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 도보로 한바퀴 도는 60세女 ‘화제’…6년째 걷는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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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책(Happiness Walk).’

미국인 폴라 프랜시스(60)는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벌써 6년째이다. 광활한 미국 대륙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힘든 여정이지만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며 걷는다. 그녀의 프로젝트 명칭 ‘행복 산책’ 그대로이다.

프랜시스는 지난 2012년 행복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출발지는 미국 북동부 끝자락의 버몬트주 스토우였다. 이곳에서 시계방향으로 동부해안을 따라 내려와 남부를 가로지른 뒤 서부해안을 따라 올라갔다.

그녀는 지난 5월 북서부 끝인 워싱턴주 시애틀에 도달한 뒤 다시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아이다호주를 거쳐 2019년 새해를 맞은 현재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부근에 있다.

앞으로 콜로라도주, 네브래스카주 등 미국 중부를 가로질러 다시 동북부 끝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계획은 2019년 가을쯤 도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은 거리는 7000마일(약 1만1270km)이 넘는다. 그동안 14켤레의 신발이 완전히 다 닳아 없어졌다.

그녀는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는다. 걷고 쉬기를 반복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모으는 게 그녀가 6년째 하고 있는 ‘행복 산책’의 목적이다.

그 질문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most in life?)”이다. 과연 무엇이 미국인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미국을 돌며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프랜시스는 최근 그녀를 취재한 NBC 투데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걷는 도중에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내가 대화상대를 선택할 때도 있고, 반대로 사람들이 나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복 산책’으로 불리는 프랜시스의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총체적 국민행복USA(Gross National Happiness USA)’가 추구하는 목표 중의 하나이다.

이 단체는 총체적 국민행복을 국가적 최우선순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한 히말라야 지역의 작은 나라 ‘부탄 왕국’의 철학을 도입하고자 한다. 지난 1972년 부탄의 왕은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감동한 프랜시스는 ‘총체적 국민행복’이라는 단체를 공동설립해 ‘행복에 기반을 둔 경제’를 구현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미국인들을 직접 만나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게 가장 맞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것이 프랜시스가 자칫 무모해보이는 ‘행복 산책’에 나선 이유이다.

그녀는 때때로 자신의 주황색 조끼에 새겨져 있는 ‘행복 산책’을 보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걷기도 한다. 프랜시스는 보통 하루에 10시간, 거리로는 대략 25마일(약 40km) 정도 걷는다.

텐트를 비롯한 간단한 캠핑장비를 배낭과 함께 갖고 다니지만, 종종 그녀가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면 식사와 잠자리를 신세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차를 얻어타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출발하는 곳은 전날 ‘행복 산책’을 멈췄던 지점이다. 그렇게 해야 의미가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어떤 기록을 세우려는 것도 아니기에 가능한 얘기이다.

프랜시스는 6년째 걷고 있지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자급자족할 수 있고, 건강에도 자신감이 있다. 그녀는 “아마도 10년 전인 50세 때보다 지금이 더 건강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들이 대답한 내용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행복 산책’을 마친 뒤 분석해야할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가장 많은 것은 돈이 아닌 ‘사회적 관계’이다. 만난 사람들 중 3분의 1 가량이 이같은 범주에 속하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가족, 친구,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고루 포함된다.

‘심리적인 행복’, ‘육체적 건강’, ‘공동체의 활력’ 등을 꼽은 이들도 많다. 공동체의 활력이란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이웃에 기여하고, 변화를 가져오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으로 고유한 의미의 정치 개념과 비슷하다.

프랜시스에 따르면 ‘물질적 행복’이나 ‘돈’이라는 답변은 만난 사람들의 3% 미만이었다.

프랜시스는 “행복 산책의 과정을 통해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뭔가 충분하지 않은지 등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그런 조바심을 놓아버린 뒤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편안한 자유와 희망의 힘이라고 했다.

프랜시스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다시 걷는다. 미국 중부를 가로지르는 춥고 험난한 길이다. 그래도 그녀에겐 행복한 산책이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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