 표현을 과도하게 표현했다”며 사과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2017∼2023년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해킹 공격을 벌여 탈취한 금액이 약 30억 달러(약 4조 원)로 추산되며, 이를 통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의 40%를 충당했다고 유엔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패널은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으로 전체 외화 수입의 50%를 창출했다”고도 했다. 북한 해킹 조직들은 주로 방산 업체를 표적으로 해킹을 벌였다. 라자루스 등 북한 해킹 조직들이 2021∼2023년 네덜란드·스페인·폴란드의 항공우주 및 방위 사업체를 집중 해킹해 위성 부품 설계도 등 자료를 탈취한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패널은 또 북한이 전 세계 40여 개국에 불법 파견한 노동자 10만여 명이 식당·재봉·건설·의료·정보기술(IT) 등 분야에 종사하며 외화벌이 중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IT 노동자의 경우 연간 2억5000만∼6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했다. 북한 정찰총국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이 중국·러시아·라오스 등 5개국에서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 식당이 주로 북한으로 보낼 자금을 세탁하는 기지로 활용된다고도 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무기를 꾸준히 수출하는 정황도 보고서에 담겼다. 대표적으로 위성사진을 근거로 4척의 러시아 선박이 지난해 8∼12월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드나드는 정황이 실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러 기간 중 러시아산 최고급 소총 등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패널은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2017~2023년까지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해킹 공격을 벌여 탈취한 금액이 약 30억 달러(약 4조 원)로 추산되며, 이를 통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의 40%를 충당했다고 유엔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패널은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으로 전체 외화 수입의 50%를 창출했다”고도 했다. 북한 해킹 조직들은 주로 방산 업체를 표적으로 해킹을 벌였다. 라자루스 등 북한 해킹조직들이 2021~2023년 네덜란드·스페인·폴란드의 항공우주 및 방위 사업체를 집중 해킹해 위성 부품 설계도 등 자료를 탈취한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패널은 또 북한이 전세계 40여 개국에 불법 파견한 노동자 10만여 명이 식당·재봉·건설·의료·정보기술(IT) 등 분야에 종사하며 외화벌이 중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IT 노동자의 경우 연간 2억 5000만~6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했다. 북한 정찰총국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이 중국·러시아·라오스 등 5개국에서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 식당이 주로 북한으로 보낼 자금을 세탁하는 기지로 활용된다고도 했다.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무기를 꾸준히 수출하는 정황도 보고서에 담겼다. 대표적으로 위성사진을 근거로 4척의 러시아 선박이 지난해 8~12월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러시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드나드는 정황이 실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러 기간 중 러시아산 최고급 소총 등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패널은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전국 의대 40곳의 2025학년도 대학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했다. 총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어난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27곳)는 정원이 현재보다 1639명, 경기·인천 지역 의대(5곳)는 361명 늘었다. 서울 지역 의대는 1명도 늘지 않았다.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가 서둘러 대학별 정원을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의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증원분) 2000명 중 비수도권 대학에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배정했고,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지역 정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서울과 경인 지역 간 과도한 편차 극복을 위해 서울에는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 지방 거점 국립대 중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7곳은 정원이 일괄적으로 200명으로 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보유한 ‘매머드급 의대’가 됐다. 특히 충북대의 경우 현재 49명인 정원이 200명으로 308%나 늘었다. 또 정원 50명 미만이던 ‘미니 의대’들은 80∼100명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들은 정원이 100∼150명 사이가 됐다. 교육부는 배정 기준으로 “비수도권 집중 배정, 소규모 의대 역량 강화, 지방 및 비필수 의료 지원 등 3대 기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 소재 의대 8곳에는 증원분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몇 명이라도 배정할 방침이었는데 지역균형 원칙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배경을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 3.61명, 인천 1.89명, 경기 1.80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다.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늘(20일)부터 14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면 정치권과도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3개 단체는 이날 화상회의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의대 증원]“지방의료 붕괴 막겠다” 82% 배정… 지방거점 국립대, 3~4배로 늘려성균관대-아주대, 40→120명… ‘미니의대’ 80명 이상으로 증원당장 내년부터 시설 확충해야… 교수 확보 등 여건 개선 쉽지않아“해부시신 1구로 40명씩 실습 우려” 20일 발표된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요 지역 거점 국립대 정원을 200명으로 대폭 늘린 것과 당초 “조금이라도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서울 지역에 인원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의료개혁의 가장 절박한 분야는 지역 의료 강화”라고 강조했다.