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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길어야 7분 정도 기다리면 마을버스가 왔는데 이젠 평균 대기시간이 두 배도 넘게 바뀌었습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남모 씨(26)는 “최근 마을버스가 15분 지나도 안 와 결국 택시를 탔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와 유가 인상, 버스기사 구인난 등 ‘3중고’ 때문에 수도권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 업체들이 견디다 못해 배차 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운전대 잡아”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유병기 씨(70)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워 대표인 내가 직접 운전할 때도 많다”며 “기사가 부족해 버스의 30% 정도는 차고지에 처박혀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조모 씨(64)도 “1년 전만 해도 기사가 15명 있었는데 지금은 10명뿐”이라고 했다. 마을버스 기사가 줄어든 것은 시내버스나 배달업종 등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22년째 서울 양천구에서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 중인 김모 씨(53)는 “기사 월급으로 한 달에 280만 원 정도 주는데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는 적자가 나면 서울시가 보전해주기 때문에 기사 월급이 400만 원가량 된다”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의 마을버스 기사 수는 2019년 3496명에서 2022년 2756명으로 20% 넘게 감소했다. 기사 월급을 올려주려 해도 승객 감소와 유가 급등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 마을버스 승객 수는 2억7875만 명으로 2019년 4억2701만 명 대비 34.7% 줄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1, 2년 전만 해도 버스 한 대당 기름값으로 매달 200만 원씩 들었는데 이제 300만 원씩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배차 간격 길어져, 2시간에 1대”경기 일부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경기 고양시 마을버스 업체 20곳이 보유한 버스 427대 중 107대는 차고지에서 쉬고 있다. 정병철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고양지부장은 “마을버스 기사 96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640여 명밖에 없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버스 운행 대수가 줄면서 배차간격은 크게 늘었다. 고양시 관상동에서 일산동구청까지 운행하는 050번 마을버스는 올 1월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공휴일과 주말에는 아예 다니지 않는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모 씨는 “어느 순간부터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져 버스는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업체들은 ‘요금이라도 빨리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2015년 이후 8년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시기를 4월에서 하반기(7∼12월)로 늦추면서 9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리려던 마을버스 요금 인상 역시 미뤘다. 서울 강남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 중인 A 씨(53)는 “보험과 적금을 전부 해지하며 기사들 월급만 겨우 주고 있었는데 요금 인상까지 연기돼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허가 없이 폐업도 못 해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를 팔려고 내놔도 인수자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마을버스 회사 대표는 “7년 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회사를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올 1월에도 6000만 원가량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휴업이나 폐업을 하려 해도 관련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마을버스 업체들의 운영난이 심해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5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300억 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동생은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면서 누구보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이런 상을 받았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의 형 정인환 씨(54)는 “나라를 위해 언제 쓰일지 모른다며 경영학 박사 학위,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매 순간 열심히 살았다”고 동생을 기억했다. 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베테랑인 고인은 지난해 4월 7일 동료들과 해경 헬기 ‘S-92’에 올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부산에서 대만 해역으로 향했다. 한국인 6명이 탄 선박 조난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 수색에 투입할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을 사고 현장까지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것. 다음 날 새벽 제주해경 소속 경비함에 구조대원과 장비를 무사히 내려준 뒤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이륙한 헬기는 채 1분도 안 돼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 추락했다. 헬기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51)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정비사 차주일 경사(42), 전탐사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황 경사의 아버지 황상철 씨(58)는 “자기가 맡은 일은 꼭 해내겠다는 책임감이 강한 아들이었다. 대전현충원에 상을 잘 전달하겠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11회째를 맞은 올해는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상 3명과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모두 14명에게 시상했다.세살 아들 “경, 찰” 순직 아빠 불러… 전신 화상 소방관 “꼭 복귀” 유족-동료들 고인 이름 호명에 눈물 혼수상태 경관 회복해 “참석 영광”경찰-소방관-군인 등 14명 수상순직한 영웅 4명은 유족이 참석 “아들에게 이렇게라도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같이 왔어요.”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13일, 이꽃님 씨(36·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행사장 화면에 나오는 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순직 당시 39세)의 생전 모습을 촬영했다. 시상식이 열린 이날은 유 경위의 3주기 이틀 전이다. 유 경위는 2020년 2월 15일 한강 가양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을 수중 수색하던 중 사고로 순직했다. “한 번만 더 찾아보자”며 물속으로 몸을 던진 유 경위는 수중 구조물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씨는 아들 유이현 군(3)을 데리고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유 군은 현재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유 경위 사고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 이 씨는 충격으로 예정보다 4개월 일찍 유 군을 출산했다. “나중에 컸을 때 아빠가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멋진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의 어머니 박현우 씨(63)도 시상식에 동행했다. 박 씨가 유 군을 끌어안고 “네 아빠가 뭐였다고”라고 묻자 유 군은 어눌한 발음으로 “경, 찰”이라고 말해 주위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날 수상한 14명 중 4명은 유 경위처럼 작전이나 근무 중 순직한 이들이었다. 아들과 동생, 남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준비된 영상 속에서 영웅들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었다. 대상을 받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51), 고 차주일 경사(42), 고 황현준 경사(28·이상 당시 나이)의 가족과 동료들은 수상자로 그리웠던 이름이 불리자 단상으로 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당시 부기장이었던 정 경감은 해군 헬기를 20년 동안 조종하고 2017년에 수석으로 해경에 들어갔을 정도로 나라를 사랑했다고 한다. 정비사 차 경사는 2014년 헬기 정비사로 해경에 임용된 후 헬기 결함을 여러 차례 발견해 사고를 예방했다.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전탐사 황 경사는 2019년 해경에 임용돼 수많은 해양사고 현장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지켰다. 