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이든 콘웨이든 잘난 여자는 그냥 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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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女정치인 입방아 자주 올라… 전문가들 “강한 여성 대한 두려움 탓”

클린턴(위쪽 사진)과 콘웨이
클린턴(위쪽 사진)과 콘웨이
‘미국에서 남녀 차별과 여성 혐오 현상은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부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같은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클린턴과 콘웨이 모두 본질적 문제보다는 옷차림 같은 외모나 사소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녀’나 ‘암캐’라는 비속어도 따라붙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클린턴은 대선 기간 내내 ‘옷차림이 싸구려 같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콘웨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빨강 파랑 흰색으로 표현한 파격적 디자인의 원피스형 코트를 입었다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 클린턴이 주로 성질은 나쁘고, (성적 매력 없는) 목석같은 여자로 공격받는 반면, 콘웨이는 남자를 조종하려고 여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여자로 묘사되곤 한다.

특히 콘웨이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전통흑인대학(HBCU) 지도자들과 만났을 때 신발을 신은 채 소파 위에 올라앉은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돼 “백악관이 놀이터냐. 소파 위에서 뭐 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의 세드릭 리치먼드 연방 하원의원(루이지애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짜 궁금하다. 그녀(콘웨이)의 자세는 1990년대 오벌 오피스에 있었던 자세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이 연상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콘웨이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방문자들을 좋은 각도에서 촬영하려고 소파 위로 올라갔을 뿐이었다. 리치먼드 의원은 당내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5일 “콘웨이와 내 발언으로 불쾌했을 모든 분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의 딸 첼시 클린턴도 트위터로 “(리치먼드 의원의 발언은) 비열하다. 콘웨이는 사과 받아 마땅하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클린턴과 콘웨이처럼 정치적 야망이 있고 적극적인 여성들에 대한 문화적 반감이 여전하다.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는 초당적 현상”이라며 “이는 강한 여성, 정치적 힘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웨이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남녀평등의 많은 원칙들을 지지하지만 나 자신을 남녀평등주의자라고 지칭하진 않는다”며 “왜냐하면 (지금의) 남녀평등주의는 반(反)남성주의, 낙태 찬성론, 그리고 진보좌파와 동일시돼 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클린턴#콘웨이#남녀차별#민주당#대선 후보#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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