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 여름양복이 없어 결혼식 때 입었던 겨울양복을 입고, 갓 서른의 젊은 아나운서는 8월의 염천 아래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운구차량이 청와대 정문을 벗어날 즈음 아나운서는 대통령의 눈물을 보았다.
철혈의 대통령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 길을 바라보는 일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은 이틀 뒤에 있었다.
“나, 박정희입니다.”
수화기 저쪽에 대통령이 있었다. 당황한 아나운서는 한 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겨우 한다는 말이 “예, 저 차인태입니다”였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차인태 씨, 방송 잘 봤습니다.”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 연구실에서 차인태(65) 교수를 만났다. 차 교수는 1998년부터 경기대 예술대학에서 영상교수로 재임 중이다. 본래 숱이 적었던 머리칼이 눈처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