수상자 중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이도 많았다. 박우근 육군 17보병사단 상사(41)는 2021년 11월 경기 김포시 일대 한강변에서 철책 점검 작전에 나섰다가 북한 지뢰를 밟았다.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된 그는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20년간 경찰로 근무한 김민정 부산 영도경찰서 경위(46)는 2016년 납치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했다. 김 경위는 “제복을 입으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난다. 제복상이 앞으로 더 활약할 힘을 줬다”고 했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 최영희 경정(56)은 2021년 3월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류의 운반책 검거를 위해 나간 현장에서 도주하려던 범인의 차에 치였다. 최 경정은 “혼수 상태까지 갔는데 기적적으로 회복해 오늘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경남 창원 의창소방서 김규빈 소방사(32)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제거하던 중 다른 나무에 깔려 경추 골절로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시상식에 대신 참석한 형 김현민 씨는 “동생도 재활을 열심히 해 다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최규호 소방교(32)는 2021년 7월 화마 속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무너지는 천장 지붕에 깔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꼭 업무에 복귀한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정기욱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경사(36)는 2021년 제주 서귀포시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어선을 구조하다 구조 보트가 전복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회복해 시상식에 참석한 정 경사는 “잊지 않고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상을 받은 순직자 셋과 함께 헬기를 타고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의 최홍준 경감(48)은 위민해양경찰관상을 수상했다. 아직 치료를 받는 최 경감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나창현 경위는 그를 “위험이 많은 현장에서도 늘 제복의 무게를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조직과 동료들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1998년 입직한 이기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경(49)은 국내외 재난 현장은 어디든 누볐다. 최근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구조대로 떠난 후배들에게 “제 몫까지 기적을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현철 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경감(49)은 2001년 입직 후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검거에 앞장서 왔다. 정 경감은 “지난 경찰 생활 동안 항상 피해자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공군 52시험평가전대 안준현 중령(41)은 지난해 7월 19일 국산 첫 초음속 전투기인 KF-21(보라매)의 조종간을 잡고 33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안 중령은 “군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대상고 정두환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고 차주일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고 황현준 경사(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제복상안준현 중령(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박우근 상사(육군 제17보병사단 101보병여단)정현철 경감(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 형사과)김민정 경위(부산경찰청 영도경찰서 영선지구대)이기원 소방경(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예방과)정기욱 경사(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위민경찰관상고 유재국 경위(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한강경찰대)최영희 경정(전북경찰청 안보수사과)◇위민소방관상최규호 소방교(부산시 소방재난본부)김규빈 소방사(창원소방본부 의창소방서 소답119센터)◇위민해양경찰관상최홍준 경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심사위원 김진태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제복은 명예로움과 신뢰의 상징입니다. 국민은 제복 입은 여러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하십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하늘, 땅, 바다를 누비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여러분의 투철한 소명 의식과 숭고한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사진)는 13일 열린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축전을 보내 수상자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한 총리는 자신이 9, 10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위원장을 지낸 인연을 소개한 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혼신을 기울여주신 열네 분의 수상자와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기념사에서 “영예로운 제복상은 11년간 139명의 영웅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며 “투철한 사명감과 용기, 그리고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신 이분들께 상을 드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심사 경과보고를 통해 “심사위원들은 이 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제복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들의 감사를 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해 공정하고 엄정하게 심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이영규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태길 한화그룹 사장, 류근찬 HD현대 전무, 금동근 두산 부사장, 김준영 현대백화점 상무, 홍진숙 포스코건설 실장 등이 참석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간단하고 일상적인 영어 작문 과제는 챗GPT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저뿐 아니라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취재 중 만난 한 국제학교 학생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영문 과제에 활용하는 일이 최근 학교에서 드물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로 전문가 수준의 작문 실력을 보여주는 AI 서비스가 이미 학생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 대필 에세이를 낸 7명이 ‘0점’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국제학교에서도 최근 한 학생이 AI 서비스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했다가 교사에게 적발돼 경고를 받고 과제를 다시 제출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와 학교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한 국제학교 교사는 “인터넷이 정보를 줬다면 챗GPT는 글을 통째로 써 주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학생 중 일부는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것과 챗GPT에 “자료를 찾아 달라”고 하는 게 뭐가 다르냐는 반론도 나왔다. 에세이 과제를 작성할 때는 활용하되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에서만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자료를 찾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출처나 인용 표시 없이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한마디로 표절이다. 논문은 표절하면 안 되지만, 에세이 과제는 표절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미국에선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공립학교는 지난달 교내에서 학생과 교사가 챗GPT를 쓰지 못하도록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무작정 접속을 차단하는 게 상책일까. 