● ‘빅7’ 국립대 의대 출현 이날 의대 정원 배분 결과에 따르면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충북대, 충남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정원이 58∼151명씩 늘어 200명의 ‘매머드 의대’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충북대 의대는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고, 경상국립대 의대도 76명에서 200명으로 163% 늘었다. 200명 미만을 신청한 강원대와 제주대만 ‘신청 범위 내에서 배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각각 132명, 100명이 배정됐다. 지금까지 단일 의대 기준으로 정원이 가장 많은 대학은 전북대(142명), 2위는 서울대(135명)였다. 하지만 이번 조정으로 서울대는 지방 국립대 ‘빅7’은 물론이고 조선대 원광대 순천향대(각각 150명)보다도 적은 11위가 됐다. 지금까지는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을 산하에 둔 울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가톨릭대 의대가 톱5 의대로 꼽혔는데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기·인천 지역은 정원이 40∼49명이었던 ‘미니 의대’ 5곳의 정원이 80∼130명으로 총 361명 늘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균관대와 아주대의 경우 의대 정원이 각각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가 됐고, 인천에 있는 가천대의 경우 40명에서 130명으로 더 크게 늘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전혀 증원되지 않은 고려대(106명), 연세대(110명) 등보다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정원 50명 미만이었던 미니 의대 17곳의 정원을 최소 80명 이상으로 늘렸다. 미니 의대는 1980년대 정부의 ‘미니 의대 다수 설립’ 정책에 따라 설립됐지만 정원이 적은 탓에 규모의 교육을 수행하기 어렵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동아대 관계자는 “학교 병원이 1000병상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증원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계명대 등 비수도권 중규모 의대의 경우 100∼150명 수준이 됐다.● 단기간 대폭 증원 ‘겉핥기 실습’ 우려 정부가 비수도권에 증원분을 집중 배정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방에 정착해 지방 의료 붕괴를 막을 의사를 키워내기 위한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지역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마칠 경우 절반 이상이 해당 지역에 정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배정에 참고했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이고 지역병원 수련을 확대하는 등 전 주기에 걸친 지역 의사 확보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정원이 많게는 4배로 늘어나는 만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대는 이르면 예과 2학년부터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으로 조를 짜고 커대버(해부용 시신) 실습을 한다. 그런데 실습용 시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만 늘면 커대버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의 경우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커대버 외에도 단기간에 실습 시설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겉핥기 실습으로 양질의 의사를 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예과 2년을 거쳐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늘어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교수 1000명을 확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기금 교수를 전임 교수로 채용하겠다고 하는데 명찰만 바꾸는 조삼모사”라며 “석사 이상의 학위와 교육 및 연구 경험이 있는 신규 교수 후보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니 의대의 경우 평균 임상의학 교수 수는 학교당 162.7명으로 일반 의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미니 의대는 정원이 2, 3배로 늘어난 만큼 단기간에 교수를 대거 충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부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이 협력하며 교원 확보, 시설·기자재 확충을 적극 지원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은택 nabi@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초대형방사포(KN-25) 사격훈련을 지도하면서 “상시 적의 수도와 군사력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완비된 태세”를 주문했다고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재앙적인 후과를 피할 길이 없다는 인식을 더 굳혀놓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유사시 KN-25로 서울과 주요 한국군 기지에 대량 핵공격을 가해 남한의 전쟁능력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협박한 것. KN-25는 사실상의 탄도미사일로 전술핵 장착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목표 상공 설정고도에서의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중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면 전술 핵탄두의 파괴력을 높여 인명 피해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이 KN-25의 공중폭발 시험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살상력 극대화 노린 공중폭발 시험까지 북한이 KN-25를 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당시엔 한미 공군기지를 겨냥했지만, 이번엔 서울을 ‘전술핵 타깃’으로 정조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한 만큼 우리 심장부에 핵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일렬로 늘어선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KN-25 6발이 동시에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돼 함북 길주군 앞바다 알섬에 명중했다. 