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왕오천축국전’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혜초 당시의 탁티바이 사원을 재현한 이미지. 사진 제공 KAIST 문화기술대학원
혜초 당시의 탁티바이 사원을 재현한 이미지. 사진 제공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신라 경주에서 뱃길로 인도로 간 뒤 육로로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당(唐)의 수도 장안에 이르는 5만 리(약 2만 km)를 4년여간 여행한 혜초(704∼787). ‘한국인 최초의 세계인’이라 불리는 그가 남긴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은 고대 동서문명교류사의 사료다.

혜초의 여정을 한눈에 보여 주는 디지털 전시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세계 속의 신라인 혜초를 만나다’가 11월 4∼9일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다. 전시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연구팀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프로젝트로 혜초가 갔던 길을 지난해 네 차례 답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어 국내에서 혜초 관련 전시가 드물었다.

연구팀은 유물로 보여 주기 어려운 혜초와 관련된 역사를 3차원 디지털 영상과 접목했다.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석굴 17굴 내부의 벽화와 불상을 정밀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실 벽을 꾸며 석굴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908년 프랑스 학자 폴 펠리오가 촛불을 켜고 7만여 권의 사경(寫經) 틈에서 왕오천축국전을 찾는 장면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연했다.

‘혜초의 길’을 세계지도 위에 표시하고 중국 인도 티베트 이란의 주요 지역은 영상으로 보여 준다. 인도의 날란다 사원과 산치탑, 파키스탄의 탁티바이 사원,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사원 등 현재 남아 있지 않거나 일부만 남아 있는 유적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혜초의 일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와 왕오천축국전을 똑같이 재현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 전시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같은 기간 여는 ‘스토리텔링, 문화유산에 날개를 달다’의 하나로 열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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