한국판 챗GPT 등 유사한 AI 서비스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빨리 신기술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취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표절과 대필의 기준을 명확히 알리는 동시에 올바른 AI 활용법을 교육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길러야 하는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AI가 이를 도와줄 수 있다면 ‘학업의 보완재’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최미송·사회부 기자 cms@donga.com}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가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한 후 제출한 학생들을 전원 0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교육기관에서 챗GPT 부정행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국제학교는 재학생 7명이 지난달 말 영문 에세이 과제를 작성하면서 챗GPT를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학교 측은 과제에 AI 프로그램이 활용됐는지 확인하는 교사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챗GPT 사용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측은 “챗GPT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GPT제로(Zero)’ 프로그램으로 에세이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공지했다. GPT제로는 미 프린스턴대 재학생이 개발한 챗GPT 활용 적발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달부터 챗GPT를 활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 B 군은 “구글보다 빠르게 과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최근 챗GPT 사용을 시작했다”며 “문장이나 단어 몇 개를 바꾸면 아직 적발이 안 되고 있어 여전히 사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다. A학교 측은 “과제 대필이나 표절 문제는 AI 활용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해 학생들의 과제에 정당한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추가 징계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미국에선 과제 시 챗GPT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문 과제가 많은 국내 대학의 경우 봄 학기가 시작되면 유사한 일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국내 교육계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로 못풀 시험문제만 낼것”… 국내서도 AI 대필 비상 챗GPT 대필 0점 처리… AI로 쓰기 쉬운 에세이 과제 변경“대필 한번만 걸려도 낙제” 지침도대학선 “검증 프로그램 쓸지 고민중”전문가들 “AI 활용교육 병행해야” 대필 사례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되자 신학기를 앞두고 국내 교육기관 상당수에서 챗GPT 악용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어는 아직 미흡하지만 영어는 전문가 이상의 작문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주로 국제학교와 대학 영어 수업 등에서 ‘챗GPT 대필’을 막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챗GPT 비상’ 걸린 교육계 서울의 한 국제학교는 지난달 교사 전체 회의에서 최근 늘고 있는 학생들의 챗GPT 활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회의 후 교사들은 챗GPT를 사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서술형 에세이 과제를 없애고 다른 형태의 과제로 바꾸는 등 과제 형태를 다양화했다. 부정 사례가 적발될 경우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는 교사용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챗GPT로 작성한 과제가 한 차례라도 적발될 경우 해당 학생을 낙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른 제주 국제학교도 교사들이 챗GPT 대응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좀 더 살펴본 후 교사용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영문 과제 및 시험이 빈번한 대학가에서도 3월 신학기 시작 전 대응책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새 학기 중간고사 문제를 낼 때 챗GPT로 먼저 돌려보고 챗GPT가 풀 수 없는 문제만 시험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챗GPT가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공지를 새 학기 강의계획서에 추가했다. 챗GPT 표절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활용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주요 대학들도 챗GPT를 이용한 표절을 적발하기 위해 ‘GPT제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최근 챗GPT가 작성한 글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도구를 공개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도가 높지 않고, 일부만 바꾼 경우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또 2021년 자료까지만 학습한 챗GPT 외에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구글 ‘바드(Bard)’ 등 새 AI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어렵게 마련한 대응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갈지도 의문이다.●“무조건 막기보다 활용법 가르쳐야”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표절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출처를 명기하도록 하는 저작권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AI 사용을 무조건 제재할 게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발전된 기술을 공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능력 자체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전 교수는 “AI는 잘 사용하면 득이 된다”며 “AI를 활용해 고차원의 답변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도 높이 평가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교육 과정 개편에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활용이 빈번해지면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답변 수준이 같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교육 과정이나 과제 제출 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가 지난해 3월 진수 후 11개월 동안 총 4차례 검사 및 정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검사와 정비를 반복한 이유가 선체 결함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이날까지 실종자 9명 중 5명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6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 직후인 4월과 6월, 11월에 인천과 전남 목포 등에서 검사를 받았다. 올 1월 설 연휴 기간에는 선박을 육지로 끌어올려 정비하기도 했다. 청보호는 설 연휴 정비를 마친 후 출항했다가 4일 밤 전복 사고가 났다. 해수부는 3차례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선박이 정상적으로 건조됐다면 1년 동안 그렇게 많은 검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는다. 해경은 청보호가 선체 결함을 완벽하게 수리하지 않은 채 운항하다 사고가 났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어선의 위치를 알리고 긴급구조신호를 보내는 브이패스(V-pass) 경보가 울리지 않고, 비상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또 “평소에도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 배가 기운 채로 운항했다”는 등 생존 선원들의 진술의 진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선박 제조사 측은 최근까지 선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해경은 통발 과적이 사고의 주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상 꽃게잡이 어선 통발의 개당 무게가 1.5kg인데 청보호에는 수산자원관리법상 허용된 선적량(통발 3500개)보다 적은 2800여 개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과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6일 진행된 수색 작업에서 실종 선원 9명 중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3시 22분 청보호 선실 주변에서 기관사 김모 씨(65)의 시신을 발견했다. 오전 11시 54분과 낮 12시 3분 선원 주모 씨(56)와 이모 씨(58)의 시신을 각각 발견했다. 또 오후 늦게 여모 씨(54)와 이모 씨(46)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하지만 6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여전히 실종 선원 4명의 행방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해경은 청보호 인양을 진행하는 한편 경비함정 등 선박 67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사고해역 수색작업도 병행하고 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꽃게잡이 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선원 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과 군은 해난구조전대(SSU) 등 특수요원들을 투입해 5일 밤늦은 시간까지 수색을 이어갔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해경은 “사고 당일 출발 직후부터 좌측으로 배가 기울었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선내 침수 5분 만에 뒤집힌 청보호 5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7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km 해상에서 24t 근해통발 어선이 전복됐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청보호 선원은 “선박에 물이 차고 있다” “12명이 탔는데 9명이 실종됐다” 등 5차례 신고했다. 