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쌍둥이 대상 ‘성격과 유전’ 연구해 보니…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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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절반만 동일한 이란성보다 서로 성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격 형성에 유전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사진은 체코의 유명한 쌍둥이 댄서 지리, 오토 부베니세크. 사진 제공 GAMMA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절반만 동일한 이란성보다 서로 성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격 형성에 유전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사진은 체코의 유명한 쌍둥이 댄서 지리, 오토 부베니세크. 사진 제공 GAMMA
초보 엄마 김우리(가명) 씨는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상담을 한 뒤 걱정이 많다. 딸이 유달리 조용하고 혼자 놀기 좋아한다는 것.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만큼은 딸이 닮지 않았으면 했는데….

김 씨의 바람과 달리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은 유전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내·외향성 검사, 일란성쌍둥이가 이란성보다 2배 더 닮아

서울대 의학연구센터 허윤미 박사팀은 한국인 쌍둥이 청소년 765쌍을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일란성쌍둥이가 이란성보다 성격이 비슷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이란성은 절반이 동일하다. 성격 형성에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쌍둥이가 서로 성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0∼1의 수치로 나타냈다. 1에 가까울수록 일치한다. 일란성쌍둥이의 내·외향성 수치가 0.51로 가장 높았다. 이란성쌍둥이는 0.25다.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쌍둥이가 이란성쌍둥이에 비해 내·외향성이 2배나 더 닮았다는 뜻이다. 부모가 사교적이고 활발하면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할 수 있다.

내·외향성 다음으로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은 모험심(0.49)과 신경질적 경향(0.38). 유별나게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인 아이나 툭 하면 짜증을 내는 아이는 부모를 닮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트윈리서치 앤드 휴먼지네틱스’ 4월호에 실린다.

○한두 가지 유전자로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무리

이나라(가명) 씨는 딸이 활발하다 못해 너무 나서기 좋아해 걱정이다. 자신은 소심하고 내성적인데 말이다. 어떻게 이처럼 부모와 자식의 성격이 판이할 수 있을까. 성격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성격 유전자가 실제로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1.5∼5%로 매우 작다. 예를 들어 호기심 유전자(DRD4) 하나가 호기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3%밖에 안 된다. DRD4 유전자를 가졌다고 모두 호기심이 많지는 않다는 얘기다.

한두 가지 유전자로 성격을 규정하는 단순한 검사가 정확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내심 유전자(HTR2A)와 협동심 유전자(CNRA4)는 각각 성격에 5% 정도 영향을 미친다.

허 박사는 “협동심을 형성하는 나머지 95%는 수많은 성격 유전자의 상호작용이 뒤섞여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를 만나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맥을 못 추기도 한다. 부모와 같은 성격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아이의 몸에서 상호작용이 다르게 일어나면 성격 차이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형제나 자매 간에 성격이 다른 까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남자 이란성쌍둥이 중 한 쌍은 형의 내·외향성 점수가 9점, 동생은 0점이다. 형은 매우 활발한데 동생은 정반대다. ○극단적 반사회성격 등 타고난 성격은 잘 안 변해

환경도 성격 형성에 중요하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이혼하는 불우한 환경을 겪으면 누구든지 비행 청소년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환경만 바꿔 주면 대부분 마음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극단적인 반사회 성격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환경이 변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통 가정에서 부모가 교육을 통해 자녀의 성격을 확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 허 박사는 “소극적인 아이가 웅변학원이나 놀이치료에 다녀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은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며 “타고난 성격을 무리하게 바꾸려 들기보다 좋은 방향으로 살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할 쌍둥이를 계속 모집하고 있다. 문의 02-741-6179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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