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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폭력 피해땐 반드시 경찰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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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폭력 피해땐 반드시 경찰에 신고

김수연 기자 입력 2019-03-01 03:00수정 2019-03-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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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 성폭력 대응매뉴얼

고교 연극부 교사 A 씨는 여학생들에게 “역할에 몰입하려면 남자를 찐하게 사귀어 봐야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연극 지도를 한다며 여학생들의 몸을 더듬기도 했다. ‘스쿨 미투’가 시작된 지난해 학생들은 그동안 숨겨온 피해 사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하지만 학교장은 학교 위신이 떨어진다며 글을 삭제하도록 학생들을 종용하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

스쿨 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학교 내 성폭력 성희롱 피해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피해 사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상당수 학교에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일도 적지 않았다. 교육부는 28일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담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처음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성희롱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나 언동’으로 규정돼 있다. 강정자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성희롱은 다소 주관적일 수 있기에 매뉴얼에 구체적 예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예시에 따르면 프로레슬링에 자주 등장하는 ‘헤드록’(팔로 고리를 만들어 상대의 머리를 옥죄는 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성적인 농담뿐 아니라 신체부위(가슴과 엉덩이 등)에 대한 평가도 성희롱에 해당한다. 이성교제를 화제에 올리면서 “진도는 얼마나 나갔느냐”고 묻거나 연인 사이에서나 통하는 “자기야”와 같은 호칭을 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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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슬금슬금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칠판에 음란한 그림을 그리는 것, 좁은 공간에 단둘이 있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 암기에 도움을 준다며 성적인 비유를 드는 것도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면 5단계에 걸쳐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사건 인지 및 접수(1단계)→초기 대응(2단계)→사안 조사 및 보고(3단계)→심의 및 조치 결정(4단계)→조치 결과 이행 및 사안 관리(5단계) 순이다.

특히 피해자가 학생일 때 학교는 사건을 인지한 즉시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또 조사에 나서기 전 피해 학생과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 3단계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반드시 가해자와 기타 관계자들에게 ‘비밀 유지(준수) 서약서’를 쓰도록 해 피해 학생의 2차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학교장은 수사기관의 최종 수사 결과만을 기다리지 말고 자치위원회를 열어 조사 결과를 심의하고 조치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사가 피해자라도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요구했다.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들이 여교사의 가슴과 엉덩이를 그린 뒤 점수를 매기며 낄낄거리다 적발됐다. 한 초등학교에선 교감이 새로 전입한 교사에게 “몸매가 육감적인데 얼굴은 중학생 같아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이런 사건이 나면 상당수 학교장들은 피해 교사에게 병가를 주고 합의를 종용해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교육부 매뉴얼에선 이런 ‘솜방망이’ 조치를 금지했다. 교육청 내 보건교사와 해바라기센터 소속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열어 엄중하게 처리하라는 것이다. 정인순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도 교육청과 함께 일선 학교의 매뉴얼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성폭력#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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