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면서 걸을 때가 적지 않은데 현수막을 이렇게 걸어놓으니 위험하네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29)는 “현수막이 너무 낮게 걸려 사고가 걱정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종각역 사거리 횡단보도 인근 전신주에는 약 1m 높이의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보행자가 지나는 길목에 있어 무심코 걷다가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행정안전부는 8일부터 보행자 통행 장소인 경우 2m 이상 높이로 걸게 하는 등 강화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되면서 현수막이 난립해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8, 9일 서울 종로·강남·서초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아직 거리 곳곳에 가이드라인을 어긴 현수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쿨존에 버젓이 걸린 정당 현수막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야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모 씨(38)는 “현수막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아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내용을 따라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는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또 가이드라인은 보행자 통행 장소나 교차로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하게 했다.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보행자 신호등 옆에는 높이 2m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이 다수 보였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인근 교차로에서 만난 유모 씨(71)는 “현수막이 횡단보도 바로 옆에 내 어깨 높이로 걸려 있다 보니 정면이 아니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신호가 바뀐 걸 뒤늦게 보고 허겁지겁 건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가로등 사이에 현수막을 3개 이상 달지 못하게 했지만 현수막 4개 이상이 설치된 곳도 여전히 많았다.● 행안부·지자체 엇박자에 단속 어려워상황이 이런데 행안부와 지자체 측은 가이드라인 이행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행안부 측은 “이달 초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지자체가 판단해 통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단속 책임을 지자체에 돌렸다. 또 “국회에서 만든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조항이 유효한 만큼 그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일단 내용을 정당, 지자체 등에 알리며 자정작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지자체들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권고사항에 불과해 이에 따라 단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 통행장소가 어딘지 등 기준이 모호하다”며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고 철거나 과태료 부과를 위해선 옥외광고물법상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했다. 행안부가 옥외광고물법 또는 시행령에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해야 실효성 있는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어버이날이라면서 밥 차려달라고 자식 고생시킬 바에는 여기 오는 게 미안한 마음도 안 들고 차라리 속 편하네요.” 8일 낮 12시경. 서울 동대문구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을 찾은 임이량 씨(89·여)는 “평소에도 종종 급식소를 찾는데, 오늘은 같이 사는 아들 가족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급식소에는 어르신 약 400명이 모여 있었다. 한 초등학생이 어버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바이올린으로 ‘어머님 은혜’를 연주하자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 평소 2배 넘게 몰린 무료 급식소 이날 밥퍼에선 어버이날을 맞아 점심 배식 1시간 전인 오전 10시 반부터 공연을 선보였는데, 공연 시작 전부터 어르신들이 150m가량 줄지어 입장을 기다렸다. 줄 서 있던 박종문 씨(81)는 “장가 간 아들, 독립한 딸은 사실상 남처럼 느껴진다. 행사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데 눈물이 나더라”며 눈시울을 훔쳤다. 일부 어르신들은 어버이날 특식과 공연을 위해 새벽부터 와 또래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경기 부천시에서 왔다는 윤귀남 씨(80)는 “혼자 사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왔다. 어버이날처럼 잔치가 있는 날은 일찍 와야 한다”고 했다. 이군자 씨(93·여)도 “자리를 미리 맡으려 새벽 5시 반에 왔다”며 “자녀가 없는데 여기서라도 어버이날을 챙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밥퍼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어버이날 공연을 재개했다. 최일도 밥퍼 이사장은 “자녀들이 어버이날 이런 곳을 찾아가는 걸 부끄러워할까봐 이른 아침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이분들을 위해 급식 전 공연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밥퍼 측은 이날 어버이날 특식을 준비하면서 평소 300인분의 2배 이상인 700인분을 준비했는데 오전 11시 반∼오후 1시 반 동안 모두 소진됐다. 밥퍼 관계자는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방문한 어르신들이 1000명 가까이 돼 막판에 부족할 뻔했다”고 말했다.● 급식소 카네이션에 웃음도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무료급식소도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는 정오부터 시작하는 배식을 앞두고 오전 11시 반경 이미 200명 넘는 어르신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원각사 측이 배식 번호표를 나눠주며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어르신들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곳을 찾은 박상열 씨(88)는 “아흔이 다 된 늙은이가 자식들에게 챙겨 달라고 하기도 미안해 급식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탑골공원 일대에선 평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원각사와 국가혁명당 허경영 총재의 하늘궁 급식소 외에 노후희망유니온까지 총 3곳이 무료 배식을 진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홀몸노인 수는 지난해 187만5270명으로 5년 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원각사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오르고 홀몸노인이 늘면서 어버이날에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온라인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2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됐다. 지난달 16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여고생이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지 19일 만에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5일 오전 3시 55분경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두 여성이 난간 밖으로 넘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신고된 장소에서 SNS로 생중계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A 양(17)과 B 양(15)을 발견했다. 경찰은 두 여학생을 설득해 구조한 후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둘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이들 외에 성인 남성 1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이 남성은 경찰에 “극단적 선택을 말리러 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에도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여고생 C 양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당시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C양을 만난 사실이 있는 최모 씨(27)를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서울경찰청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우울증갤러리를 둘러싸고 제기된 성착취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온라인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2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됐다. 