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호정 “홀로 두 딸 키우신 우리 엄마, 영화 찍는 내내 보고 싶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5일 06시 57분


배우 유호정이 16일 주연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를 내놓는다.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와 그녀의 20년 전 과거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촬영하며 그는 “엄마 생각이 나 더 뭉클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배우 유호정이 16일 주연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를 내놓는다.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와 그녀의 20년 전 과거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촬영하며 그는 “엄마 생각이 나 더 뭉클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로 8년 만에 스크린 컴백, 유호정

어릴 적 홍수 났을 때 엄마 모습 떠올라
난 친구 같은 엄마…아이들 인증도 받아
박성웅·오정세, 역시 대세 배우는 달라
남편 이재룡? 결혼기념일은 기억하려나


반가운 배우가 돌아왔다. 자녀 교육으로 한동안 미국에 머무른 유호정(50)이다. 30년 가까이 대중 곁에서 살아온 배우들만이 지닌 친근하면서도 편안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유호정이 16일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제작 엠씨엠씨)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주연은 햇수로 8년 만이다. 2011년 745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가 마지막이다. 그 사이 드라마에 적극 나선 것도 아니다. 2015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마치고 줄곧 미국에서 지냈다. 그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다”고 돌이켰다. “기다림 속에서 이번 영화는 반갑게 받아든 시나리오다. 여러 작품을 해왔어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는 해보지 않았다. 엄마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유호정 자신도 두 아이를 둔 ‘엄마’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먼저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그는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고 했다. 극중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의 설정은 물론 어린 딸을 위해 젊은 시절의 꿈을 포기한 상황이 실제 자신의 경험과 겹쳤기 때문이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의 유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의 유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영화 찍는 내내 엄마 생각”

유호정은 맏딸이다. 밑으로 여동생이 있다. 1988년 광고모델로 데뷔해 1991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화려한 삶을 살아온듯 보여도 일상에선 남들이 모르는 일들도 겪었다. “영화를 찍는 내내 우리 엄마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엄마가 살아간, 엄마의 시대 말이다. 그래서 가슴이 더 아팠다. 엄마한테 쓰는 편지처럼,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로 남았다.”

유호정의 모친은 2004년 세상을 떠났다. 맏딸은 그런 엄마를 그리워한다. “홀로 두 딸을 키우셨다. 지금도 엄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내가 중학생 때였는데 서울에 엄청난 홍수가 났다. 방 안까지 물이 다 찰 만큼 난리가 나는 바람에 엄마가 나와 동생을 옆에 사는 사촌언니의 아파트로 피신시켰다.”

물난리로 아수라장이 된 그날 밤. 유호정은 아파트 5층에서 자신의 집 옥상을 내려다봤다. 엄마 혼자 떠내려가는 가재도구를 챙겨 옥상으로 옮기는 게 보였다. “엄마가 혹시 물에 떠내려가지 않을까 불안하고 불쌍한 마음이 컸다”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집에 홍수가 나는 상황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우리 엄마도 이런 심정이었구나’ 새삼 이해했다”고 돌이켰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주인공인 홍장미의 현재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해 담는다. 20대 시절 가수를 꿈꾸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아이를 갖는 바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엄마로서 헌신한다. 유호정이 엄마의 삶에 충실한 현재의 장미로, 하연수가 열정 넘치는 20년 전 장미로 각각 나섰다. “영화에서 두 남자 박성웅과 오정세가 장미의 옆을 지켜준다. 실제로도 든든하고 행복했다.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여자 장미’를 잘 끌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찾는 배우들인지 함께해보고 알았다.”

배우 유호정.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배우 유호정.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결혼 24년째, 남편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반자”

유호정은 두 아이를 둔 엄마다. 맏아들은 18살, 둘째인 딸은 15살이다. “친구 같은 엄마”라고 자부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이런 말을 하고나면 꼭 한 번 더 아이들에게 확인받는다”며 웃었다.

유호정은 두 자녀가 아빠인 배우 이재룡을 더 닮았다고 했다. 무뚝뚝한 성격에 애교가 전혀 없는 자신과 달리 아이들은 친근하게 애정 표현에도 적극적이라고도 했다. “표현을 잘 못 하는 내 성격이 답답하기도 했다. 어릴 땐 그 탓을 엄마한테 돌렸다. 엄마가 애정 표현을 많이 해주지 않아서 나도 그렇다고 원망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하고보니 딸 둘을 혼자 키우면서 더 엄하게 대한 게 엄마의 사랑 표현이란 걸 알았다.”

유호정은 남편인 이재룡과 지내는 삶도 꺼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틀에 박힌 말일 수도 있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의 이야기에선 진솔함이 묻어났다. “결혼한 지 24년이 지났고, 연애했던 4년을 더하면 함께한 시간이 28년이다. 남들은 잉꼬부부라고도 하지만 우리에겐 조금 다른 의미이다. 사이가 아주 좋고, 알콩달콩 애정 표현 하는 그런 부부는 아니다. 나는 무뚝뚝한 편이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부인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친구처럼 든든히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다.” 유호정은 그러면서 “동반자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서로의 눈을 마주보면서 지내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지금은 손을 맞잡고 한곳을 바라보며 같은 곳으로 천천히 걷는 동반자”라고 했다.

요즘처럼 연예인 부부가 함께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많은 시기에 유호정 부부도 비슷한 제안을 받고 있을 터. 부부가 함께 나설 의사가 있는지 물었더니 거두절미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청자들이 볼 때 내가 남편을 구박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남편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워낙 많은 에피소드를 방출하고 있으니 나는 그에 묻어가는 게 편하다. 그런데 자꾸만 틀린 정보를 이야기한다. 남편이 어느 날 방송에서 ‘5월에 약혼했습니다∼’ 그러는 걸 봤는데, 4월에 했다. 결혼기념일은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하!”

● 유호정


▲ 1969년 1월24일생
▲ 1988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입학
▲ 1991년 MBC 드라마 ‘고개 숙인 남자’로 연기 시작
▲ 1993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기상(옛날의 금잔디)
▲ 1995년 배우 이재룡과 결혼
▲ 1999년 SBS 드라마 ‘청춘의 덫’
▲ 2002년 영화 ‘취화선’
▲ 2003년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로즈마리)
▲ 2011년 영화 ‘써니’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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