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농장 금지’ 루시의 꿈, 5년만에 이루어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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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출산으로 척추 심하게 휜채 英농장서 구조된 번식견 루시
제3자 판매금지 캠페인 촉발시켜 15만명 서명… 숨진지 3년만에 입법

‘루시의 법’의 주인공인 영국 애견 루시가 생전 ‘강아지 사육을 멈추고 싶은 분들은 이 사진을 리트윗 해주세요’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lucytherescuecavalier 트위터 사진 캡처
‘루시의 법’의 주인공인 영국 애견 루시가 생전 ‘강아지 사육을 멈추고 싶은 분들은 이 사진을 리트윗 해주세요’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lucytherescuecavalier 트위터 사진 캡처
“저는 루시입니다. 강아지 농장에서 구조됐지요. 이 끔찍한 거래를 막는 데 동참해주세요.”

‘루시의 법 캠페인’에 사용된 포스터엔 이렇게 적힌 문구 위에 커다란 귀가 조그마한 머리를 얌전히 덮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종 강아지 사진이 붙어 있다. 루시는 2013년 영국의 한 강아지 농장에서 구조된 번식견이다. 열악한 환경의 강아지 농장에서 6년 동안 반복된 출산에 고통받던 루시는 세상 밖으로 나와 18개월간의 짧은 행복을 누리다가 2015년 눈을 감았다. 하지만 루시가 이룬 변화는 작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22일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제3자를 통한 거래를 올가을부터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루시의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는 펫숍을 거치지 않고 어미의 사육자가 직접 분양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에 한해서라도 직접 기른 동물만 분양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어미의 사육 환경을 공개한다는 게 이 법의 취지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강아지 농장의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에 어느 정도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육자가 생후 6개월이 지나 동물들을 펫숍에 양도할 수도 있지만 반년간의 사육비는 사육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법이 루시의 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법안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바로 루시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루시는 2013년 발견 당시 반복적인 출산으로 척추가 심하게 휘고 엉덩이가 짓물러 있는 상태였다. 루시를 입양한 영국인 리사 가너 씨는 ‘구조된 스패니얼 루시’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루시의 사진을 올렸다. ‘강아지 농장이 중단되길 원한다면 이 게시물을 공유해 주세요’라는 문구도 함께 게재했다.

루시의 사진은 개, 고양이의 제3자 판매 금지 법을 제정하자는 ‘루시의 법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 캠페인에는 약 15만 명이 서명했다. 일부 애견인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루시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려 지지를 나타냈다. 루시가 숨진 지 3년 만에 루시의 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에 가너 씨는 “이 놀라운 소식과 끊임없는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루시의 법#강아지농장#비윤리적 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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