해경은 인근 선박에 구조를 요청했고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오후 11시 50분경 현장에 도착해 유모 씨(48) 등 3명(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했다. 이 배의 선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착했더니 뒤집어진 배 바닥 위에 3명이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보호 선장 이모 씨(52)와 기관장 김모 씨(65)를 포함해 선원 9명(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은 실종됐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구조된 3명은 배 앞부분에 있었고, 기관장 김 씨 등 3명은 기관실에서 물을 빼내고 있었으며, 나머지 6명은 선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선미부터 뒤집어졌는데 뒤쪽에 실려 있던 3000여 개의 통발 때문에 못 빠져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청보호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 후 5분여 만에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선원들은 “선장 이 씨가 ‘바닷물이 터졌다’고 말한 후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비상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탑승자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5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생존 선원 한 명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행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전북 부안 격포 인근 해상에서 출발할 때부터 선체가 좌측으로 5도 정도 기우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건조 1년 안 된 배… 임시검사 3개월 만에 사고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된 신형 어선으로 길이 21.75m, 폭 5.18m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청보호는 검사 시기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11월 임시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김 씨 가족은 “설 연휴 때 선박을 육지로 올려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때 이미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실 배관 등 선체 결함에 의한 누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청보호 엔진 4개 주변에는 냉각 효과를 위해 75∼100mm 두께의 배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배관이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고 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해수가 유입되는 밸브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서서히 물이 들어와 선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부유시설을 설치하고 구조대원 15명을 투입해 5일 늦은 시간까지 선체 내부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통발 등 어구와 어망이 시야를 방해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선박 34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해경은 크레인선이 이날 밤 현장에 도착함에 따라 6일 오전부터 청보호를 인양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쳐 관계 부처 등에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최미송 기자 cms@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꽃게잡이 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선원 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과 군은 해난구조전대(SSU) 등 특수요원들을 투입해 5일 밤 늦은 시간까지 수색을 이어갔지만 실종자를 찾진 못했다. 해경은 “지난 달 28일 출항 직후부터 배가 기울었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선내 침수 5분 만에 뒤집힌 청보호 5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7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24t 근해통발 어선이 전복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청보호 선원은 “선박에 물이 차고 있다”, “12명이 탔는데 9명이 실종됐다”는 등 5차례 신고했다. 해경은 해상을 지나던 선박에 구조를 요청했고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오후 11시 50분 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유모 씨(48) 등 3명(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했다. 이 배의 선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착했더니 뒤집어진 배 바닥 위에 3명이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장 이모 씨(52)과 기관장 김모(65) 씨를 포함해 선원 9명(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은 실종됐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구조된 3명은 배 앞 부분에 있었고, 기관장 김 씨 등 3명은 기관실에서 물을 빼내고 있었으며, 나머지 6명은 선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선미부터 뒤집어졌는데 뒤 쪽에 실려 있던 3000여 개의 통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청보호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 이후 5분여 만에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선원들은 “선장 이 씨가 “바닷물이 터졌다“고 말한 후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비상 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탑승자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5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한 생존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행했다”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한지 3시간 만에 선체가 기우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건조 1년 안 된 배…임시검사 3개월 만에 사고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된 신형 어선으로 길이 21.75m, 폭 5.18m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청보호는 검사 시기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11월 임시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김 씨 가족은 “설연휴 때 선박을 육지로 올려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때 이미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실 배관 등 선체결함에 의한 누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청보호 엔진 4개 주변에는 냉각 효과를 위해 75~100mm 두께의 배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배관이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고 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해수가 유입되는 밸브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서서히 물이 들어와 선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부유시설을 설치하고 구조대원 15명을 투입해 5일 늦은 시간까지 선체 내부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통발 등 어구와 어망이 시야를 방해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선박 34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경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1조 원대 아파트용 가구 담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내 가구회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일 오전 서울 등 수도권 일대 가구업체 사무실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입찰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업체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다. 