지난달 16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여고생이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지 19일 만에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5일 오전 3시 55분경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두 여성이 난간 밖으로 넘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신고된 장소에서 SNS로 생중계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A 양(17)과 B 양(15)을 발견했다. 경찰은 두 여학생을 설득해 구조한 후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둘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이들 외에 성인 남성 1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이 남성은 경찰에 “극단적 선택을 말리러 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에도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여고생 C 양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당일 우울증갤러리에서 C양을 만난 사실이 있는 최모 씨(27)를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서울경찰청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우울증갤러리를 둘러싸고 제기된 성착취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건배!” 1일 오후 3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중년 남성 6명이 나무 테이블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고 있었다. 대낮부터 얼굴이 불콰해진 이들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지나던 시민 일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선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게 일상화돼 있다. 이날 오후 반포한강공원에서도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강공원 음주 규제 논의를 촉발시킨 손정민 씨 추모 공간 건너편에도 텐트를 치고 수십 명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해외 선진국에선 공공장소 음주 행위를 규제하는 곳이 적지 않다. 미국 뉴욕주에선 공공장소에서 술병을 개봉한 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호주도 거의 모든 공공장소를 ‘음주금지구역(dry area)’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싱가포르는 오후 10시 반부터 오전 7시까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한국 돈으로 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금주구역이나 음주청정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경우가 상당수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숲 등 22곳을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웠을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 들어 4월 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실제로 1일 오후 5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시 지정 음주청정구역인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을 찾았을 때 시민 20여 명이 큰소리로 떠들며 술을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금주구역은 음주청정구역과 달리 소란을 피우지 않더라도 음주 자체를 금지하고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1년 손정민 씨 사망 이후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한강에서 맥주도 못 마시게 하느냐”는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손애리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아직 야외 음주 문화가 만연해 있는 상태라 무작정 강경책으로 단속만 해선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홍보와 계도를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공공장소 음주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음주 심신장애 감경 제외’ 법안 5건, 처리는 ‘0’ 국회 무관심, 법사위 논의조차 안돼법무부는 ‘법관 양형재량 제한’ 지적 21대 국회에서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를 감형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형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국회의 무관심과 관계 부처의 반대로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자를 형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5건이 발의됐다. 각 법안의 구체적인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주취 감형’을 폐지 또는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0년 6월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음주나 마약류에 의한 심신장애자의 행위는 (형법 제10조)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및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1월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의 경우 각 죄의 최장 형기 및 벌금액의 2배까지 가중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본회의 통과는커녕 관련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사위는 처리해야 할 다른 상임위 법안이 워낙 많아 법사위 고유 법안 논의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형법 개정안의 경우 법관의 양형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지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30일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1시간 40분 동안 상·하행선 열차가 이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일이 발생했다.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6시 26분경 타는 냄새를 감지한 역무원에 의해 9호선 지하1층 전기실(UPS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9호선은 6시 38분부터 8시 7분까지 등촌역을 무정차 통과했다.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 21대와 소방인력 75명이 동원됐고, 불은 오후 7시 26분경 진화됐다. 화재로 전기실 내 내부 전선이 일부 불에 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서울시 메트로9호선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연 작업 때문에 무정차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빵빵빵!”22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홍익아트센터 앞 이화 사거리. 전방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자 우회전하려던 차량이 멈춰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택시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지만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이 오히려 항의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이날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2곳에서 1시간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적색 신호 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3%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 위반이 단속에 적발되면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오토바이 4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전방 적색 신호 규정 준수 3% 불과 이날부터 계도기간이 끝나 본격 단속이 시행된 규정은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와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 녹색 화살표에만 우회전’ 등 2가지다. 올 1월 새로 도입돼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쳤지만 현장에서 적색 신호 시 일시 정지 규정을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이화 사거리에서 오후 4시부터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일시 정지 대상 차량 135대 중 실제로 정지한 차량은 3대(2.2%)에 불과했다. 을지로2가 사거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7시부터 30분 동안 일시 정지해야 하는 차량은 117대였지만 4대(3.4%)만 멈춰 섰다. 