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교과, 돈 많이 들어”… “수능 비중 늘리는건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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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확대 발표후 첫 공개토론회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시 확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선 정시 확대를 통해 입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사교육비 증가 및 공교육 파행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시 확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선 정시 확대를 통해 입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사교육비 증가 및 공교육 파행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비중을 높이는 건 교육을 15년 전으로 되돌리는 겁니다.”(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학 가려고 비교과 영역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는지 아세요? 단체 이름부터 바꾸세요.”(학부모 박모 씨)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정부의 대입 정시모집 확대 방침을 둘러싸고 이처럼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김해영 의원이 주최한 ‘정시 확대는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 현장에서다. 이번 토론회는 25일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전형에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뒤 찬반 측이 모두 참여한 첫 공개 토론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학종은 선발 기준이 불투명하고, 학생의 배경에 따라 서류 준비에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종 비중이 늘면서 사교육비도 증가했다”며 “‘학종이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시가 수능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 대해선 “입학정원이 정해진 입시에선 어떤 방식이든 학생을 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교육평론가 이범 씨는 “한국의 입시는 갈라파고스적이고 지속가능하지 못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인 외국의 입시제도와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의 학종처럼 ‘비교과 영역’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나라는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 교육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북유럽 핀란드의 경우 대학들은 고교 내신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 대신 수능 같은 대입시험과 본고사(객관식)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상당수 나라에서 논술·서술형 문항이 포함된 국가단위 대입시험을 실시한다. 그는 “향후 15년간 수능을 점진적으로 주관식으로 전환하고,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히 이어졌다. 정시 확대를 줄곧 반대했던 진보교육단체 측은 정시 100% 시행 때 나타났던 문제점을 언급하며 과거로의 회귀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당락의 기준이 모호하고 교과 공부 외 다른 요소가 개입되는 학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태훈 정책부위원장은 “수능 위주로 돌아가면 공교육은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파행을 맞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이거 수능에 나와요?’부터 묻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부모 서점순 씨는 “학종을 준비하려면 내신 점수 경쟁은 물론이고 비교과 영역까지 부담이 크다”며 “입시 방식의 개선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입시제도부터 바꾸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윤근 서울 양정고 교사는 “교육 자체를 바꾸기보다 굳이 대학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은 나라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정시 확대 논의는 막연한 신념이나 진영논리에 휩쓸려선 안 된다”며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대입제도가 무엇인지 어른들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정시 확대는 왜 필요한가#토론회학생부종합전형#대입 정시모집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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