이들은 신축 아파트에 붙박이형(빌트인)으로 들어갈 ‘특판가구’ 납품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및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통상 입찰 담합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한 뒤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국내 가구회사들이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정황을 직접 포착하고 납품한 가구회사와 납품을 받은 건설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검찰은 주요 관련자 조사를 마친 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2020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정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장급 간부가 1일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임기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방통위 양모 국장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있고, 증거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국장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최종 평가점수가 재승인 기준을 넘자 일부 심사위원에게 평가점수를 낮게 고쳐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달 11일 양 국장과 차모 과장의 영장심사를 함께 진행한 후 차 과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양 국장에 대해선 “관여 정도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했다. 양 국장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북 지역에는 이동식 침수조가 한 개도 없어서 급하게 수소문하여 인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 있다는 얘길 듣고 급하게 빌려왔습니다.” 지난해 12월 경북 김천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은 3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화재도 급증세지만 현장에선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광역지자체 7곳은 이동식 침수조 없어”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에 불과하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폭증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의 특징은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기차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서울 강북소방서 관계자는 “총 82명이 출동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오들오들 떨며 8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전기차 화재 진압에는 시간이 10배 더 걸린다’는 말이 통용된다. 효율적으로 진압하지 못할 경우 소방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효율적 진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수단이 이동식 침수조다.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가 순간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난다. 이 때문에 조립식 벽을 설치하고 오랜 시간 차량을 물에 담그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 235곳에 지급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에 불과하다. 이동식 침수조를 보유하지 못한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17곳 중 7곳(인천 광주 대전 충북 전북 경북 경남)에 달한다. 개당 1000만∼6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보니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한강 북쪽에는 종로 동대문 성북소방서와 특수구조단이 이동식 침수조를 1개씩 보유하고 있고, 소방학교에서 교육용 2개를 보유 중이다. 반면 한강 남쪽에는 송파소방서가 2개를 보유한 게 전부여서 전기차 화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했던 성동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당 1개의 수조가 확보된다면 전기차 화재 대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전문가 “충분한 침수조 확보 서둘러야”이동식 침수조 외에도 감전 위험을 막는 절연장갑과 절연신발 등도 현장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은 “절연 장비가 부족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때 일반 화재 장갑을 사용한다”며 “감전 등 2차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용 장비 보급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버스와 전기차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는 만큼 화재 진압 장비를 선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도 ”지금으로선 침수조를 이용하는 게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적”이라며 “충분한 침수조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소방청은 동아일보의 질의에 “일선 소방관들의 고충을 경청하고 있다”며 “연내 이동식 침수조 72개를 추가 보급해 광역자치단체 17곳에 모두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요즘 노량진 고시촌 한식 뷔페엔 중장년층 손님이 학생만큼 많습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일대에서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 바뀐 점심시간 풍경을 이렇게 말했다. 학원가가 밀집한 노량진 고시촌 식당에 일용직 노동자 등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중장년층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물가 상황에서도 6000∼1만 원만 내면 과일 등 디저트까지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 저소득층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6000원 한 끼로 하루 버텨”이날 낮 12시경 한 끼 6000원짜리 노량진 고시촌 한식 뷔페에는 손님 20명 중 8명이 중장년층이었다. 식당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이모 씨(60)는 “노숙자도 아닌데 무료급식소는 나보다 더 사정이 어려운 분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가지 않는다”며 “대신 한 끼를 든든히 먹고 하루 종일 버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막 식당에 들어선 50대 남성은 “이곳에 오게 되면 과식하게 된다”며 식사하기 전에 위장약을 챙겨 먹기도 했다.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보니 2시간 넘게 앉아 식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곳을 찾은 박모 씨(62)는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뒤 식당까지 오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여기에 온다”며 “무료 급식소에 가면 추운 날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선 따뜻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과일 두 종류까지 챙겨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남는 것 없어” 울상도최근 고시촌 한식 뷔페가 ‘가성비 좋은 곳’으로 회자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원정 식사’를 오는 중장년층도 있다. 특히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고령자의 경우 1호선을 타고 멀리서 오기도 한다. 노량진 고시촌의 다른 뷔페 식당 직원 장모 씨(43)는 “경기도에서 왔다는 손님 대여섯 명이 식사 모임을 갖는 모습도 봤다”며 “부부 동반 모임을 이곳에서 하는 고령층도 있다”고 했다. 평소 고시생들을 상대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제공해 온 식당 주인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시촌에서 한 끼 6000원짜리 뷔페 식당을 운영하는 한윤자 씨(69)는 “다른 손님들보다 오래 머물면서 식사를 많이 하는 중장년층 손님이 매일 50, 60명 정도 온다”며 “식자재값이나 가스비 등 비용이 올라 마진이 지난해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500원만 가격을 올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라 올릴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식당 관계자는 “고시생도 줄어든 상황에서 ‘가성비 좋은 식당’이란 점을 내세워 장사하는 형편이라 중장년층 손님을 안 받을 수도 없다”며 “유튜브 등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장사를 접어야 하니 평판 관리 차원에서라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붕어빵 배달을 시작하고 매출이 2배 가까이로 뛰었어요. 