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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회관계 첫걸음, 스마트폰 앱으로 시작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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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회관계 첫걸음, 스마트폰 앱으로 시작돼선 안돼”

손택균 기자 입력 2019-02-11 03:00수정 2019-02-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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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우리 대 그들’의 저자·타임 선임에디터 이언 브레머
“장기적 실직, 폭증하는 이민자 유입, 빈번한 공공장소 테러에 질린 ‘평범한 사람들의 공포’가 세계 정치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새 저서 ‘우리 대 그들(Us vs Them)’을 펴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상호의존적 세계주의의 몰락은 필연적이며 양극화와 분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퀘스트 제공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앞세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시대다. 그들은 ‘사회적 안전망을 이미 보유한 사람들’과 ‘그것을 앗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의 분열과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제시하며 권력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정치리스크 연구 및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설립자 겸 회장인 이언 브레머(50)는 새 저서 ‘우리 대 그들(Us vs Them)’에서 현 시점의 글로벌 정치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불법 이민을 막는 국경장벽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反)난민을 기치로 빈부 갈등 문제를 부각시켜 득세한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트럼프 대통령을 답습한 자국 우선주의를 발판 삼아 권좌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브레머 회장은 “기성 사회에 내재된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분열과 대립을 부추긴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엘리트 기득권층이 신봉해 온 상호의존적 세계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 문제에 관해 “학력 수준이 높은 젊은층의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빈부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고 조언했다.

―책에서 당신은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포가 ‘우리 대 그들’의 대립 양상을 이끌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포의 동력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까.

“지금 사람들 마음에 파고든 ‘공포’는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서구 중세사회를 휘감은 공포와 유사하다. 그것은 비이성적 공포이며, 실체적 사실과 무관한 공포다. 불법 이민자들이 일으키는 범죄율에 대해 실제 수치보다 과도하게 염려하는 양상은 이런 공포의 부산물 중 하나다. 비이성적 공포가 팽배와 완화를 거듭하다 한계점을 넘기면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 최근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가 뚜렷한 사례다. 이런 충돌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거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아랍의 봄’(2011년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운동) 같은 대변혁이 일어나리라 보긴 어렵다. 군중의 ‘분노’가 일으키는 혁명과, 군중의 공포가 불러일으키는 현상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의회 앞에 모인 ‘노란 조끼’ 시위대가 진압에 나선 경찰들을 향해 폐기물을 투척하고 있다. 이언 브레머는 “팽배한 군중의 공포가 한계를 넘기며 발생하는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AP 뉴시스

―그런 ‘대중의 공포’를 현 시점에서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있는 정치인은 트럼프 대통령일 거다. 그의 교묘한 선동책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적 가치관과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이후의 세계정치는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까.

“트럼프 대통령의 군중 선동 기술, 선거 전략, 소셜미디어 활용법을 모방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지지 기반을 굳혔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브라질을 위대하게!’라며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을 대놓고 베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까닭에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관련 이슈가 더욱 빈번하게 불거질 거다. ‘트럼프 타입’ 포퓰리스트들의 영향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2020년 대선에서도 성공하리라 예단하기 어렵다. 잠재적 파워를 지닌 각양각색의 후보들이 등장할 거다. 극우파인 트럼프에 맞설 카리스마를 지닌 다크호스가 꼭 극좌파 진영에서 나오리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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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미국 텍사스주 매캘런 공항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경장벽을 완성하라”는 표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언 브레머는 “트럼프 대통령 등 이민자와 이방인에 대한 군중의 반감을 교묘히 이용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한 정치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득세했다”고 지적했다. 매캘런=AP 뉴시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전체를 볼 때 한국 사회의 빈부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실과 무관하게 많은 한국인은 ‘부유한 이들이 갈수록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이들이 갈수록 더 힘겹게 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할 거다. 학력 수준이 높은 젊은층의 실업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일 수 있다. 이런 불만은 갈수록 팽배할 여지가 크다. 이웃 중국에서는 경기가 침체될 경우 빈곤한 군중의 분노를 무마하기 위해 소비의 중심축인 중산층이 비난의 표적으로 내세워져 ‘우리 대 그들’의 분열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정부에는 부의 양극화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지역 갈등, 정치적 좌우 분열 등 ‘오래 묵은 경계선’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 정치의 주요 변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책에서 당신은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세제와 복지정책 변화에 기득권층이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인류는 목전에 놓인 다음 산업혁명을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시스템의 일상화를 맞이할 거다. 그렇게 되면 인간 노동력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새로운 사회계약’은 그렇게 효용이 떨어진 노동력을 가진 구성원을 지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의 미래에 대한 대비는 너무 부족하다. 현 시점에서 실질적 대비책이 정확히 어떤 것일지 알기는 어렵지만 ‘작은 규모의 실험’을 거듭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발적 프리랜서가 늘고 임시직이 대세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국가가 지원해 마련하는 것, 장년층을 위한 재교육 체계를 확대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선택이 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당신이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우려한 반면,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기술 발전이 인간을 신의 영역에 올려 놓아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하라리가 책에 기술한 것과 같은 일이 실현된다면 굉장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리라 보지 않는다. 기술의 진보로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이 먼저 닥쳐올 거다. 인류는 태고 때부터 매우 오랜 세월 동안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말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20세기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말의 개체 수가 짧은 기간에 급격히 줄었다. 인류가 말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이는 없다. 하지만 기술유토피아주의(technoutopianism)에 대한 순진한 믿음은, 그런 끔찍한 미래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말 거다.”

―소셜미디어가 인간으로부터 ‘생각하는 습관과 기술’을 제한하고 빼앗아가는 상황 역시 ‘우리 대 그들’의 분열 구도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인간이 앞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갈 길이 멀겠지만 어린이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걸어야 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 스마트폰 앱이 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어릴 때부터 얼굴과 얼굴을 물리적으로 맞대며 다양한 인간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그런 어린이들이 성장했을 때 건설적 변화를 이뤄 낼 수 있을 거다. 전통적 대면 방식의 관계 맺음에 익숙한 현재의 노회한 권력자들이 그런 변화를 이뤄 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우리 대 그들#이언 브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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