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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가 만난 사람] 연쇄살인범 강호순 잡은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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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가 만난 사람] 연쇄살인범 강호순 잡은 ‘프로파일러’

입력 2009-02-07 07:14수정 2009-09-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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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 범죄심리 분석관 프로파일러가 ‘뜨고’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2006년 경기 서남부 지역 실종사건 발생 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특성과 실종 시간대, 장소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사진에 제공함으로써 광역수사대가 강호순의 검거와 자백을 받아내는 데에 결정적인 지원을 했다.

국내에선 강호순 사건으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됐지만, 프로파일러는 영화나 미드에 심심치 않게 등장해 스릴러물 팬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영화 ‘키스 더 걸’, ‘본 콜렉터’, ‘테이킹 라이브즈’에서는 모건 프리먼과 안젤리나 졸리, 덴젤 워싱턴 등이 프로파일러 역을 맡아 범죄자들과 고도의 심리게임을 벌인다.

물론 현실의 프로파일러가 영화 속의 프로파일러와 똑같을 리 없다.영화 주인공들이야 며칠, 몇 주일 만에 뚝딱 사건을 해결하고 손을 털지만, 현실에서는 이번 강호순 사건만 해도 2년이 걸렸다.

강호순 사건에 투입돼 맹활약을 펼친 프로파일러들은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의 프로파일러들이었다. 강호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워낙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몇 차례의 통화 끝에 이상훈(41) 팀장과 공은경(30) 경장, 이유라(29) 경장을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실험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강호순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프로파일러’ 전반에 걸쳐 무게를 두었다. 질문에는 주로 공 경장과 이 경장이 답변을 했다.

- 요즘 프로파일러가 10대들 사이에서 희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답니다. 인터넷에는 연일 ‘어떻게 하면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나요?’하는 질문들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상훈 : 과학수사 경력자들 중 범죄분석 전문교육을 이수한 경우에 자격이 주어집니다. 특채된 범죄심리 분석관들은 기본적으로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들이 많지요.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 우선 대상입니다. 합격을 하게 되면 경찰학교에서 6개월 간 교육을 받은 뒤에 지방청에 배치됩니다.

- 이유라 경장께서는 어떻게 프로파일러라는 일을 하게 되셨는지요?

유라 :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 학사·석사를 받았어요. 원래 임상 전공이라 병원 쪽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고,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심리평가 같은 수련을 받기도 했죠. 심리학회 산하에 범죄심리학회가 있는데, 우연히 여기서 범죄심리사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그때 프로파일러란 직업을 알게 됐고, ‘한번 해보고 싶다’하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경찰학교에는 2006년 8월에 입교했고, 2007년 3월에 이곳으로 배명을 받았습니다.

이유라 경장과 공은경 경장은 국내 2기 프로파일러 동기이다. 이 경장이 다소 차갑고 논리적인 느낌이라면 공 경장은 반대로 감성으로 감싼 솔직담백함이 엿보였다. “우리요? 만날 싸우는 게 일인데요” 라고 말은 하지만,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호흡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찰떡 ‘투캅스’다.

이번 강호순 면담 때에도 두 사람은 함께 들어가 만났다.

- 강호순을 만날 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까?

유라 : 강호순요? 안 무서웠어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면담을 할 때 눈치를 많이 보잖아요. 자신한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될까봐 계속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고. 또 피의자가 긴장을 하면 저희도 긴장을 하면서 리듬을 맞춰가야 하는데, 강호순은 달랐어요. 그쪽이 루즈하니까 우리도 편히 할 수 있었죠. 물어보면 곧바로 대답하고. 자신감이 있다고 해야 할지. 위축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 피의자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은경 :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접근방법도 다 다르죠. 처음 한두 마디 해보고, 성향을 파악한 다음에 면담을 시작해요.

- 기자들도 인터뷰할 때 그 처음 한두 마디가 참 어렵습니다만.

은경 : 피의자들이 경계를 하니까요. 일단 어색함을 무너뜨려야 해요. ‘라포형성’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식사는 하셨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하는 식으로 들어가죠. 일단 시도를 하고, 그쪽에서 돌아오는 반응을 봐서 ‘이렇게 접근해야 겠구나’하고 짧은 순간 파악을 해야 합니다.

- 피의자들의 반응이 차가우면요?

은경 : 보통 피의자들의 경우 위축되거나 우울한 상태가 많죠. 화를 내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가벼운 농담보다는 그냥 솔직히 말을 합니다.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그러시냐?”, “혹시 제가 질문하는 게 싫으면 말씀하시라. 그럼 안 하겠다”라고 합니다. 기자님 인터뷰하실 때와 비슷하겠죠. 대부분은 이런 경우 “아니다. 다 답변 하겠다”고 합니다.

