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m 떨어져 5분 있었는데 감염…온풍기 실내 2m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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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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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의학회지(JKMS)
출처=대한의학회지(JKMS)
6.5m 떨어진 거리에서도 5분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거리 비말(침방울) 감염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에어컨 바람에 의한 것으로, 겨울철에도 난방기를 가동하는 만큼, 현재 방역 지침인 ‘2m 거리두기’가 불충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팀은 지난 6월 17일 전북 전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A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렸다.

A의 증상은 6월 16일 시작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잠복기를 고려해 A가 같은 달 2일~15일 사이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해 동선을 살폈다.

A는 해외는 물론 전주시 이외 국내 지역을 여행한 이력이 없었다. 당시 전주에서는 직전 2주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A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시간은 모 식당에서의 5분 정도뿐이었다. 전주를 방문했던 대전 확진자 B와 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당시 A는 B로부터 6.5m 떨어진 거리에 앉아있었고 같은 물건을 만지거나 제3자를 통한 간접접촉도 없었다.

폐쇄회로(CC)TV 확인결과, A는 6월 12일 오후 4시에 식당에 들어왔다. B는 한참 후인 오후 5시 15분에 들어왔다. A는 이때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였고, 5분 뒤인 오후 5시 20분 식당을 떠났다.

이주형 교수는 “B는 식당 뒷문으로 들어왔는데 5분 뒤에 A는 앞문으로 나가 서로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며 “B가 들어왔을 때 A는 식사가 끝난 상태라 서빙하는 종업원이 A의 테이블로 가지도 않았고, 손잡이 등을 만지지 않은데다 화장실도 쓰지 않아 B와 접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마리는 공기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식당에는 창문과 환기 시스템 없이 출입문만 두 개 있었고, 천장에서는 에어컨 두 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A와 B사이의 공기 흐름은 초속 1.0m였다.

이 교수는 “바람이 안 불 때는 비말이 1~2m 이내에서 가라앉지만 바람이 불면 원거리 전파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식당에서 B와 4.8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던 C도 감염됐다. A와 C는 모두 B와 마주 본 방향으로 앉아 있었다. B와 등지고 있던 사람은 감염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직접적인 공기 흐름이 있는 경우 2m 이상의 거리에서 비말이 전파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전염성이 높은 질병을 통제하려면 업데이트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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