두 곳을 합치면 252대 중 7대(2.8%)만 정지 의무를 지킨 것이다.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상대적으로 새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에서 가천대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78대 중 76대(97.4%)가 우회전 신호를 준수했다. 위반한 건 이륜차 2대뿐이었다. 한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에서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하면 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헷갈릴 우려가 적다”고 했다. 문제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전국에서 1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에선 유일하게 동작구에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가 최근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경기 지역에서도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는 2곳뿐이다.● 시민들 “여전히 헷갈려” 시민 상당수는 지난해 7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 일시 정지’ 의무가 신설된 데 이어 반년 만에 다시 우회전 규제가 추가된 것을 두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화 사거리에서 만난 남모 씨(57)는 “일시 정지 의무가 생긴다는 뉴스는 봤지만 전방 신호와 관계 없이 우회전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최모 씨(53)도 “단속이 시작된 줄 몰랐고 내용이 복잡해 아직도 규정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바뀐 규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시민이 많은 만큼 메시지를 단순화해 홍보하면서 동시에 우회전 신호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찰이 설명을 너무 어렵게 하다 보니 운전자가 더 혼란스러워한다”며 “앞으로 ‘적색 신호에는 직진이든 우회전이든 무조건 정지’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단순화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민들이 교차로 우회전 방법에 익숙해질때 까지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되, 우회전 전용차로나 우회전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 선별적으로 우회전 신호등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당분간은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유형부터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성남=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빵빵빵!” 22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홍익아트센터 앞 이화 사거리. 전방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자 우회전하려던 차량이 멈춰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택시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지만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이 오히려 항의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이날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2곳에서 1시간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적색신호 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3%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 위반이 단속에 적발되면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오토바이 4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전방 적색 신호 규정 준수 3% 불과이날부터 계도기간이 끝나 본격 단속이 시행된 규정은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와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 녹색 화살표에만 우회전’ 등 2가지다. 올 1월 새로 도입돼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쳤지만 현장에서 적색 신호 시 일시 정지 규정을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이화 사거리에서 오후 4시부터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일시 정지 대상 차량 135대 중 실제로 정지한 차량은 3대(2.2%)에 불과했다. 을지로2가 사거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7시부터 30분 동안 일시 정지해야 하는 차량은 117대였지만 4대(3.4%)만 멈췄섰다. 두 곳을 합치면 252대 중 7대(2.8%)만 정지 의무를 지킨 것이다.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상대적으로 새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에서 가천대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78대 중 76대(97.4%)가 우회전 신호를 준수했다. 위반한 건 이륜차 2대뿐이었다. 한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에서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하면 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헷갈릴 우려가 적다”고 했다. 문제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전국 1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에선 유일하게 동작구에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가 최근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경기 지역에서도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를 포함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가 2곳뿐이다.● 시민들 “여전히 헷갈려”시민 상당수는 지난해 7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 일시 정지’ 의무가 신설된 데 이어 반년 만에 다시 우회전 규제가 추가된 것을 두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화 사거리에서 만난 남모 씨(57)는 “일시 정지 의무가 생긴다는 뉴스는 봤지만 전방 신호와 관계 없이 우회전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최모 씨(53)도 “단속이 시작된 줄 몰랐고 내용이 복잡해 아직도 규정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바뀐 규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시민이 많은 만큼 메시지를 단순화해 홍보하면서 동시에 우회전 신호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찰이 설명을 너무 어렵게 하다 보니 운전자가 더 혼란스러워한다”며 “앞으로 ‘적색 신호에는 직진이든 우회전이든 무조건 정지’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단순화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속부터 실시할 게 아니라 우회전 교통량이 많은 곳부터 우회전 신호등 설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당분간은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유형부터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성남=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김기윤기자 pep@donga.com}

《응원봉 5만원… 허리 휘는 ‘아이돌 굿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지침이 해제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 개최가 느는 가운데 응원봉 등 콘서트 굿즈 판매도 성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업체들이 순수한 팬심을 악용해 응원봉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출수록, 빠져들어, 트와이스!” 15일 오후 6시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콘서트가 시작되자 객석을 가득 메운 팬 1만여 명은 노래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콘서트장을 메운 팬 중 절반가량의 손에는 길이 25cm쯤 되는 사탕 모양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트와이스 멤버 나연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자 팬들이 들고 있던 응원봉이 나연의 상징색인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응원봉 불빛이 물결치듯 켜지는 ‘응원봉 파도타기’도 진행됐다.