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혼밥’과 ‘불통 정치’ 무슨 상관이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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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음 보고서/하지현 지음/248쪽·1만4000원·문학동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정신의학 관련 교양서를 부지런히 발표해 왔다. 저서 출간과 미디어 출연이 빈번한 점, ‘혼밥’ ‘병맛’ 등 젊은 층이 주로 쓰는 말을 문장에 적잖이 끌어들인 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내면 등 당장의 사회상을 기민하게 글에 반영한 점 등이 신뢰감보다 의구심을 품고 책장을 넘기도록 만들었다.

“높은 이상을 품은 채 익숙한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아무 도전도 하지 않았으니 진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위험한 정신승리” “2000cc 이상의 중형차와 30평대 아파트를 빚 없이 자가로 보유해야 한다는 ‘중산층 조건’의 맹점” “고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고립을 두려워하는 밀실생활의 일반화” 식의 글귀는 이 책을 쓴 이가 사회 주요 이슈와 변화상에 민감한 촉수를 늘 폭넓게 드리우고 있음을 알려준다.

고깃집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혼자 먼저 고기를 구우며 받아낸 불편한 시선에 대한 경험담으로 시작한 ‘혼밥’ 이야기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으로 흘러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혼밥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외골수 정치, 여론을 읽는 능력의 부족, 만천하에 밝혀진 팩트를 부정하는 고집,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기 발표만 하고 기자의 질문을 절대 받지 않는 불통 습관은 1980년 이후 밀폐된 곳에서 홀로 지낸 삶에서 형성됐으리라 여겨지는 혼밥 습관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볼 만하다.”

오지랖이겠으나 정보 과잉 상황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지은이의 염려는 스스로에게도 한번 적용해봄이 어떨까 싶다.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밤마다 스팸을 구워 소맥 폭탄주와 함께 즐긴다는 부분을 읽으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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