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워터게이트 폭로한 딘과 닮은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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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해결사서 저격수로’ 공통점
코언, 청문회서 트럼프 비위 증언… “도덕적 양심 저버려 부끄럽다” 고백
딘, 닉슨의 대통령 수사 차단 폭로…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 닉슨 빼닮아”
코언의 증언엔 결정적 단서 없어… 전문가 “대통령 탄핵까진 힘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사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53)이 46년 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은폐 의혹을 폭로한 존 딘 백악관 법률고문(81)과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해결사’에서 ‘저격수’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코언은 지난달 27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을 향해 “나도 10년간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때문에 부끄럽다. 내 도덕적 양심을 저버렸다”고 고백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코언은 1973년 워터게이트 공개 청문회 때 닉슨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자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주요 증인으로 나선 딘의 모습과 겹쳐진다. 딘은 최근 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언론 때리기’나 정보기관 정치화가 여러모로 닉슨의 성향을 빼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는 것은 워터게이트 2탄으로 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딘은 자신과 백악관 관리들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했던 일을 폭로했다. 이 때문에 닉슨은 사퇴 수순을 밟았다. 딘은 1976년 출간한 저서 ‘맹목적 야망’에서 “대통령의 핵심 인사가 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정점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썼다.

일레인 케이마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언론에 “코언은 역사에 기록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증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딘은 사법방해 혐의로 4개월 동안 징역을 살았지만 이후 투자은행에 합류해 근무했고 저술, TV 패널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코언도 위증 혐의 등으로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명예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딘의 증언이 워터게이트 수사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던 것과 달리 코언의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까지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2차 북-미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들에게 “(코언이) 거짓말을 그렇게 많이 해놓고 왜 러시아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여유로운 태도로 답변한 것을 봐도,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닉슨의 대중적인 신뢰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리더십 전문가 존 발도니는 최근 포브스 기고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미 흠결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코언의 증언으로 생각이 바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간지 뉴요커도 “코언의 청문회가 2070년에도 회자될 수 있을까? 상상도 하기 어려운 뉴스가 끝없이 쏟아지는 지금이 바로 트럼프 시대”라며 딘과 코언의 다른 결말을 점쳤다.

트럼프의 운명을 결정할 공은 사법부와 의회로 넘어갔다. 다만 변수가 많아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다면 다음 시험대는 2020년 대선으로 미뤄진다. 5월부터는 코언이 징역형에 따라 수감되기 때문에 정작 대선 기간에는 대외 활동을 할 수 없다.

딘은 1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와 코언의 공통점은 모두 대통령의 거짓말과 권력 남용을 폭로하고 권위적 대통령에게 도전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코언#워터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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