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응원봉을 든 팬들이 불빛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주최 측에서 원격으로 콘서트장 내에 있는 응원봉을 제어했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 참가를 위해 4만9000원을 주고 응원봉을 구입했다는 이예지 양(17)은 “예전에 콘서트에 들고 갔던 응원봉이 있었지만 이번에 나온 응원봉만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새로 구입했다”며 “티켓과 응원봉 가격을 합쳐 20만 원 넘게 들었는데, 부모님이 콘서트 가는 걸 안 좋아해 몰래 아르바이트해서 비용을 마련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방역 지침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오프라인 대형 콘서트가 곳곳에서 다시 열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부쩍 비싸진 응원봉 등 굿즈 가격을 놓고 일각에선 ‘지나친 상술’이란 지적이 나온다.● 웃돈 붙은 응원봉, 하루 대여에 3만 원 열혈팬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예매한 후 최신 응원봉을 구입하는 걸 공식으로 여긴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프로미스나인’의 경우 지난해 9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응원봉 구매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바닥났다. 경쟁률이 치열한 경우 웃돈도 붙는다. 온라인 중고마켓에선 정가 3만5000원인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의 응원봉이 콘서트가 임박한 시점에 약 1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구입하기에는 비싸 하루만 빌리기도 하지만 대여 요금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NCT 드림’의 콘서트를 위해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3만 원을 주고 하루 동안 응원봉을 대여했다는 이모 양(18)은 “콘서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응원봉이 필요했다. 그런데 웃돈이 붙어 사려면 8만 원이 들더라”면서 “결국 하루 빌리는 가격치곤 지나치다고 생각하면서도 빌렸다”고 했다. 최신 응원봉을 사거나 빌리지 못한 팬들 중에는 콘서트장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학원생 차모 씨(27)는 “구형 응원봉을 가져갔는데 내 응원봉만 원격 조종이 안 되더라. 은근히 소외감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최모 씨(25)도 “정가에 응원봉을 구하려다가 실패해 다이소에서 파는 형광막대를 갖고 콘서트에 갔는데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다”고 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NCT 드림 콘서트에서 응원봉과 유사한 색깔의 먼지떨이를 들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응원봉 가격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아이돌 콘서트에서 응원봉이 필수 굿즈가 된 건 2008년 무렵부터다. 1990년대 ‘H.O.T.’나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팬들이 공연장에서 특정 색깔의 풍선을 흔들며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이후 일회용 형광막대로 넘어갔다가 응원봉으로 바뀌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YG엔터테인먼트에서 ‘세븐’과 아이돌 그룹 ‘빅뱅’의 공식 응원봉을 처음 판매하면서 다른 아이돌 그룹도 공식 응원봉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반에 1만 원 정도였던 응원봉 가격은 2017년 무렵 주최 측에서 원격으로 응원봉을 제어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가격이 2만, 3만 원대로 한 차례 올랐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다시 올라 최근에는 4만, 5만 원 가량이 됐다. 고가의 응원봉을 보는 팬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중학생 때부터 트와이스를 좋아했다는 박나연 씨(23)은 “2017년 응원봉을 1만8000원에 샀는데 올해는 4만9000원으로 2.7배가 됐다. 콘서트에서 흔들 때는 좋았지만 예전 응원봉은 쓸 일이 없어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콘서트에 한 번 갈 때 10만∼15만 원을 썼는데 최근 티켓과 응원봉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지금은 20만∼25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서모 양(18)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를 관람하는 데 총 70만 원을 썼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교통비에다 티켓과 응원봉 가격에 모두 웃돈이 붙어 각각 35만 원, 10만 원이 들었다”며 “용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집 근처 고깃집에서 일주일에 2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마련했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응원봉을 장식품 포함 6만 원에 출시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선 “멤버도 같이 주는 게 아닌 이상 이런 가격일 수 있느냐”는 내용의 트윗이 41만 회 조회됐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올리는 기획사들 기획사들은 대부분 응원봉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하이브, JYP 등 일부 기획사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반도체 가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응원봉 가격을 올린다”고 공지하는 정도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원봉을 구입하면서도 답답해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자발적으로 모여 팬클럽을 만들고 회장을 뽑아 대표 격으로 팬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 그룹의 활동 범위가 글로벌화되고 기획사가 팬클럽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팬들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할 창구도 사라졌다. 직장인 김지수 씨(28)는 “굿즈숍에 소비자 불만 접수 창구가 있지만 응원봉 불량이나 배송 지연 등의 사안에만 대응한다. 치솟는 가격에 대해선 의견을 전달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불평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팬들의 공동 대응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일부 팬이 트위터 등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가 고작”이라고 했다. 아이돌 그룹 팬들 사이에선 ‘가왕’ 조용필 사례도 회자된다. 조용필 콘서트 기획사는 최근 응원봉을 관객들에게 무료 사은품으로 나눠줬다. 응원봉을 포함한 티켓 가격은 9만9000∼15만4000원으로 사은품 없는 아이돌 그룹 티켓 가격보다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SNS에선 “팬들을 돈으로 안 보는 진짜 가수”란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응원봉 가격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돌 굿즈 관련 업무를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응원봉 가격에는 수급난을 겪은 반도체 비용을 포함한 제조원가 외에도 제어 기술 개발비, 연동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비 등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며 “관련 비용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올라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고 했다.● “팬심 과도한 이용은 K팝 이미지에 악영향” 전문가들은 응원봉 등 굿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이 K팝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응원봉이 소속감을 주면서 동시에 공연장에서 공연을 충분히 즐기기 위한 필수품이란 생각이 어느새 자리 잡았다. 