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왜 갑자기 그만뒀나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8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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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와 기후변화 등 입장차 커
후임에 親트럼프 인사 당선시 중국 대출길 좁아질 듯

김용(59·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가 7일(현지시간) 임기를 3년 앞두고 갑자기 중도하차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이번 사퇴를 ‘개인적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조직개편에 대한 내부 반발과 함께 대(對)중국 대출, 기후변화 등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2012년 선임, 2016년 연임 성공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2월1일 세계은행을 떠나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기업에 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총재의 사임과 관련, BBC는 “김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 충돌은 피했지만 그의 정책 접근법은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과 때때로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세계은행은 미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는 반대로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로 의결권의 약 16%를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부 역시 스티븐 므누신 취임 이후 세계은행과 적대적 관계를 맺어왔다. 재무부는 세계은행이 중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 너무 많은 대출을 허용한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대출을 포함해 세계은행의 대출 행태에 관해 합당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행사해왔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김 총재의 사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기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발도상국 대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통신은 “1944년 이래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 당선될 경우 중국이 돈을 빌리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김 총재의 후임 선정과 관련해 미국과 다른 회원국들 사이에 잠재적 분쟁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스콧 모리스 글로벌개발센터(CGD)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세계은행을, 유럽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사실상 이끄는 규정에 전 세계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백악관이 후보자를 물색하려 한다면 나이지리아와 멕시코에서 온 후보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59년 서울 태생인 김 총재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 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지닌 보건 전문가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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