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아무 클럽이나 쓰면 어때?

  • 동아경제
  • 입력 2013년 1월 18일 0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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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마스터 정재욱의 즐거운 골프교실]

필자의 피팅샵에 클럽을 맞추러 오는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클럽은 지인에게 주거나 중고 사이트에 팔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 골퍼의 경우 그 지인이 직장 동료나 입문하는 후배, 친구 등 남성일 경우가 많겠지만, 불행히도 그 ‘지인’이 아내인 경우도 자주 있다.

초보 여자가 무슨 좋은 채가 필요하냐, 우선 스윙부터 가다듬고 그 다음 채 타령을 해야지 하는 것이 그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이다.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선 스윙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그 다음 좀 더 전문적인 피팅을 할 수 있으며, 본인에게 맞는 클럽을 나중에 고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의 레슨을 담당하는 20대 젊은 프로가 한창 사용하던 클럽을 50 ~ 60대 연배인 나에게 사용하라고 해 보자. 아이언 클럽의 샤프트는 가장 무겁고 강한 스틸 샤프트가 장착되어 있을 것이고, 강하고 무겁기는 드라이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라이버는 아무리 띄우려고 하여도 낮게 깔려 가는 뱀 샷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클럽의 ‘무게’와 ‘강도’에 이겨내질 못하기 될 것이다.

남편의 클럽을 물려 받은 아내들도 그런 고충을 느끼지 않을까? 입문 단계의 여성 골퍼라면 비록 남편의 클럽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버거운 것인지, 강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단, 정상적인 여성 클럽을 가지고 함께 시작한 동료보다 스윙의 습득이 훨씬 늦고, 왠지 모를 버거움으로 편안한 스윙 자체가 본인도 모르게 잘 되지 않을 것이다.


WBC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우리나라 야구팀 국가대표가 출범식을 했다고 해서 문득 떠오르는 비교가 있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이대호 선수가 선호하는 배트의 무게는 약 920그램 정도라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트의 평균 무게가 860 ~ 870 그램이라면 이보다 한참 무거운 무게이다. 만약 1번 타자를 맡을 이용규 선수에게 이대호 선수의 배트를 사용하게 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리 빼어난 선수라고 하여도 본인에게 훨씬 무거운 배트를 휘두를 때에 그의 특유의 순발력 있는 스윙이 나올 리 만무하다.

과연 초보자, 입문자들도 피팅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필자는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물론 세부적이며 기술적인 사양에 대한 피팅은 필요하지 않은 단계이나, 샤프트의 무게나 강도 만은 입문자의 근력이나 체력에 얼추 맞게 시작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레슨을 통한 스윙의 습득 속도가 빨라지고, 제대로 된 스윙폼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골프라는 운동이 그리 지겹고 발전 없는 운동이라는 자괴감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부 나이 어린 주니어 선수들의 경우도 떠오른다. 키가 작은 저학년 선수의 경우 입문 단계에서는 아빠의 클럽들을 개조하여 스윙을 배운다. 길이만 신장에 대략 맞춰서 자른 남자 성인의 클럽이기 때문에 샤프트가 강하고 쿨럽이 무거움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연습에 의하여 볼을 똑바로 보내는 그들을 보면 경탄할 수 밖에 없다.

피팅마스터 정재욱
후지쿠라샤프트코리아 (☏02-548-5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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