김 위원장은 망원경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본 뒤 모니터로 명중이 확인되자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통신은 “600mm 방사포병 구분대들의 불의적인 기동과 일제사격을 통해 무기체계의 위력과 실전 능력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전날(19일) 우리 군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들이 평양 일대에서 발사돼 300여 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소식통은 “최초 6발을 일제히 쏜 뒤 추가 발사도 있었다. 최소 7발 이상 쏜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여태껏 공개된 KN-25 시험 발사 가운데 가장 많이 쏜 것이다. 한 번에 6발을 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이 KN-25 공중폭발 시험을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높은 고도에서 기폭장치가 작동하는 테스트를 한 것으로, 통상 핵탄두 위력이 클수록 높은 고도에서 터뜨려야 표적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두 차례 발사 때는 ‘800, 500m 설정고도’에서 각각 터뜨렸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폭발 고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KN-25에 장착할 전술 핵탄두의 위력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단시간 다량 핵공격 가능한 초대형방사포로 ‘서울’ 정조준 김 위원장은 사격 훈련을 지도하면서 ‘전술핵’, ‘핵 타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북한은 KN-25가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고 누차 밝혔다. 짧은 시간에 다량의 전술핵을 쏠 수 있는 KN-25가 대남 핵 공격에 최적화된 무기라고 강조해온 것. KN-25에 장착할 만큼 작은 핵탄두를 개발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2월 KN-25로 충북 청주기지와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를 상정해 전술핵 타격 훈련을 하고, 한 달여 뒤 김 위원장이 전술 핵탄두인 ‘화산-31형’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적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의 초대형방사포를 할당했다”면서 개전 초 한미 공군기지에 소나기식 전술핵 공격을 퍼붓겠다고 위협했다. 군 당국자는 “대규모 인명 살상과 기반 시설 파괴를 위한 무차별 핵 포격도 강행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 행정당국이 운전면허 정지나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제재 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현행법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법원의 감치명령까지 받은 부모는 운전면허정지나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 제재 처분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법원이 양육비 지급 명령을 내린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 감치명령을 내리기까지는 많게는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신속한 제재가 어렵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법에 따라 앞으로 당국이 법원의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 곧바로 제재 처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있던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이번 법개정에 따라 독립기관으로 격상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흉기 난동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발사총을 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철도안전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열차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입장권을 사재기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부정 행위를 처벌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입장권을 구입한 뒤 이를 비싼 값에 판매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가족들과 재회하게 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18일 친어머니를 만난 박동수 씨(45·벤저민 박)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박 씨는 이날 화상으로 어머니 이애연 씨(83)와 친형 박진수 씨를 만났다. 박 씨가 1984년 다섯 살 때 엄마를 찾겠다면서 집을 나가 실종된 지 40년 만이었다. 경찰청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박 씨 등 4남매는 1980년 경남 김해의 친척집에 잠시 맡겨졌다. 남매들은 1984년 “직접 엄마를 찾아가겠다”고 친척집을 나왔다가 실종됐고, 이후 박 씨는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가족을 찾고 싶던 박 씨는 2001년 모국 땅을 처음 밟아 입양기관을 찾아갔지만 입양기관에선 박 씨의 가족을 찾을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후 2012년 박 씨는 재입국했고 이번엔 경찰서를 찾아가 유전자 정보를 남겼다. 박 씨의 큰형 박진수 씨가 “실종된 동생들을 찾고 싶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건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1년 10월. 그는 함께 거주 중인 어머니 유전자도 채취해 경찰서에 등록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2년 8월 “박동수 씨가 이 씨의 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경찰은 박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했고, 주시카고 대한민국총영사관 등의 협조를 거쳐 박 씨의 주소까지 파악했다. 이렇게 박 씨는 18일 어머니와 친형을 만났다. 당장 국내로 입국할 수 없던 박 씨가 “가족들 얼굴이라도 먼저 보고싶다”고 해서 어머니가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화상으로 만난 것.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박 씨가 다섯 번째다.