그렇다 보니 성능이 좀 떨어지거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게 된다”고 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K팝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굿즈 사업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데, 해외에선 음악이 아닌 굿즈로 수익을 내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K팝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마케팅은 자제하고 음악과 공연의 질을 올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흉기로 찌른 뒤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경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 A 군이 흉기를 휘둘러 같은 학년 B 양이 목 등을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B 양을 병원으로 옮겼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두 학생이 교실 밖 복도에서 함께 대화하다가 A 군이 갑자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 A 군은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오전 11시 6분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 군과 B 양은 서로 다른 반에 재학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한 심리 상담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안전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가해자인 A 군이 사망한 만큼 B 양이 다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흉기로 찌른 뒤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경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 A 군이 흉기를 휘둘러 같은 학년 B 양이 목 등을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B 양을 병원으로 옮겼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사건 당시 두 학생이 교실 밖 복도에서 함께 대화하다 A 군이 갑자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학교 밖으로 뛰쳐 나간 A 군은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오전 11시 6분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 군과 B 양은 서로 다른 반에 재학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한 심리 상담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안전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가해자인 A 군이 사망한 만큼 B 양이 다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이른바 ‘필로폰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일당이 인근 중학교 앞에서 하굣길 중학생들에게도 음료를 건넨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다만 아직까지 음료를 마신 중학생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행범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하면서, 범행을 지시한 배후 세력을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일 오후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준 일당 중 일부는 대치동 학원가로 향하기 전 약 1.5km 거리에 있는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A 양(14)은 “친구 한 명이 교문 앞에서 ‘ADHD 약’이라며 음료를 건네받았다”며 “음료가 수상하고 냄새도 이상해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반경 이 학교 앞 사거리에서 피의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이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큰 비닐봉지에 음료가 담긴 통을 넣어 들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일 “상부 지시를 받아 현장에서 음료를 건넨 피의자 1명을 추가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날 붙잡힌 피의자는 2인 1조로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음료를 건넨 20대 여성인데 얼굴이 나온 CCTV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자 오전 9시 반경 경찰에 자수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일당 4명 중 3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20대 여성의 행방을 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찰·경찰은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분노를 드러내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합동 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등 6대 권역 마약수사실무협의체를 즉시 가동해 유관기관과 대응을 협의하라”고 했다. “중학교-학원-구청앞 대담한 범행… ‘마약+보이스피싱’ 신종 범죄” 음료 건넨 실행조가 전화번호 확보협박조가 “자녀 인생 종쳐” 금품 요구총책은 중국에 근거지 가능성경찰, 서울 초중고에 ‘긴급 스쿨벨’ 경찰은 이번 범행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개발한 신종 범행 수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이 심해지자 마약과 결합한 방식으로 범행이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협박범이 부모들에게 “조선족(중국교포) 말투로 돈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 해외 조직의 관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범죄의 심각성 및 빠른 피의자 검거의 필요성을 고려해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 ● “경찰에 신고하면 자녀 인생 종 친다” 경찰은 일당들이 철저히 분업화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검거된 실행범들은 “시음 행사를 위해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다. 행사 주최 측과는 대포폰과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했으며 음료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 음료’는 택배로 받아 현장에 가져갔다고 한다. 실행범들이 배후 세력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범행이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범행을 저지른 세력이 직접 음료를 건네는 ‘실행조’와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부모들을 협박한 ‘중간 관리책(협박조)’, 상부 총책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협박조가 대포폰 여러 개를 이용해 현장 인력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피해 학생 부모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점에 비춰 볼 때 기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조직과 유사한 형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행조의 범행을 목격한 한 강남구 주민은 “(음료를) ‘가져가는 건 안 되고 내가 보는 앞에서 음료를 모두 마시고 가라’고 권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배후 세력들로부터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부모 전화번호를 꼭 확보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고 망설일 경우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며 유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확보된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협박조는 금품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안 받을 경우 “자식 인생 망치기 싫으면 전화 받아라. 경찰에 신고하면 자녀 인생 종 친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총책이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몇몇 조직을 특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특정 성인을 대상으로 ‘가짜 다이어트약’에 마약 성분을 넣어 중독시키는 범죄가 종종 발생하긴 했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처음”이라며 “일부 조직이 수법을 바꿔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음료 거절하자 ‘먹어 보라’며 짜증 내” 범행 장소 일대는 일부 제약사 등이 최근까지 기억력 개선 영양제, 신약 홍보 등 시음 행사를 자주 진행하는 곳이었다. 범행 시점 전후로도 제약사 샘플 제공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범죄 조직이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범행 장소를 강남 학원가 등으로 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지역 인근 중학교에 재학 중인 A 양(14)은 “지인 한 명은 ‘음료를 마시고 시식 평가를 하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말에 음료를 마셨는데 그날 밤 피해자 어머니한테 협박 문자가 와서 신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인근 고등학교 학생 강모 군(18)은 “성인 여성 2명이 ‘정신력이 좋아지는 음료’라며 여학생들에게 권했다”며 “학생들이 두세 차례 거절하자 언성을 높이며 ‘한 번 먹어 보라’며 짜증을 냈다”고도 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 학교, 학원 등은 피해 학생 조사에 나섰다. 