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창업성공한 장애인3人‘나만의 비결’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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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장애인 인터넷 판매왕 고광채 이효권 김광현 씨(왼쪽부터)가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인터넷 판매사이트 화면을 보여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월 5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장애인 인터넷 판매왕 고광채 이효권 김광현 씨(왼쪽부터)가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인터넷 판매사이트 화면을 보여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창업 자본금 100만 원 미만에 한 달 평균 매출은 500만 원.

유령 프랜차이즈 회사의 투자자 모집 광고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을 시작한 장애인 창업사장들의 평균 실적이다.

오른팔, 왼쪽 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2급 김광현(47) 씨는 기능성 운동화 전문점 ‘원스텝’이라는 개인 매장을 운영하며 월 100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장터의 특성상 가격 경쟁이 치열해 헐값에 팔기 십상이지만 김 씨는 정가(定價) 고수 정책을 쓴다. 그래도 한 달에 100족 넘게 판다. 처음엔 그에게 물건도 안 주려던 신발회사가 이제는 ‘최고의 딜러’라며 자기 회사 브랜드를 새긴 명함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다른 온라인 가게에선 찾기 힘든 상세한 착용법과 이용법 등이 담긴 애니메이션 동영상이다. 소비자들은 그의 제품 설명을 믿고 너도나도 주문을 했다. 한쪽 팔이 없어 시간이 많이 드는 불편은 하루 3시간 수면이라는 강행군으로 극복했다.

청각장애 2급인 고광채(24) 씨는 온라인 주방가전 전문점 ‘위트라이프’를 운영하는 신세대 사장님이다. 일자리가 없어 고심하던 그는 우연히 주방용품 관련 일을 하던 아버지의 물건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브랜드는 없지만 사용하기 편리하고 가격도 싼 상품이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 하지만 이를 알릴 수도, 묻는 데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 답답함을 고 씨는 ‘보는 것’으로 해결했다. 제품의 기능과 색상, 디자인을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옥션에서만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파워 셀러’다.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중 무릎인대 파열로 제대한 이효권(33) 씨는 남들보다 사연도 많고 실의도 많았다. 처음엔 신체의 불편함을 견디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보험회사 무역회사 등을 잠깐 다니다 시작한 주식 투자는 그에게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까지 붙여 주었다.

실패 원인을 생각하던 그는 ‘더욱 친절한 투자 설명이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다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마다 다른 상황과 여건에 처한 사람들에게 꼼꼼하고 상세한 정보가 궁금증 해소와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이 씨는 창업 자금이 거의 들지 않는 인터넷 창업을 시작했다. 의류 주방용품 온라인 전문매장 ‘알리바바쇼핑몰’을 운영하는 그는 지금은 월 7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옥션은 장애인들이 온라인 디지털상인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무료로 교육해 주는 장애인 창업 스쿨 ‘나의 왼발’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왼발’ 수료생이기도 한 이들은 “내가 느끼는 불편을 남에게 더 배려하려는 마음이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비결이었다”며 “편견과 아집과 같은 사고의 불편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극복해 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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