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분 속인 인보사 퇴출… 바이오산업, 바닥부터 신뢰 쌓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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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회사 측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인보사가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식약처는 50여 일간 조사를 벌인 결과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유발세포로 분류되는 ‘신장세포’로 확인되는 등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기재 내용이 허위였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 측이 허가 이전에 추가 확인된 주요 사실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서 전 세계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보사가 퇴출 수순을 밟게 되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선 이미 시술을 받은 3700여 환자의 안전 문제가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 진행될 전체 환자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 조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산업에서 부정직성과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성과에 눈이 멀어 성분의 종양유발 가능성을 은폐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신뢰를 잃었음은 물론이고 회사의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어제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회사들의 주식 매매가 정지됐고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일부는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인허가 시스템의 허술한 관리 문제도 드러났다. 특히 부실 의약품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준 식약처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허가 과정에서 부적절한 일은 없었는지도 확실히 가려야 한다.

바이오산업의 신뢰 회복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22일 바이오헬스 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연구개발(R&D)에 매년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황우석 사건으로 크게 위축됐던 한국 바이오업계에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와 종사자들은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식약처는 신약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안전관리를 맡을 인력과 전문성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식품의약품안전처#인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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