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달순]부활한 동아사이클, 亞일주대회로 뻗어가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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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필리핀에서 열린 루손 섬 일주 사이클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한국 선수단 임원진은 국내에서 전국 일주 사이클대회를 후원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다녔다. 각고의 노력 끝에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대한사이클연맹이 주관하는 제1회 4·19 기념 사이클 시도 대항 전국일주경기대회가 열렸다. 1968년 4월 13일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로사거리 동아일보 앞을 출발해 일주일 만인 4월 19일 다시 광화문으로 골인했다. 몇 년 뒤 도심의 교통 혼잡을 감안해 4·19 정신이 살아 있는 고려대 정문 앞을 결승지점으로 바꿨다.

시민과 학생들은 도로변에서 선수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출발선과 결승선에는 밴드가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시민들이 들고 있는 응원 종이에 “백두산까지 통일을 위해 달려라”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에 휴전선을 넘어 평양을 지나 압록강까지 달리는 남북통일 염원 사이클대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답이 없고 우리 정부도 부정적이었는데 마침 러시아에서 연맹 회장단을 초청했다. 서울을 출발해 평양과 만주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골인한 뒤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을 일주하는 ‘극동일주사이클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책임지겠다던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하지 못해 계획은 무산됐다.

동아사이클대회 덕분에 한국은 도로 경기에서 아시아 최강이 됐고 이탈리아와 체코에서도 참가를 요청해 국제사이클경기가 되었다. 하지만 투르 드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긴 거리를 자랑했던 동아사이클대회는 국내 도로 사정 때문에 중단하게 된다. 국내외 선수 70명이 펼치는 은륜의 레이스가 30년의 역사를 접고 1997년에 마감한 것이다.

몇 년 전 실업사이클연맹에서 국내 도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남녀 선수가 부산과 목포에서 50명씩 출발해 대전에서 합류한 뒤 판문점까지 달리는 사이클 대행진 행사를 했다. 국내 도로가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국도, 지방도로 등으로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동아일보에 동아사이클대회 부활을 건의하기도 했다. 마침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자전거 타기가 국책사업이 되는 세계적 조류에 맞춰 동아일보가 사이클대회를 부활시킨다는 소식에 감개가 무량하다. 앞으로 아시아일주대회로 발전하기를 축원한다.

이달순 전 대한사이클연맹 부회장 · 현 계명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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