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승률’ 계산 SK ‘짠물야구’ 증명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 1980년대 美 통계전문가 개발

수치상 1위는 롯데… 허약한 불펜, 승수 까먹은듯

삼성 - KIA, 기대승수 못미쳐 비효율 야구 공동1위

미국의 야구통계 전문가 빌 제임스는 1980년대 초 메이저리그 팀들의 과거 성적을 정리하다 한 팀의 총득점과 총실점이 그 팀의 승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제임스는 직각삼각형 빗변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해 공식을 만들었다. ‘총득점의 제곱÷(총득점의 제곱+총실점의 제곱)’으로 얻어낸 ‘피타고라스 승률’이 바로 그것.

올 시즌 프로야구 8개 팀의 피타고라스 승률(표 참조)을 보면 롯데와 SK의 치열한 선두 다툼이 눈에 띈다. 실제 3위 롯데와 선두 SK의 승차가 5.0경기나 된다는 면에서 다소 의외의 결과다.

27일 현재 32승 16패로 승률 0.667을 기록하고 있는 SK의 피타고라스 승률은 0.598로 실제 승률보다 7푼 가까이 낮다. 피타고라스 승률에 경기 수를 곱하면 기대(예상) 승수가 나온다. SK는 기대 승수가 28.7로 실제 승수보다 3.3이나 적다. 전력 그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롯데는 피타고라스 승률 1위다. 팀 평균자책(3.70) 1위, 팀 타율 3위(0.276)라는 성적 역시 롯데의 전력이 최상위권임을 뒷받침한다. 그런 롯데는 아직까지 기대 승수(27.6승)보다 실제 승수(26승)가 적다.

야구통계 전문가들은 실제 승수가 기대 승수보다 많은 현상은 대개 불펜이 강한 팀에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일단 리드하면 득점이 많지 않아도 승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철벽 계투조’를 자랑하는 팀이다. 반면 롯데는 크게 이기고 아쉽게 진 경기가 많았다. 3득점 이하를 한 17경기에서 전패한 팀은 롯데밖에 없다.

제임스는 “피타고라스 승률 공식은 남은 경기에서 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상 승률이 실제보다 높은 팀은 상승 곡선, 낮은 팀은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9경기를 치렀을 때 롯데의 피타고라스 승률은 0.573으로 실제 승률 0.513보다 0.06이나 높았지만 롯데는 이후 7경기에서 6승 1패로 선전하며 그 차를 0.035로 줄였다.

물론 통계가 현실과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 경기 수가 많지 않아 한 경기 결과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실제 선두 SK와 ‘피타고라스 승률 선두’ 롯데가 남은 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