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은 2020년부터 재외공관 34곳을 통해 해외 입양 한국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의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현재보다 총 2000명 늘어난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한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등 사회적 혼란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속전속결로 의대 증원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결정 배경과 의료 개혁 의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정부가 ‘의사인력 확대방안’을 발표한 지 43일 만에 의대 증원 절차가 일단락되는 것이다. 총 3058명이었던 전국 의대 정원은 총 5058명으로 늘게 된다. 정부는 늘어나는 정원의 약 80%를 비수도권 의대 27곳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선 정원 배분 후 한 달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학들이 입시 요강을 확정해 공고하면 현실적으로 증원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기습 발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정원 배분 발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며 “전공의와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가족들과 재회하게 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된지 40여 년 만인 18일 친어머니를 만나게 된 박동수 씨(45·벤저민 박)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살고 있는 박 씨는 이날 화상으로 어머니 이애연 씨(83)와 친형 박진수 씨를 만났다. 친척집에 맡겨졌던 박 씨가 1984년 5살의 나이로 엄마를 찾겠다면서 집을 나가 실종된지 40여 년 만이었다. 박 씨는 고아원에 머물다가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미국으로 입양돼 살아왔다. 당장 국내로 입국할 수 없었던 박 씨가 “가족들의 얼굴만이라도 먼저 보고싶다”고 해서 어머니 이 씨가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화상으로 만나게 된 것. 박 씨 가족의 상봉은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박 씨가 2012년 가족을 찾고싶어 국내 경찰서를 방문해 등록해둔 유전자가 박 씨 가족이 2021년 등록한 유전자와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재외공관 34곳을 통해 해외 입양된 한국인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한국의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유전자 검사제도’를 시행해왔다. 이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이번이 다섯번 째다. 경찰청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박 씨는 1980년 남매들과 함께 경남 김해의 친척집에 잠시 맡겨졌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남매들은 1984년 “직접 엄마를 찾아가겠다”고 친척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박 씨는 고아원에 머물다가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가족을 찾고 싶었던 박 씨는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1년 한국으로 입국해 입양기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입양기관에서는 박 씨의 가족을 찾을 만한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박 씨는 2012년 다시 한국으로 입국해 경찰서를 찾아가 유전자 정보를 남겼다. 경찰에 유전자 정보를 남겨두면 언젠가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박 씨의 큰형 박진수 씨가 “실종된 동생들을 찾고싶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1년 10월 무렵이었다. 큰형 박 씨는 당시 실종신고를 하면서 함께 거주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서에 등록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2년 8월 “박동수 씨와 어머니 이 씨가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때부터 미국에 거주 중인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이 가진 정보는 박 씨가 2012년 국내 어학당에 다닐 당시 사용했던 전자 메일 주소 밖에 없었다. 경찰은 출입국외국인청의 협조를 통해 박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했고,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를 거쳐 박 씨의 주소를 파악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경찰청, 재외공관과 더욱 협력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모든 해외 입양동포가 가족 찾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국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 제도는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며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가족 상봉 이후 개명, 가족관계 정리, 심리상담 등 사후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KDN의 부장급 직원이 지인이 운영하는 기업에 하도급 일감을 주기 위해 ‘입찰 담합’을 벌였다고 감사원이 14일 밝혔다. 부당하게 일감을 따낸 기업은 1인 기업이었고 사업을 수행할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날 감사원이 공개한 한전KDN에 대한 정기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KDN 부장 A 씨는 2021년 12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B사에 하도급 일감을 맡기기로 계획했다. A 씨는 자신의 직속 상사인 한전KDN 처장의 소개로 B사 대표이사를 알게됐는데, 그 대표이사의 사정이 딱하다는 게 이유였다.이 사업을 수행하려면 물품 3개를 설치해야 했는데, B 사는 이 물품들을 제작할 기술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납품해온 업체 3곳의 관계자들에게 “B사에게 사업에 필요한 물품 견적서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사업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던 이들 업체 3곳에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면서 B 사에 물품 납품까지 하라고 종용한 것.결국 3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B 사로부터 대금을 받고 사업에 필요한 물품만 납품했다. 일감을 따낸 B 사는 1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고 감사원은 밝혔다.감사원은 입찰 담합을 종용한 A 씨에 대해 정직 처분하라고 한전KDN 측에 통보했고,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알렸다.이번 감사 결과, 직원들이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음에도 한전KDN이 숙박비를 부당하게 지급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이 회사 임직원 214명이 부당하게 타낸 숙박비는 1억8000만 원에 달했다. 