강남구의 한 중학교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교내 방송을 통해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 초중고 1407개 학교와 학부모 83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 스쿨벨’을 발령하고 “유사 사례 발생 시 음료를 마시지 말고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이른바 ‘필로폰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일당이 학원가 앞 범행 전 인근 중학교 교문 앞에서도 직접 하굣길 중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해당 중학교 학생 중 음료를 마신 피해 사례는 신고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일 오후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용의자 중 일부는 대치동 학원가 앞으로 향하기 전 약 1.5km 거리에 있는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도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먹이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상황을 전해들은 한 중학생 이모 양(14)은 “제 친구 중 한 명이 교문 앞에서 ‘ADHD’ 약이라며 해당 음료를 건네받았다”며 “다행히 친구는 수상하게 생겼고 냄새도 이상해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동아일보가 확인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반경 이 학교 앞 사거리에서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중학교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큰 봉지 등을 손에 든 채 음료가 담긴 통을 들고 다녔으며 학생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경찰은 실제로 2인 1조로 움직인 일당 4명이 다른 곳에서도 음료를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일당 4명은 같은 날 오후 6시경 2인 1조로 나눠 각각 강남구청역 인근과 대치동 학원가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일 오후 “현재까지 일당 4명 중 3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을 비롯해 범죄 조직과 함께 음료를 나눠준 나머지 한 명의 여성을 쫓고 있다. 마약 음료를 받아 마신 후 신체 이상을 호소한 고교생은 이날까지 6명으로 집계됐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뒤 학부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던 4인조 일당 중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2인 1조로 다니며 고교생을 대상으로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2명을 붙잡았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대치동 학원가 주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여성 A 씨(49)의 인상착의와 차량번호를 토대로 신원을 특정해 5일 오전 1시 반경 동대문구 이문동 자택에서 A 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A 씨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본 경찰은 마약류 간이 검사도 진행했다.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같은 음료를 학생들에게 건넨 20대 남성 B 씨는 범행이 보도되고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이날 오전 10시경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나타났다. A 씨는 경찰에서 “마약인 줄 몰랐고, 인터넷에서 구한 아르바이트를 한 것뿐이다.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과 이들과 함께 음료를 나눠준 20대, 40대 여성 2명을 쫓고 있다. 일당으로부터 마약 음료를 받아 마신 후 신체 이상을 호소한 고교생은 이날까지 6명으로 집계됐다.“부모에 ‘돈 안주면 자녀 마약 신고’… 조선족 말투로 협박전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일당, 고교생에게 ‘음료’ 권한뒤 ‘구매조사 한다’며 부모 연락처 받아“대포폰 사용해 500만원 보내라고 해”… 경찰, 해외조직 범행 가능성 주목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범죄를 저지르는 ‘퐁당 마약’ 범죄가 강남 학원가로까지 확산된 것을 두고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4시간에 15만 원을 준다는 고액 아르바이트 행사로 알고 참여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과 나머지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 2인 1조로 건넨 ‘필로폰 음료’ 고교생 6명 마셔 A 씨 등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지역을 돌며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것”이라며 시음 행사를 위장해 음료를 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3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각각 2인 1조로 움직이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곳을 돌며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를 시음 행사 중이다. 최근 개발한 음료니 마셔 보라”며 마약 음료를 건넸다. 현재까지 대치역 인근에서 5명, 강남구청역에서 1명 등 총 6명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음료병에는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명 제약사의 상호도 표기돼 있었다. 또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치역 인근에서 음료를 건네받았다는 고교생 박모 군(16)은 “낯선 사람이 ‘시음해 보세요’라며 같은 학년 10여 명에게 음료를 건넸는데 용기가 수상해 마시지 않았더니 연락처도 묻지 않더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같은 음료를 받은 친구도 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음료에선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이 검출됐다. 피해 학생들도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차례 소량 노출돼 중독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피해가 신고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족 말투로 500만 원 송금하라고 해” 이들은 무작위로 고교생에게 음료를 권한 뒤 받으면 “구매 의사를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부모 연락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해당 번호로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4인조 일당은 단순히 현장에서 음료만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게 음료를 건네고 학부모들을 협박한 배후 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치동에 사는 한 40대 여성은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와 조선족(중국동포) 말투로 ‘당신 아이가 마약을 했다. 500만 원을 송금하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다행히 자녀가 음료를 마시진 않았고 전화를 바로 끊어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해외조직이 관여한 범행일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걸려 온 번호를 토대로 추적 중이지만 범행을 위해 만든 대포폰일 가능성이 크다”며 “협박을 받은 학부모들이 즉각 피해를 신고한 덕분에 아직까지 금전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범행 장소 인근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인근 학원에 보낸다는 이모 씨(46)는 이날 “학원 밀집지역에서 학생들을 노린 범죄 같아서 걱정”이라며 “인근에서 음료 시음 행사를 자주 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받아 먹으니 너무 걱정돼 오늘은 직접 아이를 데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학원 관계자,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전국 학원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도 관내 62개 초중고교에 유의 사항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뒤 학부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던 4인조 일당 중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아르바이트 행사로 알고 참여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과 나머지 용의자들을 추적 중이다.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범죄를 저지르는 ‘퐁당 마약’ 범죄가 강남 학원가로까지 확산된 것을 두고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2인 1조로 건넨 ‘필로폰 음료’ 고교생 6명 마셔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2인 1조로 다니며 고교생을 대상으로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2명을 붙잡았다고 5일 밝혔다.경찰은 전날 대치동 학원가 주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여성 A 씨(49)의 인상착의와 차량 번호를 토대로 신원을 특정해 이날 오전 1시 반경 동대문구 이문동 자택에서 A 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A 씨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본 경찰은 마약류 간이 검사도 진행했다.