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1㎜ 선충도 ‘공포’ 느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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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고등동물만 느낀다고 생각… 천적인 회충 배설물에 화들짝 놀라

쥐는 고양이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냄새가 나거나 기척만 느껴도 무서워하며 숨는다. 천적을 물질로 감지해 공포심이 생기는 것은 포유류 같은 고등 동물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예쁜꼬마선충 같은 단순한 선형동물에게서도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리칸트 찰라사니 미국 솔크대 분자신경생물학연구소 교수팀은 실험모델동물로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도 천적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3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 속에서 미생물을 잡아먹는 선형동물로 다 자라도 몸길이가 1㎜ 정도인 다세포 생물이다.

예쁜꼬마선충의 천적은 같은 선형동물인 회충이다. 평소에는 미생물을 잡아먹고 살지만 먹이가 부족하면 예쁜꼬마선충 같은 다른 선형동물을 잡아먹는다. 연구팀은 두 생물의 생태적 특성을 이용해 실험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 포유류처럼 천적의 배설물에 반응하는지 실험했다. 예쁜꼬마선충을 회충의 배설물에 갖다 대자 방향을 바꾸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포유류인 쥐가 고양이 소변 냄새를 맡았을 때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연구진은 “천적의 배설물에 있는 황지질 물질이 예쁜꼬마선충의 뉴런을 자극하면서 공포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반응이 사람과 유사한 공포 반응인지 확인하기 위해 우울증 치료제인 졸로프트도 사용했다. 졸로프트를 먹은 예쁜꼬마선충은 이전과 달리 회충 배설물에 대해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쁜꼬마선충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공포 반응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포유류와 유사하다는 의미다.

찰라사니 교수는 “과학자들은 공포 반응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뇌 구조가 단순한 동물을 찾아 왔다”며 이번 연구가 현장에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쁜꼬마선충은 뉴런이 고작 302개밖에 안 되는 단순한 동물이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선형동물#예쁜꼬마선충#회충#공포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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