인사혁신처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출장 중 자택에서 숙박한 경우 숙박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러시아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선교사 백모 씨가 올해 초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가운데, 러시아는 그동안 우리 정부의 소통 노력에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백 씨 구금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협의에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는 13일(현지 시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2021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반대로 북-러 관계는 밀착하면서 러시아 현지에서 탈북민이나 북한의 파견 노동자 등을 도운 한국인들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 그런 만큼 백 씨처럼 체포를 당하는 사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 , 우리 정부 소통 노력에 응하지 않아” 백 씨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은 “그동안 현지 우리 영사관에서 러시아 당국과 소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러시아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기류가 변화해 러시아 당국이 소통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대사는 13일 모스크바 외교부 청사에서 루덴코 차관과 만나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등을 위해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요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백 씨를 체포한 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문서로 우리 정부에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근 러시아 당국은 돌연 관영 매체를 통해 1월 간첩 혐의로 백 씨를 체포해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러시아 측이 한국에 대해 일종의 ‘인질 외교’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이어가자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이제는 구금한 백 씨를 인질로 한국 정부를 겨냥해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는 것. 백 씨와 가까운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 당국이 백 씨 부부 외에도 현지 한국인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가는 등 폭넓게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 명분을 만들고자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러시아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루덴코 차관이 지난달 초 방한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사 신임장을 제정할 땐 이도훈 주러대사에게 이례적으로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러, 파견 北노동자 통제 더욱 강화할 듯 러시아는 당분간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삼엄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이런 사태가 벌어질 거란 관측은 많이 나왔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러시아 현지에 파견돼 있던 선교사들이 최근 귀국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미 올해 초 러시아에 현지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당국은 향후 러시아에 더욱 강한 통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규모는 1만∼2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파견 노동자의 체류가 장기화되면서 탈북 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만큼 이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기류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열악한 노동 여건과 체류 장기화로 탈북 동향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한국인 백모 씨는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현지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탈북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가 올해 초 체포될 당시 그의 아내와 현지 상사(商社)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 두 사람은 현재 풀려난 상태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러시아에 현지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요청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백 씨는 국내 한 사단법인(소외계층지원단체)의 블라디보스토크 지회 소속이다.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다 2020년 육로로 러시아에 넘어와 현지 북한 벌목공 등에게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백 씨가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선교 활동을 하며 탈북민 구출 활동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백 씨는 2020년부터 연해주에 여행사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 활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백 씨의 활동이 우리 당국과 관련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소식통은 “그렇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후 소식통으로부터 러시아 국가 기밀을 입수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간첩 혐의”라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론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군사협력 등으로 밀착하는 양국 관계 속에 북한은 올해 초 러시아에 탈북민 단속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문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받은 뒤 공관을 중심으로 영사 조력 등을 제공 중이다.