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같은 음료를 학생들에게 건넨 20대 남성 B 씨는 범행이 보도되고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오전 10시 경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나타났다. A 씨는 경찰에서 “마약인 줄 몰랐고, 인터넷에서 구한 아르바이트를 한 것 뿐이다.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음료를 나눠준 20대, 40대 여성 2명을 쫓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접수된 고교생 피해 사례는 대치역 인근에서 5명,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1명 등 총 6명”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피해가 신고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 마약 복용 신고한다” 협박A 씨 등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지역을 돌며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것”이라며 음료를 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무작위로 고교생에게 음료를 권한 뒤 받으면 “구매 의사를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부모 연락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연락해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경찰은 4인조 일당 중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한 인물이 있는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협박에 가담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걸려온 번호를 토대로 추적 중이지만 범행을 위해 만든 대포폰일 가능성이 크다”며 “음료를 권한 일당의 일부 또는 전부는 ‘고액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범행을 주도한 인물이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했다.경찰 관계자는 “협박을 받은 학부모들이 즉각 피해를 신고한 덕분에 아직까지 금전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학생들은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차례 소량 노출돼 중독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다.대치역 인근에서 음료를 건네받았다는 고교생 박모 군(16)은 “낯선 사람이 ‘시음해 보세요’라며 같은 학년 10여 명에게 음료를 건넸는데 용기가 수상해 마시지 않았더니 연락처도 묻지 않더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같은 음료를 받은 친구도 있다”고 했다.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범행 장소 인근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인근 학원에 보낸다는 이모 씨(46)는 이날 “인근에서 음료 시음 행사를 자주 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받아먹으니 너무 걱정돼 오늘은 직접 아이를 데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학원 관계자들,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전국 학원에 발송했다”고 밝혔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공범이 추가로 붙잡혔다고 경찰이 3일 밝혔다. 이로써 범행 가담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35)의 윗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씨의 아내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인 탈취하려다 미수 그쳐” 서울 수서경찰서는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황모(36), 연모 씨(30)와 함께 범행 수개월 전부터 렌터카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했던 A 씨(24)를 강도살인 예비 및 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범행에 가담하면 승용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경 마음을 바꿔 손을 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 씨는 배달 대행 일을 하다 황 씨 및 연 씨와 알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씨의 아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가 아내가 간호사로 일하던 성형외과 옆 건물 옥상에서 체포된 경위와, 범행 도구로 쓰인 주사기와 진정제 등을 이 씨에게 건넸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 아내는 범행 자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내는 연차를 내고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황 씨 등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황 씨와 연 씨가 피해자를 납치한 직후 암매장 장소로 향하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들을 만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3시간 가까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5분경 꺼졌는데 경찰은 피의자들이 코인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뒤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황 씨는 “지난해 9월경 (이 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았고, 이후 2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는 착수금만 받고 그만두려 했는데 연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씨와 황 씨, 연 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이 씨 윗선으로 수사 확대” 이 씨 측에 따르면 이 씨는 2021년 가상화폐 P코인에 약 9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약 8000만 원을 손해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2월 1만 원을 넘어서 최고가를 경신했던 P코인은 불과 6개월 만에 17원까지 폭락했다. P코인은 미세먼지 관련 친환경 분야 코인이다. 이 씨는 P코인 폭락 당시 관계자를 찾아가 항의하다가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는 한때 P코인 판매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씨가 가상화폐 손실을 둘러싼 원한 때문에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도움을 받은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가 2021년 6월경 피해자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피해자는 “코인 채굴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와서 일해 보라”며 이 씨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업체에서 3개월간 일하며 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피해자의 남편도 알게 됐다고 한다. 한편 경찰은 40대 여성 B 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이 씨와 피해자를 함께 알고 있으며 최근 다른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공범이 추가로 붙잡혔다고 경찰이 3일 밝혔다. 이로써 범행 가담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35)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씨의 아내에 대해서도 범행에 연루됐는지 조사했다.● “코인 탈취하려다 미수 그쳐” 서울 수서경찰서는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황모 씨(36), 연모 씨(30)와 함께 범행 수개월 전부터 렌터카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했던 A 씨(24)를 강도살인 예비 및 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범행에 가담하면 승용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경 마음을 바꿔 손을 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 씨는 배달 대행 일을 하다 황 씨 및 연 씨와 알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씨의 아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가 아내가 간호사로 일하던 성형외과 옆 건물 옥상에서 체포된 경위와, 범행 도구로 쓰인 주사기와 진정제 등을 이 씨에게 건넸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 아내는 범행 자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내는 연차를 내고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황 씨 등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황 씨와 연 씨가 피해자를 납치한 직후 암매장 장소로 향하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들을 만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3시간 가까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5분경 