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훈련에 무력시위로 맞불…“美에 안전보장 요구 목적”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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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스텔스기 빌미, 신형 무기체계 시험 강행
실무협상 앞두고 무기체계 과시, '안전보장' 교환 카드로
신형 방사포 사진 공개 안해…"파장 고려 수위 조절" 관측
"北 안보 태세 과시, 군부 사기 진작 등 대내 메시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물밑협상을 진행하는 중에 연이어 대남 강경 메시지를 내며 무력시위를 감행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번에 시험사격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가 앞으로 지상군사작전의 주역을 맡게 될 예정이며, 첫 시험사격을 통해 전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설계값에 도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전투적용효과성이 검증되었다고 선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험사격에서도 대남 강경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말해 남측 정부를 압박했다. 방사포는 기본적으로 남측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을 겨냥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부득불 남쪽에 존재하는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남조선 당국자가 최신무기반입이나 군사연습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연이어 대남 강경 메시지를 내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적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몰아서 쏘는 이유는 실무협상을 재개하기에 앞서 그동안 개발해온 무기체계를 시험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이러한 무기체계 시험을 하는 게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대남 강경 메시지를 내는 배경에 대해서는 “물밑에서 미국과 실무협상을 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명분 없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대미 비난 메시지를 낼 수는 없다.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관련해 남측만 비난하고, 이를 명분삼아 그동안 밀렸던 무기체계 시험을 몰아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은 이번에 공개한 각종 신형 무기체계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포괄적인 안전보장 약속을 얻어내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이러한 무기체계 개발·사용 중단을 카드로 한미연합훈련과 최신무기 반입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에는 남측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노이 결렬 사태를 통해 남측 정부를 경유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데다가, 남측 정부가 미국의 셈법에 기초한 중재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대남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며 여전히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이다. 북한은 이번 시험사격 보도에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모습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이다. 내부 선전 차원에서 봤을 때도 사진 유무가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무기체계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남북 간 긴장감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본다”며 “이번에 새로 개발한 것이 기존의 300㎜ 이상의 방사포라고 한다면 그 파장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결국 ‘로우 키’(low-key·절제된)로 가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대내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번 시험사격의 대남, 대미 메시지는 결과론적인 것”이라며 “대내적으로는 자신들(당)이 계획한 대로 간다는 것을 선전하고, 특히 한미도 훈련하는데 자신들도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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