“체포 선교사, 北벌목공 6명 탈출 도와”… 러, 北요청에 단속 강화 러, 한국인 선교사 이례적 체포中 추방된 뒤 2020년부터 러 활동… 北벌목공-식당 종업원 인도적 지원러매체 “작가 사칭해 기밀정보 받아… 외국 정보기관에 보내려해” 주장北, 러 당국에 직접 신고 가능성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올해 초 체포돼 구금돼 있는 선교사 백모 씨는 국내의 한 사단법인(소외계층 지원단체) 소속으로 2020년부터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벌목공 등 파견 근로자와 탈북민들을 지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지원단체로부터 의약품, 식료품 등 생필품을 제공받아 현지의 북한 노동자와 탈북민 등에게 전달한 것. 백 씨는 이러한 인도적 물품 지원 외에 탈북민 구출 등 활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북한 벌목공 등 6명의 탈출도 도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 요청에 따라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댄 연해주 지역의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백 씨가 체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씨를 구금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은 12일(현지 시간)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소식통으로부터 국가 기밀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가 이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보낼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파견 노동자 등에 인도 지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던 백 씨는 2020년부터 러시아로 넘어와 현지에 있는 북한 벌목공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 등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왔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2019년 무렵 중국에서 추방당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으로 대거 넘어왔는데 백 선교사도 그중 한 분”이라며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나왔다”고 전했다. 백 씨는 현지에서 한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북한 근로자와 탈북민들만 주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현지 한인회나 연해주선교사협의회 등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백 씨는 2020년부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유한회사 ‘벨라 카멘’(흰 돌이라는 뜻)이란 여행사를 세운 뒤 운영해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 직원은 3명인데, 영업 손실액은 450만 루블(6500여만 원) 수준이었다. 탈북민 구출 업무를 해온 한 선교사는 “탈북민 구출 및 지원 업무를 하는 선교사들이 현지 체류 자격을 얻는 동시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행사 등의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北 당국이 백 씨 활동 신고 가능성도 백 씨가 체포됐을 당시 그의 부인과 현지 상사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씨와 마찬가지로 그의 부인도 간첩 혐의를 받았지만 러시아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고 한다. A 씨도 체포 2주 만에 무혐의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당국이 한국인 선교사에 대해 추방 조치를 하지 않고 간첩 혐의로 체포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백 씨가 누군가로부터 악의적인 모함을 당해 억울하게 잡힌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북-러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관계가 긴밀해졌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백 씨 활동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에 직접 신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경이 봉쇄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인과 접촉이 의심되는 북한 근로자를 꾸준히 보고해왔다”고 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6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인 고려관 부지배인 모자가 탈북을 시도한 이후로 러시아 내 탈북민들과 이들을 돕는 한국인 지원단체에 대한 당국의 경계가 더욱 삼엄해졌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등을 늘려가자 러시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인질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외교 갈등 국면에서 간첩 혐의로 외국인을 체포해 압박한 경우가 있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합숙 과정에서 알게 된 교원 8명을 포섭한 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만들어 팔기 위해 이른바 ‘문제 공급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문제 총 2000여 개를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팔고 대가로 약 6억6000만 원을 받았다. 주도한 교사는 이 중 약 2억7000만 원을 챙기며 세금을 피하려고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11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현직 교원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들과 문제 거래를 통해 돈을 챙긴 ‘사교육 카르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고교 교사 27명,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 전직 대학 입학사정관 1명 등 56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직 교감도 문제팔이 가담 11일 공개된 감사 결과에선 현직 고교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문제를 만들어 팔며 적게는 수천만 원부터 많게는 수억 원의 부수입을 올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문제 거래 관행은 수능 및 EBS 교재에 문제를 내면서 수능 출제 경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과 이들로부터 양질의 문제를 받아 적중률을 높이려는 사교육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겼다고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원의 영리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학교장 겸직 허가를 받고 EBS 교재나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 출판에 참여하는 것 정도만 가능하다. 