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점 보험가액 400억 한국미술 ‘대표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넓지 않은 공간에서 소규모의 작품을 선보이지만, 한 점 한 점 가치가 높다. 한국의 명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28일까지 열리는 ‘한국 미술사의 절정’전이다.

작가는 조선시대 겸재 정선(1676∼1759)과 단원 김홍도(1745∼1806?),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1913∼1974)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이다. 이 화려한 작가 리스트에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가 더해졌다.

모두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다. 전시 작품 16점의 총 보험가액이 400억 원에 이른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 미술의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그야말로 ‘대표 선수’들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달항아리, 18세기, 개인 소장.
달항아리, 18세기, 개인 소장.
1층에선 김환기의 그림들이 백자 달항아리 두 점을 둘러쌌다. 생전의 작가는 달항아리를 무척 좋아해 실제로 소장했고 그림의 소재로도 종종 썼던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인공적으로 찍어낸 매끈한 모양새가 아니라 살짝 일그러진 달항아리는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아무런 무늬 없는 유백색은 담백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새삼 일러준다. 달항아리 두 점 중 한 점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2007년 환수문화재로 국내로 돌아온 작품이다.

김환기, ‘무제 22-Ⅲ-70 #158’, 1970년, 개인 소장. 김환기 점화는 최근 미술시장의 대세다. 노화랑 제공
김환기, ‘무제 22-Ⅲ-70 #158’, 1970년, 개인 소장. 김환기 점화는 최근 미술시장의 대세다. 노화랑 제공
김환기의 작품 5점 중 ‘산월’은 둥근 달항아리가 화폭에 옮겨진 모습이다. 울퉁불퉁한 푸른 달을 그린 이 유화에서는 작가의 달항아리 사랑이 담뿍 느껴진다. 이 작품은 전시장 중앙에 놓인 실물과 잘 어우러진다. ‘무제’를 비롯해 최근 크게 조명받는 김환기의 점화들도 만날 수 있다.

정선, ‘박연폭도’, 종이에 수묵, 1750년대, 개인 소장. 폭포 소리가 실제로 귀에 들리는 듯하다.
정선, ‘박연폭도’, 종이에 수묵, 1750년대, 개인 소장. 폭포 소리가 실제로 귀에 들리는 듯하다.
2층에 올라가자마자 겸재의 ‘박연폭도(朴淵瀑圖)’가 관객을 맞는다. 이 작품은 개성의 박연폭포를 담았고,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정선의 3대 명작으로 꼽힌다.

어린아이 키만 한 길이의 이 그림을 마주하면 폭포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만큼 생생하다.

김홍도, ‘죽하맹호도’, 종이에 수묵 담채, 1790∼1800년대, 개인 소장. 뛰어난 묘사력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 ‘죽하맹호도’, 종이에 수묵 담채, 1790∼1800년대, 개인 소장. 뛰어난 묘사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옆에 걸린 김홍도의 ‘죽하맹호도’도 현실감이 남다르다. 호랑이의 털 한 올 한 올을 세필로 묘사했다. 조선 최고의 묘사력을 갖춘 화가로 평가받는 김홍도의 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진짜 호랑이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는 조선 서예가 황기로의 화평이 달렸다.

박수근, ‘독서하는 소녀’, 하드보드에 유채, 1952년, 개인 소장. 박수근 대표작 중 하나다.
박수근, ‘독서하는 소녀’, 하드보드에 유채, 1952년, 개인 소장. 박수근 대표작 중 하나다.
박수근의 유화 4점은 크기는 작지만 작가의 다정한 감각을 잘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독서하는 소녀’는 갈색 치마에 붉은 저고리를 입고 쪼그린 채 앉아 책을 읽는 소녀의 모습을 그렸다.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 그림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큰 나무 너머 동네를 그린 ‘산동네’, 단순하고 정겨운 초가집 한 채가 담긴 ‘초가집’ 등은 빈곤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화가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이 밖에 이중섭이 담뱃갑 은종이에 그린 은지화 ‘다섯 아이들’과 ‘여섯 아이들’도 나왔다. 02-732-3558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한국 미술사의 절정전#정선#김홍도#김환기#이중섭#달항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