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화장품회사 ‘에이본’ 앤드리아 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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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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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부터 변해야 조직 살릴 수 있어…
해고당하고 다시 취임하는 자세로 일해”

화장품 직접판매 업체인 에이본의 앤드리아 정 회장은 솔직하고 신속하게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이곤젠더인터내셔널
화장품 직접판매 업체인 에이본의 앤드리아 정 회장은 솔직하고 신속하게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이곤젠더인터내셔널
《“오늘 해고당하고 내일 다시 취임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자세로 혁신을 단행했다.” 과감한 혁신과 구조조정으로 화장품회사 에이본을 세계 최대 직접판매 업체로 성장시킨 앤드리아 정 회장(51)은 “솔직한 태도와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99년 에이본의 CEO로 취임한 그는 과거 100여 년간 큰 변화 없이 운영됐던 회사를 연매출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넘는 회사로 키워냈다. 월스트리트저널, 포천 등은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여성 리더 중 한 명으로 그를 꼽고 있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사인 이곤젠더인터내셔널은 미국 뉴욕에서 정 회장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자사 매거진 ‘포커스’에 실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7월 1일자)에 인터뷰 전문이 번역돼 있다. 그가 전하는 혁신과 구조조정의 비결을 간추린다.》정 회장은 “CEO로 취임했을 당시 에이본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이긴 했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겐 잘 먹혀들지 않았다”며 “에이본이 갖고 있던 ‘구식’이라는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 제품 라인의 대부분을 없애버렸다.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고품질 신제품을 개발했다. 또 제품 포장을 고급스럽게 바꾸고 젊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광고도 만들었다.

신흥시장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점포망을 늘린 것도 에이본의 성장에 한몫했다. 에이본은 남미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에이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10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회사
1999년 취임후 과감한 혁신-구조조정
年 100억달러 세계최대 직판업체로


정 회장은 2005년 또다시 급격한 변화를 시도했다. 15단계로 이루어진 조직 계층 중 7단계를 없애버리고 25∼30%의 관리자급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의사 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인력 구조를 현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또 직접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영업소에 가차 없이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댔다. 반면 브라질과 같은 성장 시장에서는 직접판매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전 세계를 돌며 에이본 직원들을 만났다. 그는 “에이본이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수천 명의 직원을 만났다”며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대담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특히 구조조정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정 회장은 “겸손한 태도로 내가 세운 전략을 무효로 되돌리고 내가 꾸린 팀을 없애야 했던 때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때 그는 ‘오늘 밤 해고당하고 내일 다시 회사를 살려 놓을 구원군으로 임명된 CEO처럼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솔직하고 신속하게 계획을 전달하는 태도와 메모를 보내는 대신 직접 직원들 앞에 나서서 메시지를 전하는 용기가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직원들 앞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하자 많은 사람은 직접 그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이 회사에 남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직하게 상황을 얘기해 주신 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이곳에 계속 남고 싶습니다만 고통스러운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CEO의 뜻을 존중할 겁니다.”

구조조정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정 회장은 우선 경영진 중 남을 사람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회사 내부에 적합한 인력이 없으면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외부 인사를 채용했다. 경영진의 50%가 외부 인력으로 꾸려졌다. 이렇게 뽑힌 경영진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로 팀을 꾸리게 하고, 그 사람들이 다시 자신의 팀을 꾸리게 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 회장은 구조조정이 차츰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했고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상처를 입는 반면 최고위층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조직이 얼마마다 한 번씩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라는 질문에 “1년에도 여러 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CEO가 먼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회사나 회사의 문화도 바꿀 수 없다”며 “나는 이제 처음 에이본의 CEO가 됐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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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숙명? 우연?… 들뢰즈가 던지는 화두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천개의 고원: 나무 vs 뿌리줄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인 ‘견우’와 ‘그녀’의 사랑은 숙명이었을까. 아니면 우연한 마주침과 지속적인 만남 뒤에 일어나는 사후적인 현상이었을까. 둘은 지하철 에서 술 취한 여성 취객과 순박한 대학생 승객으로 만났다. 연인으로 발전하고 나서도 우연은 이어진다. 견우가 유혹하려던 행인이 알고 보니 ‘그녀’였다는 설정까지도. 마치 만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인 것처럼 사사건건 부닥치던 견우와 그 녀는 헤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사랑의 숙명을 테스트한다. 언덕 위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훗날 다시 만나기로 한 것.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견우는 말한다.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다.” 사랑이 숙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름드리나무처럼 뿌리를 단단히 박고 늘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숙명의 연인을 기다린다. 반면 우연한 마주침과 사랑의 인과관계를 믿는 이들은 땅속을 헤집고 증식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처럼 움직인다. 촉수를 뻗어 다른 이와 마주 치고, 만났다가 분리되며 온갖 방향으로 뻗어나가 인연을 쌓는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숙명을 믿고 확신에 가득 찬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우발적인 마주침과 사건을 축복으로 여기며 쿨 하게 살아갈 것인가. 프랑스 철학자 들뢰 즈가 던지는 삶의 화두를 소개한다.

강력한 협상 상대라면 그의 자부심을 활용하라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협상 상대방이 여러 면에서 강력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애덤 D 갈린스키 교수와 동료들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부자, 고학력자 등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들은 협상 시 목표를 높게 잡고, 항상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런 사람을 협상 파트너로 만났다면 역으로 이들의 특성을 이용하 면 된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협상자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생각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자신이 직접 설정한 목표에는 관심을 기울인다. 또 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설득 기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당신이 제시한 좋은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은 책임을 안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들은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층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협상 파트너 를 만나서도 승리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최대 기업은 과연 삼성전자일까
▼ 회계를 통해 본 세상/국제회계기준, 양날의 칼이 온다



한국 최대 기업은 삼성전자일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국 최대 기업을 따진다면 삼성전자는 2008년 말 기준 약 100조 원으로 국내 기업 중 8위에 불과하다. 1∼7위 는 금융회사가 싹쓸이했다. 1위는 우리은행이다. 그렇다면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역시 1위는 2008년 75조 원의 매출을 올린 우리은행이다. 삼성전자는 73조 원에 그쳤다. 하지만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국 최대 기업이다. 왜 그럴까. 회계 기준이 달라 벌어진 결과다. 기업을 평가할 때 개별 기업 자체로 평가하느냐(개별 재무제표),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를 모두 합한 연결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연결 재무제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은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자회사들을 모두 모회사에 합해 작성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올해부터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연결 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한다. 기업의 언어 인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한국어를 쓰던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할 때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자율권이 커지는 반면 부담해야 할 위험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최 종학 교수가 IFRS가 몰고 올 변화를 조목조목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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