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첫 발”…과정에 무게 둔 ‘인공강우 프로젝트’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5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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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환경부 인공강우 합동실험…현장 분위기 ‘들썩’
인공강우 안 왔지만…“가능성 검토·기술 축적이 중요”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이날 기상청과 환경부는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구름 안에 살포하고 그 효과를 관찰 및 분석할 예정이다. (기상청 제공)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이날 기상청과 환경부는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구름 안에 살포하고 그 효과를 관찰 및 분석할 예정이다. (기상청 제공)
“성공 실패 여부보다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25일 인공강우 합동실험을 앞두고 김종석 기상청장이 이렇게 말했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결과’에 주목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의 ‘성공’을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의의를 둬야한다는 의미다.

◇서산에서 군산으로…출항 한 시간 전까지 ‘조마조마’

기상청 관계자들이 25일 인공강우 실험을 앞두고 선박에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관계자들이 25일 인공강우 실험을 앞두고 선박에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이날 오전 6시30분.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부터 군산항 일대는 분주했다. 이날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인공강우 실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당초 실험 장소는 군산항이 아니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23일 인천 덕적도 부근 해상에서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관측선 ‘기상1호’는 충남 서산의 대산항에서 출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험 하루를 남기고 기상 상황이 바뀌면서 구름이 예상보다 남쪽 지역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 강우 실험은 구름 입자를 성장시키면서 증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기에 구름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서산 부근에 터를 잡고 준비하던 기상청·환경부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장소를 옮겼다. 김윤재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지구시스템연구과장은 “어제 오전 11시에 대산항에 있던 선박이 군산항으로 이동했고, 관측 장비 세팅은 밤까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실험 당일 새벽까지 기다린 끝에 구름의 양과 풍속 등의 기상 조건이 실험에 적합한 지를 최종 확정했다. 이날 새벽 4시부터 원격으로 회의를 진행했고 오전 6시 세부적인 실험 장소가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오전 7시 출항…선박-항공기 조우 땐 손 흔들기도

인공강우 실험이 진행된 25일 새벽 출항 전의 기상1호.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실험이 진행된 25일 새벽 출항 전의 기상1호. (기상청 제공)
김종석 기상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환경부 관계자들 다수가 탑승한 가운데 기상1호는 예정대로 오전 7시에 출항했다.

일반 국민들 못지 않게 관계자들도 이번 실험에 기대를 가졌다. 김윤재 과장은 “통상적으로 인공강우 실험 때는 기상항공기만을 가지고 관측했다”며 “선박1호도 본래 해양수산과 관련한 장기 예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러 부서와 공통으로 협업해 이 정도의 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류동균 기상1호 선장도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지만,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이 고무적”이라면서 “좀 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선박도 필요하다. 선박 2호, 3호가 뜰 날을 기대한다”고 웃었다.

실험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선박은 군산항에서 출발해 관측점까지 이동했고, 김포공항에서 이륙한 기상항공기 ‘킹에어 350’도 구름씨를 뿌릴 지역까지 순항했다.

항공기와 선박이 조우하기도 했다. 각자 위치를 향해가던 오전 9시15분쯤에는 선박 위 먼 발치에서 항공기의 모습이 보였다. 이후 항공기가 씨뿌리기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점인 오전 11시25분에는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목격됐다. 취재진을 비롯한 일부 인원은 항공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인공강우’ 관측 안 됐지만…“실험, 한 번에 끝나지 않아”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결론적으로 이날 인공강우가 직접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주변 기상상황을 나타내는 선박 내부 계기판에 일기가 ‘비’로 표시되기도 했지만, 이는 높은 파도로 인한 작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내부에서는 강우가 관측되지 않았다.

한때 군산 인근에 눈발이 날린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이 역시 이번 실험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군산은 이번 실험의 영향 지역이 아니다”면서 “육지에서 영향을 받으려면 모바일 관측차량이 나가 있는 전남 영광 부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영광에 있는 모바일 관측차량에서는 강우가 측정되지 않았다. 다만 기계에서 측정하지 못한 약한 안개비를 사람이 ‘목측’으로 확인했는데, 이 역시 실험에 의한 인공호우인 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비록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번 실험을 ‘실패’로 못 박기엔 섣부른 측면이 있다. 당장 비가 오지 않았더라도 구름 내부의 강수 입자가 커진 것이 확인됐다면 ‘작은 성공’이라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현재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이번 실험만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한국의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교해 약 74%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공강우 자체가 성공한 사례도 흔하지 않을 뿐더러 이번처럼 항공기와 선박이 동시에 실험에 나선 사례도 전무하다.

그렇기에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효과로까지 이어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벤트성’ 기획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최초’의 타이틀이 붙는 이번 실험이 갖는 중요성이 큰 이유다.

김종석 기상청장도 “실험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과학자들이 수십번의 실험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찾는다”면서 “당장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이런 실험을 통해 좋은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군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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