적발된 이들 중에는 문제 거래 사실을 숨기고 수능 출제에 관여한 경우도 있었다. 한 고교 교사는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거짓말을 한 뒤 2022년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파견돼 지난해 9월까지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출제에 5차례 참여했다. 수능 관리 규정상 최근 3년간 모의고사 문제 판매 실적이 있으면 출제 위원이 될 수 없다. EBS 수능연계 교재 초안에 담긴 문제를 발간 전 빼돌린 고교 교사도 적발됐다. 2015년부터 EBS 수능연계 영어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학원강사의 청탁을 받고 EBS 교재 내용을 변형한 문제를 만들어 팔았다. “연구용으로 한 번만 보겠다”며 다른 집필자의 교재를 받아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7년 동안 그가 문제 약 8000개를 팔고 챙긴 돈은 약 5억8000만 원이었다. 교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현직 교감이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수능 대비 문제를 사교육 업체에 공급하고 9200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고교 교사가 35명을 끌어들여 팀을 만든 후 3년 동안 문제를 팔아 총 18억9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교육부 “파면 등 중징계 요구” 감사에선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지문이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와 EBS 수능연계 교재 감수본에 동시에 등장한 배경도 드러났다. 한 고교 교사가 EBS 교재에 해당 지문을 활용한 영어 문제를 출제했는데 이를 감수한 대학교수가 보안서약을 어기고 수능에 같은 지문을 낸 것이다. 일타강사 조모 씨 역시 다른 교사로부터 이 지문을 받아 모의고사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조 씨는 평소 EBS 교재 파일을 출간 전 입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은 “경찰 수사로 밝혀질 일”이라고 했다. 내신 부정행위 정황도 드러났다. 한 교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온라인 사교육 업체에 내신 예상 문제 7000개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 중 8개를 소속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했다. 이 학교 학생이 해당 업체 강의를 듣고 더 좋은 내신 성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감사원도 ‘내신 부정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교원들에 대해서는 소속 교육청에 최대 파면 등 중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최신 수능 출제 경향을 반영한 예상 문항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들에게 수억 원의 뒷돈을 받고 판매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은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동료 교사들을 모아 ‘문항 공급조직’ 까지 꾸려 학원에 판매할 문항을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교사가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교사의 영리 업무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정면 위반한 행위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감사원은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만들어주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현직 교사 27명에 대해 청탁금지법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학원에 문항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진 등으로 참여한 교사들에게는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도 적용됐다. 현직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사들인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도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됐다.● 현직 교사 35명 포함된 ‘피라미드식 문항공급 조직’ 만들어감사원에 따르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은 동료 교사들을 포섭해 ‘문항공급 조직’을 꾸린 뒤 조직적으로 학원에 판매할 문항을 만들었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가 ‘알선책’ 역할을 하면서 사교육 업체와 거래를 알선하고 수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고, 그 아래 다수의 교사들은 수능 문항과 비슷한 문항을 만들어 공급하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피라미드식 조직화”라고 설명했다.수능이나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했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출제진 합숙 과정에서 알게된 동료 교사 8명을 포섭해 ‘문항 공급 조직’을 꾸렸다. A 씨는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사교육 업체에 예상 문항 2000여 개를 만들어주고 총 6억6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의 수장 역할을 했던 A 씨가 알선비와 문항 제작비로 2억 7000만 원을 챙기고, 나머지 8명이 3억 9000여 만 원을 나누는 식이었다.현직 교사 B 씨는 A 씨의 ‘문항 공급 조직’에 장기간 참여하면서 그 기간 동안 평가원에 파견돼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5차례나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최근 3년 간 상업 수험서를 집필한 경험이 있느냐”는 평가원 측의 질문에는 모두 “없다”라고 거짓 답변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고등학교 교사 C 씨는 자신의 부인과 함께 ‘출판업체’를 설립하고 동료 교사 35명을 모아 본격적인 ‘문항 거래 사업’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C 씨는 2018년부터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팔다가 2019년 6월부터는 자신의 부인과 함께 법인을 차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이 교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팔아 18억 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직 고등학교 교감이 ‘문항제작팀’을 꾸려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하고 9200여 만 원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학원에 판 문제 그대로 학교 내신에도 출제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들이 이 문항을 소속 학교의 내신 시험에 그대로 ‘돌려막기’식으로 출제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학생들이 학원에서 풀어봤던 문제가 그대로 내신에도 출제된 것.