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불가 레이저의 원리… 신호 깨져 다른 정보로 바뀌어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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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용희 교수팀이 개발한 신개념 레이저 장치. 중간에 기둥처럼 연결된 부분에 소량의 전류를 위쪽으로 흘리면 연결부위 안쪽의 발광물질에서 빛이 나오고 이 빛이 유리처럼 둘러싸인 내부에 반사되면서 증폭돼 레이저가 발생한다. 사진제공 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용희 교수팀이 개발한 신개념 레이저 장치. 중간에 기둥처럼 연결된 부분에 소량의 전류를 위쪽으로 흘리면 연결부위 안쪽의 발광물질에서 빛이 나오고 이 빛이 유리처럼 둘러싸인 내부에 반사되면서 증폭돼 레이저가 발생한다. 사진제공 KAIST
전화를 걸거나 통신을 할 때 걱정되는 일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몰래 듣고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앞으로 도청이 불가능한 초고속 광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레이저가 최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이용희 교수는 7일 “박홍규 박사의 주도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100만분의 1m 크기의 레이저를 개발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했다”며 “도청 불가능한 초고속 광통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라고 밝혔다.

이 레이저는 특수한 구조로 된 반도체 기판에 아주 작은 양의 전류를 흘려주면 빛이 증폭돼 발생한다. 기존에는 레이저를 작동시키기 위해 다른 레이저가 필요했지만 ‘전기만 연결하면’ 레이저를 구동할 수 있게 돼 관련 학계로부터 ‘실용화의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극미세 레이저를 바탕으로 전류를 아주 약하게 흘려 빛 알갱이인 광자가 하나씩 나오는 레이저총이 등장하면 비밀 광통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광자를 하나씩 보내면 도청을 시도할 때 광자의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처음에 구슬 상태의 광자를 하나씩 보냈을 때 누군가가 도청을 시도하면 구슬 상태가 깨지면서 전혀 다르게 바뀐다. 도청하는 사람은 잘못된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도청 여부도 금방 들통이 난다.

현재의 통신은 전파든 빛이든 다발 형태로 신호가 전달된다. 예를 들어 신호의 진폭(높낮이)으로 정보를 보낸다고 할 때 신호의 일부만 빼내면 도청이 가능하다. 또 도청된 신호는 진폭이 다소 줄어들지만 도청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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