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줄어든 면세점 “내국인 고객 모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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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면세점업계가 내국인 고객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큰손 고객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면세점들은 내국인 전용 서비스를 만드는가 하면 파격적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 내국인 마케팅 주력하는 면세점업계

1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이달 내국인 고객을 겨냥한 이커머스 시스템 ‘신라팁핑’을 내놨다. 인터넷면세점에서 상품을 산 고객들이 자유롭게 리뷰를 작성하도록 한 뒤 자신의 리뷰를 보고 다른 사람이 구매할 경우 발생 매출의 최대 3%까지 포인트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리뷰와 같은 화면에 있는 장바구니 버튼을 클릭해 물건을 구매했을 때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온라인몰의 고객은 대부분 출국할 때 물건을 사고자 하는 내국인 고객”이라며 “내국인 소비자들이 면세점 채널에서도 포인트를 쌓을 수 있도록 해 장기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7월 내국인 전용 멤버십 서비스 ‘라라클럽’을 도입하기도 했다. 자주 출국하는 고객, 젊은층, 부부 등 다양한 특성의 내국인 고객들을 개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캐시, 인기 상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혜택 등을 제공한다. 라라클럽을 도입한 후 일 평균 내국인 고객 매출이 이전에 비해 18%가량 늘었다.

롯데면세점은 “20대 젊은 고객층에게 매력도를 높여라”란 장선욱 대표이사의 주문에 따라 6월에 ‘냠’을 앞세운 광고캠페인을 만들었다. 냠은 롯데면세점의 영문 표기인 ‘Lotte Duty Free’의 이니셜인 ‘LDF’를 한글로 형상화해 만든 것이다. ‘맛있게 쇼핑하자’ 등 발랄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내국인에게 매력적이어야 외국인도 끌어들인다고 보고 20대 내국인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추석 명절을 맞아 내국인 고객에게 여행상품권, 문화 공연 관람권과 일정액이 들어 있는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 “600달러 내국인 면세 한도가 고민”
면세점들이 내국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줄어든 유커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면세점업계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억6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로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중국 보따리상인인 다이궁의 싹쓸이 쇼핑일 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구조가 아니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3월 이후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해 4월 15억2400만 달러, 지난달에는 13억4000만 달러였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부상하고 있지만 이 지역 관광객들은 씀씀이가 작다. 한국관광공사의 2018년 2분기(4∼6월)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경비는 792.4달러(약 89만3000원)로 중국인 1933.5달러(약 217만9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내국인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고민은 남아있다. 내국인은 면세점에서 3000달러(약 338만 원) 이상 물건을 살 수 없고 면세 혜택 역시 600달러(약 67만 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 한도 이상으로 쇼핑을 하는 내국인의 자진신고 건수가 갈수록 느는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 있는 만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내국인 면세한도는 각각 1800달러, 1165달러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유커 줄어든 면세점#내국인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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