꺼졌는데 경찰은 피의자들이 코인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뒤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황 씨는 “지난해 9월경 (이 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았고, 이후 2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는 착수금만 받고 그만두려 했는데 연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씨와 황 씨, 연 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이 씨 윗선으로 수사 확대”경찰은 이 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윗선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40대 여성 B 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이 씨와 피해자를 함께 알고 있으며 최근 다른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배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씨 주도로 홀로 벌인 범행이었으면 이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씨 측에 따르면 이 씨는 2021년 가상화폐 P 코인에 약 9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약 8000만 원을 손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2월 1만 원을 넘어서 최고가를 경신했던 P 코인은 불과 6개월 만에 17원까지 폭락했다. P 코인은 미세먼지 관련 친환경 분야 코인이다. 이 씨는 P 코인 폭락 당시 관계자를 찾아가 항의하다가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경찰은 P 코인을 연결고리로 이 씨의 윗선과 피해자가 알고 지내던 사이였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실제로 피해자는 한때 P 코인 판매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2021년 6월경 피해자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피해자는 “코인 채굴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와서 일해 보라”며 이 씨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업체에서 3개월간 일하며 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피해자의 남편도 알게 됐다고 한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살해된 가운데 차량 수배가 범행 70분 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또 용의 차량 번호를 파악하고도 4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국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 여성이 납치되고 3분 후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가장 위급한 단계인 ‘코드제로(긴급출동)’를 즉각 발령했고 사건 발생 7분 뒤인 오후 11시 53분경 납치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를 만나 목격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점검한 뒤 30일 오전 0시 33분경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차량 수배는 23분 더 지난 오전 0시 56분경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다른 차종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이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에 용의 차량번호를 등록한 것은 4시간 더 지난 새벽 4시57분경이었다. 그 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0시 41분에는 용인터미널 사거리를 거쳐 평택으로 향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30일 오전 6시 전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시신 유기 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차량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렌트카를 타고 충북 청주로 간 뒤 택시와 도보를 번갈아 이용하며 경기 성남시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성남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및 휴대전화 기록도 살펴봤지만 대포폰을 사용했고 택시 요금도 현금으로 결제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12 신고 접수 4분 만에 납치 현장에 도착했으니 초동 대응은 잘 됐다고 본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살해된 가운데 차량 수배가 범행 70분 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 여성이 납치되고 3분 후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가장 위급한 단계인 ‘코드제로(긴급출동)’를 즉각 발령했고 사건 발생 7분 뒤인 오후 11시 53분경 납치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를 만나 목격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점검한 뒤 30일 오전 0시 33분경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차량 수배는 23분 더 지난 오전 0시 56분경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다른 차종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며 “차량 소유주가 음주 운전 등으로 수배된 걸 확인한 후 범행 차량을 특정해 경기남부청과 경기북부청, 고속도로 순찰대에 공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고, 0시 41분에는 용인터미널 사거리를 거쳐 평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피의자들은 30일 오전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차량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렌트카를 타고 충북 청주로 간 뒤 택시와 도보를 번갈아 이용하며 경기 성남시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성남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및 휴대전화 기록도 살펴봤지만 대포폰을 사용했고 택시 요금도 현금으로 결제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12 신고 접수 4분 만에 납치 현장에 도착했으니 초동 대응은 잘 됐다고 본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선을 다했는데 천사 같은 아이들을 잃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군자장례식장. 조문 온 네 남매 학교 교사들을 맞이한 어머니 A 씨(41)의 눈에선 쉴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교사들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첫째 딸(11)이 천국에서 형제들을 돌볼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남은 막내딸(2)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 장례식장에는 27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로 세상을 꺼난 나이지리아인 네 남매의 빈소가 차려졌다. 화재 때 허리를 다친 A 씨와 양발과 팔에 화상을 입은 아버지 B 씨(55)는 고려대안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빈소를 찾았다. A 씨는 허리 부상 탓에 의자에 앉아, B 씨는 발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탄 채로 조문객을 맞았다. 빈소에는 첫째 딸과 둘째 아들(7), 셋째 아들(6), 넷째 딸(4)의 밝은 사진이 담긴 영장이 나란히 배치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이날 조문객 중 상당수는 숨진 남매들의 학교 친구와 교사들이었다. 첫째 딸의 제일 친한 친구라는 모니라 양은 친구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와 영정 사진 앞에 놓았다. 둘째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는 초코파이를 들고 온 교사도 있었다. 첫째 딸과 셋째 아들이 다녔다는 자이언국제다문화대안학교(자이언학교)의 최혁수 교장은 “의젓한 첫째와 개구쟁이 셋째였다”며 눈물을 쏟았다. 최 교장은 “화재가 일어난 당일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데리러 도착했는데 이미 근처에 소방차가 가득했다”며 “숨진 아이들과 함께 핫도그를 먹고 놀던 친구들이 큰 충격을 받고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 교사 이지니 씨(55)는 “금요일 셋째 아들에게 숙제를 많이 내 주면서 ‘다 해오면 빼빼로를 주겠다’고 했다. 월요일에 챙겨왔는데 이제 줄 방법이 없어졌다”며 애통해했다. 이 씨는 첫째 딸에 대해 “동생이 아파 엄마가 집을 비울 때면 자폐가 있는 둘째를 돌보겠다며 학교를 쉴 정도로 착한 아이였다”고 돌이켰다. 빈소에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김정숙(67) 씨는 “어릴 적 일본에 가서 가정부로 일하며 힘들게 살아서 타지에 사는 어려움을 안다”며 “아이들 사연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기초연금에서 일부를 보태 주려고 왔다”고 했다.안산=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