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유명 호텔들 ‘카타르 블랙리스트’에 전전긍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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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투자 호텔’ 명단 SNS 확산… 사우디 등 큰손들 투숙 거부 소문
유럽 금융업계에도 관계중단 압박

영국과 프랑스의 유명 고급 호텔들이 이른바 ‘카타르 블랙리스트’로 고초를 겪고 있다. 카타르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받은 고급 호텔 명단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떠돌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같은 ‘카타르 단교 사태’(올 6월 5일 발발) 주도국의 ‘큰손 고객’들이 이 호텔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 서비스인 ‘와츠앱’을 중심으로 클라리지, 버클리, 코너트, 처칠 같은 런던의 유명 호텔 중 ‘카타르 자금’이 들어간 곳들의 이름을 담은 명단이 중동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다. 클라리지, 버클리, 코너트는 카타르투자청(QIA)의 자회사인 카타르홀딩스가 투자하고 있는 콘스텔레이션호텔에 속해 있다. 또 처칠은 카타르 총리를 지낸 하마드 빈 자비르 알 사니가 투자했었다. 프랑스 호텔 중에는 칸에 있는 칼턴호텔이 QIA가 운영하는 투자회사의 자금을 받았다.

카타르 투자를 받은 호텔 블랙리스트는 “사우디 왕족들이 이번 여름에 클라리지에 머무르려고 했지만 카타르가 이 호텔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을 바꿨다”는 내용이 와츠앱을 통해 퍼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UAE 출신 사업가가 처음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이 소문은 빠른 속도로 사우디, 바레인, UAE의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들에게 전해졌다. 단교를 주도한 나라 국민들에게 ‘카타르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호텔은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배후에 사우디와 UAE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단교 사태 뒤 경제 봉쇄 강도를 높이고 있는 사우디 등은 그동안 카타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유럽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압박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우디와 UAE 측은 ‘호텔 블랙리스트 같은 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등 단교 주도국들과 카타르 간 ‘여론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일간지인 ‘오카즈’는 자국민들이 선호하는 영국 백화점 ‘해러즈’ 방문을 자제하라는 기사를 실었다.

반면 친카타르 언론에서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팀 중 하나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 관련 티셔츠를 사우디에서 입으면 처벌 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FC바르셀로나의 스폰서가 카타르항공이란 이유 때문이다. 또 사우디 정부 소유 ‘알 아라비야’ 방송은 최근 카타르 왕실 관계자들을 호칭할 때 존칭어를 쓰지 않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카타르#블랙리스트#프랑스#영국#호텔#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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