주객이 바뀌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네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양승재 씨(50)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문이 쇄도해 설 연휴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다”며 웃었다. 2021년 12월부터 배달 전문 죽집을 운영하던 양 씨는 지난해 11월 붕어빵 기계 3대를 약 2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붕어빵이 인기라는 얘길 듣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했다”며 “8종류의 붕어빵을 6개당 3000∼4000원에 팔기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했다. 기자와 통화한 날 오전에 접수된 주문 29건 중 붕어빵을 같이 주문하지 않은 건 6건뿐이었다고 한다. 양 씨는 “붕어빵으로만 평일에 약 40만 원, 주말에 약 100만 원까지 매출을 올린다”며 “월 매출도 약 3500만 원에서 약 6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붕어빵을 파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식당은 물론 과일가게 등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출 효자’로 떠오른 붕어빵 판매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인 씨(30)도 지난해 11월부터 과일과 붕어빵을 함께 판매 중이다. 그는 “제철과일이 많은 여름이 지나 매출이 떨어지면서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며 “겨울철은 과일 판매 비수기인데 덕분에 줄어든 매출을 보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체 매출 과반이 붕어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붕어빵 판매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한식집 사장 박다솔 씨(24)도 “배달과 포장을 합쳐 월 매출이 적게는 300만 원, 많게는 800만 원까지 뛰었다”며 “붕어빵을 사러 왔다가 다른 메뉴를 포장해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했다. 붕어빵 노점상들은 고물가 때문에 수익이 안 난다고 아우성이지만 자영업자들은 기존에 하던 장사를 하면서 기계 두세 대만 추가해 운영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양 씨는 “죽 배달은 마진율이 30%대인데 붕어빵은 50% 가까이 된다”며 “식사와 디저트를 같이 배달하면서 보완 효과도 난다”고 설명했다. 붕어빵 재료 납품업자들도 “최근 배달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재료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전역에 붕어빵 재료를 납품 중인 엄영규 씨(53)는 “우리 업체 납품 대상 중 붕어빵 노점상은 줄어든 반면 배달 붕어빵 판매점은 크게 늘었다”며 “기존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이익을 남기기 쉬운 자영업자들이 너도나도 붕어빵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주로 노점상을 대상으로 붕어빵 재료를 납품했다는 한 가맹업체 관계자는 “올겨울 납품 대상 중에는 노점상은 거의 없다. 식당 등 가게 위주로 재표를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던 단체 대표가 후원금 약 25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손실보전금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을 대변하겠다며 관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던 백모 씨는 반년여 동안 “손실보전금 지급 기준 확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겠다”며 수차례 후원금을 걷었다고 한다. 백 씨는 후원금이 줄자 지난해 9월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추모제를 열겠다”며 추가 납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회원 1500여 명 중 상당수가 1인당 많게는 몇만 원, 적게는 몇천 원씩 후원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는 집회를 한 차례 열 때마다 약 160만 원을 썼음에도 400만 원가량을 쓴 것처럼 정산 내역을 조작하고 나머지 후원금을 자신과 남편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집회를 연 것은 4차례뿐이라고 한다. 이 단체 회원 40여 명은 백 씨가 이같은 방식으로 총 2500만 원 이상을 빼돌렸다며 11일 백 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백 씨는 후원금 계좌 입출금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회원들에게 입출금 명세를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뒤 회원들에게 공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단체 회원 A 씨(31)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 씨가 고생한다고 생각해 매달 돈이 생기면 조금씩이라도 후원했다. 폐업했던 상인들마저 보태 쓰라며 조금씩 보내온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빼돌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져 잠깐 가져다 썼다. 현재 약 2000만 원은 다시 후원금 계좌에 입금시켰다”고 해명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붕어빵 배달을 시작하고 매출이 2배 가까이로 뛰었어요. 주객이 바뀌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네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양승재 씨(50)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문이 쇄도해 설 연휴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다”며 웃었다. 2021년 12월부터 배달 전문 죽집을 운영하던 양 씨는 지난해 11월 붕어빵 기계 3대를 약 2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붕어빵이 인기라는 얘길 듣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했다”며 “8종류의 붕어빵을 6마리당 3000~4000원에 팔기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했다. 기자와 통화한 날 오전에 접수된 주문 29건 중 붕어빵을 같이 주문하지 않은 건 6건 뿐이었다고 한다. 양 씨는 “붕어빵으로만 평일에 약 40만 원, 주말에 약 100만 원까지 매출을 올린다”며 “월 매출도 약 3500만 원에서 약 6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붕어빵을 파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식당은 물론 과일가게 주인 등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출 효자’로 떠오른 붕어빵 판매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인 씨(30)도 지난해 11월부터 과일과 붕어빵을 함께 판매 중이다. 그는 “제철과일이 많은 여름이 지나 매출이 떨어지면서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며 “겨울철은 과일 판매 비수기인데 덕분에 줄어든 매출을 보전할 수 있다. 지금은 전체 매출 과반이 붕어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붕어빵 판매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한식집 사장 박다솔 씨(24)도 “배달과 포장을 합쳐 월 매출이 적게는 300만 원, 많게는 800만 원까지 뛰었다”며 “붕어빵을 사러 왔다가 다른 메뉴를 포장해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했다. 붕어빵 노점상들은 고물가 때문에 수익이 안 난다고 아우성이지만 자영업자들은 기존에 하던 장사를 하면서 기계 두세 대만 추가해 운영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양 씨는 “죽 배달은 마진율이 30%대인데 붕어빵은 50% 가까이 된다”며 “식사와 디저트를 같이 배달하면서 보완효과도 난다”고 설명했다. 붕어빵 재료 납품업자들도 “최근 배달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재료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전역에 붕어빵 재료를 납품 중인 엄영규 씨(53)는 “우리 업체 납품 대상 중 붕어빵 노점상은 줄어든 반면 배달 붕어빵 판매점은 크게 늘었다”며 “기존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이익을 남기기 쉬운 자영업자들이 너도나도 붕어빵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주로 노점상을 대상으로 붕어빵 재료를 납품했다는 한 가맹업체 관계자는 “올 겨울 납품 대상 중에는 노점상은 거의 없다. 식당 등 가게 위주로 재표를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공항에서 대기한 지 벌써 이틀 쨉니다.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언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경기도 일산에서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가족과 제주를 찾았다는 고모 씨(46)는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발권 데스크 앞에서 예약한 항공편이 결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하소연했다. 고 씨는 항공편 결항 가능성이 있다는 얘길 듣고 전날(23일) 서둘러 공항을 찾았지만 표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25일 김포행 항공권도 만석이다. 지금으로선 26, 27일에도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강풍특보와 풍랑특보, 대설경보, 한파경보가 모두 내려진 제주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혔다. 제주공항에선 이날 출발편 233편과 도착편 233편 등 국내선 466편과 국제선 10편이 모두 결항했다. 