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온라인 사교육업체에 내신 예상 문제 7000개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중 8개를 소속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했다.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한 교사들이 출간되지 않은 교재 내용을 미리 빼내 학원에 판매하고 대가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2015년부터 EBS 수능연계 영어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시중에 출간되지 않은 EBS 교재를 무단으로 변형해 문항 8000개를 강사에 공급한 뒤 대가로 5억 8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감사원은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거나, 비위 정도가 심각한 교사들에 대해 우선 수사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사교육 업체를 상대로 문항 거래를 한 교사 200여 명에 대해 추가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사이에 ‘문항거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수 교원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타강사’ 지문과 똑같은 수능영어 23번 지문 감사결과도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대형 입시업체 소속 일타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똑같았다는 ‘판박이 지문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 결과를 밝혔다. 앞서 국내에서 출간되지 않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머치 인포메이션’의 특정 단락이 일타 강사의 교재와 수능,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EBS 교재 초안에 나란히 실려 출제 경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문제들은 모두 인용된 지문은 같았지만 문항은 달랐다.해당 문제를 수능에 출제한 대학교수 D 씨는 2022년 8월 EBS 수능연계 교재를 감수했는데, 이 교재에는 ‘투머치 인포메이션’을 지문으로 활용한 문항이 포함돼있었다. 이 문항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E 씨가 출제한 것이었다. 교수 D 씨는 2022년 10월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투머치 인포메이션’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제를 출제했다. “교재 집필 중 알게된 사실을 유출해선 안된다”는 EBS 보안서약서를 어긴 것. D 씨가 감수한 EBS 교재는 23년 1월 출간될 예정이었다.이 지문은 대형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의 유명 강사 F씨가 22년 9월 모의고사로 발간한 문제집에도 실려있었다. F씨는 평소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고교 교원 G 씨에게 문항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강사에게 문항을 제공한 고등학교 교원 G 씨와 이 문항을 EBS 교재에 최초 출제했던 교원 E 씨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경찰에 출제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해달라고 수사를 요청했다.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은 유명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실린 문제 지문이 수능 문제로 출제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을 확정하기 전 사설 모의고사와의 중복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F 강사의 모의고사를 계속 구매해왔지만 2022년에만 F 강사의 모의고사를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 담당자들은 이 문항에 대해 215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수능 출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지원했던 ‘개성공업지구관리재단’이 이르면 다음 주 해산된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해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8년 만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30여 곳의 시설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퇴근 버스를 평양과 개성 시내에서 운행하고, 공단 모든 건물의 한국어 간판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2일 국무회의에 기존 개성공단재단의 업무를 민간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하는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친 후 일주일 뒤 관보를 통해 공포된다. 개성공단재단은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된 직후 이사회를 열어 재단 해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20일 전후로 재단이 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재단은 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의 출입경, 시설 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12월 통일부 산하에 설립됐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2016년 2월부터 전면 가동 중단돼 재단은 입주 기업들의 일부 민원 상담과 등기 처리 업무만 해왔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장기화에 따라 개성공단재단 운영 인건비와 건물 임차료 등 경비로만 연평균 70억여 원이 드는 점 등을 감안해 올해 초 재단 해산을 결정했다. 올 2월 기준 전체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3곳 중 30여 곳(23∼24%)이 무단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무단 가동 중인 개성공단에 대한 재산권 피해액을 4000억 원대로 산정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이 법적 대응의 주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개성공단재단이 해산되는 것과 관련해선 통일부 당국자는 “주체가 어디가 되든 법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소리(VOA)는 10일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까지 완전히 정리했다고 보도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