프로파일러들은 ‘형사’ 신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실험실에 앉아 ‘고상하게’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범인이 추정되지 않은 모호한 살인사건의 경우 프로파일러들도 현장답사에 나선다.

유라 : 이번 강호순 사건도 힘들었어요. 올 겨울이 너무 추웠잖아요. 현장을 뛰어야 했으니까. 추운 상태에서 장시간 감식을 해야 했거든요. 작년 초등학생 혜진이, 예슬이 실종사건 때도 그랬죠. 우리 둘이 수사본부와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수색도 나가고. 안양8동 집집마다 가서 쓰레기통도 뒤지고 말이죠.

- 미드나 영화 속 프로파일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유라 : 극 중에서는 프로파일러들이 범인하고 굉장한 두뇌싸움을 벌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 일은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검거 직전까지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사실에 의거해서 추정하는 게 대부분이죠. 직접 범인과 대면해서 ‘목숨을 걸고’ 심리전을 벌이는 일은 없어요.

- 여성이기에 불리한 점도 있지만, 반대로 유리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은경: 남자라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여자이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남자형사라면 “아이, 씨! 왜 그래?”하면서 (거칠게) 나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의자에게 ‘선생님’ 또는 ‘누구누구 씨’라는 호칭을 써요. “왜 이러셨는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런데 못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우리가 왔으니까 편히 말씀해 달라”고 얘기 합니다.

- 여형사이다보니 남성 피의자들이 성적인 질문 같은 것을 꺼려하지는 않나요?

은경: 우리들이 (그 방면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편하게들 말해요. 자신의 성적인 문제, 심지어 발기부전같은 것들도 말이죠. 연쇄강간범 같은 경우 여자 앞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떠벌이기도 해요. 아예 처음부터 “XX해봤어?”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죠. “아가씨, 결혼 했어요?”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다보면 아가씨도 됐다가, 아줌마도 됐다가, 애가 세 명인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합니다.

-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사이코패스 테스트가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유라 : 단순히 진단도구만을 갖고 한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우리들이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하는 것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진단도구만을 갖고 하는 게 아닙니다. 행동관찰, 대화패턴을 보고, 도구도 활용하고 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요즘 언론에서 진단도구 하나로 사람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점수도 그래요. 예를 들어 커트라인이 30점이라고 치죠. 도구가 만들어진 건 특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보자는 것이지 점수가 고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25점이 22점보다 더 특성이 강하다? 강호순이 유영철보다 점수가 낮으니 성향이 약하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현재 경기도 관할 경찰서는 모두 35곳. 강도 살인이나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살인사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프로파일러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게 된다. 현장임장에 참여해 감식을 한 뒤 분석요원들끼리 다양한 사안을 놓고 분석을 한다.

수사본부가 차려지면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사건의 특성과 용의자를 추정한다.

용의자가 검거되면 프로파일러들은 면담을 통해 사전에 분석한 내용과 비교하고, 용의자의 생활환경, 가정, 친구관계, 심리검사 등을 치밀하게 파악해 보고서를 쓴다. 이 보고서들은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이후 유사한 사건이 터졌을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유라 :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프로파일링이 초기 단계라 전국적으로 2000건이 조금 넘는 자료가 갖추어진 정도입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로 면담을 하지 못 하는 사건도 많아요. 강호순처럼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다른 작은 사건들이 가려져서 못 나가는 경우도 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큰 사건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내 집에 들어온 도둑’, ‘주변의 강간사건’ 등에 더 상처를 받거든요.

세 사람이 사진촬영을 위해 과학수사계 입구에 섰다.

“얼굴이 알려지면 일하는 데 지장이 있는데 …”하면서도 이들은 사진기자의 요청에 싫은 내색 없이 응해주었다.

인터뷰에 앞서 과학수사계에서 보여준 홍보영상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창밖을 보라. 네 눈앞의 진흙탕을 보지 말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라.”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 세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창밖을 보라. 밤하늘의 별을 보되, 네 앞의 진흙탕도 바라보라.”

프로파일러는 …?

‘한 사람의 범죄는 공통성을 지닌다’는 가정 아래 다양한 살인사건의 통합자료를 활용해 범죄 전의 준비행적, 범죄행위의 특성, 범죄 후의 행적 등 범죄자의 타입을 추정함으로써 초동수사 방향 설정을 지원하고 수사대상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프로파일링’을 수행하는 대원들이다.

평상 시에는 강력 사건 현장에 감식요원으로 참여해 기초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범죄자가 검거됐을 경우 면담을 통해 DB자료를 구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수원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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