여기에 뱃길마저 끊기면서 제주를 빠져나가려던 관광객 등 4만30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날 제주공항 터미널에는 오전부터 운항 재개를 기다리는 이들과 대체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항공사들은 25일 출발하는 빈 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했는데 발권창구마다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줄이 100m 가량 이어지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25일 오후부터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특별기 39편을 증편해 9000여 명을 추가로 운송할 계획이지만 발이 묶인 승객들을 모두 탑승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출발을 포기한 승객들이 숙소 잡기에 나서며 공항 근처 호텔에는 줄이 이어졌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김모 씨(32)는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 6명이 여행을 왔는데 숙소를 추가로 잡으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내일 회사에선 신규 제품 시연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발권을 위해 공항에서 밤을 새는 이들을 위해 공항 측은 모포와 매트리스 등을 제공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제주 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이 폭설과 강풍, 풍랑의 영향으로 귀경길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날 통영(2개 항로 5척)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항로(98개 항로) 150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광주공항, 김포공항, 청주공항 등에서도 결항이 속출했다. 올 겨울 ‘최강 한파’도 전국을 덮쳤다. 24일 오전 7시 기준 중부지방은 최저 영하 15도, 경기 북부와 강원내륙·산지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같은 시간 서울의 체감기온는 영하 27.1도까지 떨어졌고, 강원 철원의 체감기온은 영하 39.3도를 기록했다. 강추위는 연휴 후 첫 출근일인 2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항공편이 결항돼 고속버스 표를 구하러 왔습니다.”2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1층. 서울에서 온 회사원 송모 씨(54)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폭설 때문에 버스로 가는 것도 큰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터미널에는 강풍과 폭설로 항공편이나 자가용 이용을 포기한 귀경객이 몰렸다. 복도나 통로에 앉아 대기하는 사람들도 적상당수였다.강풍과 폭설의 여파로 광주공항은 이날 제주와 김포공항 등을 오가는 31편(출발 16편, 도착 15편)이 모두 결항했다. 여수공항도 예정된 항공편 14편이 취소됐다. 간신히 출발한 고속버스는 쌓인 눈을 헤치고 달리느라 거북이걸음을 했다.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는 25일까지 최대 30cm의 폭설이 내릴 전망이다.● 폭설 강풍으로 교통사고 속출제주와 호남 지역에선 폭설과 강풍 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도 이어졌다.제주에선 이날 오전 11시 18분경 제주시 노형동에서 운행 중이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신호등을 들이받는 등 15건의 눈길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 광산구에선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남 영광군에선 강풍으로 지붕 패널이 날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등 전남에서만 강풍 피해가 11건이 접수됐다.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경북 울릉군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65.2cm의 눈이 내렸다. 25일까지 최대 70cm 이상이 쌓일 전망이다. 폭설로 울릉군 일주도로의 내수전~죽암 구간 등은 통행이 통제됐다. 울릉군 관계자는 “제설차량 8대와 제설인력을 24시간 투입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한라산 일부 지역도 25일까지 70cm 이상의 적설량이 예고됐다.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제주를 비롯해 전북, 전남 등의 도로 12곳이 통제되고 있다.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KTX) 열차도 이날 오전부터 한파와 폭설이 심한 일부 구간에서 시속 170~230km로 서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가 보통 시속 250~300km까지 속도를 내는데 일부 구간에서 강풍이 불어 서행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최강 한파에 한랭 질환자 속출 전국적으로는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쳤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기온은 10도 이상 더 낮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후 9시까지 최저 체감온도는 강원 철원군 임남면 영하 41.3도, 강원 정선군 사북읍 영하 32.1도, 경기 과천시 영하 35.1도, 서울 중구 영하 31.7도 등이었다.연이은 한파에 차량 엔진이 얼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24일 차량에 시동을 걸었으나 1시간 가까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보험회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렀다”고 했다. 강원 춘천시에 거주하는 정모 씨(32)도 “차량 엔진이 얼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서울 친정 방문을 미뤘다”고 했다. 기록적 한파가 닥치자 한국전력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한랭 질환자도 속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이후 한랭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66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0명)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올겨울 한랭 질환 사망자는 현재까지 10명으로 지난겨울 전체 사망자(9명)를 이미 넘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다쳐! 다쳐! 막지 마세요!”(경찰 관계자) “밀지 마! 나가라고!”(노조 측) 19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노조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몸으로 막았고,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온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앞이 혼잡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2명만 사무실로 들어오라”며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10명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전 9시 40분에야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무실에서 강요 및 공갈 혐의를 받는 전·현직 건설노조 관계자 4명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대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이날 경찰은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사무실 3곳 등 총 3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중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횡령 사건으로 제명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는 제명 전 한국노총 산하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는 약 20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2020∼2022년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사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강요 및 공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 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압수물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 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6월까지 이뤄지는 데다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0건 넘는 불법행위 신고 접수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기관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 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건설사들이 노조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과 별도로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경우 2019년 1월∼2022년 11월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으로 총 38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를 강요당한 사례도 567건 접수됐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 거부 40건 순이었다. 