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건책임자, 연일 “마스크 구매말라” 왜?…“잘못된 착용이 더 위험”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3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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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불편해 얼굴 만지면 감염 위험 높아져"
"손을 잘 씻고 집에서 머무는 게 오히려 안전"
환자 수가 적은 미국에 국한된 조언일 수도
홍콩에선 "마스크 부족을 국민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라" 반론도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보건 책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안감으로 인해 불거진 마스크 사재기 문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운영 책임자인 제롬 애덤스 단장(서전 제네럴)은 “확진자, 혹은 의료 종사자가 아니라면 의료용 마스크를 구매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르게 착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얼굴을 더 자주 만지게 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미국의 경우 감염의 위험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국인들이 안전을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해서 안 되는 일 중 하나는 상점에로 나가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이다”며 “이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덤스 단장은 “나는 의료진으로서 마스크를 쓸 때 바르게 착용했는지 ‘핏 테스트(Fit test)’를 한다”며 “하지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움직이면서 얼굴을 만지게 된다. 이는 오히려 코로나19의 감염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정부의 통제가 무너졌다고 느낄 때다”면서 의료용품 사재기에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덤스 단장은 “손을 규칙적으로 씻거나, 얼굴이나 입을 만지지 않고,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직장이나 학교를 떠나 집에서 머무는 방법이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도 트위터에 “마스크 구매를 중단해달라”는 글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애덤스 단장은 “마스크는 일반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하지만 만약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마스크를 못 구한다면 의료진과 우리 사회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 역시 지난 주말 의료용품 사재기가 의료 종사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시민들을 향해 경고했다.

특히 에이자 장관은 지난 1일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마스크를 사러 나간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 종사자들과 같이 이를 꼭 사용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충분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한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꾸준히 부정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호장비에 심각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코로나19)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팀장은 “마스크는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것을 막는 용도”라면서 “마스크가 당신을 감염으로부터 얼마나 보호할 수있는가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을 씻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며,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국(CDC)국장 역시 최근 크리시 훌라한 민주당 하원의원으로부터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써야하나”란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답했다.

미 당국의 경고에도 미국의 의료 용품 사재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 CBS 뉴스는 이날 “전자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마스크는 대부분 품절됐다”며 “판매자들은 N95 마스크 가격 부풀리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편 애덤스 단장 등 미 보건 관계자들의 마스크 관련 조언은 아직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미국에 국한된 것이란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도 시민들의 마스크 사재기로 의료진이 쓸 마스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당국자의 말에 대해 시민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폴 서패티란 이름의 홍콩 시민은 3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독자투고란에 보낸 글에서 “정부가 의료진에게 충분한 마스크를 제공하지 못하는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이 코로나 19에 걸렸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있는 만큼,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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