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변경'…중국 역사에서 배우는 인재 구별법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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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辨經)/렁청진 엮음 김태석 번역/664쪽 2만5000원 더난출판

춘추전국시대 손빈(孫빈)과 방연(龐涓)의 이야기는 중국 고사 중에서도 유명하다.

손빈은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의 후손. 방연은 손빈과 동문수학한 사이다. 방연은 위나라 혜왕 밑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군사(軍師)의 자리에 올랐다. 혜왕은 방연을 통해 제나라 사람인 손빈을 위나라로 불러들여 벼슬을 내렸다. 손빈이 뛰어난 인재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왕은 충정과 간사함을 구별할 줄은 몰랐다. 손빈에게 권력을 뺏길 것을 두려워한 방연은 손빈을 돕는 척 하면서 한편으로 모함했다. 결국 혜왕은 방연의 꾐에 넘어가 손빈의 두 다리를 자르고 감옥에 가둬버렸다. 방연은 여전히 손빈의 앞에서는 그를 돕는 척하며 손빈이 지닌 병법 지식을 빼내려 애썼다.

상황을 알아 챈 손빈은 미친 사람의 흉내를 내 방연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제나라에 몸을 맡긴 손빈은 마침내 능력을 발휘해 군사가 됐고, 위나라 방연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손빈의 계략에 넘어간 방연은 전쟁에서 패해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일화에서 저자는 ‘윗사람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농간과 위선에 능한 자는 결국 나라를 망치고 마는 것이다’라고 독자에게 충고한다.

이 책은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분석을 통해 ‘인재 변별’의 기술을 적었다. 인재를 알아보는 법, 인재를 곳곳에 배치하는 법, 인재의 장단점을 바로 보는 법 등을 고사를 통해 설명한다.

천하 모사인 제갈량을 “남을 믿지 못하고 성격이 세심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처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나, 간웅으로 알려진 조조를 두고 “그가 덕이 없었다면 순유같은 품성이 뛰어난 모사를 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는 대목은 발상이 참신해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고사를 크게 변형하지 않고 인재 등용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5천년 중국 역사 최고의 인재 활용 경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꼭 이런 목적을 갖고 읽지 않아도 좋다. 중국의 옛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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