입금 내역 등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한 118개 업체는 업체당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의 피해를 합친 금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일부 현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 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공공기관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 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불법 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는 공기를 연장해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물가는 올랐는데 월급은 그대로잖아요. 세뱃돈과 용돈 나갈 걱정에 귀성을 포기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모 씨(33)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 명절에 고향에 안 내려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씨는 지난해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은 추석에 고향에 갔다가 부모님과 집안 어른, 조카 용돈으로 10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정 씨는 “올해는 용돈을 많이 드리지 못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명절을 혼자 보내겠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세뱃돈과 용돈 부담은 물론이고 치솟은 기름값과 선물값 때문에 귀성길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4)는 매년 설마다 고향인 전북 익산을 찾았지만 올해는 귀성을 포기했다. 이 씨는 “집안에서 맏이다 보니 명절이면 할머니와 친척 동생들 세뱃돈으로 수십만 원이 나간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생활비도 크게 증가해 그렇게 쓸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귀성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고향이 전남 목포인데 왕복 거리를 따져 보니 기름값만 20만 원가량 들더라. 귀성 선물까지 준비하려면 수십만 원이 깨질 것 같다”며 고향에 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는 2021년 12월 기준 L당 1469원에서 2022년 12월 L당 1783원으로 1년 만에 20% 넘게 올랐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건네야 하는 세뱃돈 액수도 높아졌다. 직장인 강선혜 씨(30)는 “지난해 조카와 사촌동생들에게 한 명당 1만 원씩 총 7만 원을 줬는데 이제는 물가가 올라 1만 원으로는 눈치가 보인다”며 “액수를 올리자니 사회 초년생인 나도 부담이 돼 고민 끝에 올 연휴 때는 집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적정한 세뱃돈 액수가 얼마인지를 놓고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고향에 안 가는 이들 중에는 “노느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류모 씨(28)는 “명절 때 집에 내려가면 가족들 용돈에 교통비까지 대략 70만 원 정도 썼다”며 “올해는 귀성 대신 연휴 기간에 돈을 더 많이 주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다쳐! 다쳐! 막지 마세요!”(경찰 관계자) “밀지 마! 나가라고!”(노조 측) 19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노조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몸으로 막았고,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온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앞이 혼잡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2명만 사무실로 들어오라”며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10명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전 9시 40분에야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무실에서 강요 및 공갈 혐의를 받는 전·현직 건설노조 관계자 4명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대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이날 경찰은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사무실 3곳 등 총 3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중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횡령사건으로 제명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는 제명 전 한국노총 산하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는 약 20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2020~2022년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사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강요 및 공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압수물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6월까지 이뤄지는데다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0건 넘는 불법행위 신고 접수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기관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건설사들이 노조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과 별도로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경우 2019년 1월~2022년 11월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으로 총 38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를 강요당한 사례도 567건 접수됐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거부 40건 순이었다. 입금내역 등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한 118개 업체들은 업체당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의 피해를 합친 금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일부 현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직접 공공기관이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는 공기를 연장해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최동수기자 firefly@donga.com}
“실종된 지 1년 6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 못 찾았죠. 배회감지기만 착용하고 있었어도 금방 찾았을 텐데….”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치매 환자 김모 씨(74)는 집 근처에서 실종됐다. 김 씨 사건을 맡았던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3개월 동안 수사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종 시 일반인에 비해 못 찾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7월부터 배회감지기 무료 배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1%대에 불과해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종 후 찾지 못한 상태로 남은 치매 환자는 27명, 지적 장애나 자폐 증상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57명이다. 배회감지기는 △안심존 이탈 시 알림 △SOS 호출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보급 대상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와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등록된 발달장애인 중 실종 위험이 있는 환자와 장애인이다. 또 경찰청에 지문 등록이 돼 있어야 배회감지기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배회감지기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치매 환자 약 23만 명, 발달장애인 약 10만 명 등 총 33만여 명이다. 하지만 2021년 3106대, 지난해 2507대 등 2년간 5613대(1.7%)밖에 보급되지 않았다. 치매 환자 등이 배회감지기 착용이 불편하다며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손목시계형, 목걸이형, 열쇠고리형 등을 보급하고 있지만 몸에 부착하거나 들고 다니는 걸 번거로워하는 치매 환자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는 남편을 돌보는 김복순 씨(73)는 “남편이 길거리에서 배회한 경험이 2, 3번 있어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배회감지기를 신청해 받았다. 그런데 남편이 몸에 닿는 걸 극도로 꺼려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영국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옷 부착형 신고장비인 ‘퍼스널 가디언(Personal Guardian)’을 활용하고 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회감지기가 실종자 찾기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배회감지기 보급률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배회감지기치매환자나 발달장애인 등 공간 인지능력이 낮은 환자들의 실종을 예방하는 위치추적 장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나 외출 여부를 보호자의 단말기로 전송해 알려준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