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뱃속에 아기” 신혼 특별공급 노리고 임신진단서 위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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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3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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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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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천 송도의 SK뷰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 날짜를 기다리던 A 씨 부부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1순위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주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사실 둘 사이엔 자녀가 없었다. 청약 과정에서 “아내 뱃속에 아기가 있다”며 국내의료기관의 임신진단서를 제출했지만 확인 결과 위조였다. A 씨 부부는 아파트 분양권을 잃게 되는 것 외에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A 씨 부부처럼 가짜 임신진단서를 내 청약에 당첨된 사람이 있는지 3일부터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한 달 동안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점검은 2017, 2018년 2년 동안 전국 282개 아파트 단지에서 신혼부부 다자녀 특별공급을 받은 사람이 조사 대상이다. 특히 분양 당시 아이 없이 임신진단서나 입양서류 등을 내고 아파트를 공급받은 3000여 명을 모두 점검한다.

이번 단속은 ‘법의 허점’을 노린 부정 청약자를 걸러내는 조치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특별공급을 위한 자녀 숫자를 산정할 때 ‘입주자 모집공고일 당시의 임신 상태’도 포함된다. 입양한 자녀도 자녀수에 포함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임신진단서나 입양서류를 내고 아파트 분양을 받아 왔지만 실제로 자녀를 낳았는지, 실제로 입양이 이뤄졌는지 사후 추적한 사례는 드물다.

국토부는 이번 전수조사 직전인 4월에 수도권 5개 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 자녀 실태를 표본 조사했다. 임신진단서를 내고 해당 아파트 분양을 받은 83건 가운데 8건(9.6%)이 허위로 판명됐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가짜 임신증명서를 내고 특별공급을 받는다는 제보가 들어와 조사한 결과 생각보다 불법청약 비율이 높았다”며 “전수조사를 할 만하다고 판단해 이번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앞으로 임신진단서, 입양서류를 내고 아파트에 당첨된 3000명의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살펴본다. 당첨 이후에도 아이가 태어난 사실이 없거나, 입양을 통해 등본에 편입된 사실이 없으면 정밀 조사에 들어간다. 법률상 입주자 모집공고일 당시 임신이면 자녀가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이가 유산되거나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사망한 경우는 현재 자녀가 없어도 분양권이 유지된다.

국토부는 가짜 임신진단서 제출 사실이 드러나는 사람은 모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이들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고 10년 동안 주택청약을 할 수 없다.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도 취소된다. 이번에 조사하는 특별공급 건수가 3000여 건에 이르는 만큼 4월 조사의 허위서류 제출 비율을 적용하면 아파트 300채가 시장에 다시 나올 수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 개 단지에 20건 이상 부정 청약 건이 드러나면 시행사는 이들 주택을 대상으로 특별공급 청약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20건 미만이면 지자체장 등의 처분에 따른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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