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20>아름다운 노년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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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다른 누군가,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것이 내게는 도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인생의 다른 덕목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노력을 통해 힘들게 깨달아야 하는 과제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기쁨을 공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할 경험이 아니었을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으로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지미 카터의 ‘인생 여행’에 관한 것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꾸었던 꿈,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삶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담았다. 책은 ‘믿음을 나누는 동반자들’, ‘평화를 위한 길고 긴 여정’, ‘차이를 인정하고 행복을 나누다’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책 전반에 걸쳐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자기 확신과 신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 가족의 소중함, 더불어 살아가는 것 등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한 그의 인생론이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은 수필체로 펼쳐졌다.

그는 대통령 재직시절보다 퇴임 이후 노년기에 들어서 다양하고 훌륭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국제적 분쟁의 평화사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인권옹호자, 독실한 기독교인, 집 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탯 운동가, 그리고 한 가족의 성실한 가장으로서 자신의 삶을 통해 나눔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책의 원제가 ‘Sharing Good Times’인 것처럼 카터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사람과의 ‘나눔’일 것이다. 책 곳곳에서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 등 나눔의 소중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아내 로절린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회고했다. 카터는 결혼생활 초기 한때 이혼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 이를 현명하게 해결했던 경험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즉, ‘남자’로서의 자의식을 지닌 채 모든 일을 혼자 결정했던 독선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계획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며 부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지를 둔다는 내용은 오늘날 한국 가족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년기에 들어서 이전보다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더욱 현명하고 너그러워진 카터는 이미 자신의 삶 자체로 ‘아름다운 노년’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한국어 제목도 카터의 삶에 있어서 나눔의 미학이 노년기에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리라. 이러한 점에서 역자도 나이 드는 것을 여행에 비유하며 “오를수록 숨이 차지만 시야가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나이 드는 것은 세월의 연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맞아들이게 되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나이 드는가’는 우리의 결심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선택적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름다운 노년’은 ‘얼마나 나이 드는가’보다 ‘어떻게 나이 드는가’가 중요하다는 삶에 대한 자성(自省)을 갖게 한다. 또한 우리의 어르신, 그리고 미래의 노인이 될 우리에게 노년이 단순히 ‘나이만 들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게 보내는 시간’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원영희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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