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화마에 휩싸이자 온 몸으로 아이들 감싼 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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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11일 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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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오카노 카오루 페이스북
사진출처=오카노 카오루 페이스북
불이 난 집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엄마는 딸 셋을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불길이 잡힌 후 사건 현장에는 딸 셋을 품에 꼭 안고 죽음을 맞이한 엄마의 시신이 있었다.

10일(현지시각) 영국 더 선에서는 호주 멜버른 리치몬드에서 화재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엄마 오카노 카오루 씨와 세 딸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오카노 씨 집 차고에서 불이 났고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에 나섰다. 소방관 35명이 불길을 잡는데 수 시간이 걸렸고 잔해 속에서 네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오카노 씨와 딸들이었다.

사건 담당 형사는 “화장실에서 웅크린 채 있는 네 사람의 시신이 발견됐다”라며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다. 차고에서부터 불이 붙어 온 집안이 연기에 휩싸였다”라며 이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유를 추측했다.

오카노 씨의 남편인 기쿠치 히로유키 씨는 차고에서 나는 불을 끄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불길이 심해져 이웃들에게 “도와달라”고 큰소리를 치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옆집에 사는 이웃은 “뭔가 ‘펑’ 터지는 소리에 나와 보니 기쿠치 씨가 불을 끄기 위해 쓰레기통에 물을 담고 있더라”며 “그는 ‘제발 내 딸을 살려 달라’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을 하는가 하면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집에 들어가려다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출처=오카노 카오루 페이스북
사진출처=오카노 카오루 페이스북

한 이웃은 헤럴드 선과의 인터뷰에서 “연기가 너무 심했다. 길거리에도 연기가 자욱했다”라고 했고 또 다른 이웃들은 “불길에 휩싸인 집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집 구조상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유일한 탈출구는 현관이었는데 당시에 연기가 너무 심했다”라며 “아이들과 엄마가 나오지 못했다니 너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및 소방관계자들은 “화재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중태에 빠져있는 기쿠치 씨와 면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지역 신문에 따르면 현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기쿠치 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해졌다.

한편, 기쿠치 씨 집에서는 인화성 액체가 발견됐다고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쿠치 씨가 호전이 되면 어떻게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물어볼 것이다. 그의 증언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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